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살이 꽃잎이라면, 비늘은 물고기의 살

모든 살의 마지막 이름은 뼈 -어접린(魚接隣) 中

















낯선 시어들도 어렵지만 하나하나 놓고 보면 어렵지 않은 단어들도 시 안에서 되게 어렵게 자리잡고 있는 걸 본다. 아니 그러니까 남들에게도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게 그렇다는 거다. 나무의 살이 꽃잎이라면 비늘은 물고기의 살, 같은 표현을 나는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래서 이 연을 딱 읽고는, 아아, 이 시집은 나랑 친해질 수가 없는 시집이구나, 했다. 하아- 뭔가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느낌이야... 


그래도 어떤 시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어떤 시는 먼 데 사는 친구 J 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 시는 친구에게 닿았을까?


라고, 시집의 접힌 귀퉁이들마다 들춰보는데, 내가 무슨 시를 보냈는지를 모르겠네 -_-



바람의 지문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인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속눈썹의 효능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라므이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박임의 습관을 잊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 증오인 새봄을 펼쳐도 속눈썹 하나 누워 있을 뿐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은

출처 모를 기억만 떠나는 방법을 잊었다


아지랑이의 착란을 걷다

눈에 든 꽃가루를 호- 하고 불어주던 당신의 입김

후두둑, 떨어지던 단추 그리고 한 잎의 속눈썹

언제 헤어진 줄 모르는 것들에게는 수소문이 없다

벌써 늦게 알았거나 이미 일찍 몰랐으므로


혼자의 꽃놀이에 다래끼를 얻어온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것은 온다는 역설처럼 당신의 입김 없이도 봄날은 간다


화농의 봄, 다래끼

주문의 말 없이 스스로 주문인 마음으로

한 잎의 기억을

당신 이마와 닮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고 오는 밤

책장을 펼치면 속눈썹 하나 다시 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 꽃달



음, 내가 편지지에 다래끼, 라고 쓴 기억은 없으니 적어도 위의 시를 보낸 건 아닌 것 같다.




기억의 체증



몸이라는 집에 잠시 머물다 떠날 것들

저마다 자리를 움트는 족족,

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요사이 당신이라는 집에

세 들고 싶다는 나의 목소리가

안절과 부절 사이에서 서성이고

자주 식욕이라고는 텅 빈 잣죽 그릇과 마주했다


난감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피가 그런 걸 어떡해 라고 대답했었다


사혈(瀉血), 피를 흐르게 하다

기억처럼 긴 실로 엄지손가락을 묶는다

손톱 끈의 검게 갇힌 시간들을 지르는 바늘

맺힌 시간의 피돌기가 풀리며 건네는

피의 말이 멀리서 들릴까

귀에 머물지 않고 사라지는 그 말들의 뜻

동그랗게 말려 올라오는 검붉은 시간들

언젠가는 열망으로 맺히던 기억들의 끝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것들의 전언

내 몸에 잠겨 있던 전언들이 피가 되고

그 피가 살이 되어 생의 피돌기로 살아 있다


검은 시간은 흘러 없어질 거라는 환한, 착각

울지 않기 위해 시간의 잇몸을 앙다물다

시시로 미치던 피의 순간이 있었다

기억의 체증에 오래 시달려야 할 것 같은 예감

바람을 숨으로 빚어내는 것도 일인 것처럼

시간이 흐른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풀린다는 말이

꿈인 것만 같은 꿈



음...이 시도 내가 적은 시가 아닌 것 같아...



오래된 근황



내 지문을 기억하는 건 그의 지문이 아니다

깍지 낀 손의 기억이 식어가므로

아직 완성하지 못한 문장의 페이지가 아닐까

노트 속 마침표 대신 찍힌 지문들


급한 약속이 생각난 듯 내가 사라지면, 그는 간발의 차이

로 때를 놓쳐버린 손님처럼 지난 시절을 잠시 후회할지도 

모른다

너무 늦게 왔다는 후회는 쉽게 씌어진 문장과 같고


이번 생에선 마주치지 말자

일찍 이루어진 꿈, 서늘하겠다


노트의 시간이 멈추면, 주인을 잃은 내 책상 모서리는 혼자 

닳아가겠지 불면의 베갯잇에 머리카락 몇 올, 검은 외투 안쪽 주머니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혹시 깜박 잊고 두고 간 마음 따위


그러나 근황 이어지다

사과 주름이 깊어질 때까지 바라만 보는 화가와 같이

하루 한 줄만 쓴다, 마침표와 지문 사이

문득 떠오른 어느 학자의 말

세상의 모든 책보다 숨겨놓은 포도주 한 병이 더 향기롭다


기억의 풍경이 기우는 동안


안부는 없고 오늘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다

지문의 문장을 마치기에 이른, 먼



아, 위의 시 같다. 포도주와 향기..라는 단어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된다. 흣.



