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전을 좋아한다. 사전을 찾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사전을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은 물론이고 독일어 사전과 스페인어 사전 프랑스어 사전까지 나는 책장에 꽂아두고 있다. 그것들은 아주 새것이다. 어떤 상황이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데, 그 상황들에 맞딱드리다보면 언어가 문제가 되는일이 있지가 않을까. 그때 문법이나 회화를 모를지언정 사전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쯤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이야 필수겠지만, 다른 사전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가질 생각을 했던건 아니었다. 처음엔 키스, el beso 라는 스페인어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오래전 어느 때, 나는 소설 『거미 여인의 키스』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영화 『더티댄싱:하바나 나이트』를 보게 되었고, 그 영화의 삽입곡인 「el beso del final」을 듣게 되었다. 스페인어라 가사를 알 수 없었지만, 제목을 보면서 어어, el beso 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싶었던거다. 그러다가 내가 읽던 책의 표지를 보게됐고, 그 앞에 쓰여진 제목에서 el beso 를 발견했다. 그 책의 원제는 『El Beso de la Mujer Aran"a』였던것. 그런데 팝송 제목에 '거미'가 쓰일리는 없으니 이 단어는 키스가 아닐까 싶었던거다. final 은 영어와 단어가 비슷하니 마지막, 쯤 되지 않을까. 나는 점심시간에 근처 서점으로 가서(지금은 없어진 진솔문고) 스페인어 사전을 뒤적였다. 그리고 beso 가 '키스'라는 뜻임을 알게되었고, el 을 붙여야 하는지 몰라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친구에게 물었다. beso 는 키스란 뜻인데 일반적으로 앞에 el 을 같이 쓴다고 했다. 오!
이 과정이 재미있어서 나는 제일 처음으로 스페인어 사전을 샀고 그 후에는 독일어 사전을 그 후에는 프랑스어 사전을 사서 꽂아두었다. 사 둔 뒤로 한 번도 꺼내본 일은 없지만 책장에 꽂힌 그 사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다. 게다가 내가 사 둔 사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사전이 좋다. 그래서 이런 사전도 사뒀다.
이 사전을 사두고서는 영화 『트로이』를 보고 온 날, 아킬레스를, 브리세이스를 찾아서 주욱 읽어보곤 했었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장만한 또 하나의 사전.
이 책의 목차는 무려 77번까지 되어있다. 77개의 세계 각 지역이 소개된 것. 나는 이 책을 받아들고 목차를 손으로 짚어가며 훑었다. 포르투갈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 이 책에는 포르투갈의 리스본(20번)과 포르투(35번)가 있음을 알게됐고,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이 두 지역에 대해 읽었다.
읽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분량이었다. 고작 여섯 페이지 정도가 분량의 전부였으니까. 설명은 간략하고 간단하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처음을 잠깐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도루 강변을 따라 가파른 비탈길에 서 있는 도시. 리스본(Lisbon)에 이어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Port)와인의 산지(영국에서 프랑스 와인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포르투 항에서 포르투갈 와인이 대량 수출되는데,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브랜디를 섞으면서 항구의 이름을 딴 포트 와인이 탄생했다). 빛바랜 주홍 지붕 아래, 옛 이야기가 돌길 모퉁이마다 숨어 있고 강과 바다가 부르는 노래가 햇살 아래 퍼지는 포르투. 누구나 이 도시에서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p.184)
이 책은 말 그대로 '사전'에 가깝다. 그 지역에 관한 자세한 여행 정보나 관광 정보 혹은 생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이 책보다는 다른 책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좋다. 간략한 설명들 뿐이지만, 나는 언제고 마음에 드는 지역을 찾아 간략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 1번은 호주의 멜버른인데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21번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목차를 보고 쭈욱 훑으면서 아무곳이나 내가 원하는 곳을 '잠깐'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이 『절대 여행 사전』에서 가장 먼저 포르투갈을 찾은건 위의 음식 때문이었다. 마카오에 갔을 때 찾아간 포르투갈 식당에서 먹은 식사가 무척 좋았던 것. 우리나라 LA갈비(이 표현이 맞나요?) 와 비슷한 이 음식을 먹는데 마냥 행복한거다. 그러면서 아, 포르투갈에 가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르투갈에 가서 장기 체류를 하고 싶다. 한 달이고 반 년이고 있으면서 혼자 느즈막히 일어나 씻지도 않고 레스토랑에 가서 신문이나 책을 펼치며 프란세시냐를 먹는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책을 읽고 텔레비젼을 보고 낮잠을 좀 자다가 저녁때쯤 다시 레스토랑에 찾아가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먹는다. 게다가 내가 먹어본 메뉴들 말고 또 얼마나 많은 맛있는 메뉴가 있을까? 아, 너무 포르투갈에 가고 싶은거다. 거기 있는 음식들을 죄다 먹어보고 싶다!!
『절대 여행 사전』은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를 읽은 내게 일종의 복습같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이미 읽었던 사람이라면 『절대 여행 사전』에서의 포르투갈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절대 여행 사전』속의 수많은 지방은 내가 가보지 못하고 읽지 못했던 곳들이 가득하다. 스웨덴과 벨기에가, 아일랜드와 모로코가 있지만 목차에서 내가 보고 싶은 덴마크를 찾을 수가 없다. 덴마크도 내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중이다. 아직 구매전이지만 이 책을 사두고 책장에 꽂아둘 것이며 포르투갈에 가고 싶은 욕망이 미치게 차오를때마다 펼쳐볼 것이다. 포르투갈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다. 언제고 찾아올지 모를 포르투갈 장기체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 포르투갈에 장기체류를 하게 된다면, 나는 그곳의 모든 음식을 죄다 먹어보고 올테다.
삼십분만 있으면 점심시간이다. 꺄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