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 노래가 명쾌하고 순수한 만큼이나 철학도 심오하고 믿을 만하다고 알려진 시인이 '자연의 성스러운 계획'을 읊었을 때 어디에 근거를 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그 시인에게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p.42)


















겨우 42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면 이 책읽기를 멈춰야 할것인지 계속해야 할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쓰여진 건 한글이로되 그 뜻은 짐작할 수 없음이로다. 인용문의 볼드체 부분은 내가 몇번을 읽어봐도 짜증만 난다. 어지럽다. 그러니까 뜻을 짐작해보자면 그 시인은 노래도 명쾌하고 순수하게 하며 철학도 심오하고 믿을만하게 하고, 그 사실은 알려져 있다, 뭐 그런것 같은데, 하아. 이 책은 민음사 버젼이다. 그러니까 이러면 안되는거다. 



새 문학전집을 펴내면서


그러나 새로 작성할 것은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번역 문학도 마찬가지다.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두시언해」는 조선조 번역 문학의 빛나는 성과이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두시 번역이 필요하다.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트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오늘에는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오늘의 번역이 필요하다. (민음사, 새 문학전집을 펴내면서 中)



나는 이 말만 믿고 고전을 대체적으로 민음사판으로 구매하고 있었다. 책장의 세 칸을 내어줬단 말이다. 그런데 저렇게 몇 번을 읽어야만 겨우 알아낼 수 있는 문장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 문장도 괴상하다.


알코올 냄새가 가득한 그곳은 어머니의 눈에도 테스의 어린 모습과는 슬프게 어울리지 않았다. (p.50)


고전에 있어서만큼 민음사를 편애했기 때문일까. 나는 이런 오타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름다운 여성은 대개 한여름 새벽에 잠을 전다. (p.235)


잠을 왜 절어...'전다'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건가? 아니면 한여름 새벽에 잠을 절뚝거리면서 잔다는 의미로 쓴것일까? 42페이지와 50페이지의 문장들을 보고 나는 문학동네판 테스로 갈아탈까 하고 책을 덮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학동네는 테스를 사투리로 번역해놨다고 해서...그건 도무지 내가 용납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읽고 있다. 나는 까다로운 독자가 아니야, 나는 까다로운 독자가 아니야, 자꾸만 되뇌이면서...


이 책은 사실 멈추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굉장히 재미있다. 온 식구의 생계가 테스의 어깨에 달려있는 걸 읽으면서 화딱지가 나고, 고정관념과 잘못된 관습 때문에 어린 아기가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도 분노하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 당시의 시대배경을 가지고-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엄청 빨려들게 만든다. 게다가 오, 지금 읽는 부분은 특히나 더 흥미롭다. 테스가 시련을 겪고 다시 삶을 살고 있는 지금, 그러니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 지금, 오, 황홀해서 읽기를 멈추기가 힘이들어.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달라도 똑같은 특징들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몇 년 전, 전직장에서 여자동료가 남자동료를 짝사랑해서 그 남자동료에게 커피를 타주기 위해 그 남자 주변 사람들에게도 모두 커피를 타줘야 했었는데, 테스를 사랑하는 이 책 속의 남자는 무려, 테스를 안아서 웅덩이를 건너게 해주기 위해 다른 세명의 여자를 안아서 웅덩이를 건너게 해주는 일을 먼저 해내야 했다. 무려 안아서(!) 건너게 해주는 힘 쓰는 일이라니. 


그때 그 여직원도 남직원에게 고백할때 '내가 오빠에게 커피를 타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커피를 타줘야 했던것을 알고 있나요?' 라고 물었더랬는데, 이 남자도 테스에게 그렇게 묻는다.


"오늘 이 노역의 4분의 3을 치른 것은 전적으로 나머지 4분의 1 때문인 것을 알고 있어요?" (p.260)


아우...........여자 넷을 운반(?) 하다니, 이 남자...힘이 좋구나. 스물 여섯이라 그런가. 한창때인가..여자 넷을 옮기고 심지어 네번째 여자를 옮기면서는 뜨거운 열정을 감추지 못하다니....불끈불끈 하는가보다. 


테스와 같이 일하는 세 명의 여자도 모두 이 남자를 좋아한다(아..짜증나..). 그러나 남자는 테스를 사랑한다. 다른 여자들에겐 관심이 전혀 없다. 그 여자들 중에서도 그의 눈은 테스를 좇고 테스와 눈을 마주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가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지 눈치 채고 있다. 어휴...


