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었기에 영화도 궁금했다. 그렇게 보기시작햇는데, 시작한 지 10분도 안돼서 벌써 아, 역시 좋구나, 하고 잠깐 멈췄더랬다.


'줄리엣'은 작가인데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책이 전세계적으로 고작 28부 팔린 '앤 브론테' 평전이었다. 지금은 '이지'라는 필명으로 잘 나가는 작가가 되어 돈도 많이 벌고 서점마다 작가의 낭독인가, 뭐 그런거 돌아다닐 정도로 스케쥴도 바쁘다. 그녀에게는 '마크' 라는 돈 많은 군인 남친이 있는데, 일전에 책에서 왜 돈 많은 남친 말고 섬의 가난한 남자를 택하는가..하고 한 알라디너가 탄식햇을 정도로, 이 돈 많은 남자친구의 존재는 정말이지 무시할 수가 없다. <타임>지에서 '독서'에 대한 글을 의뢰받고 그녀는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서클럽을 방문하고자 건지섬에 가기로 하는데, 배를 타기에 앞서 '마크'가 청혼을 한다. 앞서 그는 청혼할 기미를 보였는데, 그게 바로 이런 거였다.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구했거든요. 호수가 보이고 연못에서 모형 배를 타는 꼬마들까지 보이죠. 제가 사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어요. 고민해 봐요."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좋은데? 사실 책을 읽는 나는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도시' 파이긴 하지만, 도시랑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니, 책에서도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집이 있다고 얘기했었나? 그랬으면 나도 마크 파가 됐을 것 같은데?! 센트럴 파크라니, 와, 이것은 내가 꿈에 그리던 바로 그거잖아? 뭐 어쨌든.



줄리엣은 독서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고 어떤 글을 써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건지섬에 사는 농장주 '도시'의 편지를 받게된다. 책방에서 구한 찰스램 선집의 책 안쪽에 원래 소유주였던 줄리엣의 이름과 주소가 있었던 것. '찰스 램'이란 공통 분모로 묶인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 찰스 램의 셰익스피어 선집을 사고 싶은데 그걸 살 수 있는 런던의 서점 주소(전화번호였나) 를 알려달라고 하는 거다. 이에 줄리엣은 기쁜 마음으로 그 책을 구해 도시에게 보내게 되고, 도시가 건지섬에서 속해있다던 감자껌질파이 클럽에 대해 듣게 되는 거다. 그 클럽에 직접 가보고 싶었던 그녀는 그 섬에 방문하고, 거기에서 클럽에 참석해 함께 책을 읽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약혼자인 마크와 언제 돌아올거냐는 통화도 하게 되는데, 어느날 문학클럽에서 친해진 친구가 '네 약혼자가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이야?' 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가 없어 머뭇거린다. 좋은 걸 먹고 좋은 반지를 받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지만 그들은 공통된 대화가 없었던 것. 


그러다 도시의 침실을 살짝 엿보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들을 아는 사이가 되게 만들어준 찰스 램의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을 들고 가만 바라보는 그녀를 도시가 보게되는데, 그 때 줄리엣은 그런 얘길 한다.


" 책 한권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네요."



이 인연은 매우 특별하다. 그러니까 이런 계기로 알게된 거. 물론 모든 만남에 저마다의 처음이 있고 그것은 각자의 이유로 특별함을 안겨주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유독, '유독' 특별한 만남은 있기 마련. 그 처음에 물론 너무 많은 의미를 둬서 그것이 마치 운명인줄 알고 질질 끌려다니면 안되겠지만, 그렇지만 그 특별한 만남을, '뭐 특별할 수도 있지 거기에 연연해하지 말자' 하고 무시할 수만도 없다. 나는 사실 이런 특별한 첫 만남에 매우 끌리는 편이고, 그런 것들이 내 인생에 찾아들었다면, 그건 그 자체로 빛나는 것이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것은 내게 지금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이런 일이 내게 괜히, 그냥 일어났을 리 없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내 서명이 적힌 책 한 권이 건지섬의 누군가에게 날아들어 그 섬에서 그 책을 읽은 사람이 편지를 보내오다니, 정말이지 얼마나 특별한가. 우리가 책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특별한데! 


북클럽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보니 중간에 책 읽는 장면도 나오는데, 사람들이 책 읽는 장면을 보는 건 난 또 왜그렇게 좋은지! 게다가 이 영화속에서 좋은 장면은 '쓰는' 장면도 나온다는 거다. 줄리엣이 작가이다 보니, 자료조사를 하고 거기에 대해 열심히 막 수첩에 메모를 하고, 나중에 타자기로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글을 쓰는데, 그게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게다가 마지막에 약혼자랑 파혼하고 지금은 싱글이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글을 일절 쓰지 않은 편지를 읽으면서도, 도시는 그녀가 그렇게 됐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그녀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확신을 갖는다. 클럽의 다른 회원이 그 편지를 자신이 읽어보며 '도대체 그런 문장이 어디 써있어?' 하지만, 도시는 안다. 그래서 도시는 슈웅- 줄리엣을 찾으러 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집을 포기할만한 가치가 도시에게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너무 소중하거든.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거. 진짜 너무 소중하잖아! 물론 우리가 언제나 같은 책을 읽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고. 그럴 때도 우리가 책을 읽는 사람이고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며 내 얘기도 역시 전할 수 있는 거잖아. 


그 작가는 어떤 작품을 썼는데?

그 작품은 어떤데?


우리가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저런 질문들조차 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해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책을 읽든 혹은 그 책이 어느 재미를 가지고 있든 거기에 대해 묻지도 않을 것이도 들을 생각도 없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고 또한 나에 대한 애정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좋은 대화상대가 될 수 있어. 그런 사이라면 '책 한권으로도' 특별한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고 썼지만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집에 대한 미련이 너무 남네?)



