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놀라운 실상
미야구치 코지 지음, 부윤아 옮김, 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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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정신과 의사인 이 책의 저자 미야구치 코지는 소년원에서 상담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들어온 이 소년들의 아주 많은 경우가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된다. 아이들에게 원형의 케이크를 그려주고 '자 이걸 세 명이서 똑같이 나누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물어보았는데, 제대로 자르는 아이들이 없었던 거다.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소년인데 위의 그림 두 개처럼 균등한 삼인분을 해낼 수 없었던 것.


밑에 그림 두 개는 '다섯명이 나눠 먹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소년들이 그린 그림이다. 동그란 원을 세개(벤츠 마크처럼)로 나누는 걸 생각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숫자 계산 능력도 떨어지고 글을 읽는 능력도 서툴렀다. 하나의 원을 세 개로 나누는게 부족한 아이들, 즉 인지 부족인 아이들은, 그래서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생각하지를 못했다. 돈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남의 것을 훔친다는 답도 그냥 나오는 거다. 이런 아이들에게 '너희가 저지른 것은 범죄다'라고 말을 하며 혼내고 반성문을 쓰라 하고 혹은 소년원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도,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반복된다. 공평하게 나눈다는 개념 자체가 없고 남을 해치면 안된다는 인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년원에 잇는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은 '그냥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거다. 그 다음 과정 '그러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까지 나아가지를 못하는 거다.


다만 이렇게 자른사람이 강도, 강간, 살인 등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 비행 소년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 연령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는 지금까지의 교정 교육을시행해봤자 대부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케이크를 제대로 나눌 수없는 소년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했을지,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특별한 배려를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비행을 저지르고, 마지막으로 도달한 소년원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비행에 대한 반성만 끊임없이 강요받았다는 점‘이었다. -p.58 



나는 최근에 범죄자는 무식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노라면 정말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일 때 지적 능력이 떨어지면 자꾸 선생님에게 혼나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성적도 제대로 안나오고 그런 상태로 그 다음의 학습 자체가 가능해지지 않는 거다. 게다가 아이큐가 현저히 떨어지는 지적장애가 아닌 지적 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아이의 잘못이 조금 낮은 아이큐 때문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 그 아이들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렇게 소년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많은 의사와 상담선생님들이 상담한 후에 발견되는 거다. 



미야구치 코지는 이미 범죄와 지적능력 부족의 연관성을 파악한 박사들이나 교수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그 뒤를 따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미 유명한 뇌의 일정부분 손상에 따른 범죄에 대한 사례도 들려준다. 그래, 미야구치 코지가 하는 말은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지 능력을 포함한 지적 능력이 부족하면 내 기분과 욕망만 들여다보게 되고 학습능력도 사회성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아이들이 그 상태로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학습능력이 저절로 좋아질 리도 없고 인지가 발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어릴 때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린 시절 시간을 많이 보내는 부모님의 관심이 필요하고 그리고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지금이야 매 학습 시간에 인지 능력 훈련을 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해도, 미야구치 코지는 자신의 책에서 매일 수업 시작하기 전 조회시간 5분만 투자해서 아이들에게 인지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범죄가 인지 부족을 포함하는 지적장애로부터 온다는 것은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고, 그걸 알았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범죄와 또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 인지능력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적합한 방법이다. 그것만이 답이라고 나 역시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무식함(생각하지 못함)은 악으로 연결된다'는 그러니까 정말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현상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것을 교육할 수 있고 그렇게 세상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에 오분씩, 저자도 언급하지만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확실히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몰라서' 혹은 '부족해서'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갑자기 책을 읽던 내가 튕겨져 나온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학습도 사회성도 부족한 아이들은 따돌림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 따돌림에 대한 현상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가 벌어지는 거다. 인지 능력 부족이 벌어지는데 그것이 왜 아동대상 성범죄로 이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범죄의 피해자는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서 내가 갈 곳을 잃는 거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세상을 왜곡되게 보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만큼의 사고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그 많은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성인 포르노를 보고 저지르기도 하지만 왕따를 당해서 저질렀다고 답하는 데에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들이 성범죄 가해자가 된다고, 가해자들의 말을 빌어 얘기하는 지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부분에 대해 뇌의 어떤 특정부분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에 대해서도 가설을 세우고 있다. 실제 범죄자들 중에는 뇌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해서라면 역시 가해자의 무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 아,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저자 역시 



아무리 범인이 뇌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심각하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p.225)



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재차 인지 기능 트레이닝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감수자 역시 책의 중간 중간 인지 기능 트레이닝과 그걸 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고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그러다가 자꾸 '몰라서 저질러진 범죄'의 피해자는 도대체 어쩌라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그걸 방지하자고 우리가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교육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그걸 맞다고 듣고 있다가도 자꾸만 억울해지는 거다. 



아래에 밑줄긋기도 했지만, 전두엽의 손상이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더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미야구치 코지가 보여주는 인지 기능 트레이닝은 분명 필요한데,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 과정중에 반드시 포함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이고 나는 읽은 것일테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없어요. 그런데 일주일 후까지 10만 엔(약 110만 원)을 준비해야만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으니 생각해보세요."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다‘는 말이 나왔으니 친척에게 빌린다, 소액 대출을 받는다, 훔친다, 남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다, 은행을 턴다와 같은 대답이 나온다. (친척 등에게)빌린다‘는 선택지와 ‘훔친다‘는 선택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나오는 것이다. ‘훔치는 것‘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되면 나중에 심각한 상황을 겪을 수 있고, 무엇보다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유추할 수 있는 예측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헤아려 계획을 세우는 힘이 약하면, 즉 실행 기능이 약하면 과정이 더 간단해 보이는
‘훔친다‘ ‘속여서 빼앗는다‘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 P61

