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이 영화를 찍었단다. 아, 안볼수가 없지. 나는 개봉하는 날에 맞추어 극장에 달려갔다. 사실 '조지 클루니'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한테는 그다지 매력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의 조지 클루니를 보는데, 오와, 너무 좋은거다. 멋있거나 섹시해서가 아니다.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가족들과의 생활이 삐걱거려서 고뇌하는 남자의 그 복잡한 머릿속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내는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 장인어르는 사위를 원망한다. 우리 착한 딸을 니가 이렇게 만들었어, 니가 보트만 사줬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 자꾸만 자신을 원망하는데, 그 원망을 듣는 남자는 불쑥불쑥 얼마나 자주 '당신 딸은 그렇게 착하기만한 딸이 아니었어요. 바람을 피웠다구요!' 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 말들을 꾹 참으면서 결국은 더 잘해줬어야했죠, 라고 대꾸하는 조지 클루니의 그 때 그 마음이, 그러니까 결코 단순하지도 평온하지도 않은 그 마음과 머릿속이 느껴져서, 문득 배우가 가장 힘들 때는 이럴때가 아니가 싶어졌다. 이런 세심한 연기를,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도 평탄하지 못한 이런 연기를 할 때, 이 때가 가장 힘들지 않을까. 물론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얻어맞고 때리고 도망치는것도 힘들겠지만,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 그러나 남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고민들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주는것도 엄청나게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많은 일들. 큰 딸의 반항과 큰 딸의 멍청한 남자친구를 상대해야 하고, 사촌들과 땅 매각에 대해 투표해야 하고, 둘째딸이 삐뚤어지지 않을수 있도록 돌봐줘야 하고, 아내의 불륜남을 찾아가 내 아내가 죽어가니 찾아가 보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들이 그에게는 시시각각 얼마나 피곤하고 벅차게 느껴졌을까. 


영화속에서 열 살 둘째딸에게 엄마가 죽어간다고, 이제 곧 죽을거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대체 그걸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큰 딸이 난감해하자 아빠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어린 둘째딸에게 병원에서 전문적인 선생님을 만나게 하고, 그 선생님이 그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죽어간다는 것을 아빠 대신, 언니 대신 말해준다. 그 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아이를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직접 말하고 직접 듣는것이 더 좋은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너무 힘들고 또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라 누군가의 힘을 빌어 이야기를 대신하는 장면이 내게는 퍽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대신 듣는 동안, 아빠와 언니는 아이의 옆에 있어준다. 아, 이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ㅠㅠ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주 좋다. 『사이드웨이』에서는 마일즈가 혼자 와인을 먹는 장면으로 사람을 벅차게 만들더니, 이 영화에서는 다같이 (아마도)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내 가족을 만드는 일,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것. 이 모든것은 내 생각보다 어쩌면 더, 더 근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첫째딸, 너는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왔니.





하와이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비키니를 입고 등장하는 큰 딸, 와, 완전 예쁘다. 얼굴도 예쁘고 헤어스타일도 예쁘다. 맙소사. 비키니는 몇 벌을 가지고 있는건지. 최고 최고. 보는동안 또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이 끓어오르고, 머리도 빨리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장원에가서 저렇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러다가 또다시 혼자 침울. 하면 뭐해, 나는 저 여자가 아닌걸. 그래도 머리는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저만큼 자라려면 한 이 년 걸리려나? 영화를 같이 본 친구에게 물으니 너는 이번 여름이면 저만큼 자라있을거라고 했다. 워낙에 야한생각을 많이 해서 머리가 빨리 자라니 가능할거라고 -_-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것』으로 이미 잊을 수 없는 영화를 내게 보여줬던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영화, 『마더 앤 차일드』에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여자가 남자의 손을 잡으며 누가 나에게 당신을 보내준걸까요, 라고 했던 대사도 물론 그랬지만, 등장인물 두명이 나누는 대사중에 이런게 있다.


"항상 그렇게 솔직해요?"

"진실이 기억하기 쉬우니까요."


정말 그렇다. 진실이 기억하기 쉽다는 명백한 사실을 가끔 잊게되면, 그때부터 골치아파진다. 거짓말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자꾸만 자꾸만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뒤에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진실이 기억하기 쉬우니까요. 진실이 기억하기 쉽다.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날 웃게 했던 장면은, 한 부부의 섹스장면이었는데, 이 부부가 서로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도중에 그 집에 전화가 걸려오는거다. 그들은 당연히 섹스를 멈추지 않고 자동응답기에 녹음하게 둔다. 그리고 하던일을 계속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전화를 건 상대는 너 정말 집에 없니? 유후~ 하고 전화를 끊을 생각을 안하고 자동응답기에 대고 휘파람을 불고 자꾸만 자꾸만 이름을 부르고 말을 하는거다. 듣다 못한 아내는 대체 저사람 왜저러는거냐고 하고, 긴 시간동안 자동응답기에 대고 혼자 말하는 사람 때문에 그들은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되는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이지...참.........자동응답기에 대고 길게 녹음하지 말자. 실례일수 있다. 킁킁. 어휴, 어찌나 안타깝던지. 내가 다 속상했다. ( '')





















어젯밤 자기전에 이 책에 실린 '래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을 읽었다. 이 책은 '죽음의 미학'이란 타이틀을 단 만큼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2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2권 <죽음의 미학> 서문

우국|미시마 유키오 _ 삶의 보완 양식 혹은 가치 부여의 수단
숲 속의 죽음|셔우드 앤더슨 _ 삶을 인상적으로 진술하는 방식
크눌프|헤르만 헤세 _ 삶의 최종심
킬리만자로의 눈|어니스트 헤밍웨이 _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흔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_ 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연인의 죽음|마르크 베르나르 _ 살아남은 자의 외로움과 슬픔
나라야마 부시코|후카사와 시치로 _ 죽음으로 다가가는 또 다른 양식
알리스|샤를르 루이 필립 _ 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불 지피기|잭 런던 _ 관념이 배제된 죽음의 과정
마차|바이오레트 헌트 _ 염세적 세계관을 배음으로 한 기상곡


