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써야 하는 공간이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나는 길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공중 화장실을 더럽히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전에는 탕비실에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쌓인걸 보고는 씩씩대며 정리해두었다. 여러사람이 함께할 때는 최대한 깔끔하게 치우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 개인으로 놓고 보자면 세상에... 책상과 책장이 아주 난리가 났다. 아빠는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한숨을 쉬고 초등학생 조카는 올 때마다 내 책상을 정리하다가 어느 날은 "이모! 정리를 하려고 해도 도대체 정리를 할 수가 없어", 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나는 뒤메질러이다..



뒤메질러는 이 페이퍼 참조 ☞ [알라딘서재]이런저런 실존주의와 검증된 외국어 공부법 (aladin.co.kr)


나라고 정리 안된 책상이나 책장이 좋은 건 아니다. 사실 뭐 그렇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지만 어떤 날은 이대로는 안되겠어, 정리하겠다! 하고 코에서 불을 내뿜으며 정리에 돌입한다. 그러나 그렇게 정리한 상태는 정말이지 사흘도 안간다. 사실, 세 시간은 가나 싶다. 공동으로 쓰는 공간은 결벽증을 보이면서 도대체 왜때문에 내 개인 책상과 책장은 쓰레기통과 맞먹는가, 나여... 책상이 좁아서인가 책상을 넓고 크게 바꿔봐도 변한 건 없었다. 책장을 하나 더 들여도 마찬가지. 아아, 나에게 이것은 풀지 못할 미스테리인데, 이것은 그냥 나의 기질인 것인가... 하다가, 아아, 나는 오바마를 만나게 됩니다.


Next to the kitchen, there was a small study where I worked in the evenings. Michelle called it "the Hole" because of the way it was always filled with stacks of books, magazines, newspapers, legal briefs I was writing, and exams I was grading. Every month or so, prompted by my inability to find something I needed, I‘d clean the Hole in an hour-long frenzy, and I would feel very proud of myself for the three days or so it would take for the books and papers and other clutter to spring back like weeds. The Hole was also the only room in the apartment where I smoked, although once the girls were born, I took my foul habit outside to the slightly rickety back porch, where I‘d sometimes interrupt families of raccoons foraging through our trash cans. -p.171



번역해보자. 물론, 내가 하는 건 아니고 번역본이.


나는 저녁마다 부엌 옆에 있는 작은 서재에서 일을 했다. 미셸은 그곳을 ‘굴‘이라고 불렀는데 책, 잡지, 신문 더미, 작성하던 준비 서면, 채점하던 시험 답안지로 언제나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쯤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해 한 시간 동안 광적으로 굴을 치우고 나면 나 자신이 무척 뿌듯했지만, 사흘만 지나면 책과 문서와 잡동사니가 잡초처럼 다시 들어찼다. 굴은 집에서 내가 흡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이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좀 허름한 뒤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이따금우리가 버린 깡통을 뒤지던 아메리카너구리가족을 방해할 때도 있었다. -책속에서


아아.. 오바마..오바마도 뒤메질러다. 책, 잡지, 신문 더미, 작성하던 준비 서면, 채점하던 시험 답안지로 꽉 차있고 광적으로 치우고 나서 뿌듯해하지만 이내 잡동사니가 잡초처럼.. 아아 반갑습니다, 오바마. 당신도 나처럼 뒤메질러 로군요. 뒤메질러 하이파이브!!!!!

그렇다면 나도.. 대통령으로? 후훗.