아, 너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다. 아닐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여등들이 나오는 게 너무 좋고, 책 읽는 사람들의 책 읽는 풍경이 나오는 것도 좋다. 도시도 그리고 줄리엣도 힘든 시간에 책이 있어 위로를 받았던 사람들이고, 책 속으로 빠지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책이 다른 사람과 연결시켜준다는 데도 동의하고. 이런 것들을 말하는 영화는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아하하하.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몇 년전에 누군가에게 빌려준 뒤로 그 책이 내게 다시 돌아오질 않고 있다... 하아- 뭐 그런 책이 한두권이냐만은... 그래서 다시 사서 읽어야겠다. 마침 개정판도 나왔던데!!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한 알라디너가 리뷰에 그렇게 썼었다. 이 책으로 청혼을 할 거라고. 그런데 지금 그 리뷰를 다시 읽고 싶어 찾아보니 눈에 띄지 않는다. 당시에 그 리뷰를 읽으면서 '근사하다!'고 생각햇는데, 애인이 있는데 청혼을 하겠다는 거였는지, 애인이 생긴다면 청혼하겠다는 거였는지 모르겠다. 음...



아무튼 또 사야지, 이 책!

















그나저나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집이라니....내 평생 그런 집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그런 집에서 사는 게 책 읽는 남자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듯.....내 월급으론 택도 없지, 여기서도 한강 보이는 집도 못사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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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8-20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보라고 보라고 하는 리뷰에는 !!! 봐야겠네요~~ ㅎㅎㅎㅎ 굿밤되세요~^^

다락방 2018-08-20 07:55   좋아요 1 | URL
책 읽는 모습이 나오는 거 너무 좋아요. 그리고 글 쓰는 모습도요. 저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이 좀 더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

비연 2018-08-2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에 이 영화(?) 떴던데 봐야겠군요 ㅎㅎ

다락방 2018-08-20 19:49   좋아요 2 | URL
저도 넷플릭스로 봤어요!!

비연 2018-08-20 20:12   좋아요 2 | URL
넷플릭스는 완전 요물이더이다.. 아주 신나게 보게 만드는~
 












시사인 정기구독을 그만둔지 오래인데, 이번에는 노회찬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고 싶어 오랜만에 구입했다. 내가 시사인을 읽을 때면 늘 그랬듯이 뒤에서부터 읽어오다가, 나는 '조영선' 교사가 쓴 <학생에게 배우는 '사람책'>이란 기사를 읽게됐다. 전문을 가져왔다.





나는 국민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졸업한지 오래이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졸업후에는 지금까지 쉼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차장이라는 직급을 가지고 일하고 있고, 나이도 어느정도 있으니, 사실 나는 세상에 별로 무서운 게 없고 무서울 것도 없다. 이제는 누가 물어뜯는다 하면 같이 물어뜯을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고 공격한다면 받아칠 준비도 되어있다. 무엇보다 상처를 입으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렇게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 기본적 성향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살아온 '시간'도 쌓였음이 분명하다. 이런 내가 지금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사회가 여성불평등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임이 당연하지만, 앞으로 자라날 어린 여자아이들이 더이상은 성적대상화와 차별 그리고 혐오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땡볕에 나가 몇 시간씩 앉아있으면서 목이 터져라 불법촬영을 해서는 안되고 편파수사를 해서도 안된다고 규탄하는 것은, 그런 사회 구조를 바꾸고자 함이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이 그 드러운 꼴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서이다.



그런데 오늘 시사인에서 이 기사를 읽으니, 아, 아이들은 저절로 자란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들이 깨닫는구나. 자기들이 깨닫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스스로 알고 행동하는구나. 그 점이 몹시 고마웠다. '해나 개즈비'가 백인 남성들에게 '백인 남성들이여 분발하세요!' 말했던 것처럼, 남성들이 분발해야 겠구나. 지금을 사는 학생들은 다 알고 있구나.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어. 


'학교가 준비되지 않아도 학생들은 밀려'오는 구나.



나는 이 학생들에게 고마웠다. 


아직 초등학생인 내 조카가 자랄 세상이 너무 끔찍했는데, 이 세상 속에서 이 아이가 무엇을 보고 자랄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바뀌지 않아서, 땡볕에 여자들 몇만명이 모여서 소리를 질러대도 안희정은 무죄라서, 일베에 여자친구 누드사진을 올려도 풀려나서, 그래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순대국이 들어있던 뚝배기를 옆테이블에서 안희정의 편을 대며 낄낄대던 남자들의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었는데, 


학생들은 알고 있고, 그래서 밀려오고 있었다.



학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학생들이 밀려오고 있다면, 내가, 어른들이 준비되지 않아도 그럴 것이다. 나는 좀 더 강해져야겠다고 새삼 마음먹었다. 내 조카가 지금보다 더 자라서 이 모든 것들을 스스로 깨닫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래서 자신도 무엇을 해보고자 하고, 그런데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발을 구를 때, 그럴 때 내게 혹여라도 묻는다면, 나는 조카가 묻는 말에 성심껏 대답해주는 이모가 되고 싶다. 그럴 땐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그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린 조카와 조카의 친구들이 찾지 못한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더 강해지고 더 똑똑해져야 겠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준비를 해둬야겠다. 준비해두지 않아 조카와 친구들을 비롯한 학생들이 밀려올 때 어버버 하며 뒷걸음 치지 않을 수 있도록, 나는 준비된 어른이 되기로 했다. 준비된 어른이 되어야지. 



조카야, 나는 니가 밀려올 때를 대비해 준비해둘게. 

이모가, 그리고 이모의 친구들은 열심히 준비해둘게. 

혹여라도 너와 너의 친구들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할 때, 언어를 찾지 못할 때, 그럴 때 돌아보면 이모가 답을 , 방향을 말해줄 수 있도록 준비해둘게. 

네가 자랄 때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 되기를 바라지만, 혹여라도 여전히 이모양 이꼴이라면, 그 때 너 외롭지 않게 이모가 준비해둘게. 열심히 열심히 준비할게. 강한 신체와 강한 정신으로 무장하고 너를 기다릴게. 그리고 너의 옆에 있을게.


너와 너의 친구들이 밀려올 때, 이모는 준비되어 있도록 할게.



