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결정적 힘은 가카에게서 나왔다. 그건 네거티브가 심한 선거판에서 야권이 가장 심한 네거티브를 주도함으로서 승리한 것에 불과하다. 그 네거티브란 결국 MB정권 심판이 아니었을까?
'나는 꼼수다'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카에게서 나왔다. 그 수많은 소재들... 4인방이 수다를 떨어도 떨어도 질리지 않게 튀어나오는 황당한 일들의 뿌리는 결국 가카다. 부정적인 면이 워낙 강하시다 보니 오히려 긍정으로 전환되는 변증법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문제는 적극적인 긍정의 변화에 앞서 부정적 증오의 심리로 부터 야권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후에 있을 정치일정은 좀 더 낙관적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차후의 대통령 선거도 증오의 심리를 바탕으로 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기고 나서의 문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워낙 사고 친게 많아서 현재의 고통을 줄이지 않고 미래을 대비하는 현명한 정책이 있지 않고서야 부정적 심리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카의 은총을 입어 승리한 야권이 마치 자신의 힘으로 승리한 것으로 오판할 경우 지금처럼 단결하기보다는 분열할 확율이 높고 분열하는 경우 필패다. 가카가 만들어 준 최대한의 은총을 그대로 걷어차는 짓이 될 것이다. 그런데 워낙 증오의 감정이 크다보니 분열해도 이길 것 같은 환상을 가질 지 모른다. 여기에 위험이 있어 보인다.
향후 정치일정을 생각해 보면 역시 그나마 뚜렷하게 야권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가카밖에 없다. 선거 다음날 민심을 무겁게 생각한다면서 촛불을 진압하고 명박 산성을 쌓았던 어청수를 경호실장으로 임명한 것만 봐도 가카의 은혜는 하해와 같다. 더불어 향후 정치 일정에서 딴나라당이 발버둥치며 혁신안 비스름한 것을 내놔도 당장 딴지 걸고 찍어 누르실 분은 역시 가카밖에 없다. 아직 1년이상 남아있는 임기 내에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가카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가카는 절대 자신의 것을 나누는 그런 분이 아니다. 그러면 결국 딴나라당은 청와대와 내전 상태로 가지 전에는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몰락해 갈 것이다. 이것도 역시 야권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가카의 은총이 차고 넘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시민들은 자신이 할 만큼 다 해주고 있다. 이제 대답은 정치를 하는 분들이 해야 한다. 가카의 반작용을 넘어서 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무언가 힘이되고 희망이 되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는 불가능하다. 가카가 보여주는 면을 반면교사해서 기득권을 버리고 딴나라당을 몰락시킬 수 있는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해방 후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이 땅의 주류들은 결코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자... 다만 그 승리를 누가 이루어주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이듯이 가장 계급적으로 각성하고 치열하게 참여해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했던 곳은 강남이었다. 그 집요하고 끈질기고 단합된 욕망의 힘을 가소롭게 여기면 그에 상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그것이 두럽다.
지금으로 봐서는 역시 기댈 곳은 가카밖에 없다. 이번엔 내곡동 사저로 큰 도움 주셨고.. 다음엔 무슨 이벤트로 큰 기쁨 주실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야권은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없다.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줄 것인가? 당장 한미FTA 체결에 결사반대해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우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도미노로 넘어질 것이다. 승리에 취하지 말자. 이 조그만 승리도 못견뎌 내란까지 선동하는 깝제옹 같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으로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인가... 서울 밖에 찾지 못했다.... 투표율이 낮을 때는 서울도 못 찾을까봐 걱정되더니....아직도 배고프다.
그리고 가카....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