자 그럼 어지러운 책상에서 다시 일하러 간다, 나는.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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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1-30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앞으로 알라딘 서재에서 ‘뒤메질러‘ 쓰려면 각주를 답시다. ㅋㅋㅋ 다부장님은 각주 잘 달았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30 10:47   좋아요 1 | URL
제가 이렇게나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입니다. 엣헴- ㅋㅋㅋㅋㅋ

- 2021-12-02 09:48   좋아요 0 | URL
매우 잘했어요 >_< ㅋㅋㅋ

청아 2021-11-3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대선도 출마하셨더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늦었으니 다락방님 다음 대선으로!!!👆😉

다락방 2021-11-30 10:47   좋아요 2 | URL
이번엔 진짜 해볼만했을텐데 말입니다. 이번에 제가 출마하면 제가 됐을텐데.. 너무 늦었네요. 크-

잠자냥 2021-11-30 21:16   좋아요 1 | URL
뒤메질 러닝메이트로 쟝쟝하고 같이 나왔으면 증말 2340 여성표 싹쓸이 아닙니까? 심상정이 연합하자고 손 내밀었을지도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30 21:30   좋아요 2 | URL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데, 그렇다면………… 🙄🙄

- 2021-12-01 18: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쟝쟝은 출마 싫어요 😞 선거이즈 부르주아 민주주의제도의 꽃…

Falstaff 2021-11-30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고 또 봐도, 소리내 발음해봐도, 뒤메질.... 참 기가 막힙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30 10:47   좋아요 1 | URL
아니 어떻게 이름이 뒤메질이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꾸 써먹고 싶은,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에요. 껄껄.

책읽는나무 2021-11-3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뒤메질은 곧 대선으로 가는 길이라!!!!!
음......우리 집엔 제각각 모두 다 대통령감이었군요!!!음....😆😆
저도 글의 앞부분에서 뜨끔 했어요ㅋㅋ
공동 공간에선 what!!!! 그러면서~~
내 집에선 뭐 어때?? 누가 본다고??
또 나의 뒤메질은 용서가 되는데 아이들의 뒤메질은 못참고 잔소리 하면서, 정말 등짝에 🖐 새기고 싶더라는..ㅋㅋㅋ

다락방 2021-11-30 14:00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잘 지켜보세요. 책나무님 댁에서 대통령 나옵니다 ㅋㅋㅋㅋㅋ
자기만의 공간이 지저분한 건 자신이 감당할 몫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공간을 엉망으로 하는 건 너무 싫어요. 특히 자기 자리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공동공간 막 쓰는거 보면 화딱지가 납니다 ㅠㅠ

지금도 제 책상은 한숨나게 지저분해요. 일단.. 오늘은 일 좀 하고 정리는 나중에... ( ˝)

새파랑 2021-11-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오바마와 다락방님의 공통점이~!! 다락방님 정계진출? ^^
뒤메질 어감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1-11-30 14:00   좋아요 1 | URL
대선 나가면 새파랑 님, 저 밀어주실 겁니까? ㅋㅋㅋㅋㅋ
뒤메질 너무 좋아요. 뒤메질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11-3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메질 - 처음엔 뒤질래?인줄 알았어요. ㅎㅎ
근데 엄마한테 뒤지는 각은 맞는 듯....

제가 정계에 진출하지 못한건 오로지 책상이 깨끗해서라는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집은 더러워도 책상만은 깨끗한 사람입니다. 제가..... ㅎㅎ

다락방 2021-11-30 14: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상 깨끗한 분이시라니, 존경스럽습니다 바람돌이님! 저는 그게 도대체 왜 안될까요? 이런 지저분한 책상 위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1-11-3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이번에 나오셨으면 무조건 당선되셨을텐데… 너무 아쉬운걸요. 저도 찍을 사람 생겨서 좋고 다락방님 대통령 돼서 좋고 그쵸? ㅎㅎㅎ

다락방 2021-11-30 19:56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 말입니다!!!!!!!!! ㅠㅠ

밥이좋다 2022-01-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무가 줄면서 책상이 깨끗해진 1인입니다. 일이많으면 책상이 어질러진다고 주장합니다.

다락방 2022-01-05 07:54   좋아요 0 | URL
그 주장에는 동의합니다만, 제 경우에는 그냥 타고나길 지저분한 것 같아요 ㅜㅜ
 














책과 서점 그리고 책을 읽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는 무조건 좋을거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의 줄거리도 제대로 모르는채로 보게 됐다.