해나 개즈비가 백인 남성들에게 분발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은 지구의 모든 남성들에게 해줄 말이라 생각한다.

남자들이여, 분발하라. 




그나저나,

시사인 .. 다시 정기구독 해야할까?

오랜만에 읽으니 좋으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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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8-16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때 너 외롭지 않게 이모가 준비해둘게..저도 그럴게요. 지금 여기에서요.

단발머리 2018-08-1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 옆에 있을거라고
타미에게 말해줘요.
용감한 이모 옆에
사람 더 있다고
사람들 많이 있다고
전해줘요.
 

생일이라고 책 선물 잔뜩 받았는데 아침에 또 책 잔뜩 주문한 나여... 왜죠..... 왜 그러는 것이죠.... ㅠㅠ


아무튼 오늘 아침에 두 번에 걸쳐 책을 잔뜩 주문하고는, 으응 한 박스는 내일 오고 한 박스는 토욜에 오겠지, 이러다가 갑자기 '그런데 전쟁과 평화는 다 나왔던가?'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인도에 전쟁과 평화를 가져간다고 했으니까, 나도 한 번 읽어볼까 싶었는데, 문동에서 새로 나오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다 나왔는가? 검색했더니, 이미 민음사에서는 다 나왔네?













문동은? 하고 봤더니 문동도 다 나왔어?!












음..............음.......................음.....................나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주문했는데..만약 전쟁과 평화 나온걸 알았다면 기쁨의 집 대신 전쟁과 평화를 주문했을까? 내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지만..이디스 워튼 너무 읽고 싶었어..그래서 기쁨의 집도 주문하고 겨울도 주문했는데... 전쟁과 평화 언제 다 나온거야? 음...........


내친김에,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다 나왔나? 하고 검색해 봤다.















음.......셋트...........깔맞춤이군.............음.........................................



검색해보지 말걸 그랬나...

아까 오전에 샤갈 그림 페이퍼 올리고서는, '그런데 내가 올해 나를 위한 선물을 안사지 않았나, 샤갈 액자...예술의전당 가서 살까, 그거 내가 나한테 선물할까'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셋트들을 보니 내적갈등이 다시 찾아오는 것....... 전쟁과 평화 그동안 사지 않았던 건 '완결되면 사야지' 마음먹었기 때문인데, 완결이 되어버렸으면..... 사람이, 자기가 한 말을 지켜야 되잖아, 그러니까 사겠다고 했으면 사야 되는거잖아? 그런데......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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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자시다....

다락방 2018-08-13 12:39   좋아요 1 | URL
왜때문에 부자라는거죠? 사지도 못하고 있는데? 왜죠? 아!!! 책부자라는 뜻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8-13 12:41   좋아요 1 | URL
흥부자 흥부자시다

다락방 2018-08-13 13:40   좋아요 1 | URL
하긴..내가 좀 흥부자이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01 10:21   좋아요 0 | URL
흥부자 래 ㅋㅋㅋㅋㅋㅋㅋ넘 웃겨 두 사람 배틀 뜨세염~넘 웃겨

다락방 2018-11-01 11: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8-1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아직 완간 아니에요

다락방 2018-08-13 13:41   좋아요 0 | URL
아니, 저렇게 빼곡하게 한 박스안에 들어가있는데...저게 완간이 아니라고요?!?! ㅠㅠ
다행이다. 그럼 사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8-13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13 13:41   좋아요 0 | URL
아이고~ 괜찮습니다. 이미 많이 받아서요. 말씀 정말 감사해요! 헤헷. :)

transient-guest 2018-08-1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루스트 절판 될까봐 샀어요

다락방 2018-08-13 22:52   좋아요 0 | URL
그... 그런 일이 생길까요? ㅠㅠ

transient-guest 2018-08-14 02:14   좋아요 0 | URL
출판시장의 특성상 책이 너무 자주 절판되는 것 같아서 이런 비싼 기획물은 맘에 들면 그냥 질러야 한다는...-_-

2018-08-1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릴 적에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교회에서 로맨스를 싹틔우기도 했다. 국민학교 때도 두 살 많은 오빠랑 핑크빛이었으며(크리스마스 연극에서 오빠는 요셉이었고 나는 마리아였다), 중학교때는 고등학생 성가대 오빠를 좋아했더랬다. 그 오빠는 우리 교회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불렀는데, 내가 중고등부로 가면서 하필이면 성가대 남자파트 반주를 맡게됐고...나는 미리 준비된 게 아니면 악보를 봐도 잘 칠 수 없는 비천재 반주자였고...그래서 지휘자가 선택한 곡을 반주하라고 했을 때...나는 멘붕이 왔고.......그래서 제대로 못쳤고.........그런데 하필 이 오빠 독창 파트였고...........오빠는 이 노래를 잘 알면서도 내 반주에 맞춰 불러줬고.............나는 그 날 연습이 끝나고 지휘자한테 가서 '반주자 그만두겠다' 말을 했다. 내가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했고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딱-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나는 반주자를 그만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무반주 신앙인으로 교회를 다니던 어느 일요일 오후, 교회를 마치고 엄마랑 동네 시장을 갔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하필이면 저 앞에서 그 노래 잘하는 오빠가 오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오빠를 봤지만 그 오빠는 나를 아직 보지 못한 상황에서, '인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냐, 나같은 듣보잡 알지도 못할거야' 생각했는데, 이윽고 눈이 마주치자 오빠가 먼저 인사를 해주었던 것이었고, 그렇게 열네살 소녀의 마음은 두근거렸던 것이었다... 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들었는데, 나는 듣보잡이기는 커녕, '교회에 너 모르는 사람 없어'의 존재감으로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꼬마였어... 아무튼, 신앙생활 열심히 하던 나는 교회에 환멸을 느껴서 그만두게 되는데, 중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그 뒤로 다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교회에 왜 환멸을 느꼈느냐 물어보면 할 말은 아주 많지만, 그러나 이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니므로 더이상 말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나는 '교회 오빠 강민호'에 그 때 그 성가대 오빠,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해주었던 그 노래 제일 잘하는 오빠가 생각나는 것이다. 성은 '임'이었는데 이름이..생각이 안나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라는 게 어떤건지 제목만으로 이미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던 나는, 아마도 그걸 확인하고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러나 표제작인 단편,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는 재미없었다. ㅎㅎ 그 단편은 재미 없었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 특히 두 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읽으면서 오오~ 이기호~~ 막 이랬다니까? 그 중 하나가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다. 이 단편은 진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이야기였는데, 그러니까 줄거리는 이렇다.



