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에 가려고 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로마에만 있지 말고 가까운 데는 휙 다녀올까, 했던 거였고, 그렇다면 피자가 맛잇다는 나폴리 고고? 고속기차 한시간 십분이래, 해서 가게된 거였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나폴리에서 일단 배가 고파 밥을 먹기로 했고,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향했는데 와, 진짜 여태 먹어본 피자 중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그 날 먹었다. 그 이야기는 여기로 


https://tobe.aladin.co.kr/n/229405



그리고 천천히 우리는 나폴리를 걸었다. 걸으면서 나는 친구에게 연신 말했다. 나, 로마보다 나폴리가 더 내 취향이네.


그랬다. 걷는 곳마다 유적지가 나오는 로마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나폴리가 훨씬 더 내 취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아침을 먹는 것에 더 어울리는 게 나폴리였다. 나폴리는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 세계였다. 눈 돌리는 데마다 유적이 있는게 아니라, 눈돌리는 데마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신기했다.

그러니까 나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를 읽었기 때문에 여길 찾은 게 아니었다. 그걸 읽은 건 읽은 거고 그 책 때문에 나폴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폴리에 와 다닥다닥 붙은 집들, 그곳에 걸린 빨래들을 보니, 갑자기 릴라 생각이 나는거다. 나는 나폴리 시리즈 때문에 여기 온게 아닌데, 여기 오니까 나폴리 시리즈 생각이 나! 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기에 나는 말해주었다. 릴라와 단짝 친구가 나오는데, 가난한 집에서 살거든.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고 똑똑하지만 릴라에게 배움이 허락되지 않고 아빠네 구두가게 에서 일해,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층층이 올라간 집에서, 빨래에서, 좁은 골목에서 나는 릴라를 생각했다. 레누와 함께 돌아다녔던 골목이 바로 이런 골목이겠지. 다른 사람들의 집에 대해 얘기할때면 언제나 단층집이 아닌 여러층의 집에서의 한 층을 얘기했는데, 그래 이런 집이었겠구나. 그러다 좀 화려한 건물을 보면, 여기는 부촌인가봐, 라는 생각도 했다. 릴라가 살았던 곳은 저기 저 골목 안쪽 어디일테고, 여긴 릴라와는 다른 돈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그쯤 어디인걸까. 혼자 추측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릴라가 일했던 구두가게는 과연 어디쯤이었을까, 어디쯤이 적당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나폴리 시리즈 1권을 다시 펼쳤다. 집에 대한 묘사는 혹은 골목길에 대한 묘사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릴라가 스파뉴올로 아주머니네 창문에 기어 올라가 빨랫줄을 달기 위해 꽂아놓은 철 막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땅바닥을 향해 몸을 던지면 나도 그녀를 따라했다. 그때마다 떨어져서 다칠까봐 두려웠다. -전자책 중에서




우리 동네에서는 여자들이 사내들보다 더 격렬하게 싸웠다. 머리를 쥐어뜯고 싸우면서 서로 상처를 입혔다. 타인에게 입히는 상처는 전염병 같았다. 나는 어린 시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들이 밤마다 하수구나 제방에 버려진 고장 난 기차 칸에서, 악취 나는 풀숲 사이에서, 두꺼비·도마뱀·파리·돌멩이와 먼지 속에서 기어 나와 동네 사람들의 식수와 음식, 공기로 스며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작은 짐승들 때문에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목마른 개처럼 사나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자책 중에서




리노가 열 살도 되기 전에, 그의 아버지인 페르난도 아저씨는 큰 길 너머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작업장으로 그를 데려가 구두 수선 기술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에게서는 언제나 찌든 발 냄새, 낡은 갑피, 광택제 냄새가 났고 우린 그런 그를 놀려먹곤 했다. 나는 그를 구두쟁이라고 불렀다. -전자책 중에서




로마는 다시 가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나폴리는 다시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시 온다면 이번엔 나폴리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골목을 걷고 또 걷고 싶다. 해안가를 따라 달리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삶에서 며칠쯤은 뚝, 나폴리에서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맛있는 피자를, 야채 스프를, 파스타를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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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13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장초기화로 나폴리 사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저는 나폴리의 한 식당에서 리조또랑 파스타, 그리고 이름이 특이한 무언가를 먹었는데 큰애는 그 리조또를 인생 리조또라 부릅니다. (TMI; 크림 리조또)

전 나폴리에서 저 책 읽었지만서도 깃발 따라다니느라 집을 락방님처럼 자세히는 보지 못했어요. 저도 언젠가 나폴리를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14 08:33   좋아요 1 | URL
공장초기화 ㅠㅠ

저는 제가 무얼 볼지 모르는 상태로 갔다가 집들을 마주해서 너무 좋더라고요. 있는 그대로의 나폴리를 마주한 느낌이랄까요. 자유여행은 내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곳에 가고 원하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가기까지의 길이 너무나 험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가 표를 알아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나폴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얼마나 쫄았다고요 ㅠㅠ

저도 나폴리에서 인생피자, 인생스프를 만났습니다!! 진짜 며칠동안 나폴리에 머물면서 피자 질리도록 먹고 싶어요 ㅋㅋ

치니 2024-08-1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금 생각해도 1편에서의 릴라, 너무 좋아요.
저는 나폴리 관심 없었다가 저 책을 읽고 가 보고 싶었는데...언젠가 갈 수 있으려나요!

