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절반도 채 안 읽었는데 나는 윌을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다. 계속 읽고 싶지만 같은 크기의 마음으로 끝을 알고 싶지 않다 ㅠㅠㅠㅠㅠ 나를 슬프게 만들지 말아줘, 부탁이야 ㅠㅠ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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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웅.. ㅡ.ㅜ

다락방 2014-08-26 12:02   좋아요 0 | URL
다 읽었어요.. ㅜㅜ
 

처음으로 그녀는 그들을 갈라놓고 있는 물리적 거리가 터무니없이 멀게 느껴졌다. 몇 해 전 몇 번인가 편지를 보낸 그 주소에 그가 아직도 살 거라고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이사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됐을 것이다. 그녀와 마티아는 무의미한 것들 아래 묻혀서 보이지 않는 탄성을 가진 실, 서로에게서 자신의 고독을 알아본 그들 두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실로 이어져 있으므로. (p.370-371)


















알리체는 알리체대로 고독했고 마티아는 마티아대로 상처를 간직한 채 살고 있었다. 알리체와 마티아 모두, 문제를 바깥으로 드러내서 부모님과 울고 불며 대화를 했다면 지금보다 덜 고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도 아직 부모와 대화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그들이 고독한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두 사람 사이에만 보이는 실로 연결되어 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그들이 그 실을 꼭 쥐고 있기를, 그 실 덕분에 그들의 서로의 고독에서 혹은 상처로부터 조금은 헤어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맞는 절실한 상대임을 알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함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떨어져 있을 때는 이토록이나 강하게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도 막상 만나고 나면 흐지부지 뒤돌아서고 만다. 그러나,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부러웠다. 만약 상대가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떻게든 반드시 알게 될 거라는 확신. 그들은 그걸 어떻게 확신할까. 



나는 사랑하는 애인사이에도 이별이 존재하듯, 친구 사이에도 헤어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친구할 것이다, 라는 나의 확신이 무너진 적이 더러 있었으므로. 이제는 어떤 친구 사이도 깨어질 수 있다는 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든 혹은 특별한 경험을 함께 했든, 그건 그것대로 존재하되 서로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영화 《비긴 어게인》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기분이 구렸다가도, 피곤했다가도 이 영화를 보노라면 기분이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심지어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정말 좋았다.



여자는 음악하는 남자인 애인을 따라 미국에 왔다. 애인의 음악에 많은 도움을 준 그녀이지만, 미국에서 그녀는 '그의 여자친구'로만 불릴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애인은 음반작업하다 만나게 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게되고, 이에 여자는 그와 거주하던 공간에서 짐을 싸고 나와 자신의 친구에게로 간다. 친구 역시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 앞에 선 여자를 보고는 달려가 안아준다.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한 게 아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녀에게 포옹이, 위로의 차 한잔이 절실하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에.


자신에게 낯선 지역에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 그녀의 작곡과 노래실력을 알고 몰락한 음반 제작자가 나타난다. 그는 딸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내에게도 남편이 되기를 포기한 채, 게다가 동업하는 음반사에서 쫓겨난 채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 여자를 만나 여자의 실력을 알아보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는 여자와 친해지게 된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알게되고, 어느 순간에는 끼어들지 말아야 할 부분에 끼어들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그들이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때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핸드폰안에 든 음악이 어떤 것이냐 묻고, 여자는 남자에게 그것을 말하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것이 되므로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각자가 좋아하는 곡들을 이어폰을 나눠끼고 듣게 되는데, 이 음악은 정말 최고야, 이 음악은 정말 좋지, 하면서 그들은 늦은 밤 거리를 함께 걷는다. 앉아서, 걸으면서 음악을 공유하는 그 장면이,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에게 들려주고, 상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 기울여 듣는 그 장면이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하게 느껴져서, 그 장면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장면이 되었는데, 아, 역시 친구란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가, 싶어지는 거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다른 사람과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다. 나에게 좋은 음악이 너에게도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또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그렇게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감상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근사하다. 아마도 일치할 수 없는 취향의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음악을 나누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곡을 보내주고 그가 나에게 곡을 보내주었던, 그리고 서로 그 음악을 들으면서 메신저의 작은 창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던 그 순간을. 그 순간은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했던가. 언젠가 한 번은 그 친구에게 '우리가 서로의 연락처를 잃어버린다면 우리 사이도 이걸로 끝' 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는 끝나긴 왜 끝나냐며, 나는 네가 어디 사는지도 알고,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도 알고, 네가 어딜 산책하는 지도 알고 있으므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아, 나도 그때는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탄탄한 실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속 남자와 여자는 깊은 밤까지 음악을 함께 들으며 다정해진다. 만약 거기에서 그들이 한 발 더 나아갔다면, 그들은 여느 남녀가 함께 보내는 평범한 밤을 보내게 됐을 것이다. 그들이 늦은 밤까지 함께 걸으며 같은 음악을 들었던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지만, 그 경험이 다음날 아침에 함께 눈뜨는 걸로 이어졌다면, 그것은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하는 것보다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감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것만이 늘 답은 아님은 확실하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했고, 그들 각자의 연인과도 음악으로 맺어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아니어도 이미 함께 음악을 듣고 나누었던 연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연인들과 어떻게 됐던가. 



