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숨이 턱에 차 오르도록 살고 있다는 느낌이

기분 좋을 때가 있다.

가끔이지만 그 기분에,

나도 그럭저럭 세상과

화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으르고 방탕한 일요일의 오후를 좋아하는데

어제는 딱 마음에 드는 그런 오후였다.

그런 날이면 왠지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혼잣말이 많아진다.

해야 할 일도 미뤄둔 일도 다 제대로 생각나는 날이지.

그러니까 방탕방탕한 것도 때로 도움이 된다.

 

창문을 비스듬히 통과하는 햇볕이 이뻐서

창문을 활짝활짝 열고

환기를 했다.

 

코 끝이 매콤하고도 쨍해서

이런 위로라도

 

아직 채 지나가지 않은 일요일의 모든 꿈들 위에 내리기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6-27 0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반이...여덟 달 정도 살고 나면 아빠 다리 위에서 자도 안 떨어집니다. 손에 쥔 것은

 

여차 하면 타고 올라올 바지 끈..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너는 문득 메모를 남기고 사라지곤 했는데, 처음엔 그런 상황이 너무나 난감하고 고통스러워 너에게 화를 내거나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있는 힘껏 따져 물었다. 너는 어깨를 으쓱할 뿐, 그 일을 조금씩 잊어갈 만 하다 싶을 때 쯤, 다시 의미를 알 수 없는 메모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한 번 화가 나고 한 번 체념이 되고 또 한 번은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동요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결국은 스스로 만들어낸 별의별 방어수단들에 치여 허덕댈 즈음, 너는 슬그머니 나타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나를 들여다 보았다.

 

잘못을 한 게 아니지 않느냐는 듯한 표정, 나의 고통이나 근심들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한 너의 초연함은 내게 무척 낯선 것이어서,  그런 식으로 나를 다루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떤 방법을 써서 너로부터 나를 방어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더욱 두려웠던 것은, 그 언젠가 내가 너를 아니면 네가 나를 지겨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떨까, 너를 잃는 일은. 너를 넌더리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게 될까.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고 너를 만나러 가는 어느 날. 문득 나는 네 메모와 부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온몸의 신경들을 파닥파닥거리며 너를 향해 있던 것은 그 감각의 충만함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너를 떠나오게 되고 그것은 별 수 없는 일이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게 될 것이다. 그립고 아쉬운 것보다 더 깊고 농밀한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 모든 게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떠나오고야 만 쪽은 네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깨닫지 못 한 채 네가 아닌 모든 것들을 욕망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핸드폰을 집에다 두고 왔다.

 

이런 날, 비는 내리고 이상한 바람이 분다.

오래 나를 찾지 않았던 그 녀석들도 이런 날을 노려 나에게 문자를 넣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징크스를 우리는 빈집털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빈집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고양이 녀석들만 신이 나겠군.

고양이들 곁에다 내 영혼없는 몸뚱아리를 옮겨다 놓고 싶다.고 적어본다.

 

 

어제 욕조에 잠겨 비몽사몽간에 읽은 책은 트루먼 카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인데

영화와 조금 다른 느낌의 홀리도 괜찮더군.

여행중.이라는 문구를 나도 명함에 새길 테다.하고 불끈.했는데

고양이씨를 이름 없이 기르는 것도 맘에 든다.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었다면 대뜸 친구 먹고 싶었을

사람이긴 한데, 그랬다면 누가 더 속을 썩였을까.

 

 

자꾸 네 생각이 나다 말다 그래. 어딘가 교차하는 지점이 이 근처였으려니 하는데, 그래도

나이나 계절 탓을 하기엔 좀 그렇지. 새삼.

 

잉그리드 마이클슨을 듣고 있어. 비오는 날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비만 오는 날 말고, 오늘처럼 바람이 미친여자 머리칼같이 휘감는 그런 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못 본 척하거나 침묵하거나 냉랭한 시늉을 하는 것이

때론 아주아주 미안해서라고 내가 어느날 말해 주었잖아.

그것이 정말 미안해서였다는 걸 네가 알게 되는 건

언제쯤일까.

 

미안하다는 마음까지도 잊어버리고 나면

그 냉랭하고도 묘한 기척이나 어색한 손인사 같은 것들만 남아서

이렇게 어지럽지. 기분이 별로기도 하고.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었겠어.

이미 지나온 시간들에다 엇갈린 마음을 하고는.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보고도 싶고 그러다 다시, 보면 별로일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안 봤으면 하고 생각했던 거지 네가 죽을 것처럼 미워서였겠니. 엇갈린 마음을 하고 나눌 수 있는 인사는 어떤 모양일까. 또 냉랭한 척을 할까. 아무렴 어때하는 표정을 지을까. 네가 아플까 어떨까.

그런 생각을 오늘 점심을 먹을까 말까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맥락없는 지점에서 하고 있다.

 

 

오늘의 커피는 마셨고?

커피나 들고 오란 말이다.

요즘엔 벤티라는 사이즈가 있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