서점 하나 없는 한적한 마을에 전쟁 미망인인 '플로렌스'가 서점을 차리고자 한다. 그녀가 서점을 차리고 머무르고자 하는 오래된 건물은 마을의 유지라 할 수 있는 '가맛 부인'이 평소 문화센터를 차리고 싶어햇던 장소다. 가맛 부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그녀가 그 서점을 차리기를 중단하기를 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려내고 성공하는 듯하자 어떻게든 그녀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다. 심지어 정치인인 조카를 통해 법을 바꾸기까지 한다. 이 마을에 대체 문화센터가 무슨 필요냐고 사람들이 생각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채로, 그렇게 해달라니까, 사람들은 가맛 부인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준다. 이 마을에 외지인인 플로렌스는 친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고 그러나 괴짜 노인 한 명만이 플로렌스의 진심을 알고 우정을 나누면서 그녀를 돕고자 한다. 그런데 그 노인도 죽어버리고 이제 그녀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마을에 유일하게 딱 한 명 있는데 딱히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열한살 아이 '크리스틴'이다.


한 사람 괴롭히기에 열을 올리는 권력자와 그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롭다. 야, 제발 좀 내버려둬라, 그녀가 무슨 해를 입히냐,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 읽는 일 하면서 책 팔고 싶어할 뿐이잖아, 그래서 낡고 오래된 건물을 사서 하는 것뿐이잖아, 좀 내버려두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서점을 망하게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하고 그녀의 옆에 서주거나 서점앞에서 비켜서지 않는 감동적인 연대의 스토리 같은 것은 이 영화 안에 없는데, 아마 그것은 충실한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 서점을 없애는데 가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저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 사람이 어떤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니까. 나만 해도, 얼마전에 곤드레밥 먹으러 가야지~ 하고 눈누난나 식당을 찾았다가 그 식당이 없어진 걸 보게 되었다. 그 식당에 무슨 권력자의 횡포가 있었던건지, 그저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건지, 다른 지역에 더 크게 확장을 한건지, 코로나 때문에 역시 장사가 안돼서 접은건지에 대해서 알 수 없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다 알 수 없을 것이고 설사 알았다해도 자신이 뭐 특별히 할 일이 있다고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플로렌스가 서점을 차린 마을은 한적하고 작은 마을이었고 그래서 아마도 마을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은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알기도 했겠지만, 자기 삶을 살아가느라 남이야 어떻게되든말든 내버려두지 않았을까. 그런데, 서점 사라진 건 좀 아쉽지 않나요? 마을의 유일한 서점인데.. 여러분, 서점 갖고 싶지 않아요? 아, 물론 가맛 부인이 다른 서점을 저 쪽에 차려두긴 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점같은 거 좋지 않나...



괴짜 노인(이름이 생각 안난다)은 집에서 나오질 않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으면서 집 안에서 책만 읽는 사람인데, 플로렌스의 서점 소식을 듣고는 편지를 보내 내게 책을 좀 추천해다오, 라고 한다. 이 때 플로렌스가 보내주는 책이 시집 한 권과,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과, 또 다른 책 한 권인데, 이 노인은 다 읽은 후 다른 책들은 굳이 안보내줘도 되고 그런데 레이 브래드버리 소설은 당장 또 보내달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채링크로스 생각나는데 이런 거 너무 좋지 않나. 크- 


















나 레이 브래드버리 한 권도 안읽어봤는데 한 권도 갖고 있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다. 어쩐지 화씨.. 저거 있을 것 같은데.. 흐음.... 있나? 없나? 화씨는 워낙 유명해서 내가 읽어볼라고 샀을법도 한데.. 저 표지는 낯설고.. 그렇다면.. 없나? 또 사야 되는 부분? 흐음..