세상에는 "어쩌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사건이 많은데,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앞뒤를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라는 문제가 숨어 있다. 비행 소년들 중에도 이렇게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힘이 약해서 과정이 간단해 보이는 방법을 택해 나쁜 짓을 저지른 소년들이 많았다. - P61

성인 영상물로부터 영향을 받은 케이스도 많다. 발달 장애가 있는 청년에게서도 가끔 듣는 건데, 성인영상물을 보면 처음에는 싫어하던 여자가 나중에는 좋아하는 장면이나오는데 그걸 보고는 "사실 강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고 자신의 범죄 이유를 말하는 소년도 있었다. - P70

하지만 소년원 등 교정 시설에 있는 지적 장애 및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지원책은 아직 미흡한 형편입니다. 2010년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를 중심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82명의 성폭력 가해 청소년의 지능을 검사한 결과 26.5퍼센트에 해당하는 19명이 지적 장애(IQ 69 이하 4명)이거나 경계선 지능(IQ 70~79에 해당 15명)에 해당하는 지적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전국 10개 소년원에 있는총 1018명의 보호 소년 중 정신 질환, 품행장애(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등으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보호 소년은 230명으로전체 인원 대비 22.6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 중 37퍼센트가지적 장애 및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감수자 노트 中) - P138

이에 한국에서도 보호 소년에 대한 약물 치료 및 심리 치료등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의료 보호 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현재 각 시설에 속속 부설 의원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인지 기능을 보완하여 이들의 잠재적 기능을 높임으로써 도덕의식 회복 및 바른 삶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갖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감수자 노트 中) - P138

일반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소년은 유소년기에 성적 학대 같은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내가 만난 성범죄 소년들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성적피해를 당했다고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집단 따돌림 쪽 피해가 더 많았다. 95퍼센트 정도가 심한 따돌림을 당하다가 그 스트레스로 유아를 상대로 일을 저지른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에게 분명한 장애가 있었다면 주위 사람들이 알아보고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어떤 지원을 해주었을 가능성이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잊혀지고 ‘경도‘라는 이유로 방치된다. 그 상태로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인간관계가 서툴러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따돌림을 당할 위험이 높아지고,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면 이번에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찾아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야말로 피해자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도 있는 상황이다. - P160

1966년,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이 죽고 32명이 다친 것이다. 용의자는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던 찰스 휘트먼(Charles Whitman)이었다. 그는 사건을 벌이기 전날 편지를 썼다. 거기에는 공포와 폭력적 충동에 시달리며 심한 두통을 앓았던 것과 자신이 죽고 나면 시신을 해부해서 어떤 신체적 질환이 있었는지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뇌의 심부에 호두알 크기의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이에 폭력적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현재도 논의되고 있지만, 뇌종양이 폭력적 충동 행위를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형수 다쿠마마모루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것도 단순한 우연일까? - P221

뇌 기능, 특히 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반사회적 행동의 연관성을 알아졸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사례다. 1800년대 미국의 철도 공사 현장 감독으로 일하던 스물다섯 갈의 피니어스 게이지는 유능하고 인망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1848년 9월의 어느 날, 불의의 화약 폭발 사고로 쇠막대가 왼쪽 눈 밑에서 정수리(전두엽)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왼쪽눈은 손상되었지만, 다행히 부상은 빠르게 회복되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이후로 12년을 더 살았다.
하지만 게이지의 인격은 완전히 변했다. 제멋대로고 예의를 모르며 때때로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동료에게 경의를 표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집요할 정도로 완고하며 장래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 P221

그가 죽은 후그의 두개골과 쇠막대는 미국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 대학의 워렌 해부학 박물관에 안치되었다.
100여 년이 지나고 1994년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가 보관되어 있는 게이지의 두개골과 표준적인 사람의 뇌 MRI 영상을 비교해본 결과, 좌우의 전전두엽˚이 손상되었고, 그로 인해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감정 장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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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2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어린 시절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좀 놀랍네요. 어렸을 때 성적학대를 받은 사람에게 이런 범죄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저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래도 좀 이해가 가는데, 피해자가 범죄자가 된 경우에 새로운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아요. 누가 보상해줄 수 없는 문제이구요. 중대한 사건이라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지만, 최근에도 심신미약 혹은 술에 취한 상태를 이유로 감형이 되기도 해서요. 범죄자라면 누구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이런 변명을 가져올 수 있겠네요. 이런저런 강박 증세 하나 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요?ㅠㅠ

다락방 2022-10-31 09:18   좋아요 2 | URL
왜 따돌림이 성범죄로 나타나는지 저는 이 책을 읽었으면서도 그건 잘 이해가 안돼요. 따돌림은 자기 통제의 밖에 있었고 아동 대상 성범죄는 그러나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주체가 되기 때문일까요? 저자는 신중하지만 저는 자꾸만 ‘몰라서‘ 저지른 가해에 대해 피해자들은 그렇다면 어째야하나 생각하게 되어서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역시 사실이라서 이걸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일단 어릴 때부터 인지교육을 한다면 예방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은 분명해 보이고요, 케이크를 똑같은 3등분으로 나눌 수 없는, 그런식의 사고(인지)가 안되는 사람이 다른 사회적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걸 생각하면 역시 교육이 답이다 싶고 그러다가 또 답답해지고 그럽니다 ㅠㅠ

blanca 2022-10-28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읽어볼게요. 관심 있는 분야예요.

다락방 2022-10-31 09:19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꼭 읽어주세요. 이 책은 블랑카 님이 읽으신다면 정말 아주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아요!

mini74 2022-10-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코패스의 뇌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글 읽었던 기억납니다. 뇌기능의 이상에 대해 연구해서, 예방하고 교육이 필요하지만 면죄부가 되는 것엔 다락방님 말씀처럼 피해자들 억울할거 같아요. 지금도 자주 꺼내는 변호사들의 카드란 생각도 들고요. 4명 살해한 애가 부자병?이라 우기고 2년만에 출소한게 제일 어이없었던거 같아요.