여러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은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우리는 다른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의 절반은 남자이고 절반은 여자이니까.. ( ")

이십대 어느날에는 그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그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서 뛰쳐 나가버렸다. 도무지 심장이 뛰는 소리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다같이 밥을 먹는 자리였는데 그런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가 없는거다. 얄궂은 운명은 왜 그 십수명의 사람들 중 우리 둘을 마주 앉게 하는가! 나는 뛰쳐나가서 근처 빌딩의 지하상가로 들어가 혼자 밥을 먹기 위해 앉았는데 이내 다른 동료가 뒤따라왔더랬다. 너 왜이래, 하고. 

삼십대  어느날에는 마주 앉은 그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아니다, 이건 너무 소중해서 꼭 끌어안고 있을거다. 그 날, 그 순간 이후로 나는 평생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중 어느 한 쪽이 손을 놓는다고 해도 다른 한 쪽은 꼭 잡고 있을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자라났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자세를 바꾸어서 그런 사실을 그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꿈꾸는 듯한, 호기심에 찬 시선은 사라졌지만,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면 얼굴이 짙은 장밋빛으로 변했다가 곧 사라지면서 나중에는 홍조를 띤 흔적만 남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전류처럼 클레어에게 밀려든 흥분은 금세 사라지지 않았다. 결심과 과묵과 신중함과 두려움이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졌다. 그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젖소가 발길질을 하면 쏟아질 수도 있는 곳에 우유 통을 아무렇게나 내려 둔 채 그의 시선을 자극하고 있는 사람에게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를 끌어 안았다. (p.270)


아..나는 '결심과 과묵과 신중함과 두려움이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졌다.'라는 부분이 정말이지 엄청나게 좋다.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졌대. 아아. 진짜 짱이다. 이건 언제고 기필코 써먹어야지. 패배한 군대처럼, 이라니. 아...


처음 시작이 좀 신경질나긴 했지만 테스는 뒤로 갈수록 아주 재미있다. 1권을 어서 읽고 2권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고전을 얼른 읽고 싶다. 때로 고전을 읽고 싶어질 때가 있고, 나에겐 지금이 바로 그런 때여서 이 책을 골라 집었다. 내 선택은 오, 틀림이 없어. 잘했다. 




그나저나, 기다리던 연휴가 끝나버렸다. 이젠 대체 뭘 기다리면서 살아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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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2학년 때 테스를 처음 읽고 나름 흥분해서 친구한테 마구마구 얘기해줬던 기억이 나요.^^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지는 것이 어디 그뿐일까요.

다락방 2012-05-29 14:3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역시 문학소녀셨군요!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읽으셨다니 말예요. 저는 이상하게 테스에게는 관심이 안생기더라고요. 고등학교의 어느날 여동생이 친구로부터 테스를 빌려왔었는데 몇장 읽다가 그냥 돌려줘버렸더랬어요. 삼십대 중반에서야 저는 테스를 처음 읽고 이렇게 반하고 있습니다. 고전은 역시 고전인가봐요. 아무리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읽는데도 참 재미있네요.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지다니, 아, 정말 너무 좋아서 기절하겠어요, 프레이야님.

... 2012-05-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더버빌가의 테스보다는 귀향을, 귀향보다는 이름없는 주드를 쓴 토마스 하디를 더 좋아해요. 최근에 또 깨달은 것은 제가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인간의 운명을 바라보는 이 두 작가들의 시선이 닮아 있다는 것이더군요. 읽는 사람을 무너지게 하고 펑펑 울게 만들어요.

다락방 2012-05-29 14:41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이 토마스 하디를 좋아하는 것, 그것이 쥬드 때문인 것을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이왕 하디의 소설을 처음 읽는 것이니 쥬드로 읽을까 하고 책장앞에서 잠깐 망설였는데, 테스로 먼저 시작하고 그 뒤에 쥬드를 읽자, 라고 생각했어요.

테스 재미있어요, 브론테님. 쥬드는(쥬드님 덕에 자꾸 쥬드라고만 쓰게 되요;;) 일전에 영화로 보고 그 우울함에 너무 푹 담궈졌던 경험이 있어서 사실 펼쳐 볼 용기가 나질 않아요. ㅜㅜ

"우리가 너무 많아서요." 라고 유서를 쓰고 죽었던 아이 때문에요. ㅠㅠ

2012-05-29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29 14:44   좋아요 0 | URL
(제가 페이퍼에 언급하려고 했던 부분이기도 하므로 공개댓글로 쓸게요.)

