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시작하지 말 것

나는 '존 카첸바크'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고맙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부분이 따뜻한 부분이라서. 어제도 읽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러나 존 카첸바크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서도 그랬고 이 소설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나는 그런 존 카첸바크가 고맙다. 


사람은 한 개인으로서 동물을 좋아할수도 있고 식물을 좋아할수도 있다. 환경을 생각할수도 있고 지구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랑하든, 그들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그들을 사랑할 수 없다. 나는 우리가 결국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함께 가게 되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악을 저지르는게 인간이고 선을 보여주는것도 인간이다. 전쟁을 일으키는것도 인간이고 그 전쟁에서 다친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도 인간이다. 무기를 만드는것도 인간이지만 반전시위를 하는것도 인간이다. 자연은 그대로 있고 인간은 무수히 많은것들을 그 안에서 만들었다 없앴다 반복한다.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는게 인간이라면, 그 시간을 늦추고자 하는것도 인간이다. 나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시니컬할수도 있고 자기 희생적일수도 있지만,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싸우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최종적인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존 카첸바크가, 이 소설로서, 역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켜줬다. 이 책은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단지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인어의 눈물을 받기 위해 인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파고 슬퍼도 울지만 감동해서도 운다고. 울어야한다면, 아프고 슬픈것 보다는 감동해서 우는게 낫지 않을까. 
















이틀 내내 잘 시간을 넘겨가며 읽었더니 어젯밤에는 눈알이 빨개졌었다. 남동생이 그만 읽고 자라 눈 빨갛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나 가서 자라고 했다. 하핫.




시간이 흘렀고, 오랜 시간 은인이라고 혹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가 죽었다. 그 친구는 죽기전에 토미에게 자신의 장례식에서 추도문을 읽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토미는 어떤 글을 선택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좋은 글을 그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집에 찾아갔다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발견한다. 



필립의 침대 옆 탁자에서 토미는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오래된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The Wind the Willows] 초판본을 발견했다. 필립의 책의 제본 면지에 헌사를 적어놓았다. 그 책은 필립이 아들에게 준 선물이었다. 헌사의 내용은 간단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무리 나이를 먹고, 슬기로운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하게 되더라도, 항상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청춘의 즐거움이란다. 네게 그런 때가 오면 이 책이 그 사실을 기억하게 도와줄 거야. 너의 아홉 번째 생일이라는 경이로운 이 순간, 최고의 사랑을 전하며, 아빠가 ‥‥‥.'

토미는 그 책에서 밑줄을 그어놓은, 색이 바랜 두 단락을 발견했다. 마치 아이가 끊임없이 되풀이해 읽은 것처럼 그 부분이 닳아 있었다. 첫 번째는 '새벽녘의 피리 부는 목신' 이라는 제목의 장에 있었다. '친절한 목신은 도움을 주려는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을 바로 망각이었다. 무시무시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점점 커져 환희와 기쁨을 가리는 일이 없도록, 잊히지 않는 기억이 어린 동물들의 앞날을 망치지 않고, 계속해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다 ‥‥‥.'(pp.677-678)



나는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는 필립. 그리고 밑줄이 그어져 있는 책. 나 역시도 책에 밑줄을 긋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밑줄을 긋는건 그 당시 나의 내밀한 감정이 겹쳐져있기 때문이다. 책속의 등장인물들(주연이든 조연이든)에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들을 나 대신 작가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은 밑줄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은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럽다. 내가 그은 밑줄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할 때도 있다. 이 밑줄을 내가 그었을 때 어떤 감정으로 그었을지, 내 책을 읽을 누군가가 그것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문득, 내가 절실한 마음으로 밑줄을 긋고, 그 밑줄들을 가끔 꺼내어보는 책들이 떠올랐다. 그 책들중 어떤 책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있기도 했다. 또 어떤 책들은 내가 밑줄그은걸 선물하고 새로운 책으로 사두기는 했는데, 새로운 책은 어쩐지 '내 책'같은 느낌이 아니다. 다시 읽으며 밑줄을 그어도 어째 예전같은 맛이 나질 않는다. 정말 아끼는 책, 정말 아끼고 내가 밑줄그은 책은 다시는 누구에게도 주지 말아야지. 내 곁에 오래오래 두어야지. 언젠가 나는, 내가 너에게 줬던 책을 돌려줘,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입밖으로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아야했다. 감정을 정리할 때 제일 아까운게 내가 내 책장에서 뽑아줬던 책이었다. 나는 요즘 대부분의 책들을 내보내고 있지만, 내가 아끼는 책들은 두고두고 여러번 꺼내볼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나의 벗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내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어보고는, 아 이 책을 너는 정말 여러번 읽었구나, 하는걸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책에다 밑줄을 긋는다는 건 정말이지 낭만적이다. 내 감정이 남겨지고 그 감정이 말없이 남에게도 보여질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기 전 그 책을 펼쳐 '당신을 사랑해요'에 빨간줄로 밑줄을 그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만약 너가 나와 같은 감정이라면 그 구절에 너도 밑줄을 긋고 싶겠지, 하는 무모한 생각으로. 물론, 그건 정말 무모한 일이었다. 참 쓸데없는 일이었다. 바보같은 짓이었다. 나이를 헛먹고 있다. 


아, 밑줄 그은 책이 나오는 부분 때문에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버리고 말았네.



이 책, 『하트의 전쟁』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와우- 브루스 윌리스라니! 꺅 >.<















장바구니에 DVD 를 넣었는데 8,800원이나 하는구나! 굿다운로더를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오늘, 브랜디 칼라일의 스펠링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하다가 오,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는 걸 알게됐다.











