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은 서투르다. 그걸 알면서도 그 서투름에 대해 간혹은 화가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처음이니 당연히 이렇지, 라는 생각보다는 화가 먼저 났다. 주인공인 루카스가 지독하게 서투른 연애에 대해서.
















루카스는 스무살이다.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여자와 키스를 해본적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몹시도 힘겨운 청년이다. 그런 그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그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수줍은 성격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바뀌질 않아 좌절한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타인과 대화하는 것은 어렵기만하다. 그러다가 도로시를 만났다. 도로시는 그의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준다. 그의 첫키스 상대가 되어주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의 섹스 상대도 되어준다. 루카스는 도로시를 사랑한다. 물론 그녀가 키스를 해주고 섹스를 해줘서가 아니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아픔을 나누고 싶고 그녀와 떨어져 있는게 싫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 다툰다. 그녀의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는 혼자있게 좀 해달라고 한다. 그는 혼자있게 해달라는 그녀에게 화가난다. 그녀와 다시 독일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녀와 잠시 호주에서 떨어져있는게 불안하고 두렵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봐 그는 눈물을 흘린다.


어휴, 왜이렇게 짜증나게 굴지? 왜 혼자 있게 해달란걸 들어주지 않아?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서의 남자는 여자가 우울해할 때 '내가 있어줄까요 비켜줄까요' 라고 묻는데, 루카스, 너는 왜 그렇게 해주지 못해? 왜이렇게 서투르고 바보같이 징징짜는거야? 나는 짜증이났지만, 그가 스무살이란 사실이, 그러니까 그가 사랑을 처음 겪어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그는 서투른게 당연하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다른 사랑을 만나고 또다른 이별을 겪으면서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성숙해질 것이고, 여자를 가끔은 혼자있게 하는게 더 낫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래, 그는 점점 더 괜찮은 연인이 될 것이다. 그는 배울 수 있는 청년이니까. 독서의 참맛을 알게됐듯이 연애에 대해서도 또 사랑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아냐를 알기 전까지는 책을 싫어했다. 나에게 독서는 학교, 독일어 수업, 쿤체 선생님을 의미했다. 그 멍청한 선생은 우리에게 늘 엄청나게 지루한 책들을 읽으라고 강요했다. 책 읽기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수영장에서 아냐가 내 옆에 누워 뭔가 우스능 책을 읽고 있었던 때였다. 아냐는 쉴 새 없이 웃었는데 그 모습을 보자 나도 호기심이 제법 생겼다. 게다가 아냐가 관심 있는 모든 것들에 나도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아냐에게 그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틀 뒤 나는 완전히 감염되었다. 나는 독서열에 사로잡혀 아냐의 서가를 야금야금 약탈해갔다. 존 어빙, 찰스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나의 스타인벡까지 그 모두를 먹어치웠다. 책을 향한 나의 배고픔은 끝이 없었다. (pp.54-55)



짝사랑하던 여자 때문에 책을 읽게 되었지만, 루카스는 순수하게 책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책을 제대로 읽는 청년이 되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독일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 아주 많은 책을 구입하기까지 한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로 갈 때도 책들을 가져갔고.



당신의 머리는 배우가 되고, 당신의 심장은 관객이 되어 모두와 함께 사랑하고 웃고 동정한다.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작가가 당신 머릿속에 들어가 심장을 건드리는 데 성공한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잘 모른다. 처음 몇 쪽은 지루하기까지 해서 '이게 다 뭐야?'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 더 이상 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당신의 뇌를 꽉 움켜쥐고서 마지막 쪽의 마지막 낱말을 소리 없이 발음하기 전까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이 러시아 할아버지, 정말 세계 최고다. (p.55)



그의 이 순수한 책에 대한 열정이 무척 좋지 않은가! 이 부분을 읽노라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당장 찾아 읽고 싶어진단말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건 다를 수 있다. 수영이든 무용이든 그림과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든 그게 뭐든 어떤 사람은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것에 대해서라면 관심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좀 읽어보지. 좀 읽어보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 책을 전혀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일단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들로 시작하면 좋을텐데, 그러면서 잘 쓰여진 문장들이 가득한 책들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테고. 그리고 다른 책은 잘 읽을 수 있지만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문장 부호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따라가면서 읽으세요.



라고. 따옴표에서는 정말 대화체로, 느낌표에서는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고. 그러면 책은, 소설은, 정말정말 재미있는데!! 그렇게 분장 부호에 충실하게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그림도 그려지는데, 그러면 머릿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자, 다시.