다락방 2022-10-31 09:20   좋아요 1 | URL
뇌 기능이 이상해서 저지른 것은 악의를 가지고 저지른게 아니니 감형을 해준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러나 그 사람의 뇌 기능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한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너무 큰 거잖아요. 그렇다면 감형이 정말 옳은 일인가 싶고요. 이 책의 저자는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그렇게 이미 죄를 저지르고 온 자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미 어른이 된 사람에게 그 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고.. 여러가지로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의 인지 교육은 반드시 더해져야 할 것 같아요.

달자 2024-04-1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높은 확률로 다락방님이 이미 그 책을 읽으시고 후기까지 친히 남겨주시니 .....!!다락방님은 제 독서 나침판같은 분이십니다...!!!

다락방 2024-04-12 21:56   좋아요 1 | URL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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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님, 좀 짱인 듯!
어떻게 과거의 괴로운 시절로 돌아가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넣었을까. 특히나 그 괴로운 현실에 안주하기가 얼마나 쉬운지(심지어 감사할 수도 있어!)까지 보여주는데 감탄해버림.
옥타비아 버틀러 다 찾아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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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27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 유발자 루퍼스.........으윽....

다락방 2022-10-27 16:15   좋아요 1 | URL
권력을 가지고 사랑을 제대로 하기는 남자들에게 너무 어려운가 봅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새끼들..

잠자냥 2022-10-27 16:21   좋아요 1 | URL
안광이 또 빛나고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7:47   좋아요 1 | URL
그것참 시도 때도 없이 빛나버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리>는 마지막에 읽으시는게 좋을듯요.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작가 맞나싶게 세계관 납득이 안가요. ㅠㅠ

다락방 2022-10-28 07:34   좋아요 0 | URL
어엇... 어떤 세계관이길래....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그렇지만 일단 다음 책은 <블러드 차일드>로 찜해두고 있습니다. 후훗.

등대지기 2022-10-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옥타비아 버틀러 너무 좋아해요!!!!! ☺ 좀 짱이라는 말 공감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10-28 07:35   좋아요 0 | URL
다음은 블러드 차일드 읽어볼 참입니다. 아니, 저 아직 한 권 읽었지만 작가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10-28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 좋아해요. 일단 이름에서 ㅋㅋㅋㅋㅋ 이름부터 카리스마 작렬. 옥타비아 버틀러 ㅋㅋㅋㅋㅋ 어머 이를 어째!!
다른 책들 리뷰도 기다릴게요. 전 두 권 읽은 후 휴지기 ㅠㅠㅠ

다락방 2022-10-28 12:37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사둔지는 진짜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그리고 옥타비아 버틀러가 유명한 이유를 이 책 한 권으로 다 파악했습니다. 너무 대단한 분이십니다. 이제 <블러드 차일드>에 도전할 계획인데요, 그러면 빌레뜨는.. 언제 읽죠? 돌아버리겠네요... 맨스필드 파크는요? ㅜㅜ 그리고 저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읽었더니 뇌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책들을 보고 싶어지는...

살려주세요, 단발머리님 ㅠㅠ

(아직 미 비포 유 못읽은 사람)
 
어제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차 불렀고 나는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거나 다른 부서에서 나를 찾으면 또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대응하는 순간들에 나는 답을 찾거나 혹은 짜증을 내거나 하면서, 어쨌거나 그 순간만큼은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혼자 걷는 그 길에서 또 눈물이 주루룩 나와서, 아, 나 집에 있었으면 안됐겠구나 했다. 집에 있었다면 쉼 없이 내 눈앞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을 것이고, 나는 계속 그 장면들에 따른 생각을 했겠구나. 와,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일은 평소대로 짜증나고 빡치고 힘들었는데,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예상 외로 일이 도움이 되었어. 이건 일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일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일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그제밤에 잠들기 전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잘 이겨낼 것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그런데 그게 될까, 나는 억지로 이겨내려다가 탈이 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이 일로 인해서 바닥으로 가라앉기만 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내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건 나를 압박하는 건가 했다. 나는 괜찮아질까 괜찮아야 해 그런데 안괜찮으면 어떡하지 아냐 나는 강한 사람이야 나는 뭐든 스스로 극복해낼 힘을 가지고 있지 라고 오락가락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의심하고 답을 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건, 일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일이 나를 도왔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일이 나를 돕는다는 걸 또 내가 깨닫고 있어. 그것은 내게 정말로 큰 위안이 되었다. 일이 나를 돕고, 일이 나를 돕는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는 것. 나는 내가 나를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돕고 있었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나를 돕고 있었어. 



집에 가서는 저녁을 먹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었다. 도배로 어질러진 집을 조금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좀 옮기고, 그리고 빼두었던 앨범들을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제자리에 꽂는 과정에서 겉표지가 낡아서 찢어져버린 국민학교 졸업앨범을 보았다. 그렇다. 초등학교 아니라 국민학교. 맨 앞장에 교장선생님 얼굴이 보였다. 아, 그래 기억난다. 길에서 보면 못알아보겠지만 그 때 이 교장 선생님이었지. 이게 벌써 얼마전이야, 하고 앨범을 넘겼다. 아무래도 6년을 다니다보니 다른 반 아이들 중에도 아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그래, 얘도 알고 얘도 알고... 하다가 내가 있는 반을 열었다. 첫장은 남자애들이었고 뒷장이 여자애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나를 찾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나를 찾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어차피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이 사진만으로 아무도 지금의 나를 알아볼 수 없을 터라 올려둔다.