내게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는 「연인의 죽음」을 추천했는데, 나는 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궁금했던 바, 그 작품을 먼저 읽었다. 톨스토이라서 더 읽고 싶기도 했고. 모두 죽음에 대한 것이니 이 책 한권을 한 순간에 다 읽는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한 편을 읽었고 침대에 두었다. 나는 자기전에 늘 이 책으로 죽음을 맞닥뜨릴 생각이다. 죽음에의 과정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죽음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들을 나는 매일 자기전에 조금씩 만날것이다. 늘 이런 책을 읽고 싶었었다. 죽음에 대해 말하는 책. 내가 가진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사라지게 해줄지도 모르는, 그런 가능성을 가진 책. 이 책은 내 페이퍼나 리뷰를 늘 읽어오던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예전부터 내 글에 수시로 등장하는 주제에 대해 책을 한권 보내주고 싶다길래, 나는 당연히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것일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내게 도착한 책은 바로 이것,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무척 놀랐다. 그리고 감탄했다. 어떻게 이 책을 줄 생각을 했을까? 이 친구는 작년에도 나에게 실패를 잊으라며 커다란 박스를 무려 외국에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생각하지도 못한던 때에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놀랐던 바, 이번에도 그랬다.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해줄 특별한 재주 같은것도 교육받은 걸까? 대단하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친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참 어찌나 괜찮은 인간인지, 친구들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얼마전에 통화한 친구1은 ....................................이건 패쓰하자. 쓰려니까 정리가 안된다. 엊그제 밤에 통화한 친구2는 늦은 밤, 자고 있다가 내 전화를 받았는데, 자다 깨서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줘야 했다. 나는 『마더 앤 차일드』가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자다 깬 친구에게. 나는 슬펐고 술에 취했었다. 그래서 그 친구랑 마더 앤 차일드 이야기 한건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는 기억이 안나.................orz

나는 그들의 기적이거나 이찌방(이거 뜻을 몰라서 검색해봤음 ㅎㅎ 앞으론 한국어로 말해주길 원함)이다. 그건 그들이 내게 기적이고 구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잃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언젠가 어떤 순간, 어떤 사소한 혹은 사소하지 않은 일들로 우리는 서로를 잃게 될런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았더라도 그런일들은 종종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제 디센던트를 같이 본 친구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하와이에 가고 싶었노라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와이가 아니어도 좋다, 물론. 그곳이 어디든 나는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조직생활을 할만큼 해온게 아닌가 싶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딱히 대안이 있는것은 아니니 나는 한동안 회사 다니기를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조직생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나는 그가 있는 먼 나라로 가고 싶다. 그는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것이고 그곳에서 정착할 것이라고 2년전에 내게 말하고 떠났다. 그를 못잊거나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그가 정착해 살고 있는 모습을 한번쯤 보고 싶다. 내가 너를 만나러 갈게, 라고 말하고 가는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가고 싶다. 나는 그곳의 어디에 그가 살고 있는지를 모르고, 그의 연락처도 알지 못한다. 무작정 가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그를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시간 그를 찾아 헤매느라 좀 지쳐있겠지만, 때가 꼬질꼬질하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를 만난다면 웃어주고 싶다. 한끼의 식사를 같이 하거나 와인을 함께 마셔도 좋을것이다. 혹은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걸어도 좋을것이다. 그 후에 그를 그곳에 둔 채로 뒤돌아 오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또다시 시작하고 싶다.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금요일이다. 오늘밤 잠을 자면, 내일은 늦게까지 깨지 않아도 된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려도 된다. 내일 아침엔 알람이 울리지 않을 것이고, 내일은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다. 나는 내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날 것이고, 씻고 싶은 시간에 씻을것이며, 먹고 싶은 시간에 먹을것이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모습으로 한동안 방에 처박혀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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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2-02-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클루니는 사진으로 보면 느끼한데 출연한 영화에서 보면 멋지죠. 전 퍼펙트 스톰을 보고 조지 클루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베트맨은 영 아니었죠 ㅎㅎ

다락방 2012-02-17 17:08   좋아요 0 | URL
네, 좀 느끼하게 잘생겼는데 이 영화에서 보면 '잘생긴 외모'는 내다 던진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는 여유있지만 그외의 것들은 뭐 하나 잘 풀리는게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를 보여줘요.
조지 클루니 배트맨은 '본' 기억은 나는데, '그 배트맨'은 기억조차 안나네요. 하핫

moonnight 2012-02-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디센던트. 저도 무척 기대하고 있는 영화에요. 심지어 어여쁜 처자마저 눈을 즐겁게 해 주는군요!!! (아름다운 사람들은 좋겠어요.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줘요. ^^

진실만 말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_ㅠ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내 생각에) 어쩔수 없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진실을 말했을 때 나만 속이 시원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을 때. 내 맘 편하자고 툭 내뱉을 수가 없겠는데.. 한 번 만들어낸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없이 이야기를 생산해내야 해요. 맞아요. 진실이 기억하기 쉬워요. ㅠ_ㅠ

근데, 정말.. 친구분들 이야기 들으면 무척 부러워요. 물론 다락방님이 그만큼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시니까 그렇겠지만.. 왕따인 저로서는 ^^; 좋은 벗들과 늘 함께 하시는 다락님이 참 행복해 보여요. (저는 오늘도 모임에 무단결근하고 혼자서 맥주나 한 잔 할까 하고 있습니다. ;;)

아아. 금요일이에요. 저는 토요일에 근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금요일은 좋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다락방 2012-02-17 17:09   좋아요 0 | URL
아 문나잇님. 정말 정말 예뻐요. 성격 있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강하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저는 저렇게 강하게 생긴 여자가 무척 좋거든요. 정말 강하게 생겼어요. 게다가 몸매는 어쩔. 그런데 이런 멋진 영화에 나와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제 21살인데 완전 부럽더라구요. 얼굴도 몸매도 젊음도 그리고 이런 커리어도. 멋져 멋져. 세상엔 저런 여자가 있고 또 저같은 여자가 있어요. orz

이제 오십분만 있으면 퇴근시간이에요. 후훗.