위에서 말했듯이 루카스는 짝사랑을 했다. 물론 루카스는 그것이 짝사랑인줄을 미처 몰랐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고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그래서 상대인 아냐도 나를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줄 알았다. 아, 이부분을 읽는데 도무지 루카스와 내가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루카스가 되고 루카스는 내가 된다.



나는 1년이 넘게 아냐를 사랑했다. 말 한 마디 못한 채로. 그 시절 우리는 여러 날 밤을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해서 결국 좋은 친구가 되었다. 아주 좋은 친구, 너무 좋아서 그 이상이 되기는 어려운 친구 사이 말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나는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희망은 쉽게 꺼지지 않는 법이다. 아냐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릴 때마다 비록 실수로 발을 밟은 것일 뿐이라 해도 나의 희망은 부풀어 올랐고, 내가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아냐도 나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하루에 세번씩 아냐가 내 얼굴을 밟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나는 그것이 애정의 증거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pp.64-65)



아, 그만해, 루카스. 이러지마, 루카스. 나 괴로워. 나로하여금 이런건 그만 읽게 해줘. 더이상 이 슬픈 기억을 떠올리지 마. 흑흑. 아, 그런데, 점점..



그러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아냐도 알아야 했다. 나는 열두 장이나 되는 긴 편지를 써서 2리터의 용기를 마신 후 아냐의 우편함에 넣었다.

어리석었다는 건 안다. 그때도 알고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 아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활짝 펴고서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지 않으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냐를 기다렸다. 아냐는 결국 오긴 했지만, 그저 답장을 내 우편함에 넣기 위해서였다. "루카스에게 ‥‥‥ 정말 놀랐어 ‥‥‥ 아름다운 편지였어 ‥‥‥ 정말 미안해 ‥‥‥ 안타깝게도 같은 감정이 아니야 ‥‥‥ 친구로 지냈으면 ‥‥‥." (pp.65)



나는 이순간, 루카스가 되어 슬픔에 쩔었다. 정말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2리터의 용기, 그것만으로도 안되는게 세상엔 많은거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예스란 답을 받지 못할것을 나도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답을 기다리지 않는건 아니다. 알면서도 고백하고 그리고 답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라니. 그리고 저 답장 꼬라지좀 봐라. 정말 놀랐어, 라니. 아냐, 정말 놀랐는가? 정말 몰랐는가? 둘이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정말로 루카스가 너를 특별하게 본다는 걸 몰랐다고? 그걸 알면서 그게 좋아 모르는 척 했던건 아니고? 나의 경험 앞에서 내 남동생이 화를 냈던...... 아니, 이 얘긴 그만하자. 이 쓸쓸한 가을날에 이런 얘기로 더이상 가슴을 후벼파진 말자. 노래 한 곡에도 처절해지는 가을날인데, 어쩌자고 이런 일들을 떠올리는가. 안 된다, 그러지말자.





오늘 아침 버스안에서는 하림의 출국을 들었다. 가사를 제대로 듣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아마도 가사를 듣지 못해서 나는 그동안 이 노래에 대해 마구 좋다는 생각을 못했엇던가 보다. 오늘 들은 하림의 출국은, 오, 세상에, 절절함의 극치였다.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아 편안히 가렴

날으는 저 하늘에 미련따윈 던져버리고

바뀌어버린 하루에 익숙해 져봐

내게 니가 없는 하루만큼 낯설테니까

모두 이별하는 사람들 그곳에 나 우두커니

어울리는게 우리 정말 헤어졌나봐

모르게 바라보았어

니가 떠난 모습 너의 가족 멀리서 손 흔들어 주었지

하늘에 니가 더 가까이 있으니 기도해 주겠니

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 무관심한 가슴 가질수 있게..

도착하면 마지막 전화 한번만

기운찬 목소리로 잘 왔다고 인사 한번만

그저 그것 뿐이면 돼

습관처럼 알고 싶던 익숙한 너의 안부 거기까지만.....

다른눈의 사람들 속에서 외로워져도 서러워져도

나를 찾지마.....









아, 가을에 들으면 안되는데 오늘은 하림의 출국을 반복해 들었고 엊그제는 휘성의 안되나요를 반복해 들었다. 화창한 날 들어도 눈물이 샘솟는 곡들인데 어쩌자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루카스는 새로운 연인을 만났고, 나는 오늘 점심 메뉴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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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2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5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2-10-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센치의 신곡을 듣다가
"우리 옛날에 사랑했다니 우스워"라는 가사를 듣고 한숨만.