참...자켓도 근사하네. 근사한 여자가 앨범을 만들면 자켓도 근사하게 만드는구나. 




이전의 앨범에서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노래, late morning lullaby.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담는다. 어제는 '도니도니돈까스'를 담았는데(응?), 오늘은 브랜디 칼라일의 시디를 담고, 존 카첸바크의 다른 책들을 담는다. 세상엔 살 게 엄청 많구나.
















오늘은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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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7-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브랜디 칼라일의 음반을 살 수 있다니.. 감동! ㅎㅎ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도 안 읽었는데, 존 카체바크 아껴두겠어요. 언젠가 미치게 지겨울때 이 작가를 생각하리다.

다락방 2012-07-03 11:53   좋아요 0 | URL
제말이 그말이에요. 그거 선물하느라고 수입시디로 몇 장 샀던걸 생각하면 .. 흑흑 ㅜㅜ
두꺼운 책이 아주 빨리 읽혀요, 레와님. 재미있어요!

가연 2012-07-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상당한 호평을 하셔서ㅎㅎ 저는 안 읽어봤는데, 궁금해지네요.

잠깐 여담을 하자면 저는 책에는 절대 밑줄을 안긋는데..ㅎㅎ 정말 깨끗하게 봐요, 심지어 전공서적에도 줄을 거의 긋지 않지요. 필기도 안하고, 쓰다보니깐 우울해지네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큼큼, 여하튼 완전 깨끗한 새책들이라는, 풋. 이는 나중에 중고서점에 비싼 값에 팔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줄을 그으면 나중에 그 부분만 눈에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랄까, 사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냥 깨끗한 상태가 좋더군요, 풋. 이러면서도 다른 사람이 밑줄 그어 놓은 책은 되게 관심가지고 보는데, 풋.

다락방 2012-07-03 11:54   좋아요 0 | URL
제가 또 너무 재미있게 읽어가지고 ㅎㅎ 뭔가 영화스럽게 진행되는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참 재미있네요. 책 이야기 나오면 또 흥분되고 그래서 흑흑 ㅠㅠ

가연님만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떠올라서 부끄러워집니다. 얼굴이 빨개져요.. orz

마음전문가 2012-07-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고 갑니다 읽을거리가 많은 곳이네요

다락방 2012-07-03 17:37   좋아요 0 | URL
하핫, 네, 고맙습니다.
:)

댈러웨이 2012-07-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누군가 헌사를 써준 -The Wind the Willows-를 겨울 밤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니까, 다락방님의 밑줄을 다른 누군가(들)는 공유하고 있는 거겠죠.

p.s. 괴물, 이라는 말은 가급적 안쓰고 싶은데, 음,,, 다락방님은 과연 책 먹는 괴물이군요.

다락방 2012-07-03 17:39   좋아요 0 | URL
아, 댈러웨이님. 헌사, 란 말을 댈러웨이님 댓글에서 읽으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하아- 음, 누가 생각났어요, 댈러웨이님. 나한테 한번도 헌사를 적어주지 않은 사람이요. 그래서 좀 원망스러워요.

그리고요 댈러웨이님, 저는 책 먹는 괴물이 아니고 ㅠㅠ 삼겹살과 술을 먹는 돼지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진 2012-07-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니도니돈까스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학굔데 팡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

저도 가연님처럼 한담을 해보자면 절대 저는 밑줄 안그었는데 이승우의 작문에세이를 읽고는 형광펜에 빨간펜에 포스트잇에다가... 어찌나 주옥같은 문장들을 툭툭 뱉어내던지요. 뭐, 아직 책 모퉁이에 메모하는건 못하겠지만요. 밑줄도 안긋고. 따로 문장노트를 만들어 거기 베껴쓰네요.

아무개 2012-07-03 15:01   좋아요 0 | URL
앗 문장노트 그거 참 좋네요.

다락방 2012-07-03 17:40   좋아요 0 | URL
이승우의 작문에세이라면, 그 뭣이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거 말하는거죠? 저 그거 엄청 좋아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말이 절대 없지 않나요? 짱이에요, 짱. ㅋㅋ 그랬구나, 소이진님도 그걸 읽었구나. 잘했어요. 히히.

소이진님도 참, 뭘 도니도니돈까스에 팡터지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2-07-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니돈까스 ㅋㅋ 와인이랑 드실려구요?
식품, 생활용품, 책, 시디 왠만한건 다 여기서 구매하시나봐요...
다락방님은 진정 알라딘이 격하게 아껴줘야하는 알라디너~~ ^^

전 제가 밑줄 그은책은 절대로 남 못 보여주겠어요. 민망하고 쑥쓰럽고 힝~
막막 대놓고 내 마음이 이래이래~ 뭐 이러는거 같아서 말이에요

다락방 2012-07-03 17:48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와인이랑 먹을려구요. 밥하고도 먹고. 아, 돈까스 요즘에 왜이렇게 좋죠? 완전 버닝중. 오늘 아침에도 돈까스 배터지게 먹어서 회사 왔는데도 너무 배가 불러서 접히지가 않아가지고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ㅜㅜ
그리고 도니도니돈까스는 알라딘에서 산거 아니에요. ㅎㅎ [도니도니몰]에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검색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설레여요, 돈까스가 배송된다는 생각에! >.<

네, 어떤 밑줄은 그래요, 민망하고 쑥스러워요.

moonnight 2012-07-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도니도니 돈까스 맛있는 건가요? +_+ 저도 사 볼까 했는데 알라딘에서 파는 게 아니군요. 다른 몰 가기는 귀찮아요. ㅠ_ㅠ (이 게으름-_-;;;)

저도 책에 밑줄 많이 그어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 붙이고. 그러다보니 책을 못 빌려주겠어요. 너무 사적인 느낌이라. 가끔 말도 안 하고 오빠나 새언니가 제 책장에서 책 빼가곤 하는데 뭔가 민망하다는. -_-;;;;;

다락방 2012-07-04 17:41   좋아요 0 | URL
http://www.donidonimall.com

문나잇님. 비회원주문도 가능합니다. 저도 회원가입하기 싫어서 비회원주문 ㅋㅋㅋㅋㅋ 이거 맛있다고 일전에 새초롬너구리님께서 댓글 달아주셨거든요. 그때 머릿속에 쏘옥 정보를 넣어두었다가 이번참에 주문 ㅎㅎ 오늘 배송왔대요. 아...설레어요. 전 돈까스가 참 좋아요. 요즘엔 미치게 좋아요.


