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소설 메피스토(Mephisto) 17
카렌 두베 지음, 박민수 옮김 / 책세상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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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맘에 들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샀다. 그리곤 몇 달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는 선배는 이 소설이 <목화밭 엽기전>보다 더 심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잔혹한 묘사나 외설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이 들어 있다. 이런 센세이셔널한 요소와 어느 정도의 작품성도 갖추고 있는 소설이, 사람들이나 평론가들로부터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비교적 생소한 유럽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레온이 늪지로 이사를 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주인공이란 남자가 꽤나 속물적이다. 속물적이긴 하지만, 또한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작가 카렌 두베의 심리 묘사가 매우 치밀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이른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은 나쁘게 말하면 속물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아내 마티나는 처음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보통 여자로 보이지만, 곧 가정에 대한 컴플렉스(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게다가 습관적으로(?) 몰래 음식을 마구 먹은 후에, 곧 토해버리는 데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여자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자매 이사도라와 카이, 그리고 마을의 상인 케르벨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간들이다.

이러한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늪지라는 배경 역시 음침함 그 자체다. 지금까지 늪지에 대해서 이 작품만큼 세세하게 묘사한 소설은 보지 못했다. 거기에 비가 내린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비는 계속 내린다. 그야말로 '비의 소설'이다. 이런 음습함 속에서 소설은 진행된다.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마침내는 스토리까지 후반부에서 결국 절정에 이른다. 이건... 읽어봐야만 안다. ^^;

음침하고, 끈적거리고, 엽기적인 소설이다. 역자의 말을 빌리면, 모든 인간적 가치를 비웃고 삶의 본질적 비속함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요즘 유행하는 '엽기' 소설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더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물론 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게 됐으면 좋겠다.

2001. 4. 5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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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퇘지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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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소개로 읽게 되었다. 과연 듣던대로, <비의 소설> 만큼이나 엽기적이었다. 처음만 말이다. 엽기가 엽기일 수 있는 것은 최소한만큼이나마 현실성이 전제될 때뿐이다. 후반부부터는 이 소설은 아예 SF가 되어버린다. 그것으로 작가는 책임을 피하려 한 건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이 소설은 단순히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소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프랑스 미디어들의 찬사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져서 재미가 그다지 없었다. 작가가 얘기하려는 사회의 부패라든지 인간의 추잡함(?)은 초중반부에 걸쳐서 이미 충분히 묘사되었고,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보름달을 보면 늑대인간이 되는 남자의 출현으로 소설은 그나마 남아있던 현실성을 잃어버리고,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 외에도 가끔씩 끼어들어 말하는 작가의 말들 - '내가 하게 될 이야기가 난잡해 지더라도 용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따위의 것들 - 도 조금 짜증이 난다. 물론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되긴 하지만,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그냥 덜 성숙된 처녀작이라는 이유로 덮어두기로 하자.

어쨌거나 이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초중반부의 긴장도 그렇고, 다분히 선정적인 묘사들도 그렇고, 무엇보다 '변신'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 기존의 소설들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분명히 끌릴 만한 요소가 될 것이다. 책 뒤 한 서평 중 '소재 자체에 외설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 다리외세크는 저속성이라는 암초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서평이 있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분명 이 소설이 매우 묘사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세세하지는 않다. 오히려 조금 추상적이거나 너무 간단히 지나쳐 버려서 그 뜻이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역자의 책임으로 묻고 싶다.

전체적으로, 꼭 읽어야만 하는 책 정도로 추천할 수는 없다.(사람에 따라선 이런 책을 매우 혐오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엽기'라는 코드를 '저속'과 혼동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이 쌓인 사람이라면, 뭔가 새로운 것에 갈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얼마든지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2001. 4. 8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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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IC 답이 보인다 - 21세기형
김대균 지음 / 김영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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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놀라운 책이다. 대입 수험생들을 위한 수많은 교제들이 있다. 그러나 수능을 100일 남겨두고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때쯤이면 온갖 총정리 노트들과 모의고사 문제집들이 난무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런 총정리 노트다. 그것도 정말 완벽한 실전 중심적인 책이다.