다락방 2024-08-14 08:34   좋아요 0 | URL
제가 나폴리에 다녀오고 나서 1권 다시 펼쳐 읽는데 왜이렇게 재미있나요. 게다가 한 번 읽고나서 다시 읽는 거라 릴라가 더이상 교육 받지 못한다는 거 알고 이렇게 똑똑한데, 싶어서 더 가슴이 찢어지고 말입니다. ㅠㅠ

치니 님, 나폴리 다녀오세요. 맛있는 피자 드시고 오세요!! >.<

hnine 2024-08-14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이란 책 읽고 있는 중인데, 1권이 로마와 나폴리, 시칠리아 여행기어요. 로마를 네달 여행한 후 나폴리에 왔는데 로마와 나폴리는 확실히 다른 지형, 다른 자연환경임을 서술하는 부분이 많아요. 로마도 좋았지만 나폴리에 오니 로마를 떠올리지 않을수 있겠더라면서요. 로마에서는 모든게 심각하나 나폴리에선 만사가 흥겹고 쾌활하다 라고.

경험한 책, 영화, 음악, 장소가 연결될때의 그 작은 즐거움! 그것도 행복이지요.

다락방 2024-08-14 08:35   좋아요 0 | URL
로마는 좀 웅장하죠. 웅장하면서 지저분해요 ㅋㅋㅋ 길거리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막 버리는데 너무 더워서인지 잘 치우는 느낌도 아니고요. 그런데 나폴리에 가면 네, 좋습니다. 나폴리의 경쾌하고 소박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맞아요. 경험한 책, 영화, 음악, 장소가 연결될 때의 즐거움이 너무나 크죠! 영화랑 음악 책 때문에 여행지 장소를 결정하게 되는 일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제 경우엔 뉴욕이 그런 대표적인 장소였고요. 그래서 더 읽고 더 볼 수록 더 가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레와 2024-08-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나폴리 시리즈를 시작할건데, 이 페이퍼 보니 더 기대되오!

다락방 2024-08-14 08:36   좋아요 0 | URL
오, 레와 님.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 읽기를 환영합니다. 아주 재미있어서 일단 집어들기 시작하면 두꺼워도 금세 읽힐거에요. 물론, 중간중간 남자 욕하기는 필수입니다!! 이탈리아 쌍놈(들)이 나옵니다!!

달자 2024-08-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로마보다는 단연 나폴리가 제 취향이었습니다 남이탈리는 확실히 느낌이 많이 다르죠? 북이태리까지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 딱히 다를 것 없는 그런 느낌인데 (물론 멋지고 화려하지만) 나폴리는 정말 달라요 그쵸.. 근데 그래서 전 그 점이 더 좋더라구요. 다음에는 더 길게 가고 싶어요. 그나저나 전 9월 중순에 가도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 한여름의 나폴리, 안뜨거우셨나요?ㅜㅜ

다락방 2024-08-14 08:3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달자 님. 저는 로마가 되게 웅장한 느낌이었는데요, 웅장하다는 것이. 곧 좋다는 아닌 것 같아요. 와 웅장하다, 하고 감탄하지만, 웅장할 뿐입니다. 반면 나폴리는 ‘좋다‘가 그냥 나오더라고요. 아, 여기에 며칠 더 머물고 싶다, 여기서 피자도 더 먹고 싶다, 이렇게요. ㅋㅋㅋㅋㅋ 나폴리 좋았어요. 좀 더 밝고 경쾌한 느낌이랄까요. 나폴리는 또 가보고 싶어요! 또 가게 된다면 며칠 길게 있다 오고 싶습니다. 후훗.

한여름의 나폴리, 로마 진짜 미치게 뜨거웟어요 달자 님 ㅠㅠ 한국보다 더 뜨거웠어요 ㅠㅠ 저 39도인데 막 걸어다녔어요. ㅠㅠㅠ

달자 2024-08-14 22:3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체력도 좋고 더위에도 강하시고.. 정말 튼튼이야 멋져…⭐️ 아 나폴리시리즈 또 다시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24-08-16 09:38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조금 읽었는데 왜케 재미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24-08-1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폴리 시내에 운하가 흐르나봐요.시내에 요트가 있다니 색달라 보입니다.

다락방 2024-08-14 08:38   좋아요 0 | URL
초호화 크루즈 선착장이 있는 바다입니다!

