백야행 (2 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박신우 감독, 고수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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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고의 대표적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영화화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니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진다.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잘 읽히는 반면 무언가 허전
한 느낌이 드는데 사실 백야행은 그렇게 허전함을 느끼진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게이고
의 대표작이라고 하나 보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분법적 구도를 취하며 시작하고 있다. 지아(손예진 분)의 정사장면과
요한(고수 분)의 살인 장면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양극단으로 갈리어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을 시작부터 암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14년전 살인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지아/미호와 요한의 어두운 삶의 궤적은 영화가 진행
되면서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둘만의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모두가
제거된다. 어두운 밤길을 걸어야 하는 둘에게 어둠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사람들은
모두가 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 니체 '선악을 넘어서'

 
   


앞길을 막기 위한 장애물을 치우기 위해 살인마저 불사하는 이들은 이미 괴물이다. 괴물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이 두사람이 괴물이 되어야 했던 이유와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살인이었고
두려움에 떨던 어린 영혼은 살인이라는 사건을 통과하여 어느새 괴물이 되어 버렸다.
표면적인 살인의 배후에는 결국 '돈'과 '생존'의 문제가 있음은 이 사회의 법칙 상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신들을 괴물로 만들 수 밖에 없는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자신
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돈'이었다. 그리고 '돈'이라는 폭력적 매개 수단은 이들이 괴물로
변하도록 더욱 가속화 한다. 결국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할 수록 괴물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속에 주된 비극이 된다.   



기성세대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기성세대는 한동수
(한석규 분)형사다. 14년전 살인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폐인이 되다시피한 형사는 새로운
사건이 14년전의 사건과 연관되면서 새롭게 이 두사람을 추적해 나간다.
14년이나 흘러 알게된 사실을 접하며, 한동수형사는 이 둘의 삶과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아니 그 처지에 대해 동정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이 두 사람을 잡기위해 집요하게 쫓아다닌 형사야 말로 이 두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소년은 어버지를 소녀는 어머니를 죽이고, 그 어두운 밤길을
걸어 세상의 태양으로 나오기 위해 몸무림칠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미래를 위해
발버둥칠때... 난 이런 것을 사랑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도 사랑일까? 
이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한다면 그 사랑은 너무도 잔인하다. 그 둘에겐 사랑이 아닌 밝은
빛이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대사들...
지아/미호가 자신의 브랜드를 단 점포를 개설하면서....너무 부럽다는 사람의 말에..
" 태양은 없었어...가느다란 빛줄기만 있었지 ! 태양만큼 밝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충분했어" 

요한의 독백 " 걷고 싶어... 태양 아래서...."  





요한과 지아의 정사장면이 때때로 나온다. 그 장면들을 볼 때 느끼는 그 허무함.
거기에 그들이 탈출하고자 하는 지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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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지는 않았고, 영화를 봤는데. 엄청 힘들었어요. 저는 이런 소재가 무척 힘들어요. 그래서 책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은 어쩐지 더 힘들것 같아서요. 뭔가 더 섬세하게 표현했을것만 같아서.. 어휴-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의 고수는 무척 멋있지요? 전 이 영화 보면서 고수가 원래 저렇게 멋있는 남자였나 싶었답니다. 뭔가 성숙해져서 돌아온 것 같더라구요.


머큐리 2010-04-07 17:24   좋아요 0 | URL
락방님의 여리디 여린 감수성으로는 보시기 힘들었을지도...ㅎㅎ
이 영화로 고수의 발견은 저도 동감이에요.. 락방님이 즐기는 영화도 좀 봐야 할텐데..요즘 너무 칙칙한 영화만 봤더니.. 봄을 느끼질 못하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내분이 바쁜 틈을 타서 혼자서 너무 열심히 영화를 보신다는 ㅎㅎㅎ
저는 책만 보았습니다.
생존이라는 단어 앞에 인간의 모든 가치들은 참으로 작고 작아지지요.
영화속 두 젊은이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단 한순간이라도 살아보았을까요?
하긴 자기가 원하는대로 해보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많진 않은듯 하지만요.