다락방 2012-10-15 08:58   좋아요 0 | URL
다른눈의 사람들 속에서 외로워도 나를 찾지마,
하는데 어휴 ㅠㅠ

오늘은 휘성의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이거 듣다가 이 추위에 제가 제 자신을 끌어안았어요. 하아-

노란곰 2012-10-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가을이라 이런 책들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 아래 책도(..) 가지고만 있어요,ㅎㅎ ㅠ_ㅜ

다락방 2012-10-15 08:58   좋아요 0 | URL
가을에는 역시 이런 책을 피해야 할까요? 흑흑. 그래서 제가 오늘 출근길에 들고온 책은 스릴러 입니다. 움화화핫.

레와 2012-10-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니깐. 괜찮아.

금방 지나갈꺼야..

2012-10-15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ㅡ 이 근사한 여자.

다락방 2012-10-15 08:59   좋아요 0 | URL
어머, 근사하다고 해주시다니! ㅎㅎ 고맙습니다. 이 댓글을 받으니 진짜 근사한 여자가 된 기분이네요. (으쓱)

단발머리 2012-10-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한가로운 금요일 밤이예요. 아니다, 토요일 새벽~ 전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ㅋㅎㅎ

"도스토예프스키는 당신의 뇌를 꽉 움켜쥐고서 마지막 쪽의 마지막 낱말을 소리 없이 발음하기 전까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이 러시아 할아버지, 정말 세계 최고다."

이 부분 너무 좋은데요. 도 할아버지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분신'이 절 쳐다보는 거 같아요. 아니겠죠?^^

다락방 2012-10-15 09: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도 한가로운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지난주 금요일밤, 그러니까 단발머리님께서 이 댓글을 쓰셨을 시간에는 술마시고 기절해있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지금 단발머리님을 노려보고 있는데 맞습니다. 얼른 읽으세요. 무려 세계 최고인 도 할아버지 아닙니까!! ㅎㅎ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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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문장들이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들의 삶과 사랑을 읽는건 충분히 가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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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1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4시, 담배를 찾는 아주 충분한 이유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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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오케이! ㅋ

다락방 2012-10-10 13:1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레와님. 참 좋아. ㅎㅎ

heima 2012-10-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지요!! 드디어 품절이 풀렸네요 ^^

다락방 2012-10-10 14:53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죠! 저는 어이없게도 이 책 몇 권사서 책장에 쟁여두고 싶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고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몇년전에 한국에 왔었더군요..
차기작은 이미 완성했다고 인터뷰했던데 왜 출간을 못했을까요?

다락방 2012-10-11 10:23   좋아요 0 | URL
흐음, 자신이..없었을까요? 첫번째 작품만큼 좋지 않을까봐? 지레 겁을 먹은걸까요? 다음작품이 굉장히 궁금한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2012-10-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첫문장부터 강렬한데요.. 예전에 읽을까말까 고민만 하다 못 읽은 책이었어요.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겠죠? 근데 다락방님의 꽥!!너무 귀엽잖아요~ㅋㅋ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이 책은 문장력이 좋은데 이야기까지도 좋은 책이었어요. 참 좋았어요. 아른님께도 좋은 책이 된다면 좋을텐데요.

아유참..저는 귀여운 여자가 아닌데 아른님은 자꾸 제게 귀엽다고 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척 ㅎㅎ)

당고 2012-10-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고마워요, 다락방 님!
지르세!!!!!!!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얼쑤~!

버벌 2012-10-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올만에 본다 저 붉은색. 여러분 어서어서 신청하세요/ 어서어서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버벌님도 이 책 좋아하죠? 버벌님은 이 책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ㅋㅋㅋㅋㅋ(막 아는척하기 ㅋㅋㅋㅋㅋ)

하루 2012-10-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출고가 15일이라구요!!!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15일전까지 읽을책이 없으신것도 아니잖습니까, 하루님!! 기다리시라구요!!!!! 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2-10-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점:문장력이 있다.
단점:웨하스처럼 바스러진다.
다락방님에게는 이 작품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읽으신 후 리뷰!!!

다락방 2012-10-11 10:18   좋아요 0 | URL
ㅎㅎ 쟌님, 저는 이미 리뷰를 썼고 먼 댓글로 연결해놨습니다만.

