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잇] 포켓누룽지 - 김치볶음밥 10봉(1box) [심플잇]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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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맥주 안주로 좋긴 하지만 나는 맥주를 잘 안마시고 너무 찝찌름하다. 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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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니….?

다락방 2023-08-13 22:35   좋아요 1 | URL
나 이제 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1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룽지가 왜 짜지?
누룽지는 누룽지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ㅋㅋ

다락방 2023-08-13 22:35   좋아요 1 | URL
김치볶음밥을 눌려가지고 짜요 ㅋㅋㅋ 이거 눌은밥으로는 못해먹을 누룽지, 술안주 누룽지 입니다. ㅋㅋㅋㅋㅋ
 
[심플잇] 한입에쏙 검은콩오곡크런치 - 오곡크런치 [심플잇] 2

평점 :
품절


여태 알라딘 간식들 중 가장 맛있고 만족도 크다. 다만, 봉지의 절반도 안되는 양 때문에 별 하나 뺀다. 진짜 맛있어서 너무 순식간에 다 먹어버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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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먹고싶다요. 그런데 왜 내가 먹고싶은건 품절이지?

다락방 2023-08-13 22:36   좋아요 1 | URL
이거 봉지 텅텅 비었어요. 아 정신없이 먹었네요. 강추입니다, 바람돌이 님!! ㅋㅋㅋㅋㅋ
 

정오에 식탁에서 에드워드는 여러 차례 연달아 빈정대며 묻는다. 그렇게 살짝 이 빠진 접시가 그의 앞에놓일 필요가 있는지. 세 번째 같은 질문에 에밀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접시를 잡아채서는 정원의 돌 위로 냅다 던져 산산조각이 나게 한다. 물질이든 영혼이든 한 치의 결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아버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또 한 번은 외양간 앞. 에드워드가 땀에 흠뻑 젖어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말을 피가 나도록 채찍으로 내리친다. 그 가혹한 형리를 향해 에밀리는 머리가 산발이 되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고, 깜짝 놀란 아버지는 채찍을 떨어뜨리고 물러선다. 성녀들의 분노는 악마의 분노보다 더 끔찍하다. - P27

"진리가 나의 고장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너무도 자주 회한의 고장에 산다." 에밀리는 이렇게 말하며, 비니가 겪는 고질적인 두통을 암시한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도 잘 보듬는 여동생이건만, 화염처럼 타오르던 장미꽃들 사이에서 도둑맞은 입맞춤에 대한 기억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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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에 대하여 쓴 잠자냥 님의 글을 읽고 나도 살짝 말을 보태보기로 한다.


내 경우엔 얼마전 필립 로스에 대한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에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필립 로스의 글에 감탄하는 쪽이다. 필립 로스가 좋으냐 고 물어보면 확신을 가지고 네! 라고 할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뛰어난 작품 《휴먼 스테인》을 읽고 감탄과 동시에 원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전이나 후에 읽었던 그의 작품들, 《울분》, 《에브리맨》, 《죽어가는 짐승》, 《포트노이의 불평》을 읽을 때만 해도 필립 로스에 대한 별 감정이 없었으나, 휴먼 스테인은 달랐다. 그 작품은 굉장히 뛰어나고 인간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모순적인지 궤뚫고 있는데, 동시에 작품을 통해 그가 얼마나 페미니스트를 우습게 보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에서 이렇게 뛰어난 문장들로, 이렇게나 글을 잘 쓰면서, 그러면서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그려놓다니. 그가 그 책에서 그려놓은 페미니스트는 이 세상이 페미니스트에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전형적인 바로 그 인물이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기 많은 남자 교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절망하는 여자. 그 작품을 읽을 때 나의 내적 갈등이 폭발했더랬다. 너무 잘 썼는데 그런데 왜 페미니스트를 … 그때만 해도 나는 그를 싫어한다, 그의 작품을 안읽는다 쪽으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왜때문에, 《네메시스》를 읽었는가!!


