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on Mraz - Love Is A Four Letter Word [2CD Deluxe Edition] - 100% 재생용지 3단 에코 디지팩, enhanced CD
제이슨 므라즈 (Jason Mraz) 노래 / 워너뮤직(WEA)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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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정말 좋아한다면 이유가 없다' 고 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든 여자든 내가 좋아할만한 이유가 수백가지 쯤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제도 나는 내가 예뻐라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혹은 대화를 하면서, 역시 좋아하길 잘했어, 내가 좋아할만 해, 라는 생각을 했다. 나란 여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거의 틀림이 없다니까.


제이슨 므라즈의 앨범을 선택한 것도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만큼 잘한 짓이다. 애초에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한것 부터가 잘한짓이다. 앨범을 받아들고 재생했을 때, 첫 곡에서부터 나는 이미 마음이 살랑살랑 거렸다. 퇴근길이었고, 벚꽃잎은 다 떨어져 땅바닥에 가만히 쌓이고 있었고, 나는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다. 내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모두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덕이다. 

물론, 내가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 앨범의 모든 곡이 울트라캡숑나이스짱 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곡은 읭? 싶을만큼 별로라서 가볍게 터치해 그 다음곡으로 넘어갈만큼 무시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목소리와 발음만으로 나를 들뜨게하고 설레이게 하고 기분좋게 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게다가 내가 산 앨범의 두번째 CD 는 이 앨범에 별 다섯을 주게 만들어버리는데, 그러니까 그 곡들 중 특히 「you fckn did it」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디딧디딧 하는데 아, 이 곡은 내게 「mudhouse」가 준 기쁨을 그대로 준다. 나는 라이브 앨범을 엄청나게 싫어하는데, 제이슨 므라즈 만큼은 예외라니까! 아, 제이슨 므라즈, 당신은 나를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군요. 당신을 좋아하길 잘했어요. 역시 나란 여자, 틀림이 없어. 흑흑.


언젠가 내 삶이 여유로 가득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저기 저 미국땅으로 건너가 제이슨 므라즈의 공연이나 쫓아다니면서 지내고 싶다. 


그나저나, 미카는 새 앨범 안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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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4-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다락방 2012-04-20 13:0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좋아하세요? 히히 ^_____^

turnleft 2012-04-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you fckn did it 듣고 엄청 신나했어요. 제이슨 므라즈는 라이브 공연 가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니까요.

다락방 2012-04-20 13:08   좋아요 0 | URL
우앗 ^__________________^

제가 좋아하는 턴님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좋다 하시니 천국에 와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막 기분이 업되는데, 이건 점심에 먹은 삼계탕 탓일까요, 날씨 탓일까요, 턴님의 댓글 탓일까요? 히히히히히

가연 2012-04-2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슨 므라즈 공연이 부산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지요. 왜 서울이 아니야! 라고. 막상 지방에 있을때는 왜 지방에 안오는거야! 라고 소리쳤으면서, 풋. 뭐, 매진이라니깐 회사(?)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ㅎㅎ

다락방 2012-04-20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부산에서 한다고 해도 기꺼이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금요일이더라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연차내려면 눈치봐야 하는 직딩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죽기전에 미국가서라도 너의 공연을 보리라, 라고 다짐만 굳게 했어요. 하아-

그런데 가연님도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하시는구나! 제이슨 므라즈 안에서 우리는 하나! (읭?) ㅋㅋㅋㅋㅋ

네꼬 2012-04-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나한테 하는 얘긴 줄 알았네. 흥.

다락방 2012-04-20 13:38   좋아요 0 | URL
어머. 네꼬님한테 하는 얘기, 맞아요! ♡

마늘빵 2012-04-2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미 표는 매진되었고. 나는 쌀아저씨 담으로 좋아요.

다락방 2012-04-20 13:55   좋아요 0 | URL
나는 미카 앨범 나오면 미카가 제일 좋고 제이슨 므라즈 앨범 나오면 제이슨 므라즈가 제일 좋아요. 히히.

아프는 앨범 안내도 좋아요.

