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학교 학생은 아직 방학이었으므로 방에서 책을 읽거나 강가나 튈르리 공원을 산책하면서 9월의 아름다운 날들을 보냈다. 그는 때때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 시간씩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로 그 무렵을 꼽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는 일찍이 그렇게 자유를 흠뻑 맛본 적도 없었고,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낸 적도 없었다. 그는 오후 내내 한가로이 거닐기도 했다. 레자르(예술) 다리와 학술원, 위니베르시테(대학교) 거리를 지나 해질 무렵야에 돌아온 날도 있었다. 다가올 삶은 그처럼 매혹 어린 이름들의 풍요로운 의미로 더 가득차게 되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도 그것은 13구의 에드몽 공디네 거리나 펠릭스 포텡 너머의 옥타브 샤뉘트 광장 쪽에서 사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말이다! 그는 방으로 다시 올라갈 때에야 뽐므를 떠올리곤 했다. (p.101)


















일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을 경우 널브러져 있는 내 자신을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해서, 그것이 쓸모 있는 일이어서, 거기에 대한 대가로 나에게 돈이 들어온다는 건, 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일이 나를 너무 압박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그 일이 나를 피곤에 쩔게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출퇴근길의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내가 하루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지하철안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고, 내가 업무로 들어가기 전과 후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출퇴근길의 지하철안, 그 안에서의 독서를 나는 정말 사랑하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사람들 틈에 부대끼며 퇴근하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게으르게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먹고, 그런 후 잠시 일을 하다가 오후 시간부터는 한가해졌으면 좋겠다. 일이 너무 하기 싫을 때는 바깥으로 나가 서점이나 극장을 다녀오고. 가끔은 여기가 아닌 곳에 머물며 한가롭게 발을 구르며 생각에 잠겨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돈이 내게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가 하루의 너무 많지 않은 부분을 투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돈.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동생들에게 가끔은 기분을 내기도 하고, 조카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또 책도 사 읽고, 가끔은 콘서트를 가고 영화를 보고. 이 정도를 하는 데 빚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꼬박꼬박 내게 들어온다면 좋겠다. 내가 하루를 빡세다고 느끼지 않기를, 과로라는 단어를 내뱉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파스칼 레네'의 [레이스 뜨는 여자]를 읽다가, 남자의 삶이 너무나 여유롭게 느껴져 부러웠다. 뭐야, 이 남자 여유를 즐기잖아. 우리 옛말에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는데, 이 남자 그리 고생스럽지도 않은데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고 있잖아. 이렇게 팔자가 늘어졌는데 어떻게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지? 이건, 여기가 아니라서 그런거야? 대한민국이 아니라서?




한가로이 거닐고 자유로움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삶은, 지금보다 일을 '덜'해야 가능한 게 아닐까. 




금요일엔 연차를 냈지만 토요일 일요일까지 정말 고되게 몸을 움직였다. 월요일인 어제 피곤에 쩔어서는 퇴근하자마자 자야지, 라고 생각하고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열시반부터 잤다. 꿈을 꿨는데 얼굴 가득 뽀루지가 난거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회사를 가나 발을 동동 구르다 깼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어나기 힘든거다. 잠을 잤으니 몸이 더 가벼워져야 할 것 같은데...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거울을 봤다. 혹시 얼굴 가득한 뽀루지가 꿈이 아니라면.....얼굴은 괜찮았다. 그런데 흑. 입술에 포진이 잡혔다. 하아-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재작년에 한 번 피곤했을 때 포진이 생기더니 그 후로는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이렇게 뽀로록 또 올라온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지 못했고, 양재역에서 회사까지 걸어 출근했었지만 오늘은 버스를 탔다. 입술에 바르는 연고를 챙겨서 발랐고,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집에서 싸가지고 온 빵을 먹었다. 자꾸만 자고 싶었다. 침대에 쓰러지고 싶었다. 사흘을 내가 내 몸을 가지고 노!느!라! 힘들었지만, 어쨌든 내 몸이 힘드니, 이럴 때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럴 때 일을 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힘들때마다 일을 쉬어도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이 밝게 빛났으면 좋겠다. 밝을거라는 확신을 내가 가졌으면 좋겠다. 



암튼 내가 지금 겁나게 피곤하단 얘기다. ㅠㅠ 연고를 꺼내 다시 발랐다. 하아- 


















심규선의 노래대로 '신이 그를 사랑해 나를 만드셨'다면, 신이 나를 사랑해 여유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여자인데. 흑. 




그나저나 잭 리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몹시 피곤하니 다음으로 미루자. 




그리고 기다려라 너희들, 내가 곧 다 사주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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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약해지셨군요. 허약....응?

다락방 2013-07-09 09:25   좋아요 0 | URL
네. 일단 지금은 몇 톤인지와는 별개로(응?) 허약...합니다. 쿨럭. ( ")

Mephistopheles 2013-07-09 09:29   좋아요 0 | URL
휴가시즌이 다가오니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걸지도 몰라요.
(양재역에서 쟁반막국수에 족발 드시라고 권장합니다.)

다락방 2013-07-09 09:31   좋아요 0 | URL
네. 고기를 좀 먹어줘야 할 것 같아요. 일요일 저녁에 오리를 실컷 먹었는데 오리 가지고는 역시 부족해요. 족발..좋으네요. 족발. 아..생각하니 허공에 족발이 떠다니는 듯 헛것이 보여요. 흑흑. 아 족발 먹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족발 말씀을 하셔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일 안하고 족발 생각만 하게생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3-07-09 10:58   좋아요 0 | URL
http://blog.naver.com/folieman?Redirect=Log&logNo=90175401749

가까운데 정말 맛있는 족발집이 있었군요..아 부럽다....ㅋㅋㅋ

다락방 2013-07-09 11:38   좋아요 0 | URL
으악. 완전 맛있게 생겼어요! 막국수는 별로 맛있게 생기지 않았지만 족발이 꿀맛일듯. 하앍- 조만간 함 떠야겠습니다. 므흐흐흐흐

다다 2013-07-0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이 참 맑게 개었어요.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매미가 햇볕처럼 쩅쨍하게 소리내요.
빵을 굽고 있고, 커피를 한 잔 내렸어요.
창 밖은 연한 초록이 짙게 물들어가고 있어요.
이 아침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바라다보며
다락방님의 안부를 걱정하고, 다락방님의 입술 사정을 생각하는 일은
나에겐 너무나 싱그러운 축복!
오늘도 과로하지 않고, 한 뼘 더 여유로와 지시길-
발걸음도 가벼웁길-
두 손 모아 합장!

다락방 2013-07-09 09:25   좋아요 0 | URL
오늘은 사무실에 앉아있되 일하고는 거리를 둬야겠어요. 일 할 힘이 없어요.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아침부터 여기서 뭐해요?

자작나무 2013-07-1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 안하고 딱 한달만 쉬었으면 좋겠네요. 주7일제 근무는 너무 힘드러요....

다락방 2013-07-10 10:01   좋아요 0 | URL
헉. 자작나무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데 주 7일 근무신건가요? 저는 어쩌다 토요일 근무해도 스트레스가 작렬하는데 말이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