물론 사람마다 글을 읽는 기준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네메시스에 대해 좋게 평하지 않을 수 있다. 인상적이지 않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안다. 나도 그 작품이 '내가' 읽었기 때문에 엄청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네메시스는, 나를 들켜버린 책이었다. 책에서 그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성별은 남자였지만, 책 전체에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넘쳐나지만, 그런데 그 남성이 나였다. 나는 그 남성이 남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보편적 인간, 그러니까 '강한 신념을 가진' 보편적 인간으로 읽힌 거다. 즉, 나로 읽혔다는 거다. 아주 강한 신념을 가진, 그리고 신념대로 살려고 하는 바로 나.


필립 로스에게 감탄한 건, 그런데 그 '신념대로 살려고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선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약자의 편에 서려고 하는' 이 흠잡을 데 없는 꼿꼿한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신념은, 그러니까 그것이 좋고 긍정적이고 선이라 해도 결코 선한 결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인간사를 그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옳은 신념 지키다가 똥되어버렸달까.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그걸 다 읽은 후에 내가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어쩌면 타협이 옳은 것이 아닌가


이런 고민을 숱하게 하게 된것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은 책이라고 믿는다. 책장을 덮고 나서 잊혀지는 그런 책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 쉬바 인생 뭐야, 인간 뭐야, 사는거 왜 이래, 어떻게 살아야 돼 막 이런 후폭풍을 가져오는 책이 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네메시스는 내게 정말 너무 좋은 책이었고, 그래서 필립 로스를 미워할 수가 없다. 야속하긴 하지만. 아니, 친페미니스트 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타인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가. 나 자신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내가 내 마음대로 됐으면 나는 슈퍼모델 … (먼 산)


















나 역시 어떤 책을 잘 읽고 좋아했다고 해서 그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작가는 여럿인데, 그렇다고 그들과 만나고 싶다거나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싶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다만, 계속 써주었으면 하는 작가가 또 있지. 그게 누구냐면, 바로바로, 



리 차일드!!


나는 잭 리처가 너무 좋다. 잭 리처가 소설적 재미가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잭 리처가 불의를 보면 이를 악물도 뛰어드는 사람이라서 좋고, 어린아이 괴롭히는 사람에겐 바로 응징하는 사람이어서도 좋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데, 그 힘을 약자를 괴롭히는데 쓰는 게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사람이라서 좋다. 잭 리처는 소설 속에서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별로 없는데, 그러니까 그가 역마살이 있어가지고 (응?) 책마다 다른 지역을 가고, 그렇게 가끔 섹스도 하지만, 아니 다 큰 어른이 뭐 이 사람하고 섹스할 수도 있고 저 사람하고 섹스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내가 잭 리처가 왜 좋냐면, 책을 읽다가 '으, 이 여자랑도 섹스하면 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너 좀 싫어질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 놀랍게도 그 여성과는 섹스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잭 리처의 윤리 감각이면서 동시에 리 차일드의 윤리 감각 이라고 생각한다. 그 감각을 가진 작가라면, 책을 더 써도 된다고, 계속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고 싶은 작가는 한나 아렌트 이다.

오래전부터 한나 아렌트가 말한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라는 구절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내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내가 삶을 살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게 있었으니, 멍청하고 게으른 건 악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생각하지 않고 멍청한 것, 그리고 게으른 건,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멍청한 건 악이다, 무지는 죄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한나 아렌트의 구절이 훅 온거다. 아,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게 그것이겠구나!! 물론 한나 아렌트를 그 자체로 존경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스승을 능가해버린, 청출어람의 본보기인 한나 아렌트라는 존재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지 않았어도 이미 많은 여성들에게 롤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스스로 잘난 점이. 스스로 똑똑하고 스스로 잘나고 스스로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것만으로 한나 아렌트를 좋아했는데,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라는 말을 하다니! 내가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으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그러니까,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다보면 결국 내가 가진 생각들과 놀랍도록 일치하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가 하는 말을 내가 모르는 바가 없지 않을까 싶어진 거다. 물론 어려운 단어, 어려운 문장은 어렵겠지만, 한나 아렌트의 주장들을 내가 이해하는 순간 나는 한나 아렌트와 결합(?) 하지 않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를 이번 생에서 파보고 싶다.


















