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충분히 감동을 주지도 못하고 제대로 해야할 말도 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기만 하구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1-10-2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책만 읽어볼까?

다락방 2011-10-27 10:0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지마요, 레와님.
나랑 같이 본 동행은 울었고 좋았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책을 읽어서 그런것 같아요. --;;

moonnight 2011-10-2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보다 별로였군요. 저는 책을 안 읽었으니 괜찮을지도? +_+;

다락방 2011-10-27 10:18   좋아요 0 | URL
네. 책을 읽고 보니까 자꾸 책 내용이 생각나서 영화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괜찮았을까? 를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저는 아마 책과는 상관없이 별 셋밖에 못줄 것 같기는 해요.
 

"그녀가 볼 줄 몰라서 그래요. 선 말이에요. 그녀와 나 사이에 그어진 선도 못 보고, 그녀와 힐리 사이에 그어진 선도 못 보고."
(중략)
"그런 선은 존재하지 않아. 리로이의 머릿속에만 있지. 흑인과 백인 사이에도 없어. 어떤 사람들이 오래전에 꾸며낸 거지. 백인 쓰레기나 사교 모임 여자들이 그걸 이어받은 거고."
(중략)
"그러면 가정부와 주인 사이에도 선이란 게 없다는 말이에요?"
아이빌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체스를 둘 때처럼 놓인 위치가 다를 뿐이지. 누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는 아무 의미 없어."
(2권, pp128-130)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존재하는 한, 이 책은 그보다 더한건 줄수 없었다고,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내 친구는 말했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캐스린 스토킷'의 『헬프 1,2』는 아름답고, 분통터지고, 화가나고, 눈물나지만 묵직하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앵무새 죽이기의 스카우트가 '히틀러를 나쁜놈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왜 자기나라 사람에겐 비열하게 행동하는지'를 오빠에게 물었던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어린 스카우트의 그 말은 그 책을 읽을 당시 꽤 인상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헬프 1,2』는 다른식의 의미를 준다. 소설이 끝나가면서, 그들에게 절망만 남은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니까.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문제가 있고, 그것을 문제라고 '혼자' 말하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지만, 누군가가 용기를 내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거라는 걸 이 소설은 알려준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한다. 쉽지는 않을것이고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조금씩은 나아질 수 있을것이다. 어떤 형태로 그 문제를 터뜨리든간에. 

 

그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던 여자에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반지를 주고 청혼을 한다. 그녀는 그 반지를 받아들고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기다리겠다고 말한바가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속삭이는 것을 듣지 못한척 했으며 사실이 아닐거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입밖으로 꺼냈을 때, 그는 그녀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한다. 그는 왜 들쑤셔서 문제를 일으키려는 거냐고 말하고 그녀는 이미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지를 주고받던 그 밤, 그 얘기들로 인해 그들은 서로가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른 것들을 보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생각을 조율하며 함께 살아가느냐, 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아 함께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내 생각에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으면서 남은 나날을 보내게 될 거야." (2권, p.241) 

남은 나날을 그 문제를 바로잡으면서 사는것을 택하든지, 혹은 바로잡을 문제따위는 서로가 없다고 생각하는 채로 사는것을 택하든지, 그것은 당사자들의 문제이다. 남자와 여자가 앞으로 함께 살아야 할 날들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그들이 '덜 사랑했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느냐 혹은 사랑하지 않느냐와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날들이 어떤 날이 될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반드시 정답이 있는것은 아니니까. 

결혼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랑 살게 될 날이 어떤 날들이 될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 그래서 상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것은 이상적이다. 그리고 남자가 그녀의 집 포치(porch 현관, 베란다)에서 말하는 것도 이상적이다. 나는 도시를 좋아하지만 '공원'과 이 소설에 혹은 숱한 외국영화에 등장하는 '포치'에는 유독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가 그 아늑한 장소에서, 늘 내가 꿈꾸던 장소에서 다시 반지를 거둬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것이 안타까웠다. 전원생활의 필수는 베란다가 아닌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장소. 내가 앞으로 살게 될 날들은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곳. 

저녁마다 저기에 술 들고 나가서 앉아있으면 정말이지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좋을까..  낭만적이야...

 

     

 

 

 

 

 

 

 

  

줄로 만들어놓은 의자는 불안해서 만들고 싶지 않군. 금세 끊어져버릴 것 같아. 쿠션도 싫다. 그러나 날이 쌀쌀할 때 무릎담요 정도는 괜찮겠지. 앞에 호수나 강이 있어도 좋을것 같다. 근사해. 