숲노래 2012-02-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와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자면 참... 머나먼 길이로구나 싶어요.
지도를 보면 @.@

전라남도 바닷가에 숱하게 있는 무인도를 하나 사서
그곳을 하와이처럼 여겨 보시면... ^^;;;

다락방 2012-02-17 17:10   좋아요 0 | URL
무인도를 하나 '사' 라구요? 어휴. 무인도든 아니든 제가 그런거 살 돈이 어디있겠습니까. 그저 그렇다면 어떨까, 해보는 것이지요. 하와이는 멀죠. 엄청 먼 곳 이에요.

치니 2012-02-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알았어, 난 꼭 마더앤차일드를 볼래요!

다락방 2012-02-17 17: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치니님은 어쩐지 밑에 댓글 다신 아치님과 비슷한 감상을 받으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무척 좋았어요, 무척. 오만년만에 친구한테 전화를 걸 만큼요.
:)

Arch 2012-02-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명작산책을 선물하는 친구라니! 이 책은, 이문열이 엮은 이 책은 나만 읽을거야란 생각을 했어요. 주제별로 단편소설을 묶고 뒤에 감상평을 적어놓는건 초급 독자용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이 책을 소설 전문가 다락방에게 선물해주다니. 내가 그렇게 초급독자는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마더 앤 차일드는 내용전개가 속상했지만 좀 뜬금없기도 했어요. 나오미 왓츠며 아네트 베닝을 보며 같이 본 친구랑 저 까칠함은 나를 닮았다며 웃기도 하고 나오미 왓츠가 참 예쁘고 야무져서 홀린듯 봤어요. 징징거리지 말고 어른이 되라고 하는 대목도 좋았고 나오미 왓츠의 상사의 태도도 좋았어요. 그런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락방 2012-02-17 17: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려(!!) 현빈 닮은 친구가 선물해준겁니다!!!!!!!!!!!!!!아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짱이죠? 초급독자 중급독자가 어디 있습니까. 단지 플래티넘만이 존재할 뿐...(응?) 저는 알라딘 순수구매금액 점점 내려가고 있어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신나요!
저는 뜬금없다고 생각한 부분은 전혀 없구요, 속상한건 처음부터 그랬어요. 그들이 까칠한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까칠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데 외려 더 아픈건 까칠한 쪽들인것 같아서요. 다치지 않으려고 자기 마음에 벽을 쌓고 거기에 철조망까지 둘렀는데, 그 철조망이 안으로 파고들어버린 것 같아서요. 아 속상해..
전 결론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무척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겠죠. 왜 좀 더 일찍 찾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일찍 편지를 쓰지 못했을까, 왜 찾으려고 했을까, 왜, 왜, 왜, 왜..수백개의 후회가 나올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더 많은 안타까움을 갖지 않기 위해 준비하거나 각오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오미 왓츠의 상사가 나오미 왓츠에게 이렇게 빠져드는 자신이 위험해서 그만 둬야 할것 같다고 말할 때, 그 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내려고 하는 딸에게 나도 너를 원해서 낳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 너는 나한테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고 말할때도 눈물이 핑 ㅠㅠ

dreamout 2012-02-19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중 저 책. 세계명작산책 가운데서도 가장 컬렉션이 좋은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나라야마 부시코도, 킬리만자로의 눈이나 숲 속의 죽음도..
저는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면서 왠지 뭔가 좀 그랬는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킬리만자로의 눈.이 더 나아.라구요.

다락방 2012-02-20 09:12   좋아요 0 | URL
오, 저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아직 안 읽어봤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아, 뭐지, 뭐지, 어떤거지 싶어서요. 아니 근데 드림아웃님은 대체 뭘 하시는 분이십니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안 읽은 작품이 없으신거죠? 네? 이 책 까지 읽으시다니...아모스 오즈의 신간도 리뷰를 쓰시더니!!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서 빨리 킬리만자로의 눈 을 읽고 싶어요.
 
마더 앤 차일드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 나오미 왓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그녀 주위에 쌓아둔 단단한 벽 때문에 가장 슬픈 영화가 되었다가, 두 손을 꼭 잡으며 "누가 나에게 당신을 보내준걸까요?" 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영화가 되었다가, 37년만에 쓴 편지 때문에 가장 용기있는 영화가 되었다가, 그러나 너무 늦게 전달 된 편지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영화가 되었다가, 잃었다고 생각한 사람을 또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되서 가장 아름다워진 영화.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님, 이토록 섬세한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내 가슴을 두번 쳐서 당신에게 나의 진심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감독님. 고마워요, 이 영화를 있게한 모든이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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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짧은데 짧아서 더 좋아보이는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2-02-16 15: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렇게 짧게 쓰지 않으면 엄청 길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다 쳐내버렸어요. ㅎㅎ

moonnight 2012-02-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네트 베닝이랑 나오미 와츠 +_+ 좋아하는 배우예요! 예전에 티비에서 예고편 본 듯 한데 잊고 있었네요. 다락방님이 이렇게도 감동받으셨다니 꼭 봐야겠어요. >.<

저 어제 웰컴 투 마이 하트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흑흑흑 ㅠ_ㅠ 스트립걸에다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청순해보이더라는. 마지막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며 더그에게 전화걸었을 때요. 라스베가스 간다고 그랬는데.. 화장기도 없고 머리도 깔끔하게 묶은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물 찔끔 났어요. 배우들이 다들 최고. ㅠ_ㅠ;

다락방 2012-02-16 16:45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영화 너무 좋아요. 제목이 너무 뻔해서 그다지 관심갖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아 좋으네요, 좋아요. 흑흑. 문나잇님도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인상적인 대사가 아주 많이 나와요.