자목련 2024-08-1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폴리 멋지네요. 사람 사는 곳 ㅎㅎㅎ
거기다 책 속 한 장면을 떠올리는 멋진 순간까지.
<눈부신 친구>를 읽지 않는 저는 그 감정을 상상할 수 없고요.

다락방 2024-08-14 08:51   좋아요 1 | URL
자목련 님, 나폴리 시리지는 두껍지만 금세 읽을 수 있는 아주 재미난 책입니다. 언젠가 꼭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나폴리 너무 멋져서 또 가고 싶어요!! >.<

독서괭 2024-08-16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아오
그거 알아요 다락방님? 싱가포르에는 라면피자가 있대요. 피자 가운데에 라면깡 같은 게 올라가있고 쫑쫑 썰어진 파가 뿌려져있는데.. 엄청 맛있대요!!
나폴리 시리즈 2권인가 3권까지 읽고 못 읽었는데 다시 첨부터 읽고 싶어요.. 하.. ㅠㅠ

달자 2024-08-16 22:44   좋아요 1 | URL
라면피자!!이태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우리끼리 먹죠 아시안 사람들끼리

독서괭 2024-08-16 22: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태리사람들 기겁할까요? ㅋㅋㅋ

달자 2024-08-16 23: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라면 피자가 탄수화물 탄수화물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라볶이 정도 될까요? 아니 근데 그건….너무 맛있잖아…?????

다락방 2024-08-18 20:09   좋아요 2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 라면피자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어쩐지 먹기 싫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약간 그런 퓨전 이런거 별로 안좋아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도대체 라면 피자 만들 생각은 누가 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은 넘나 다양한 사람들이 넘쳐나서 재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라면피자 보다는 라볶이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어려운 건 '사고'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생존자들과 나눈 대화였다.

참사가 발생하면 우리는 가해자들과 그들의 잘못에 집중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취재 과정에서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이 거듭 드러났다. 생존자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이들이 참혹함을 겪으며 예방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유일한 해답은 처벌과 응징이 된다. 하지만 피해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피해 예방의 수많은 경로를 찾을 수 있다.

메이지 길런의 부모가 떠오른다.

 9개월 된 아기가 이웃집 바닥에 떨어져있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약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었다. 언젠가 바닥에 약병이 떨어졌는데 그때 약을 모두 줍지 못했던 것이다. 메이지의 부모는 현재 오피오이드 알약 낱개 블리스터(플라스틱 성형) 포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누군가 불가피하게 실수를 저질렀을 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부 치해 입은 사람들에게서 온다.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제시 싱어' 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3)



어떤 일이든 '사고'라고 부르는 걸 받아들이지 말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라. 인종·계급·낙인이 특정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런 상황을 발견하면 지적하라. 사고는 없다.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무력감에 맞서는 치유제다. -'제시 싱어'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5)



시사인의 이 인터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제시 싱어의 책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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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13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사람이 빡빡해서 가해자 처벌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올려주신 내용 읽으니 바로 설득이 되네요.
피해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그 분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ㅠㅠㅠ

다락방 2024-08-14 09:06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저는 설득이 되어 이 인용문 가져오면서도 ‘그래도 가해자 처벌은 중요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호 시사인의 이 기사가 너무 좋아서 이 책도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피해로 슬퍼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다니요. 인간은 정말 뭘까요? ㅜㅜ
 
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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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시류를 읽어 그루밍 성폭력도 다루고 있고 폭군 밑에서 폭군이 나오는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오로지 단 한 사람만 믿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워낙 내가 답답해하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안들지만, 책 말미에 간략하게 소개된 다음책의 줄거리가 너무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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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을 들고 왔다.

와, 읽는데 너무 좋아.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책이기 때문에 더 잘읽히는 점이 분명히 있다. 어젯밤에도 오리엔탈리즘 들고 괴로워하던 나...오리엔탈리즘 같이 읽는 친구는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그러진 않았는데, 나중에 한 번 더, 두번 더 읽자...하고 읽기 때문에..하여간 어려운데, 한국인이 쓴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왜케 좋아요..


자, 책을 샀다.

책을 샀는데, 책을 받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생일이어서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오호호호 셋트 선물을 받았다.



이건 [문학과 예쑬의 사회사] 전 네권 셋트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 오리엔탈리즘 같이 읽는 친구와 9,10월에는 이 책을 완독하기로 했다. 이렇게 책 준비를 마치게 되네. 후훗.


또 다른 셋트.



이건 창비 셰계문학의 [삶과 운명] 전3권 셋트다. ㅋ ㅑ ~ 너무 근사하지 않습니까. 러시아 문학 선물받는 나란 사람... 삶과 운명 이라니, 어쩐지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삶과 운명 모두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들이니까. 게다가 러시아 문학이라고? 뭐, 이건 안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볼거다.