Jeanne_Hebuterne 2012-10-11 13:06   좋아요 0 | URL
앜!!! 죄송해요 다락방님 ㅜㅜㅜㅜㅜㅜㅜ

감은빛 2012-10-11 13:55   좋아요 0 | URL
두 분 글을 읽으러 가야겠네요.

Jeanne_Hebuterne 2012-10-11 15:1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다락방님은 남기셨다 합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를!!!

감은빛 2012-10-11 15:33   좋아요 0 | URL
네, 쟌님 서재에 가서 리뷰를 찾았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와보니, 쟌님께서는 리뷰를 쓰셨단 말씀을 하시지 않았네요.
저는 왜 두 분 다 글을 쓰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덕분에 쟌님의 글을 살짝 읽었습니다.
느낌이 있는 글들.
시간 관계상 많이 읽지 못했지만, 맘에 드는 글이었습니다.
즐찾 해놓고 가끔 들르겠습니다.

다락방 2012-10-11 15:49   좋아요 0 | URL
제 덕에 두 분이 친해지셨네요. ㅎㅎㅎ

아무개 2012-10-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만한 책인가요?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군요.


다락방 2012-10-11 11:14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소장하시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불끈!

감은빛 2012-10-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믿고 일단 질렀습니다.
16일에 도착하다는 군요.
그때까지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야겠네요.

다락방 2012-10-11 14:08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도 좋아하실까요? 감은빛님 서재에서 소설..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서요. 부디 이 책이 감은빛님의 마음에 쏘옥-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믿는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휴....

dreamout 2012-10-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받았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10-15 08:42   좋아요 0 | URL
꺅!! ㅎㅎ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
마거릿 켄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이 인문서인줄 알았다. 아니, 인문서 비슷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그냥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 아니라 그 앞에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라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론이라든가 연구 결과 라든가 하는건줄 알았단 말이다. 정말이지, 이런 책일줄 몰랐다.


이 책은 누가 봐도 평범함 여자들이 좋은 남편감을 갖게 된 비밀을 알려 준다. 남자를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당신이 선택한 그 남자와 결혼에 이르는 특별한 전략을 배워 보자. (프롤로그, p.16)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남자를 유혹해서 결혼하는 기술..을 책을 통해 배우려고 하는거야, 내가, 지금? 멘탈 붕괴가 찾아왔다. 이게 이런 연애 실용서일줄은 몰랐다. 나로 말하자면 자기계발류의 서적 읽기를 꺼려하고, 연애지침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시큰둥한 사람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책 소개좀 자세히 읽어볼 걸, 제목만 믿고 너무 내 마음대로 생각했잖아! 그래서 나는 잠깐 고민했다. 출근길 버스안이었다. 이걸 계속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 일단 출근길 버스안에서 내가 준비한 책은 이 책 한 권 뿐이라 출근하는 동안만이라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의 결혼 전략을 활용하면 많은 남자들이 당신 주위에 모여들 것이다. 단 당신이 원하는 남자에게만 지속적으로 활용하라. (중략) 이 전략은 18세 이상의 모든 연령 대 여성들이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다. (pp.30-31)



그래, 한 번 읽어보자 싶었다. 연애와 결혼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한들, 많은 남자들이 내 주위에 모여든다면 뭐, 별로 나쁠것도 없고. 많은 남자들과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건 유쾌하지 않겠는가 말이지. 게다가 하하하하, 이 작가의 조언을 듣고 결혼에 성공하게 된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단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물론 유용한 부분들도 많았고. 특히나 남성들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여성들에게 '이국의 여행자처럼 대하라' 고 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여행 광인데, 여행 중에는 어떤 남자에게든 쉽게 다가가 방향을 물어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그의 습관이나 꿈, 문화에 대해 물을 수도 있다. 외지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면 고향 땅의 비논리적인 금기 사항에서 자유로워진다. (p.64)


