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처음 피자를 사준 사람은 막내이모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였던것도 같고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제과점에 들어가 팥빙수와 빵을 제일 처음 먹어보았을 때도 막내이모와 함께였다. 막내이모는 피자를, 팥빙수를, 제과점 빵을 사줬고 샤프와 노트를 사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데리고 가 준 사람도 막내이모였다. 나는 막내이모 덕에 극장에 가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라는 영화를 봤다. 샤프와 노트를 사주는 건 우리 엄마도 해 준 일이었지만, 극장에 데리고 가고 제과점에 데리고 가고 피자를 사다 준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이모였다. 


가끔 내가 조르면 엄마도 책을 사 주셨지만, 나는 내가 골라서 읽는 책 보다 이모네 집에 갔을 때 이모 책장에 꽂힌 책을 빼내어 읽는게 더 좋았다. 내가 고른 책들은 기껏해야 어린이신문에 실린 책들이 전부였지만 이모네 집에 가면 어른들의 소설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책들을 그 때는 빼내어 읽었다. 어떤 책이었더라, 밀크 초콜렛, 하얀 겨울, 겨울나그네, 뭐 이런 뉘앙스의 제목이었는데, 그 책을 읽을 때는 이모가 그건 아직 네가 읽으면 안될 것 같은데, 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읽었고, 이모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모의 책장에 책은 결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가면 언제나 꼭 읽고 싶은 책들은 있었다. 


잘 때는 주로 이모 옆에서 누워 잤는데, 그 때 이모가 조용히 틀어두었던 음악들을 기억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이었다. 그 뒤로 나오는 노래는 신승훈의 노래가 아니었던걸로 보아, 그 테입은 아마도 최신인기가요 테입이었던 것 같다. 이모는 나랑 고작해야 십년남짓 나이차이가 날 뿐이었고, 내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이모에게 더티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내 기억속의 이모는, 엄마가 내게 해주지 못한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딱히 그렇게 살갑거나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요즘의 나는 내 조카에게 그런 이모인 것 같다. 제 엄마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을 채워주는 환상의 존재. 아직 3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이 작은 아이가 내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한다. 샤워를 하고난 후의 내게 찰싹 달라붙어 화장품의 뚜껑을 열어준다. 외출하려는 나에게 이모 예쁘다, 라고 말하고 같이 외출하려하면 나에게 구두를 신으라고 말한다. 제 엄마는 그렇게 높은 구두를 신질 않으니까. 간혹 내 구두에 제 발을 쓰윽- 밀어넣고는 신발장에 달린 거울을 보기도 한다. 항상 책이 들어 있어 무거운 내 핸드백을 조카는 들어보려 한다. 아이쿠 무거워 들지마, 라고 말해도 기어코 한번 들어올린다. 며칠전 어린이집의 한 아이가 손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왔는가보다. 집에 돌아온 조카는 제 엄마에게 매니큐어를 발라달라 했단다. 여동생은 엄마는 매니큐어가 없어, 라고 말했고, 조카는 이모는 있어, 라고 말하고난 후 이모에게 발라달라 할거야, 라고 했단다. 우리집에 오면 내 방을 가장 좋아하는 조카는 내 화장대에 뭐가 있는지 깜찍하게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어제 우리집에 온 조카는 내 발에 칠해진 매니큐어를 보고는 자신이 매니큐어를 바르고 싶었단 걸 기억했다. 이모, 매니큐어 발라줘, 란다. 



조카는 내게 열 손가락을 내밀고 나는 거기에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칠해줬다. 조카는 이내 발도 내민다. 나는 조카의 발톱에도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발라줬다. 움직이면 안돼, 이거 다 마를 동안 가만히 있어야 돼, 라고 하니 조카는 이내 얌전해진다. 마치 짓궂은 사내아이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구르는 조카인데, 손가락을 쫙 펼쳐서는 조심조심 걷는다. 조카야, 이제 다 말랐어, 손가락 움직여도 돼, 라는데도 굳이 쫙 펼치고는 조심조심한다. 여동생은 이 모습을 보고는 잘됐다고 한다. 얌전해졌다고. 



여동생과 조카와 내가 외출을 했다. 외출후에 돌아오니 온 몸이 끈적거린다. 여동생은 조카와 샤워를 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곧이어 조카의 벼락같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동생은 계속해서 말한다. 안지워져, 안지워진다고, 이거봐 안지워져. 나는 똑똑 노크를 한 후 욕실에 얼굴을 빼꼼 들이민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조카는 자신의 열 손가락에 물이 닿자 울어대기 시작한거다. 매니큐어 지워진다고. 나는 조카에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조카야, 지워지면 또 발라줄게, 라고 말했다. 그래도 조카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질 않는다. 



샤워를 하고난 조카가, 발톱의 매니큐어를 다시 칠해달라 한다. 내가 칠해준 매니큐어는 보라색 반짝이었는데, 아까 조카가 발라주자마자 움직여 이불에 묻었고 그에 연해졌던 것. 아마도 샤워후에 다시 보니 그게 보였는가보다. 나는 알았다고 다시 발라준다. 다시 발라준 매니큐어는 처음보다 좀 더 진해졌다. 조카도 이 사실을 알아챘다. 다시 열 손가락을 내민다. 손도 또 발라줘, 라고. 나는 조카의 손에 다시 매니큐어를 발라준다.



매니큐어를 바른 조카는 연신 자신의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예뻐, 예쁘다, 한다. 아직 자신의 아이를 갖지 않은 이모는, 아직 누군가의 부모가 되지 않은 이모는, 여자조카에게 환상의 존재, 되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 꿈을 이뤄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 어린 조카를 보면서 한다. 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화장을 하고 외출하고, 매니큐어를 발톱에 바르는 이모다. 


아, 어제는 내 방 책장에서 책을 두 권 꺼내들고 와(예의 그 수키시리즈) 한 권을 내게 읽어보라며 내밀고는 자기도 펼쳐든다. 글을 읽지 못하는 조카는 중얼중얼하고 나는 글씨를 읽는다. 읽기를 멈추면 조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계속 읽어, 라고 말한다. 