 

 

9월달에 육포를 한박스나 선물받고(무려 열봉지가 들어있었다!!) 헤벌쭉 입이 찢어져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선물은 육포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우먼스타이레놀을 선물 받았다. 아 정말 완전 좋아. 이 세상에 선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고, 뭐 여튼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선물은 육포고 나를 가장 평온하게 만든 선물은 타이레놀이다. 나는 육포랑 타이레놀이 다이아몬드 보다 좋다.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가버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실패한 기억밖에 없지만 그래도 여름이니까. 자꾸만 자꾸만 생각을 반복했던 여름이니까. 나는 또 그럴테니까. 

시간을 돌린다면, 그래서 다시 이번 여름이 된다면, 그렇다면 너는 그 실패할것이 뻔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거니? 

아니, 나는 똑같이 했을거야. 그리고 역시 실패했을거야. 그건 삼년뒤에 물어도 삼십년뒤에 물어도 그럴거야.

 

 

 

우연히 마주친 그날 이후 온통 니생각 뿐이야 아침에 일어나 두팔 쭉뻗어 기지개를 켤 때도
깜박거리는 신호가 빨간불로 바껴버릴 때도 니 손에는 반짝이는 반지가 있다는 걸 알아도
I just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계속 니 생각이 나 계속 니 생각이 나

운명이라 말하기엔 너무나도 새빨간 거짓말 열 손가락 다 접어도 나 하나 아니란 걸 알아도
한번쯤 뒤돌아 보지 않을까 기대를 해봐 니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가 있다는 걸 알아도
I just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계속 니 생각이 나 계속 니 생각이 나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거지
계속 니 생각이 나 계속 니 생각이 나 계속 니 생각이 나 계속 니 생각이 나 니 생각이 나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1-10-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정말 최고에요. 지금도 가끔 진이 아빠에게 물었던 질문이나 선생님에게 물었던 질문 또는 혼자 생각했던 질문들이 떠올라요. 만약 내가 그런 질문들을 받았다면 난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 또 생각.



다락방 2011-10-27 10:22   좋아요 0 | URL
헬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헬프는 단순히 차별받던 유색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담긴 관계라든가 태도라든가 하는 것들, 그걸 작게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죠. 헬프를 읽으면서도 분명 울컥 했어요. 영화를 보고 한 장면에서 울기도 했지만.
:)

dreamout 2011-10-2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
포치다. 이 소설 읽으며 이 말뜻 몰라 스마트폰에서 찾은 기억 나네요. 유일하게 찾아본 단어. ㅋ
읽다가 1권 중간 즈음에서 멈춰버려서.. 다시 시작하긴 해야 하는데..

다락방 2011-10-27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읽으면서 내용상 저 베란다가 그려졌는데 '포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해서 구글에 넣어봤어요. 이 포치가 내가 생각하는 저게 맞나 싶어서 말이죠. 아니나다를까 맞더라구요. 왜 포치라고 번역했을까요? 저도 포치가 뭐냐..했어요.
한번 멈춰버리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지 않아요, 드림아웃님? 저는 그렇던데. ㅎㅎ

dreamout 2011-10-28 10:09   좋아요 0 | URL
중간에 멈춘 책 다시 시작하기.. 네 어렵죠. 적어도 몇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네요..

... 2011-10-2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벌써 다 읽었어요???

"그러나 『헬프 1,2』는 다른식의 의미를 준다." ==> 이 말에 완전 동감. 헬프는 앵무새 죽이기와는 또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 다른 이야기를 하기위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약간 가볍게 선택한 것 같구요. 의도적인 묵직함은 없어도, 저는 나름 좋았어요. 주인공이 포치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도 사랑스럽구요. ^^

다락방 2011-10-27 10: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떻게 다 읽지 싶었는데 다 읽었네요. ㅋㅋㅋ 이게 생각보다 책이 술술 넘어가요. 어려운 것도 아니라 그런가.
네, 헬프는 다른식의 의미를 주죠. 저도 괜찮았어요. 괜찮긴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문학작품, 이라는 범위안에 껴 두지는 못할 것 같아요. 포치에서의 장면들은 정말 아름답죠. 저는 에이블린하고 미니가 전화통화하는 것도 좋았어요. 그런 사사로운 장면들이요.
책으로 읽다가 특히 좋아서 페이퍼에 언급하려다가 못한 장면이 있는데, 남자가 여자의 집에 함께 토크쇼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장면이었어요. 오와, 그장면이 참 좋더라구요. 서로 다른곳에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함께 보기 위해 만난다는 것. 굉장히 따뜻하고 훈훈했어요. 마음이 움직이더라구요.