가끔 소식을 전하지만, 잘 지내나요?

조만간 당신의 우편함에 이 시가 도착할 것 같아요.

저는 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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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9-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지냅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시도 읽고@_@; 왠지 유식해진 기분이에요. 호호^^

다락방 2015-09-03 16:38   좋아요 0 | URL
저는 시가 너무 어려워요 문나잇님 ㅠㅠ
뭔가 응용하는 뇌가 없나봐요 ㅠㅠㅠ

에이바 2015-09-0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정말 좋아요 나중에 들어와서 또 볼래요! 요즘 시들 너무 어렵던데 이 시들은 그래도 따라갈 수 있겠어요ㅎㅎ

다락방 2015-09-03 16:38   좋아요 0 | URL
네, 그나마 이 시집에서 조금이라도 알아먹을 수 있는 시를 접어 놓았었어요. ㅎㅎ
네, 저도 시는 참 어렵기만해서 ㅠㅠ
 















- 펀딩하신 [서민적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라는 이메일을 받고 당장 주문했다. 히힛. 내가 북펀딩은 두 번째 해보는데, 많이 팔리면 많이 팔리는대로 더 이익일테니, 구매에 나도 한몫을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ㅋㅋㅋㅋㅋ 아 사실은 잘모르겠다, 북펀딩이 뭐 어떻게 되는건지. 나는 원래 전자제품 사도 설명서를 안읽고 헤매이는 스타일이고, 뭐 기본적인 건 그냥 기본적인대로 이해하자 하는 대충대충 스타일이라, 이 펀딩도 사실 펀딩이란 이름이 붙었으니 뭔가 이익이 있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서민님이 아니었으면 걍 지나갔을 것. 마태우스님이닷! 하고 그냥 막 했다. 5만원이 한도라길래 5만원 했다. 



-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막 도착했는데 다른층의 타부서에 있는 L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장님 어디세요, 퇴근하셨어요? 한다. 어어, 무슨일일까, 왜일까, 왜 퇴근후에 핸드폰으로 전화했을까 싶어서, 네, 집근처인데요 왜요, 하니,


아, 저희 부서 야근이라 햄버거 사러 가는데 차장님 퇴근 안하셨으면 차장님도 드실건지 여쭤보려고요, 하는 게 아닌가. 


아아, 놀랐어... 안도한 나는 깜짝 놀랐잖앗! 하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 깔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부서 직원 I 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아, 이건 뭐지, 왤까,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차장님 저 까페에 왔는데요 커피 뭐 드실래요, 마끼아또 살까요? 하는 게 아닌가. 아아, 놀랐잖아..왜이렇게 다들 나를 놀라게 해. 나는 응, 마끼아또 사줘요, 따뜻한 걸로~ 라고 말했다. 통화를 끊고나니 옆에서 듣던 남동생이 '마끼아또 좀 먹지마!' 란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된거냐며...(응?)


아, 확실히 회사 사람들한테서 핸드폰으로 연락오면..뭘까, 왤까, 걱정이 앞선다. 다행스럽게도 둘 다 뭐 먹겠냐고 묻는 전화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며칠전부터 계속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던 나는, 퇴근하고 동료 E 와 샌드위치를 드디어!! 먹으러 갔다. 일단 샌드위치를 두 개 시켜서 나눠 먹었다.



꺅 >.< 맛있다고 소리지르면서 먹었는데, 우리가 이것만 시켰을 리가 없지. 딸기요거트케익과 마실 것으로는 나는 따뜻한 홍차를 시켰고, E 는...뭔지 모르겠는 차가운 걸 시켰다.