정말 필요한 건 늘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순간, 그 특별함이 아닌가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우리가 함께 들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거기가 어디든 내가 읽은 책과 당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감상을 교환할 수 있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간혹 찾아온다면, 집에 돌아가 불을 켜고 밥을 차리는 것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몫이라고 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들어가 욕실의 불을 켜고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특별한 누군가와 음악을 공유하고, 책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 순간 순간들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내 행복한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저장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생각하다가 아 좋았어, 하고 돌이켜 볼 수도 있을테니. 


문제는,

내가 음악을 잘 모른다는 거....구나. 그러니 뭐 상대에게 들려줄 만하다거나 할 게 없네. 상대가 들려줘도 딱히 할 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 것 같다. 아마 특별한 친구로 기억될 것이다. 혹여 그녀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면, 영국에서의 삶을 살아낸다면 그들은 아마 앞으로 만나지 않게 될런지도 모른다. 남자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아내와 음악을 공유하는 삶을 다시 찾는다면, 그들은 아마 연락도 뜸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잊지 못할 사람으로 남겨질 것이다. 서로 먼 곳에 살고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사 년이나 오 년뒤에 연락해도 활짝 이를 드러내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너무나 좋다. 어쩌면 그런 친구가 '이성'이어서 더 특별한 것 같다. '다르게 갈 수도 있지만 다르게 가지 않는' 데서 오는 그 특별함.












내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했던, 어떤 것들을 공유했던 친구는 있지만, 그 친구와 내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어느 한쪽만의 것이라면, 그것은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연결된 게 아니라고 해야할까. 

당신은 내 표정만 보고 내게 다가와 안아줄 수 있을까?


배고프다. 12월말까지 몸 만들어서 비키니 사진 찍어 친구에게 주기로 약속 했는데, 이렇게 허구헌날, 매시간 배가 고파서야 어디 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빌어먹을, 나는 세상에서 자신과 싸우는 게 제일 싫은 사람이니...이거야 원.... 말이 나와서 말인데, 공부 잘하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 아닌가. 나는 자신과의 싸움은 절대 피하는 사람이다.  여튼 4개월 남았는데....나 자신과 사이좋게 보내면서 그 날이 오면, 클라라 사진에 내 얼굴 합성해서 보낼까...혼자 조용히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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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여름 2014-08-2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모르지만 책은 알잖아요...흠...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글이었어요~~

다락방 2014-08-25 14:12   좋아요 0 | URL
아, 달콤한책님. 지금 이 댓글을 읽으니, 아 벌써 가을이네, 싶어집니다. 가을이 오네요. 제가 좋아하는 여름이 이제 끝무렵이에요. 아아 서운해요 서운합니다. 하아-

책읽는여름 2014-08-25 20:23   좋아요 0 | URL
저도 여름이 좋아요! 어쩌면 겨울이 너무 싫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남은게 겨울밖에 없어서 이맘때가 가을보다 더 쓸쓸해집니다그려^^

다락방 2014-08-26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싫은 계절은 없는데요 여름이 특별히 좋긴 해요. ㅎㅎ

레와 2014-08-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말에 보고 싶은데, 하아.. 초조합니다. 끝나버리면 우짜지..