그럼 이제 퇴근 준비 해야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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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그 남성이 나였다에서 그만 지난번 말씀하신 가슴 달린 아재 다락방 이미미가 떠올라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재 다락방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8-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말 보탠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살짝 보탤라고 로스 얘기만 하려다가 리 차일드 튀어나오고 한나 아렌트 튀어나오고. 난리났네 난리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08-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립 로스 좋아하는데요^^ 필립 로스는 전부인에 대한 악감정이 소설 속 여성을 보는 시선에 종종 투영되곤 하는거 같습니다(제 추측)그래서 필립 로스 글은 불쾌한 면도 있지만...저는 로스옹이 막 화를 내면서 시원하게 싸지르는 글 스타일이 좋아서ㅋㅋㅋ계속 읽게된거 같아요 앗 근데 저 거의 모든 번역된 작품을 읽었는데 딱 네메시스만 안 읽었네요! 헐~

잠자냥 2023-08-11 17:48   좋아요 1 | URL
헐~ 남자 다락방을 어서 만나보세요.

망고 2023-08-11 17:51   좋아요 0 | URL
ㅋㅋㅋ넵 남자 다락방 저도 얼른 만나고 싶습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5   좋아요 0 | URL
저는 필립 로스가 정말 잘 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야속합니다. 못쓰면서 여성혐오적 시선을 가졌다면 으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잘쓰면서 그러니까. 후아-
아무튼 저는 필립 로스 안읽은게 아직 여러권 있고 그래서 마저 다 천천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훗.
망고 님은 남자 다락방을 만날 시간이군요!

물감 2023-08-11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께 <네메시스>를 소개했던 과거의 저를 칭찬합니다. 우후훗!

다락방 2023-08-14 08:15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는 진짜 압권이에요. 너무 좋아요. 필립 로스의 소설 중에 가장 잘 썼느냐 물으면 저는 그보다는 휴먼스테인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네메시스 입니다. 신념을 가진 남자주인공 설정도 좋지만, 맨 마지막엔 진짜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 떠오르는, 압도적인 장면이었어요. 흑흑 ㅠㅠ

blanca 2023-08-11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로스가 여성차별주의자라고 느끼는 게 서구에서도 그런가 봐요. 여성 기자가 여성 혐오주의냐고 물어보는 인터뷰도 있어요. ㅋㅋ 필립로스가 그 질문에 화를 엄청 냈다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자기 변호를 하지도 않아요. 그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필립로스 정말 잘 쓰죠. 저도 <네메시스>는 정말 끝장면에서 전율이...여튼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작품 자체도 대단하다, 그런데 여성관이나 실제 그 사생활 관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로 저도 결론은 내렸어요. 제 결론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요. ^^;;;좋은 이야기에 대한 다락방님 의견이 인상적이고 공감 갑니다.

덧붙여서 저는 여성을 제대로 차별적 시선 없이 그린 남자 소설가로..윌리엄 트레버를 떠올려요. 그런데 이 분은 사생활도 일치하더라고요. 이게 참 신기해요.

다락방 2023-08-14 08:18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너는 왜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하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페미니스트 싫어하는 거에 대해 당당하더라고요? 뭐랄까, 나중에 젊은 여성하고 연애하고 그랬던 거 보면 페미니스트와는 정말 멀 수밖에 없는 삶을 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위에 물감님 댓글에도 답했지만, 네메시스는 끝장면에서 소름이 … 정말 압도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크- 천재인가 싶었다니깐요. 앞으로 천천히 필립 로스 작품을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후훗.