맛있게 먹고 마시니 배가 좀 불러왔지만, 나의 샌드위치에 대한 욕망은 아주 강했던 터라, 이렇게 먹으러 왔을 때 마음껏 충족시키자 싶었다. 그래서 하나 더 시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졸 맛있게 흡입흡입. 아 역시 샌드위치 좋아. 베리 굿. 나오면서는 너무 배가 불러가지고 E 에게 말했다. 왜 나를 말리지 않았어? 이렇게 배가 터지게 먹게 왜 그냥 내버려둔거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많이 먹어뒀으니 당분간 샌드위치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겠지?


사라질까?


안사라지려나??? 


자꾸만 자라나는 욕.망.




- 좀전에 서민님 책을 주문하면서 5만원어치 책을 뭘 맞출까 하다가 이책 저책 넣어보고 빼고 하다가 결국 서민님 책 한 권만 주문했다. 5만원어치 주문하고 복불복마일리지 응모하면 자꾸 꽝나오는데, 5만점 마일리지 당첨된 친구가 자신은 한 번에 20만원어치 결제했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에 삘받아서, 반드시 당첨되겠다는 의지를 모아!! 나도 지금 적립금이며 알라딘에 중고판 예치금,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20만원이 되는 순간, 한 방에 질러주겠어!!! 라고 했지만 이렇게 한 두권씩 쏠랑쏠랑 사고 있네. 지난주에도 '20만원 모을거니까 5만원어치 사지마' 이러면서 두 권 사고.... 지금 남은게 4만원이네...10만원까지 모아놨었는데...하아- 언제 16만원 더 모으지?


삶은 결코 쉽지가 않다.



- 일해야 되는데 책을 주문하기 전이면, 알라딘에 글을 쓰기 전이면 일에 좀처럼 집중이 되질 않는다. 할 일도 겁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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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9-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위치는 간식이죠. 간식을 먹어도 배부를 수 있다죠. 아.... 나도 샌드위치...@@

다락방 2015-09-01 10:07   좋아요 0 | URL
간식을 아주아주아주아주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죠! ㅎㅎㅎㅎㅎ
단발머리님, 안녕?
:)

단발머리 2015-09-01 10:09   좋아요 0 | URL
벌써 따뜻한 홍차가 그리워지는 때가 됐네요. 전 아침에는 핫으로, 낮에는 아이스로 마셔요. 우리는 여름에 만났는데 벌써 가을이네요.... 다락방님, 안녕? ㅋㅎㅎㅎ

다락방 2015-09-01 10:12   좋아요 0 | URL
여름에 만나는 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왜 좋냐고 물어보면 딱히 댈 근거라던가 이유는 없지만..그냥 그래요, 저는. 여름은 저한테는 언제나 늘 가장 특별해요. 그래서 여름에 만나는 사람도 특별하고요. 헤헷 :)

최근에 얼그레이를 몇 번 마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마시게 될 것 같아요. 커피 대신 홍차를 마셔야지, 생각하고 있거든요.

단발머리 2015-09-01 10:16   좋아요 0 | URL
오호... 다락방님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여름에 우리가 만났다는게 너무 좋은대요. 그것도 아주아주아주 더운 날에요~ ㅎㅎ
저도 홍차나 얼그레이, 밀크티에 대해 생각은 하지만.... 주문은 커피로요^^

다락방 2015-09-01 10:19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가급적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늘 생각은 한답니다. 아직은 참을만해서 참고 있어요. 흑흑.
여름에, 아주 더울 때 만난 것도 좋았어요. 그런데 진짜 너무 더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간에 친구들이 예약한 호텔가서 누워있다 나온 거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2015-09-01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5-09-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메일 받고 얼른 구매했었는데 오늘 배송될 것 같네요 ^^ ㅎㅎㅎ
전 북펀딩이 처음이라 다락방님 보다 더 모르는데 어쨋든 판매량에 도움이 되고자 구매했어요 ㅎㅎ
그리구 샌드위치 사진에서 저도 모르게 군침을... ㅋㅋㅋ

다락방 2015-09-01 15:57   좋아요 0 | URL
ㅎㅎ 블랙겟타님 읽다가 저 나오면 인사해주세요. 안녕, 다락방? 하고요. ㅋㅋㅋ

샌드위치 너무 맛있어서 저도 사진 볼때마다 오늘도 샌드위치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ㅋㅋㅋ

재는재로 2015-09-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하셨나요 저도 간만에 펀딩 5만원하고 장바구니의 책하고 주문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주나 다음주초에 받아 볼듯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이네요

다락방 2015-09-01 16:17   좋아요 0 | URL
네, 주문 오전에 했습니다! 오늘 배송될 것 같아요. 힛.
 