다락방 2014-08-26 12:03   좋아요 0 | URL
놓치지 말아요! 이거 인기 많다고 뉴스에도 나오던데. 이번 주말에도 하지 않을까? ㅎㅎ

건조기후 2014-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예매했어용 ^^

다락방 2014-08-26 14:58   좋아요 0 | URL
아웅 건조기후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4-09-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긴 어게인 봤어요!!!!
더블잭으로 함께 노래를 듣고 같이 어깨춤을 추는... 어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우리... 라고 우기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14-09-01 15:04   좋아요 0 | URL
아 보셨군요! 유부만두님도 그 장면이 좋으셨나요? 전 그 장면이 계속계속 생각나요! >.
 

















사랑에 빠질 때마다 <운명> 이 들어있는 '여행스케치'의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상대에게 선물하곤 했었다. 한 번은 네가 운명을 준 남자가 몇이냐, 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는 베시시 웃었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도 몇인지 세어본 적 없어서. 그러나 어쩌면 단 두 명 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억나는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니까. 그 둘 다, 내가 그의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 노래 듣고 가, 라고 말했었지. 나는 그 말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오롯이 둘이 앉아 조용히 그 음악을 감상하던 일. 더이상 운명을 선물하지 않은 것은 내가 더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앨범을 구할 수 없어서였고 그 후에 만난 사람들은 테이프 대신 시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윤선의 <천사>가 들어있는 앨범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그건 시디 였는데, 그와 사랑에 빠져서 그 앨범을 선물한 게 아니라 그 앨범을 선물했는데 그와 사랑에 빠졌더랬다. 그에게 그 시디를 선물하고 난 다음날, 그를 만난 기억으로 하루를 온통 소비하고 있었을 때, 나윤선을 듣는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나는 아, 좋았던가. 



다,


지나간 일이다.




장갑의 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장갑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

어 그건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지금 난 장갑 한 짝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검정색 모직 장갑 장식이 없는

낡은 그 장갑을 어디 떨어뜨렸는지 알아 오늘 난 아

주 잠시 외출했거든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저녁 모

서리 골목 끝 국숫집에 갔거든 바지락조개가 든 그

릇 바닥에는 모래가 있었어 반짝이는 보석도 있었지

 가는 길은 얼었고 없던 비탈이 생겼네 바람은 전

혀 불지 않아 국숫집 바닥에서 내 검은 장갑 한 짝

이 조금 젖어가겠지 하지만 어제가 아니었을까 오늘

나는 저녁을 거른 채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

던가 골목 끝 국숫집은 사라졌네 이전했다는 안내

문조차 없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나의 기억은 바뀌고 부드러웠

던 길은 파여가네 곁에 그가 걷네 보이지 않게 엉덩

이는 자꾸 신성해지려 하고 누가 만져도 흔들고 싶

지 않아 내 몸에 그을린 그가 내 손목을 흔들며 사

라지면 밤은 언 손처럼 나를 끼네




<겨울 휴관>같은 시가 한 편쯤 떠억- 하니 나타나주리라 기대하고 천천히(어쩌면 빨리) 시집을 넘겼지만 그런 시는 한 편도 만나볼 수 없었다. 웬걸, 어려워서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더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어떤 상황에서 쓴건지를 모르겠고, 내가 이 시를 읽으면서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는거다. 무언가 장면이 펼쳐지다가도, 입에서 나온 한 줄기 담배 연기가 이내 공중에서 흩어지듯, 눈 앞에 내가 그린 풍경도 퍼지고 흩어지고 말아, 아, 시란 어떻게 읽어야 한단 말이냐, 자꾸만 답답해지는 거다. 내가 시인이 되어 읽어야 하는거냐, 시인이 말하는 걸 눈 앞에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거냐,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거냐, 가만가만 조용히 읽어야 하는 거냐.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어 이 시들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럴수록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든다. 시를 읽으면서 감탄하고, 이해하고, 외우고 싶다. 이해하지 못하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할 터. 하나의 시를 읽고, 다음장에 있는 또 하나의 시를 읽고, 나는 자꾸만 아 뭔말이야 뭔말이냐, 한다. 그나마 기억속의 나를 끄집어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애쓰지 않고도 되는 일.