화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권순찬'이란 사람이 '502호 김석만은 내가 입금한 돈 700만원을 돌려다오' 라는 대자보를 써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 사정을 알아보니 권순찬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어렵게 살았는데, 어머니가 오랜만에 나타나 계좌번호 하나를 주며 '내가 어려워 사채를 썼는데 니가 좀 갚아다오' 했다는 거다. 그 돈은 700만원이었고, 권순찬은 좀 시간이 걸려 사채업자 김석만에게 700만원을 입금한 것. 그런데 그 사이 어머니도 아들이 입금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보증금 빼고 어쩌고 해서 사채업자에게 700만원을 입금했고 그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이에 같은 돈이 두 번 입금됐다는 걸 알고 권순찬은 김석만이 사는 아파트로 찾아와 중복 입금된 돈을 돌려달라 대자보를 써붙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502호에는 김석만이 아닌, 김석만의 어머니만 홀로 살고 계셨고, 김석만의 어머니는 아들의 행방을 몰라..그래서 권순찬이 아파트 앞에 자리잡고 있는 시간은 하루가 이틀이 되고 몇 달이 되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 사정을 알게된 아파트 주민들은 그 사정 참 딱하다 싶어서 주민들끼리 돈을 모아 700만원을 조금 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 권순찬에게 가는 거다. 우리가 대신 갚아줄테니, 너도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이 돈 가지고 가라,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502호 할머니가 딱해서다, 하는 것.



나는 .. 이게 너무 이상했다. 이상한 선의라고 생각했어. 아파트 주민들은 그것을 '선의'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고 빚도 갚을 수 있고, 권순찬씨는 받아야 할 돈을 받아 이제 일상을 찾게 되었으니, 그러니 이것이 착하고 좋은 결론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 돈은 당연히 '김석만'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이 아닌가. 어찌되었는 받아야 할 돈 700만원을 누군가로부터든 받았으니 '그럼 됐다' 할 순 없는 거 아닌가? 나라면? 나는, '오, 여러분 이렇게 돈을 '대신' 갚아주셔서 감사해요!' 할 것인가? 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것 같은 거다. 이건...아니지 않나?




저는 원래 그 할머니한테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김석만씨를 만나러 온 거예요.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일을 해결 하려고요…… (p.95)





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권순찬이 이자 받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점점 관심을 잃게되고...



물론 권순찬이 아파트 앞에 그렇게 박스를 펴두고 잠이들고 대자보를 붙이고 늘상 앉아있는 일은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내 마음은 얼마나 불편할까. 그러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은 입주민들의 마음이야 너무 당연한 것이겠다. 그렇지만 그 돈을 '대신' 갚아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 '대신' 갚아주는 돈으로 '이제 됐다'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것인가. 김석만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간다면, 그렇다면 김석만이 집에 찾아와 '여기있소, 당신 돈 7백만원' 하고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 나로서도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는 것이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만 또 딱히 내가 이렇다할 해결책도 내놓지를 못해... 아아 그래서 너무 찜찜한 것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더 크게 분노한 단편은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이다. 어휴, 이건 읽는 내내 진짜 너무 속이 터져서..뭐랄까, 내가 딱 싫어라 하는 남녀관계가 나오는 것... 히융-그러니까 여자는 가난하게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데,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대학도 보내주고 그러는 아주 착한 남편인 것이야. 그런데 여자는 남편이 착하니까 뭔가 불만이 생겨도 말을 잘 못하게 되고 뭔가 아무튼 그러다가, 다니던 직장에서 알게된 한 남자랑 바람을 피게 되는 거다. 상대 남자는 총각이었는데, 뭔가 딱히 사랑한다..는 건 아닌데 그냥 자꾸 만나서 육체관계 맺게 되는..그런 관계가 되어버렸단 말이야?


아내는 남편에게 속인다는 사실이 불편해서 남편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하루종일 일하고 또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피곤해하니 섣불리 말하지 못하다가, 만나는 남자에게는 '남편에게 말했다'고 하는 거다. 그 때, 내연의 관계 남자가 이렇게 대꾸하는 거다.



섹스가 끝난 후, 등을 구부정하게 만 채 돌아누워 있던 그는 한참 뒤 내게 물었다.

내 이름도 말했어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실망을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미워진 것은 아니었다. (p.143-144)





내 이름도 말했어요?


아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싫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나는 이런 관계가 너무 싫다. 이런 관계 속에 놓이는 게 너무 싫어. 당당할 수 없는 연애, 당당할 수 없는 사랑이 진짜 저주스럽다. 애초에 배우자나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슬픔의 새드니스이지만, 그렇게 됐다면 기존 관계를 정리하고 새 사람을 만나야되는 거잖아. 왜 속이고 있으면서 만나가지고 들킬까봐 전전긍긍해야돼? 남자가 자신의 이름이 바깥으로 새어나갈까 걱정하는 거 당연히 이해된다. 그 걱정 누가 안하겠는가. 그 사실이 바깥으로 드러나면 지금 하는 일에서도 위태로울 거고 개인적으로도 개망신일거다. 유부녀랑 바람 난 새끼라고. 그러면, 그런 관계를 시작 하지 않았으면 되지만, 그게 감정이란 게 어디 자기가 마음먹은대로 되는건가. 그렇게 알고 걸어간 관계라면 거기다대고 여자한테 '내 이름도 말했어요?'같은 거, 쪼그라들어서 말하지 말아야 하는거잖아. 섹스할 건 하고나서 '내 이름도 말했어요?' 라니..진짜 슬리퍼 벗어서 싸다구를 날리고 싶다. 아 너무 구질구질해서 딱 싫어. 너무 싫어 ㅠㅠ