2011-10-26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6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10-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요는 듣지 않는데...올려 주신 노래는 괜찮네요^^ 예~ 들을수록 좋은데요~ㅎ 3번 연속들었어요~

헬프는...영화로 나온 <헬프>의 원작 소설인가욤??

다락방 2011-10-27 10:33   좋아요 0 | URL
네, 영화로 나온 헬프의 원작 소설입니다, 야무님. 영화를 어제 보기로 해서 그 전에 책을 읽은거에요. 저도 오늘아침에 자꾸 니 생각이 나~ 하는 이 노래를 세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며 왔답니다. 훗 :)

moonnight 2011-10-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적과의 동침인가 줄리아로버츠가 남편에게서 도망쳐나와 작은 집을 얻어 사는데 포치에서 저런 그네의자에 앉아 행복한 표정을 짓던 장면이 떠올라요. 퇴근하고서 맥주 한 잔 들고 저런 곳에 앉아있으면 진짜 좋겠네요. ^^

다락방 2011-10-27 10:36   좋아요 0 | URL
저도 문나잇님처럼 그런 장면을 떠올리고 싶었거든요. 포치에 앉아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런 장면. 그런데 저는 그런 영화가 뭐가 있더라, 하고 곰곰 생각해봐도 딱 떠오르는게 [노마진 앤 마릴린]에서 이모부다 노마진을 포치에서 불순한 의도로 만져대던 그 장면이 떠올라요. 짜증나요 ㅠㅠ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고 싶은데.
그냥 제가 앉아있는 장면 떠올려야겠어요. 저는 저런데서 와인 마시면서 재이슨 스태덤의 어깨에 기대어 있으면 완전 천국에 있는 기분 들것 같아요. 아우..

2011-10-27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0-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무새 죽이기] 그렇게 좋아요, 다락방님? 여기만 다녀가면 늘 읽고 싶은 책이 하나씩 늘어나요. 중고등학교 때 도서실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되게 많이 스쳐지나갔는데, 책이 낡고 부서져내릴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빌리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지나쳐버린 고전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는 정녕 고전을 읽어야겠어요 +_+

그리고 친구에게 선물로 준 책은 다락방님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바로 그 책이에요. (레오!) 저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해야 할 일들을 해치우고 읽으려구요. 내가 읽지도 않은 책을 선물한다는 게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그 내용을 알고 지금 그 친구의 상황과도 맞고, 또 다락방님이 추천하신 책이고, 그래서 이 책으로 정했어요. 며칠 뒤에 반응이 오겠지요 ㅎㅎ

'HELP' 영화 먼저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1-10-30 01:20   좋아요 0 | URL
[앵무새 죽이기]는 그렇게 좋아요, 수다쟁이님. 정말 좋아요. 우리는 가장 명백한 진리를 놓치고 살고 있다는걸 그 소설은 아주 쉽게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앵무새 죽이기는 도서관에서 너무 낡은책을 비치하고 있다면 소장용으로 사서 읽어도 전혀 후회가 없을거에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띠지광고를 본 기억이 나는데, 저는 성경은 안읽고 앵무새 죽이기만 읽었습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수다쟁이님,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제일 처음 그 책을 말해주지 않은게 후회스러울 정도로요.
그동안 수다쟁이님의 영화 페이퍼로 생각해보건데, 수다쟁이님은 헬프를 [중앙역]보다는 조금 덜 좋아할 것 같은데요?
:)

메르헨 2011-10-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무새 죽이기...
읽을 때마다...다른 감동이 있더라구요.
어릴 때와 또 몇년전에 읽을 때의 감동이 달라 ... 생소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
지금 읽는다면 또 다르겠죠.
헬프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하니...살짝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1-10-30 01:21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힘없는 사람은 늘 어느시대에나 존재했던 것 같아요. 흑인이 그렇고 여성이 그랬죠. 지금은 돈없는 사람이 그렇구요. 힘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힘이 센 사람도 존재한다는거죠.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일인 것 같아요. 어떤 책들은 쓰여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관습과 길들여진 문화에 맞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놀라운 소설인 것은 아니다. 피라예를 학교에서 만났다면 결코 친해질 수 없었을 것이고, 알라디너였다면 즐찾을 빼버렸을 거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1-10-2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게 잘도 쓰시는구만요 ㅋㅋ

다락방 2011-10-23 23:44   좋아요 0 | URL
제가 쓰고싶은 바대로 쓰려면 40자여야 완벽하다구요!!