하루 2012-04-2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앨범은 먼가 조근조근한 기분이랄까.
전 Everything is sound를 들으면서 참 좋았더랍니다. Regina Sepector(철자가 맞나?) 같은 기분? :)

다락방 2012-04-20 14:45   좋아요 0 | URL
오늘 퇴근길에는 하루님이 말씀하신 곡을 유심히 들어볼게요.
:)

프레이야 2012-04-2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어제 왔더라구요. 한참 듣고 있어요.
재생용지팩도 좋고 다 좋아요. 근데 포스트잇은 안 주는 걸로 ㅠ
가까이서도 예매실패해 못가는 전 뭐래요.ㅠㅠ 워낙 손이 드뎌.
디비디나 보고 떼워야지요 ㅎㅎ

다락방 2012-04-20 14:51   좋아요 0 | URL
전 포스트잇 안주는건 마음 전혀 안상하는데 또 포스터가 같이 와서 미치겠어요. 이건 너무 아까워요.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전 그대로 버린단 말이에요. 흑흑 ㅠㅠ

음악은 어때요, 프레이야님? 라이브앨범이 참 좋아요! 후훗

moonnight 2012-04-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이슨 므라즈. +_+ (보관함으로 직행;)

다락방 2012-04-20 18:13   좋아요 0 | URL
직행 직행! ㅎㅎㅎㅎㅎ

니나 2012-04-2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

다락방 2012-04-22 10:30   좋아요 0 | URL
우잉, 니나네! ♡

비로그인 2012-04-2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 쪽으로 좋아하는 가수를 하나 물색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돈을 마련해서 CD 플레이어를 장만하고~ 앨범도 손에 꼽아서 사고~ 하교길에 몸 살살 흔들거리면서 듣고 싶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04-22 10:30   좋아요 0 | URL
그래요, 수다쟁이님. 사요, 사요! 시디도 사고 플레이어도 사고 살랑살랑 다녀요~~ ㅎㅎㅎㅎㅎ

dreamout 2012-04-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 CD가 2개군요. 라이브가 끼어져 있었네요. 철푸덕.
걍 mp3로 다운 받아 버렸는데...

저는 어떤 가수/밴드던 라이브앨범이 더 좋을 때가 많았거든요.

다락방 2012-04-22 22:40   좋아요 0 | URL
어머! 이 시디가 두개가 있더라구요. 하나는 라이브앨범 포함이고 하나는 포함되지 않았구요. 저는 그중에 2cd 앨범으로 산거랍니다. 제이슨 므라즈의 라이브는 몹시도 사랑스러우니까요. 후훗.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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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먼 훗날, 나도 내 어린시절과 반짝였던 청춘을 떠올리며 그 순간을 시처럼 적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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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4-1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같은 소망을 가져보고 싶은데, 시로 적고픈 어린시절도, 반짝였던 청춘도 저는 떠오르지 않아요. 슬프다. 흑. -_ㅠ

다락방 2012-04-18 12:58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을 읽노라니, 아 나이 들어서 죽음에 가까워지면 내 어린시절을 또 내 젊은시절을 곱씹는 때가 오는구나, 싶어지더라구요. 젊은날의 기억들이 가득해요, 이 시집에는요. 그러니 지금은 몰라도 아주 오랜후라면 문나잇님도 저도 떠올리며 뭔가 적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2-04-1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2-04-19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4-19 11:05   좋아요 0 | URL
완전 땡스얼랏입니다~~ ♡

2012-04-19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4-20 10:05   좋아요 0 | URL
땡스, 아이 러브 유. ㅎㅎ

네꼬 2012-04-20 13:42   좋아요 0 | URL
여러분 이거 나다요.

다락방 2012-04-20 13: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란(Black Orchid) - 그래픽노블 05
배윤정 옮김, 데이브 맥킨 그림, 닐 가이먼 글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다시 살아난 난해한 아름다움, 그것을 지키는 것은 힘없는자들의 숭배와 오,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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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4-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시초문-_- 게다가 그래픽노블!!! 다락방님 멋지다. 이런 책도 읽으시고. +_+

다락방 2012-04-18 12:56   좋아요 0 | URL
닐 게이먼을 좋아해서 몇년전에 사서 읽었던 책이거든요. 그때는 뭔말인지 하나도 몰랐는데, 오늘 중고샵에 등록한 기념으로 한번 다시 읽어봤더니 이제 좀 알겠네요. 여기 중간에 잠깐 배트맨 나와요. 히히. 전 배트맨 완전 사랑합니다. ㅠㅠ

기억의집 2012-04-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절판인거 보지 못하고 이거 다시 나왔구나, 한순간 꺄아악 했는데,,,, 자그만 글씨로 품절^^
이 책 몇 년 전에 구하려고 했는데 못 구했어요. 저도 닐 게이먼 좋아해서 중고라도 어떻해든 구해보려고 했는데.. 못 구했어요. 닐 게이먼,은 이야기의 설정은 잔인하고 소름끼치는데 캐릭터는 인간적이죠.
아마 몇 년 지나면 새책으로 나올 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좋은 책은 절판되도 15년 지나면 다시 출간된다고. 안되면 할 수 없지만, 아, 저도 이제 책에 대한 미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넘 좋은 현상^^

다락방 2012-04-18 14:03   좋아요 0 | URL
꺅 >.<
기억의집님, 이 책 제가 보내드릴게요! 주소 적어주세요. 우앗. 제가 기억의집님이 무척 보고싶어하시는 그런 책을 선물로 드릴 수 있게되다니. 완전 짱이에요. ㅎㅎ
저는 닐 게이먼 작품중에서 [멋진 징조들]이 가장 좋아요. 그거랑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이랑요. 훗.