이게 국민학교 6학년 졸업사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백이 세월을 말해주고 흑백이 내 연령을 짐작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보고 너무 웃겨서 엄마 보여주면서 엄마 이것봐, 했다. 엄마도 같이 웃었다. 세상에, 엄청나게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는데 딱 나 같고 또 나 같지 않기도 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지금은 저기에서 많은게 아주 많은게 변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적지 않기로 하겠다. 그것은 슬픔의 새드니스로 향하기에..... 이거 보고 누구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 어린 시절의 나야.. 너에게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준다고 말해준다면 너는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거 아니, 너는 시간이 흘러 어느 지점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어른의 너에게 갑자기 웃음을 준단다. 너는 너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아이란다. 내가 나를 웃게 했다! 아무튼 세상 다 뽀개버릴 작정을 먹은 똑순이 같구나. 실제로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은 나를 똑순이라고 불렀다. 몇학년 때였지, 책 잘 읽는다고 선생님이 나한테 자꾸 일어나서 책 읽는 거 시키기도 했다.



이 똘똘하고 야무진 국민학교 시절의 내 사진은, 어제 나의 글에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려고 했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바칩니다. 반사는 받지 않습니다.



이만 총총.




덧. 맨 위에 올려둔 책은 페이퍼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냥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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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27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 반사하려고 들어왔더니 안 받는다네! 반사반사반사무조건반사! 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화제의 서재글에 지금 이 사진이 메인에 똭~ 올라온 거 알아요? 남들 서재에는 책 사진 올라와있는데,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어린이는 자라서 부장님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녀석 당차게 생겼네.

다락방 2022-10-27 10:02   좋아요 2 | URL
악!! 화제의 서재글 생각을 못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 저 지금 잠자냥 님 댓글 보고 화제의 서재글 봤다가 너무 놀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밥통아 어째 이래버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이는 미처 몰랐습니다. 나중에 ‘부장님‘같은게 될 줄은.. 미스코리아 되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거 할 줄 알았건만.... =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2-10-27 10:43   좋아요 1 | URL
화제의 서재글 노린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저 화면 캡쳐해서 트이타에 올리고 싶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0:44   좋아요 1 | URL
ㅋㅋ 저 이미 저 사진은 트위터에 올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할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화제의 서재글은 정말 엄청 뻘쭘하네요. 뭔가 저기에 저거 있지 않게 책을 한 권 부랴부랴 찾아 넣어야겠어요. 뭘 넣지?

다락방 2022-10-27 10:48   좋아요 1 | URL
저 책 넣었는데 화제의 서재글 왜 안바뀌죠? 나갔다 다시 들어와봐야겠다.

(잠시후) 바뀌었다!!!!!

잠자냥 2022-10-27 11:03   좋아요 2 | URL
아 엄한 책 사진 넣은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은 이미 캡쳐해뒀으니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땡스투 단돈 100원에 보내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 2022-10-27 13:30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 파워 오브 노동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을 믿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10-27 16:49   좋아요 0 | URL
예에에에~~~~~!!!!! 😫😫😫 노동노투더동!!

프레이야 2022-10-27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똑순이 락방 님. 야무락져 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사진 릴레이붐이 일어날지도요 ㅎㅎㅎ 읽다가 빵터져가지고 커피 뿜을 뻔했어요. 진짜 왜 남자애들 먼저 여자애들은 뒤에 이랬는지 참 ㅠㅠ

다락방 2022-10-27 14:56   좋아요 0 | URL
지금 이 나이 되어 저 어릴 적의 사진을 보니 낯설더라고요. 오, 나다! 하면서도 그런데 난가? 싶고요. 어릴적에 똘똘하고 야무져 보였건만 지금은 왜 어째서... 이런 생각도 했고요. 하핫.

독서괭 2022-10-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사할 줄 어떻게 미리 알고 거절부터 ㅋㅋㅋㅋ
힘들 때 일하는 게 도움이 돼죠! 한없이 땅파고 들어가지 않게 해주니까요. 락방님 똑순이 사진에 저도 웃고 갑니당 ㅎㅎㅎ 아무책이나 넣은 것도 넘 웃겨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1 | URL
일이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좋았어요. 이로써 우울로 침잠하려고 할 때 저를 구할 방법을 하나 더 알아낸 것 같아요. 어떤 우울함을 맞닥뜨린다면 일이 도움이 된다!
독서괭 님, 노동의 힘을 믿습니까!!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0-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똑순이 닮았네요?ㅋㅋㅋ
와...저 카리스마 눈빛과 야무진 입!!!
이후 모습은 가히 상상해 볼 순 없지만, 저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 있겠죠??^^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출근해서 무언가에 몰두하시는 모습!!! 정말 현명하신 판단!!! 반사 받지 않겠다는 말씀도 역시 부장님 답다!! 그러면서 엄숙하게 좋아요! 눌렀는데..... 전 잠자냥님 댓글에 커피 뿜을 뻔했네요ㅋㅋㅋ
알라딘 서재 화제글에 증명 사진이 올라갔나요??ㅋㅋㅋㅋ
개구쟁이 잠냥님!!ㅋㅋㅋ
근데 좀 궁금하긴 합니다.
다들 근엄한 책 이미지 속에서 저 야무진 눈빛의 어린이 사진이 딱!!! 건재하고 있던 그 시각 모습!!!
가히 상상은 되옵니다만, 상상하니 웃기네요ㅋㅋ 아무 책은 더 웃김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8   좋아요 1 | URL
제가 사진 하나 떠억- 하니 올릴 때만 해도 화제의 서재글에 제 사진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가지고 완전 당황스러웠어요 ㅋㅋㅋㅋ 부랴부랴 노동의 힘!! 책을 넣었습니다. ㅋㅋ
이상 똑순이 과거를 가진 안똑순이 어른 다락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7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어릴때부터 표정이 카리스마가.... ^^
일상의 힘이 정말 세죠. 그래서 지극한 슬픔을 겪어도 우리들은 살아갈수 있는거같아요. 힘내서 화이팅하며 오늘은 오늘의 일을.^^

다락방 2022-10-27 14:59   좋아요 1 | URL
친구가 어제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해답이었어요, 바람돌이 님. 제가 가진 루틴 그대로를 해내는 것, 그것이 제 일상의 회복을 돕네요.
저도 저 표정 보고 아니, 어린 아이 표정이 이거 어쩐 일이야, 애가 예사롭지 않군!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사진이 딱이네요. 사진이랑 책은 잠자냥님 말씀처럼 엄한 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저도 한바탕 웃고 갑니다. 사진 속의 이런 똘똘함이라는 거는, 쉽사리 없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평생을 똘똘하게 사신 다락방님 칭찬합니다.