네, 저도 저 문장은 번역보다는 편집의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번역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일단 옮기는 과정에서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건 당연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니 번역하는 사람이 번역을 다 한뒤에 자신의 원고를 검토해가며 문장을 수정할 것이고(제 추측), 그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쓴 글의 오타는 사실 자신이 잘 찾아낼 수 없잖아요. 누군가 한 번 봐줘야 갑자기 수두룩 나오고 말이지요. 그러니 저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번역자는 알지 못했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편집자는 저 문장을 바로잡아 줬어야 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누구도 하질 않았죠. 민음사 고전 전집이라면 그 이름이 주는 가치가 있는데, 그래서 저는 더 짜증이 나더라구요. 저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하는데 페이퍼에 이 내용까지 쓰려다가 너무 길어서 생략해버렸네요.

민음사에 좀 실망했어요. 흥!

아무개 2012-05-2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읽다가 여러번 죄절했어요. 나 ...이젠 한국말도 이해를 못하게 된걸까 하고 말이에요....
그럴때마다 영어를 잘했음 참 좋겠다. 원서 읽는 다는 누규누규는 좋겠따~ 그랬었었어요~ ㅋㅋ

다락방 2012-05-29 14:46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읽은 민음사 책으로는 사실 뭔가 불만이 있지는 않았었거든요. 아,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인가 하는 작품은 읽다가 포기했지만요. 저한테 너무 어려워서요..

저도 원서로 책 읽고 싶어요, 마중물님. 그러면 원래 소설이 전하려고 했던 메세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번역된 글들로 읽어줘야 우리나라 번역문학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면 너무 번지르르 한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고 2012-05-2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편집이 개판이기로 유명하지 않았나 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사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아서;;

<테스> 좋죠. 전 진짜 여러 번 읽은 듯>_<

다락방 2012-05-29 14:52   좋아요 0 | URL
아 그랬어요, 당고님? 저는 왜 몰랐죠? 저는 그동안 완전 잘 읽고 있었거든요. 엄청 좋아했단 말이에요! 에이....ㅠㅠ

[테스]좋아요. 아우...지금 클레어가 테스한테 청혼했는데 둘이 결혼을 하게 될지 어떨지 궁금해 미치겠어요. 흑흑 ㅠㅠ

당고 2012-05-30 13: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헉... 지금쯤 결말을 아셨으려나?
스포일러 막 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5-30 13:14   좋아요 0 | URL
아뇨아뇨 결말 몰라요. 스포하지마요! 스포하면 나 당고님 즐찾 뺄거야!!!!!!!!!!!!!!!!!!!!!!!!!!!!!!!!!!!!!!!!!!!!!!!!!!!!!!!!!!!!!!!!

moonnight 2012-05-2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스는 고등학생 때 여러번 읽었었는데 -_- 왜 기억이 어렴풋한 걸까요. ㅠ_ㅠ 너무 슬펐다는 것만 떠올라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불끈.
저는 뭔가 연결이 안 되는 듯한 문장을 만나면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고 파고들지 않아요. 뭐, 그러려니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버린다는. 이래서 다락방님처럼 '깊이 느끼는' 책읽기가 안 되나 봐요. 앞으로도 계속 설렁설렁 읽으려고요. 깊이 느끼는 책읽기는 다락방님께 부탁. ^^

나스타샤 킨스키는 요즘도 아름다울까요? 아름답겠죠? 예쁜 사람은 나이 들어도 예쁘더라고요. (왠지 한숨;;)

다락방 2012-05-30 09:30   좋아요 0 | URL
아우 ㅠㅠ 전 지금 2권의 처음 부분 읽고 있는데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하여간 이 남자자식들...어휴..뒤에 어떻게 되는지 너무 읽고 싶은데 전 지금 사무실 .. 그래서 좌절중이에요.

아, 저도 오타나 비문 그냥 넘기는 편이기는 한데 어떤때에는 그냥 넘겨지지가 않고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그게 어떤 때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럴 때가 있어요. 하핫. 이건 민음사 고전이라 제가 더 화난 것 같아요. 어휴..


갑자기 왜 나스타샤 킨스키를 말씀하시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오, 영화 [테스]에 주인공을 맡았었군요!

댈러웨이 2012-05-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토마스 만 중/단편 엮어 놓은 책을 한 권 가지고 있는데, 중간에 한 30페이지 가량이 섞였더라구요. 메일 보내서 알려줘야겠다 하다가... 귀챦아서 그만뒀어요. 근데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이 의무감이라뇨...

페이퍼 처음부터 웃었습니다. 아, 나 이해력 이렇게 딸리나? 뭐 이런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문장들인거죠, 저 문장이?
(그리고 원서에서 오타가 나오면요,,, 그땐 정말 그게 오타일리가 없다고 믿어버리게 된다는. 그래서 더 미궁으로 빠진다는... --; 아, 물론 실력 좋으신 분들은 대번에 아실거에요.)