웰컴 투 마이 하트 보셨군요! 크리스틴 완전 짱 예쁘죠!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요. 진짜 열여섯살 처럼 보이더라구요. 말씀하신 버스 기다리며 통화하는 그 장면에서 와, 머리가 제 주먹만하더라구요. 아 예뻐. 게다가 그 영화 자체도 좋았어요. 아..좋았어요, 좋았습니다. 흑흑.

레와 2012-02-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안타까워서..

다락방 2012-02-16 17:22   좋아요 0 | URL
아네트 베닝이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 됐잖아요, 그래서 남자의 접근에도 완전 날을 세우고. 그런 장면들이 너무 속상하고 슬프더라구요. 물론 자신이 낳은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나오미 왓츠 때문에 안타까움이 완전 폭발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ir 2012-02-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다가 무지무지 울 것 같아서 접었던 영화인데, 리뷰를 보니 또 마음이 동합니다^^;

다락방 2012-02-17 09:10   좋아요 0 | URL
오, 이게 '무지무지' 울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프기는 해요. 보세요. 이 영화는 보시는쪽이 훨씬 나을것 같아요, Kircheis 님! 흑흑.
 
거짓말하는 혀
앤드루 윌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뒤에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는지 초조하기만 했다. 몇 장 남지 않았는데 이정도로 끝마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았다. 노(老)작가는 비서의 잘못을 알아야 했고, 비서는 작가에게 나는 너의 전기를 출판하겠다고 말해서 작가의 분노를 건드려야 했으며, 또한 이야기의 끝에 비서는 응징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을 대체 어떻게 끝맺으려고 책장은 이토록 조금 남은걸까. 그러다가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오, 이 방법이 있었구나! 이럴 수도 있는거였구나.  



나는 가끔 자신의 잘못을 작게 포장하고 거기에 따른 상대의 처벌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내 작은 실수에 상대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반응하더라고, 너무하지 않아?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책 속의 남자가 그랬다.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서는 그것이 잘못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채로, 노작가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를 역겹고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내 잘못이 사소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심한거라는 건, 철저하게 자기 기준이다. 그러나 나는 책속의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를 꺼려했던 것이라 생각됐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는 '대체 내가 잘못한게 뭐야' 라고 수시로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의 잘못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는 무너지고 마니까.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그 잘못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도, 비난을 하는것도, 비난을 듣는것도, 비난을 듣는 것에서 귀를 돌려버리는 것도, 보고 싶지 않은것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 것도 그 모두다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다, 모두 내가 하는 일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책 같은' 혹은 '문학적인' 작품을 좋아한다. 『다빈치 코드』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그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내 기준에서는 책 보다는 영화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 『거짓말하는 혀』도 영화에 가깝다. 순간순간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롭다. 머릿속에 이탈리아의 골목과 영국의 시골이 떠오르고, 손에 무기를 쥐는 남자의 긴장도 고스란히 그려진다. 그러나 마지막 장, 그것만큼은 책에 가깝다. 책에서 최대치를 줬다.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분명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것이다. 마지막장면도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면 만큼은 책장을 넘겨오다가 글자로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을것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을 출퇴근하는 버스나 지하철안에서 만나지는 않는 쪽이 좋겠다. 내릴 역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라고 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엄청난 기대감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실망할까봐 쓰지 않는 쪽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뜻대로 세상을 사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이 세상에 별로 없다. 이 책속의 남자가 꿈꾸는 미래는 완벽했지만, 그건 단지 그가 꾸는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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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마지막 장면을 한번 느껴보고싶은걸요.
저는 어떤글을 쓰든지 끝맺음을 못해서 말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책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읽는것을 좋아해요.
소설을 읽노라면 항상 그렇게 되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책은 되게 어려워한답니다.
제가 지금 에세이 신간평가단에서 겪고있는 문제어요... 후후

다락방 2012-02-15 11:04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저도 당연히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책을 읽지요. 그 상황을 그려봐야 이해가 되니까요. 그런데 영화처럼 그려지는 건 좀 다른것 같아요. 책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로 그려지는게 아니라 영화처럼 그려진다면 감동이 좀 덜하다고 해야할까요? 저는 영화처럼 그려지는 책들은 감동이 덜하더라구요. 소이진님 말씀대로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책은 어려워요. 저도 그래요. 그럴 경우 책 읽기를 포기하기도 한답니다. ㅎㅎ

이 책은 재미있어요. 영화 같은 소설의 대표적인 예가 기욤 뮈소와 더글라스 케네디라면, 이 책은 거기에 조금 더 문학적인게 더해진 것 같아요. 마지막은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답니다. 훗

moonnight 2012-02-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어제 책 주문했는데!!!

좀 아까 네꼬님 서재에 갔다가 그림책 한 권 장바구니에 넣고 다락방님 서재에서 또 한 권 넣습니다. 아침부터 행복한 지름^^

저도 가끔 내가 너무 나 자신을 좋게 포장해서 보여주기에 급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들어요.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들 보면 화가 나면서도 나 역시 내 잘못보다 타인에게 받는 부당한(하다고 느껴지는) 대접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 씁쓸해요.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훌쩍. -_ㅠ

앗 울적한 댓글을 쓸 생각은 없었건만! +_+; (정신을 수습하고;;) 다락방님 발렌타인 데이 잘 보내셨나요? 저랑은 별 상관없는 날이지만;; 연인이 있으신 분들에겐 로맨틱한 날인 듯 하여 ^^* 좋은 하루 보내셔요!

다락방 2012-02-15 11:33   좋아요 0 | URL
무조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무조건 나는 잘못할 리가 없다 니가 나빴다 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많죠. 저는 고집도 세서...ㅠㅠ

발렌타인 데이는 뭐 별 거 없었어요. 저는 초콜렛을 준비한다거나 와인을 함께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일은 전혀 하지를 않아서 ㅎㅎㅎㅎㅎ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여자입니다, 저는. ㅋㅋ 대신에 하이킥 보면서(응?) 과하다, 하는 생각은 좀 했네요. 서지석 과하다, 저렇게까지 하는건 과하다, 하는 뭐 그런 느낌? 정성도 사랑도 너무 지나치면 도망가고 싶은 것 같아요.