독서괭 2023-08-1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스에서 시작해서 리차일드 칭찬하다가 한나 아렌트로 마무리.. 이 광범위한 독서!! .. 아니 한나 아렌트는 이제부터 파시는 건가요? ㅎㅎ
다락방님은 책 안 사겠다는 말 빼고는 언행일치 되는 분 같습니다ㅋㅋ

잠자냥 2023-08-11 22:41   좋아요 1 | URL
응? 정신 차려! 한나 아렌트로 마무리임 ㅋㅋㅋㅋㅋㅋㅋ 내 글하고 헷갈렸나 봄 ㅋㅋ

독서괭 2023-08-12 01:11   좋아요 0 | URL
헉 뭐지 제 손꾸락 ㅠㅠㅠ 죄성합니다;;

다락방 2023-08-14 08: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저를 푹 찌르네요. 책 안사겠다는 말 빼고는 언행일치 된다는. 언행일치 안되는 거 하나 더 있습니다, 독서괭 님.

다이어트 …………………………………orz

책읽는나무 2023-08-1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읽긴 읽어야 할 작가이긴 합니다.
전 <휴먼 스테인> 1권만 읽었었는데 (완독했었는지도 잘 기억나질 않네요)...확 잡아끄는 느낌은 받긴 했었는데 아마도 성적 묘사 부분에서 좀 싫었나? 암튼 진전시키지 못했다가 <에브리맨>이었나? 한 권이 얇아서 얼른 사서 읽었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아, 이래서 필립 로스라고 하는구나! 생각은 들었지만 역시나 성적 묘사부분이 너무 징그럽고 맘에 안 들어 거기서 멈췄네요. ㅋㅋㅋ
전 책을 읽어 보고 작가가 넘 징그럽고 싫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가가 필립 로스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아닌가? 또 있었던가?ㅋㅋ
근데 단발 님과 다락방 님의 묘한 반전 매력을 늘 말씀 하시니....^^

다락방 2023-08-14 08:30   좋아요 1 | URL
오, 너무 징그럽고 싫다는 느낌을 받으셨군요! 그 느낌이 책나무님에겐 정확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작품 혹은 어떤 상황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처음 느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나무 님은 굳이 필립 로스를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는 징그러운 작가일 겁니다.

저는 인간의 깊은 내면-부조리함, 불완전함, 모순-에 대해 너무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해요. 욕하고 싶지만 마냥 욕할 순 없는 그런 작가요. 후…

바람돌이 2023-08-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로스는 딱 2권 읽었는데 그게 <휴먼 스테인>과 <네메시스>라죠. 근데 진짜 아는 만큼 보이는건지 저는 휴먼 스테인 읽으면서 필립 로스의 여성혐오 이런거 잘 모르고 지나갔던거 같아요. 이 책 진짜 대단하다면서 감탄에 묻혀버린 듯.... 그에 비해 오히려 저는 네메시스를 좀 평범하다 하며 읽었는데 역시 어떤 책의 감상은 그 때 나의 상황이나 앎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나 봅니다. ^^

저에게 다락방님의 필립 로스 같은 애증의 작가는 김훈작가예요. 저는 그분이 말하는게 너무 너무 싫은데 진짜 글을 너무 잘 써 아 미치겠다 이러면서 보는 작가. ㅎㅎ

리 차일드 계속 시리즈 써줘야 한다는데 강력하게 한표 아니 천표 던집니다.
근데 저는 더 좋아하는 시리즈가 <링컨 라이>인데 이 작가의 여성관 또한 굉장히 멋지거든요. 뒤로 갈수록 더 멋져진답니다. 그래서 늘 기다리는데 신작이 나온지 어언 몇년인지...... 한국에 번역이 안돼요. ㅠ.ㅠ

다락방 2023-08-14 08:33   좋아요 2 | URL
네메시스는 마지막 장면이 진짜 끝내주거든요. 현재의 주인공의 모습과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주인공의 모습을 겹쳐버리는 장면인데 진짜 너무 감탄이 나와요. 와 대단하다 싶고요. 물론 저는 신념을 가진 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말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 때 나의 상황이나 앎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맞죠. 제 경우엔 링컨 라임 시리즈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본 컬렉터>에서 여주가 티셔츠 벗고 브라만 입고 같이 자는 장면에서 영 별로였거든요. 편하게 자려면 브라를 벗고 티셔츠를 입고 잘텐데 티셔츠 벗고 브라만 입고 자다니. 이거야말로 남자 작가의 환상 아닌가 싶어서요. 그 장면에서 에이… 했었어요. 그래도 다음 시리즈 읽어보려고 몇 권 더 준비해두었답니다. 후훗.