대체적으로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번 언급했지만, 내 고등학교때 물리 선생님은 '아빠가 너무 싫어서' 일찍 결혼해 집을 나왔다고 했었다. '줌파 라히리'는 자신의 책에서 '헤마'의 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한다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 역시 '그냥 다 지겨워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면 적어도 '결혼 언제할 거냐'는 질문도 안들을테고, '선 보라, 소개팅해라'는 말도 안들을 테니까. 그 당시의 나는 '이 남자랑 결혼하고 다른 남자 속으로 사랑하면서 살면 되니까'라고 생각했었다. 만약 내가 그 때 결혼했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큰 못할짓을 하게 되는 것이었을거다. 그리고 며칠전에 주변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 '하도 결혼하라고 잔소리를 해대서 나 좋다는 남자랑 결혼했지,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하진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이유들 말고도, '이쯤되면 결혼을 하는 게 순리 아닐까' 해서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기호의 단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에서 남편은, 단순히 '이쯤되면 결혼해야지'란 생각으로 결혼을 한 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러나, '가정은 있어야하고 유지되어야지' 정도의 생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내로부터 '다른 남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그저 묵묵하게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니까.



저기, 다음에 말하면 안 될까?

남편이 내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나, 내일 또 새벽같이 일 나가야 하잖아.

남편은 그렇게 말하곤 안방으로 걸어갔다. 남편은 마치 아무 말도 듣지 않은 사람처럼, 이제 막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허리를 뒤로 활처럼 젖히며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남편을 따라 들어가 계속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p.149)



이 결혼생활이 딱히 만족스럽다거나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해 아내가 있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했지', '아내가 있지', '집에 가야지' 같은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자신이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어진 거다. 다른 남자가 있다는 아내의 말에 화를 내거나, 울거나, 슬퍼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모두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는 것처럼, 저렇게 듣기 싫어 피하는 것도 나는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말은 지독하게 듣기 싫잖아. 나 역시 듣기 싫어 묻지 않았던 상황이란 것에 맞닥뜨려 봤었고. 그렇지만 계속 피하는 건 방법이 아니다. 해결하지 않고 두는 문제는 점점 자라날 수밖에 없고, 엉뚱하게, 해서는 안될 방향으로 고개를 틀어 해결을 억지로 하려하게 되니까.



이 소설 속 남편이 그랬다. 자신은 자야 되는데, 일찍 일나가야 하는데, 그래서 듣기 싫은데, 자꾸 아내는 자기에게 말을 하려고 해...그래서 어떡하면 아내가 말을 안하고 나는 잘 수 있을까..생각하다가, 아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기 시작한다. 말 듣기 싫고 자고 싶은데 아내가 자꾸 말을 걸려고 해서....이야기는 그래서 더 비극속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때 결혼하지 않았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결혼하면 다 해결되겠지'란 마음으로 결혼했다면, 나를 좋아해 사귀고 있던 남자에게 죄를 짓는것이고, 그렇게 살기 시작한다면 상대 남자에게 계속 죄책감을 갖게 될 것이고, 나 스스로에게도 못할 짓이었을 것이다. 그런 채로 그 남자로부터 충족되지 않으니, 나는 계속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이고, 그렇게 또한번 남편을 속이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왜 이 결혼을 하려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유에 다른 것들이 섞여들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또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배우자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으니까. 서로 사랑과 신뢰를 가진 채 결혼했어야 대화라는 걸 할 수 있게 되고, 서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부부라면, 웬만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정도면 결혼해야 되니까', '지금 외로우니까', '결혼 이란 걸 해서 살고 싶으니까' 등의 이유들 만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정말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기호는 이 단편집을 통해 계속해서 묻고 있다. '나는 이래도 되는 것이고 너는 그래도 되는것인가' 하고. 그것은 어떤 큰 사건들이 아니라 작은 것들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이래도 되는것이었나', '너는 그래도 되는 것이었나'. 결국은 '그때 우리가 그러면 안되는 게 아니었을까' 하게 되고야 마는데, 그건 내가 최근에도 여러차례 생각한 것과 맞닿아있다. 물론 이기호가 소설을 통해 드러내는 것들과 또 내가 가진 고민은 아주 다른 성질의 것이지만, 나 역시도 나에게 계속 묻는다.



내가 그 때 그러는 게 최선이었을까?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시간을 돌려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이렇게 질문을 몇 달째 해오고 있는데, 그 때마다 번번이 '응, 그래야만 했던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최근에는 '그러지 않는 게 더 나았을거야, 그러지 않는 게 더 좋은 방향으로 데려갈 수도 있었을거야'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무겁다.



잘 읽었다. 소설을 읽는 시간, 좋은 시간이었어...





그리고 오빠가 보내준 책이 도착해 침대 헤드에 두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근사하다 진짜..이렇게 많은 책을 한꺼번에 보내준 것이라니... 넘나 멋져 ♡



그리고 생일이라고 책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최근에 타로점 공부하고 싶단 나의 말에 타로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두근두근...열심히 공부해서 혼자서 타로점 치는 사람 되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 제목 만으로는 별로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전에 이 책의 작가가 '에이모 토울스'라는 걸 알게된 것이야. 아니, 에이모 토울스라고?!!1 에이모 토울스라면, 내가 너무 재미있게 읽은《우아한 연인》의 그 작가잖아!! 꺅>.< 그래서 읽고 싶다고 벼르던 참에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야. 행복합니다..



그리고 계속 이 책 읽어야지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지만, 결제할 때마다 뒤로 밀리던 책도, 선물로 받았다. 이제, 철학을 아는 여자가 될 것이다!1






그런데 내가 이 침대 프레임을..남동생네 부부로부터 선물 받았는데,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저렇게 헤드..있는 침대는 처음 써보는거야? 그런데 저기에 너무.......책을 쌓을 수 있어????