아 배고파요. 빨리 점심 먹고 싶어요!! 히히.


Kir 2012-02-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힘들기도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해요.
폭주할 때 브레이크로 작동할 무언가가 없으면 어쩌지 싶어서일까요?^^;

+) 맛있고 든든한 점심 드셨길 바랍니다~

다락방 2012-02-15 14: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Kircheis 님. 만약 세상이 내 뜻대로 된다면 세상을 살아 무엇하겠어요. 의미도 재미도 없겠지요. 물론 가끔은 너무나 원하는 것 한 두개쯤은 좀 내 마음대로 되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말예요. '닐 게이먼'의 [코랄린]이란 그림책에 보면, 마녀가 코랄린을 데려가려고 유혹하면서 니가 원하는 걸 다 해주겠다고 말하거든요. 그때 코랄린이 마녀에게 그래요. 내가 원하는게 다 이루어지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말이지요.

점심은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만원짜리 김치우동을 상무님께서 사주시는 바람에 먹었는데, 우동 면발을 싫어하는 제가 먹기에도 아주 쫄깃쫄깃하고 맛있었어요. 두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생각하니 다시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훗 :)
 





















오늘 알라딘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 연습장을 보게 됐는데, 아ㅏㅏㅏㅏㅏㅏㅏㅏ, 나 슬프다. 이 연습장 이름이 무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성지 연습장


인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슬퍼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표지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표지라고...그러니까 이 연습장에다가 빽빽이(라는게 요즘도 있나;;)하면 서울대나 연고대 갈거라는 어떤 믿음같은게 생기는걸까. 내가 지금 이런 페이퍼를 쓰고 있지만, 만약 내가 고등학생이었다면 나도 이 연습장을 샀을것 같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서울대 연고대, 대체 대학이 뭐야!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런데 학창시절에 선생님들이 빽빽이를 많이 시켰는데 나는 빽빽이 한다고 뭔가 외워진 적이 한 번도 없다. 남들 다 빽빽이한다고 나도 빽빽이 했는데, 나한테 맞는 공부방법은 그게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하철안에서 정신집중해서 읽기' 가 가장 적절했는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대학 4학년때. 그때야 비로소 시험지 답안지를 채울 수 있었던거다. 그러니까 무작정 열심히 하기 보다는 나한테 맞는 공부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게 가장 중요할것 같다. 나한테 맞는 걸 찾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효율적이며 공부가 싫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앗.

이거 잡스런 페이퍼였는데 뭔가 교훈적으로 끝맺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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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2-1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등학교 때 대학교 놀러가면 꼭 연습장 사오고 그랬었어요. 그때는 인터넷으로 시키는 게 없었으니까. ㅋㅋㅋ
그런데 랜덤발송이라니 뭔가 ㅎㄷㄷ해요... ;; 어디든 가면 된다는건가....ㅋㅋ

다락방 2012-02-14 09:16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 때 대학교 놀러간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ㅎㅎ 원서 쓸 때만 가봤네요. 외대 가보고 너무 쪼끄매서 깜짝 놀랐던 기억만 있어요. 대학이 뭐랄까...고등학생이 품는 낭만이 전혀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몇년전에 아트하우스 모모 가기 위해 이화여대 갔다가 완전 깜짝 놀랐어요. 대학교가 엄청나게 럭셔리 한거에요. 그 안에 피트니스센터까지 있고. 진짜 대박이더라고요. 그래봤자 여자들밖에 없긴하지만. ( '')

레와 2012-02-1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했어요. 빽빽이. 심지어 볼펜 2개 들고 빈공간을 채우던 친구들도 있었어요.
선생님도 빽빽이가 공부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았을텐데, 왜 그렇게 시킨걸까요.

대학교엔 당연히(!) 푸른 잔디가 깔린 교정이 반드시 있을꺼라 믿었는데, 왠걸. 허연 콘크리트 바닥만 있고..ㅋ

다락방 2012-02-14 09: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빽빽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빽빽이를 하면 하지 않은 것 보다는 단 어 두개쯤은 더 외울 수 있었을까요? 흐음. 그러니까 시킨걸까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빽빽이가 낫다, 뭐 이런거?

저도 대학교에 가면 긴 생머리 늘어뜨리면서 흰 면티에 청바지 입고 교정을 활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반바지에 쪼리 신고 노란 고무줄로 머리 대충 묶고 다녔네요. 여대라 그랬나 ㅋㅋㅋㅋㅋ 과 애들이 동네 마실왔냐고 막 놀려댔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turnleft 2012-02-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저는 무려 "하바드" 연습장에 물리 과목 전체를 정리했었어요. 앞면에는 이론, 뒷면에는 예제, 이런 식으로.
나중에 후배한테 물려줬는데 엄청 감동했지요 ㅋㅋ

다락방 2012-02-14 09:52   좋아요 0 | URL
아,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고 말해보는 것이 로망인 저로서는 하바드 연습장에 공부하신 턴님이 정말 위대해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목표가 커야(응?) 성공하는것이군요!

그런데 앞면에 이론, 뒷면에 예제, 라니. 오! 완전 공부잘하는 포스가 철철 흐르네요. 히야- 짱이에요, 턴님! 제가 진작에 턴님 같은 분과 친구였다면 저도 공부를 잘했을까요? 라고 물어보려니, 사실 전교1등하고 정말 친한 친구이긴 했네요. 하하하하. 친구가 공부를 잘하든 말든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2012-02-14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2-02-1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이 대학 연습장 잘 팔려요. 제 친구도 지금 지방에 사는데도 과외 학생에게 주기 위해서 서울대 왔다가 노트 잔뜩 사가고 그랬어요. -_- 대학 문구점에서 팔죠. 연습장까지 학벌이라니 현실이 참 그렇죠.