루카 루카 풀빛 동화의 아이들
구드룬 멥스 지음, 미하엘 쇼버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여전히 잘 기억하는데 너는 참 빨리도 잊는구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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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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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당장 수혈을 받지 않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아이와 아이의 부모는 수혈을 거부한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상의 이유로. 자신들이 믿는 종교 안에서 수혈은 타락을 의미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천국에 가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일. 이에 병원에서는 소송을 건다. 아이에게 수혈을 해줄 수 있게 해달라고. 수혈을 하면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내가 이 얘기를 뉴스나 인터넷에서 들었다거나 혹은 지인에게 전해 들었다면, '아 그 종교인들은 왜그리 어리석단 말인가, 사람을 살려야 할 게 아닌가'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도 결국 이언 매큐언이 말하고자 하는건, 그 종교가 어리석다, 사람을 살리고 봐야한다, 라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걸 이언 매큐언도 당연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 그 당연함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거다. 그러나 오, 나는 얼마나 내가 믿는 것을 정의라 확신했던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걸 보고, 아, 내가 너무 나의 정의에 갇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종교의 자유가 있고 그 종교를 믿고 있다면, 그 신앙 혹은 믿음 속에서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를 따르려고 하는 것은 순전히 그 사람의 몫이 아닌가. 그것이 자신의 삶과 혹은 죽음에 관한 것이라도 그것이 그 사람이 현재 속한 종교, 절대적이라 믿는 종교 안에서 자신의 선택이라면, 그것을 법이나 혹은 그 종교의 바깥에 있는 사람이 강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피오나'는 판사이고, 이 사건을 맡게 됐다. 아이에게 얼마나 수혈이 중요한지에 대한 병원의 입장을 듣고 또 자신들이 믿는 신앙 앞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아이들의 부모의 입장도 듣고, 피오나는 일단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뒤에 판결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이가 정말 '강압적'인 것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수혈 거부를 결정한 것인지, 그것을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고자 한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결정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아이인지를. 법원은 그리고 법은, 종교에 대해서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서는 할 수 없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 피오나는 아이가 입원한 병실을 재판 도중에 찾는다. 나도, 그리고 아이도, 피오나가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서, 수혈을 거부한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 병원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을 바꾸려고 오신 거예요? 제 생각을 바로잡으려고요?" (p.142)

 

피오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해줄게, 애덤. 난 네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고 싶단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결정을 하기엔 네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 부모님이나 장로들이 영향을 준다고도 생각하지.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네가 굉장히 영리하고 능력이 뛰어나니까 너한테 결정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 (p.143)

 

 

피오나가 아이와의 인상적인 면담을 마친 뒤로, 나는 피오나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피오나가 내리는 판결까지 읽으면서, 아, 역시 이언 매큐언 이구나, 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 이런 것이 좋은 책이로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했다.

 

이것이 좋은 책이기에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을 반드시 정의라고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종교와 법 혹은 종교와 삶에 있어서 나는 '관찰자'의 입장으로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그건 또 그 종교안에서의 그들의 선택과 삶의 문제가 아니던가. 내가 누군가를 어리석다고 말하는 건 순전히 내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닌가. 수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죽음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혀를 쯧쯧해대는 것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과 믿음을 기준으로 선택한건데. 이 판결은 얼마나 어려울 것이며, 어떻게 해야 공정할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는 이 책을 읽기전보다 확실히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유연해진 것 같다고. 결국 좋은 책이 하는 역할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가진 생각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리하여 책을 읽기전보다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일. 이런 것들을 깨닫게 해준 책이라니,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독서라는 행위가 굉장히 고맙게 느껴지는 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다뤄준 이언 매큐언을 자꾸 생각하게 됐다. 속으로 몇 번이나 아, 이언 매큐언! 한 것이다.