저도 민망한 적 있었어요. [이곳의 겨울은 마녀의 젖꼭지처럼 춥다]란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데, 그걸 누가 봤어요.................................................................

레와 2012-07-04 17:47   좋아요 0 | URL
왜 주소를 알려주는거에요!!! 으앙!!!!!!!ㅠ_ㅠ

다락방 2012-07-04 17:49   좋아요 0 | URL
맛있는건 다같이 먹자...............는 심정으로............( ")
 

책 한 권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걸 읽자, 라고 선택한 뒤 그 책들을 꺼내 침대 위에 놓아둔다. 그러나 침대 위에 꺼내둔 책을 그대로 읽은적은 없다. 그 책들은 다시 책장에 꽂히기 일쑤다. 막상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다음 책을 읽을때는 꺼내놓은 책은 무시하고 다시 책장앞에 서버리고 만다. 어젯밤도 그랬다. 침대 위에는 두 권짜리 책을 꺼내두었었는데, 제기랄, 나는 다시 책장앞에 섰고, 오, 이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이 책은 밤에 집어들면 안된다. 나는 어젯밤 열시 반에 이 책을 꺼냈고 한 시반까지 쉼없이 읽었다. 물론, 그래도 다 읽지 못했다. 이제 겨우 절반쯤을 읽었을 뿐이다. 360 페이지쯤. 아직도 이 책은 이만큼이 더 남아있는 것이다.


이만큼만 읽으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는 먼저 읽었던 이 작가의 책,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은 이 책에 비하면 재미로는 게임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월요일만 아니라면 나는 어제 밤을 새서라도 이 책을 다 읽고 잤을텐데, 정말이지 억지로 책을 덮고 꾸역꾸역 잠을 청했다. 아 싫어..



오늘 아침 출근길의 버스안에서 그리고 지하철안에서 이 책을 읽고나서 지금까지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여기는 회사!!), 어서 빨리 퇴근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오늘 일이 산더미라 퇴근이 늦을것 같아 초조하고 또 초조하다. 아, 이럴땐 내가 직딩이라는게 진짜 완전 싫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일정시간 읽지 못하고 사무실에 구속당하고 있는 이 신세.. 후아-



[알라딘 책소개]

소설은 1944년 전쟁의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독일 포로수용소와 포로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944년 5월 어느 날, 미군 포로 사이에서 전쟁 영웅이자 '장사꾼'으로 통하는 빈센트 베드포드가 목이 베인 채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독일군과 미군 포로 집단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미군 장교 루이스 맥나마라 대령은 독일군 측에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하여 미군 법정을 열 수 있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평소 인종주의자였던 피살자와 대립했던 흑인 조종사 링컨 스콧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법정에 세운다. 하지만 그의 변호를 맡게 된 토머스 하트가 살해 동기와 살해 무기 등 스콧의 혐의를 명백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들 속에서 조작과 은폐의 흔적을 발견하고 사형집행을 위해 형식적인 수순을 밟아가던 재판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스콧과 그를 변호하려는 토미가 그들의 판사이자 대장인 맥나마라 대령을 찾아가는 부분을 읽었다. 그들이 찾아갔을 때 맥나마라 대령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이 도난당했다는 것을 알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 뒤에 나오려고 하는데, 스콧 중위가 방을 나오기 전에 대령에게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습니까, 대령님?"

맥나마라 대령은 순간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사실 디킨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거라네. 어렸을 때부터 소설은 읽지 않았으니까. 주로 역사책이나 수학책만 봤지. 육군 사관학교에 다니다 보면 그렇게 된다네. 나는 사관학교에 있을 때 디킨스 같은 작품을 배우는 고전 수업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자유 시간이라는 것이 없기도 했고, 독일놈들 덕분에 이곳에 와서야 겨우 자유 시간이라는 게 생겼지. 어쨌든 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재미있더군."

스콧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학교에서는 주로 전공 관련 서적이나 교과서만 봤습니다." 그가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지만 고전은 계속해서 읽었죠. 디킨스, 도스트옙스키, 톨스토이, 프루스트, 셰익스피어. 호머와 그리스 비극들은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제대로 교육받았다고 말하기 어렵죠. 어머니께서 그렇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교사셨거든요."

"맞는 말 같군, 중위. 그런 문제는 이제까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맥나마라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놀랍군요. 아무튼 디킨스는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디킨스 최고의 작품들을 읽을 때는 한 가지만 기억하고 계시면 됩니다. " 스콧이 말을 이었다.

"그게 뭔가, 중위?" 맥나마라가 물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스콧이 대답했다. 

