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인가 서플먼트 딕테이션+싱크+번역 일이 들어와서 영화를 보긴 봤는데, 그다지 별로였고 시간도 없어서 "ㄴㄴㅈㅅ 다음에..." 했던 DVD다. 일 때문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가도 안 볼 영화였달까. 그렇다고 영화가 후졌다는 말은 아니고-_- 오히려 잘 만든 축에 속하는 영화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좀, 너무 '정석'으로 가서 끌리지 않는 영화였다. 그러나 엔딩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는... 흐흐. 엔딩을 비롯해 볼리우드를 흉내낸 감성 덕분에 따뜻하다면 따뜻한 영화지만, 동시에 잔혹한 영화이기도 하다. 허우 샤오시엔이나 리 양과 같은 2000년대 중국 감독들 영화를, 동시대 우리나라 관객이 볼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하물며 인도 하면 [꿈꾸는 카메라]가 생각나지 않는가(나만 그럴지도-_-). 어떻게 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는 사실도 왠지 수긍이 간다. 미국인들이야 이런 영화를 보며 실제 비슷한 과거를 겪어온 우리만큼 불편해할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동양에서도 특히 이국적인 인도를 무대로 한 (짝퉁 볼리우드) 영화니 말이다.
러브크래프트의 팬으로서 전편을 나름 흥미롭게 감상한 탓인지,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드문 건 사실이지만, 이건 좀 심했다. 엘프를 등장시켜 판타지와 현실을 접목시킨 세계관에서부터 거부감이 드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영화의 배경인 뉴욕에는 이미 현실 세계에 도무지 존재할 법하지 않은 '초자연적인' 괴물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창조의 나무니, 인간이 엘프의 생존을 위협한다느니 하는 판타지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왠지 [반지의 제왕]의 성공적인 영화화로 촉발된 '판타지 붐'과 무관한 것 같지 않아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골든 아미', 즉 황금 군대는 또 어떤가. 90분을 기다린 끝에 등장한 그들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미라 3]의 '병마용' 군대와 비슷한 설정이라는 점은 차치하자. 중요한 건 그들에게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압도적으로 강력한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_- 차라리 중반에 등장하는 숲(?)의 정령은 처절(!)하기라도 하지. 외양은 물론 처지 또한 왠지 [원령공주]의 사슴신과 닮아있지 않은가.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삼은 액션물이다. 초반부 전개는 굉장히 몰입감이 느껴지나, 중후반은 편집이 개판이고 후반에 이르면 스토리가 안드로메다로 관광을 떠나는 지경에 이른다. 가령 급습해온 24명의 용병들을 반대로 몰살시키는 시퀀스에서 주인공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고, 오히려 조명(후광 효과)이나 편집(슬로우 모션)은 주인공을 미화시키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만약 이것이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이라면 한마디로 원작부터가 병맛이었다는 결론만이 남는다. 그 용병들이 에티오피아에서 저지른 악행이 언급되긴 하지만 관객이 감정이입하기엔 너무나 추상적으로 전해질 뿐이다. 존슨 대령의 말마따나 말이다. 또한 영화가 전반적으로 현실적인 액션에 기반했음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시퀀스였다. 그리고 그야말로 정말로 실망스러운 엔딩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건 그냥 뭐, 직접 보면 알 거다. 인물들, 특히 주인공의 심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기에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낮아졌다고나 할까. 아쉬움이 좀 남는 영화였다. 덧: 영화 보는 내내 남자 주인공역 배우를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그게 어디서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맥스 페인] 주인공이었다; 너무 재미없게 봐서 기억에서 봉인이라도 했던 걸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