애쓰는 일은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 나는 무엇에도 애쓰고 싶지 않아. 며칠전 만난 친구가 '너는 연애할 때 애쓰지 않지' 라고 묻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했다. 애..써야 해?, 연애에? 연애에도 애를 쓰지 않는 내가 시를 읽는데는 애를 쓰고 있다. 이 피곤한 일을 그렇다면 그만두어야 할까, 아니, 계속 애써보아야 할까, 아니, 애쓰는 건 싫단 말이야. 나를 애쓰게 하지 마.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을 편안하게 삼키듯, 그렇게 이해되면 안되는 거야, 시는? 어쩐지 분해서 울고 싶기까지 하다. 알고 싶다고! 나도 시를 느끼고 싶다고! 왜 쓴 건지 이해하고 싶다고!





밤의 여행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력으로



 밤의 노래가 나를 데리고 가리 내 귀고리가 숨어

우는 자리로


 마트 지하 피팅룸에도 없다 나무 깔개를 들춰봐도

없다 원양어선 밑바닥 궤짝 아래 같이 눈앞이 캄캄

하다 스포츠브라 사느라 벗고 입고 하느라 정작 스

포츠가 뭔지도 모르면서 난 분실물보관소 카운터 직

원에게 말했다 혹시 맡아둔 귀고리라도 ‥‥‥

 그거 비싼 거예요?



 대형마트 맨 위층 목욕탕에 갔다 하수구 뚜껑을

손으로 훑었다 네 잘못은 아니지 바닥과 타일이 다

독인다 침착 침착해 이미 난 아스파라거스가 닭고기

에 집착하듯 귀고리에 매달렸다 탈의실 바닥을 샅

샅이 살펴보았다 체중계와 거울 위를 손바닥으로 쓸

며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말했다 여기서 혹시 귀고리

하나 못 보셨어요? 물에 떠내려갔겠지 그거 눈에 띌

만큼 커요? 값비싼 거냐고요?



 나는 7층부터 지하까지 뛰어다녔다 왜 엘리베이터

는 타려 하면 올라가나 나오지 않는 잔뇨로 전율하

며 다시 내 방까지 뛰어가보고 뛰다가 거북이 알을

품듯 큰 돌덩이를 붙잡고 쉬는데 돌 안에서 돌이 나

왔다 상추에 달팽이가 죽어 있는 야채 코너 트렁크

사이 머리를 넣어보았다 가지 않았던 곳도 가보았다

약속도 깨고 나는 잃어버린 한쪽 귀고리를 찾아 너

무 빠지지 마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그래봤자 심금을

안 울리잖아 인생을 즐겨봐 섹스테크닉이나 배워



 이 아무것도 아닌 저질의 빛이 곱지도 않은 삐뚤

어진 속악한 누군가 보다가 구역질이나 할 나는 가

짜라고 분류될 그 아무 가치도 없는 누군가 주워 갔

다가 던져버릴걸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목탄으로 그린 그림 같아 나는 내가 지워지기 전