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화장을 하고 외출하고, 매니큐어를 발톱에 바르고, 책을 읽는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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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의 성별이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3-06-07 17:07   좋아요 0 | URL
조카의 성별은 제 성별과 같습니다. ㅎㅎ

2013-06-07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3-06-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다~ 신발 신어보려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귀여워요^^
어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울 언니 만나 이야기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일하지만
애들 절대 어린이집 보내면 안된다고 강조하더군요. 울 언니는 애들 이뻐해요. 그래서 안아주고 달래주려고 하면
원장이 너무 싫어해서 눈치 많이 본다고, 어제 원장 욕을 한웅큼 했어요.
정말 원장은 아이들 하나 하나가 돈으로만 보인다고..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울 언니도 굉장히 회의적으로 어린이집 원장 바라보던데,
다락방님 조카는 엄마랑 이모의 사랑 듬뿍 받으니 얼마나 좋아요~

간만에 컴 켜고 들어오니 댓글도 길게 달고 좋네요. 모바일로는 덧글 진짜 안 달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저는 서운하기도 해요, 기억의집님. 너무 빨리 자라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지금 너무 예쁜데, 이 예쁘고 순수한 모습이 사라지고 어른이 되어갈 거란 걸 생각하면 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싶고 그래요.

조카도 지금 어린이집 다니고 있는데, 처음엔 적응 안되서 가기 싫어 하더니 이제는 어린이집 가는거 되게 좋아해요. 게다가 좋아하는 친구까지 생겼나봐요. 이성으로...orz
빨리 가고 싶다고 하고 막 그래요.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는건지 어쩐건지 하루종일 어떻게 노나 지켜보고 싶기도 해요. 조카 보고싶네요, 기억의집님. 흑흑.

레와 2013-06-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나도. 히히 :)

비로그인 2013-06-0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끔씩 우리 집에 와서 이모 좀 해주세요~ㅎㅎ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저 여기 대기하고 있다가 둘째조카 나오면 또 힘 센(응?) 이모 되어주어야 해요. 둘째 조카가 여동생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흣.

자작나무 2013-06-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 속의 이모는 만날 때마다 만원을 주셨지요.

다락방 2013-06-11 17:53   좋아요 0 | URL
오! 완전 좋은 이모네요. 이모가 부자셨나봐요. 만원 씩이나....부럽........습니다.

치니 2013-06-0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 포스팅 눈물나게 좋네요.

다락방 2013-06-11 17:53   좋아요 0 | URL
눈물까지나;; 히히.
아 조카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요 치니님 ㅠㅠ

오로라 2013-06-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이모가 저한테 딱 그런 존재였어요.예쁘고 엄마보다 더 다정한! ㅎㅎ 이모가 보고싶어져 문자 한번 보내야겠네요~

다락방 2013-06-11 17:54   좋아요 0 | URL
흐음. 예쁜거로 치자면 저는 조카의 엄마에게 밀려요. 하하하핫
다정한거로도 밀리는 건 아닐까...
저는 그저 회사다니는 이모일 뿐이네요. 하하하하

이모님께 문자는 보내셨나요, 오로라님?
 
한눈팔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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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잘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인정에 이끌려 조금이라도 휘청거리면 이내 거기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게 되고야 마는것이다. 아, 이, 빌어먹을, 돈. 누구에게도 없는 그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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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6-0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돈 좀 꿔주세요.

다락방 2013-06-07 16:42   좋아요 0 | URL
돈 없습니다! (단호)

자작나무 2013-06-08 08:23   좋아요 0 | URL
그 단호함 너무 매력적이네요 하하하하하하

치니 2013-06-0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왜 별 하나를 빼셨을까, 전 소세키의 책을 거의 다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다락방 님을 마치 나의 개인 북 쇼퍼처럼 만들어가고 있음 ㅋㅋ)

다락방 2013-06-09 19:27   좋아요 0 | URL
뭐 딱히 별다섯을 줄 만큼 막 좋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소세키의 책은 다 좋은것 같아요. 제가 읽은건 이 책을 포함하여 고작 세 권 뿐이지만 말입니다. ㅎㅎ
 


'필립 베송'은 자신의 책 『포기의 순간』의 사인회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었다고 했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모두에게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불의의 사건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 불의의 사건이 '나'라는 사람 하나에게만 불의의 사건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 영화, 『앤젤스 셰어』를 보고 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속의 남자 주인공은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자신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한다. 만나면 으르렁거리며 상대를 잡아먹기에 안달하는 원수같은 놈도 있는데, 폭력전과가 있는 그로서는 이제 한 번만 더 폭력을 휘두르면 감옥에서 오랫동안 살다 나와야 한다. 이런 그에게 아들이 태어나고, 그는 그 아들에게 자신의 삶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그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그가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또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까지, 그 전에 그에게는 불의의 사건이 있었다. 코카인 중독으로 묻지마 폭력을 저지른 게 바로 그것인데, 피해자는 갑자기 길 한바닥에서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했다. 한 쪽 눈은 실명했고 대인기피증에 걸렸으며 직업도 여자친구도 잃고 집에만 갇혀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 피해자를 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만남의 날, 그는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를 보며 자신도 눈물을 흘린다.


그가 잘못을 깨달았다는 걸, 뉘우쳤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래야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전의 사건은 돌이킬 수가 없다. 그는 앞으로 혹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한 가족을 우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커다란 실수 혹은 실패는 찾아오고, 시간이 흘러 그것이 큰 후회로 가슴에 남게 될 지도 모른다. 내게도 그런 일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해피엔딩, 이라고 하면 다 끝나는 일이 될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고 따뜻하다. 남자친구가 끊임없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데도 그 때마다 옆에 있어주는 여자친구의 존재는 감히 내가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게 느껴진다. 켄 로치 감독이 분명히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의 앞으로의 밝은 삶 보다는, 그렇게 되기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 입혔던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자유로운 세계』에서도 그랬으니까. 그 영화속에서도 여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대신, 자신의 처지와 같았던 자들을 지옥으로 밀어넣었으니까. 



한 사람은 몇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몇 개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까. 그는 자신에게 위스키를 알려준 해리에게 천사의 몫인 위스키를 선물해서 감동을 안겨주지만, 그러나 분명 다른 곳의 다른 사람에겐 한 가정을 파멸시킨 폭력범이고 가해자이다. 앞으로 잘 살려고 최선을 다해도 불쑥불쑥 시력을 잃고 내 앞에서 울던 피해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따뜻하고 행복하지만 아픈 영화다. 