김훈 작가에 대한 애증은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시는데 저는 김훈 작가의 책 몇 권 읽었지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김훈을 마음 놓고 싫어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게 너무 싫은데 글도 안좋아서 말이지요? 내적 갈등 없이 싫어할 수 있어요. 아하하하하.

은오 2023-08-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어아ㅏㅏㅏ아ㅏㅏ 넘 궁금하잖아요!!!!!!!!! 단발님과 다락방님이 감탄하는 작가라니!!! 네메시스.. 접수.... 다락방님이 읽으셔서 좋았던거라고 하셨지만 전 다락방님이 궁금하기때문에..

다락방 2023-08-14 08:34   좋아요 0 | URL
뭐랄까요,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런데 그렇게 옳은 방향으로만 가지마, 라고 잔소리하고 싶어지는 캐릭터가 네메시스 안에 있습니다. 흑흑 ㅠㅠ 접니다. ㅠㅠ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에요. 크-

야클 2023-08-1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잭 리처가 좋은 또 하나의 신선한 시각! ㅎㅎ

다락방 2023-08-14 08:35   좋아요 1 | URL
야클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후훗.
 
너라는 생활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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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모든 단편들은 '너'를 관찰하며 쓰여진다. 


나와 처음 만난 너, 길고양이에게 신경을 쓰는 너, 나를 또 만나길 원하는 너, 나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너, 오지랖 넓은 너,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너, 혹은 언제나 할 말을 하는 너,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너, 하고자 하는 바를 하려는 너 등등. '나'는 그런 너와 함께 살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할 때도 있고 불만을 대신 드러내줄 때도 있으며 얹혀사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배려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호의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가 있고, 싫지만 알겠다고 말해야 하는 '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너를 만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너를 견뎌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너를 참아내야 하는 내가 드러나는 건, 모두가 '너'를 보며 말한 것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너'를 말하는 순간 드러나는 건, '너가 그런 사람이다'가 될 수도 있겠으나, 더불어 '그런 너'를 말하는 '이런 나'이기 때문이다.


왜 그걸 견디느냐고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그걸 왜 헤어지지 못하냐고, 왜 그런 취급을 당하고도 그 사람 옆에 있냐고, 독자의 입장에 있던 내가 끼어들어 말을 얹으려다가, 그때야 알았다. 아, 책속 화자는 '너'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책속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있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선명해진다.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는 것.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어떤 것을 욕으로 쓰느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었던 나의 성별을 가지고 욕으로 쓰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그걸 흠으로 보고 있다는 깊은 여성혐오가 내재되어 있음이 드러나는 것처럼, 상대를 비하하는 그 모든 지점에는 그렇게 보는 '내가' 있는 거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자신의 소설을 빌어 말한 적이 있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당신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해준다고 말이다. 


“당신이 그런 쓰레기한테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 당신에 관해 뭔가를 말해준다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 p.265


이 모든 것이 나에 대해 말해주지만 그러나 이것들만이 나에 대해 말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너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너를 어떻게 보고 너를 좋아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도 나에 대한 것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로 내 결핍이 드러나는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으로부터 그리고 결국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와 헤어지고 누구의 옆에 머무르느냐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보여지는 것.