영화에는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나온다. 마을의 중년 남자1이 요즘에 이 책이 핫하다고 서점에 들러 플로렌스에게 읽어보고 팔아봐라, 건네는데, 플로렌스는 롤리타를 읽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래서 괴짜 노인에게 책을 보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팔아도 되겠는지 얘기해주세요, 이미 주문은 해두었지만' 이라고 한다. 나는 괴짜 노인이 뭐라 할까 궁금했는데, 노인은 '나는 좋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답한다.


















일전에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긴 했는데, 나보코프는 이 책을 통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어떤 상태에서 일어나는지를 무엇보다 잘 기술하고 있고, 또한 그렇게 피해를 입은 아동이 그 다음 삶을 살아가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차례, 나보코프는 주변에 어른이 없는 취약한 상황일 때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 정부는 취약한 아동을 차마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 피해를 입은 아동은 또다른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피해 아동은 본인의 재능을 살려 미래를 꾸려나가는 일이 어려운 것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롤리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마치 소수의 사랑인듯 표현하는 상징이 된 것 같다. 이건 나보코프가 잘못한게 아니라 롤리타를 읽고 자기 좋을대로 해석한 자들의 영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읽은 민음사의 롤리타를 보면 해설에서 당시 이 책을 읽었던 많은 사람(이라 쓰고 남자라고 읽는다)들이 여기에서 험버트의 롤리타에 대한 진정한 사랑..같은 걸 읽어버린거다. 와.. 여기서 그거 읽다니 진짜 대단히 더럽다고 아니할 수 없다. 평론가들이라는 사람이 이걸 그렇게 평해버리니 이건 그런 책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나 역시 그런 책일 것 같아서 좆같다고 생각했다가 읽어보고 뭐야, 나보코프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잖아!! 했던거다. 아마도 첫 부분에, 험버트가 롤리타의 육체를 탐하는 시선에 대한 묘사가 너무 노골적이었던 것, 그것이 치명적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동성범죄 가해자의 시선에 대한 것이지만, 아주 많은 남자들이 그런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던 바, 사랑이다, 찐사랑이야! 하게 되어버린 것. 나보코프는 그래서 이 소설을 써서는 안되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책이 나쁜 책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쁘게 읽어버려서. 아주 많은 남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는데 이걸 써버려서 완전히 다른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영화속에서도 이 책 한 번 읽고 팔아봐, 하고 건넸던 중년 아재1은, 바로 이런 평론가의 시선과 같은 걸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눈빛이라는 것이 무슨 포르노 보듯 했으니까. 너무 많은 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다면 그 책은 나쁜 책일까? 이 책은 분명 가해자의 시선에서 쓰여졌지만 그러나 그 가해가 일어나서는 안됐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데 어째서 살아남은 건 아동에 대한 잘못된 시선일까. 그렇다면.. 나쁜 책인걸까? 







《샹치 와 텐 링즈의 전설》은 처음 액션부터 너무 재미있고 좋았는데, 그러나 보면서 몹시도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그러니까 여기서 히어로이자 선한 인물은 '샹치(시무 리우)'인데, 대체적으로 히어로를 보면서 우앙 멋져 짱이다...하게 되는 감정이 잘 안생기고, 악당인 '쑤 웬우(양조위)'를 보면서 나쁜 놈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는 마음도 잘 생기질 않는거다. 권력에 찌들어버린 악당인데 '아니, 그게 그게 아니고 저기서 요괴가 아내목소리로 얘기했잖아..'이러면서 좀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생겨버리는 것. 크- 선과 악은 무엇인가. 왜 나는 악당 양조위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가. 얼굴.. 때문이야? 이것이 몹시 괴로운 것이다. 


그간 나의 신념이라는 것은 얼굴보다 내면!! 이었고, 내 모든 연애도 그걸 바탕으로 이루어졌단 말이다. 그래서 내면 보고 연애했어요... (슬픈 말 아닌데 왜 슬프게 느껴지지?) 그런데 왜 때문에 샹치.. 이 영화 보면서 내면이 아니라 외면 보죠? 왜죠? 사실 그동안 내가 내면보고 연애를 한것은, 볼 게 내면 뿐이기 때문이었던... 걸까? 아아, 내 안의 외모지상주의와 내 안의 속물근성.. 같은 것을 나는 샹치로 인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크아-


그렇지만 제목에 불만 있습니다!