다락방 2022-10-27 15:00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보니까 완전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는데 지금은 왜이렇게 멍청하고 게으르고 ... 하아- 왜 저대로 크지 못했을까요? 지금도 저때처럼 똘똘하고 야무지다면 좋을텐데요. 지금은 정말이지 아주 많은게 달라졌네요. 절 이렇게 만든건 시간이란 몹쓸 놈....이겠죠? 아니면.... 식욕이 그런 것인가.....

아무튼 단발머리 님의 칭찬은 가슴에 담겠습니다. 충! 성!

blanca 2022-10-27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광이 탁월합니다. 예사롭지 않아요. ^^

잠자냥 2022-10-27 16:09   좋아요 0 | URL
안광에서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6:14   좋아요 0 | URL
안광(!)이 탁월한 저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라딘 중독자가 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27 16:21   좋아요 0 | URL
오늘은 무슨 책을 살까 *희번덕*

2022-10-2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10-27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똑순이 아는 분들은 나이가 어떻게…..????

다락방 2022-10-28 07:35   좋아요 1 | URL
저 올해 스물넷입니다!(아니 나 둘이었나요? 스물이었나??)

잠자냥 2022-10-28 16:42   좋아요 0 | URL
늙으면 자기 나이도 잘 모른다던데….
 

어제.


집에 수리 및 도배를 해야 했고 그 일로 엄마가 몹시 힘드셨을 거라 퇴근 후 엄마를 불러 외식을 했다. 엄마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내가 가고 싶었던 식당이 생겼어. 탄탄면 먹으러 가자. 나는 퇴근후 백화점에서 엄마를 만나 12층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로 갔다. 탄탄면과 마파두부밥과 소룡포 그리고 소주를 시켜서 엄마랑 함께 맛있게 먹었다. 탄탄면 먹으러 갈 데가 별로 없었는데 가까운데 생겨서 좋네, 그런 얘기도 했고 아빠의 회복에 대한 얘기도 했다. 다 먹고 계산을 한 후 엄마랑 화장실에 들렀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2층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와 백화점 바깥으로 나갔다. 엄마 집까지 슬슬 걸어가자 소화시킬 겸, 그리고 가는 길에 이마트 들러서 키오스크로 상품권좀 교환하자, 그러면서 걸었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중이신 아빠랑 통화를 시작하셨고 나는 그런 엄마보다 두 걸음쯤 앞서 걸었다. 그런데 저기 앞에 불빛이 환하게 보였다. 저 불빛은.. 뭐지? 하는데, 아니, 그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라는 걸 이내 알게 되었고, 내가 그걸 알게된 이유는 자동차 한 대가 차도에서 인도로 돌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헤드라이트를 본 건 그 차가 내가 있는 인도 쪽을 향했기 때문이고. 차가 달리고 있다는 걸 안 순간 나는 얼른 뒤를 돌아 엄마를 붙잡고 "도망쳐!"라고 말했다.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나랑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고 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저 차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내 쿵 소리가 났고 두려운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인도로 뛰어든 차는 옷가게를 들이박고 멈춰 있었다. 차의 앞부분 중간쯤이 가게에 박혔으니 당연하게도 가게는 다 박살이 나 있었다. 길거리에 유리파편이 널려 있었다. 나는 얼른 그 자리에서 119에 신고를 했다.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하고 내가 본 상황을 말했다.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은 내게 사람이 다쳤냐고 물었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는 동안 그리고 끊고 나서도 보았을 때는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흰머리가 조금 있는 차의 남자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는데 어디 불편해 보이지도 않았다. 가게 안에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나봐, 하면서 가까이 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고 차 근처에 두어명이 차 밑을 보다가 사람이 있다고 꺼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들어 올려야 한다고. 나는 얼른 달려갔다. 엄마는 나를 붙잡고 가까이 가지 말라 말리셨는데, 사람이 밑에 있다잖아! 하고는 달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들어 올렸다. 올리면서도 올려질까 의심했고 그런데 올려야한다 생각했다. 여러명이 차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밑에 깔린 사람을 꺼내려던 사람들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했다. 그리고 이제 됐다고 해서 차를 놓았을 때 차 밑에서 꺼낸 사람은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피를 바닥에 흘리고 있었고 숨을 헐떡이는 것 같았다. 살아있어, 살아있어. 나는 얼른 119에 전화했다. 부상자가 있다고 알려야 했다. 그런데 내가 119에 전화를 하자 동일건으로 신고 전화를 한 거라면 끊으라는 안내 메세지가 나왔다.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 걸 보니 사람들이 죄다 전화를 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 내 옆의 어떤 여자분과 통화가 된 것 같았다. 그 분은 전화의 상대방에게 규칙적으로 헐떡이시는 것 같다, 엎드려 있다, 여자분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 차리세요, 제 말 들리세요, 쓰러져있는 분께 말을 걸었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고 옆에 떨어진 가방을 뒤졌는데 거기에선 핸드폰이 나오지 않앗다. 구급대원들이 바로 도착했고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기척이 없었다. 아 어떡해 어떡해, 그렇게 엄마가 계신 곳으로 갔는데, 우리가 차를 들어올렸던 그 자리로 천장에서 커다란 유리가 조각나며 떨어졌다. 아마도 차가 박을 때 금이 갔다가 지금 떨어진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고, 나는 방금 내가 거기 있다 온 터라 다시 한 번 놀랐다. 구급대원들은 부상자를 저 쪽으로 옮겨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엄마는 사는 거, 저 사람 살아있다는 거 보고 가고 싶어, 라고 하셔서 한참 거기 있었지만 내내 심폐소생술 하는 것만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여러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인도로 향하는 차를 보는 순간 도망치면서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찰나의 그 두려운 감정, 차를 들어올리고 그 밑에서 피 흘리던 부상자를 꺼냈을 때의 그 주저앉을 것 같았던 두려운 감정. 이런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우리가 화장실에 들르지 않았다면,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그렇게 1,2분만 앞서 나왔다면, 돌진하는 차에 내가 부딪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쓰러져 있는 부상자를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났었다. 저 사람 어떡해, 엄마, 저 사람 어떡해, 저 사람 가족들은 어떡해, 이럴 줄 몰랐을텐데 어떡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들까지. 그리고 천장에서 쏟아지던 유리를 내가 간발의 차이로 피했던 것까지. 이런것들이 휘몰아쳤다. 중간에 엄마와 전화를 끊었던 아빠는 무슨 일이냐 다시 전화를 걸어오셨고 나는 동생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여동생은 언니, 청심환 먹고 자, 그리고 한바탕 울어, 라고 했는데, 동생들과 전화를 끊고 여동생이 메세지로 그걸 내게 전한 순간, 엄마는 내게 "너 청심환 사줄까?" 하셨다. 나는 응, 먹어야될것 같아, 라고 말하고 그걸 신호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길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자꾸 생각나, 인도로 뛰어들던 차의 불빛이 자꾸 생각나, 차를 들어올렸을 때 그 밑에서 사람을 꺼냈던 게 자꾸 생각나, 이러면서 울었다. 엄마는 걷다가 나온 약국에 들러 내게 청심환을 사주셨다.