웽스북스 2011-10-23 23:5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럼 40자만 쓰시면 되지 왜 길게 쓰고 그래요! ㅋ 쓰고 싶은 바대로 수정해줘요! 정제된 글을 보고싶다고요!!

다락방 2011-10-23 23:55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러니까 왜 40자면 꼭 40자를 맞춰야 되고 100자면 꼭 그걸 맞춰야 되는건지..꼭 그래야 될것만 같아서... orz

... 2011-10-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별점..... 슬프다 ㅜㅜ

다락방 2011-10-23 23:46   좋아요 0 | URL
터키의 문화가 이렇다는 걸 처음 알았고, 또 피라예는 거기에 거부하고 혼자 서려고 했기 때문에 좀 더 별점을 주고 싶은 생각을 잠깐 해봤지만, 그런데 문장도 마음에 안들고(말줄임표 남발), 피라예가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거기에서 어떤 진정성이라든가 절실함 같은게 느껴지질 않아요. 게다가 뭐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구요. 엄청 기대했네요. -_-

다락방 2011-10-2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되겠다. 나는 앞으로도 40자에 맞춰 써야겠다. -_-

pjy 2011-10-24 11:12   좋아요 0 | URL
저도 첨에는 100자에 맞춰서 길게 쓸려고 하다보니 힘들더라구요ㅋㅋ 점점 간략해지고 있어요^^;

다락방 2011-10-24 11:18   좋아요 0 | URL
40자가 더 멋져요 ㅠㅠ

하루 2011-10-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자가 되는거였어요? 이런! 전 100자가 더 좋은데!

다락방 2011-10-25 12:12   좋아요 0 | URL
네. 이게 며칠전부터 100자가 되더라구요. 전체적으로 다들 100자를 더 선호하는 듯 한데, 저는 40자가 훨씬 더 좋아요. 훌쩍.
 

다시 찾은 바빌론.  

금요일 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의 거울을 보면서 머릿속에 갑자기 저 문장이 떠올랐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제목.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을 구경하다가 이 책,  『BABYLON REVISITED』을 보게 됐는데, 머릿속에서는 다시 찾은 바빌론 이라는 한국 제목이 금세 떠올랐던 거다. 내가 읽은 책은 당연히 번역서였고, 그 책의 제목이 그러했으니까.

 

 

 

 

 

 

 

여러가지 일들로 꽤 복잡하고 심란했고 금요일에는 결국 그 지친 몸과 마음이 최고조에 달했다. 집에 돌아오니 곧 쓰러져 잘 것만 같았는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는데, 다시 찾은 바빌론, 이 소설을 갑자기 너무 읽고 싶어지는거다. 그래, 이것만 읽고 자자, 이것만. 지금 당장은 내게 그게 필요하다. 그리고 책장 앞으로 갔다.  

쉬이 눈에 띄질 않아서 초조하고 답답했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천천히 찾자, 있다는 건 확실해. 그리고 찾았다.  

 

 

 

 

 

 

 

 

목차를 보니 다시 찾은 바빌론은 맨 처음에 있었는데, 오, 제목이 다시 찾은 바빌론이 아니라 『다시 찾아온 바빌론』이었다. 아, 잘못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쩌면 제목도 이렇게 문학적일까. 나는 책장 앞에 털썩 주저 앉아 읽기 시작했다. 아, 좋다, 좋다. 나한테는 이게 필요했어.  

나는 어떻게 피츠제럴드를 알게 되고 또 좋아하게 됐을까. 단편소설의 으뜸인 그를. 내 책장에 그의 소설이 꽂혀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가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다는 것. 내가 그렇게 되게 했다는 것. 내가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책을 사고 거기에 꽂아 두었다는 것. 이 모두가 다 내가 한일이라는 게 뿌듯했다. 기특했고 자랑스러웠다. 내가 사서 내가 꽂아둔 책이 결국 나를 위로하게 되었으니, 거기에서 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니 그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내친김에 내가 피츠제럴드의 단편 중 가장 좋아하는 『컷글라스 그릇』도 읽을까?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잠이 필요해, 자야해. 

그리고 토요일 밤, 나는 외출후의 피곤한 몸을 침대에 의지한채 컷글라스 그릇을 읽기 시작했다. 이 단편은 진짜 최고다. 엄청나다. 소설속의 한 남자는 자신이 관심을 보인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더랬다. 