이 영화 제목이 왜 샹치일까. 쑤 샹치의 여동생 쑤 샤링은 아들만 차별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릴 적 무술 교육도 혼자 독학해야 했다. 그렇게 뛰어난 싸움꾼이 되었고, 영화에서도 오빠 샹치랑 같은 능력으로 내내 같이 싸운단 말야? 그런데 왜 제목은 샹치냐. 《쑤 남매》이렇게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 어?! 으르렁- 제목 바꿔줘라.


《쑤 남매》

《쑤씨네 아이들》

《쑤 패밀리》

《안녕하세요, 우리는 쑤에요!》

《오빠와 나, 우리는 쑤!》



잘하자. 응?



아무튼 레이 브래드버리 사야되냐. 흠흠. 민들레 와인.. 한 번 읽어볼까? 민들레로 와인 만드는 얘기인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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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29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디즈니 아이디 얻어서 샹치 본다 오늘… 훗훗

다락방 2021-11-29 10:56   좋아요 2 | URL
꺅 샹치로 하나 되자! 부릉부릉-

잠자냥 2021-11-29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들레 와인> 민들레로 와인 만들기는 합니다. ㅎㅎㅎ 열두 살 소년의 성장 소설로 암튼 아름다워요.

다락방 2021-11-30 10:41   좋아요 1 | URL
저 안그래도 검색했다가 잠자냥 님의 별셋 리뷰를 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1-11-29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주혜 소설가가 번역한 레이 브래드버리 책 읽고 싶었는데요. Farewell Summer를 이주혜 작가님이 내셨는줄 알았거든요. 이게 2006년에 50년만에 나온 단델리온 와인 씨퀄이래요. 그래서 저는 안녕 여름 읽기 전에 단델리온 와인을 읽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시도 못했고 그냥 잊어버렸었는데 저도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이주혜 소설가가 번역하신 것중에 하나가 ‘온 여름을 이 하루에’였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1-11-30 10:42   좋아요 1 | URL
화씨451 이 워낙 유명해서 그걸 먼저 읽어볼까 싶었는데 어쩐지 민들레 와인이 더 접근이 쉬울 것 같아요. 저도 민들레 와인에 도전해보겠어요. 불끈!

블랙겟타 2021-11-30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샹치라는 제목은 70년대에 만들어진 원작이 있고 지금도 코믹스판으로 나와서 그대로 쓴 것 같아요.

70년대의 원작을 보시면 샹치라는 인물이 전형적인 이소룡캐릭터를 하고 있는데요. 그 당시 북미인들의 뒤틀린 아시아인에 대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주죠. 북미인들이 아시아인들을 느끼는 이미지가 70년대는 이소룡의 쿵푸아시아인 이미지, 80년대는 일본 사무라이, 닌자, 카라테의 이미지였죠. 그 당시 북미인들 눈엔 동양인하면 무술하고 뭐 그런 신비스러운 이미지로만 소비되었잖아요.

