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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Games Move Us: Emotion by Design (Hardcover)
Katherine Isbister / Mit Pr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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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Playful Thinking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그래봤자 겨우 5권. 150쪽 정도 분량으로 게임 관련 고급 주제를 다루는 시리즈로 2013년부터 나왔다. 1권이 무려 예스퍼 율이 쓴 작품이고 제목도 화려한 [실패의 미학]이었는데, 음… 역시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예스퍼 율은 책이 무려 2권이나 국내 번역된 그나마 최신 동향을 이끄는 게임학 분야의 거장인데, 이런 사람 책마저 국내에서는 안 팔린다. 하물며 이 시리즈는 문고본이니 국내에 번역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성 있는 내용을 다룬다(게다가 표지도 <저니>다!). 2010년대 정도인가 소위 ‘감성 디자인’이 뭔가 뜨거운 키워드였는데, 이를 게임에 응용했달까. 제목 그대로, 유저의 감정, 마음, 정서를 움직이는 게임 디자인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책이다. 아, 여기서 ‘학술적’이란 말만 없으면 뭔가 잘 팔릴 책 같기도 한데, 참 국내 출판사들도 냉정하단 말이지. 약간 더 구체적으로 책 소개를 내 맘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게임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게임 장르와 게임이 다루는 감정의 영역도 무척 넓다. 게임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이 책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감정 경험을 선사하는 참신한 디자인 기법을 살펴본다. 저자는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되고 무감정하고 반사회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게임은 실제로 공감 능력과 긍정적 감정 경험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저자는 게임이 정서와 사회적 관계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선택과 몰입을 강조한다. 이 두 개념은 게임을 다른 매체와 구분 짓고, 게임 개발자는 아바타, NPC, 커스터마이제이션을 통해 이 개념을 구현한다. 신체 움직임으로 감정 경험을 향상하는 기법과 장거리 네트워크 플레이도 다룬다. <리틀 빅 플래닛>에서 인디 게임 <저니>, 아트 게임 <트레인>까지 다양한 사례를 살펴본다.

이 책은 게임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 문학 등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혁신적이고 강력한 매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책 한 권의 내용이 굉장히 독보적이라든가 국내 기획자들에게 당장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책이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도움이 되는, 음, 그러니까 팔릴 만한 책만 내는 것도, 출판사의 도리는 아니다. 길게 가는 책이 있고, 시대를 선도하는 책을 낼 사회적 의무도 출판사에는 있는 거다. 그것이 레거시 산업임에도 지식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출판이 취할 하나의 길이라고 본다. 네, 이상 이런 책이 번역되지 않는 데 대한 일개 독자의 징징거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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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7 : 호러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7
김봉석.김종일 지음 / 북바이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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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소설 팬으로서 휙휙 재미있게 읽었다. 웹소설 작가가 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Y 모 편집자 덕분에 시리즈 전질을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재미있는 시리즈다. 문고본이 팔리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는 더더욱. 옛날옛날 ‘책세상문고’에서도 SF 같은 주제는 사서 읽어봤는데, 그때와 비슷한 독서 경험이었다. 즉, 활자화된 레퍼런스로서의 의미가 컸다.

사실 호러 소설 가이드(?) 하면 이미 북스피어에서도 문고본으로 [공포 문학의 매혹]을 낸 적이 있다. 나야 러브크래프트의 광팬이니까 나오자마자 읽어봤고, 읽는 내내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그어야 했다. 아니 이런 작품이? 아니 이런 작가가? 막 이러면서 읽을 목록에 추가할 책이 계속 길어졌으니까. 번역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많아서, 뭔가 가슴이 뛰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전자책이나 인디 출판 형태로 고전 고딕소설이나 공포 소설이 국내에도 간간이 소개된 적이 있다. 이 분야는 아직도 번역할(될) 고전이, 낼(나올) 고전이 이렇게나 많다. 고전(일단은 시대적인 기준이다)만 봐도 이 정도인데, 토머스 리고티, 조지프 풀버, 클라인 등 동시대로 오면 더 많다. 내 아마존 위시리스트는 HPL의 영향(가령 상중하)에 따라 세분화된 호러 소설들로 가득하다.