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세요 안개와 해초가 일렁인다

마트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가 등장하는 재

미없는 아이스쇼 같아 헤이 헤엄치며 놀자 신경 끊

어누가 수상쇼 하든 트로피를 받든 감격은 없어 소

통이라니 깊이 들어가봤자 그거 고작 몇 센티잖아





비가 내리고 귀고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귀고리를 잃어버렸는지도 알지 못했는데 그는 내게 뭐 잃어버린 거 없냐고 물었고, 나는 그가 무얼 말하는 지 몰라 모른다고 했다. 내가 무얼 잃어버렸다는 거지? 그러자 그는 주먹 쥔 손을 펴 내 은색 링 귀고리를 보여주었다. 차 안에 떨어진 걸 주워왔다고 했다. 아 그랬나 나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네, 하고 그의 손바닥에서 귀고리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는데, 그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내가 며칠 가지고 있을게. 왜? 그러고 싶어. 그럼 그렇게 해. 다음날과 다다음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 귀고리 어쨌냐고. 그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이 바지를 입을 땐 이 바지 주머니에, 저 바지를 입을 땐 저 바지 주머니에. 내 물건을 지니고 있으려는 게 애틋해 나는 살짝 웃었지만 사실 그 귀고리는 내가 당시에 가장 좋아하던 귀고리라 빨리 찾아와 귀에 걸고 싶었다. 잃어버린 것도 몰랐으면서. 나는 그에게 이제 그만 돌려달라 말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내가 그의 차 안에 두고 내리고, 두고 내렸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건 귀고리 뿐만은 아니었다. 스카프도 있었다. 그는 다음에 만날 때 곱게 접은 스카프를 내게 내밀었다. 너 이거 두고 갔다고. 




이런 기억들 틈틈이, 이것이 내가 시를 감상하는 방법인가 싶어 스스로 폭발해버리고 싶어진다. 이렇게 감상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옳은 감상 방법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다가 내가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내 앞에 놓인 게 삼선짜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저는 그냥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왜 삼선짜장이 나온거죠? 라고 일단 물을 것이고 만약 주인이 삼선짜장 주문하셨습니다 라며 거칠게 나온다면, 나는 잔인해 지리라.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 계산해달라고 할 것이다. 내가 시켰다니 계산해주세요. 그러나 먹지는 않겠어요. 저는 해물을 일절 먹지 못하니까요, 라고 말하고 나와야지. 그러면 내가 삼선짜장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씨양, 시를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 거잖아, 했다. 혼자서. 




사과 없어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

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

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

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다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

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

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

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

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

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

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이해할 수도 없는 시들로 가득찬 시집을,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니, 나는 기꺼이 내 소유로 하지 않으리라, 시집의 마지막 시까지 읽으며 생각하고 책장을 덮다가, 그런데도 무언가가 자꾸만 꿈틀꿈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아, 내치지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다른 시집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 현상인데, 그러니까, 어쩌면 시인의 말투 랄까 문체 랄까 마음가짐 이랄까 하는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지렁이 기어가듯 미미한 움직임을 갖는 것이다.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종업원의 급료가 깎일까봐 염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눈이 내리는 날 다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나는 시집을 책장에 꽂아 두는 것으로 결정한다. 지렁이는 징그럽고 손에 잡을 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지렁이가 조금씩 꿈틀대는 미끄덩한 움직임이 어쩐지 싫지 않아. 이걸 어떻게 살릴까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비오는 날에는 지렁이가 땅 속에서 나온다. 비를 맞으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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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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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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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2 0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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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TV  어플을 깔면 굿 다운로더 영화를 스마트폰에서 검색, 바로 다운 받아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이 어플 하나로 검색과 다운이 가능하지만 아이폰은 검색은 네이버 어플로 시청은 네이버 TV 어플로 가능하다. 알라딘 도서 검색 따로, 전자책 뷰어 따로 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검색은 여기서 하고 시청은 저기서 하는 게 좀 빡치지만 (-_-), 그래도 피씨로 다운 받아 아이폰용 파일로 변환하고 아이폰에 넣는 것 보다야 이만배쯤 편하다. 아이폰으로 바꾸고 제일 불편하게 아이튠즈를 사용해야만 음악이며 사진을 왔다갔다 옮길 수 있다는 거였다. 아..나같은 컴맹은 초기에 어찌나 스트레스 받는지 집어 던질 뻔 했어. 지금도 아이폰으로 바꾼 초창기를 생각하면 갑자기 열이 뻗친다. 으윽... 어쨌든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해피니스 네버 컴즈 얼론》은, 소피 마르소 때문에 보고 싶어진 영화이고, 당연히 로맨틱 코메디라고 생각해 선택한 영화인데, 완전 로맨틱 코메디라 당황했다. 아- 아무리 이게 로맨틱 무비라지만, 아, 그들은 정말이지 완전 러브러브해. 러브 최고, 러브가 짱이야, 러브면 다 돼! 랄까. 여튼 싱글인 남주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아이들' 이고 그냥 아이들이 싫은데, 아이가 무려 셋이나 딸린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니가 그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 여자를 선택하면 아이들이 딸려오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그 여자다' 라는 낭만적 멘트를 팍팍 날려주시는데, 하하하하, 뭐랄까, 사랑 때문에 변화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너무나 순순하게 변하는 게 역시나 영화 같았달까. 지나치게 예쁘고 지나치게 부자여서 도무지 여자주인공에게 공감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여튼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재미' 있었는데, 소피 마르소가 자꾸 넘어지고 구르고 떨어지고 뭐 그런 몸개그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랄까.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여튼 그래서 빵빵 터져서 웃었음.


