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akuta 가라쿠타 - 요네하라 히데유키 걸작 단편집
요네하라 히데유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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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풀 어헤드! 코코](이하 코코)로 뜬 작가의 이름세를 타고 발매된 또하나의 초기 단편집이다([초콜렛 블루스] 리뷰 참고-_-). 4개의 작품이 들어있는데 한결같이 깔끔한 단편의 미학에 충실하다. 초기 작품임이 티가 나는 것은 일단 그림체에서다. 혼자 작업했는지 어딘가 엉성하고 나쁘게 말하면 대충 그린듯도 보이지만 코코에서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내용도 코코에 비하면 비교적 어두운 정서가 흐르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퇴물'의 정서를 그리려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10대의 암울한 정서와도 잘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책 분량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책제목과 동명인 '가라쿠타'에 대한 이야기이며 다른 단편들도 역시 10대의 일상을 다루고는 있지만 아주 우울한 작품들은 아니다. 다만 전작품에 코코에서와 같은 소년만화적 '어쨌거나 낙관주의'의 정서가 흐르지 않음은 오히려 상당히 신선한 시도로 느껴진다. 10대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20대가 보아야 적절한 그런 이야기들이다. 특히 설사에 고생하는 주인공과 왕따 당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다른 소년만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소재라서 더 그렇다. 일인 영웅화 혹은 집단 영웅화되는 주인공들에 식상한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적인 퀄리티는 초기작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만 작가의 팬이라면 역시 소장해야 될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대가의 아직 다듬어지기 전 작품들이 더 매력적인 경우가 가끔 있는데 바로 [가라쿠타]의 경우라 할 수 있겠다.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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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Noise 1
니헤이 츠토무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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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레임](이하 블레임) 작가의 단편 아니 사실은 블레임의 외전격인 작품으로, 블레임의 세계관과 동일선상에서 블레임 이전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작가는 블레임을 읽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 같다. 만은,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블레임이 디스토피아 속에서 실낱 같은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반해, 본작 [노이즈]는 아포칼립스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어째 둘다 디스토피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동일하다. 본작에서의 아포칼립스란 바로 일개 '교단'으로 인해 전인류(?)의 넷단말 유전자 제거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넷스피어가 무한 증식하게 되면서 비인간(통상적인 의미로서의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의 개체수가 인간의 수를 압도하게 된다는 설정인 듯싶다.

이 과정에서 넷스피어의 안정을 꾀하는 세력인 세이프가드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블레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는 배후 세계관이 베일에 묻혀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것은 워낙 대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주문화측의 블레임 날림 번역도 한몫을 한다.

블레임을 연재하는 중간에 쓴 작품인지 작/화풍은 블레임과 똑같다.(맨뒤에 부록격으로 수록된 초기작을 제외하면.) 어두운 배경과, 무거운 스크린톤, 거친 그림체와 절제된 대사, 그리고 수족이 떨어져나가도 표정조차 변하지 않는 인물들의 무표정, 무감정까지. 또한 '악당'격으로 등장하는 교단의 '비인간'들의 디자인 역시 블레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준급의 그로테스크를 자랑한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맨 뒤에 수록된 초기작인데, 아직 자기 스타일을 성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블레임으로 가기 전의 과도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필살무기' 분위기의 마지막 한 방을 아끼는 부분(이것은 블레임에서도 등장하지만 차이점은 블레임에서는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점이다.)과 엔딩에서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작가의 아직 하드보일드하지 못한 풋풋함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작가가 지금 블레임에서 드러내는 정서는 참을 수 없으리만큼 건조하다. 최소한의 육체적 고통이나 냉소조차도 억제되어 있다. 타 SF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디까지가 인간이냐'하는 정체성의 질문에 대한 대답조차 블레임에서는 부재한다. 이러한 하드보일드를 넘어선 건조함에 나는 열광한다. [지뢰진]과 마찬가지로.