그간 내가 침대 머리맡에 책을 쌓아두었다는 건, 정말 침대 머리맡이었지, 저렇게 자리잡힌 헤드가 아니었단 말야? 그런데 사진 찍으려고 저기에 책 올려두고나니, 오오! 뭔가 나는 뭐라고 해야하지..아무튼...뭐라고 해야할까..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데...적절한 탈출구(?) 찾은 기분이랄까. 저기..얼마든지 책 쌓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너무 씐나지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 머리맡이여, 딱 기다려..언제나 읽고 싶은 책들, 자기 전에 읽을 책들로 가득 채워주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고 있는데 떨어지면 안돼? 나 아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기 저 벽에..초라하게 걸린 샤갈의 그림이 보이시나요..

저거 내가 예술의 전당 가서 사온 2천원짜리 엽서다. 너무 좋아하는 <The Birthday> 그림... 예술의전당 보니까 액자로도 팔던데, 아아, 저 액자 걸어두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물어보니 내가 물어본 사이즈의 그림은 9만원 이라는 거다. '혹시 택배로도 가능한가요?' 물었더니, 배송료는 2만원을 받고 배송해준다는 거다. 그 앞에서 진짜 입술을 깨물고 망설였다. 침실에 샤갈 그림 걸어두는 사람 되고싶다. 그러면 노팅힐 같겠지... 합이 11만원이면 큰 맘 먹고 해도 되지 않나... 했다가, 그냥 뒤돌아 왔는데, 아아...나도 벽에 저런 엽서 쪼가리 대신 액자 달고 싶어... 그래서 누군가 내 침실에 와서 벽에 걸린 샤갈 그림 보고


"어, 벽에 샤갈 그림있네?"


아는척 해주면, 나는 다정하게 웃으며


"저건 생일이란 그림이야. 샤갈의 그림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지."


라고 대꾸하고 싶다. 그러면 그 남자는 자신의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거실에 있던 샤갈 그림 원본을 가지고 내게 찾아와 '이 그림을 가져야 할 사람은 너야' 라고 하는거지...그러면 나는 그에게 '이 그림 걸린 벽에서 우리 함께 살지 않을래' 이렇게 진행되면 "노팅힐 2" 가 되는 것이다...........




그만하자...


이제 그만하고..점심으로 뭐 먹을지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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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 원본... ㅎㅎㅎ 잠시 저도 그 꿈에 들어갔다가 어어.. 하면서 나왔습니다. ㅎㅎㅎ

이 글에서 가장 부러운 건... 책을 둘 공간을 찾았다는 겁니다. 앞으로 침대 헤드가 열일하겠습니다~^^

다락방 2018-08-13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뜻밖에 책을 둘 공간을 찾아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저기 한정없이 쌓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씐난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갈 원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렇지만 샤갈 그림 선물 받는 삶은 진짜 아름다운 삶일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8-08-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 11만원 좀 하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하나 그려버립시다! (그러나 물감도 비싸 ㅠㅠㅠㅠㅠㅠ)

모스크바의 신사는 다락방님이 재미있다고 하면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8-08-13 13:42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 그리면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화가날 것입니다. 앵그리한 상태가 되어요... ㅎㅎㅎㅎㅎ

모스크바의 신사를, 모리님께 감상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라도 빨리 읽어야겠군요! 그런데 어쩐담..제가 막, 2권짜리 하루키 책을 시작해버려서요. 흐흐흐. 얼른 읽고 알려드릴게요!! 똭- 기다리고 계세요!!

단발머리 2018-08-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침대 헤드의 전경이 변해갈 때마다 사진 업그레이드 해주시길 바래요^^
지금은 약간 허전하니 완전 깔끔해서....
아.... 우리 다락방님은 무소유를 실천하는 다락방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막 들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쟁과 평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모여 있어도 될듯 합니다.

다락방 2018-08-13 17:23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다면 아직 못다산 잭리처도 다 사고 전쟁과 평화도 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사가지고 저 위에 좌르르르륵 올려둬야겠네요. 그래도 자기 전에는 ‘흐음, 역시 읽을 책이 없군...‘하게 되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보세요. 곧 지저분함의 끝판왕을 찍어서 보여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뵈뵈 2018-08-1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완전몰입(?)해서 읽었습니다ᆢ감사해요~~

다락방 2018-08-14 09:2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ㅎㅎㅎㅎㅎ

clavis 2018-08-1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지지말고 락방님 아야하지 마요♡

다락방 2018-08-16 09:26   좋아요 0 | URL
헤헤헷. 고마워요 ♡
 



나이가 들면서 좀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왜 젊은 날들보다 눈물은 더 많아진건지.. 

영화 [맘마미아2]는 크게 보면 '행복한' 영화다. 특히나 <댄싱 퀸>을 많은 사람들이 부르면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너무 행복해져서 '너무 좋다, 행복하다, 이래서 뮤지컬 영화를 보는거야' 하면서 행복함이 온 몸 전체로 발끝과 손끝으로도 좌악- 퍼지는데,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나는 영화의 초반부터 울었다. 마침 내 가방에는 나의 사계절 필수품, 특히나 여름에는 빼놓고 다니면 불안해지는 손수건이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서 영화 초반부터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봤다.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노래란 무엇일까' 였고, '엄마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였다.


자연스런 수순이라면 높은 확률로 나보다 먼저 나의 엄마가 돌아가실텐데,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돌아간 그 날부터 시간이 흐른다해도, 내가 잊고 편히 살수 있을까 싶어지는 것. 영화속에서도 친구 '로지'는 '도나' 이름만 들어도 눈물샘이 터져버리는데,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이 태어난 이상 죽는 것도 너무 당연한 것.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누구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 법.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다들 그걸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거겠지. 