"디킨스는 천재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대령님. 책 재미있게 읽으십시오." (pp.365)



이 부분이 왜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는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스콧 중위는 흑인이고, 인종차별이 심한 포로수용소의 다른사람들은 그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있다. 맥나마라 대령은 편견을 가지지 않은듯 보이려고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흑인에 대한 모든 기준을 달리 가지고 있는 맥나마라 대령이야말로 무서운 사람이라고 스콧 중위는 말한다. 그런 스콧이 디킨스의 소설을 빌어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가슴이 뻑뻑해지고 뭉클해졌다. 뿌듯하기도 했다. 디킨스의 소설을 읽은 스콧 중위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바로 나에게로 넘어와, 왜 나는 아직 디킨스의 소설을 읽지 않은건지, 스스로가 게으르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바보. 내가 디킨스의 소설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는 디킨스로 넘어가야겠어. 





















아! 나는 책이 재미있는것도 좋지만, 그 책 속에서 다른 책을 얘기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 『위대한 유산』을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아...어제 알라딘에서 책 질렀는데(라고 해봤자 딸랑 두 권!), 나는 또......사야 하는건가. 



아직 절반밖에 안읽었지만, 『하트의 전쟁』은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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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밑줄을 긋기
    from 마지막 키스 2012-07-03 10:11 
    나는 '존 카첸바크'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고맙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부분이 따뜻한 부분이라서. 어제도 읽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러나 존 카첸바크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서도 그랬고 이 소설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나는 그런 존 카첸바크가 고맙다. 사람은 한 개인으로서 동물을 좋아할수도 있고 식물을 좋아할수도 있다. 환경을 생각할수도 있고 지구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누
 
 
레와 2012-07-0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영화만 봤는데, 원작도 읽어보고 싶어요.
[하트의 전쟁]은 정신 못 차릴까봐 읽기 두려운데요? ..ㅋㅋ

다락방 2012-07-02 17:14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만 봤는데 영화를 재미있게 보질 않은터라 원작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요. 기필코 보겠습니다. 꼭!
[하트의 전쟁]은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졌던데, 책 다 읽고나면 영화도 찾아봐야겠어요. 히히.

moonnight 2012-07-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폭풍눈물 흘리시게 될 거에요. 아직도 울컥. ㅠ_ㅠ

다락방 2012-07-02 17:15   좋아요 0 | URL
왜요 문나잇님 왜요. 왜 폭풍눈물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읽고서도 눈물 줄줄 흘렸는데..코까지 훌쩍였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는재로 2012-07-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에전 흑백영화로만 봤는데 결말이 이해가 되지 않던데 왜 창문을 부수는건지

다락방 2012-07-02 17:1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는재로님, 저는 컬러영화로 봤는데 분수앞에서 소년과 소녀가 키스하던 거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아요, 아무것도.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하하하핫

이진 2012-07-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의 전쟁>도 <위대한 유산>도 질러버리고 싶은 책이군요. +_+
세 시간을 내리 책에 빠지셨다니, 저도 최근에는 며칠 동안 한 페이지 가량을 넘기다가 어느 밤에 날잡고 다 읽어버리는 스타일로 바뀌었어요. 요즘엔 밤이 아니면 책장이 안넘어가요...후.

<위대한 유산> 표지가... 너무 이쁘다.

다락방 2012-07-03 10:17   좋아요 0 | URL
저는 [위대한 유산] 질러버릴겁니다. 좀 더 있다가 지를거긴 하지만. 후훗.
저는 집에서 책 읽으면 꾸벅꾸벅 조는데 너무 재미있는 책은 졸지도 못하고 막 책장을 넘겨요. 그런책을 만나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나는 자고 싶으니까.....ㅠㅠ

비로그인 2012-07-02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때 <위대한 유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히 재미는 있었는데, 처음이라서 아무 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책표지가 좀 그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소년과 소녀의 키스였는데... 좀 덜 순수해보여요! -ㅅ-
그나저나 스콧 중위는 참 똑똑한 사람 같아요.

다락방 2012-07-03 10:18   좋아요 0 | URL
전 위대한 유산을 영화로 봤는데, 저 장면은 소년 소녀였을때도 했었구요 어른이 되서도 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도 빨리 위대한 유산 책 읽어보고 싶어요!! >.<

수다쟁이님, 저도 똑똑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어요.
:)

하루 2012-07-0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의 전쟁]은 주인공이 참.. 멋졌는데 훗.

다락방 2012-07-03 10:18   좋아요 0 | URL
하트의 전쟁속 등장인물들은 비열한 인물들조차 싫지 않아요, 하루님.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흣.

가연 2012-07-0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속에 책을 이야기해주면 되게 좋던데.. ㅎㅎ 제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이유는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되어서.. 였어요, 풋.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유산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풋. 개인적으로 디킨스의 작품 중에서 올리버 트위스트랑 위대한 유산을 좋다고 생각하는데.. 음.. 이는 읽은게 그 둘 뿐이어서.. 겠죠? 푸하하.

다락방 2012-07-03 11:55   좋아요 0 | URL
ㅎㅎ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하루키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그랬거든요. 하루키 때문에 대학생때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어요. 그러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놀랐죠. 그런데 이십대 후반이었나, 다시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정말 좋더라구요.

가연님은 위대한 유산을 읽었군요! 놀라워요! 언제 읽었단말입니까! 저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히히.
 

텔레비젼을 거의 보지 않는 탓에 어느 드라마가 어느 방송에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여동생이 재미있다고 해서 『신사의 품격』을 한 회분 보게 되었는데, 아, 너무 품격 떨어지는 드라마라 깜짝 놀랐다. 장동건이 분한 '김도진'이란 역할은 사실 장동건이 아니라면 소화해낼 수 없을 만한 재수없는 인물인데, 그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인물들인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친구의 문제는 내 문제, 라며 해결해줄 사람들이 있던가. 마치 학원물 만화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것만큼 어처구니 없는 드라마라서 신사의 품격은 품격이 떨어지는 군, 하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오늘 돈까스를 안주 삼아 다시 오랜만에 보게 된 신사의 품격은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들의 캐릭터가 달라져서도 아니었고 드라마가 유치함을 벗어던져서도 아니었다. 김하늘과 장동건, 그들이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그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져서. 그게, 그런거 아닌가.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해, 라고 하는게 몇년몇월며칠, 부터 좋아할거라고 계획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좋아졌어? 라고 물음에 그때부터지, 라고 대답하기도 곤란하고. 그런데 그 둘이, 어느 한쪽의 짝사랑으로 시작했던 그 연애가, 이제 펼쳐지려고 하는것이다.