내가 책만 선물 받은건 아니다. 알라딘 상품권도 선물 받았다. 꺄울 >.<

나에게 알라딘 상품권을 선물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 아이템이 알라딘 상품권이야" 라고 말했다. 정말이다. 나는 알라딘 상품권을 선물 받으면 너무나 좋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살 수 있잖아? 신이시여, 저에게는 아직 상품권 잔액이 남아있습니다...


자, 그래서 내가 산 책들까지 해서 이번주 월요일 책탑은 이렇다.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책을 사대니 책을 쌓아둘 데가 정말 없지 않겠나.

내심 오늘부터 여성주의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터라, 어젯밤에는 책을 찾아 가방에 넣어두어야 했다.

여기 어디 있을텐데, 하고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을 찾아보는데 눈에 띄질 않는거다. 아 분명 산 거 아는데, 7월에도 내가 본 것 같은데...하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책이 보이질 않는 거다. 하는수없이 이 챙뭉탱이 저쪽으로 옮겨보고 저 책뭉탱이 이쪽으로 옮겨보고... 그래도 찾지 못해서 우앙 ㅠㅠ 이러면서 아 이거 찾는 거 넘나 스트레스다, 나 상품권 있어, 그냥 다시 사자! 이랬는데 갑자기, 벼락같이, 저기에서 똭- 읽은 책들 더미에서 갑자기 똭- 보이는게 아닌가. 휴... 상품권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람들아, 책 정리하고 살자. (나만 하면 되나욤?)


하여간 상품권 만큼만 책 사고 더이상 책 안사겠다는 결심을 한 번 또 해보는 아침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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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12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책탑 아주 멋지네요. 역시 책이란 것은 이렇게 세트 ㅋㅋㅋㅋㅋㅋㅋ 세트가 제맛입니다. 딱 쌓아두었을 때 전해지는 안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번달 여성주의책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잘 읽혀서 좋아요. 줄 치면서 열공모드로 읽고 있습니다!

근데 벌써 출근이라니요 ㅠㅠㅠㅠㅠ 에구야........

다락방 2024-08-12 09:3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책은 역시 세트가 제맛입니다! 세트가 주는 그 어떤 안정적임이 있지요? ㅋㅋ 꽂아두고 싶은 세트인 것입니다. 후훗.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읽으니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님. 내용 자체도 좋지만 어찌나 잘 읽히는지. 번역문이 주지 못하는 매끄러움을 한국어가 주고 있습니다. 흑흑.

수요일이 쉬는날입니다. 수요일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4-08-12 10:46   좋아요 3 | URL
목요일입니다 락방님.. (아직 아프시구나) ㅠㅠ

다락방 2024-08-12 10:55   좋아요 1 | URL
목요일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08-1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트가 주는 편안함, 안정감 넘 멋집니다!~~~
<삶과 운명> 너무 좋구요!!! <바닷가의 루시> 역시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물론 스토리 전개가 다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요^^

저도 세트 세트 책 사놓고 너무 뿌듯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딜레마네요
세트 읽고 싶은데 그러면 다른 책을 못읽으니 이래도 저래도 아쉽잖아요.ㅠ.ㅠ

아무튼 우리 빨리 읽어 보아요~~~

다락방 2024-08-12 10:39   좋아요 1 | URL
은하수 님 바닷가의 루시 읽고 계신거 보고 있었어요. 저도 따라서 읽어볼까 하다가 조금 아껴둘까 그러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급한 책들을 좀 읽고-오리엔탈리즘,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그 후에 좀 여유롭게 루시를 만나볼까 하고 있는데 모르겠네요, 저도 제가 언제 만날지...

루시도 키터리지 옆에, 윌리엄 옆에 꽂아 두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세트가 완성되겠지요? 세트는 사랑입니다. 샤라라랑~

건수하 2024-08-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주간에 아프셨군요 ㅠㅠ 이제 좀 회복이 되셨으려나요...
점심 든든하게 드시고 이번주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4-08-12 10:56   좋아요 1 | URL
네네 생일 주간에 아팠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ㅠㅠ
지금은 많이 회복됐어요. 컨디션 거의 돌아온듯 합니다. 그래도 항생제 때문에 약 다 먹어야 한다고 하네요 ㅠㅠ 싫다 ㅠㅠ
점심 많이 먹을게요. 빠샤!!

잠자냥 2024-08-12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엥 알라딘 상품권도 있어요?!?!?!😱😱 몰랐다….

다락방 2024-08-12 21:08   좋아요 1 | URL
네. 선물하긴 번거롭지만 받으면 너무나 좋은 알라딘 상품권이 있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4-08-12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기념 으마으마한 책탑이군요!! 넘나 아름답습니다…
상품권 있다는 말을 전에도 다락방님 글보고 알게된 것 같은데 선물해 본 적이 없네요! 한번 이용해봐야겠어요~
근데 다락방님… 읽은 책 더미에 왜 안 읽은 책이 …… 그거라도 잘 분류를 하심이 ….