어제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오, 좋네, 하면서 음악검색으로 찾아보니 져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였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식당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좋길래 오 좋네, 하면서 찾아보니 아침의 그 노래였다. 이 자식, 새 노래 냈나, 여기저기서 나오는구나, 했다.

















아...또 노래 부르는 져스틴을 보니 포르투갈의 인적이 드문 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어진다. 나는 그를 알아보지만 거기에 있든 말든 흥, 하며 심드렁하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는 몇 번이나 까페에서 나를 보고 말을 걸고...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유롭게.............암튼 시디 살까? 어뜨카지... 근데 시디를 내면 하나만 내지 뭘 저렇게 다른 버젼으로 두 개나 내고 난리야...뭘 고르라는 거야...져스틴 팀버레이크랑 술을 마시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다가, 뭔가 그는 방탕하게 놀 것 같아서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포르투갈의 까페에서 우연히 만나기엔 좋은 상대는 아닌걸까. 내가 그에 비해 너무 순진한 건 아닐까..그는 내게 불의의 사건이 되지는 않을까. 관두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너무 뜨거워서 얼음을 두 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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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캔 로치 감독의 새로운 영화네요...엔젤스 셰어...
위스키 주조 후 저장과정에서 공기 중에 증발하는 알콜을 "천사의 몫"이라는 표현이 낭만스러워 보이네요.

그래도 영감님의 옛날 영화에 비하면 정말 많이 유해지신 것 같아요.

다락방 2013-06-05 12:50   좋아요 0 | URL
영화속에서도 주인공의 천사의 몫에 대한 설명을 듣고 꽤 예쁘다고 감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메피스토님도 감탄 하셨군요. ㅎㅎ

전 켄 로치 감독의 [자유로운 세계]를 아주 인상깊게 봤는데, 그에 비해서 많이 유해진걸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딱히 그렇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없는 폭력과 그로 인한 피해는 계속해서 남아 있으니까요. 이 영화 본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다들 감독이 따뜻하고 유쾌해졌다고 하던데..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질 않아요. ㅠㅠ

프레이야 2013-06-0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보셨군요. 반가워라. 유쾌하면서도 뭉클했어요. 입장에 따라 관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딜레마이기도 하고. 인용하신 서두의 문장에 확 눈이 뜨이네요. 저에게 기회를 줘서 감사드린다는 메모가 기억나요. ~~^^

다락방 2013-06-05 12: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유쾌하지만 아프기도 하더라고요. 그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을 도무지 외면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가해자가 바뀌고 잘 산다고 해서 이게 끝나는 일이 될까, 싶으면 그럴것 같지도 않아서 유쾌함보다 아픈 게 더 많이 저에게 다가온 것 같아요.

네, 우리의 모습은 참 많이 달라지죠. 극단적으로 저는 누군가에게 좀처럼 웃지 않는 사람인 반면에 누군가는 제게 자주 웃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분명 하나인데 제 안에는 여러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모습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테구요.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 보셔서 좋아요. 히힛

아무개 2013-06-0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커피 타는데 정수기에 물이 조금밖에 없어서 얼음을 넣었어요. 아침엔 쌀쌀해서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불의의 사건으로 인하여 내 삶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건 좋겠지만
그 불의의 화살을 맞은 불특정한 어느 누군가의 삶이 망가지는건 누가 보상해줄까요.
그런일들을 생각해보면 '부조리'란 단어만큼 맞는게 없는거 같기도 해요.

엊그제 저는 조인성과 데이트하는 꿈을 꾸었어요. 아주 토나올 정도로 알콩달콩한 꿈이였는데
별로 뭐....전 조인성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하필 조인성인지 거참....
하긴 뭐 꿈이니까 ...그래도 기왕 꿈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면 안되나? 그죠? ^^

다락방 2013-06-05 12:47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아무개님, 꿈에 나오면 관심 없던 사람도 좋아지질 않던가요? ㅎㅎ뭔가 특별하게 느껴지던데...저는 꿈에 나온 남자 연예인들 엄청 많아요. 대부분 다 관심도 없는 남자들인데 꾸고 나면 뭔가 므흣해지는게..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또 그 감정이 사라지네요. 순간적인 감정이었나봐요. 그나저나 토나올 정도로 알콩달콩한 꿈이라니...어떤 꿈인지 좀 자세하게...

저도 이왕 꿈에 나올거라면 현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음, 음, 어..그러니까....(생략)


의도적으로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고 비극으로 이끌었다면, 아무리 반성을 한다고 해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삶이 한 번 뿐이고 또 각자에게 자신의 삶은 소중하니까요. 가슴 아픈 일이죠.

자작나무 2013-06-0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의의 사건: 다락방의 블로그를 방문하다

다락방 2013-06-05 12:45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 제 블로그엔 어떻게 방문하게 되신거에요?

자작나무 2013-06-05 1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말그대로 불의의 사건.
족발을 요리하고 나면 원재료 상태의 족발보다 양이 조금 줄어드는데요
영어로 Racbang's share 라고 부른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3-06-05 16:5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3-06-05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3-06-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에 저 영화 리뷰가 소개 되어 읽어봤는데,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켄로치의 영화가 따스하긴 하죠. 현실적으론 냉정한 세계도 그의 세계에선 따스하더군요. 전 그런 그가 좋아요. 영화의 남 주인공이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켄로치에게 말하고 켄감독이 그의 인생역정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를 캐스팅했다는데요. 나쁘지 않는 운을 타고난 주인공 같아요~