정말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수줍어서 남성들과 말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는 여성이지만 여행가서는 그게 얼마나 자유로운가. 마찬가지로 본국에 돌아왔을 때도 마치 여행자인 듯 행동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차츰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꽤 실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남자를 만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솎아내는 과정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p.67)는건 지나치게 결혼 지향적인듯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거침없이 차버려야 하는건 기정사실이다. 정에 이끌리고 동정심에 이끌리는건 상대와 나에게 둘 다 못할짓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항들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만큼 당연한 얘기들을 수록해두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실행'이지 '알고 있는 지식' 이 아니니까. 게다가 내가 가장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게 중요하다는 부분과 또 하나, 교제하는 남자와 여자의 활력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p.131)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몸이 약한 남자들과 교제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보다 먼저 술에 취해서 헤롱거리는 걸 보면 일종의 죄책감마저 든다. 아, 나만 쌩쌩해서 완전 미안하네, 하는 기분. 같은 거리를 걸었는데 남자가 먼저 다리 아프다고 하면 한숨부터 난다. 무얼하든 나보다 먼저 지치는 남자라면 나는 그 남자와 오래 지속할 마음이 별로 없다. 달리는 모습이 '총총'과 가깝다고 느꼈을 때도 나는 순간, 애정이 식는걸 느꼈다. 겨울에 늘 스노보드를 타러가자는게 아니라, 허구헌날 조깅을 하자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체력 만큼은 갖추어야 그나마 스트레스 받지 않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체력이 딸리는 다른 한 쪽을 언제나 눈감아 주는건 연애 초기뿐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말들이 다 맞다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다. 세상천지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모든 말이 구구절절 옳을수가 있겠는가. 열두번쯤 데이트했을 때 섹스하기에 적당하다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고, 내가 관심있는 남자의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아두라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았다. 물론 나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남자의 직업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았던 적은 있다. 그의 모든걸 알고 싶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게 필요할까?



그 남자가 목수라면 우선 그가 사용하는 톱의 종류를 알아라. 나중에 드릴에 끼우는 날이나 목재, 금속과 디자인에 대해서도 알아보라. (p.156)



목수, 변호사, 피자 가게 직원, 치과 의사, 실업자등에 대한 식으로 남자의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식을 보유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음, 물론 알면 좋을 것 같지만, 딱히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내 일에 대해서 상대에게 시시콜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이건 그러니까 나의 개인적인 성향 탓인걸까? 어떤 사람들에 있어서는 그들의 직업에 대해 기본 지식을 쌓고 대응해준다면 감동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가장 뜨악했던 부분은 그를 비난할 때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이용하라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동료 한 명을 그가 꽤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 고객을 놓친 걸 알면 동료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p.198) 라는 등으로 시도하라는 거다. 이건 아무리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 풋- 하고 웃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의사라면 의학용어의 아주 기초적인 것들쯤은 알아두라고 저자는 조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랬다. 의사들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는 이유를 얘기하면서 이런 예를 든다.



"당신의 유방이 부어 있는데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신이 젖꼭지를 긁었거나 안에서 뭔가 잘못 되었을 수 있다." 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유선염이 있는 것 같군요. 유륜의 찰과상이나 세균 감염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않는가? (p.158)



음..확실히 전문적으로 느껴지는구나. 



게다가 이런 말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스물다섯 넘은 여자가 아직 처녀이고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주장한다면, 처녀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다. (p.226)



이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으로 읽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게 확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정말로 '연애와 결혼은 내 인생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애를 늘 원해왔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또한 연애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떤말을 해야할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니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연애와 결혼이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이 책 대신 [레 미제라블]을 읽는 쪽이 오백 배쯤 낫다.



나름 유용할 것 같은 이 책에 자꾸 인상이 구겨지는건 간혹 튀어나오는 멍청한 문장들 때문이다. 


넣을 때건 와인을 구입할 때건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인가? (p.124) 


뭘....넣는단 말인가? 앞에 주어가 빠진것 같은데, 주어가 빠진 다음의 단어가 이상야릇한 상상을 불러오는 단어다. '넣을 때건' 이라니. 삼십대 중반의 여성은 이럴때 자꾸만 이상한 상상을 하게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언쟁의 요령 (p.206)


이 문장은 이백 번 읽어도 이해 안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이라니. '사랑을 다치게 하지 않는' 쯤으로 고쳐야 하는게 아닐까. 이렇게 괴상한 문장들이 여럿 있는데 이 책이 1판 9쇄이더라. 다음번에는 교정을 다시 보고 내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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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리뷰가 재미있네요! 그래도 난 [레미제라블]을 읽겠어요. ^^

다락방 2012-10-10 13:01   좋아요 0 | URL
[레 미제라블]이 훨씬 더 좋아요. ㅎㅎㅎㅎㅎ 뭔가 이상한 비교이긴 하지만, 뭐, 내 맘이니까. ㅋㅋ

비로그인 2012-10-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제목만 봤을때 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으로 착각했었어요. 전략,지속,활용 등등의 단어만 봐도 좀 무서운데요~ㅎ 현실은 잔인할 뿐이고...ㅋ

다락방 2012-10-10 13:02   좋아요 0 | URL
프롤로그 읽으면서 완전 패닉이었어요. 내가 어쩌자고 이런책을 읽고 싶어한건가...하면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 소개라도 조금 읽어볼걸 그랬지 뭐에요.