집에 돌아오니 머리도 아픈 것 같고 뱃속 가득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맥이 풀렸다. 청심환 먹었으니 괜찮겠지, 아빠는 너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오셨고 여동생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왔다.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야지. 엄마는 내게 수면제를 먹겠냐 물으셨고, 청심환을 먹은 마당에 수면제까지 먹으면 안될 것 같아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았고 머릿속에 반복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우리가 차를 들어올리던 장면, 엄마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울지 않는데 눈물이 자꾸 흘렀다. 나는 안우는데 왜 눈물이 나오고 있지. 그리고 밤새 잠을 설쳤다.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랑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다리면서, 엄마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아무리 신호를 잘지켜도 인도로 돌진하는 차가 있으면 사고가 나는 건데,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다 부질없네. 나는 이렇게 허무주의자가 되는걸까, 생각했다.

알고 보니 부상자는 자전거를 타고 그 가게 앞을 지나던 터였다. 나중에야 흩어진 파편들 중에 자전거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저 사람, 저렇게 자전거 타고 가던 사람, 저 사람은 인도로 돌진한 차에 치어 부상을 입을 줄 알았을까. 가족들은 집에서 기다리다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울까.

잠을 한숨도 못자고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느껴야 했다.

나 괜찮을까? 나는 괜찮은걸까? 이게 나를 지배하게 될까? 나는 내가 잘 때 곧잘 하던 가슴 쓸기를 했다. 손바닥을 펴고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런데 뭐가 괜찮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은 집에 돌아오면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심환 처음 먹어본 거였는데 나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된 것 같아. 신경안정제 한 알 먹고 자자. 사실은 아침부터 먹고 싶었지만 그걸 먹으면 졸린 터라 먹을 수 없었다. 회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사람 사망했대, 라고 엄마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어떡해 엄마, 어떡해. 그 사람 살려야 돼서 차를 들어올렸는데.. 살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그 사람 어떡해.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을텐데 어떡해.


엄마랑 전화를 끊고 나자 그 사람을 차에서 꺼내지 말아야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었던가 아니면 방송이었던가, 사고난 그대로 사람을 두는게 더 나빠지는 걸 방지한다는 걸 본 것 같은데, 만약 차 밑에서 꺼내지 않았다면 살았을까? 잘못한걸까?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단독]천호역서 SUV차량 상가로 돌진…1명 사망·2명 부상 - 노컷뉴스 (nocutnews.co.kr)




오늘 아침, 친구에게 문자로 이 소식을 알렸다. 친구야, 나 괜찮은걸까?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난 후 너는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조금만 슬퍼해도 될 것 같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런데도 자꾸 울지않는데 눈물이 난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질까. 도망치라고 말하던 일과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과, 차를 들어올리던 일과, 그 밑에서 피 흘리던 사람이 나왔던 일을 생각하며 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람 어떡해, 어떡해, 안타까워하던 그 마음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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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나를 웃게 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10-27 08:55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
 
 
청아 2022-10-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ㅠ.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 분...아...다락방님도 어머님도 큰 위기를
넘기셨네요. 요즘 이런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것 같아요.
어제 졸음운전으로 소년들이 차에 치인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다락방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읽으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ㅠ

PersonaSchatten 2022-10-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도 안국동에서 아이가 치여서 날아간 걸 보고 나서 내내 고통스러워 했었어요. 다락방님도 어머님께서도 한동안 오랫동안 고통스러우시겠지요. ㅠㅠ 에고. ㅠㅠ 자전거에 깔려 넘어지는 걸로도 아픈데 그분은 얼마나 힘드시다 가셨을까요.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잠자냥 2022-10-26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여러 가지로 안타깝고 심란한 일입니다.
글 읽는 내내 그 사고 당한 분이 무사하길 바랐는데..... 에휴.
제가 다락방 님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얼른 잊으라는 말씀은 섣불리 못 드릴 거 같고, 따뜻한 음식 드시면서 다른 생각을 하도록 애쓰는 수밖엔 없을 것 같아요.
인생 참 허무하죠. 저도 가끔 자전거 탈 때나 인도를 걸어가다가도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저쪽 차량에서 졸음운전, 음주운전 또는 운전 미숙/자동차 결함으로 내게 돌진해온다면 아무 소용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그래도 또 살아가야하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두 가지 메뉴 드세요~ 따뜻한 것으로.