다락방 2013-07-03 10:31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화로군요! 저 남자주인공이 직접 겪은 실화요.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한 모금 마셔보고 그 안의 재료를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저는 빨간건 고추장 갈색은 간장, 딱 이 정도가 전부인데 말이지요. 액체(위스키)를 마셔보고 재료를 짐작하다니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존 하트'의 작품은 『라스트 차일드』도 그랬지만, 대중적인 소재를 우아하게 다루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문학적'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만으로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제대로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이번 책 『아이언 하우스』에서도 '킬러'와 '살인' 그리고 '아동학대'를 얘기하는데 작품이 자극적으로만 흐르질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문장의 힘이 아닐까 한다. 소설을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을 때, 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 소설을 '더 아름답고 완벽하고 우아하게' 다듬어 주는 건 역시 '문장'이다. 아, 너무 거창하게 말했는데, 여튼 그러니까 결론은 이 소설은 좋다는거다. 거대 폭력단 소속 킬러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여자와 보통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 폭력단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한다. 그러나 폭력단의 다른 조직원들은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런 과정에서 살인과 납치가 일어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 국내 소설중에 그 뭐지, 조직폭력배 나오는, 남자...뭐더라, 남자의 향기? 뭐 여튼 그게 생각나면서 흐음, 그냥 킬러 얘긴가, 하게 되는데, 그 뒤에 아주 끔찍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난다. 읽기 힘들만큼의 이야기. 중간 과정에서 눈물이 핑- 고이기도 하고. 뒤로 갈수록 오타가 무지하게 나와서 좀 짜증나는데, 그걸 제외하면 이 소설은 좋았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마음에 들어서. 이 냉혹하고 차분한 킬러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데, 아, 나는 원래 강한 남자를 좋아하고 그 강한 남자가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완전 쑝가서 이 남자가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자꾸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부르는 호칭. 원서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표현될까 생각해봤다. honey, baby, darling 뭐 이것들 밖에 생각안나긴 하지만, 어쨌든 이 강하고 침착한 킬러가 자꾸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자기야' 라고 하는거다. 아놔...


그 표현이 나올때마다 나는 자꾸 멘붕에...



"물론이지, 자기야." (p.461)


"나잖아, 자기야."(p.460)


"악몽을 꿨어, 자기."(p.11)



아놔 .. 진짜 적응이 안 돼서리... 그러니까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완벽히 알 수는 없다. 근육이 우락부락하고 터프해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실제 자신의 여자에게 어떤 연인일지는 내가 그 사람의 연인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거다. 냉혹한 킬러라고 해도 자신의 여자에게 살갑게 자기야~ 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나는 이게 머릿속에서 매치가 되질 않는거다. 그래, 나는 그를 잘 몰라, 그가 그의 여자에게 어떻게 대하는 지 내가 알 수가 없지, 그리고 터프한 남자라고 자기야, 라는 호칭을 쓰지 말란 법은 없잖아, 라고 아무리 스스로 달래보아도 자기, 가 튀어나올 때마다 아니, 근데 이노믄 시키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달링이나 허니로 바꿔봤다. 베이비로도 바꿔봤다. 그랬더니 나름 괜찮은거다. 물론이지, 달링. 이건 좀 괜찮은거다. 나는 번역을 모르지만 만약 허니나 베이비 달링이라고 써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번역 했을까? 흐음, 역시 '자기' 밖에 없나. 여튼 이건 순수하게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자기'는 내가 감당하기엔 좀 어려운 단어다. 물론 가장 감당하기 힘든 연인의 호칭은 '애기' 지만. 이건 진짜 최악이야. 


이 호칭에 대한 문제를 빼면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인 마이클은 진짜 최고다. 내가 해줄게, 내가 있잖아, 나랑 있으면 안전해, 내가 당신을 지켜줄거야, 라는 말들은 사실 나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듣기가 좋다. 흐음. 나는 무슨 트라우마 있나? 여튼. 이 남자는 끝까지 매력있다. 그녀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 묵묵한 성정이, 진짜 완전 딱 어휴...




주말엔 매력적인 남자들로 가득찼으니, 마이클 말고도 나는 개츠비, 사실은 디카프리오를 만났다.



 




처음엔 영화 음악도 낯설고 뭐랄까, 여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좀 뾰로퉁했는데, 중간부터 달라졌다. 디카프리오가 과거에 장교로서 데이지를 만나 사랑하던 장면, 차 안에서 데이지를 쳐다보며 웃던 장면, 그 장면이 확- 내 마음속에 스민 탓이다. 아, 정말 근사했다. 그 표정과 눈빛이 정말 끝내줘서, 아, 나도 저 남자랑 사귀고 싶다, 하는 마음이 절로 든거다. 저렇게 나를 봐주는 남자랑, 저렇게 나를 보고 웃는 남자랑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거다. 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쯤은 저런 남자랑 사귀어봐야 되는거 아닌가, 비록 짧게 사귀다 헤어진다한들 평생 내가 추억해야 할 남자가 저런 남자라면, 오 그 인생은 멋진 인생이 아닌가 싶어진거다. '피츠제럴드의 개츠비'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개츠비'로 본다면 이 영화는 괜찮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일단, 디카프리오가 엄청 괜찮다. 세상에 디카프리오같은 남자가 존재하다니, 뭔가 엄청 다행스럽다. 스크린으로만 보지만, 그렇게라도 이런 남자가 존재함을 알게 되다니,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같이 숨쉬고 있어....


영화를 다 보고 친구랑 나오는데 친구가 디카프리오는 모델들만 사귄다고 했다. 


그건 동양의 검은머리 노처녀를 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이젠 동양의 나이많은 여자를 한 번쯤 사귈때도 되지 않았나?


이런 시덥잖은 대화를 해가면서 극장을 나섰다.






어제는 남동생과 뒷동산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케이블에서는 오, 내가 사랑하는 남자 '재이슨 스태덤' 주연의 영화 『익스펜더블 2』가 나오고 있었다. 마침 아빠가 보고 계셨던 터라, 오, 저게 개봉한지도 몰랐는데 벌써 케이블에서 하네? 하고 주저앉아서 봤다.


 

 


참..영화가...진짜...욕나온다. 부끄러울 지경. 이들에게는 영웅이 되는게 지상최대의 목표이고 목적인가, 여튼 그 목적을 충실히 받을어 이 몇 명 안되는 올드한 남자들이 한 마을을 적의 손아귀로부터 구하고, 에헤라, 그 과정에서 다 죽여버린다. 아니, 적들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무자비한 총질이라니..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이슨 스태덤의 맨 손 액션은 세계최강, 짱멋있어, 나를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막 흥분해서 보고 있다가 재이슨 스태덤이 신부(priest)로 분해 액션을 할 때, 아, 나는 저 남자가 너무 좋아, 완전 멋져, 하니까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저 빡빡이?"


나는 응, 저 빡빡이, 라고 했다. 나는 저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고. 그러자 엄마가 또 물었다.