'이블린, 난 당신에게 당신과 마찬가지로 딱딱하고 아름답고 속이 텅 비어 있고 쉽게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물건은 선물로 보내겠어.' (P.149) 

그가 보낸것이 바로 컷글라스 그릇이었는데, 그것은 꽤 커서 이블린의 장식장에 무용한 듯 놓여져 있다. 그런데 이블린의 딸은 그 컷글라스 그릇때문에 상처를 입고 패혈증에 걸려 손목을 절단하게 되고, 남편은 그 컷글라스 그릇에 칵테일을 한가득 담고 사람들을 초대했다가 취해서 실수를 하게 되고, 이블린의 아들이 군대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담은 편지도 제일 처음 그 컷글라스 그릇에 놓여져있게 된다. 그리고 그 컷글라스 그릇의 저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은 외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처럼 보이는, 그러니까 그 편지가 거기에 있을거라는 걸 이블린이 어쩔 수 없이 짐작했던 것처럼, 이블린과 컷글라스 그릇이 결국 어떤 종말을 맞이할지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짐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찾은(나는 찾아온 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지질 않네) 바빌론에서의 결말은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한숨이 나오게 하는데, 컷글라스 그릇에서 인생이란 얼마나 허무한가 싶어지기도 한다. 인생은 사실 뭐 그리 대단한 것들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아주 작고 작은 것들이 연결되어져 있을 뿐인데, 그것이 큰 불행을 부르기도 하고 큰 절망을 가져오기도 한다. 게다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그 모든것들이 훗날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피츠제럴드는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인 것 같고, 그것을 또 누구보다 잘 써내기도 한다. 그리고 묘하게도,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말해주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중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도 진짜 완전 울트라 나이스한 소설인데 자꾸 얘기하면 길어지니까 이제 그만. 

 

 

사실 소녀시대가 컴백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에 텔레비젼 앞에 앉아 기다렸다가 봤는데, 하아-, 실망했다. 그녀들은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환했지만, 여전히 긴 다리를 매혹적으로 움직였지만, 미스터 택시라는 그 노래는, '심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돌가수들이 성적으로 어필하는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나 역시도 그런 모습들을 넋놓고 보기는 했었지만, 이번 그 택시 노래는 '이건 너무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들이 맞춰입은 제복과 그 무대가, 이번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저녁에는 여동생이 조규찬 보고 있냐고 문자를 보내와서 아, 오늘 나가수 하는 날이구나 하고 텔레비젼을 틀어보니 조규찬의 무대는 이미 끝나있었다. 그래서 다시 껐다가, 어 그런데 어떤 가수가 나오지? 싶어서 잠시 후에 다시 틀었더니 김윤아가 나오고 있었다. 와- 너무 예쁘더라. 긴 생머리를 그토록 잘 소화해내는 나이 많은 여자는 정말이지 별로 없을거다. 게다가 옷을 입는 것도 엄청나게 예쁘고. 웃는것도 너무 예쁜거다. 나는 강산에의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 편이고, 그의 노래가 내 가슴을 움직인적도 없었기때문에 그녀가 강산에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때 텔레비젼을 끌라고 했었는데, 오와, 김윤아가 부르니까 그 노래도 좋은거다. 나는 김윤아를 별로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그녀가 그녀의 남동생과 부른 'blue Christmas'는 좋아하지만),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와, 예쁘다.

예뻐지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예뻐지고 싶다. 예쁘고 싶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웃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예뻐지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도 빛나고 있다는 걸 확신하기 위해서 예뻐지고 싶다.  

 

 

일요일 밤이고, 침대에는 여전히 피츠제럴드 단편선이 놓여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11-10-2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기 시대가 있었고 신석기 시대가 있었으며 청동기 시대가 있었고,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마침내 컷글라스 시대가 도래했다" 이렇게 시작되죠? 그렇죠? ㅎ

전 피츠제랄드 이 단편선집을 가지고 있는데 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68480445X 피츠제랄드의 모든 단편이 다 들어있는줄 알고 샀거든요. 근데 컷글라스 그릇만 없어요... 민음사 피츠제랄드 단편선1에만 있는 컷글라스 그릇 ㅜㅜ 펭귄클래식에서도 피츠제랄드 꽤 나왔더라구요. <낙원의 이편?> <아가씨와 철학자>같은 것들...