따라쟁이 2022-10-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을 위한 기도에 오늘은 다락방님과 어머님의 깊고 다정한 수면을 더해 기도할게요.

단발머리 2022-10-2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다락방님과 어머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다락방님... 병원 아니더라도 회사 근처 약국이라도 가서 이야기하고 약을 타면 어떨까 싶어요. 저도 우황청심환 생각했는데 그게 효과가 없으시면... 그거 아닌 다른 약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인생이 허무하다는 거,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너무 안타깝네요. 그 분도 안타깝고 또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그렇고요.
밥 꼭 챙겨드시고요. 잠을 많이 잘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회사이실테니... 얼른 저녁 시간되기를 ㅠㅠㅠ

쎄인트 2022-10-2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어요...당분간 종종 그 현장이 생각나서 힘드시겠습니다. 결국 그 여자분은 운명하셨군요...ㅠㅠㅠㅠ

수이 2022-10-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기억은 가급적 잊도록 애쓰는 게 좋아요. 생각날 거 같으면 다른 거 하면서 빨리 잊어요. 락방님

그레이스 2022-10-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그 상황이 그려져서 힘든데, 다락방님 ....ㅠ

독서괭 2022-10-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예요. 정말 큰 사고가 있었네요.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 얼마나 충격이 크실지..
그래도 다락방님을 비롯해 달려가 힘을 합쳐 차를 들어올린 사람들, 한마음으로 119에 전화하고 그 사람이 무사하기를 빌었던 사람들, 사망 소식에 슬픔과 안타까움에 괴로워할 사람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 2022-10-2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이 물리적으로 다치시진 않으셨더라도 분명히 충격이 크셨을 거같고 몸 살살 잘 달래서 평안해지시길 바라요. 너무 놀라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기지 발휘하셔서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서 조처취하신 것 같구… 인생은 정말 예측불허이지만, 또 하루가 일이 있다는 글도 울림이 크고요. 그리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눈 앞에서 겪으시다니요..많이 놀라셨겠어요..
약을 드시더라도 잘 주무시고 잘 드시도록 하시고요.
돌아가셨다는 분 소식 들으니 인생 한순간이구나 또 생각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파랑 2022-10-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 큰일을 목격하셨네요 ㅜㅜ 앞으로도 정신적 후유증이 있으실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ㅜㅜ 안잊혀질거 같긴한데 잘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ㅜㅜ

건수하 2022-10-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많이 놀라셨죠.. 어머님과 다락방님이 피하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전 그냥 토닥토닥햐드릴게요.

거리의화가 2022-10-2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썼다 지우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다락방님 어쨌든... 쉽지는 않겠지만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시면 좋겠어요. 고인의 명복을 저도 같이 빌겠습니다.

blanca 2022-10-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저는 읽다가 중간에 다락방님 꿈 이야기인가 그랬어요. 아우, 어떡해요. 너무 안타까운 사고네요. 다락방님도 마음이 힘드실 것 같고요. 아, 그 사람 생각하니 아...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람돌이 2022-10-2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분은 정말 큰일이 나버렸고.... 그걸 모두 현장에서 보셨으니 한동안 많이 힘드실듯요. 이런 일은 그냥 자동반사로 문득문득 떠올라서 사람을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어머님이랑 다락방님 무사하신거 다행이라 생각하시고 오늘 하루가 다 선물이구나 나는 나 하고싶은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행동 이런거 미루지 말고 살아야겟다 그런 생각하면서 살아가는거 같아요.

테레사 2022-10-2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가슴이 철렁하네요...정말 큰일을 겪으셨습니다...ㅜㅜ아이고 참..

dollC 2022-10-2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은 좀 어떠신지... 섣불리 댓글 달기가 조심스럽네요. 혹시라도 많이 괴로우시면 혼자 감당하려하지 마시고 상담치료를 고려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큰일을 겪으셨어요...

2022-10-26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 연구를 30년간 해왔고 그에 따른 연구를 비롯 학생들과 상담도 해왔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부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그 숱한 폭력적 영상들을 보고 또 그 영상에 대한 후기까지 읽으면서 어떻게 건강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한편 게일 다인스는 포르노가 분명 영향을 미치는 성범죄 사실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남자들 역시도 포르노의 피해자라는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포르노라는 거대한 산업에 노출되었고 그 세계를 살고 그러다보니 자극에 무뎌지고 범죄에 영향도 받는. 지금의 포르노는 기성세대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포르노와는 그 내용이라든가(없지만) 영상이 더 폭력적이지만 그러니 그걸 보는 남자들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런데 그건 누가 만들었냐 이 사회가 만들었다, 이익을 보기 위한 포르노 산업은 거대한 손길을 여기저기 뻗치고 있다고 밝히는 거다. 그렇게나 폭력적인 영상과 여성을 물화시키는 후기까지 접하면서도 진짜 문제가 뭔지 보려고 하고 그래서 해결하고 싶어하는 데에서는 정말이지 그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일 다인스, 아주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포르노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들 조차 의견이 갈린다. 표현의 자유로 허락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여성들에게도 성적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거다. 우에노 치즈코도 자신의 책을 통해 포르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단,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포르노 자체가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전제는 그렇다면 그 아동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말하는 걸까? 18세는 안되지만 19세는 되는 걸까? 그 둘은 한 살 차이인데? 30세지만 아동처럼 차려입고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아동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포즈로 찍는 영상은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아동을 출연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가?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의 명확한 선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그 선의 바로 옆에 있는 선은 그렇다면 아주 작은 차이로 되는 것으로 넘어가버린다면, 결국 그 경계는 불분명해지지 않을까. 게일 다인스가 밝히는 이 거대한 포르노 산업에서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적 전제다. 하다 못해 허슬러 잡지를 만든 래리 플린트 조차도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는 편에 서있단 말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동을 성적대상화 시켜버린 엔번방 이고, 아동을 성애화 시킨 성인용 옷이며, 성인을 아동처럼 꾸민 옷차림들이다. 