남주는 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를 어찌나 현란하게 잘 치는지..아 또 피아노 배우고 싶어졌어. 일전에도 무슨 영화 보다가 피아노 배우고 싶어져서 학원에 문의해보고 금액만 듣고 걍 포기했는데. ㅎㅎㅎㅎㅎ 아..나도 피아노 잘치고 싶다. 피아노는 정말 완벽한 악기인 것 같다!! >.<


















어제 퇴근길. 양재역까지 걸어가다가 길에서 변태를 만났다. 하아- '지금 멘스중이냐'라고 묻는 나이든 아저씨한테서 나는 잽싸게 피했지만, 마침 내가 지나던 길이 놀이터 근처라는 생각이 났고, 혹여나 아이들에게 저렇게 다가가면 어쩌나 싶어 조금 더 걸어가 파출소를 향했다. 문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안에 있던 폴리스랑 눈이 마주쳐서 용기를 내어 들어갔고, 나는 놀이터에 순찰 좀 나가달라 부탁하며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나에게 어떤 말을 했냐고 묻는데 '지금 멘스중이냐' 라고 물었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나 힘들더라. 지금 저랑 같이 가보실래요? 라고 묻는 폴리스에게 싫다고 했다. 거길 다시 가서 그 사람이 나를 보는 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그 사람을 다시 보면 ...아. 아니다, 순찰 좀 해달라, 거기 아이들 있는 놀이터가 아니냐, 부탁드린다, 라고 했다. 폴리스는 걱정말라며, 그곳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순찰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방금 전에도 다녀왔다고. 그리고 또 가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이 일을 엄마에게 얘기하다가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스를 따라가서 누구라고 콕 집어 (계속 거기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얘기해주는 편이 좋았을텐데. 그 편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했을텐데. 그런데 나는 그 당시에 나 가슴 떨리는 것 밖에 생각을 못했네...위로를 받고 싶어 얘기했다가 괜히 더 찜찜해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무기력한 하루였고, 그러다가 그런 변태를 만나 기분이 뻐킹 쉿이고...하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일전에 다운 받아두었던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 영화, 좋다! 처음 시작부터 케익 만드는 게 나오는데, 초콜렛과 크림, 버터.. 게다가 그걸 잘라서 입에 넣는 사람들까지. 무서워 두근거렸던 마음에 초콜렛이, 버터가, 크림이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좋아하는 구나! 뭔가 가슴속에 포시식 포시식 소리가 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여자주인공은 얼마나 예쁜지! 활짝 웃을 때 굉장히 순수해 보인다고 할까. 사실 극중 역할의 성격은 내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런 성격은 좀 별로...-, 와 웃을 때랑 울 때 너무 예쁘더라. '젊음'이 그녀에게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가 활짝 웃는 걸 보노라니 나 역시 젊어지고 싶어지는 거다. 다시 젊어진다면, 저렇게 활짝 웃고 통통 뛰면서 다니고 싶다!! 뭐, 젊었을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저렇게 생기는 건 아니지만..