다락방 2011-10-23 23:43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브론테님!! 외우고 계신거에요? 대박.
컷글라스 그릇이 없는 단편선집이라니..그게 뭐에요. ㅠㅠ 컷글라스 그릇은 진짜 대박인데. 완전 좋아요. 단편의 최고. 펭귄클래식으로는 [벤자민 버튼~] 을 가지고 있고, 민음사에서 피츠제럴드 단편선 두번째것도 나왔길래 그것도 가지고 있어요. 벤자민 버튼~의 그 펭귄클래식 단편선에 [낙타의 뒷부분]있거든요. 그것도 엄청 좋아요. 아, 피츠제럴드는 정말 다 좋아요, 다. 최고최고 ㅠㅠ

... 2011-10-24 00:13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_-;; (시치미 떼버릴까, 하다가 ㅎㅎ) 저도 민음사 피츠제럴드 단편선 1과 펭귄에서 나온 벤자민 버튼~을 가지고 있답니다. ㅎㅎ 아, 민음사 피츠제럴드 2는 없네요.

다락방 2011-10-24 08:54   좋아요 0 | URL
저는 민음사 피츠제럴드2는 아직 안읽었어요. 펭귄 벤자민~과 겹치는 게 좀 있는것 같더라구요. 어떻게, 오늘 출근길에 피츠제럴드 들고 나가셨습니까? ㅎㅎ

2011-10-24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4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10-2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나도 읽어볼께.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건 펭귄-벤자민이라 컷글라스 그릇은 없네.
민음사에서 나온걸 사야겠다. 책앞에 그림이 에드워드 호퍼같은데 좋구나..

서울에도 비가 와요?


다락방 2011-10-24 11:03   좋아요 0 | URL
레와님, 여기도 비가 와요. 그리고 좀 추워지네요.
레와님.
보고싶어요.

말없는수다쟁이 2011-10-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 방금 [피츠제럴드 단편선 1] 빌렸어요 ㅎㅎ
그리고 조금 이따 [나의 미카엘]을 주문할까 해요!

점심은 맛나게 드셨나요?

다락방 2011-10-24 12:43   좋아요 0 | URL
어이쿠, 수다쟁이님. 정말 착하네. 예뻐요.
친구 선물은 골랐어요? 뭐 골랐는지 꼭 얘기해줘요, 알았죠?
:)


점심은 맛없었어요. 그렇지만 그건 점심먹기 바로 전에 커다란 소세지가 들어간 패스츄리를 먹었기 때문인것 같아요. 피츠제럴드 다 읽고 어땠는지 말해줘요!
 

나는 항상 이기적(으로 보)이고 표독스럽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나의 이해심은 그녀들을 향해 언제나 활짝 열려있었다. 에미가 베른하르트를 두고 레오에게 미친듯이 열중하는 것도, 안나가 남편을 두고 브론스키에게 끌리는 것도, 한나가 그토록 사랑했고 다정했던 미카엘을 향해 서서히 사랑을 식어가게 두는것도, 벨라가 에드워드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제이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나는 욕하기 보다는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이해하는 쪽이었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그때 단호히 이것은 옳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선택하지 않겠어, 라고 말할 수 있을것인가. 아니, 그럴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타인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욕하는 것은 옳은것인가, 아니, 거기에도 대답할 수가 없으니까. 나는 에미도 안나도 한나도 벨라도 그래, 그 모든 여자들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피라예, 피라예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 아직까지는. 

 

 

 

 

 

 

 

아직 74페이지 밖에 읽지 못해서 '아직까지는' 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74페이지까지의 피라예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시를 나누고 다정한 관계를 나누는 것 까지는 좋지만 나를 너의 미래에 넣을 생각은 하지 마, 이것은 스무살 여대생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 아닌가. 아니 그것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도 마찬가지. 나는 너의 미래에 들어갈 생각이 없고 나의 미래에 너를 넣을 생각도 없는데 너는 왜 니 마음대로 나를 너의 미래에 넣는거니, 라는 반응은 누구에게나 나올법한 반응이다. 잘못되지 않았다. 나는 너와 있는것이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너는 나를 다른 관계로 두려는가 보지? 이런, 확실히 해야겠어. 그래, 이것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74페이지까지의 피라예는 뭐하나 그릇된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다. 그런데 묘하게 신경을 톡톡 쪼아먹는 느낌이다. 아주 걸리적거린다. 신경질이난다. 집어던지고 싶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터키의 베스트 셀러이며, 800만 독자를 울린 작품이란다. 게다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이야기란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이런 신경질적이고 짜증나는 감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감동에 젖게하는 그런 감정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를 중단하지는 않겠다. 조금 더, 읽어보도록 하겠다. 그러니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마, 피라예. 74페이지까지 벌써 복선이 두번이나 나왔잖니. 그걸 시시하게 끝내지는 말아주렴. 내가 널 믿어도 좋겠지, 피라예? 『슬픈 짐승』 대신에, 『헬프』 대신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대신에 널 집어든거란 말이다. 