사람들은 외로운결 견딜 수 없는것 같아요. 책을 읽어서라도 찾으려고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 뭔가 슬프기도 한것같고..

댈러웨이 2012-10-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그러셨다면, 저는 이 리뷰 읽으면서 '오, 맙소사 다락방님이 무슨 책을 읽으신 거야?' 그랬어요. ㅎㅎ 에너지 넘치는 분들이 많이 부러운데 다락방님을 봐도 역시 답은 육고기라는 결론!

^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2-10-1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운동을 좋아해서 달리고 산에 오르고 보드타고 그러는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체력만큼은 좀 빵빵한것 같아요. 그게 다 고기의 힘(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 먹어도 너무 먹으니까요.

그나저나 이 책은 말이죠, 댈러웨이님, 지하철에서 출퇴근길에 읽으려니 조금 부끄럽더라구요. 구석에 숨어서 읽고 싶었어요. 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다 다락방님 리뷰가 더 재미있다는데 오백원 겁니다 ㅎㅎ (심지어 더 유용할지도...)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음..제가 생각하기에도 제 리뷰가 더 재미있는것 같긴해요. ㅎㅎㅎㅎㅎ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평상시에는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비상시'라는 것이 있다. 친구가 '비상시'에 있다면 그때만큼은 내 감정을 조금 접고 친구 감정을 먼저 생각해주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몇 번이고 보다가 집어치우려고 했지만, 이 대사가 무척 좋아서 이 드라마를 꾹 참고 계속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사는 3부에 나온다. 정유미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다른 배우들은 관심없거나 비호감인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들이 드라마에서 반짝 빛이 나는거다. 한 명은 '젊고 몸 좋고 밝은' 버전의 임태경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참고 참다 3부의 중간쯤을 보고 포기했다. 도무지 여자들의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맙소사.


그들이 내세우는 성격들이 현실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알겠고, 그들이 드러내려는 캐릭터 역시 충분히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연기'를 한다. 그 인물들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드라마를 보노라면 그들이 너무 '꾸며져' 있고 가공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다. 전형적인 칙릿 소설이 그대로 드라마화 되어진 느낌. 나는 아이팟에 8편까지 받아두고 금요일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일요일 밤 3편의 중간까지 보고 아이팟에서 아웃 시키기로 했다. 남들은 재밌다는데 나는 왜이럴까. 나는 왜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할까? 


















이 책은 꽤 놀라웠다. 우선 작가가 '남자사람'이라는게 놀라웠다. 나는 당연히 여자사람 작가일 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는 시종일관 웃었던터라, 이 책 역시고 낄낄대고 웃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영화보다 조용한 분위기이며 덜 유쾌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덜 유쾌하다는 게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전에 한 친구는 나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또다른 친구는 결혼을 빨리 하라면서) 이런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생겨야, 혹은 결혼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대체 어느 별에서 나온 명제일까. 아니, 그러니까, 그것이 참된 명제일까? 내가 결혼하지 않아서 지금 불행하다고 했던가? 혹은 내가 불행해 보이는가? 결혼한 그들은 지금 행복하단 말인가? 정말?



결혼식에 참석했던 가족과 친구 들은 이른바 '1차 사회적 압력 집단'을 형성했다. 아이의 탄생을 기대하며 압력을 가하는. 다른 이들의 삶에 열을 올릴 정도로 자신들의 삶이 지루한 것일까? 늘 그런 법이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나탈리와 프랑수아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연속극이 되고 싶지 않았다. (pp.30-31)



꼭 그랬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아이낳기를 강요했다. 그들이 정말 행복해서 타인의 행복이 더 커지길 그랬다는 생각은 사실 그다지 들질 않는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걸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타인의 행복은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게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을 우연히 맞닥뜨리기 위해 그 사람의 집 앞에서 몇 시간을 서성이거나 혹은 사무실이나 회사 복도에서 특별한 일 없이 왔다갔다 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마치 우연인 듯 인사를 하는거지. 이 책의 마르퀴스가 그랬다.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여자 나탈리를 우연인듯 마주치기 위하여 그는 맞닥뜨렸을 경우 할 말을 준비하고 계속 그녀의 사무실 앞 복도를 왔다갔다한다. 