 

연애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 나와 너는 처음 만난 순간 처음부터 동시에 쑝갔고, 그래서 우리의 이 만남은 자연스러웠지, 는 지나치게 영화스럽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어느 한쪽은 분명 먼저 말을 걸고, 데이트를 신청하고, 짝사랑을 스스로 자각하는걸로 남녀간의 연애는 시작된다. 그 짝사랑이 나만의 사랑이었다면 연애는 불발에 그치지만, 사실 그쪽도 나름대로 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이 연애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신사의 품격을 보기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샬레인 해리스의 새로운 시리즈. 나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 수키를 닮았으면 어쩌나 자꾸만 고민했는데, 작가도 그것을 고민한건지,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은 검은머리 검은 눈동자에 168센티의 키를 가지고 있다. 수키와는 다르다. 외모만으로 다르다고하기엔 부족한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다니는 오빠가 더 많은 말들을 대신해주고 있다.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해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약속이 취소된 토요일, 나는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설레이고 말았다.

 

 


"홀리스입니다. 저녁을 같이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메리 넬, 톨리버하고 같이 더블데이트를 할까요? 재미있겠네요.' 나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이 말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면서 "저녁 약속이 있는데요"라고 머뭇거리듯 말했다. 딱 잘라 거절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식사 후에 술 한잔은요?"

"좋아요."나는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모텔로 모시러 가죠. 여덟 시 어때요?"

"좋아요, 이따 봬요."

"이따 봅시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p.134)

 

 

침대위에서 이 책을 읽는데 이 장면이 너무나 낭만적으로 읽혀졌다. 데이트의 정석같았다. 저녁을 함께할래요, 라고 말하는게. 그러나 나는 저녁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자 재차 묻는다. 술 한잔은요, 하고. 나는 자고로 적극적인 남자가 예쁜 여자를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저녁 약속 있어요, 라고 말할 때 아 아쉽네요 이만, 이라고 하면 그 약속은 불발에 그치며 더이상 진행되기 힘들다. 그러나 그 후의 술은요, 라고 제안해주니 나로서는 거절할 도리가 없는게 아닌가. 밥을 먹고서도 만날 수 있는 남자라면 어떤 일이든 못만나겠는가. 밥을 같이 먹을수도 있고 술을 같이 마실수도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말하면 나는 내 집에서 그가 데리러오기 전까지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고 설레이는 마음이 된다. 나는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는데 첫데이트 생각이 나면서 설레였다. 맛있는 것 사줄게, 저녁 먹자, 술 마시지 않을래, 그 모든 평범한 말들이 평범하지 않은 그 순간, 첫데이트를 수락하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데이트들이 떠올랐다. 어느 여름에 나와 그는 공포영화를 보기로 했다. 우리는 아직 연인이라고 불리기엔 서투른 단계에 있었고, 공포영화를 예매해두고 극장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왼쪽에서 올까 오른쪽에서 올까, 두리번거리며 내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 그는 갑자기 뒤에서 오면서 나를 툭, 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내 뒷모습을 그가 먼저 봤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불편했다. 왜 거기에서 오냐고 묻자 그는 차를대고 왔다고 했다. 주차장은 내 뒤쪽에 있었던거다. 제기랄. 뒤쪽에서 올줄은 몰랐는데. 욕 튀어나오네.

 

어느 가을의 데이트에서 한 남자는 서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길치에 방향치인지라 서점 자체를 잘못찾았고, 뒤늦게 찾았을 때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후였다. 그는 내게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이제 도착하긴 했지만 여기엔 출입구가 많아서 내가 있는 곳이 어느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의 옆에 어떤것들이 있냐고 묻고는 거기 가만있으라고 했다. 내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그리고는 내가 고른 책들을 계산해주었다.

 

어느 겨울의 데이트에서 그 남자는 약속시간보다 빨리 왔다. 나는 아직 좀 있어야 끝났다고 말했고 그는 서점에 들르겠다고 했다. 내가 끝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시간계산을 잘못해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그는 나에게 줄 책을 산 뒤에 뛰어왔다.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내게로 뛰어오는 모습을 봤다. 여전히 선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날 그가 내게 준 책을 반 년도 훨씬 넘게 가방에 넣고 다녔다. 내게 그 책은, 그 남자였다. 그남자에게 그 책은, 어쩌면 나였을 것이고. 나는 그 겨울을 기억한다.

 

 

 

원래 내가 쓰려던 페이퍼는 다른 페이퍼였는데, 술김에 엉뚱한 페이퍼를 써버리고 말았다. 이런. 밤 과 데이트는 사람을 코너로 모는 경향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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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7-0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 소리가 듣기 좋네요. 조용한 이 시간에 아주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12-07-01 17:54   좋아요 0 | URL
어제 드라마 보다가 음악이 좋길래 음악검색 했어요.
:)

이진 2012-07-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읽기에 참 달달하고 좋은 글이에요. 막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고는 반쯤 잠에 빠져있어요. 꿈에서나마 데이트를 하길 바라며 이만 굳밤!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었군요! 드디어!
좋은밤 보냈어요, 소이진님? 어느새 또다른 밤이 다가왔어요.

