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ene #1 

어제 성적석차가 공개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타 대학 성적 공지가 늦어지는 바람에 성적석차가 7월 17일 이후로 공개되기로 했다.

오늘 석차 공개하는 날인지 정확하게 아는 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또 석차 공개 날을 알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공지가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수업학적팀은 사소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제대로 공지한 적이 없다. 심지어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날짜가 연기된 점도 역시 공지하지 않았다. '학사공지'라는 공지 관련 게시판이 떡 하니 있는데도 말이다.

수업학적팀은 미리 방학 전에 석차를 공개할 수 있는 충분한 예상 기간을 공지했어야 한다. 수많은 재학생들의 성적이 모두 확인하고 난 뒤에 석차를 계산하는 기간을 충분히 고려하면 정확한 일수는 아니더라도 예상 기간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면 학생들이 오매불망 그 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 Scene #2

지금까지 4년째 학교생활을 하면서 수업학적팀이 성적석차 공개하는 날을 공지한 적을 본 적이 없다. 공지를 하지 않으니까 일부 학생들은 '묻고 답하기' 게시판(일종의 Q&A)에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을 올린다. 학생이 석차 공개 날짜를 물어보면 수업학적팀 이름으로 답글이 올려진다. '묻고 답하기' 게시판답게 충실한 문답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한 주에 이와 같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두, 세 명 정도 있다. 수업학적팀이 일일이 똑같은 답변을 달아주는 건 시간 관리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낭비다. 차라리 질문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답글을 다는 것보다는 미리 공지문 하나 올려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다.

방학 업무는 정규 학기 일정보다 한가하다. 방학 기간이 되면 학생들의 학교 게시판 접속 및 확인 빈도는 학기 일정 때보다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하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중요한 정보사항을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학교 게시판을 수시로 접속 확인하는 일부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하면 사과문과 함께 늦게서야 공지한다. 사과문으로 빙자한 늑장 공지가 따로 없다.

수업학적팀의 침묵 공지 또는 늑장 공지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정규 학기 때도 아무런 공지 없이 학사 일정이 진행되는 바람에 학생들 사이에 불만스러운 잡음이 많았다. 일정이 많고 업무상 가장 바쁜 정규 학기임을 고려한다면 행정상 실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로운 방학 기간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이건 실수가 아니라 실착(失錯)이다.


* Scene #3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건물 주인이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을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즉, 깨진 유리창과 같은 일의 작은 부분이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할 수 있음을 뜻한다.

공지사항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행정직원, 학교의 사소한 실착은 결국 업무 진행에 방해되며 학교 이미지만 나빠진다. 졸업생은 모교를 불만족스러운 행정 업무 서비스로 운영되는 학교로 기억될 수도 있다.

지금 대학교는 미래의 교육 전략이나 원대한 비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대학 내부를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고도 치명적인 것, 즉 깨친 유리창들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제때 공지를 못해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이를 방치해둔다면 이게 진정한 '학생이 행복한 대학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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