다락방 2012-02-14 14:22   좋아요 0 | URL
아, 실제로 대학에서는 저렇게 생긴 노트를 파는군요. 전 왜 저희 학교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것 같을까요. 우리학교는 후져서 연습장 만들 생각도 안했나? 워낙에 아무도 안사니까? ㅋㅋㅋㅋㅋ 웬디양님의 댓글을 봐도 그렇고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노트인것 같은데 저는 지금 처음 봤네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2-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ㅎㄷㄷ한 연습장 ;;;;
아아 빽빽이 (저는 빡빡이라 그랬었지요^^) 진짜 싫었어요. ㅠ_ㅠ 저도 공부할 때 저렇게 연습장에 쓰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빡빡숙제 나오면 한숨이 -_-;;;;;

다락방 2012-02-14 14: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빽빽이 하는것 자체에 집중하지 내용에 집중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이것을 빨리 채워야 한다, 뭐 이런 사명감에 공부와 전혀 상관 없게 되어버리는 ;;
정말 싫었어요 정말. 아우. 요즘 선생님들도 빽빽이 시키려나요? 어쩐지 시켰다가는 난리날 것 같아요. 요즘 애들 학원이다 뭐다 갈 데도 많을텐데....히융.

이진 2012-02-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런게 있단 말이에요?
저는 이제 고등학생인데도 별로 저런것에는 끌리질 않는군요.
저런데에 쓴다고 스카이대 가는것도 아니고, ㅠㅠㅠ

다락방 2012-02-14 14: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제가 스카이대를 갈 성적이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저런 연습장을 썼을것 같아요. 이거 쓰니까 가라가라 막 이러면서 자기 최면을 걸 것 같은. 하하하하하.
참, 그런 약한 마음을 노리다니, 노릴 수 밖에 없다니, 뭔가...슬퍼요. orz

BRINY 2012-02-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손은 책상 서랍 속에 찔러놓고 한 손은 머리를 받치고 '수학의 정석'을 눈으로 보고만 있는 애들이 많아서 전 빽빽이를 강제로 시켜볼까하던 참이었어요.

다락방 2012-02-15 12:4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빽빽이가 아주 사라진건 아니군요! 저기 위에 레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볼펜 두 자루를 한꺼번에 쥐고 빽빽이 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요즘애들은 어쩐지 더 기발한 방법으로 해낼 것 같아요. 하하. 다른 반 친구에게도 한장씩 부탁하던 애들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BRINY 2012-02-15 15:34   좋아요 0 | URL
요즘은 빽빽이 하는 애들 못봤어요. 그래서 강제로 시키려고 해볼까하는 거였는데, 아마 다락방님 말씀대로 요령만 피울 거 같길래요...

꽃핑키 2012-02-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락방님 저는 고등학생아닌데도ㅋㅋ
울대,연대,고대 다 갖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쟁여놨어요! 날잡아서 왕창 살거예요!! ㅋㅋ
하아 ㅋㅋ 그런것이었군요ㅋㅋ 저는 빽빽이를 몇십장씩해도 ㅠㅠ 절대 안 외워지길래
난 정말 머리가 나쁘구나. 도저히 가망이 없구나 하고 공부를 포기해버렸는데;;;;; ㅋ
내게 맞는 공부방법을 아직 못찾아서 그런거지 ㅋㅋㅋ 머리는 괜찮은거겠죠? 막이래~ ㅋㅋ

다락방 2012-02-16 13:07   좋아요 0 | URL
핑키님 근데 연습장 사면 뭐하실건데요? ㅋㅋㅋㅋㅋ 저도 노트 몇권 사뒀었는데 도무지 쓸 데가 없더라구요.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고..일기 쓰기도 뭣하고. 그래서 사뒀는데 애물단지. 결국 동료도 주고 동생도 주고 막 퍼주고 두 권 남았는데 그게 어디다 뒀는지 기억도 안나고 ㅋㅋㅋㅋㅋ

네, 머리 나쁜거 아니에요, 핑키님. 방법을 못찾아서 그런게요. 진짜에요. 진짜란 말이에요!!!(아무리 빽빽이해봤자 아무것도 외우지 못했던 1人)
 


아, 이 영화가 참 좋은데 더이상 알라딘에 40자평을 쓸 수 없어서 안타깝다. 나는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아, 40자로 어떻게 말하지, 하고 잠깐씩 고민하곤 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네, 쓸수가 없으니까.


오래전에 자식을 잃은 부부가 나온다. 아내는 자식을 잃은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늘 집 안에서만 지낸다. 바깥에서 신문을 가져오는 일 조차 할 수가 없다. 남편은 단골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와 사년째 잠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부부 사이에 별 대화는 없다.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다툼도 웃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남편은 또한번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처를 받게되지만 그것을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는채로 차고에 들어가 혼자 흐느낀다. 그리고 그는 업무차 출장을 간다. 출장을 간 곳에서 그는 죽기전의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스트립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랩댄스를 춰주고 돈을 받기를 원하지만 그는 그녀를 손끝하나 건드릴 생각이 없다. 그는 회사를 팔아치우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당분간 당신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뒤, 스트립 걸을 돌봐주기로 한다. 그녀의 집에 다시 전기가 들어오도록 해주고, 그녀의 옷을 빨아주고, 그녀 집의 화장실 막힌 변기를 뚫어준다. 그녀가 일을 끝내면 데리러 가주고 그녀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도 준다. 그녀도 역시 점차로 그를 좋아하게 되고, 그가 자신에게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거칠게 말하는 것도 고쳐가려고 애쓴다. 그런참에 그의 아내가, 그를 만나러 그가 있는 곳으로 온다. 그의 아내, 그녀로서는 아주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혼자서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고 지도를 보고 운전을 하고 하는 것들. 그녀에겐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녀는 내내 긴장한다. 