원래 샹치의 아버지는 푸만추라는 캐릭터였는데 언젠가 스탠리 작가가 만들어냈던 아이언맨의 빌런인 만다린으로 바뀌어서 영화판에서도 만다린(혹은 웬우)로 나오더라구요. 푸만추든 만다린이든 원래 캐릭터 탄생부터 오리엔탈리즘적이고 지금보면 인종차별적요소가 듬뿍 담긴 거라(원작 샹치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구요) 지금와서 영화판으로 만든다는 거에 우려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버전에서는 웬우(만다린 혹은 푸만추로 대표되는 이전 시대의 아시아인 스테레오타입)를 부정하고 극복해야하는 샹치(이민2세대로서)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나름 제작진이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이민자 시선에서 그린건 미국적인 느낌이 나죠, 원래 초기 원작은 이렇게 이미지가 입체적이지 않았거든요. 이런거 보면 무술하는 아시안 이야기인건 맞지만 어쨌든 간에 북미인들의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1차원적인 시각이 조금씩 변하긴 변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요.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30 10:44   좋아요 1 | URL
샹치의 아버지는 딸에게는 무술 교육 안시키고 아들에게만 시키거든요. 딸을 없는 존재 취급해요. 그런데 딸은 혼자 독학으로 무술을 익히죠. 그리고 나중에 만나게 되는 샹치의 이모는 이곳에서는 너희 아버지가 했던 것과 달리 여자도 남자도 똑같이 교육 받는다고 말을 해요. 그런 장면들이 지금 겟타 님의 댓글을 보니 떠오르네요.

그나저나 이게 70년대의 원작이 있는 작품인지는 전혀, 전혀 몰랐네요. 제가 워낙에 마블에 관심이 1도 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겟타님이 이 영화를 아직 안보셨다니. 얼른 보세요! 가급적 내일 되기 전에 보세요. 우리 내일 이야기 나눠야죠. 꺅 >.<

blanca 2021-11-3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롤리타> 다락방님과 비슷하게 느꼈는데 완전 다른 방향으로 읽고 이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사실 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도 의문이지만요...브래드버리는 강추합니다. 저도 요새 어떤 책을 읽었는지 샀는지 또 사는 건지 모르는 지경이라 너무 이해가요.

다락방 2021-11-30 10:46   좋아요 0 | URL
롤리타라는 작품이 아동 성범죄에 집착하는 건줄 알았거든요. 아동을 성애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집착하는 변태같은 작품이라고요. 영화가 만들어질때도 그런 쪽으로 더 홍보를 햇던 것 같고요. 그런데 그건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봐서 그런거더라고요. 실제 책을 읽어보니 나보코프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수시로 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작품에서 아동 성애만 가져오고 또 험버트를 진정한 사랑꾼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진짜 너무 싫었어요.

브래드버리, 블랑카님은 역시 읽으셨군요. 저도 일단 하나를 도전해봐야겠어요. 제가 SF 장르를 잘 안읽긴 하니까 일단 하나만 도전해봐야죠. 한 권 읽고 영화 속 노인처럼 래이드버리 책 다 줘!! 할지 모르겠네요? 후훗.
 
















안녕, 여러분?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입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라는 방대한 양의 책을 읽고, 이리가레의 《하나이지 않은 성》이라는 매우 난해한 작품을 지나 만나게 되는 여성과 광기는,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러다 펼치고나서 대충격 받는 건 아니겠죠?


자, 12월 도서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달려봅시다. 고고씽!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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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월드 : 여자만 남은 세상 진실의 그래픽 1
아민더 달리왈 지음, 홍한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은 단지 전설속에만 존재하는 (예전에 남자들이 살았대!) 여성들만 남은 세상. 감정과 관계와 사회는 딱히 달라질 것이 없고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 책(세계)에서는 성폭력도 시선강간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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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11-2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번달의 숙제 마쳤다고 이렇게 쭉쭉 읽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주에 완전 추천작은 없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29 08:48   좋아요 0 | URL
네 없습니다! 저 근데 <요즘 애들> 읽은지 일주일 넘었는데 아직도 못끝냇어요. 왜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땀, 나쁜 땀, 이상한 땀 -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 원장이 알려주는 다한증 치료법
윤강준 지음 / 가쎄(GASSE)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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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궁.. 땀이란 것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주는 책일거라 기대하고 봤는데, 다한증 수술 하는 병원 광고에 다름아니다. 이 병원에서 수술한 사람들의 후기도 글로 써있는데 굳이 또 만화로도 그려서 지면을 낭비. 왜죠?
그래도 코어 힘을 키우는 것이 다한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은 큰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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