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대한 에이바님의 좋은 리뷰 를 읽고나니, 얼마전에 읽은 소설 《남자 없는 여름》이 생각난다. 


《남자 없는 여름》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북클럽을 하는데, 이번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이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고 나온다. 주인공인 '미아'는 시창작 강사이며 글을 쓰고,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북클럽의 회원이기 때문에 독서클럽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모임에 참석한 부분을 일부 옮겨보겠다. 마침 에이바님이 리뷰에서 하빌대령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여성이 목소리를 낸 소설'이라고 한 부분에 대한 인용문이 될 것 같다. 


오스틴은 앤의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남성들이 부여한 '변심하는 여성'이 되어야 했던 이들 말이다. (에이바님의 리뷰 中)

















방에는 나를 제외하곤 75세 이하의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교사 두 명과 전업주부 세 명, 시간제로 축하 카드 속지에 들어가는 재미난 문구를 지어내는 작가 한 명은 전부 '기회의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었지만, 그 기회라는 것은 그들의 음부陰部에 심하게 좌우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났다. "학업을 계속해서 최소한 석사 학위는 따야지 하고 늘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고 돈도 충분치 않았어." 주방 식탁에 프랑스어 문법 책을 펴놓고서 입술을 달싹거리며 소리 없이 동사 변화를 외우던 엄마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빌 대령은, 아주 점잖은 태도이긴 하나, 앤의 이야기에 대한 반박으로 대포를 발사한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언급하지 않은 책은 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노래 가사와 속담들도 다 여자의 변덕에 대해서 말하지요. 하지만 어떠면 당신은 그것들을 쓴 사람이 모두 남자들이라고 말하겠군요."

"아마 그럴 거예요. 네, 맞아요. 책에 나오는 예를 인용할 필요는 없겠어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누리지 못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왔으니까요. 교육은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거의 다 남자들의 소유였어요. 펜은 남자들의 손에 있었고요. 그러니 책으로는 그 무엇도 입증할 수 없을 거예요." (제인 오스틴, 《설득》) -시리 허스트베트, 《남자 없는 여름》p.232-233



설득은 오래전에 읽었고 마지막, 외출 직전에 앤이 편지를 써서 남자에게 건넸던(아니, 남자가 여자에게 써서 건넸던가..) 장면만이 기억나는데, 위와 같은 인용문이 나온다면 다시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집에 설득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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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5-10-14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득 후반부에 있어요. 저 대화를 듣고 웬트워스가 용기를 내어 앤에게 쪽지를 건네지요. 좀 짧긴 한데... 오스틴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바라본 논문들도 있어 흥미로워요.

다락방 2015-10-15 09:50   좋아요 0 | URL
지금 읽는 설득은 과거에 읽은 설득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남자 없는 여름]을 읽으면서도 했는데 에이바님 리뷰로도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설득을 다시 만나야할 때인가 봅니다. 아...저 설득 방출했었는데.. ㅠㅠ 다시 사야겠어요 ㅠㅠ
근데 저는 양장으로 사고싶은데 에이바님은 반양장으로 리뷰를 쓰셔서.. 제가 땡투를 못하겠네요? 음..고민해봐야겠어요. 반양장으로 살지.. ㅎㅎ

blanca 2015-10-1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75세 이상의 북클럽이라니...참관하고 싶어집니다. 제인 오스틴은 정말이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주변에 제인 오스틴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

다락방 2015-10-15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인 오스틴은 북클럽을 부르는 작가인듯 해요. 제인 오스틴 북클럽 이란 책도 있을 지경이니까요. ㅎㅎ 나이든 여자들이 같은 작가의 같은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로망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우리도 오래오래 책 읽은 얘기 하면서 알라딘에서 만나요!

기억의집 2015-10-1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5세에 책속의 글들이 제대로 보일까요? 노안이 오면 글 읽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 하던데요! 75세의 북클럽 설정은 무리지 않나 싶네요. 작가 맘이겠죠!
남자들은 자신들이 얼미나 많은 혜택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죠? 그러니 여자가 사회생활에 적극적이고 진출을 많이 하니 자기가 있어야할 자릴 여자들이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김치녀 된장녀며 비하하는 거죠!

다락방 2015-10-15 09:54   좋아요 0 | URL
아마 안경을 껴도 힘들지 않을까요? ㅎㅎ 누가 읽어줘야 할지도...
나이들어서도 계속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것이 작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노년에는 몇몇 사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함께하고 싶은데, 조용조용 책 이야기 하고 싶은데, 노안으로 힘들겠죠? ㅜㅜ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혜택이 익숙한터라 그걸 혜택이라 생각할줄 모르고,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 `너네가 더 혜택받어, 여성상위시대야` 뭐 이런 소리들을 해대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남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죠. 이미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져버린 많은 여성들 역시, 여성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아- 답답할지경이죠. 애초에 자기들이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받고있는 혜택에 길들여지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2015-10-15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0-16 11:4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원래 하드커버 싫어하는데요, 문동고전은 반양장이 표지랑 너무 너덜너덜 따로 놀더라고요 ㅠㅠ 너무 약하고요...그래서 문학동네 고전만 하드커버로 사요.. 그렇지만 이번엔 반양장으로 살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그 책 두 권이나 있었는데 지금 집에 없는 이유는 뭔지... 아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