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잔인하면서도 무언가 애잔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 한 바탕 악몽을 꾸고 나서 그것이 단순한
꿈이기에 무언가 안도하는 그런 느낌.  

서두에서 시작하는 까마귀와 눈을 잃은 소녀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와 평행으로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와 눈을 이식받은 후 '이식 받은 눈'으로 부터 다른이의 추억을
보게되는 기이한 연관성... 동화와 현실이 뒤섞이고 현실마저 동화처럼 꾸며지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마치 한 편의 꿈과 같다.

사고로 눈을 잃은 소녀는 기억마저 잃어 버린다. 동일한 신체와 이름을 가진 낯선 육체에
갇힌 소녀는 오히려 이식받은 눈으로 부터 오는 기억을 더 사실감 있게 느끼고, 소녀의
가족은 낯선 그녀를 대하는 것이 점점 어색해 진다.
조금 철학적인 문제 !  
나를 '나'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동일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
일까? 기억의 문제는 여기서도 중요하게 대두된다. 그 기억의 동일성이 끊어진 순간 소녀는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그녀가 아니었으므로....
그때 그녀에게 구원을 준 것이 바로 '이식받은 눈'에서 흘러 나오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잔혹하다.
동화처럼 간결한 이야기 속에 추리 소설에서 나오는 기법도 흥미롭다. 연관된 사람들과의
인연도 따뜻하다. 이 소설의 장점은 극단적으로 잔혹하면서도 따뜻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암흑동화'일지 모르겠다.

기억과 존재와 인연과 동화가 기묘하게 공존하면서 사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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