이 책으로 돌아오면,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라는 시리즈를 달고 있는 만큼 위에서 언급한 문고본들과는 차별점이 있다. 말하자면 최신 트렌드가 담겨 있다. 즉, 레퍼런스의 범위가 책으로 한정되지 않고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SF, 신화 등으로 확장된다.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작가)들에게는 이러한 접근이 온전히 효과적일 것이다. 여기에 요즘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는 PC 통신(!) 사례도 등장한다는 점은 재미있지만, 한편 비디오게임의 예시는 없다는 점(최근의 서바이벌 호러 붐을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된다!)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굳이 나눈다면, 여전히 ‘구세대’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 같고, 이 시리즈가 오늘날의 하위 장르를 다루는 게 목적이라면 이는 분명히 아쉬운 한계다.

또 한 가지 응당 언급되어야 할 텐데 빠져 있는 건 프렌치 익스트림 계열의 몇몇(정확히는 4편 정도) 영화다. 여기서 나아가면 고어(스플래터) 영화와 고문 포르노 쪽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이쪽 계열도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너무 마니아스러운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고어는 현대 호러의 한 축을 차지하며(했으며) 작가라면 이에 대한 고민도 피할 수 없다. 공저자인 김종일의 글에서 얄팍함이 느껴지는 것은 특히 그런 이유에서다.

적어도 나름 성실한 호러광인 나는 언급하는 대부분의 작품을 최소한 들어보기라도 해서 아주 흥미롭게 술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날 하위 장르 문화에서 러브크래프트나 크툴루 신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다소 과소평가된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대신 독일 표현주의 영화(37쪽)라든가 [스카이 하이](55쪽), 특히 [어느 날 갑자기](63쪽) 같은,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를 만한 작품들이 언급되는 곳에서는 거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 역시 옛날(...) 사람으로서 PC 통신 시절부터 ‘어느 날 갑자기’의 팬이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때는 전질을 사서 모아놓기도 했다. 물론 레퍼런스로서의 가치는 내가 모르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고, 그런 면에서도 약간의 소득은 있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레퍼런스가 아니라 가이드를 지향하고, 따라서 한국 문단의 상황이나 작품 성향, 그리고 한국 작가의 글이 함께 붙어 있다. 나는 물론 문화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지만, 솔직히 이 책이 작가 지망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쪼끔 의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하위 장르에 비해 특히 척박한 국내 호러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책을 세상에 냈다는 데 박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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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보에티우스 지음, 정의채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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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기 480년 경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보에티우스는 명망 있는 학자였으나 동로마와 서로마의 분열 속에서 정쟁에 연루되어 반역 혐의로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는 몸이 된다. [철학의 위안]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보에티우스의 마지막 저서이자 고전 중의 고전이다. 교과서적인 소개.

판본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필로소픽 판은 전공자가 라틴어 원전을 충실히 번역했고, 가장 오래된 건 성바오로출판사(바오로딸) 판본이며(1964년 초판), 박병덕이 중역한 육문사 양장본도 있다(1990년 초판). 성바오로출판사 판본도 정의채 신부가 라틴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육문사 판에 비해 각주 수가 적고 각 절 서두에 직접 쓴 짧은 해제도 붙어 있지만 내용 이해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특히 시 번역에 달린 각주). 2판은 1991년, 3판은 (아마도) 2007년에 나왔다.

육문사 판은 영어 중역임에도(혹은 중역이라서) 번역이 매끄럽게 읽히는 편이다. 전공자를 배려한 듯 영어 및 한자 병기를 수시로 사용해 철학 용어의 풀이에도 공을 들였다. 또한 각주를 통해 용어는 물론,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비롯해 거의 모든 고유명사에 관해 해설을 제공한다. 단, 원어 병기와 각주가 너무 길어 독서의 흐름과 가독성이 저해되는 문제점이 있다.