 

가방에는 늘 '우먼스 타이레놀'이 들어있다. 그걸 아플때마다 번번이 먹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내 가방속에 언제나 들어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내게 위안이 된다. 가방을 바꿔서 들고 외출할 때 타이레놀을 챙기지 않았더니 내가 몹시 초조해지더라. 그래서 나는 가방을 바꿔서 들고 갈 때에도 이제는 타이레놀을 꼭꼭 함께 옮겨준다. 그런데 아뿔싸, 이번에 출근할때 못옮겼다는 것을 회사에 와서야 알게됐다. 괜찮아, 내일은 챙기자. 이러면서 벌써 수요일이 되었다. 나는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내 가방에 타이레놀이 없다는 걸 불현듯 떠올리고는 안되겠다, 사자, 라고 생각했다. 여러개 사서 사무실 책상에 하나 두고, 이 가방에도 하나 두고, 저 가방에도 하나 두자. 그러면 나는 초조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을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런데 출근길의 약국은 모두들 아직 오픈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 짜증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타이레놀은 그것들의 리스트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데. 점심 먹고 나가서 사가지고 와야겠다. 나는 타이레놀이 너무 좋아서, 그것을 먹었을 때 나의 극심한 생리통이 혹은 두통이 없어져서, 그리고 그것을 먹으면 없어질 수 있다는 그 안정감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그것이 가방에 들어 있는게 몹시 만족스러워서, 그래서 그것이 없으면 두렵다. 나는 타이레놀의 존재가 고마워서 그리고 그것을 믿고 의존하는 내 자신을 알기 때문에, 타이레놀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보고자 한 적도 있다. 몇 줄 쓰다 말았지만.. ( '') 

 

가끔, 아주 가끔. 내게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게 있지, 싶어지는 그런 사람. 신이 나를 총애하셔서 선물해주신 건가 싶어지는 그런 사람. 내가 세상을 잘 살아가서 내게로 온걸까 싶어지는 그런 사람. 지하철을 그냥 보내면서 통화하게 만드는 남자사람이 그렇고,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으면 떠올려지는 여자사람이 그렇고, 실패따위는 빨리 잊으라는 말을 적어 책을 주는 남자사람이 그렇고, 우리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는 여자사람이 그렇고, 털어봤자 별로 털릴게 없을거라는 담백한 여자사람도 그렇고. 이들만 있으면 나는 평생 친구가 더 생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자체로 충만하니까. 나는 한번도 새로운 관계에 목말랐던 적이 없다. 이거면 된다, 이거면. 딱 이만큼이면. 이들은 내게 타이레놀보다 더 효과가 빠른 처방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음악을 알까, 정말 난 멋지다, 생각되어지는 그런 음악도 있다. 바로 이런 노래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아침 버스안에서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지도 않았고 음악을 듣지도 않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너무 한적해서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시간이 멈추면 안돼.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혼자 앉아 지금처럼 창밖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낯선 곳. 그곳은 낯선 도시였으면 좋겠다. 낯선 도시, 낯선 까페, 낯선 사람들, 낯선 공기. 그리고 나. 하루종일 한마디의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커피를 주문하는 정도의 말은 허락되어도 좋을것이다. 아니, 밥을 주문하는 말도.. ( '') 

 

출근해보니 책상 위에는 뜨거운 커피가 놓여있었다. 동료가 사다 둔 커피. 뚜껑을 열고 커피를 한모금 마시는데, 그 뜨거운 커피가 온 몸에 퍼지는 것 같아서 갑자기 행복해졌다. 머릿속으로 오늘 업무 사이에 끼워 둘 나의 사적인 일 몇가지를 생각했다. 기억해 두어야지. 타이레놀을 사고, 바디 버터를 사고, 우체국을 가야지.  잊지 말아야지.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 2011-10-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동료가 있어 행복하시겠군요.

다락방 2011-10-19 13:18   좋아요 0 | URL
네, 행복합니다.
:)

치니 2011-10-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타이레놀 정도는 편의점에서도 팔아야 한다니까요. 다락방 님 같은 분들이 얼마나 많을 거야.
(아웅, 페이퍼에 비해 너무 건조한 댓글. 죄송. ㅋㅋ)

다락방 2011-10-19 13:19   좋아요 0 | URL
편의점에서 팔면 편하겠다 싶으면서도 저는 어쩐지 약국가서 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이건 뭐지 ㅋㅋㅋㅋㅋ

달사르 2011-10-19 13:59   좋아요 0 | URL
흠...제가 있잖아요..
^^

제가 택배로 보낼테니, 좀만 기다려줘요. ^^

다락방님은 우먼스타이레놀 선물받는 여자사람. 하하하.

