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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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하루키의 수필들을 문학사상사에서 엮어서 낸 책이다. 그의 수필들이 그렇듯이 - 실은 소설도 그렇지만 - 이 책 역시 아주 쉽게 쉽게 읽혀진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하루키다운 유머 감각이,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들곤 했다.

소설에서와 같은 문제의식은 없다.(문제의식이라고 해도, 그것이 전면에 드러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러나 가볍다고 해서 진지함마저 결여된 것은 아니다. 그의 수필에서는 스스로 말하듯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어떻게 사는가'와 '어떻게 쓰는가'를 똑같은 명제로 본다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수필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써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될 글을 쓸 때는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감추고, 괜시리 비판적이 되고,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게 된다.(어쩌면 지금도... -_-;) 솔직할 수 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루키의 표현으로 그것은 '책임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난 역시, 아직도 '어른'이 되기를 두려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삶을 긍정하므로써 하루키는,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어른의 모습을 갖춘다. 그렇다. 즐겁게 살자. 한 번쯤 웃으며 살 수도 있는 거잖아? ^_^

00.12. 9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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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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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깊이있는 성장소설이다. 감동이 아니라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긴 아무리 <어린 왕자>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는 해도, 진짜 어른이라면 그런 책을 읽으려고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데미안>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아이가 어른이 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헤세는 내면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우리는 작품 초반에서 우리의 어렸을 때 모습을 발견하고 전율할 것이며, 마침내 작품이 끝날 때에는 알듯 말듯한 의미심장함 앞에서 또 한 번 전율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당시 시대상황과 관련지어서도 살펴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정신적 공황에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내면에 귀를 기울이기를 헤세는 바랬던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교과서적인 이야기.

누구도 언제까지 아이로 남아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피터팬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외적 상황들의 변화로부터 동기유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을 떠올리자. 주위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00.12. 9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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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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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5월의 기분좋은 바람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난 후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카뮈의 스승이라기에 실존철학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르니에 선생의 서정성 있는 문체 속에 다 녹아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지만.(부조리나 반항과 같은 어휘가 등장하기는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르니에 선생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방, 그의 정원, 그의 거리, 그의 여행, 그의 고양이 물루까지도 말이다. 물론 이국의 정서에 대한 나의 향수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그르니에라는 한 인간에게 사로잡힌 것이리라. 그의 박식함도 부럽긴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정말 자유스러워 보였다.

아름답고 또 자유스럽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카뮈의 서문에 정말 공감이 간다. 그럼 나는 내게 이 책을 알게 해준 카뮈에게 감사를 해야겠군. 카뮈 선생, 고맙소. 나도 주변에 열심히 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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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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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라이센스화된 작품이다. 그만큼 작품성과 인기도를 인정받았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아다치의 다른 만화들 속에서도 <H2>광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하는데, 작가가 <H2>에 대해서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H2>는 스토리면에 있어서는 기존 아다치 작품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기존의 3각관계에서 4각 관계로 발전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만의 미묘한 복선과 암시의 사용은 오히려 <터치>나 <러프>보다는 줄어든 느낌도 들지만, 남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줄인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여전히 그의 스타일은 살아있으며, 그만의 유머 또한 순수한 재미를 더해준다. 또 92년에 시작된 만큼 기존의 작품들보다 작화가 좀더 깔끔해진 느낌도 든다. 이쁜 하루까. ^^;

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들이 청춘/스포츠 중 청춘 쪽에 치중했다고 한다면, [H2]는 스포츠 쪽에도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다. 열혈정신 같은 것은 없었지만 분명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터치>나 <러프>보다 훨씬 더 그랬다. 히로가 축구부를 나오고 공을 던지는 부분이라든지,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지는 모습이라든지가 말이다. 작화가 좋아진 것과 관련짓자면, 히로의 투구폼은 [터치]의 타즈야의 투구폼에 비해 훨씬 리얼하고 힘에 넘치고 있었다. 멋진 히로. ^^;

단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권수가 좀 많고 그래서인지 산만한 느낌이 든다는 점인데, 그것 때문에 재미로 단순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엔딩은 조금 밋밋한 느낌이 있지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해보면 역시나 여운을 남긴 처리임을 알 수 있다. 아다치의 야심작(?)이니만큼, 역시 적극 추천한다. 2001. 5.28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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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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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끝까지, 궁극에까지 명철하고자 했다(그는 이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과 현실과의 모순이 있기 때문에 부조리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일차적으로 예술가로서 이해해달라고 했다. [시지프 신화]에서 부조리의 감정과 부조리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나(쉽게 말하면 [이방인]은 감정, [시지프 신화]는 개념), 이방인의 내용뿐 아니라 서술기법에도 많은 관심('미국소설 기법에서 힌트를 얻고,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관심사와 일맥상통하며 누보 로망을 예고하는 작품')을 쏟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으리라.

[이방인]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눈 앞에 있는 듯한 여름날의 뜨거운 정경에 대한 묘사였다. 그리고 '태양 때문에'. 실존철학 소설의 (하나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 작품에서 이런 서정성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잘못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카뮈는 뛰어난 작가다. 물론 동시에 뛰어난 철학자(그는 이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했지만)이기도 하다. 완전히 그 분위기나 서술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를 읽으며 사뭇 카뮈를 존경하게 된다. 2001. 5.22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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