그의 전략은 훌륭했다. 계속해서 복도를 서성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어딘가 향하는 것처럼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행동으로 집중하고 있는 듯 보여야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짐짓 서두르는 척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후 끝 무렵이 되자 그는 지쳐버렸고, 바로 그때 클로에와 마주쳤다. 클로에가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좀 이상해 보여 ‥‥‥"

"응, 괜찮아. 다리 근육 좀 푸느라고. 그러면 생각이 잘 돌아가거든." (pp.103-104)



나탈리대신 마주치게 된 동료 클로에가 그에게 오, 그런데, 흑흑, 이런 말을 한다.


"난 108호 때문에 골치가 아파. 나탈리 팀장님하고 상의 좀 해보려고 했는데, 오늘 안 계시네."

"그래? 팀장님이 ‥‥‥안 계셔?"

"응‥‥‥지방 출장 가신 것 같아. 난 그만 가볼게. 골칫거리를 해결해봐야지."

마르퀴스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오늘 왔다 갔다 한 거리를 합한다면 그 역시 너끈히 지방에 갈 수 있었다. (p.104)



아,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지방 출장에가서 마주칠 수 없는 그녀와 마주치기 위해 그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리를 걷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낸거란 말인가.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공감이 되어버리고.. 흑흑.



영화속에서도 나는 마르퀴스의 유머감각에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책 속에서도 그보다 덜하긴 하지만 마르퀴스에게 유머 감각은 있다.


"보아하니 뭘 먹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수프가 좀 있어."

"아, 그래요? 무슨 수프인데요?" 마르퀴스가 물었다.

"금요일 수프야. 뭐라 설명을 해야 하나. 마침 금요일이고, 그래서 금요일 수프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겠군요." 마르퀴스가 대답했다. (p.265)



금요일의 수프라고 대답해주는 나탈리의 할머니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라 대답하는 마르퀴스도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니 할머니도 손녀의 남자친구에게 좀 점수를 주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할머니는 나탈리에게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머니들은 잘 아는걸까? 나도 할머니가 되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될까?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현명해지는걸까?



책의 제목인 『시작은 키스』는 꽤 잘못된 번역제목인 듯 느껴진다. 이렇게 손발 오글거리는 제목이라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어쨌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금요일에는 어찌어찌하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니 버거] 강남점에 가서 햄버거와 닭봉과 맥주를 시켰다. 맙소사. 거기에서 먹은 닭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맛없는 닭봉이었다. 6개입을 주문했는데 친구와 둘이 간신히 세 개를 먹었다. 그나마 내가 억지로 두 개를 먹고 친구는 하나를 먹다가 도무지 못먹겠다고 그마저도 남겼다. 나는 꼴도 보기 싫다고 그 위에 냅킨을 덮어놨다. 진짜 끔찍한 맛이었다. 그동안 먹은 닭봉들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김치찌개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나는 절로 신음소리를 냈다. 엄마는 왜그러냐고 물으셨고 나는 김치찌개 향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엄마 왜이러지? 왜 유독 좋지?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니면 날이 추워 그런가? 엄마는 오랜만이라 그런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진짜 완전 눈물나게 맛있는거다. 아침 저녁으로 정말이지 김치찌개의 향과 맛이 궁극에 달하는 날씨다. 나는 결국 국그릇에 남은 찌개를 들이마시고 출근했다. 만족스런 아침식사였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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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로맨스가 필요해2012'는 닭봉이였고, '시작은 키스'은 김치찌게였구나...
흑흑 미안해. ㅠ_ㅠ

다락방 2012-10-08 10:01   좋아요 0 | URL
아니, 레와님이 왜 미안해!! ㅎㅎ

그 드라마 본 다른 사람들도 다 재미있다고 하던데 못보는 내가 뭔가 까다로운거겠지. ㅎㅎ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자꾸 튕겨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몰입 불가의 드라마.
[시작은 키스]도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어요. 김치찌게 까지는 아니야. ㅎㅎㅎ

moonnight 2012-10-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이 맛없기는 쉽잖은데 ㅠ_ㅠ 저도 일전에 집에서 후라이드치킨 시켰는데 덜 익은 게 와서 기가막혔던 적 있어요. 그나저나, 김치찌개 너무 맛있겠다. 배고파요. 흑흑. ㅠ_ㅠ

다락방 2012-10-08 13:39   좋아요 0 | URL
지금쯤은 식사 하셨을까요, 문나잇님?
저는 점심에 돼지목살김치찜을 먹었는데 완전 맛있어서 지금 나른해요. ㅎㅎㅎㅎ 문나잇님도 맛있는 점심 드셨기를 바랄게요.