케익 만드는 걸 보면서 집에 갔더니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케익을 먹고 싶어지는 거다. 흐음. 그렇지만 어디에서 저런 조각 케익들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초콜렛을 입 안 가득 먹고 싶은데. 그 달콤함을 입 안에 화악-퍼지게 하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에 집에 가서 열무김치와 콩나물,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벼 먹고 엄마가 부쳐주신 부추 부침개를 먹었다. 그렇지만 초코 케익을 먹지 못해 여전히 어딘가 빈 것 같은 느낌...냉장고를 뒤적이다 밸큐브 치즈를 하나 꺼내 먹었는데, 오오, 마침 전주초코파이가 눈에 띈다. 잽싸게 꺼내가지고 이것이 마치 케익인 것처럼 먹었다. 초콜렛과 크림이 들어있잖아! >.<



나는 약속 있으면 약속 있어서 많이 먹고 약속 없으면 집에 가서도 많이 먹는구나...밖에서 먹나 집밥을 먹나 뭐 다른 게 없네..Orz


여튼 음식 만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음식 만드는 영화를 또 찾아봐야겠다. 디저트는 충분히 봤으니 이번엔 메인 요리로다가. 이왕이면 프란세시냐 만드는 장면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가 영화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토요일에 남동생의 차에 타고 둘이서 안산 여동생 집엘 갔다. 가는 길에 쓰잘데기 없는 얘기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거기엔 어떤 사랑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아팠던 얘기들과, 섹스 때문에 난감한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다.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고 웃다가 나는 문득 '나랑 이토록 많은 얘기를 또 이토록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가족들과 함께 사는 건,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틈틈이(심지어 그 날 밤에도)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때문에 늘 옆에 있게 되는 것 같다.


자, 이제 음식 영화 검색이나 하러 가자.

(육덕진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추천 받습니다. 한국 영화는 말고요..안육덕져..)



그리고,

'슈퍼숏포스팅'을 한 당신. 미리 물어주어 고마워요. 나는 당신의 조심스러움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으니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요. 무엇보다, 

내가 거기 들른다는 거, 

알고 있었네요? :)


난 이 노래를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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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요. ㅠ_ㅠ


그 변태노무새끼, 아오 빡쳐. 팔다리를 다 짤라버려야해욧!!!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다락방 2014-08-22 08:21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싫어요 변태놈들. 짜증나. 어휴.
지나고나면 그때 왜 한마디도 못했을까 싶은데 막상 그 자리에선 너무 무섭고 떨리기만 해. 이런 내가 더 싫어요. 아오마메처럼 고환을 발로 걷어차 버려야 되는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여름 2014-08-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날이 꾸물거리니 미친넘들이 ㅜㅜ 파출소까지 간 다락방님이라! 그 신고 정신, 저도 배워야겠어요!!!

다락방 2014-08-22 08:2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경찰에 신고 잘해요. ㅎㅎㅎㅎㅎ 해결은 해야겠고, 그걸 제가 하지는 못하겠고. 저는 경찰들의 힘을 빌립니다!!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린 섀프턴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한 커플의 경매 물품으로 꾸며진 책이라고 해서 대체 그게 무슨말인가, 어떤 책이란 말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니 '읽는'다기 보다는 '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 책에 쓰여진 글자들은 경매물품들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니까. 물론, 그 경매 물품들 중에는 엽서나 메모, 편지가 있고 그에 대한 해석도 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대의 음식칼럼니스트인 여자와 30대의 사진작가 남자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유했던 물건들을 경매로 내놓는 데서 시작했다. 그들의 경매 물품에 대한 브로셔, 카탈로그 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시회에 가서 한 커플의 물건을 직접 보고 엽서나 편지를 읽고 그들의 사진을 보는 일들이 흥미로울 수는 있으나, 딱히 그것들을 '보고싶다'는 욕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 역시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했으나 책장을 덮을 때 만족할만한 책은 아니랄까.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책이라기 보다는 경매물품 안내책자에 가깝다. 