아내는 드디어 그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나 여기 있다고, 당신이 있는 이곳에. 남편은 아내의 전화를 받고 놀란다. 그녀가 내게로 오다니, 그녀가 외출을 하다니. 남편은 거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한뒤에 그녀가 있는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다. 당신이 바깥으로 나올 줄 알았다면 내가 좀 더 일찍 낯선곳으로 올걸 그랬어. 남편은 아내의 외출을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아내는 남편을 만나서 이제 웃는다. 치유될 수 없었던 그녀의 증상은 그녀 스스로 사랑하는 남편을 찾으러 오면서 치유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장면은 사실 이 장면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나는 이 장면이 무척이나 좋았다. 삼십년이나 함께 살아온 부부. 그들은 삼십년을 함께 지내면서 같은 아픔을 겪었고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고 그들에게 더이상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둘은 해야할 말들을 하지 않은채 살았고 아픔은 각자 삭혀야했다. 상처가 없었다고 해도 서로에게 권태를 느낄지도 모를 삼십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건만,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삼십년이 지나도 상대의 치유를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내게는 사랑의 완성으로 보였다. 아, 저런건가. 저런게 사랑인건가. 사랑은 저런건가 싶어졌다. 사랑이란 건 한 순간의 열정이 지나도 서로에게 지치지도 지겨워지지도 않는거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대에게 여전히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는거라고. 나는 늘 사랑이란 한 순간이라 믿어왔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고, 그런 생각이 그 장면에서 들었다. 여전히 나는 영원한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도대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니까), 그러나 어쩌면 아주아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존재할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남자도 엄청 좋았지만(웃는 모습이 진짜 귀엽다!),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훨씬 더 좋아졌다. 그녀는 이미 엄청난 인기를 받는 스타가 되어 있었는데, 이 영화속에서는 예쁘장한 하이틴 여자배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세상사에 찌들어서 입이 거칠어졌고, 세상은 온통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차있다는 걸 깨달은 여자지만, 그러나 자신이 아끼는 상대가 자신에게 화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 약한 소녀로 나온다. 게다가, 엄청나게 예쁘다. 오와- 스트립댄스를 추기위해 망사스타킹을 입은 모습보다, 헐렁한 청바지와 커다란 박스티를 입은 그녀가 세상에 얼마나 예쁜지. 진정한 여자의 아름다움은 박스티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박스티를 입고 예쁜 여자가 진짜 예쁜 여자가 아닐까. 하아- 


만약 이 영화가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로 끝을 맺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이건 너무나 뻔한 영화잖아, 라고 신경질을 냈을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말해준다. 나를 당신들의 딸처럼 취급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들의 딸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도 한순간 딸같은 그녀에게 몰두했었음을 알게된다. 그녀를 딸 취급했음을. 저 아이는 우리의 딸이 아니에요. 그러나 그런 것을 스스로에게 또 상대에게 납득시키고 받아들이는 그 과정동안 이미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그러니 괜찮다. 이제 그들이 서로 떨어져 각자 산다고 한들 분명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보다는 더 나은 삶이 펼쳐지게 될테니까.




백진희가 했다, 고백을. 거절당했다, 역시. 여동생 같다, 는 것이 이유였는데, 사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거절' 이다. 여동생 같다고? 흥. 개나 주라지. 사실 나는 하이킥에서 백진희 캐릭터를 참 안좋아라 하는데(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박지선. 박지선 짱임!!), 이날 고백씬은 아니아니, 거절씬은 흠뻑 빠져들었다. 그녀가 괜찮다고 해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해서, 혼자 좀 앉아있겠다고 해서, 그곳이 어느 공원의 벤치여서, 그녀가 캔커피를 들고 있어서, 그가 떠난 뒤에 홀로 앉아 눈물을 흘려서, 그녀가 생각하는 건 그와 단둘이 있었을 때의 일들이어서, 그녀가 짧은 치마를 입었을 때 그가 자켓을 벗어 덮어주던 일, 아아, 그런걸 왜 떠올리는지 나는 알겠어, 그렇지만 이 여자야, 자켓을 벗어주는 건 사랑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럴 때 사랑을 느꼈다한들 당신에겐 잘못은 없어, 당신은 사랑을 느낄만 했어, 어떻게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 캔커피 대신 맥주캔을 쥐어줬다면,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백진희는 영락없이 과거 어느 한 때의 나다. 아 젠장, 남자 때문에 속상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우는 일이 생기다니, 그런 일을 겪게 되다니. 그렇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것도 그리 나쁜건 아니다. 그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그것만큼은 내가 장담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 늦은밤에 우는 일, 그거 괜찮아, 해도 된다. 그러나 물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앨범은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는걸까? 디지털로만 판매하는걸까? 젠장. 게다가 내가 올리고 싶은 노래의 동영상 조차도 찾을 수가 없더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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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무작정 그 버스에 올랐어
나를 안으며, 사랑한다 말하던
우리 추억이 사는 그 동네를 가는 길

많이 변했다 예전같지 않은 풍경에
너무 놀라서 바보같이 눈물이 났어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많이 변했니?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보다
밥은 챙겨먹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가끔 걱정되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땐 몰랐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 순간을
참 많이 싸웠었고 참 많이 미워했지
돌이켜 생각하면 너에게 미안해

잊을 수 있니? 우리가 사랑했던 그 기억들
참 많이 좋아하고 너무나 사랑했던
그때의 계절을... 그 기억의 시절



3215란 제목만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었다. 뭐지? 그러나 노래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아, 버스 번호구나 싶었다. 나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버스 번호가 있는데, 그렇지만 여정이 훤히 드러나는 그 버스의 번호를 적지는 않겠다.

사람들이 사는건 별반 다르지가 않다. 헤어진 사람이 그리워서, 만날 수 없을거란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미친 기대감으로 그 사람과 함께 탔던 버스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갔던 장소엘 가고. 하하하, 웃음만 나온다. 나 역시 그런 장소에 몇 번이고 가보았지만, 내 기대는 언제나 불발에 그쳤었다. 한번도 그곳에서 그 사람을 만났던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다음에 또 가보고, 또 가보고. 대체 그런 미친짓을 왜 했던걸까. 만났다면, 그랬다면 또 뭘 어쨌을라고? 나 너를 만나려고 수도없이 이곳에 왔었다, 라는 따위의 말을 하려고?