솔직히 나는 성바오로출판사의 올드한 판형과 문장이 왠지 마음에 든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직접 산 3판 2쇄다. 서른 살 때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접어가며 읽었다. 마음이 동해서라기보다는, 논지를 따라가기 위해서였지만. 보에티우스는 책 초반에는 철학의 여신의 입을 빌어 자신의 억울함과 고통의 의미를 자문하고 문답이나 운문의 형태를 통해 좌절, 행복, 인생의 의미에 관해 성찰한다. 딱딱하거나 현학적이지 않으며, 여러 시에서는 문학적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각주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런데 3권부터는 이런 ‘위안’을 주는 이야기가 끝나고 논증이 두드러진다. 만만하게 읽을 수가 없다. 가령 당시 3권(특히 83~128쪽) 논리 전개를 적어놓은 게 있는데 이런 식이다(정확하다는 보장은 없다).

A 완전한 선 = 참된 행복
B 불완전한 행복이 존재한다
C 완전한 행복이 존재한다 by B
D 신 = 최고의 선
E 참된 행복 = 신 by A & D

F 합일 = 선
G 만물은 합일 상태를 추구한다
H 만물은 선을 추구한다 by F & G

I 신은 만물을 다스린다
J 신은 선에 의해 만물을 다스린다 by D
K 만물은 신에게 복종한다 by H & J

이 논증과 관련해서 교과서적인 얘기를 다시 하자면, 이 저서의 근간에는 보에티우스의 종교철학, 즉 유일신 철학이 흐르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아우구스티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역사적 가치를 띠는 동시에, 스콜라철학을 비롯해 중세철학의 뿌리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주지하다시피 중세철학은 곧 기독교 교리를 가다듬는 과정이었다).

적어둔 것 중에는 단테가 모방했다는 “모든 역경에 있어서 불행 중 가장 불행인 것은 자기가 과거에는 행복했었다는 바로 그 점이기 때문입니다.”(54쪽) 같은 명문도 있다. 사실 이건 육문사 판이 문장이 더 좋다. “운명이 가져다주는 모든 불행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은 예전에는 행복했었다는 것입니다.”(육문사, 초판, 61쪽) 그냥 책의 역사적 의의나 철학이니 신이니 다 접어두고 이 한 문장만 떼어놓고 봐도 너무나 그럴싸한 말이 아닌가.

보르헤스를 사랑하는 나는 5권에 나오는 무한과 영원의 구분이 왠지 낯이 익었다. 보르헤스의 작품 어딘가에서 이러한 구분을 분명히 본 적이 있다(정확히 어떤 작품이었는지 기억나지가 않아 괴롭다). 각주를 보면 원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천계론De Caelo]에 나오는 얘기라고 한다(De Coelo로 오기, 206쪽).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듯.

시대를 떠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너무나 많다. 한 권 한 권 제대로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더욱 막막하다. 행간의 의미를 다 이해하는 건 무리고, 이렇게 고전 속에서도 뭔가 이상하게 나와 맞는 코드를 골라 읽기라도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사실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은 결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OUP에서 나온 루크레티우스의 [On the Nature of the Universe]는 아무 망설임 없이 원서를 구매했다.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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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eath, and Meaning: Key Philosophical Readings on the Big Questions (Hardcover, 3)
David Benatar / Rowman & Littlefield Pub Inc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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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16년에 이런 책의 3판이 나온 게 신기해서, 옛날에 정리한 글을 찾아봤다. 5년 전, 나는 이 책의 2판(2010)을 (다는 아니지만) 읽었다. 당시 나는 나름 열심히 인생의 의미를 다루는 온갖 영미권 책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대륙철학이 아니라 분석철학의 스펙트럼 아래에서.

이 책은 정가에서 볼 수 있듯 일반인 대상의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저하게 아카데믹한 논문집도 아니다. 물론 편저로서 후자에 가깝긴 한데 그나마 인생의 의미를 다루는 논문이나 책 중 약간은 접근성이 있는, 즉 흥미로운 글들을 화두별로 발췌해서 엮은 학술서다. 화두는 책의 부(part)를 이루며 인생의 의미, 출생, 죽음, 자살, 불멸,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이렇게 총 여섯 개다. ‘인생의 의미’라는 뜬구름 잡는 듯한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본 적이 없다 해도, 어디선가 들어보거나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은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각 부마다 3~7개의 글이 실려 있다.

