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지역도서관이 있다고 자랑했었는데.... 사실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진 못한다.
평일은 직장 다니느라 그렇고, 휴일에야 조금씩 다니는데.... 사실 책구경하고 대여 받기위해
잠깐 들르는 것에 불과하다.
토요일날 큰 맘 먹고, '대홍수'를 들고 도서관에 갔다.
일단, 빌려 읽을 책을 고른 다음 창가 쪽 책상에 앉아 '대홍수'를 읽겠다는 것이 나의 계획이고
비연님이 추천한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시인'을 빌린 후 자리에 앉아
간만의 진지한 독서를 시도했다.
아 그런데... 점심을 막 먹은 후였다는 것, 그리고 전날 내가 새벽에 들어왔다는 것,
아침엔 애들 학교 보내고, 옆지기 신당창당일로 나가고 그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한다고
영화 '더 클래식'을 보느라 늦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등등이 나를 조용한 묵념의
세계로 이끌로 가는 것 아닌가....ㅠㅠ
책 읽으러 가서 입가에 침 흘리는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으니...
몇 번 뒤척이며 잠을 청하다가 결국 저린 팔의 항의를 이기지 못해 눈을 뜨고 앞을 보니
웬 여고생이 참 측은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고...아 쪽팔려...
다시 책을 읽으려 해도 고개만 끄덕이지 활자는 계속 그 자리에서 맴돌고...결국, 가방을
들고(잃어버릴까봐...나 좀 소심하다) 담배 한 대 피러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아 목표는 그냥 담배 한 대 피고 다시 도서실로 들어가는 건데... 입구에 있는 도서실 직원
나 한테 "안녕히 가세요" 인사한다. 순간 나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오니 다시 들어
가기도 뻘쭘하고....걍 집에 와서 편하게 내리 잠을 잤다.
그나마 위안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 했다는 것. 저녁에 펼쳐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 '대홍수'를 읽는 건 물건너가고 코넬리 소설만 죽어라 하고
봤다는 것.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들은 전부 추리소설이고....
좀 무겁게 읽을 만한 책들은 빌려 올 엄두도 못내고 있다.
도서관에서 내가 빌린 책들 리스트
일본의 패전 직 후 3대가 경찰이 되어 시대별 사회와 범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경찰의
시각에서 녹여내고 있다. 일본 경찰이나 우리나라 경찰이나 별 다를 것도 없어 보이고
특히 일본의 전공투가 활약하던 시대의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나름 흥미로웠다.
재미는 있지만 참 두꺼운 책들이다. 구성도 탄탄하고 반전은 기가 막힐 정도다.
당분간 마이클 코넬리는 그 이름만으로 책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나저나...나도 추리소설 좀 그만 읽고 제대로 독서 좀 해야하는데...가을은 벌써 지나가고
슬슬 연말 분위기가... 책은 커녕 몸이나 축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