밥은 챙겨먹는지, 반찬은 어떤걸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춥진 않은지, 수면 양말을 신고 자는지 따위를 이제는 내가 물어서도 안되고 또 설사 물었다 한들 다 부질없는 것들이지만,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3215 를 들으면서, 자꾸만 흥얼대고 고개를 끄덕인다. 잊을 수 있니? 그래 잊혀지긴 하겠지. 그렇지만 때때로 문득 가끔 생각나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는게 당신의 손이 움직이던 모습이라면 당신은 내 휘청거리던 발걸음을 떠올릴지도 모르지. 우리는 아마도 다른 것들을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그 다른 생각들 속에 우리는 함께 있었는데. 너를 읽었는데, 너의 행간을 읽지 못했어. 그렇게 나는 너를 잃었지.



그나저나 에피톤 프로젝트 새 앨범 언제 나오는걸까? 콘서트에서 언제쯤 나올거다, 라고 말했던 건 생각나는데 그게 언제쯤인지는 통 기억이 나지를 않네.



출근할 때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하고 있는 월요일이다. 슬라이스 햄이 몇 겹으로 겹쳐져 있고 체다 치즈가 들어있는, 양상치도 아주 푸짐하게 들어있는 그런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 오렌지 쥬스도 곁들여 마시고 싶다. 햇볕이 따뜻했으면 좋겠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가 흘러 나왔으면 좋겠다. 집에 가고만 싶다. 집에 가는 길에 로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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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3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2-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컴 투.." 어제 보려다가 늦잠 자는 바람에(열두 시 삼십분에 한 번 상영 -_-) 미뤄뒀는데. 수요일에 꼭 볼래요. 기대기대 ^^ 크리스틴 스튜어트. 진짜 너무 예뻐요. >.< 연기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쁘고. 거기다 그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니에욧!!! (왜 화를 내고 있;;;)

여기는 눈오는 월요일이에요. 아아. 집에 가서 이불 덮어쓰고 잠들어버리고 싶어요. -_ㅠ 점심 든든히 드시고 오늘도 우리, 힘내자구요. ^^

다락방 2012-02-14 09:04   좋아요 0 | URL
저 트왈랏에서는 잘 몰랐었는데요(에드워드 보느라 정신이 없엇;;) 이 영화 보니까 와, 몸매 진짜 장난 아니에요. 너무 마른것 같아서 그게 좀 그렇지만, 세상에, 다리가 완전 길어요. 사람의 다리가 아니에요. 엄청 길어요 엄청. 다리가 끝이 안나. 하아-

저는 오늘도 집에 가서 일찍 잘래요. 당분간은 그냥 집에 가서 일찍 잘거에요. 잠만 잘거에요. ㅠㅠ

치니 2012-02-1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스 티가 잘 어울리는 것과 비슷한 사례로, 여자가 남자 옷(하얀 와이셔츠 등)을 입어 박스 티의 효과가 나는데 눈이 부시게 이쁠 때, 후아 - 이건 같은 여성으로서도 홀라당 넘어가게 되는 매력 포인트인 듯. 이젠 너무나 많은 광고에서 써먹어서 클리셰가 되었지만요. 암튼 그래서 모든 코디에서 마른 몸매가 유리한가 봐요 힝.

굿바이 2012-02-13 12:52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댓글을 읽고 꼭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 하나!
제 친구가 말이죠, 드라마의 한 장면, 그게 아마 뉴욕에 사는 여자 네 명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여튼 주인공이 연못인가 강에 빠진 후 남자친구 집에 가서 셔츠를 빌려입고 자기 집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남자친구의 셔츠에 벨트를 하자 미니드레스처럼 연출이 되거든요, 그런데 제 친구는 완전.... 친구는 허리가 길고, 남자친구는 체구가 작고....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웃겼을지 ㅋㅋㅋ
여튼 그 이야기 듣다가 기절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락방 2012-02-14 09:21   좋아요 0 | URL
스미스 부부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와이셔츠 입고 총싸움했던 거 생각나네요. 어휴...완전 멋져. 그여자는 뭘 걸쳐도 멋져. 맞아요. 모든 코디에서 마른 몸매가 유리한 것 같긴 해요. 일단 뭘 걸쳐도 뽀대가 나니깐요. 일전에 이효리가 어떤 뮤비에서 박스티 입고 나왔는데 엄청 예쁘더라구요. 저 그 뮤비보면서 박스티 입고 친구들하고 등산갔는데 그냥 막 스스로 초라하고, 나는 왜 이효리가 아닌 것인가 이런 좌절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온...................


굿바이님, 일전에 제가 작고 마른 남자랑 교제한 적이 있었는데요, 뭐 교제라기보다는 음 친하게 지낸 정도? 암튼 녀석은 꽤 장난끼가 다분한 놈이었는데, 툭하면 저한테 바지를 바꿔 입어 보자고 했었어요. 내 바지는 자신한테 클것 같다며 -_- 반면 그녀석 바지는 제 무릎에도 안 들어갈것 같았어요. 녀석이 복고풍으로 입고 다녀서 몸에 딱 붙는 바지를 즐겨 입었거든요. 키 작은 근육질의 녀석이었죠. 아우..

2012-02-13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2-02-1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동생 같다. 라는 대사 들으니까.. 토이의 좋은 사람. 생각 나는 걸요...
뭐... 남자도 비슷하답니다.

다락방 2012-02-14 09:23   좋아요 0 | URL
그쵸, 사실 너무 식상한 말인데 누구나 한번쯤 말해보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동생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고, 넌 남자가 아니라 친구야 따위의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도 있네요. 하하하하하. 이런건 그때 당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정말 오글거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