다락방 2024-08-12 21:10   좋아요 0 | URL
상품권은 선물하기는 살짝 번거롭습니다. 이게 주말에도 안되고 영업시간 지나도 안되고 아마 그럴거에요. 그리고 현금 결제만 됐던걸로 기억하고요. 송금했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받으면 참말이지 좋습니다. 개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읽은 책 더미에 왜 안 읽은 책이... 분류...... 분류... 가 머에염???????????????

자목련 2024-08-1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완벽한 책탑이네요!!
코로나 다시 유행이라더니 고생하셨네요. 더 많이, 잘 드시길~~

다락방 2024-08-13 07:40   좋아요 0 | URL
네네 코로나 때문에 입맛이 확실히 없기는 하더라고요. 이제 거의 회복했으니 잘먹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거리의화가 2024-08-1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저도 구비하고 있는 책탑인데 이번 참에 다락방님 읽을 때 같이 읽어야하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생일 주간에 특히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알라딘 상품권으로 풍성한 책탑을 얻으셨으니 기분 좋은 일이지요. 저도 덩달아 책탑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배가 부릅니다!ㅎㅎ 모쪼록 얼른 목요일이 와서 휴식할 수 있기를요.

다락방 2024-08-13 07:41   좋아요 0 | URL
오오 거리의화가 님 이미 갖고 계신 책이군요! 저 9-10월에 걸쳐서 읽을 예정인데 함께 읽어요, 거리의화가 님! 네 권을 다 읽어낼 수 있을지 .. 벌써부터 한숨이 나지만 한 번 해봅시다!!
빨리 목요일이 왔으면 좋겠네요. 늦잠도 자고 게으르게 말입니다. 후훗.

2024-08-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13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이 안읽힐 때는 잭 리처를 꺼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오리엔탈리즘을 이번달 내로 읽어야 하는데 책장이 잘 안넘어가고 게다가 코로나까지 걸려서 약 먹으면 헤롱거리게 되니 아 안되겠다, 하고 오랜만에 잭 리처를 집어들었다. 오리엔탈리즘 읽다가 읽어서 그런건지 책장이 술렁술렁 잘도 넘어가. 게다가 이번에는 얼라리여~ 잭 리처의 인생 사랑도 나와주시는구나.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타인을 사랑하게 됐을 때, 나름대로 마음 속에서 그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다들 그러지 않을까? 그건 잘 모르겠고. 이를테면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을 떠올려봤을 때, 거기에서도 1위가 있고 4위가 있고 뭐 그렇지 않겠는가. 내 경우에는 1,2 위는 있고 나머진 다 똑같아서 인생에서 드러내버려도 된다. 여하튼, 그런 잭 리처에게도 1순위 여성이 있었으니, 잭 리처 읽다 보면 등장했던 '가버 장군'의 딸, '조디' 였다. 조디 나이 열여섯 잭 리처의 나이 스물다섯에 만나 아홉살 차이인데다가 당시에 미성년자이고 또 가버 장군의 딸이니 오빠이며 삼촌 같은 가족의 느낌.. 그래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시간이 흘렀고 지금 조디의 나이 서른 잭 리처의 나이 서른 아홉. 그러니까 서른과 서른아홉은 뭐가 되어도 괜찮잖아요? 그래서 이들은 사실 너를 가족으로 보는게 아니라 이성으로 봐... 이래가지고 그들은 15년간 참았던 섹스를 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15년간 참았으니 그 보상으로 많이 많이 해야지요. 여하튼... 그래서 아하, 그래 잭 리처도 사람인데, 인생 사랑 있겠지, 마음 속 일순위 왜 없겠어, 하고 보았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둘이 언제 제일 좋았을까? 뭘 할 때 제일 좋았을까? 그것은 놀랍게도 섹스가 아니라 함께 걷기였다. 나에겐 놀랄 일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놀랄 일일 것 같다. 



두 사람은 90분 동안 팔짱을 끼고 약 7킬로를 걸어서 도시의 전통 구역을 한 바퀴 돌았다. 호텔은 밤나무가 늘어선 넓고 조용한 거리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오래된 저택이었다. 반짝이는 검은색으로 칠해진 큰 문과 연한 꿀색으로 칠해진 오크 바닥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P.365