일전에 여동생과 우리의 엄마도 언젠가는 돌아가시겠지, 얘기를 하면서 '언니, 언니는 괜찮을 것 같아?' 물어서 '아니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 했던 적이 있다. 여동생도 그랬다. '언니, 진짜 생각만해도 벌써 미치겠어' 라고... 그건 상상만으로도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인 것 같다. 영화 내내, '아아, 우리 엄마도 언젠가 돌아가실텐데, 나는 어떡하지 그러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을 흘렸고,



그리고 사랑 때문에 울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그리고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그러고 싶어했던 대로 그리스의 한 작은 마을에 호텔을 짓는다. 남자친구 '스카이'는 일 때문에 뉴욕에 가있느라 소피가 호텔을 짓고 오픈 파티를 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같이할 수가 없다. 한 명은 그리스에서 한 명은 뉴욕에서 서로의 그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통화하다가, 스카이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사실 뉴욕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그런데 니가 싫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다. 만약 스카이가 뉴욕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소피는 그리스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함께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찾아온 근사한 일자리, 그리고 심지어 그가 원하는 일을 하지말고 내게 오라 할 수 있을까. '당신은 그거 하고 싶잖아'. 그래서 그 둘은 그 긴 관계에 이별을 하게 된다. 한 명은 뉴욕에서이 삶을 원하고 한 명은 그리스에서의 삶을 원하는데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이별에 맞닥뜨려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장면에서도 난 또 눈물샘이 터져버려..내 눈물아, 내가 그토록 밥과 술과 고기를 많이 먹으면..그거 다 눈물되니? < one of us >







우리중 한 명은 울고 있어
우리중 한 명은 침대에 외로이 혼자 누워있어



우리중 한 명이 나다.... 혼자 누워 있는 건 나야.........


그리고 젊은 '도나'가 샘과 헤어지고난 후, 친구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했는데 '마음에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사랑 노래를 불러' 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대답해준다. '그러면 지금 그 마음을 노래로 부르면 되잖아. 그래서 부르게 된 노래는 < andante > 







요즘엔 참 많이, 뉴스를 보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는걸 실감한다.


호텔 오프닝 파티 전날 폭풍이 몰려온 것. 그래서 파티 준비는 엉망이 되고, 당장 내일이 파티인데 비행기는 뜨지 않는다 하고.. 준비해놓은 음식은 한가득인데 테이블이며 파티장소를 다시 꾸며야 하는 것. '소피'는 당연히 파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도 없이 이 멀리 어떻게 사람들이 오냐, 아무도 안 올것이고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소피의 입장에서 하는 소피만의 생각이고, 다른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소피의 생각과 다르다. 만약 모두가 소피같은 생각만 했다면, 그러니까 다 소피의 입장이기만 했다면 소피의 생각대로 세상은 흘러갔을 것이다. 예측하는대로 흘러가는 삶이었겠지. 그러나 나는 너와 다르고 저사람은 그 사람과 달라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회의에 참석했던 아빠1도, 작가상을 수상해야 했던 아빠2도, 불현듯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나는 그 아이의 가장 소중한 시간에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을 번복하고 충동적으로 그리스로 날아가는 것. 그렇게 전용기로 날아갔지만 그 섬까지 들어갈 배가 없어..그 때, 아주 오래전의 인연으로 알게된 어부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고, 아빠2가 제안한 '그 섬에 가서 우리 모두 파티에 참석하면 어때?'라는 제안에 어부와 어부의 가족들을 비롯한 어부의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배를 이끌고 그 섬으로 가게 된다. 당연히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며 파티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소피는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아빠들과 손님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렇게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그들을 반기다가, 거기에서 자신이 헤어졌다고 생각한, 울며 잠들게 만들었던 스카이를 보게 된다. 뉴욕의 근사한 일자리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돌아온 스카이는, 소피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니까 당신이 나한테 제일 소중하더라고, 나는 네 옆이어야 해" 라고.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크- 이 영화는 너무나 뻔한데, 너무나 뻔하게 진행되어서 '에에 이것은 그냥 영화구먼 판타지야' 할만한 구석이 너무 많아서 진짜 딱 '영화같다'고 할 바로 그런 영화지만, 그러나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자꾸 나를 울게 하는 장면들이 나와. 그렇게 한 명은 그리스에 한 명은 뉴욕에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이 함께 그리스에 있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나중에 메릴 스트립 장면에서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손수건으로 눈물 닦기 바빴는데, 영화 내내 울었던 터라, '아아, 맘마미아 보면서 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하고 있었는데, 얼라리여~ 친구도 옆에서 울고 있는 거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친구에게 '나 계속 울었는데, 너도 울었지?' 했더니 멋적게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내가 운 장면에서 친구도 같이 울었어. 아아...그래서 우리는 말했다. 늙을수록 눈물이 많아지는걸까? 하고... 그러자 친구는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여자들이라면 그냥 다 이해하고 울 것 같아...' 하는 것이다.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여러 감정으로 복잡해지는 그러나 단순한 영화여서 또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당신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다른 영화도 한 편 넷플릭스를 통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번역 제목으로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이고 원제는 찾아보니 [set it up] 이었다.



사실 제목이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라니...안봐도 너무 뻔한 제목이라서... 아무튼 그러했지만, 어쨌든 보게됐는데, 굵직한 줄거리는 역시가 뭔가 똥같지만 디테일은 너무나 살아있어서 깜짝 놀랐다.  상사들의 바쁜 스케쥴과 까탈스런 성격 때문에 하루온종일을 야근하고 상사 자식의 숙제도 봐줘야 하는 너무나 처절한 을의 입장인 비서1과 비서2가 만나 '우리 상사들을 서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연애하게 만들어서 우리도 좀 우리 시간을 갖자' 라고 하는 것. 뭔가..너무나 말이 안되는 시츄에이션이고, 어쨌든 그런데 더 말이 안되게도 그 상사들이 사랑에 빠져? 이런 굵직한 줄거리만으로는 '얼라리여, 이것이 뭣여..'하게 되지만, 그 줄거리를 펼쳐나가는 부수적인 것들이 다 지금의 현실이다. 