 

 

피오나가 더 나은 것, 더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무릇 판사의 자리에 있으면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면, 그렇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은 것일테니까. 그런 한편, 아, 나는 판사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과연 옳다고 내 스스로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과연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의심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피오나처럼 현명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거다. 피오나는 백혈병 걸린 아이에 대한 판결을 내렸고, 나는 그 판결에 수긍하며 또한 감탄했다. 그 결론을 내기까지 피오나가 그렇게 결정하기로 한 이유를 읊었을 때, 아,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인데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자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언 매큐언은 작가이고 피오나는 판사이며, 나는 여기에서 독자로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이 책의 3분의 2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 3분의 1을 어떤 이야기로 진행하려는지 몹시 궁금했던 나는, 이만큼만으로도 일단 이언 매큐언의 이름을 몇 번이나 생각했으니, 이만큼만으로도 내 생각이 조금 더 유연해진 것 같으니, 이만큼만으로도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책이다, 했으니, 그걸로 이 책의 본론은 다 끝난 게 아닐까 했다. 그러니까 남은 건 그저 뒷이야기 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물론, 나머지 부분이 뒷이야기인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 뒷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흘러가야 할 대로 흘러가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고, 결국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이언 매큐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이렇게.

 

 

아!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그래서 그랬구나, 처음에 피오나의 부부 이야기를 한 것, 오래 함께한 부부의 이야기를 한 것. 이 모두가 그래서 그랬구나. 이것은 단순히 종교와 삶 종교와 법에 대한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오래된 관계의 신의를 이야기하고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아,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하지는 말아주지 그랬어,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었다. 어떤 것들은 받아들이는 데 조금 더 힘들기도 하니까. 그렇다고해서 그게 나빠서가 아니었다. 역시 이언 매큐언은 '세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역시 이 아저씨는 센 이야기를 하는구나.

 

 

최근에 독서에 좀 심드렁해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독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몇 번이고 아, 이런 책이 좋구나, 했으니까. 그걸 이언 매큐언 아저씨가 해줬다. 좋은 소설가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다. 생각에 유연성을 더해주는 일을, 좋은 소설가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3분의 2를 지난 시점에서부터의 아이의 선택과, 피오나의 멈칫함, 그리고 오래된 남편의 옆에 있어주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마음에 남는다. 오래 남는다. 오래 남아 자꾸 생각난다.

 

 

 

 

 

신체 각부가 적절한 형태로 제자리에 달려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잔인하지 않은 깊은 애정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다는 것, 혹은 지리적으로나 사회적인 우연으로 전쟁이나 빈곤을 모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연한 행운이었다. 그리하여 선한 사람이 되기가 훨씬 쉽다는 것도.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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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5-08-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읽을 예정이라 좋아요맘 눌렀네요:) 이언 매큐언은 순백의 상태로 읽어야 함돠ㅋㅋㅋ

다락방 2015-08-31 13:3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 멘붕이라고 해야할지..뭐라고 설명해야 할지..정말 인상깊게 읽었어요, hellas님. 읽고 후기 남겨주세요!

다다 2015-08-3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리뷰도 정말 좋습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5-08-31 13:38   좋아요 0 | URL
읽고나니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추천합니다.

웽스북스 2015-08-3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 마지막 밑줄 그어놨어요. 그 외에도 밑줄 많지만! 저도 다락방님이랑 같은 날 다 읽음. 피오나의 판결문이 너무 우아하고 멋져서 진짜 감탄했어요. 이 우아한 아저씨. ㅋㅋㅋ 어제 이 책 읽고 책모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역시 텍스트가 좋아야 함께 나누는 얘기들도 좋고! ㅎㅎㅎ 역시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야. 이런 얘기를 소설로 쓰다니. 싶었어요~

다락방 2015-08-31 13:40   좋아요 0 | URL
좋죠,좋죠!! 아, 웽님과 같은 책을 읽고 같이 좋아하다니. 좋다요 ㅠㅠ
뭐랄까, 되게 인상깊어서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특히, 그 홀딱 젖은 소년이 판사를 찾아왔을 때..아아아아아아아아 뭔가 싫으면서 좋은 .......... ㅜㅜ
오랜만에 되게 집중해서 읽었어요. 다른 책으로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고요. 피오나의 판결문은 진짜 예술이었어요. ㅠㅠ 멋짐 ㅠㅠㅠ

아무개 2015-08-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읽을 예정이라 내용은 우선 패쓰!

다락방 2015-08-31 13:40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moonnight 2015-08-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 읽고 내내 생각이 났어요. 아...이언 매큐언 ㅠㅠ

다락방 2015-08-31 13:41   좋아요 0 | URL
`내내 생각이 났다`는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아직도 계속 어이쿠, 이언 매큐언, 이 아저씨야 ㅜㅜ 하는 마음이에요. ㅠㅠㅠ

뽈따구 2015-09-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하지 않은 깊은 애정˝
무척 깊이 와 닿네요.... ㅠㅠ

다락방 2015-09-01 10:52   좋아요 0 | URL
47페이지 저 구절은 정말 명문이죠. 몇 번이나 읽었어요.