보통 사람이 4킬로를 걸을 때 한 시간이 걸린다. 낯선 여행지에서라면 한시간보다 더 걸리고. 그런데 7킬로를 90분간 걸었다니, 둘다 걸음이 빠른 모양이다. 여하튼 한시간 반을 함께 걸을 수 있다니, 둘의 체력도 같은가보다. 한 때 나보다 체력이 약한 남자랑 걸었는데 얼마 걷지도 않고 몹시도 힘겨워해서 내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같이 걷는 거, 이거 별 거 아닌게 아니다. 어느정도 속도도 맞아야 하고-상대에게 맞춰야 하고- 체력도 비슷해야 하는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걷는다는 행위를 좋아하고 걷는다는 것을 혼자서도 좋아하지만 또 누군가랑 함께 걷는 것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함께 걸어? 팔짱을 끼고? 물론 팔짱 안 끼고 걸어도 좋지만, 하여간 나는 '두 사람은 90분 동안 팔짱을 끼고 약 7킬로를 걸어서 도시의 전통 구역을 한 바퀴 돌았'다는 게 진짜 너무너무 자지러지게 좋은 거다. 나는 이런게 좋다. 도시의 전통 구역을 한 바퀴 돌았대. 물론 그렇게 걷고 나서 그들은 예약해둔 호텔에 가고 섹스도 하고 맛있는 저녁도 먹으러 가서 와인도 나눠 마신다. 개꿀. 진짜 인생이 짜릿하고 좋지 않냐. 이런 순간들이 인생에 포함되는 것은 기쁨이다. 너무 좋다. 함께 걷고 함께 웃고 함께 먹고 함께 마시는 거. 이런 거 좋다. 


그리고 갑자기 가버 장군 돌아가시면서 잭 리처에게 집을 남겨줍니다.


왓...


집을.. 세상에..


물론 우리의 잭 리처, 집을 갖게 된다면 그 집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 필요할거고, 그 집에서 생활하려면 생필품이 필요할거고, 생필품 사러 나가려면 차도 있어야 하고.. 하면서 그 집을 큰 부담으로 생각해서 그걸 살아야하나 어째야하나 망설이고 있지만, 하여간 가버 장군이 집도 주고 인생 사랑도 만나고 그런데, 


그런데 잭 리처가 로맨스 소설이냐 하면, 그게 아니잖아. 이것은 모름지기 액션이란 말이지. 당연히 사건이 벌어지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잭 리처도 위험에 노출된다 그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위험에 노출됐냐하면, 세상에나, 총을 맞는 겁니다. 그러면 죽었냐? 아니, 총을 맞아도 원래 주인공은 안죽잖아요? 그래, 내가 그건 알아. 주인공은 안죽지. 그런데 안죽게 된 이유가... 아니, 너무.... 자, 보자. 분명 총을 맞았거든?




의사가 말했다. "바로 이거. 망할 총알은 당신 가슴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흉근이 너무 두껍고 치밀해서 총알을 막아냈어요. 8센티 케블라 방탄조끼처럼. 총알이 근육벽 반대편으로 튀어나가 갈비뼈를 부숴버렸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못했어요." -P.564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것봐. 근육이 너무 두꺼워서 총알을 막아냈대. 이게 도대체가 말이 됩니까? 이게 말이 되나? 이거... 이게 가능한거야? 말이 돼? 근육이 너무 두꺼워서 총알을 막아냈다니까? 방탄조끼처럼 막아냈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무리 잭 리처라도 그렇지 이거 너무 판타지 아니야?

그런데 우리의 잭 리처, 가슴 근육만 이렇게 단단할까요?

아니아니죠, 전두엽도 난리났죠. 계속 보자.



"그럼 왜 3주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죠? 리처가 즉시 물었다. "근육 손상이나 갈비뼈가 부러진 것 때문은 아니잖아요. 제기랄, 그런 확실해요. 내 머리는 괜찮은 겁니까?"

의사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는 손뼉을 치고 공중에 환호하듯 주먹을 날렸다. 그러더니 얼굴 전체가 환하게 빛나며 가까이 다가왔다.

"걱정했어요." 그가 말했다. "정말 걱정했다고요. 중상이었거든요. 난 네일 건(못 박는 기계)이라고 생각했는데, 샷건 파편 때문에 가구에서 튀어나온 거라고 하더군요. 그게 두개골을 관통해서 뇌에 3밀리 정도 박혔어요. 전두엽에 말이에요. 못을 박기에는 제일 안 좋은 부위죠. 만약 내가 내 두개골에 못을 박아야 한다면 전두엽은 절대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전두엽에 못이 박힌 걸 봐야 한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보다 두꺼운 당신 전두엽을 고르겠어요. 보통 사람이었다면 못이 끝까지 박혔을 거고 '다들 고마웠어요, 잘 있어요' 라고 말했을 거예요."

"그래서, 난 괜찮은 겁니까?" 리처가 다시 물었다.

"방금 검사비를 만 달러 이상 절약했어요." 의사가 행복하게 말했다.