머큐리 2010-04-08 15:22   좋아요 0 | URL
얼굴보기도 힘드니 영화나 봐야하는게지요...ㅎㅎㅎ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독성있는 작가이고..매번 무언가 부족한 듯 느끼면서도 손에 들면 탐독하게 만드는 작가
이기도 하다. 초기 소설인 듯 한데... 이 작품도 속도감있게 진행되면서도 무언가 미진한
느낌을 준다.  

애인의 죽음 뒤에 무언가 사건이 연루되어 있음을 느끼는 추리소설가 주인공은 애인의
죽음뒤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살인 사건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피해자는
요트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가 조난당한 후 구조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임이 밝혀진다.
11명 중 1명이 사망한 조난사고... 생존자의 죽음.... 그 때 무슨일이 벌여졌는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치밀한
알리바이와 죽음. 그리고 살인사건의 발단이 된 조난 사고에서의 진실과 그 진실 밑에
보이는 잔혹함이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다.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다. 추리소설은 형식적 관계만이 아닌 그
내면의 진실에 접근했을 때에야 마지막 장을 덮는 묘미가 있다.
구조는 치밀하게 설정되었지만, 뭔가 캐릭터의 힘이 좀 약해 보이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사건의 내용이 '고백'과 상통하는 점이 있는데...
그냥 무난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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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문자'라는 것은 사건과 어떤 개연성이 있는 건가요?
일종의 단서인가요, 아니면 범인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 혹은 실수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11명의 피해자의 숫자와 같다는...그런 단순한 논리인가요...-_-

전 머큐님의 심정 이해해요.
정말, 정말, 뒷통수를 후려칠만한 사건을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날 때의 그 갈증이란!

머큐리 2010-04-06 16:00   좋아요 0 | URL
나중에 정말 뒷골 잡는 추리소설 좀 추천해 주세요..ㅎㅎ

L.SHIN 2010-04-06 21:42   좋아요 0 | URL
아,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소설이 있긴 하죠.
Death Note의 another note인 셈인데, [BB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나는 살인한다]도 반전이 있지만(전 반전을 좋아합니다, 웃음),
소설 2권째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범인을 눈치챌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작 저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군요.-_-

이매지 2010-04-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중독성 있는 작가지만 어딘가 아쉽죠;

머큐리 2010-04-06 16:0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그런데도 왜 꾸준하게 읽게 되는지...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4-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케릭터들이 밍숭한듯 해요.

머큐리 2010-04-06 15:59   좋아요 0 | URL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직 못 읽었는데 것도 캐릭터들이 좀 그런가요?

무해한모리군 2010-04-06 17:58   좋아요 0 | URL
네 ^^
 
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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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잔인하면서도 무언가 애잔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 한 바탕 악몽을 꾸고 나서 그것이 단순한
꿈이기에 무언가 안도하는 그런 느낌.  

서두에서 시작하는 까마귀와 눈을 잃은 소녀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평행으로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와 눈을 이식받은 후 '이식 받은 눈'으로 부터 다른이의 추억을
보게되는 기이한 연관성... 동화와 현실이 뒤섞이고 현실마저 동화처럼 꾸며지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마치 한 편의 꿈과 같다.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는 기억마저 잃어 버린다. 동일한 신체와 이름을 가진 낯선 육체에
갇힌 소녀는 오히려 이식받은 눈으로 부터 오는 기억을 더 사실감 있게 느끼고, 소녀의
가족은 낯선 그녀를 대하는 것이 점점 어색해 진다.
조금 철학적인 문제 !  
나를 '나'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동일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
일까? 기억의 문제는 여기서도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 기억의 동일성이 끊어진 순간 소녀는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그녀가 아니었으므로....
그때 그녀에게 구원을 준 것이 바로 '이식받은 눈'에서 흘러 나오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잔혹하다.
동화처럼 간결한 이야기 속에 추리 소설에서 나오는 기법도 흥미롭다. 연관된 사람들과의
인연도 따뜻하다. 이 소설의 장점은 극단적으로 잔혹하면서도 따뜻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암흑동화'일지 모르겠다.

기억과 존재와 인연과 동화가 기묘하게 공존하면서 사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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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피아노로 20몇살때 종종 치던 곡이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갑자기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그나저나 '머큐리' 란 수성의 뜻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