"엄마보다 더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거침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아빠가 듣고 계시다가 참, 물어보는 엄마나 그렇다고 대답하는 딸년이나....라고 혀를 차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원래 계획은 이랬다.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저녁을 먹고 『앤젤스 셰어』를 보고 집으로 귀가. 원래는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저녁과 술을 함께 하는 편인데, 토요일에는 이래저래 시간이 안맞아서 어쩔 수 없이 저런 계획으로 예매를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친구랑 배고프다고 서로 찡얼대다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저녁 여섯시부터는 생맥주 한 잔을 시키면 한 잔을 더 준다는 게 아닌가. 얼씨구나, 더워 미치겠는데 일단 생맥주 한 잔씩 하자, 하고 우리 배고프니까 많이 먹자, 하고서는 수제버거와 스파게티와 케이준치킬샐러드를 시켰다. 허겁지겁 나온 음식들을 차례대로 먹다가 스파게티를 한 입 먹고서는 이건 와인하고 먹어야 한다며,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또 와인을 한 잔씩 시켰다. 결국 마치 설거지한듯 모든 접시들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와인잔과 맥주잔도 텅 비었을 때는, 우리가 레스토랑을 들어간 지 막 한 시간쯤 됐을 때였다. 우린 나른해졌다. 졸렸다. 이대로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취소하고, 결국 앤젤스 셰어를 다음에 보기로 미루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이 길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하고 친구가 말하고 나는 깔깔깔 웃고, 여기 걷는거 엄청 좋다고 막 이러다가 서소문청사인가, 거기 마당에 들어가서 잠깐 앉아 친구가 내려서 텀블러에 포장해 온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이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다. 영화를 보고 걷고 커피를 마시고 배터지게 밥을 먹는 순간 순간들이. 





아, 그러고보니, 『아이언 하우스』에서 마이클이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는 나를 닮았다.(읭?)



엘레나는 흠 잡을 곳이 없는 미인이었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엘레나는 작은 것들, 뽀송뽀송하고 서늘한 시트 사이로 들어가 눕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거나, 매번 기대에 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 같은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믿으며, 그래서 색깔을 잃어버린 우중충한 무색의 세상에서 화려한 색깔로 빛나는 사람이었다.(p.17)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들 눈 앞에 가장 가까이 보이는 사물을 들고 나에게 던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엘레나의 저런 면은 나같잖아? 움화화화화화화핫. 그렇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가 정말 저래서일까? 그렇다면 왜 내가 아니라 엘레나지? 나도 저런 성격인데? 그건 그녀가 '흠 잡을 곳 없는 미인'이어서 그런거 아니야? 하여간..구라쟁이들.........




세상에 멋진 남자들이 많아서 신난다. 나는 멋진 남자가 등장할 때마다, 멋진 남자를 발견할 때마다 다 좋아할 수 있다. 이건 더 신나는 일이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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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6-0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06-03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03 17:46   좋아요 0 | URL
우앙 고맙습니다! 저 현충일날 영화 한 편 보러 가려고요. 희희.

2013-06-03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6-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커"라는 영화를 보면 빡빡이 제이슨 스타뎀이 초반에 변장을 하고 나옵니다.
은발(!)의 가발을 쓰고 신부복장을 입고 총질을 해대죠.

그 빡빡이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자기...라는 단어 대신 "임자"를 넣었다면 아주 입에 착착 감길 것 같군요.)

다락방 2013-06-03 17:47   좋아요 0 | URL
읭? 영화 검색해보니 여자주인공이 무려 제니퍼 로페즈네요?!!!!!!!!!!!!! 하아- 이번에도 내가졌다..orz 제니퍼 로페즈라니.... orz
암튼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빡빡이에요. 희희

아놔, 임자, 라고 하니까 빵빵터지는데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6-04 00:21   좋아요 0 | URL
그런데 영화 내용을 보면 제니퍼 로페즈는 엄청 껄떡거리는데 제임스 스타뎀은 눈 하나 깜짝 않하더군요.

다락방 2013-06-04 09:33   좋아요 0 | URL
어머! 완전 짱 멋지네요. 진정한 남자는 글래머의 유혹에 굴하지 말아야죠!! 꺅 >.<

Mephistopheles 2013-06-05 10:27   좋아요 0 | URL
영화 속에서 더 이쁘고 젊은 여자랑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라서....ㅋㅋ

다락방 2013-06-05 11:2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그렇게나 영화속에서 사랑하지 말라고 말했거늘...사랑..하고 마는군요, 다른 여자를. 하아- 잔인한 여름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LAYLA 2013-06-0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들도 고생이겠다 싶지만 저 자기야는 정말 닭살 돋네요 킬러가 아니라 마마보이 같은...ㅎㅎ

다락방 2013-06-03 17:48   좋아요 0 | URL
네네 다정함과 자상함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좀처럼 그렇게 생각되어지지가 않고, 아니 이놈아, 왜 자기라고 부르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ㅠㅠ

가연 2013-06-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츠뷔봤지요, 쿡.
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던데요, 다만.. 너무 화면이 확 날아다녀서, 그건 좀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특수 효과가 장난아니던데요ㅋ

다락방 2013-06-04 09:2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나쁘지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그래도 디카프리오는 좀 짱이에요. 희희.
데이지 예뻤죠, 가연님? ㅋㅋ

조선인 2013-06-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랑구가 위대한 개츠비를 '소년소녀명작다이제스트'로 읽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딴 거 보고 '위대한 개츠비' 봤다고 하지 말라고 한소리 했습니다. ㅋㅎ

다락방 2013-06-04 09:29   좋아요 0 | URL
소년소녀명작다이제스트...에 개츠비가 있나요? 그렇게 요약하기엔 굉장히 섬세한 이야기인데..흐음..

세실 2013-06-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개츠비 보셨구나 ㅎㅎ
데이지를 간절히 원하는 디카프리오의 눈빛!!!!! 꺅^^
저 두번 봤어요~~

다락방 2013-06-04 17:56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나비님도 팜므님도 두 번 보신거 알고 있습니다. ㅎㅎ
영화 괜찮았는데 전 특히 디카프리오가 좋더라고요. 장교복 입고 사랑하는 여자한테 차 안에서 웃어주던 그 장면이요. 어우..미치는 줄 알았네요. ㅎㅎㅎㅎㅎ

2013-06-0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3-06-0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만 살짝 봤는데 sweetheart~ gorgeous~막 이러네요~ㅎㅎ
강한 남자가 What are you smiling at, gorgeous~ 그런다면 쑝~가버릴듯~ㅎ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해요
터프남이 말끝에 스윗핥~고ㄹ져스~하는 건 상상하기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데
자기야는 또 너무 아기자기하게 다가오죠~ㅎ

다락방 2013-06-07 13:01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좋은데요? 스윗헐트, 막 이렇게 부르는 거 상상하니까..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그의 여자가 되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 그치만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처럼 그의 여자가 된다면, 납치당할테니까...다리도 부러지고.....안돼안돼. 전 여기 이땅에서 저 혼자 잘 살아봐야겠어요. 후훗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아른님?????