"내가 가슴에 관한 소견을 알려 줄 때, 당신이 어떻게 했죠? 분석적으로? 당신 자신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심각한 상처가 아니란 걸 알았고 그걸로는 3주간의 혼수상태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며, 다른 부상을 기억하고 그걸 조합해 당신이 질문한 걸 물었죠? 즉시, 망설임없이.빠르고 논리적인 사고, 관련 정보의 조립, 신속한 결론, 가능한 답변의 근거에 대한 명쾌한 질문. 당신 머리는 아무 문제 없어요. 전문가의 소견을 받아들여요." -P.564-565



세상에, 전두엽도 두꺼워서 못도 제대로 안박힌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과적으로 총도 가슴 못뚫고 못도 머리 못 뚫어 나는 계속 계속 잭 리처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좋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뻥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내가 아무리 잭 리처 좋아해도 이건 좀 아니지. 내가 아무리 잭 리처 좋아해도 아닌 걸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리 이성 좀 가져가쟈. 가슴근육이 총알을 막아내는 건 총알탄 사나이야 뭐야.. 하여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하겠어. 특별히 운동하지 않아도 근육질인 건 그래도 내가 눈감고 넘어가주겠다고. 그런데 가슴 근육이 총알 막아내고 전두엽이 못 막아내는 건... 좀 아니잖아? 이러지말자 진짜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요일 저녁부터 몸이 이상해 자가키트를 해봤는데 코로나가 아닌 걸로 나왔다. 그래서 병원에 가 약을 지어먹었는데, 그 날 주사를 맞았더니 괜찮아지는 것 같더라. 의사쌤은 코로나 가능성이 있지만 어차피 지금 검사해도 코로나 아닌 걸로 나올 수 있으니 약 먹고 지켜보다 심해지면 다시 와라, 하셨다. 목요일 오전 아침에 자가키트를 하니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 다시 해본 건 주사 맞고 괜찮아지는 줄 알았던 몸이 다시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 가 양성이라 말하고 다시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니 또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았지만 아팠다. 첫번째 코로나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팠다. 목요일은 두시간쯤 일찍 퇴근을 해 집에 와서 잤다. 다음날은 내 생일이었는데 나는 코로나 ㅠㅠ 생일날은 반차를 내고 집에 와 약을 먹고 잤는데, 엄마가 저녁에 치킨이라도 먹자고 하셔서 치킨을 먹었다. 하여간 혹독한 생일이었다. 생일날 코로나 걸리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현실은 생일에 코로나 걸리는데 책에서는 가슴 근육 단단해서 총알을 막아낸대. 현실과 환상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어제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 먹기로 했다가 나의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어린 조카들에게 옮길 순 없지.



코로나 앓는 동안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달리고 싶은데 달리지 못하는게 속상했다. 달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식구들 모두 달리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쓰고 달릴거 아니면 사람들에게도 민폐라며. 그래서 꾹 참다가 오늘은 안되겠다, 너무나 달리고 싶다, 일주일이나 못달렸다 하고 달리러 나가야겠다 생각했다. 지난주 금요일 로마가 마지막 달리기여서 벌써 일주일이나 넘었다고. 일어나자마자 문 연 약국으로 가서 자가키트를 사다가 검사를 해보았다. 이번엔 음성으로 나왔다. 좋았어, 달리러 가자! 항생제 때문에 약은 계속 먹어야 하니 빵 한 조각과 약을 먹고 나는 올림픽공원으로 나갔다. 30분 연속 달리기를 하려다가 흐음, 일주일만이니 잘 안될 수도 있을거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하고 뛰기 시작했다. 십분쯤 됐을 때 달리기를 멈추고 좀 걸었고 걷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하하하하하, 13분쯤 되는 시점에서 슬라이딩으로 넘어져버렸다. 어, 어, 어, 하다가 쫘악 넘어져버린 것. 화끈거렸다. 일어나서 얼마나 다쳤나 확인하는데 손바닥도 쓰라렸지만 왼쪽 무릎이 크게 까지고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있엇다. 오른쪽 무릎도 다쳤지만 왼쪽보단 나았다. 달리기 앱에서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운동 멈춤 버튼을 누르고 근처의 벤치에 앉아 상처들을 살펴보았다. 아프거나 쪽팔린 것보다 가장 무서운 건 엄빠의 잔소리였다. 뛰지말라고 했는데 기어코 뛰더니, 부터 시작되는 잔소리가 재생되었다. 하아- 큰일났네. 나는 그만 뛰고 이대로 집에 돌아갈까 하다가, 다리를 그리고 팔을 움직여보니 사실 뛰는데에는 뭐 크게 지장이 없겠어? 상처부위는 쓰라리고 화끈거리지만 그게 뛰는데 무슨 상관? 천천히 30분 채우자, 하고는 30분을 마저 쉬어가며 채운 뒤 집에 왔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잔소리폭격을 맞았다. 흠흠.



뭐에 걸린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뛴 걸 보면 다리에 힘이 없었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넘어진건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이 먹으면 되게 졸린데, 어쩌면 이 약 때문에 그런걸까? 하여간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넘어진 적은 없었는데.. 넘어지고 말았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에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상처를 보여주고 밴드를 사와서 집에 와 샤워하고 밴드를 붙였다. 무슨 마라톤 나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 열심히 뛰는 것도 아닌데, 고작 30분 뛰면서 뭘 넘어지냐. 하여간 요란하다 요란해..



