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집중해서 한우물만 파기 위해 이 페이퍼를 똑 떨구고 가려고 했는데, 남의 서재 돌아다니다가 오전이 다 갔네. 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 진도는 아직 2부 역사를 끝으로 멈춰있다…🙄
어제 3부 끝내놓고 자려했는 데, 잠깐 보부아르 전기<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에서 <제2의 성> 발간한 부분 한 챕터만 좀 읽을까? 하고 펼쳤다가 느닷없이 중년의 보부아르 언니가 열일곱살 연하 남과 뜨겁게 불타오르며 사귀기 시작하는 바람(당시 그는 이미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남자 애인2명과 미국 남자 애인 1명과 여자 애인 여러명과 충분히 많이 사랑하며 지내고 있었음에도)에 근데 또 그 연하남이 너무 직진남인거야. 나중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대? 무려 성공한 작가 보부아르의 재정적, 정서적 지원에 힘입어...
그러니까 뭐지? 이 여자… 보부아르 인생 왤케 재밌는 거여… 아주 신나서 다 읽어버렸다. 500페이지 였는데…. 이틀만에 다 읽었네?ㅋㅋㅋ
잠깐, 근데 왜 내 제2의성은 220페이지에 머물러있지?..
무튼 실컷 보부아르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 오늘부터 일요일까지는 정말 집중해서 <제2의 성>을 읽어야지!! 하면서 다시 책을 폈는데, 공교롭게도 이 페이지가 나왔다.
여자가 “섹스”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페이퍼를 쓰는 것은 아니다. ㅋㅋㅋㅋㅋ (아 물론 이 한 줄로도 천자 만자 쓸 수 있을 것 같은 현 상태의 나이지만…) 내가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게 꽂힌 건 각주다. 너 잘 걸렸다. 레비나스. 이놈시키. 그리고 들른 김에 겸사겸사 각주 11에 붙어있는 뒤메질 이야기도 하고 가야겠다.
때는 9월 16~17일, 본격 추석을 맞이하여 <제2의 성>을 시작하기 전(ㅋㅋㅋㅋ왜 그때 까지 안시작하고 있었던 거냐ㅋㅋㅋㅋㅋㅋ)에 나는 그래도 이전에 읽을 때와는 다르게 이 책의 철학이 된다는 실존주의를 좀 알아야겠지 싶어, 집에 모셔둔 채 먼지가 쌓여가고 있던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을 생각은 없었고, 보부아르랑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까지만 읽어야지!!! 하고!!(정말이다, 믿어 달라!) *주체 앞에 나타난 타자의 출현을 '수챗구멍'에 비유하며, 나와 그의 세계가 겹칠 때 나의 중심은 상실되고 타자로 인해 생긴 균열-수챗구멍으로 내 세계가 빠져나간다…* 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읽으며, 뭐지. 뭔데 이렇게 아름답지?😮
자세를 잠깐 고쳐 앉고 열심히 사르트르 부분을 다 읽은 후 자연스럽게 메를로퐁티로 넘어갔다. 왜냐면!! 얘도 실존주의래잖아. 분명히 <제2의 성>에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퐁티는 보부아르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보부아르의 청춘시절의 베스트 푸렌드인 자자와 사귀었던 혼외자(그의 사상은 머리에 남지 않고 출생의 비밀만 남아…)이기도 하니까, 읽어둬서 나쁠 거 없지😤 그래 딱 요기까지만 읽어야지!! 읽기 시작했는데, 이 ‘관계’를 ‘살’에 빚대면서 구체적이고 감각적 세계 안에서의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한 몸의 철학자는 또 이론이 어쩐지 제 스타일인 것이지요. (몸!! 중요해.) 그래서 후루룩 호로록 재밌게 읽고 이제 끄읏! 이랬는 데 잠깐 다음장을 폈다.
이름이 레비나스.. 뭔가 이쁘잖아. 그리고.
이 페이지를 펼쳤는데 어떻게 안읽냐….
상처와 고통에 대한 암중모색으로부터 사유와 독서를 시작하는 거… 그거 나잖아…😭
(소설 주인공에는 그렇게 감정이입 못하는 사람이 철학자에는 감정이입이 이렇게나 쉽다…)
“(85)사유는 어떻게 시작됩니까? 레비나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이별을 겪었을 때, 폭력적 장면을 목격했을 때, 시간의 단조로움을 갑작스럽게 의식하게 되었을때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 받은 상처나 그때부터 헤매는 암중모색은 도무지 형언할 길이 없는 것들이라고 덧붙이면서, 이 말할 수 없는 충격들이 하나의 문제가 되고 사유거리가 되는 것은 바로 독서를 통해서라고 밝힙니다.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망했다. 17일에 시작하려했던 <제2의 성>은 정말로 추석이 시작되면 시작하자~! 이럼시롱 대놓고 열심히 읽기 시작. 나는 레비나스가 (내게는 여전히 조금은 고통스러운) 타인과 관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는 지평을 더 열어주지 않을까? 하며 사르트르와 퐁티보다 더 꼼꼼히 메모까지 하며 읽었다.
유한자는 무한타자의 현전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론은 여성의 은혜… 뭐시… 내가 방금 뭘본겨,
<109페이지 내 빡침의 흔적>
ㅅㅂ 당했다………. 또 당했어…!