고3 때 수학 선생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수능에서) 어렵게 푼다고 점수 더 주는 거 아니다.' 그렇다. 객관식이니까. 요는 점수를 위해서라면 실력뿐만이 아니라 테크닉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테크닉이라고 해서 전부 얍삽이나 답을 대입해서 풀기 같은 것이 아니다. 시간 안배와 좀더 높은 확률로 답을 찍는 것도 다 테크닉이다. 점수를 위해서라면 필수적인 것이 테크닉이다.

그런 테크닉, 실전을 위한 테크닉이 이 책에 있다. 저자의 통계적 문제 접근법에 정말 감탄할 뿐이다. 그렇다고 테크닉만 있다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테크닉은 테크닉일 뿐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테크닉만으로 고득점을 받을 순 없다. 실력을 높이려 한다면 고등학생들이 기초를 정석과 성문으로 다지듯이 다른 책을 먼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 뒤에 적혀 있는 '실력은 있는데 요령이 없어 답이 안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이 책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책이다

2001. 2.12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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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종합영어
송성문 지음 / 성문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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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과 정석의 이름을 모르는 인문계 고등학생이 있을까? 아마 80%는 그 이름을 알고 있을 테고, 그 중 80%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치를 떨지 않을까? ^^

성문종합영어는 실력정석과 기본정석과의 차이와는 달리, 성문기본영어와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마디로 그 내용이 정말 빵빵하다. 직장인들조차도 영어 공부를 어떻게 좀 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성문종합영어다(물론 그것이 그다지 효과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분량도 많고, 수준도 높다는 뜻이다. 영어에 도통(?)하지 않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내던질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수능 세대이기 때문에 이 성문종합영어 한 권을 마스터할 시간이 없었다. 수능 점수를 잘 맞기 위해서, 테크닉 위주의 두껍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문제집들을 풀어야만 했다(학교 방침도 그랬다. 성문 가르치는 학교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수능은 성문의 방대함에 비하면 영어의 아주 작은 부분밖에는 다루지 못한다. 앞으로의 입시에서 수능의 비율이 줄어든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성문의 르네상스가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물론 영어가 입시에서 끝날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그런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른바 세계화 시대라는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를 잘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영어를 잘함이 시험을 통해서만 평가받는다면, 물론 점수를 위한 테크닉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왕도가 없다는 영어의 길에서 한 가지 정도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문종합영어를, 최소한의 기본으로 추천한다.

2001. 1. 3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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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센스 영한사전 (8판) - 전면개정판
민중서림 편집국 엮음 / 민중서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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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영한사전이 있다. 사전을 사서 영어 공부를 하기도 전에, 어느 사전이 좋은가 하는 문제에 막혀버리는 건 아닌지. 어떤 사전이 가장 좋은지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건대 엣센스 영한사전이 아닐까 한다.

93년 처음으로 사전이라는 것을 받았다. 그것이 엣센스 영한사전 5판이었다. 그 후로 영어 공부를 하며 엣센스 외에도 여러 사전을 썼다. 프라임, 엘리트, 뉴에이스, 롱맨, 혼비.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영한사전에 대해서만 언급하므로 롱맨, 혼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

엣센스 영한사전은 어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것은 뉴에이스나 프라임만 써봐도 당장 알게 된다.(단, 엣센스 영영이나 영영한의 경우에는 부족하지만 어원에 대한 설명이 꽤 실려있다.) 그렇다고 뉴에이스나 프라임이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뉴에이스의 경우 엣센스와 같은 단어의 빈도에 따른 분류도 없고, 활자도 읽기 힘들다. 프라임은 어원의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가 많고, 엣센스보다 훨씬 동의어나 반의어를 찾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엣센스 영한사전의 경우, 그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다. 사실 어원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느 정도 언급이 되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사전으로 어원에 대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는 없다. 즉, 어원에 대해서라면 사전 외에 다른 교재가 필요한 것이다. 엣센스는 어원에 대한 설명은 빈약해도, 가독성이 매우 좋고, 분류체제도 우수하다. 특히 동의어의 사용예에 있어서 타 사전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example)에 있어서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문장들이 하나같이 필수적인 요소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엣센스는 Essence인 것이다. 정말로 필수불가결한(essential) 요소들은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과거에 걸쳐 지금과 같은 사전의 전국시대에서까지도 엣센스 영한사전을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00.12.9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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