단발머리 2013-06-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개츠비' 봤어요. 지난 주 화요일이던가.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위대한 개츠비' 내리는 날, 언니들이랑 같이 봤죠.
안 봤음 어쩔뻔했어요.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레오나르도는 아니지만서도, 남성미는 정말 물씬 풍기던데요.
내친김에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인생, 참 즐거워요. ㅍㅎㅎ

다락방 2013-06-12 11:12   좋아요 0 | URL
아우 디카프리오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중년의 디카프리오는 좀 후덕해졌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 그 미소, 눈빛, 이런게 진짜 압권인 듯. 디카프리오한테 사랑받고 싶습니다, 단발머리님 ㅠㅠ

저도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어볼라고 몇 장 읽었는데 다른 책들 읽느라 밀려났네요. 다시 읽어볼거에요, 꼭!!
 

토요일인데 일찍부터 사무실에 나와있다. 정말이지 욕이 튀어나올 일이지만, 어쨌든 나왔으니 욕한들 무슨 소용인가. 대신에 나는 일하지 않겠다, 불끈 마음을 먹고 아침에 나오면서  챙겨온 신문을 펼쳐 읽었다.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캬라멜마끼아또를 한 잔 사오고 싶었는데, 회사 앞 스타벅스는, 아이씨, 토요일엔 8시30분에 문을 연단다. 아놔..그 앞을 나는 7시 40분에 지나고 있었는데. 여튼 그래서 머그컵에 맥심커피믹스를 오만년만에 타 와서 신문을 본다. 토요일의 경향신문은 책 얘기로 가득하니까. 그렇게 나는 몇 권의 책을 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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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프랑스인들의 삶의 태도에 압도된 사이올리노는 유혹의 세계에 뛰어들어서 정치인에서부터 잘 나가는 모델, 거리의 상점 주인 등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은 직장 동료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 오히려 금방이라도 애인이 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정치인에게마저 ‘섹시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섹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무미건조한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이런 프랑스식 삶의 기술은 외적인 부분을 가꾸는 데서도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가슴 곡선보다 뒷모습을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엉덩이 곡선에 더 주목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옷과 향수에 투자하는 비용이 유럽 여느 나라보다 높다. 이처럼 저자는 뒷모습만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사람들의 한 끗 차이가 무엇인지를 기자다운 통찰력으로 세심하고 풍부하게 보여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솔직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 임경선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생의 감각’을 깨우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태도와 기술을 통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촉촉하고 윤기를 더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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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도 그렇고 장르도 그렇고 내가 딱히 좋아하거나 읽을만한 책이 아닌데, 신문에 실린 소개글을 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모두들 유혹에 뛰어나다는 게 아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유혹에 뛰어나다는 게 어떤건지, 어떤식으로 그들은 삶을 살아가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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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많은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출간 이후 다섯 번에 걸쳐 TV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얼굴이 뭉개진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전날 밤 한 싸구려 술집에서 그 남자와 일행을 보았다는 목격담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조사에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알아낸 것은 피해자가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다는 증언과 ‘가메다’라는 단어뿐.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가메다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경찰이 반쯤 포기한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조사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마니시가 수사를 진행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가메다’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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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그릇' 이라는 제목이 이상하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책소개를 보니 '시체 발견' 과 '수사' 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이런 소설이었어? 시체가 나오는 고전, 인건가? 그러자 궁금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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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동생의 자살을 겪은 뒤 ‘살아 있을 이유’를 찾아 12년간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동생의 죽음에서 달아나고자, 혹은 치유하고자, 혹은 맞서고자 사막으로 향했지만 오랜 사막 여행을 통해 떠남, 행복, 자유, 사랑, 존재의 답을 구해가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가슴에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와 함께 사막을 여행하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행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사막이라는 고통스러운 여행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몸을 움직여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은 우리를 사막과 만나게 한다. 그 황량함과 외로움, 또 뜨거움, 그리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유목민들을 말이다. 

아무런 지표도 없는 그곳에서 그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이 도시 속에서, 과연 어떤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든, 언제든,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홀연히 사막으로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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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문학부문 신간에 있길래 소설인가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여행에세이 란다. 그렇다면 동생의 자살은 저자에게 '실제 일어난 일' 일텐데, 사막을 여행하면서 그녀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단 말인가? 어떻게? 어떤 일을 계기로? 어떤 사람들로 인해서?





















위의 책이 나란히 신문에 실려있길래 나는 같은 작가의 시리즈 책인줄 알았다. 1권은 올빼미 2권은 부엉이 그러면 앞으로 나올 3권은 독수리인가...뭐 그런 식으로. 그런데 이 책은 같은 책이고, 번역가와 출판사가 다르다. 한 권은 공경희, 한 권은 배수아 번역. 신문에서는 두 사람의 번역을 비교해가며 읽는것도 재미있겠다고 했는데, 오, 그래, 나는 번역 비교는 별 관심없고, 어떤 내용이길래 대체 이란에서 '금서'로 지정된 걸까 싶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금서'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으니까. 이상하게 금기시 되는 모든 것들은 한 번씩 도전해보고 싶어지지 않는가. 몸소 느끼고 싶지 않은가, 이것이 왜 금기시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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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이란 현대문학의 거장 사데크 헤다야트. 카프카에 버금가는 이 천재 작가는 테헤란의 명문 가문에서 태어 나 국비 장학생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했으나 학업을 포기하고 문학에 몰두했다. 파리에서 쓰기 시작해 7년 만에 완성한 <눈먼 올빼미>는 천 년 넘게 운문만 존재해 온 페르시아 문학에 큰 파문을 던진 최초의 소설이며 최고의 문제작이다. 