너에 대해 말하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나를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데, 만약,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지금과 달랐다면 그때도 '그런 너'를 보는 '이런 내'가 있을까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그들이 만난 곳이 재개발을 앞둔 곳이 아니었다면? 광장이 생긴다고 해놓고서 개인 소유지가 되는 곳이 아니었다면? 언덕을 올라야만 비로소 나오는 집이 아니었다면? 다시 말해 그들이 청담동에서 만났다면, 대치동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그래도 '그런 너'를 견디는 '이런 내'가 있을까? 애초에 '그런 너'가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런 나'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너를 좋아하는 것 혹은 지금의 너와 헤어지는 것, 이 모든 것에도 나의 공간적 배경은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나의 사회적 계급은 결코 나랑은 그리고 너랑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친구의 사무실이 오픈했을 때 냉장고를 사달라는 말에 당황하고 그리고 그것을 할부로 결제하면서, 그런데 그 친구는 내 친구가 아니라 네 친구잖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런 사람하고 왜 함께인거야, 헤어져'이지만, 그런데 애초에 냉장고쯤은 아무렇지 않게 사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그때도 그 상황에 불만과 갈등이 또 쌓이게 될까? 너를 말하는 내가 보이는 이 소설은 결국 너라는 계급을 가진 나라는 계급의 사람을 드러냄에 다름 아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돈이 없어 점점 더 외곽의 집을 구해야만 하는, 좋은 집이라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좋은 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사는 이런 계급 속의 너와 나, 그런 우리. 내가 너를 좋아하고 혹은 싫어하는 지극히 내 주관적이고 내 기준이고 내 감정인듯한 이 행위가 그런데 정녕, 내 고유의 나만의 온전한 선택이랄 수 있을까? 


이 모든 '내' 감정은 결국 내 계급이 끼어들어 하는 일이다.

계급이 달랐다면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니, 아예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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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에 대해 말하는 것
확 와닿는 구절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하는건 언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거 많이 생각해요.그 마음을 딱 짚어주시네요. 그러면서 냉장고를 쉽게 결제할 수 있는 경제력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아주 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아침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좋아요. ^^

다락방 2023-08-11 13:43   좋아요 0 | URL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기가 더 유리하잖아요. 너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한데 그와중에 너가 조금 더 가난할 때 혹은 내가 조금 더 가난할 때 여러가지 불만이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리는 것 같아요. 애정으로 시작한 관계도 자주 마주치는 빈곤함앞에 무너지기 일쑤이고요. 더 많이 가졌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겠죠.

맞습니다, 바람돌이 님.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분노하거나 존경하거나 등등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할 때는 바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드러나는 것이지요.

청아 2023-08-1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저는 이 소설이 말하는 바가 무겁고 복잡하게 다가와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또 한 편의 에세이를 써주셨군요.

다락방 2023-08-11 13:44   좋아요 1 | URL
백자평 쓰려다가 백자평 안에 담기엔 조금 길 것 같아 썼는데 길어져버렸네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 님. 이게 제가 8월에 완독한 첫 책이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3-08-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리뷰 좋아요, 다락방님....
저는 딱 설명할 수는 없는데, ‘확률적 운명론‘도 생각나고요. 뭐든지 다 정해진 것 아닌데, 무언가는 정해져 있는 것 같고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것 같고요.
역시나!!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3-08-11 13:46   좋아요 0 | URL
무언가 정해져있는 게 만약 달랐다면, 그러니까 다른 식으로 정해졌다면 또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생겨나겠죠. 제가 지금보다 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제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나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회사를 다니는게 아니라 경영자라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두번쯤은 골프를 치러 다닌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생활방식 같은것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만나는 사람들도 달랐을 것이고 그 때 피어나는 애정이나 혹은 불만 역시도 또 다른 형태이겠죠. 그렇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이렇게 태어나는 걸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모습이고, 지금 이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운명인 것일테고 … 쓸수록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3-08-11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다른 때보다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이 와 닿네요.
전 아직 이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다락방 님의 관점을 기억하며 읽게 될 것 같아요. 안그랬음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 맞어 맞어! 하며 읽었을 것 같아요. 궁금해서 더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다락방 2023-08-11 13:47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읽어보세요. 짧은 이야기들이라 금세 읽을 수 있는데 제가 너무 피곤에 쩔어 있어서 읽는데 오래 걸렸네요. 읽으면서 저는 저에 대한 반성도 했습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을 내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같은 거 말이지요.

달자 2023-08-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이 이 책을 소개할 때 하신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리뷰인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8월의 첫 책 첫 리뷰 잘 읽었습니다 희희

다락방 2023-08-14 08:36   좋아요 1 | URL
정희진 선생님의 이 책에 대한 언급 때문에 이 책을 읽긴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좋진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선생님은 나랑 다르시구나 싶었고요. 물론,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