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의 감독판(!)이다. [엑소시스트 5: 오리지널 프리퀄] 혹은 [도미니언: 엑소시스트 전사]라고 불린다. 비기닝에 비하면 도미니언은 확실히...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종교영화다. 개인적으로 그게 나쁘지는 않았다. 비기닝은 영화로서도 공포영화로서도 낙제였지만, 도미니언은 그나마 영화로서는 낙제를 면했달까. 아래는 당시 비기닝을 보고 썼던 글이다. 10년 전 글이지만, 내용이 없는 건 지금이나 당시나 별 차이가 없어 용감하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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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은 상당히 안 좋은데, 그게 이해가 안 된다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약간 감명깊게 감상했다. 마치 사람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를 시시하다고 할 때, 본인은 아나킨의 사랑 이야기에 나름대로 큰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_=)
분명 공포 영화로서의 가치를 따지자면, [엑소시스트 1]에 훨씬 못 미치는게 사실이다. 그보다는 마치 팬들만을 위한
프리퀄로서, 메린 신부의 과거사를 조명하며, 그의 신부이기 이전에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이 과정조차도
상투적인 종교적 도그마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감독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탈피함으로써 최악의 스테레오타입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가 공포 영화(넓은 의미의 쟝르적 의미에서)로서의 공포성과 제대로 맞물리지 못했다는 점은, 역시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큰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나, 아무래도 후반부에서 크게 한 방 터뜨려주길 기대하게 되는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그마저 별
볼 일 없었다는게 정말 아쉽다.
본인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건, 아무래도 메린 신부 배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명연기 때문이다. 그가 신앙을 되찾게 되는 과정이 좀더 극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지만, 그가 신의 이름을 다시 입술에 올리고 악마와 맞서게 되는 장면들로부터 나는 그의 카리스마에 완전 매료당했다. 악마와의
싸움은 다소 김빠진듯한 싸움이긴 했지만, 그게 신앙의 힘으로부터 가능할 수 있었던 거라고 나는 내 맘대로(-_-) 해석해버렸다.
신앙, 혹은 신앙이든 뭐든간에 어떠한 믿음, 이라는 것은 그 깊이에 비례해서 저토록 크나큰 힘을 발휘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해버리게 만드는, 살짝 감동어린 부분이었다.(05-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