그래도 책장을 넘기며 피식피식 웃었는데, 케이크 서버와 자몽 껍질 벗기는 칼을 봤을 때 그랬다. 그들의 귀여운 소품. 손수건, 티셔츠, 모자, 스커프, 시디, 책, 사진 등의 일상적인 물건들. 그리고 해마다 여자가 일기를 써서 손 때묻은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다이어리. 아, 그 다이어리는 어찌나 갖고싶던지. 검색창에 쳐봤지만 국내에서 파는 다이어리가 아닌 것 같다. 약간 몰스킨 비슷하게 생겼는데. Irish Countryhouse Cooking은 요리책인데, 하하, 이것도 갖고 싶어서 알라딘에 외국도서로 검색해보니 이 책에 실린 사진과는 커버가 다르다. 다른책인지 같은 책인지를 모르겠어. 


The Voyeur

케이크 서버

존 업다이크, 커플

irish Countryhouse Cooking

Edna O'brien


아마도 그들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수시로 상대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위의 사진은 정말 사랑스러운데 1052번의 사진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22살때의 사진을 준 것이고, 밑에 사진은 여자가 그런 남자에게 답장으로 보낸 사진이다. "당신이 스물두 살일 때 난 아홉 살이었어. 키스허그.L." (p.28) ㅎㅎㅎㅎㅎ 이런건 나중에 써먹어도 좋을 것 같은 러블리한 대화다. 




파티의 좌석배정표와 동전이 가득 든 양념 병 세 개도 경매물품으로 나와있다. 



이게 내가 책장을 넘기다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이어리.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제품.




책에 껴져있던 '둘런(여자)'의 전 남자친구 다섯 명의 사진. 하하하하하.





시디들. 내 방 어딘가에 나도 누군가 복사해준 시디가 있는데. 




2003년에서 2006년 사이에 구매한 속옷들.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책. Irish Countryhouse Cooking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 선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 와인 두 병은 모리스(남자)가 밸런타인데이에 '둘런'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이 적혀있다.



모리스가 2005년 밸런타인데이에 이 와인 한 상자를 둘런에게 보냈다.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그녀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p.76)



와- 완전 좋아. 와인 한 박스라니!! 와인 한 박스 선물하는 남자라니. 아..동거할 만 하다!! 뭔가 엄청나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동거하자고 하면 어쩐지 예스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대신 조건이 있어. 와인이 다 떨어지기 전에 꼭 다시 한 박스씩 채워놔야 해!!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매해 쓰는 다이어리에, 둘런은 2005년 8월 13일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핼을 미워하는 것 같다." (p.103)


이런 메모도 메모장에 쓰기도 했다.

"권위적으로 좀 굴지 마/ 당신 스트레스를 내게 풀지 마/젠장, 제발 좀!" (p.103)


2003년에 핼은 둘런을 '버터 타르트' 라고 불렀는데. 



이런 것이다. 이 책이, 그리고 그와 그녀의 관계가, 혹은 당신과 나의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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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solo 2014-08-1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좋은 추억을 경매로 ㅠㅠ 작가 마니 나쁘네 쩝 둘런과 모리스가 헤어진 다음에 정리한건가???
글이 좋아 여길 와서리 좋은 글에 댓글이라도 달아야 하기에 걍 적어봅니다.
다락방님!!!










좋은 책 내신 것 축하 드리고용. 작가가 의도 하지 않은 것을 걍 자기 일상화 시킨 것을 존경 ㅡㅡ?
음 어렵다 단어 선택 우쨋든 대~~~단합니다. 감수성이 남다르시네여.. 저도 EQ는 최고라고 자부 했는데
좋은 글 좋은 책 마니 보여 주세여. 책읽기가 두려워 지는 계절입니다.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음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둘런과 모리스가 사랑하고 이별하고 경매한 것은 그들의 의도였으므로 작가가 나쁜것 같진 않고요. 누군가에게는 꽤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법도 한데, 저는 좀 별로였어요. 다만,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들을 다들 비슷하게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퇴색되는가 봐요. 어쩌면 그래서 이 세상이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ㅎㅎ

yssolo 2014-08-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과정에 깨끗한 정리군요 흠

dreamout 2014-08-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훑어만 봤는데, 책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더군요. 멋진 책표지가 많던데요. ㅋ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역시..드림아웃님은 벌써 보셨군요! 전 아이리쉬 쿠킹책 너무 궁금해요!! 보고싶어.. ㅠㅠ 음식 사진 많겠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