2012-07-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여전히 이 드라마에 흥미를 못 느끼고 있어요. 출판사랑 짜고 넣는 PPL도 별로고..
그래도 다락방님 글은 좋네요. :)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드라마 진짜 짜증난다고 볼때마다 생각해요. 보면서 막 부끄러워요. 아....뭐냐...이게 뭐냐....이러면서요.

치니 2012-07-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든 글이든, 어떤 식으로든 말씀하신 품격이 드러나고 작가의 평소 사상(?)이 조금이나마 반영된다고(사상이란 말이 좀 과하다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정도로 바꿔서 ^-^;;) 생각하는 저는, 신사의 품격을 도저히 못 보겠어요. 제게는 그 어떤 유치한 드라마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많고 못마땅한 사상이 많아서. 김은숙 작가는 아무리 봐도 저랑 코드가 안 맞는 듯. ㅎ (시크릿가든 때도 저 혼자 그렇게까지 재미있어 하지 않았던 기억이 또 나네요)

다락방 2012-07-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코드가 안맞는다기 보다는 드라마가 짜증나요. 아, 이 작가가 시크릿가든 작가에요?
저는 이 드라마 몇번 보지도 않았지만 친구넷이 모인 장면들에선 어김없이 유치함의 절정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가장 말이 안되는 장면이고 말씀하신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원... 위에도 썼지만, 진짜 드라마가 부끄러워요. --;;

... 2012-07-0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 무덤의 남자, 다 읽었어요! 전반적으로 다 좋았는데 마지막 부분은 좀 엽기스러웠다는...

다락방 2012-07-02 17:07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마지막도 좋았어요, 브론테님. 음, 저를 엽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것 같은데, 저는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거든요. 이 책 속의 여자가 마지막에 원했던 그런거요. 그래서 엽기적이라는 생각은 들질 않더라고요. 하핫;;
오히려 가볍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길어서 좋았어요.

아무개 2012-07-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사의 품격 몇번 봤는데 당췌 누가 신사라는건지 품격은 또 어디에? 뭐 걍 보지 말자..이랬었어요.

하는일 없이 슝~하고 지나가 버린 아쉬운 주말. 그리고 월욜이네요.
차라리 정신 없이 바쁜 하루가 되었음 좋겠어요. ㅡ..ㅡ::::::::

다락방 2012-07-02 17:13   좋아요 0 | URL
나이 많은 배우들 가지고 유치하게 드라마를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제 글 보더니 신사의품격 욕하지 말라 그랬어요. 테러당한다고;; 하하하하핫 안해야지.

저는 미친듯이 일하고 정신차려보니 퇴근 한 시간 전이네요. 어휴. 월요일이 이렇게 가고 있어요, 마중물님. 어휴, 어휴..
 















이 책에 실린 단편중 「그가 지금 풀숲에서」는 '외계인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나온다. 이 병을 앓고 있는 남자의 아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왼손의 남편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기도 하는통에 난감해한다. 자기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친정으로 도망가기전날, 그녀의 왼 손은 자는 남편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책속에서 이 증상에 대해 남자가 자신의 의사 친구에게 묻자 의사친구는 외국에는 몇몇 사례가 있었다며 그 병은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 건 아닌데, 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어. 외국 사례로는 간질환자 중 일부가 뇌수술 후유증으로 그런 증세를 발작적으로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는데, 뇌경색 환자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양이고 ‥‥‥하도 희귀한 경우라서, 글쎄‥‥‥어떻게 말해야 될지 나도 잘 모르겠군. 한쪽 손이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양손 다 통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손이 주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거지. (「그가 지금 풀숲에서」,p.108)


나는 이게 소설속 장치인건지 아니면 정말 있는건지 궁금해서 구글에 넣어봤다. 위키백과로 검색되길 바랐는데, 위키백과는 찾지 못했고, 조선일보의 기사를 찾아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 
영국 BBC가 20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한 희귀병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 뉴저지의 캐런 번(55)의 왼손은 캐런의 몸을 공격한다. 다리를 때리고 뺨을 치고 펀치를 날린다. 담배를 피웠다가 재떨이 두면, 왼손이 불쑥 뻗어나오면서 담배를 꺼 뻐린다. 왼손이 핸드백 속의 물건을 꺼내 던져버리기 때문에 많은 물건을 잃어버렸다. 왼쪽 손 뿐 아니라 다리도 자기 마음대로 방향을 정해 움직여 캐런은 자주 난감하다. 

마치 외계의 생명체가 조종하는 것 같아서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란 불리는 증상은 간질 수술 이후에 나타났다. 10살 때부터 간질을 앓던 캐런은 27살에 수술을 받았다. 보통은 비장상적인 전기 신호를 일으키는 뇌의 작은 부분을 제거하는데, 캐런의 경우에는 원인 부위를 밝히지 못해 뇌량을 제거해야 했다. 

수술 후 간질은 나았지만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 캐런을 괴롭하기 시작했다. 몸의 한 쪽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뇌량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좌내와 우뇌는 뇌량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그 매개체가 사라지자 왼쪽 손과 다리는 캐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게 된것이다. (출처:조선일보, 2011.01.14 08:18 입력, 김영수 기자)

 

펼친 부분 접기 ▲


아...이게...정말 있는 병이구나. 나의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다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때로는 내 옆사람을 혹은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니...무섭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이 책에는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내 손이 무엇을 할지 모르는채로 긴장된 삶을 살아야한단 말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삶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삶이 마치 전쟁같다. 어휴.