고독한 필통 뚜껑 장식사가 벽에 비친 올빼미 모양의 자신의 그림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속물들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고뇌와 풍자, 혐오와 절망이 가득하다. 그리고 방의 환기구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여인의 등장. 어떤 소설과도 다른 독특한 상상력과 눈부신 묘사, 생의 어둠에 대한 초현실적이고 광기 어린 문체가 빛을 발한다. 어둡고 슬프지만 감동적이다.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으나 '읽으면 자살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에 한때 독서 금지되었던 작품이다. '꼭 읽어야 할 20세기의 작품',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 권의 책'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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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만 대단히 어려울 것 같아서 이 책의 책장을 끝까지 넘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이건..




오늘은 이상하게 어려울 것 같은 책이 흥미를 끄는데, 지금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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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정통 서양 고전 연구자가 들려주는 희랍 비극 지상(紙上) 강의이자, 문학동네가 선보이는 '우리 시대의 명강의' 시리즈 네번째 책.

희랍 비극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와 형식적 장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기본적인 독서의 배경지식은 물론, 각각의 작품이 지닌 의의와 이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작품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같은 주제 또는 같은 모티프가 변주되는 희랍 비극 작품의 특성을 고려, 유사 작품들을 비교하며 읽는 방법과 그 재미까지 엿보게 해준다.

흔히 비극(悲劇)을 '슬픈 극'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비극'이라는 번역어의 표현적 한계에서 비롯한 문제인데, 이 때문에 작품을 읽으며 등장인물에게 닥친 불행의 크기와 거기서 비롯된 고통의 깊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 희랍 비극은 인물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 자체보다는, 환난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에 주목한다.

아울러 희랍 비극은 한 인간에게 닥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리는데, 이 '운명'에 관한 비극 작가의 철학적 사고에 따라 등장인물이 사태에 임하는 태도 역시 다양하게 변주되고 진화한다. 이 책은 비극 작품의 이런 미세한 부분들에 주목하며, 고대 희랍의 3대 비극 작가가 남긴 주요 작품들을 하나하나 섭렵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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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인용했던 신화속의 복수 때문에 이 책이 궁금해졌다. 그 복수들과 그 복수들이 행해진 비극이 궁금해서.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섣불리 사지 말자. 쌓아두고 안 읽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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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소개]


부유한 귀족 친척들 및 대부호들 사이에서 최상류 생활을 접해본 체험담과 유럽의 역사, 문화, 사회과학을 동원해서 종횡무진 진단하고 비판하는 ‘자유 저널리스트’의 통찰이 어우러져 현대 소비문화의 왜곡과 부질없음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부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모네와 세잔을 소리 소문 없이 수집하는 브루나이 국왕에서부터 모차르트 이후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퇴물 배우, 근현대 격동기를 거치며 몰락한 유럽의 귀족 및 저명인사 들을 등장시킨다. 

우리의 일상이 물질적 부유함 없이도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으며, 우아하게 가난을 과시하면서, 쿨하게 부자들을 경멸하는 통쾌한 방법을 알려준다. 화려한 시대와의 결별을 먼저 겪은 유럽 사회를 통해 우아하게 불황을 견디는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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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 아닌데 어쩐지 '유머'에 기대고 싶어진다. 





지난번에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사진을 보고 그 책을 읽고 싶어졌는데, 이번에도 그림이 실린 책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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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책소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 19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각자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예술가 19인의,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림을 좋아하고, 글이 아닌 시각예술로 말하는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실제적인 조언과 영감을 제공한다.

여기 19인의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 이상의 것을 번지르르하거나 거창하게 말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그림은 물론, 진실한 그들의 말과 글 속에서 독자들은 이따금씩 그림보다 반짝이는 내면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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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숀 텐도 있는것 같아. 천천히 한 장씩 넘겨보면 좋을 것 같아. 위 책들에서 꼭 하나를 사게 된다면 아마도 이 책을 살 듯. 그 다음은, 음, 모래그릇? 





어제는 아주 지친 저녁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 살짝 맥주를 마시기로 했는데 친구가 좀 늦는다는 거였다. 나는 금요일 저녁에 조용히 혼자 책 읽는 시간을 반드시 갖고 싶었기 때문에 친구가 늦는 건 상관없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고, 우리는 역삼역 크라제버거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의 세미누드를 먹고 싶었고, 또 친구를 혼자 기다리며 맥주를 마시기엔 적절한 장소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약속 장소를 거기로 정하고 뿌듯했다. 그랬는데 한참을 가도 오른편에 보여야 할 크라제버거가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지나친 것 같은데?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크라제버거가 있어야 할 자리에 크라제버거가 없었다. 다른 가게로 바뀌는 모양인지 불도 꺼져있고 간판도 다 내려져 있었던 것. 하아- 나는 반드시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은데, 젠장,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다고, 이제 어쩌지, 잠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다가 그래, 다른 수제버거 집을 가자 싶어 스맛폰으로 역삼역근처 수제버거집을 검색했다. 보기에도 근사하고 주류도 판매하는 맛집이 검색됐다. 그런데 약도를 보니 르네상스 호텔 뒷편이라고 했다. 헐. 여긴 너무 멀다. 걸어가기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고, 택시 타자니 지금 시간에 여기는 택시가 엄청 막히고, 언제 또 여기까지 가나 싶어서, 그렇다면 치킨집을 검색해보자 싶어 다시 검색해봤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다른 치킨집과는 확실히 다른' 치킨집이 검색됐다. 좋다, 여기다. 여기가자. 포스팅들을 살펴보니 역삼역 1번 출구로 나가라고 되어있었다. 아, 1번 출구로 나가면 찾을 수 있는 곳이군, 좋았어, 이 정도는 감당해주겠어, 나는 지하철 역으로 다시 들어가 1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서는 대체 여기서 어디로 가야하나 싶어 지도에 넣고 길찾기를 검색했다. 그리고 거기서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데, 어어, 이거, 어째 좀 먼 것 같은데? 싶어서 걷다 말고 다시 검색해 그 곳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전화했다. 여긴 아까 수제버거집보다 더 멀다. 하아- 그 사이에 친구는 지하철을 탔다고 어디서 내리면 되겠냐고 묻는다. 나는 1번 출구로 일단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망연자실, 거기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갈 만한 곳이 보이질 않았다. 아, 힘들다. 결국 잠시후에 친구가 도착하고 나는 길바닥에서 한시간 가량을 아무데도 들어가지 못하고, 책도 읽지 못하고, 맥주도 마시지 못한 채로 그저 흘려 보냈다. 몹시 지치고 힘들었다. 시간은 벌써 아홉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열시쯤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이게 뭐람, 지친 나와 친구는 지금 여기서 걷다가 가장 빨리 나오는 집을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아 이 출구엔 아무것도 없는가보다고 실망할 때쯤, 족발집이 보였다. 걍 족발먹자, 라고 정해버린 우리는 족발집에 들어가서 헐레벌떡 족발을 시켰다.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젊은 청년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갖다 주는데 몹시 싹싹하고 친절하다. 마음이 살살 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족발이 맛있는거다!!!!!!!!!!!!!!!배고파서 맛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엄청 맛있어가지고, 어머, 여기 맛있어, 이러면서 좋아가지고 친구랑 먹는데, 우리는 둘이니까 대(大)자를 시키지 않고 '추가 족발' 을 시켰더랬다. 그런데 금세 없어진거다. 종업원의 말에 의하면 추가 족발은 대(大)자의 딱 절반이라고 했다. 우리는 종업원에게 그럼 이거 하나 더 갖다주고 계산은 대(大)자로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천 원이 더 싸다. 종업원은 씩 웃더니 "그렇게 해드릴까요?" 한다. 그래서 나는 네, 라고 했고 종업원은 "그럴게요" 라고 한다. 맛있는 족발과 젊은 청년의 싹싹한 친절에 샤라라랑~ 마음이 풀어졌다. 아...맛있는 족발이었어......생각하니까 또 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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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06-0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 저도 이게 제일 당기네요. 저도 근무중. ^^