남자보쓰가 여자보쓰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남자 보쓰는 '똑똑하고 강한 여자'를 싫어하고, 똑똑하고 강한 여자보스는 남자보스의 맨스플레인에 어처구니 없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찰리'가 승진하기 위해서 남자상사의 '아닌 것 같은'일을 눈감고 그냥 넘기려는 것. 게다가 남자 찰리는 자신이 원하는 일인 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채로 어쨌든 승진하고 싶기 때문에 묵묵히 상사를 견뎌낸다. 반면 여자 비서 '하퍼'는 자신이 왜 여기에서 일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이 모시는 여자 상사는 자신을 울게 했던 기사를 쓰는 가장 멋진 스포츠 기자이고, 자신 역시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그러기 위해서는 상사의 옆에서 상사를 보필하고 배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찰리가 해내지 못한 상사 자식의 과학숙제를 하퍼가 멋지게 해내는 장면도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들이 하퍼의 친구 약혼파티에 갔을 때의 장면이 좋다. 하퍼의 친구는 자신의 결혼을 알리면서 짧게 소감을 얘기하는데 그 때 그러는거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셧죠. 그래서 좋아하고 그런데도 사랑하는 거라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 때문에 좋아하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이러면서 자신의 약혼자를 보며 말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좋아해.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죽겠어."



이에 하퍼는 자신의 여자상사와 찰리의 남자상사가 결국 자기들의 계획대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지만, 그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지금 그들은 서로에게 빠져잇는 것 같지만, 그것이 사랑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이에 '그들에겐 그런게 없잖아' 라고 찰리에게 말하니, 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게 없으면 오히려 다 좋은거니 더 좋은 거 아니냐' 라고 답하는데, 결국에는 하퍼의 촉이 맞았다. 


나는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런데'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자질, 어떤 점들이 '단점'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어휴, 저거 싫어서 싫으네' 했을 것들이, 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사랑해'라고 하게 되는 것. 왜 당신에게서는 그런 면을 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까? 하는 것. 



결국 하퍼는 '아닌 것 같은 것'에 대해서 참지 않는다. 말하고자 한다. 찰리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넘기려고 했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난 후에는 찰리 역시 '역시 이대로 넘겨서는 안되는 거였다' 하고 행동에 나서게 되지만. 어쨋든 하퍼와 찰리는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아주 많이 알게 됐다. 


아, 중요한 장면은 또 있다.


찰리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찰리의 남자 룸메이트는 그여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찰리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니 여자친구에 대해)너는 얼마나 잘 아는데?"

"다 알지, 됐어? 항상 얘기하고 문자 보내."

"뭐에 대해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모델인 거랑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알지. 유제품을 싫어해. 됐어?"

"좋아, 그러면 뭔가 사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

"너한테 하잖아!"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지! 그건 여자친구가 할 일이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는 거."

"네가 가장 친한 친구잖아."




사실 이 장면에는 우리가 알아야할 가장 기본적인 진실, 혹은 진리가 표현되어 있다고 보긴하지만, 그러나 '대화가 안통화는', '서로 대화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직업이 '모델'인 것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모델' 여자친구는 좋은 대화상대가 되지 못할까. 물론 그것은 그녀가 '모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모델-아름다운 외모의 가장 기본적인 타이틀-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당신과 애인이면서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이 직업이 모델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영화속에서도 그녀가 '모델이기 때문에' 남자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만약 누군가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지 않는 상대였기 때문이지, 어느 한 쪽이 특히 더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모델 여자친구는 물론 모델 남자 사람들과 더 잘 어울렸다. 공통된 생활환경 탓일 수도 있고 또 관심사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남자친구 찰리는 상사 때문에 늘상 바쁘고 야근에 시달려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비단 상대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저 룸메이트의 저 말, '여자친구가 하는 일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물론, 나라는 인간이 좀 더 단단하고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포지션에 사람들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내게 힘이 되어주고 애정을 주고 기운을 준다. 그러다보면 찰리가 말하는 것처럼 '가장 친한 친구'도 있기 마련. 그러나 나는 나의 애인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섹스와 함께살기 만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작은 일에서부터 나에게 일어나는 중요하고 큰 것들까지, 가장 작고 내밀한 것에서부터 크게 바깥으로 드러나는 부분까지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연인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닐까. 만약 연인이 있는데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건 그대로 자연스럽고 또 충족한 일이겠지만, 그렇다면 사실 그런 사람들은 연인으로부터 어딘가 비어있음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나는 연인이든 친구이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것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백프로의 충족을 느낄 수는 없다. 이 사람에게서 80을 얻는다면, 나머지 빈 것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고 싶어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의외로 되게 많은 부분에서 끄덕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여자주인공은 이십대 중반 남자주인공은 이십대 후반인데, 뭐랄까, 내가 삶에서 뒤늦게 깨닫는 것들을 그들은 그 때 깨닫는 것 같아서 앞으로 남은 인생이 더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고.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런데' 사랑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면, 우리는 일찍부터 나에게 더 잘 맞는, 더 나은 상대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걸 깨닫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방금 내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맘마미아2] 보고 나왔는데, 시작하고 오 분도 안돼서 울었다고. 흐흐흐..나는 내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울어서 내가 이상한가봐..했었는데 아닌가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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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맘마미아2 안 봤는데 봐야겠네요^^ 저는 안 울지도 몰라요 ㅎㅎㅎ

지금 저의 제일 친한 친구는 남편이랍니다. 남편의 제일 친한 친구도 저구요. 둘이서 가끔 그런 이야기 해요. 우리 둘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할 것도 많아 시간이 모자라다구요. 그리고 말씀하신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있어요 ㅎㅎ 수많은 단점들이요. 하지만 함께 있으면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아직까진 결혼 생활이 참 행복합니다. ^^

다락방 2018-08-13 12:0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정말 좋으시겠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남편이라니, 정말로 축복받은 삶을 살고 계십니다.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일텐데,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는 커플들이 많더라고요.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니, 지금처럼 좋은 관계 계속 단단히 잘 유지하셔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으네요, 꼬마요정님!1

:)

clavis 2018-08-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었떼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