다락방 2012-04-18 14:07   좋아요 0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226

이 책은 어떠세요? 혹시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하고 같이 보내드릴게요.

기억의집 2012-04-1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마워요. 근데 어제부터 이 댓글 보고 고민 했어요. 이 책이 좀 귀한 책인데 받아도 되나 싶어서. 이 책은 영문판도 절판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방출해서 되나요? 지난 번에 중고에 팔아서 책장이 텅텅 비었다고 쓰시긴 했지만, 만약 중고에 내다 파실 생각이었다면 제가 받고 싶기는 해요.

다락방 2012-04-19 11:05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팔 생각이었던 책인데 기억의집님께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좋습니다. 이왕이면 이 책의 가치를 아는 분이 이 책을 읽으시는게 좋잖아요.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은 분께 드릴 수 있다면 아우..좋은데요!
걱정마시고 주소 속삭여 주세요. 히히. 아, 그리고 제가 링크한 또다른 책은 드릴까요, 말까요?

2012-04-19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0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아니 남자가 금성인가...) 읽으려고 사두었다가 두 장쯤 읽고 관뒀었다. 그게 아마도 이십대 중반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두장 쯤 읽다가 '아니, 내가 대체 이걸 왜 읽고 있어야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 남자와 여자가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른 건 새삼스러울 게 없다. 나는 어제 읽은 책, '파스칼 키냐르'의 『로마의 테라스』에서도 그걸 아주 뼈저리게 실감했다.


하루는 그녀가 나쁜 꿈을 꾸고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당신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내게 기대고 편히 쉬어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가 함께 산 뒤부터, 내게는 당신이 내 지붕의 그늘에 들어와 있다고 여겨져요." 이것은 몸므가 나니 베트 야콥스 이후로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하지 않았던 최고의 말이었다. (p.88)


나는 꿈을 아주 잘 꾸는 편이라(잠을 깊게 자지 못한다) 당연히 악몽도 여러 차례 꾸었었는데, 그때 옆에 누워있던 남자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따뜻하고 위로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그런데 그의 옆에 누워서 악몽을 꾸고 깨어난 여자, '마리'는 나랑 생각이 달랐다.


그러나 마리는 이 말을 아주 나쁘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쏘아붙였다. "지붕 따위로 내가 뭘 어쩌겠어요? 그렇게 하찮은 이유로 우리가 함께 사는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군요." 그녀는 발 위에 덮인 시트를 걷어차고 침대에서 빠져나갔다.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그런 거라면, 당신이 창피해요!" (pp.88-89)


그녀는 그녀와 함께 지내는 남자에게서 지붕이 아닌 다른 무엇, 지붕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던걸까. 그녀는 지붕 따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걸까. 지붕이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고 눈을 피할 수 있는데. 흠뻑 젖지 않을 수 있는데. 따가운 햇살을 피할수도 있는데. 그런데 그녀는 그것들을 피하기보다는 아마도 다른것들을 누리고 싶었던걸까. 이 책은 아름다운 책인데, 이 부분에서는 그만 웃고 말았다. 이 남자는 최고의 말을 하고자 한건데 여자는 '그 따위'라고 해버리니. 하아- 이들 사이의 간격이란. 이것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금성과 화성에서 왔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각 개인의 가치관의 다름이 원인일 것이다. 나는 지붕이면, 괜찮다. 지붕을 '따위'로 부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녀가 원한건...금고일까?

















이 책에서 남자는 자신의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몇 번이고 언제든 불려나가 어디서든 몸을 포갰던 그의 첫사랑. 지붕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던 상대는 그 뒤의 사랑이었는데, 남자가 죽음을 기다리고 누워있을 때, 그 남자는 지붕 따위 싫다고 떠난 여자 대신 첫사랑을 떠올리고 첫사랑의 이름을 부른다. 그 남자에게 첫사랑은 평생을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 문제는, 싫다고 떠나긴 했어도, 한 순간 함께 살았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걸, 그녀가 들었다는 것.