다락방 2013-06-03 17:28   좋아요 0 | URL
아니, 드림아웃님, 주말에 대체 왜 근무하시는 겁니까, 대체 왜요!! ㅠㅠ

관찰자 2013-06-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감정노동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친절하면 그게 그렇게 기분 좋고, 기특해 죽겠는 거에요.^^

빨리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어 죽겠는데,
원하는 곳이 나오지는 않고,
길바닥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하는 그 안타까움이 아주 절절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족발집과 친절한 종업원으로 위로를 받으셨다니 아주 다행이구요.
그런 의미로다가 저도 가게는 알바생에게 맡기고,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과 맥주 마시러 나갑니다.요.ㅋㅋ

다락방 2013-06-03 17:32   좋아요 0 | URL
관찰자님, 아 그 날은 정말 지독했어요. 진짜 맥빠지고 지치고.. ㅠㅠ 그래도 제가 사소한 거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 쉽게 풀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핫. 넘치지 않는 친절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하죠. 누군가의 친절 때문에 기분이 풀어지기도 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인것 같아요. 흐흐.

맥주는 맛있게 드셨나요? 날이 더워 그런지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네요.매일매일 점점 더요. ㅠㅠ

프레이야 2013-06-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점의 친절한 종업원이 미치는 영향, 크지요.
전 어제 친구생일이라 갔던 월남쌈집 여종업원의 불친절에 음식맛까지 다른곳보다 못해서 기분 별로더라구요ㅠ 세가지 소스그릇을 실수로 왕창 쏟아서 친구랑 저의 흰색 바지랑 구두에 튀었는데 한다는 말이 단 한마디, 죄송해요ᆢ 죄송합니다도 아니고ㅠ 죄송해요?ㅠ 처음엔 이해하려 했는데 그말과 어조에 저의 까칠한 본능이 튀어나오고 싶어하더라구요. 여기 다신 안 와, 속으로 이러며ㅎㅎ 다락방님 토욜근무 수고하셨어요. 역시나 호감가는 책 두권 찜해갑니다. 뭘까요? ^^

다락방 2013-06-03 17:3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일전에 거래처 직원이 식사 같이하자고 해서 같이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제 옷에 간장을 쏟은 거에요. 와- 그 때 미칠것 같더라고요. 상대는 저한테 죄송하다고 하는데, 저도 웃으며 괜찮아요, 라고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간장을 쏟은거엔 괜찮다는 말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하루종일 간장 냄새 날 걸 생각하니.. orz 소스 그릇 쏟았다는 프레이야님 댓글에 그 날의 아찔한 일이 생각나네요. 물론 실수겠지만...휴...

그나저나 프레이야님이 여기서 찜한 책 두 권은 어떤걸까요? [프랑스 남자들~] 과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 일것 같은데요? 맞나요? 하핫

무스탕 2013-06-0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오늘 아침 6시 59분에 사무실에 들었는데 늦었다고 부장님께 혼났어요 ㅡ.ㅜ
사무실에서 더 늦게 출발해도 되는데 부장님 꼴보기 싫어서 일찍 나섰더니 출장지에 엄청 일찍 도착한거에요.
먹을것도 없고 빈 속에 커피만 쏟아 부었죠 ㅡ.ㅜ
5시 40분쯤 귀가하니 부장님은 여전히 저기압중..
토요일 아침, 7시도 전에 출근한 직원들한테 늦었다고 야단치고 싶읖까요?
그렇다고 늦은게 아니거든요? 7시까지만 출근하면 되는데..
아침부터 기분 드러웠어요 -_-++
내일은 10분 일찍 출발하려고요. 6시 50분에 도착했는데도 야단치면 대들어야지, 흥!!!

음.. 족발, 얼마전 동네 장충동 왕족발이랑 대판 싸웠는데
다락방님 글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몹쓸 집... -_-++

다락방 2013-06-03 17:37   좋아요 0 | URL
아, 저보다 더 일찍 출근하시는 분이 여기 계셨군요! 맙소사.. ㅠㅠ
언제 일어나서 어떻게 출근하시는 겁니까, 대체.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끼리, 그러니까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찍부터 일하는 사람들끼리 한 번 모여서 눈물 젖은 술을 마셔야겠어요. 그런 모임을 하나 만들던가 해야지, 원. 이래가지고 어디 살겠습니까. ㅠㅠ

무스탕님은 족발집과 싸우셨는데 전 족발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어쩐지 죄송스럽네요. ㅎㅎㅎㅎㅎ

2013-06-02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3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05 12:51   좋아요 0 | URL
아직 점심식사 전이라 엄청나게 족발 먹고 싶네요. ㅠㅠ

L.SHIN 2013-06-10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족발집의 므흣한 종업원이라니. 글 초반에 다락님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안타까웠었는데.
결국 헤피 엔딩이잖아요. ㅡ.,ㅡ 속았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