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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 정답은 없다 - 출판편집자를 위한 철학에세이 ㅣ 출판기획 시리즈 3
변정수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9월
평점 :
요 몇 년간 편집을 다룬 책이 그나마 여럿 나왔다. 단, 그 대부분은 '이거는 절대 하지 마라, 저건 꼭 해라'식으로, 그 깊이가 얄팍했다. 내용이 얄팍하다는 말이 아니라 편집자로서 가지기 마련인 고민에 관해 성찰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일종의 편집자용 자기계발서(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였달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편집자라는 개인의 '에디터십'에 초점을 둔 에세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의 메시지는 이런 거다. "세심함과 꼼꼼함에 죽고 사는 편집자들이여, 교정을 잘 본다고 좋은 편집자가 되는 게 아니라네. 그럴 시간에 자신의 판단능력, 가공능력, 조정능력을 키우게나. 그게 죄 뭐냐고? 내 말해줌세. 먼저 판단능력이란..." 이하 생략.
그렇다. 저자가 말하는 에디터십의 핵심은 바로 위 세 가지 능력인데, 그중에서도 또 핵심은 마지막 '조정능력'이다. 책 말미에 와서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라능!" 이러는 셈. 저자는 이 조정능력이라는 모호하기도 하고 다소 태생적(저자 본인도 인정한다)이기도 한 개념을 편집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제시한다.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가지고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긴 하다. 다만, 아쉽게도 저자가 말하는 능력들은 매우 주관적, 개인적으로 보이고, 실무와의 직접적인 관련성도 찾기 어렵다. 물론 에세이니까 실용서와는 다르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뭐, 에디터십에 관해 화두를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있으니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책은 편집자의 업무 중 '기획'을 다루지 않는다(아주 짧게 언급하고 그만이다). 에디터십에 치중했다고는 해도, '원고 교열'에 관한 실태는 중점적으로 비판하면서도 기획 업무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다니. 편집자에게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려한다면, 기획에 관한 저자의 철학도 소개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덧:
재미있는 우연 한 가지.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장황하고 명령조로 가득 찬 책이 나온 지 한 달 뒤, [편집에 정답은 없다]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의도했다고 해도 한 달 만에 책을 낼 수는 없고), 마치 '편집자는 이래야 해!'라는 말에 반항하려고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은가.
덧2:
이 책보다 약간 앞서 [유혹하는 에디터]가 나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유혹하는 에디터]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조금 한숨이 나온다. 일단 문장이 너무 긴 데다가, 괄호와 쉼표와 작은따옴표가 난무하는 까닭이다. 일례로 143쪽을 보면 한 문장이 9줄을 차지한다. 솔직히 이건 좀 심했다.
덧3(2010-10-2):
끝까지 읽지 못한 상태에서 쓴 글인데, 어제 책을 다 읽고 나서 약간 수정함. 큰 차이는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