나는 내 책장의 두 칸을 내어줄 정도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저 위 두줄이 하루키의 책들로만 채워져있다. 국내에 나온 모든 하루키의 책을 다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생각하긴 하는데, 어제 친구가 하루키의 에세이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무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알라딘 책소개]

작가가 아닌 생활인 하루키, 젊은 하루키를 만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전설의 에세이 시리즈. 하루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로 꼽은 이 에세이가 국내 정식 출간 계약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소설에서 엿보이는 것과는 또다른 생활인 하루키의 면모는 물론, 1980년대의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정취와 도시 생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하아-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걸까. 책소개를 보니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들이 재번역되어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 때문에 이 다섯권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걸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소식은 반갑지만 다섯 권이 한꺼번에 나오다니, 좀 너무한거 아니야? 일 년 간격으로 아니 육 개월 간격으로 한 권씩 나와줘도 되는거 아냐? 하긴, 누가 이 책 사라고 압박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왜 나는 압박감을 느끼고있지? 왜 이걸 사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하루키가 나한테 고맙다고 할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나한테 사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안 사도 지구는 그대로 돌고 태양은 그대로 떴다가 질텐데, 이걸 사든 안 사든 내 일상의 아무런 변화가 없을텐데, 굳이 살 필요 없잖아? 그리고 새로 나왔다고 뭐 꼭 지금 사란 법 있나? 내년에 사면 어떻고 내후년에 사면 또 어때? 내가 읽고 싶은 때에 사서 읽으면 되잖아? 어차피 신간을 읽고 싶어하는 여자사람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란 제목이 참 좋다. 나도 근사한 제목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의 참이슬이라든가 석가탄신일의 떡볶이라든가. 흐음.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질 않네. 화이트데이의 뼈다귀해장국, 은 좀 괜찮나? 생일날의 순대국은 좀 별로인가? 첫데이트의 닭똥집은? 결혼기념일의 오돌뼈, 설날의 스테이크, 추석날의 오이지, 휴가기간의 할라피뇨...아, 할라피뇨, 라고 치는 순간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은 매우 바쁜날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놀고 열심히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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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6-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좋아하시는 군요. 전 상실의 시대 이후 제대로 읽은게 없는듯. 1Q84도 읽다가 말았고...

지금 사무실에 완전 본토 영국 여자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저런게 진짜 영국식 영어구나 하면서
완전 신기해 하고 있어요. ㅋㅋㅋ

바쁜 금욜 무사히 넘기시길....그리고 불금하시길^^


다락방 2012-07-01 01:01   좋아요 0 | URL
전 하루키의 대부분의 모든 책들을 두 번씩 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의 에세이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하루키의 소설을 더 사랑해요. 하루키는 짱이에요. 그의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수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에요. 으흐흐흐.

금요일이 뭡니까, 이젠 토요일마저 지나가버리고 말았어요. ㅜㅡ

도서출판 예문지 2012-07-07 16:5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는 상실의 시대만 지금까지 5번 정도...

책의 주인공인 와타나베처럼 책장에서 쑥 빼서 아무곳이나 끝까지 읽어버리네요...

그런데 상실의 시대 이후 하루키의 다른 책은 하나도 안 읽었네요...

왠지 상실의 시대 읽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아....

다락방 2012-07-09 08: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예문지님.
저는 요즘 책이 안 읽혀서 [상실의 시대]나 [댄스댄스댄스]를 다시 읽어볼까 생각하는 참이에요. 상실의 시대를 다섯 번이나 읽으셨다니!! 와- 이젠 외우시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실의 시대 읽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아 그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았다는 느낌이 어떤건지 잘 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의 다른 소설들도 재미있었답니다.

Jeanne_Hebuterne 2012-06-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 그림!
:)

다락방 2012-07-01 01:01   좋아요 0 | URL
대체 누가 준거란 말입니까!

turnleft 2012-06-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의 참이슬" 이라는 단편은 재가 엄청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들어요!!

다락방 2012-07-01 01:03   좋아요 0 | URL
후훗. 턴님의 댓글에 힘입어 이번 크리스마스가 오기전까지 단편 하나 써봐야겠어요. 턴님이 사랑할만한걸로 써봐야겠습니다. 후훗. 신나요! >.<

레와 2012-06-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도 무말랭이 무침이 있다니... 오호~ ^^

난 지금, 이번 주말엔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히히히

다락방 2012-07-01 01:04   좋아요 0 | URL
무말랭이랑 밥먹고 싶어요. 전 좀전에 돈까스 튀겨서 와인 마셨어요. 입에서 술냄새가 폴폴 나요. 히히히히히. 지금은 브랜디 칼라일 시디 리핑하고 있어요. 레와님 때문에 이런거에요. 우히히히히

Kir 2012-06-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하루키 에세이는 다 가지고 있지만 이전에 빠졌던 에세이가 들어있다니 지르고 말 것 같아요. 대체 왜 기존 번역본에서는 생략했던 걸까요...ㅜㅠ

다락방 2012-07-01 01: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왜 이전에 빠드린게 있는거란 말입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했으면 좋았잖아욧!! 아, 진짜, 이건 ....하아. 삶이 힘들어요, 흑흑 ㅜㅜ

2012-06-29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6-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한강의 왼손, 이란 단편의 주인공도 저런 증상을 보여요. 결국엔 죽어버리죠. 이 병이 외계인손 증후군이었다니. 와우. 진짜 있는 병이었다니. 왼손, 은 아니 외계인 손 증후군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이잖아요. 와우. 어쨌든 저도 시귀가 다섯권 한번에 나왔을때 다락방님과 같은 심정. 결과적으론 굴복했고.