다락방 2011-10-19 15:27   좋아요 0 | URL
우먼스타이레놀을 택배로..와- 대박이에요. 엄청나게 멋져요! >.<

blanca 2011-10-1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위 때문에 언제나 커피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나에게 커피를 사주는 사람에게는 무장해제되어버려요. 우먼스타이레놀. 저는 너무 생리통이 극심해서 안 듣더라고요. 요새는 어떻게든 안 먹고 버텨 보려고 노력중이지만 언제나 그 기간은 참 힘들어요. 다락방님....말줄임표 안에 많은 것을 담아 보냅니다.

다락방 2011-10-19 13:21   좋아요 0 | URL
전 약효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데요, 그건 심리적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걸 먹으면 나는 그만 아플것이다, 하는것. 저는 그걸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는가봐요.

말줄임표 안에 담아주신 그 모든것을 제가 잘 받겠습니다, 블랑카님.

레와 2011-10-1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토닥.

오늘 아침 나를 웃게해준 내 친구.♡

다락방 2011-10-19 13:21   좋아요 0 | URL
당신도 날 늘 웃게하잖소, 친구.

2011-10-1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10-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당신의 겨울,을 읽다가
끄떡끄떡 Your winter, 듣다가
'출근해보니 책상 위에는 뜨거운 커피가 놓여있었다.' 에서 정지.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1-10-19 13:29   좋아요 0 | URL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 너무 행복해졌어요. 가슴속까지 따뜻해지고.
이런건 부러워해도 되는것 같아요. 히히.

꼬마요정 2011-10-1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조금 많이 우울합니다.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간절히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거든요.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이럴 때 먹을 수 있는 약은 없을까요.. 이런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날릴 수 있는 타이레놀은 없을까요..

다락방 2011-10-19 13:33   좋아요 0 | URL
네, 안그래도 꼬마요정님의 페이퍼에서 읽었어요. 그런식의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날릴 수 있는 타이레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것 같아요. 그럴때는 식상하지만, 시간이 답인 것 같아요. 어떤 위로인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시간에다가 한숨을 얹어, 그렇게 보내야지요.

2011-10-19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참 좋습니다. (수줍///////)
다락방님이 계셔서 저는 타이레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그치만, 저도 항상 타이레놀을 지참하고 다니죠. 왠지 안심이 되어요.
오늘 직장동료가 감기몸살이 심하길래 쓰디쓴 탕약으로다가 감기약을 지어줬어요. 억지로 먹으라고 다그쳤더니 얼굴이 막 찌그러지던데-_- 다락방님 책상위의 뜨거운 커피는 다락방님을 활짝 웃게 해 줬겠죠? 아, 비교되는구나. -_ㅠ

다락방 2011-10-20 11:43   좋아요 0 | URL
저도 문나잇님이 참 좋습니다. (발그레)
저는 문나잇님의 타이레놀이니 문나잇님은 앞으로 평생 타이레놀 드실일은 없을거에요. 움화화핫.
그런데 감기약을 지어주는 동료라니, 완전 근사하잖아요. 저는 그게 쓰디쓴 탕약이라도 엄청 감사하게 먹을것 같아요. 날 이렇게까지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후훗. 문나잇님 꽤 매너있는 멋진 분이셨군요!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2011-10-19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0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1-10-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예가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궁금하네요.ㅋ 타이레놀! 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번에 몇통씩 사서 재놓지 않으면 불안하답니다. 다락방님 서재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따뜻한 분이신 거 같아요. 다락방님 친구분들은 그런 다락방님을 두고 '어떻게 내게 저런 사람이 있을까' 하겠죠.^^

다락방 2011-10-20 17:01   좋아요 0 | URL
오, 타이레놀을 쟁여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저말고 또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습니다. 저만 이렇게 사는건 아니군요. 저는 그렇게 따뜻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핫. 뭔가 뻘쭘하네요;; 전 평소엔 무심하고 무뚝뚝하답니다. 내킬때만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이라 정작 친해지는 사람들을 서운하게 할 때가 많은 편이에요. 하핫. 아 창피하네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1-10-20 17:49   좋아요 0 | URL
아, 알로하님. 피라예는 아주 짜증이나서 미치겠습니다. 피라예 싫어요. 친구라면 절교했을거고 알라디너라면 즐찾 안했을 거에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