에로스의 밤?? 출산? 너 안해봤잖아 출산!!! 아이가 왜 용서를 해줘!!! 난 너를 용서못하겠다!!! 진짜 엄청 흥미롭게 읽다가 맥 빠지고 왜 읽어야하는 지 몰라져벌임…. 이거 레비나스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레비나스를 연구하고 해설하고 있는 이 교수님의 피셜인 게 아니라? … 하면서 내가 이거 읽을 시간에 <제2의 성>을 읽었으면!! 😱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말인지 (내가 좋아하지만 아직 읽어본 적은 없는 우리의 파면당한 프랑스 페미니스트) 이리가레가 지금까지의 철학사를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고 한 번에 싸잡아 후려친 데에는 나와 같은 깊은 빡침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아 시바 이 결론을 내려고 이렇게 어렵게 말한거여???? 하면서 짜증 막 났다가
“(29) 보부아르의 각주 : 나는 레비나스가 여성 또한 자기 자신에게 의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을 거라 추측한다. 그러나 그가 *주체와 객체의 상호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은 채 단호하게 남성의 관점을 취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가 여자는 수수께끼라고 쓸 때, 여자는 남자에게 수수께끼임을 함축한다. 그러므로 객관적이고자 하는 이러한 서술은 남성적 특권의 주장일 뿐이다. -<제2의 성>”
이렇게 보부아르가 <제2의 성> 초장부터 레비나스 패줘서 진짜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갔네. 그런데 진짜. 레비나스 딱 저 여성의 은혜 나올 때까지는 재밌었는데… 아쉽다. 쩝. 그러나 남자 철학자의 철학으로 관계공포를 완화시켜보려 한 헛된 기대…가 또 나 자신의 순간적 흐린 눈이었다는 것을 체험하며.
그나저나 사르트르와도 퐁티와도 레비나스와도 다른 보부아르 특유의 실존주의 윤리학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한 데 (사실 그래서 전기를 읽은 것이긴 한데 전기에 잘 요약되어있으나 좀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어짐) 구글링에는 별로 없고, 나의 앨피 시리즈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는 절판이네… -_-;;; 관련된 책이 좀 있나요? 그리고 보부아르 회고록 <상황의 힘>은 아직 번역안됐나요? 너무 읽고 싶다. 진짜 보부아르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언니라면 80살차이 극복가능. 연애 쌉가능. 왜 젊은 처녀들이 언니랑 자려고 막 그랬는지 나 사실 좀 알거 같아. 어제 보부아르랑 연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꿈도 꿨음. 막 개선문 나오고 에펠탑 나왔음.
마지막으로 저 맨 위에 책 각주 찍어 놓은 것에 써놓은 뜽금없는 *뒤메질 하이ㅋㅋ*는 뭐냐면! 그건 또 푸코다! 사르트르가 푸코한테 대차게 까이면서 프랑스 현대철학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인바… 암튼 푸코보다 조금 앞선 세대인 보부아르의 책과 전기에는 종종 푸코의 스승들이 그들의 동료이자 친구로 스치듯 등장하는 데, 이거 찾아내는 것이 또 꿀잼이다.
이를테면 푸코의 심리학 선생님인 라가슈는 사르트르의 고등사범학교 동문인데 그가 처방한 정신과 약 덕분(?)에 사르트르는 평생 가재와 게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헛것에 시달리며 갑각류 포비아를 앓았다고… (난 왜 이런것만 기억나니… 불쌍한 사르트르 갑각류 맛있는 뎅…) 는 뒤메질 이야기가 아니잖아!!!
*1960 <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논문 : 조르주 뒤메질, 조르주 캉길렘, 장 이폴리트에게 바침*
뒤메질은 푸코가 그의 첫 논문이자 전설의 시작인 <광기의 역사>를 바친 스승으로서 “(136) 공부에 있어서의 엄격함과 끈기, 다양한 관심, 고문서에 대한 꼼꼼한 주의를 그는 뒤메질에게서 배웠다. -<미셸푸코>, 디디에 에리봉”라고 하지만, 내가 이런 좋은 미담으로만 그를 기억하면 그건 재미없잖아요?
<책상정리 안할래?!!!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열대 맞을 조르주 뒤메질>
그는 푸코에게 고문서 다루는 법만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스웨덴의 대학에 교수자리를 꽂아주기도 한 참 스승이었는 데(그런데 책장을 보아하니… 고문서 정말로 다룰 줄 알긴 암?), 문헌학자ㆍ종교사학자로서 35개 국어를 하는 것으로 대단히 유명한 언어 천재인데!!! 사실 그가 언어 천재가 된 이유는 35개 국가의 남자들과 연애를 했기 때문이다…… 일까… (응? 나는 미셸푸코를 읽다 말고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뒤메질은 이리저리 세계 곳곳에 심어놓은 자신의 게이 남자친구 + 그냥 친구들과의 네트워크를 두루두루 잘 챙기며 푸코에게 그 자신의 다양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해준 진정한 참스승이셨다. 그리고 이런 게이 하위문화를 푸코 전기 작가인 디디에 에리봉은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까하고 물어봤더니 친구가 알려줬다 디디에 에리봉이 게이라고. 😧 아.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영어를 잘하고 싶어진다면…
혹시 이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져서 프랑스어를 잘하고 싶어진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