다락방 2012-07-01 01:09   좋아요 0 | URL
아, 한강의 그런 단편이 있나요, 소이진님? 저도 소설에서 읽고는 이건 판타지적인데, 그런데 그냥 썼을리는 없지 않나, 신경숙의 상상일리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해서 검색했거든요. 저는 신경숙의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진 않아서요. 신경숙은 상상으로 글을 쓰는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해서..그런데 정말 실제로 있는 병이더라구요!! 아, 놀랐고 슬펐어요.

저 역시 굴복할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그래도....싸울겁니다! 불끈!!

얼음장수 2012-06-2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소이진님처럼 한강의 '왼손'이 생각나네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유방이 신약 부작용으로 뇌로 통제할 수 없는 입(혀?) 때문에 빚어진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외계인입(혀?)증후군 쯤 될 텐데, 외계인손증후관과 외계인입(혀?)증후군 중 뭐가 떠 끔찍할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 제가 한 가장 멍청한 생각이란 걸 바로 깨닫게 되네요 -.-

다락방 2012-07-01 01:1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술이 취해가지고 제가 어떻게 타자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굳이 이름붙이자면 알콜증후군...인걸까요? ㅜㅜ

하하하하하하하하. 얼음장수님, 그게 왜 멍청한 생각입니까. 생각은, 그게 생각인이상, 멍청한게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이 생각도 멍청한게 아닌게 되는겁니다. ( ")

건조기후 2012-06-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저도 요건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ㅎ
무말랭이 엄청 좋아하는데.. ㅎ 아 먹고싶어요. 오독오독

다락방 2012-07-01 01:10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도 무말랭이 좋아해요? 울엄마 저녁에 오이지를 무쳤는데 완전 맛있어서 계속 손으로 집어먹었어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말랭이 오이지 정말 좋습니다. 아...사랑해요!!

프레이야 2012-06-2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계인손증후군이요 ㅠㅠ 와~ 진짜 저런 병 걸리면 무서울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제 왼쪽 귀가 제 맘대로 안 되고 말을 안 들어요.ㅋ 이명이에요.
가끔 그러는데 오늘따라 더... 스트레스 오는 것 같은데 ㅠㅠ

다락방 2012-07-01 01: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늘 오후에 프레이야님 페이퍼 봤어요. 이명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은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버지도 며칠째 두통을 호소하셔서 병원에 가셨더니 이명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건 어떻게 고칠수는 없고 수시로 머리를 흔들고 운동을 해주셔야 한대요.

비가 오고있어요, 프레이야님. 이 비가 프레이야님의 이명도 좀 잠재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dreamout 2012-06-2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은 리히터의 작품을 책꽂이에 붙여두는 분이로군요!

다락방 2012-07-01 01:13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리히터의 작품을 책꽂이에 붙여두는 여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친구에게 엽서를 받고 그림이 좋아 붙여둔거에요. 드림아웃님의 이 댓글을 받고, 으응? 리히터라고? 그게 뭐야? 하고 엽서들을 뒤집어 봤다가 어느것이 리히터의 작품인지 겨우 알았을 뿐입니다. ㅜㅜ

가연 2012-06-30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또 하루키의 상당한 팬입죠.. 제가 딱히 자랑할 거리도 없지만, 거의 한시간동안 화이트보드에서 떠들 수 있는 작가.. 로 자랑해봅니다, 푸하하. 써놓고보니 슬프구먼요. 이런 걸로 자랑을.. 풋. 거의 대부분의 저작, 심지어 이차저작물까지 읽어본 작가라고 자부하는데, 풋,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락방님의 책장이 매우 눈에 잘 들어오네요. 뭐, 물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당연히 번역된 것들만 읽었었지만, 몽땅 내용을 다 기억하는것은 별개의 문제가 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 책들을 신간 검색하다가 확인하고는 좀 안절부절못했다는 사실이 있습죠. 보다 충실해진 내용, 이라는 글귀에 별로 끌리지는 않지만.. 만약에 제가 안읽은 부분이 있을까봐 괜스레 서점에서 들춰볼 것 같네요.

다락방 2012-07-01 01:16   좋아요 0 | URL
가연님은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인데,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가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좋아한다니 정말 기뻐서 잠이 다 안올 지경입니다만, 사실 잠이 안오는건 제가 아까 초저녁에 낮잠을 잤기 때문일거라는게 더 정확할거라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제 책장을 보고 책들을 알아맞히는 사람이나 제 책장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되면, 제 방에 데리고오고 싶어요. 이것봐, 이게 바로 내 책장이야,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그건 대부분 생각만으로 그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댓글을 왜 달고 있는지모르겠어요.

모르긴 뭘 모르겠습니까. 저는 지금 술을 너무 많이 마셔가지고 머리가 팽팽 돌아서 이런 댓글을 쓰고 있는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2-06-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문학동네에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보고 허걱했어요...이거 얼렁 사야지~ 이러면서~ ㅋ

다락방 2012-07-01 01:16   좋아요 0 | URL
저는 한 권씩, 한 권씩 천천히 사기로 지금 현재는 마음먹고 있습니다. orz

댈러웨이 2012-06-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곧 저지르고 만다,에 한표 던지고 가면서, '비 오는 날의 프란세시냐',는 합격점일지?
어쨌거나, 휴가기간의 할라피뇨'가 제일 좋군요. ( ")

다락방 2012-07-01 01:17   좋아요 0 | URL
저는 왜 결국은 이런거에 지르고 마는걸까요, 댈러웨이님? ㅜ 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돈까스에 와인 먹었어요. 할라피뇨 생각하니까 입에 또 막 침이 고여요.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 오는 날의 프란세시냐는, 물론, 좋습니다, 댈러웨이님, 그러나 맑은 날의 프란세시냐, 라고 싫을 까닭은 없지요.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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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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