치킨은 웬만해선 기본은 하는것 같은데 도니버거의 닭봉은 깜짝놀랄만한 맛이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가나더라구요. 친구는 이거 들고가서 반품하자고 그러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그런데..내가 두개나 먹었잖아;; 이러면서 좀 난감해하고.. 하핫. 암튼 지상에서 가장 맛없는 닭봉 -_-

비로그인 2012-10-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D.F.와 맞지 않았어요ㅜㅜ 프랑스의 우디앨런?흥!이었으니....

화제가 되는 드라마들을 호기심에서 한 번 보게 된다해도 지겨움, 답답함, 왜 저딴식으로 만들지? 시간아까워,등등의 생각이 들어 십분 이상 시청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이젠 아무리 화제가 된다한들 일부러 드라마를 찾아 보지는 않게 되었네요,ㅋ 드라마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대중음식점의 식단 같다고나 할까요,ㅎ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워주고, 위로를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는, 일부러 찾아가고 싶지는 않은,

다락방 2012-10-08 13:42   좋아요 0 | URL
아른님이 쓰신 리뷰 봤어요. 별 하나가 있길래 누군가 봤더니 아른님이더라구요! ㅎㅎ 저는 나름 괜찮았어요. 음..제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 말예요. 제가 생각하는 섬세함은 이런 섬세함이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간혹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괜찮더라구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아른님.

네, 저도 제가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화제가 되든 안되든 안보는데요, 이 드라마는 친구가 재미있다고 파일을 준거라서요, 그걸 다운 받은 제 노력 때문에라도 억지로 보려고 한건데 역시나 삐끗 어긋나네요. 맞아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저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건 너무 조미료맛이 나서 불쾌한 그런 기분이에요. 집중이 안되고 저 역시 아른님 말씀처럼 시간이 무척 아까워요. 차라리 잠을 자겠다, 이 시간에 책을 읽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지 뭡니까! 영..저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_-

개인주의 2012-10-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자집사이드메뉴로 나온 닭봉이 냄새가 나서 슬펐어요..ㅜㅜ;

다락방 2012-10-09 08:58   좋아요 0 | URL
닭봉이 맛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어요. ㅜㅜ

dreamout 2012-10-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봉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어요. ㅋ

다락방 2012-10-09 08:59   좋아요 0 | URL
쉽게 만나실 수 있는 음식입니다. 버거킹에도 팔고 KFC, 롯데리아도 다 팔걸요? 도니 버거에선 드시지 마세요. -_-

blanca 2012-10-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닭봉이라는 줄 알고 ㅋㅋ 침 흘리려고 했는데. 김찌찌개 저 너무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가족들이 다 싫어해서 혼자 먹으려고 끓여야 해요--;; 아, 또 먹고 싶어요. 아, 아침부터 김찌찌개를 끓여주시는 엄마라니, 너무 부러워요. '젊고 밝고 몸 좋은' 임태경 버전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

다락방 2012-10-09 12:48   좋아요 0 | URL
김치찌개를 싫어할 수도 있군요!! 상상이 잘 안되네요. 전 엄청 좋아하는데요. 소주랑 마셔도 진짜 대박이잖아요!!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젊고 밝고 활력이 넘치는게 진리죠!! ㅎㅎㅎㅎㅎ

치니 2012-10-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시작은키스 책 읽을래요! 전 영화도 사실, 유쾌한 부분보다 슬프고 어두운 부분에 더 이끌렸드랬어요. 아마도 제가 예술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드가 '어둡고 슬픈데,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가서 눈물 머금고 웃게 한다' 인 듯. 이 영화가 그랬어서 참 좋았어요.
도니 버거는 혹시, 형돈이가 하는 거?

다락방 2012-10-09 14:16   좋아요 0 | URL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책에서 설명하는 장소들이 막 잘 그려지더라구요. 전 책도 나름 괜찮았어요. 영화도 무척 좋았지만. ㅎㅎ

도니버거는 네, 형돈이가 하는거. 수제버거라는데 햄버거집 들어가자마자 정육점 온 것처럼 고기 냄새 쩔어서 확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심지어 닭봉은 맛없기까지 해요. -_-
그런데 생맥주도 팔고 바깥에서 마실 수도 있어서 종종 2차로 갈 것 같긴해요. 닭봉 안시키고 감자칩 시키면 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