블랙겟타 2015-09-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제가 구매하는 책중에 소설분야가 아무래도 비중이 제일 적은데 우연하게 이 책 리뷰를 읽고 나니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도 평소에 제가 가진 생각이 반드시 정의로운 것인지에 관해 고민하곤 했었거든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ㅎㅎ

다락방 2015-09-01 19:03   좋아요 1 | URL
전 되게 인상싶게 읽었어요, 블랙겟타님. 한 번 읽어보세요. 우아하고 인상적이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에요. 이언 매큐언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는 그런 책이요. 이야기도 흥미롭고 판사인 피오나의 판결문도 압권이랍니다. 헷 :)
 

내가 맥주를 끊었는데, 일자산 갔다오니 진짜 너무 더워서 한 병 한다. 토요일 오후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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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5-08-2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기엔 너무 맛있잖아요!!! 이 좋은 것을!!

다락방 2015-08-31 13:34   좋아요 0 | URL
더울 때는 도무지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8-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를 어떻게 끊어요!!!! 불가능ㅜㅜ; 어제 모처럼 야구장에 갔는데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야구는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_-;; 배트맨글라스랑 히치하이커오프너는 맥주랑 안성맞춤 궁합이네요^^ 심지어 호가든♥♥♥

다락방 2015-08-31 13:3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낮에 저거 한 병 마시고 그만 마셔야지 했는데, 토요일 밤에 친구들이랑 소주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벌컥벌컥 기절할 때까지 들이켜고 말았어요. 하아-

역시 배트맨글라스랑 히치하이커오프너를 알아봐주시네요, 문나잇님! ><

카스피 2015-08-2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맥주맛이 그맛이 그맛같아서 사이다와 KGB에 빠져 삽니당^^

다락방 2015-08-31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탄산 들어간 건 맥주밖에 안마셔서 사이다를 마실 일이 없네요. ㅎㅎ

카스피 2015-09-02 19:39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말하는 사이다는 칠성 사이다가 아니라 사과주(알콜도수 5%)이고 KGB는 보드카 베이스의 칵테일을 말합니다.둘다 캔에 있는데 차게 마시면 여름 더위 확 벗어나지요^^

hellas 2015-08-2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동안 술을 끊었었는데. 안마시니 인생이 재미가 없더라구요. 요즘은 간간히 즐겨요 ㅋㅋ

다락방 2015-08-31 13:35   좋아요 0 | URL
술을 끊었었다뇨! 우와- 저로서는 결심의 엄두를 내지못할 그런 일이에요!! >.<
저는 맥주를 끊는대신 소주와 양주,와인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갈겁니다,

라고 썼지만 토요일밤에 기절하게 마심요 ㅠㅠ

무스탕 2015-08-2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멀쩡한 맥주를 왜 끊습니까? 그러는거 아니에요. 올해 그 뜨거웠던 여름동안 맥주가 얼마나 큰 위로를 해 주었는데 이제 더위 가려니 끊어 내시다니요. 그러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ㅎㅎㅎ

다락방 2015-08-31 13:36   좋아요 0 | URL
그쵸? 역시 끊는건 무리겠죠? ㅎㅎ 가급적 맥주는 줄이는 걸로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끊는 건..너무 극단적 선택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5-08-30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멀쩡한 맥주를 왜 끊습니까? 그러는거 아니에요. 2
아니 이 맛있는 맥주를 끊다니요!!

다락방 2015-08-31 13:36   좋아요 0 | URL
맥주가 제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아서 끊으려고 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아아- 세상엔 어려운 일 투성이에요. 흑흑 ㅠㅠ

마태우스 2015-08-3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었다는 게 중요하지, 실제로 마시는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특히 요즘같은 더운 날엔 눈앞에 맥주가 있음 마셔줘야 합니다. 생맥주, 정말 마시고 싶네요 ㅠㅠ

다락방 2015-08-31 13:37   좋아요 0 | URL
맥주에 대한 댓글을 좌르륵 읽다보니, 아아 나는 왜 사무실에 있는가, 왜 맥주마시러 가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앞에 맥주가 아른아른하네요.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