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즐겁게 본 영화였다. 스포츠 영화가 가진 고뇌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마지막 승리까지 어쩌면 디즈니 가족 영화가 한국식으로 정착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가대표.... 어느 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는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그 속에는 남다른 감동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어느 종목이든 흘린 땀과 노력이 남들보다 적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땀을 흘리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의 노력은 언제나 경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비인기 종목임에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스포츠 영화의 일반 공식을 잘 따라가면서도 조금 다른 파격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대표라면, 최소한 국가에 대한 일반적 믿음이 있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자국의 대표임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코 국가에 충성하고픈 이들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부터 이 영화의 근간에는 폭력적 병역문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 대부분은 병역을 피하기 위해 경쟁이 심하지 않은 블루오션의 영역으로 자신들을 투자(?)한다. 즉, 국가의 부름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국가대표였던 것이다.  

국가라는 환상이 다 지워진 것은 아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출전국가들 중 마지막을 장식했을때 그들이 국기를 걸고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 어쩌면 군더더기가 아닌 정확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우선 주인공의 목표는 국가의 영광이 아니다. 국가의 위상을 높임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보상(?)이 이들의 1차적 목표이다. 이들은 죽으나 사나 운동을 하고 그 운동을 통해서 무언가 보상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최소 상류층처럼 군대를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어 자신의 가족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비인기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해야 했고, 그들의 개인적 소망과 국가의 영광이 맞아 떨어질때, 국가에서는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국가의 누가 되는 일을 했을 때 과연 국가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겟는가?  그럼에도 패배후 이들은 국가를 부른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위로이지 국가에 대한 죄송함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주는 감동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운명을 거역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포츠 영화는 영원히 영화의 소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흥행한 스포츠 영화들...'우생순'이나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모두 비인기 종목임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든 스포츠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성과가 없는 스포츠를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마지막 인간승리를 기록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비인기임에도 마지막 성과가 있기에 소재로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땀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영화는 감동을 주지만 현실의 자본의 논리는 비인기 종목은 그냥 비인기 종목일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영화가 감동을 주듯이, 다른 비인기 종목들에서 땀을 흘리는 많은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성과가 없어도 그들의 땀과 노력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러나 어쩌랴..... 자본은 그것들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는 장사가치가 없으므로....    

그래도 무언가 도전해도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생활해 나가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패배만 보고 살 수는 없으므로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때론 마약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마약이 남용되었을 때, 문제가 되지만 적절하게 약으로 쓸때는 그 효용은 무한한 것이다. 이 영화의 마이너리티들은 마약의 남용이 아니라 적절한 처방으로 사용되도록 만드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국가와 상관없이 존재의 이유로 인하여 분투하는 마이너리티들의 반란은 언제나 아름답다.    

참 영화음악도 굉장히 좋았다고 첨언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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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8-09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한 전개일거라고 생각해서 국가대표 대신 아이들과 UP를 봤는데. 머큐리님이 본 시각은 좀 흥미로운데요. 국가대표란 제목을 살짝 비껴나간 부분이 말이죠.

머큐리 2009-08-10 20:30   좋아요 0 | URL
뻔한 얘길거에요...아치님 글들을 보면 왜 내글은 그리 뻔한지 말이죠...ㅎㅎ

바람돌이 2009-08-09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너무 뻔해보여서 망설이다가 그래도 볼게 이것밖에 안보여서 봤다죠. 근데 생각보다 참 재밌었어요. 막장인생들의 분투기? 전 스키 점프 장면들도 진짜 멋있던데요. 그런 건 어떻게 찍는걸까요? ^^

머큐리 2009-08-10 20:31   좋아요 0 | URL
글세요..ㅎㅎ 제가 영화감독이 아니라서 장면은 잘 모르겠어요...바람돌이님 반가워요...저도 가끔 님 서재에 놀러가는데용..ㅎㅎ

프레이야 2009-08-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갖는 것 같아요.
뻔할 거란 생각에 기대는 많이 안 하고 보게 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너희들은 국가대표야, 이렇게 코치가 말할 때 상당히 역설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참, 저도 스키점프 할 때 나오는 음악들이 참 좋더군요. 역동적이고 밝았어요.
추천!

머큐리 2009-08-10 20:32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가끔 제글에 추천주시는 분들이 궁금했답니다...음악이 좋아 구해보려고 해요...프레이야님도 더운 여름날 역동적이고 밝게 보네세요

마노아 2009-08-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좋은 음악과 감동의 씬에서 소리가 뚝 끊기니 인내심의 끈도 뚝! 끊겼더라는 말이죠. 똑같은 일이 한 달 전에 CGV에서 있었는데(그땐 트랜스포머2), 거긴 환불에 영화예매권까지 줬단 말이죠.ㅎㅎㅎ

머큐리 2009-08-10 20:3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페이퍼보고 본 영화에요..ㅎㅎ 덕분에 이번 여름은 영화성적이 꽤 좋은데요...마노아님이 본 영화 중 다른것도 노리고 있답니다...ㅎㅎ

[해이] 2009-08-0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다!!ㅋ

머큐리 2009-08-10 20:33   좋아요 0 | URL
방학인데 안보고 뭐하세요?? 너무 어려운 책만 읽지 말고 쉬운영화도 보면서 머리도 식히고 그러세요..ㅎㅎ

어느멋진날 2009-08-16 23:55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말씀에 동감! ㅋ 해이님 주문하시는 책들 보면 정말,,,
좀 말랑말랑 해질 때도 필요하다구요^^
머큐리님 리뷰 보니 이 영화 막 땡기는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8-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걸 또 봐줘야겠네요 ^^

머큐리 2009-08-11 20:04   좋아요 0 | URL
데이트 코스에 이 영화를 넣고...ㅎㅎ 왠만하면 다들 즐길수 있은 무난한 영화니까...괜찮지않을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