3판에서 달라진 점은 1부에 수전 울프의 글이 추가된 것밖에 없다. 수전 울프의 [Meaning in Life and Why It Matters](2010)는 분명히 학계에서 관심을 끌 만한 책이었는데 이 책 2판보다 나중에 나와서 편자가 놓친 게 아닌가 싶다. 수전 울프의 책은 (놀랍게도) [삶이란 무엇인가](2014)라는 제목으로 엘도라도가 시리즈화해서 국내에 냈다(해당 시리즈에 대해서는 로쟈가 잘 정리한 글이 있다. http://blog.aladin.co.kr/mramor/7396991 참고).

수전 울프 외에도 1부는 리처드 테일러, 토머스 네이글, 로버트 노직 등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한 (그러나 주저가 ‘제대로’ 번역 출간된 적은 없는) 철학자들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테일러의 글은 ‘뉴질랜드 동굴에 사는 반딧불이’ 비유로 유명(?)하고, 나름 그나마 가장 읽어볼 만한 글이다. 노직의 글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지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11년째 OECD 자살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헬조선에 살고 있으니 자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헬조선 이전 세대라면 [시지프 신화]의 첫 (세) 문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테고.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유죽음]이나 뒤르켐의 [자살론] 같은 책이 인기를 끌 만큼 한국에서는 자살이 큰 관심사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의 4부에는 흄, 칸트, 베나타(이 책의 편자)의 글 세 개밖에 실려 있지 않다.

1부, 4부, 그리고 6부의 쇼펜하우어를 제외하면 나머지 저자들은 국내에 번역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건 데릭 파핏(2부)이나 오페라로 유명한 {마크로풀로스 사건}(5부) 정도일 것이다.

3판이건 4판이건 몇 판이 나오건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을 일은 없겠지만, 한때 내 인생에서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주제를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는 사실 정도는 기록할 만하지 않나 싶었다. 당시 이런 책을 읽으며 나만의 ‘언젠가 한 번은 정독하고 싶은 철학책’ 목록이 생겨났는데, 이 역시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 목록의 1번은 이 책에도 발췌된 노직의 주저 [Philosophical Explanations]다. 내가 죽기 전에 번역되어 나온다면 꼭 한 번 정독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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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재탄생 - 시대와 불화한 24권의 책
장동석 지음 / 북바이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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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책을 많이 읽는 편집자 영스에게 받은 책. 아마도 생일 선물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책들을 사서 보냈더니 답례로 보내준 책 중 하나다. 문학만 읽는 내 독서 취향을 넓혀주려는 고마운 배려...는 아닐 테고 처치 곤란한 책들을 처분한 것에 가깝겠지.

기획회의에 연재했던 내용이라고 하며, 금서로 선정된 적이 있는(단 한 국가에서만이라도) 책만 엮었다는 점을 빼면 여느 서평집보다 특별한 점은 없다. 문장도 평이한 수준. 특히 4부에서는 성을 상품화하는 대중매체를 '반복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책이 내 책장에 왜 있지... 하며 일단 서문을 읽고 목차를 보니 흥미가 이는 곳이 있어 거기부터 읽었다. 그렇다, 바로 4부(4장) '성적 금기를 넘어서다'라는 제목 아래 많이 들어본 책 일곱 권이 있었고, 그중 제임스 조이스가 있었다(물론 [소돔 120일]이 목차에 있었다면 그 꼭지를 먼저 읽었겠지만).

대학 시절, 20대가 지나기 전에 꼭 읽어야, 아니 도전해야 할 책 중에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이스([율리시스]), 보르헤스([픽션들] 혹은 전집)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중 코드가 맞는 보르헤스 전집만 다 읽고 20대가 지났다(그리고 아마 30대도). 돌이켜보면, 변명이 아니라, 저 지적 허세 쩌는 목록이 잘못된 거다. '20대가 지나기 전에'를 '죽기 전에'로 고쳐야 한다. 정말로.

4부는 성적 금기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른 꼭지들도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책 전체로 보면 딱히 매력적인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과문하게도 [율리시스]의 새 번역이 나왔다는 소식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니 수확은 있었던 셈이다. 아, 그러나 또한 김종건 교수가 40년 이상 조이스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니,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읽을 필요는 또 없겠다(죽기 전에...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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