본작 [노이즈]는 블레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블레임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독자적인 평가는 어렵다. 본 리뷰가 거의 블레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리뷰를 쓰지 않는 주의인고로 블레임에 대한 리뷰는 유보하고 있는데, 이는 유쾌한 기다림에 다름아니다. 앞으로의 블레임에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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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블루스 - 단편
요네하라 히데유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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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풀 어헤드! 코코]로 뜬 작가의 단편이다. 이름세를 타고 출시된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 유명세를 타고 발매된 그의 초기작 [왕랑], [왕랑전] 등의 단편들처럼 졸작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완결성있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작화풍은 일단 [바스타드]의 카즈시 하기와라와 같은 과장된 인체 데생에서 그 특징이 나타난다. 물론 차이점은 카즈시쪽이 화려한 스크린톤을 자랑하는데 비해 요네하라는 톤보다는 선에 중점을 둔다는 면에서 한층 간결하고 깔끔하다. 이것은 [초콜렛 블루스]에서도 거의 그대로 나타나며, 특히 이번에는 현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기에 상당히 깔끔하게 어울린다.

내용은 [풀 어헤드! 코코]와는 완전 별개라 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정서는 역시 그대로 통하고 있다. 일견 마초적이지만 소년만화적이고 영웅심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비정하지 않고 유쾌하다. 그리고 단 한 명도 죽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이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작가는 소년만화의 룰에 철저히 충실하고 있다. 어이없어 보이는 킬러의 슬픈 과거 사연을 에필로그로 제공하는 부분에까지.

전체적으로 괜찮은 만화이다. 무겁게 될 수 있는 주제지만 무거운 전개를 피했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다. [풀 어헤드! 코코]의 팬이라면 재밌게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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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해
루이스 자네티 지음, 김진해 옮김 / 현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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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대학 미학과 교양과목 시각매체예술론입문을 들을 때 모강사께서 선택하신 책이다. 일단 괜찮은 책이다. 분량이 두꺼워보이긴 하는데 스틸사진이 반이라고만 해도 텍스트는 얼마 안 되는 셈이다. 사진이 많다는 것은 사실 영화에 대한 책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점이다. 헐리웃 영화에 길들여진 세대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나 '노스페라투' 스틸을 보며 표현주의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하면, 넓게 말해 영화에 대한 눈이 넓어질 수 있다고 하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특히 이 책처럼 큼직큼직한(물론 배판에 비해서지만) 사진이 많이 삽입된 책은 비교대상이 없다시피하다.

내용 역시 평이한 수준이며 책 뒤의 찾아보기를 통해서 해당 영화와 관련된 텍스트만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디까지나 영화사에 대한 책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시각매체예술적 특성을 파고 들어가는 책이라서 이는 더 유효하다.

한편 이런 장점이 바로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바로 배판에 비해 사진이 너무 커서 텍스트의 가독성이 떨어져 산만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부실한 편이며, 주 텍스트가 아닌 사진에 대한 설명의 경우에만 이상하게 번역의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인 구성이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자 단점이다.

결론적으로 입문서로는 상당히 적당하지만, 레퍼런스로서의 메리트는 없다. 레퍼런스를 원한다면 두꺼운 영화사를 다룬 쪽을 추천한다. 영화사의 경우 상당히 여러 종류 나와있으며 각자 장단이 있는지라 한 책만을 추천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러한 영화관련서적들의 번역이 한결같이 수준이하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세계에 수출하는 영화서적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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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boyBebop 2004-11-2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대 ch 선생님? ㅋㅋㅋ

faai 2004-11-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습니다 --;;
 
기형도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
기형도 지음 / 살림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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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단순히 기형도의 시에 끌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에게 이 책은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완성도도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짧은 여행의 기록'까지는 예의 흡인력을 보여주지만 그 뒤로 몇 소설을 제외한 서간문이나 기사, 서평의 모음은 일반 독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감흥이나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의 전집 쪽이 메리트를 가지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그럼에도, 작가의 향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너무나도 아니 지나칠 정도로 관념적인 그의 편지들 속에서 아스라이 향수를 느낀다. 나는 과연 이런 장문의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던가. 관념으로 가득차 있는, 나쁘게 말하면 혼자만의 중얼거림에 불과한 그의 서간들은, 그러나 그 진실성 때문에 적어도 나에게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짧은 여행의 기록'은 그만의 기행문이다. 광주에 경도할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한편으로 등 돌릴 수밖에 없었던 당시 세대의 한 단편상이다. 비겁함이 느껴지지만 이내 관념 속으로 묻혀버린다. 아니 그 자체로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형도답다. 그는 아도르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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