웅덩이 건너게 해 주는 저 장면 유명한 장면 아니에요? 영화로 봤는지 책으로 봤는지도 기억이 전혀 안나네요. 뭘 해도 힘이 남아 날 때, 다락방님 우리가 그런 때 아니에요 지금? ㅎㅎㅎ

다락방 2012-05-30 09:32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그건 알려줘야하고 가지고 계신건 교환요청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30페이지가 섞이다니..흐음. 곤란해요.

그런데 댈러웨이님 댓글을 읽고나니 말이죠, 정말 그렇네요. 영어원서를 읽으면서는 저의 경우 절대로 오타를 찾을 수 없을것 같아요. 어쩜 좋아요. ㅎㅎ 설사 제가 아는 단어랑 스펠링이 틀리게 나와도 으음, 이건 말장난인가, 뭐 이런 생각을 하는게 전부일 것 같아요. 역시 저는 원서 읽기는 포기하고 그저 한글로 쓰여진 책만 읽어야겠어요. 어휴..

웅덩이 건너게 해주는 저 장면이 유명한 장면입니까? 오, 저는 몰랐어요. 하긴 [테스]라는 소설 자체를 지금 읽는데 말 다했죠, 뭐. 저 영화도 찾아봐야겠어요. 훗

선인장 2012-05-2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긴 책에서 저런 문장을 찾아내다니요.. 저는 그저 제목에 꽂혀서, 쓸데없는 자괴감을 불러 일으키는 저 문장들마저도 반갑다는 뭐, 그런 이야기...
중학교 축제 때 영화 <테스>를 보다가, 내 상상과는 너무 다른 남주인공 얼굴 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영화로 보는 건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지, 라는 조숙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모처럼 알라딘에 댓글 남기게 되어 부끄럽지만 아무튼 저 제목은 너무 근사하다는, 어디서 써먹어야지 생각하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

다락방 2012-05-30 09:34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발견할 때 너무너무 행복해요. 감탄하고 웃고 즐거워하죠. 저는 그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에도 큰 점수를 주는 타입이거든요. 흑흑.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지다니, 최근에 만난 표현중 가장 근사한 표현이에요. 너무너무 써먹고 싶어요. 일단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앞에 패배한 군대처럼 무너졌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뭐 그 말을 써먹을 데가 없네요. 하핫.

선인장님, 나중에 저 표현을 써먹게 되시면 어디에서 어떤 순간에 사용했는지, 그 분위기는 어땠는지 제게도 살짝 말씀해주세요. 상상만해도 짜릿해요! >.<

꼬마요정 2012-05-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그 부분에서 멈추고 싶다는. 제가 다시 테스를 읽는다면 클레어와 테스가 서로 사랑하는 장면에서 끝낼거에요. 너무 어릴 때 읽었지만, 가슴에 박혀 다시 펴지 않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기억이 난다는..아흑

다락방 2012-05-30 09:34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스맛폰으로 이 댓글 읽고 아아, 2권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ㅠㅠ
그리고 2권 시작하면서 가슴이 찢어졌어요. 클레어 이자식, 나쁜 자식, 이러면서. 흑흑. ㅠㅠㅠㅠㅠ

이진 2012-05-2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게 어울리지 않았다... 하, 이건 제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괴상한 꾸밈이군요. 슬프게 어울리지 않았다. 앞 단어들하고 전혀 매치가 안되요. 다락방님이 집어주시는 이상한 문장들은 언제 읽어도 빵 터진다니깐요. 잠을 전다, 래 ㅋㅋㅋㅋㅋㅋ 잠을 전다. 잠을 절뚝거리면서 자는 건가 하는 다락방님 말도 웃겨요.

그런데 <테스> 저는 오늘 처음 들어본 책인데 재밌어요, 그렇게? 민음사 번역은 셰익스피어 희곡들 읽고는 경악했어요. 도저히 이건 용납할 수 없을만한 일명 오글체(?)랄까. 다시는 민음사 번역본은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락방 2012-05-30 10:18   좋아요 0 | URL
문장이 멍청하죠. 짜증나요.

아니 그런데 소이진님, 고전중의 고전 [테스]를 들어본 적도 없으시단 말입니까! 댓글들을 주욱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분들이 사춘기때 완독한 소설입니다. ㅎㅎ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이랑 [테스]는 뭐랄까, 고전 로맨스 삼총사인데..