마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격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거칠게 말했다. "난, 이제껏 자신을 온통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남자들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여자에게서 유순하고, 아늑하고, 좋은 냄새가 배어 있고, 먹여주고, 편들어주는 그 무엇, 따스하고 부드러운 덮개, 자신이 생겨난 장소, 어머니의 추억, 이 모든 것을 죄다 찾으려는 남자들은 더군다나 보지 못했어. 부재하는 여자들이 여전히 이곳에 존재하고 있어. 그녀들의 커다란 존재는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그 그림자도 점점 진해지지. 상실된 것은 언제나 옳은 거야. 나는 사랑을 더러운 속임수라고 부르겠어." (pp.137-138)


죽어가는 순간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를 보는 여자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러나 여자 자신도 죽음 앞에서 자신이 만난 모든 남자의 이름을 부를수는 없지 않을까. 그 때 생각나는 사람은 한 명이나 두 명쯤이 되지 않을까. 나랑 사귀었던 남자들에 대한 예의로 그 모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죽어가는 순간에 가능할 리 없잖은가. 이름은 역시..부르지 않는게 장땡인가. 아니, 죽어가는 순간까지 내가 그걸 생각해야 해?



이 책은 아름답다. 그러나 또렷한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이 책의 문장들은 종이속에 단단히 박혀있는게 아니라 종이를 뛰어 넘어 공중에 떠도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가 없다. 낯선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시간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아름답다고 생각할라치면 또 난해해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할라치면 또 뒤로 도망가는 것 같다. 읽다가 몇 번이고 고개를 젓게 된다. 아, 모르겠어 모르겠어.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머리가 팽팽 돈다.




엊그제는 새벽까지 잠을 못잤는데, 아마도 레스토랑에서 연달아 두 번이나 마신 커피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어제는 일찍 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것저것 하다보니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아, 지금이라도 빨리 자자 싶어서 잤더니 오, 아침까지 한 번도 안 깨고 잤다. 그런데 꿈을 꿨다. 내가 아는 젊은 남자사람이 악마로 나오는 꿈. 꿈에서 그 악마는 지구나 혹은 인류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무도 안 볼 때 무언가를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거다. 그러나 나는 그가 악마라는 사실과, 그가 해를 입힐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혼자 외출하려고 할 때마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함께가자고 번번이 청했던 것. 그는 그때마다 난처해하면서도 나와 함께 외출하고, 결국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 나는 그의 정체를 알고있지만 그는 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채로, 나는 그와 매번 같이다니다가 어느틈에 그에게 사랑이 싹트게 되는데 그는 악마이니........그러다 또 우리는  같이 외출했는데 번화한 상가에서 우리는 서로를 잃고만다. 나는 그를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상가를 위 아래로 엄청나게 돌아다닌다.(그래서 지금 이렇게 피곤한가 ㅠㅠ) 그런데 그를 찾을 수가 없다. 여기는 사람이 많고 그는 지금 혼자이니 그가 나쁜짓을 벌이기에 너무나 적당한 시간. 나는 막아야해, 막아야해, 이 생각에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데 결국 그를 찾지 못하고 몇 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그가 와있다!!!!!! 나는 두려웠다. 그가 무슨짓을 벌이고 왔는지를 알지 못해서. 차마 물을수도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옆에 있던 남동생에게 저 사람 언제 들어왔냐고 물으니 누나 들어오기 일 분 전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오랜 시간 그는 결국 지구멸망을 성공시킬 작전을 실행한것일까. 그런데 곧이어 남동생이 이렇게 덧붙였다. 누나 잃어버려서 여태 누나 찾다 왔대, 라고. 오, 그렇다면 그는 지구파괴할 행동을 하지는 않았구나! 내가...내가....내가 지구를 구했어!!!!!!!!!!!!!!!!! 나 때문이야!!!!!!!!!!!!!!!!!!!!!!!!!!!!!!!