오리엔탈리즘이나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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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1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코 달리기하다 넘어지셨군요 ㅜㅜ 코로나에 부상에.. 힝 ㅠㅠ 아니 누구는 총알을 맞아도 가슴근육이 튕겨내고 전두엽에 뭐가 박혀도 멀쩡한데 말이예요 ㅋㅋㅋㅌ 이거 거의 슈퍼맨 수준 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상처치료 잘 하시고 푹 쉬세요!!

다락방 2024-08-11 19:59   좋아요 1 | URL
세상에 제가 말이죠, 독서 인생 몇십년인데, 가슴 근육으로 총알 튕겨내는 건 또 보다보다 처음 봅니다.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어요.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너무한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지금은 별로 아프지 않아서 달리기를 언제부터 다시 시작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살도 안빠지는 달리기지만.. ㅋㅋㅋㅋㅋ

청아 2024-08-1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알도 뚫지 못하는 잭 리처의 흉근과 전두엽이 부럽네요?ㅋㅋㅋㅋㅋ 제 허리에좀 이식하고 싶어요. 허리땜 운동 일주일은 더 참아야해서 달리고싶어 답답해 미칠것 같습니다. 다락방님 너무 적게 드셔서 넘어지신거 아니에요? 얼른 다시 날아다니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4-08-11 20:0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잭 리처, 충치는 있을까요? 전두엽도 가슴근육도 그렇게나 단단한데 충치균도 침범 못했을 것 같아요. 제 허리에도 고관절에도 잭 리처 강함 좀 나눠주고 싶네요. 천하무적 같으니라고 ㅎㅎ
저도 너무 답답해서 뛰러 나간거였는데 이렇게 보기좋게 슬라이딩 해버렸네요. 욕심을 부렸나 싶지만, 그러나 뛴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너무 적게 먹진 않았고요 ㅋㅋㅋ 그런데 약 때문에 좀 휘청였나? 뭐 그런 생각은 하긴 합니다. 하하하하. 청아 님, 건강하게 지냅시다!!

망고 2024-08-1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는 무슨 기계인가요? 방탄강철 로보트같은거?ㅋㅋㅋㅋㅋ저도 함께 걷는거 좋아해요 뛰는건 싫어하고요ㅋㅋㅋㅋ함께 걸었던 추억들이 오래 남는거 같아요 아흐~
다락방님 코로나 얼른 이겨내시고 벌써 다 이겨내신거 같지만^^정상 컨디션 찾으셔서 맘껏 달리시길요

다락방 2024-08-12 10:35   좋아요 1 | URL
어이없죠 ㅋㅋ 제가 판타지는 너무 뻥같아서 잘 안읽는데 저 부분에서 진짜 너무 판타지였어요. 너무해. 총알도 튕겨내는 근육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잭 리처는 근육 단련을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하지도 않는단 말입니다!! 리 차일드는 반성하라!! ㅋㅋㅋㅋㅋ

저는 컨디션 거의 회복한 것 같고요 오늘은 퇴근 후에 좀 달려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 달리고 싶은데 사실 그건 잘 안되네요. 아침에는 의욕 솟지만 퇴근무렵부터 급격히 의욕이 사라져버리는...

단발머리 2024-08-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처 가슴근육이랑 전두엽 두께에도 놀랐지만 제일 놀라웠던 건 리처가 ‘정착‘을 고려했다는 점.....
사랑은 리처도 멈추게 하는 것인가. 정주는 역시 인간의 제일 안전한(?) 선택인가... 그런 생각을 전 많이 했어요. (리처 정착 고려에 충격받음)

제 생각엔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ㅠㅠㅠ 물론 약 때문일 수도 있구요.
얼른 컨디션 회복하시고 마음껏 조깅할 수 있으시기를~~~

다락방 2024-08-12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리처 처럼 살면 큰 돈이 필요 없겠다, 하는 거요. 제가 돈이 필요한 이유는 정착 때문이 아닌가 싶은거죠. 집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가구가 필요하고, 이동수단이 필요하고.. 이 모든게 돈이잖아요. 잭 리처처럼 떠돌다가 아무데나 멈춰서서 저렴한 모텔에 묵는다면, 그렇다면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그렇게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좀 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움직이고 이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딘가에 정착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땜시롱, 만약 정말 잭 리처처럼 살게 된다면 그 삶을 지금처럼 ‘그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가 없네요.

다리에 힘이 풀린 게 아마도 약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약이.. 먹으면 엄청 졸립거든요. 잠이 쏟아져요. 이번 주말에는 진짜 잠을 많이 잤어요.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잠만 잤던 그런 주말이었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드문 그런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