셋 다 모두 재미있어요, 소이진님. 특히 [제인 에어]의 남자주인공 '로체스터'는 꽤 인상적인 남자주인공 이랍니다. 아주 당당해요, 사랑 앞에.

코코죠 2012-05-2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남자...힘이 좋구나. 스물 여섯이라 그런가. 한창때인가..여자 넷을 옮기고 심지어 네번째 여자를 옮기면서는 뜨거운 열정을 감추지 못하다니....불끈불끈 하는가보다.

에서 빵 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 센스쟁이 다락방님 나는 다락방님이 신보라보다 김준현보다 더더더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5-30 11:29   좋아요 0 | URL
제 유머를 캐치해주시는 오즈마님이야말로 센스쟁이 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스물 여섯의 팔에 안겨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19금)

가연 2012-05-29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에, 민음사판 번역은 안나빴던거 같은데ㅎㅎ 확실히 저런 문장은..ㅋㅋ 좀 웃기긴 한데, 음, 민음사판으로 이런 저런 책들을 몇 번 봤을 때 제 개인적으로는 딱히 거슬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 다만.. 제가 '호밀밭의 파수꾼' 을 너무 좋아해서 각 출판사판마다 다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쓸데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민음사판이 가장 이상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외에는..ㅎㅎ 음, 개인적으로는 범우사판이나 펭귄클래식판으로 많이 봤었지만, 그게 이 출판사로 꼭 봐야지, 하던 것은 아니라 그냥 잡히는게 그 출판사 책이라..ㅎㅎ

다락방 2012-05-30 11:35   좋아요 0 | URL
아, 가연님. 저 어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스맛폰으로 이 댓글 읽고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이 댓글 읽고 한껏 감상에 젖어서 심규선 노래 들으며 완전 초절정으로 우울한 채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제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다른 출판사로 읽은건 아니고 민음사로만 세 번 읽었을 거에요. 밑줄도 아주 난리가 났죠. 형광펜 연필 볼펜 등등.. 엄청나게 사랑하는 책이었어요, 제가. 그건 정말 '내 책' 같은 느낌을 주는 몇 안되는 책이었죠. 제 흔적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요.

그런데 지금 그 책이 저한테 없어요. 갑자기 이 일이 생각나면서 하아- 감상에 푹 젖어서....어제 퇴근길에는 사춘기 소녀 같은 마음이었어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눈물을 또르르 흘릴만큼요.

(아..난 너무 감상적이야..)

마노아 2012-05-2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쩐다'의 오타인가 잠시 생각했어요.ㅋㅋㅋ
그나저나 다락방님이 홀려버린 그 문장, 저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중학교 때 아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지만, 저런 내용이 있었는지는 지금 이순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엔딩이 아주 화가 났다는 건 기억납니다..;;;;

그나저나, 어제 쉰 게 울 교장 배가 아팠나봐요. 내일 아침 7시반 회의가 잡혔어요. 아아아...ㅜ.ㅜ

다락방 2012-05-30 11:35   좋아요 0 | URL
전 지금 2권의 첫부분 시작했는데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엔딩은 더 화가 나려나요? 아 짜증나요. 이런 미친 남자들, 미친 관습들!! ㅠㅠ

아침 회의는 잘 했어요, 마노아님? 전혀 유용한 혹은 유익한 회의는 아니었겠죠?

기억의집 2012-05-2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스 하니깐 나타샤 킨스키의 청초한 외모와 두툼한 입술 생각나요~

다락방 2012-05-30 11:3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DVD 판매하길래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한 번 보아야지, 하면서요.

dreamout 2012-05-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1권만 해도 400페이지가 넘네요.. 흐미.

다락방 2012-05-30 11:3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데 민음사 책이 너비가 좁잖아요. 다른 책에 비해서. 그래서인지 읽는 속도가 느리진 않아요, 드림아웃님.

poptrash 2012-05-3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여성은 대개 한여름 새벽에 잠을 전다"라는 문장은 묘하네요. 오타이고, 오타가 맞겠지만 그래도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근데 아름다운 여성이건 아니건 사람들은 대개 한여름 새벽에 잠을 자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전다, 는 잔다, 와 다를 거 같은데!

다락방 2012-05-30 1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저 문장은 오묘해요. 그래서 저도 전다에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건가 싶어서 사전 찾아봤었는데 별게 없던데요? 절뚝거리다 밖에 안나와서...
아, 팝님 댓글 완전 웃겨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2-05-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2-05-3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30 14:12   좋아요 0 | URL
땡스얼랏~

2012-05-3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30 16:15   좋아요 0 | URL
꺄울. 두개 필요했어요. 고맙습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