뭐, 이러고 있는 아침이다.  졸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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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4-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헉 ;;; 읽는 제가 막 힘들어요. ㅠ_ㅠ 밤새 고생많으셨어요. 다락방님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출근했군요. 지구를 구하셨어요. ㅋㅋ

남녀관계는 (뭐, 사람 사이는 다 그렇겠지만;) 참 골치아픈 거 같아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인 것들이 산재해요. 귀, 귀찮아요. -_-;;;;;;;;;;;;;;;;;;;;;;;;;

태그 읽고 한 번 더 웃었어요. 당신은 지구를 구한적이 있나요. ㅋㅋ

다락방 2012-04-18 12:59   좋아요 0 | URL
밤새 고생을 해서 제가 오늘 다른날보다 훨씬 더 배고프고 피곤한가봐요. 어찌나 자꾸만 배가 고픈지 아침 먹고와서 헐레벌떡 빵먹고 점심엔 밥하고 라면을 먹었어요. 나중에 디저트로 오렌지까지 먹었더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아져요. 꿈은 역시 조용조용하게 꿔야해요. 꿈에서 힘 많이 쓰면 너무 피곤해요. ( '')

남녀관계는 정말 골치아프죠. 참 신기하구요. 전 남자가 참 좋은데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내다버리고 싶고 숨고 싶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하하하하하.

문나잇님은 지구를 구해보셨습니까? ㅎㅎ

가연 2012-04-1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바일로 보다가 너무 웃겨서ㅎㅎㅎ 완전 재밌어요. 저는 일상이야기는 안쓰는데, 이 글을 보면서 갑자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곧 너무 무미건조한 삶이라 포기했다는...ㅋㅋ

풋, 고작 지붕이라니. 당신이 제 스위스 은행 금고에 들어와있다고 생각해줘요, 라고 말했어야지, 푸하하. 그러나 저는 저 책을 읽지 못했고, 그래서 저 문단만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여자가 말하는 것은 남자에게 보호받지 않는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니깐 지붕 '따위'로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것을 보고 '하찮은' 이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런 대등한 주체로 대해달라는.. 독립적인 성격은 여자가 '지금껏 자신을 온통 바치는 남자를 못봤기' 때문에 형성된 성격이 아니려나요, 풋. 아마 남자가 담번에는 함께 악몽에서 헤메자, 라고 말했다면 좀 분위기가 달라졌으려나요?

다락방 2012-04-18 13:02   좋아요 0 | URL
가연님을 웃게 해드렸다니 가슴 한가득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ㅎㅎㅎㅎㅎ

이 책은 제가 읽기에 좀 힘들더라구요. 곳곳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박혀있긴한데, 그 장면들 외에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어서 대체 무슨말인가 갸웃갸웃 하게 되고 말이죠. 낯선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백프로 몰입이 되지 않았어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책을 읽다보니 책 본연의 아름다움을 많이 놓친게 아닌가 싶어요. 어떤 책은 말이죠, 가연님, 책을 읽는 능력이 각별히 더 뛰어난 사람이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저같은 사람 말구요. -_-

그런데 말입니다, 가연님. 저를 품에 안은 남자가 '스위스 은행 금고에 들어와있다고 생각해줘'라고 말을 한다면, 저는 진짜 완전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것 같아요. 지붕 버리고 스위스 금고한테 갈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나란 여자 이런 여자 ㅎㅎ)

기억의집 2012-04-1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꾼 꿈은 그닥 좋은 꿈은 아닌데 마지막 반전 읽고 깔깔거리게 되네요.

로마의 테라스는 지극히 유럽소설이네요. 우리네 정서하고는 약간 다른. 남자가 저렇게 말해주면 아주 자의식이강한 여자가 아니라면 평범하게 받아들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락방 2012-04-19 17:50   좋아요 0 | URL
꿈을 꾸고나면요, 기억의집님.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어요. 왜 이런 영화같은 꿈을 내가 꾼 걸까 싶어지거든요. 자기전에 지구를 구할거라고 생각하고 잔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극히 유럽소설이라서일까요, 아름답다는 느낌은 분명 전해지는데 전체적으로 책 내용을 이해는 못하겠어요. 어휴..

2012-04-18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9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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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일듯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그리고 단 하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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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4-1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첨 들어보는 책 -_-;;;;; 다락님 진짜 책 많이 읽으세요. +_+ 저는 아직 스노우맨. ^^; (너무 재미있어요!!!!!!)

다락방 2012-04-18 12:56   좋아요 0 | URL
스노우맨 너무 재밌죠! 완전 쭉쭉 빨려들어가요. ㅎㅎ

이 책은 좀 난해하더라구요. 어려웠어요. 낯선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아주 얇은 분량인데도 낑낑대고 읽었어요. 휴..

dreamout 2012-04-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칼 키냐르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프랑스적이냐.. 하는 생각 많이 들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04-19 13:04   좋아요 0 | URL
제가 프랑스 영화를 보면요 지나치게 말이 없거나 지나치게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거든요. 대체 나더러 이해를 하라는거냐 말라는거냐, 하고 말이지요. 이 책은 지나치게 예술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제가 이해하기엔 벅찰정도로 예술적이에요. 어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