이 책의 결말에 가까워지면 아주 중요한 단어가 나온다. 스펙트럼. 



이같이 성인 포르노에서 아동 포르노로 넘어가는 현상은 기존의 통념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사람들은 흔히 아동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남자들이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과 행동을 보이며, 다른 남자들과는 별개의 집단을 형성하는 소아성도착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다이애나 러셀Diana Russell과 내털리 J. 퍼셀Natalie J. Purcell 의 철저한 실증적 문헌 분석 결과, 소아성도착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 모델이 두 가지(소아성도착자와 비소아성도착자)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그보다는 스펙트럼의 형태로 존재한다. 일부 남자는 확실히 한 쪽 극단에 위치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양한 지점에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이 스펙트럼상에서 남자의 위치는 바뀔 수 있는 데, 특정 시점에 그의 삶의 경험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이동한다. 러셀과 퍼셀에 따르면, 과거에는 연구자들이 특수한 삶의 경험, 예를 들면 배우자의 상실, 약물 남용, 실직 등을 관련 요인으로 꼽았다면, 최근 연구는 지속적 포르노 이용이 스펙트럼상의 이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p.313~314



소아성도착 포르노를 보고 소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소아성도착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소아대상 포르노면 볼거야, 나는 그게 취향이야, 그거 보고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야지, 나는 그렇게 태어났어, 가 아니란 말이다. 아동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중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야 그건 아니지'를 생각했던 남자들이라는 거다. 주류  포르노를 보다가 자극에 무뎌지니 곤조 포르노로 옮겨가면서, 처음에는 곤조 포르노의 폭력적인 영상(학대 및 구토)을 보고 뭐야, 이런 걸 왜 봐, 했던 남자들이 결국 곤조 포르노를 보고 흥분했다는 후기를 남기고, 그 자극에도 무뎌지다 보면 '야 아무리 포르노를 좋아해도 아동 포르노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 라고 했던 남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비하고 만드는 남자들이 되는거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분명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나타난다. 게일 다인스도 조심스레 말하고 있지만, '모든 포르노 이용자가 반드시 성범죄자가 된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성범죄자와 대화를 해보면 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포르노가 있었음이 밝혀지는 거다. 포르노를 보고 흥분을 하고 포르노를 보면서 강간에 더 힘을 싣는 거다. 나는 그런 포르노 유저들과 달라, 나는 도덕적이며 경계를 분명히 해, 라고 자신하는 남자들이라 하더라도 러셀과 퍼셀이 말하는 바로 그 스펙트럼 내에 있는 남자들이다. '절대 그러지 않을거야'라는 양극단의 끝쪽에 있는게 아니라, 그러지 않는 남자와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를 끝에 두고 그 사이에 스펙트럼처럼 분포해있는 그 어느 한 지점, 포르노를 보는 당신은 지금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스펙트럼 내에서 당신은 자칫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명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가, 감옥에 가는 범죄자가 된다. 



나는 그간 이성애 연애를 해오면서 내 연애 상대들이 그 모두가 포르노를 봤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에게 '포르노를 봤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 그리고 어떤 요구들은, 내가 그 때 말하지 않았어도 '이 새끼 포르노 보는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그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다가 여러차례 떠오르면서 '그 새끼도 포르노 본거였네'라는 생각을 했고. 그랬더니 어떤 결론이 내려졌냐면,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거였다. 섹스를 잘했던 놈이나 못했던 놈, 근육이 있거나 살만 피둥피둥하게 있던 놈, 그 모두가 포르노를 보았고 가끔 나와 혹은 나에게 그 영상들 중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어했다. 그중에는 '이래도 되는걸까'를 순간 생각하게 할만한 요구들이 있었고, 지금은 나에게 가장 끔찍하게 생각되는 어떤 놈에 대해서는 일부 멘탈이 찢어져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그들 모두가, 백프로가 보았다는 거였고, 나는 그런 포르노를 본 적 없었으나, 그들과 함께 포르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거다. 물론, 


연애하지 않아도 살고 있고.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자신이 포르노를 잠깐 보고난 후 여자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얘기했더랬다.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음모 색깔에 대해 상상하는 자신이 싫어서 어서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을 했더랬는데, 그 자각이 과연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 중에 몇 프로에게나 찾아들까. 이 책에서도 숱하게 언급되지만 남자들이 자신이 끔찍하게 생각했던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도대체 그 지독한 포르노를 보면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얼마만큼이나 타당한 것일까. 그동안 읽어온 책에서 포르노 편에 드는 사람들은 반포르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성엄숙주의자 나 성보수주의자라고, 성적 자유를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욕을 한다. 나는 그런 주장들에 '나는 성엄숙주의자가 아니야'라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이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부르는 걸로 내가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나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를 혐오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성엄숙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라.

나를 고루한 사람, 고지식한 사람, 꽉 막힌 사람, 성적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부르면 된다.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는 내가 아는 내가 옳으며, 나는 내 편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보면서 갈것이다. 포르노가 표현의 자유이고 그걸 보는 것은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로 성적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게 옳다고 믿는다면, 그러면 계속 포르노 보고 살면 된다. 포르노 보는 자신 자랑스러워하면서, 그런 자신을 사랑하면서, 포르노 보고 행복해하면서, 포르노 보고 정액 싸대면서, 그러면서 살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내가 옳다고 믿는 바대로 행할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스펙트럼 내에 존재할텐데, 포르노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양끝으로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에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면, 나는 어쨌든 그 스펙트럼에서 반대하는 사람들 쪽으로 사람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 책을 읽을 것이고 글을 쓸것이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을 위해서 그렇게 할것이다. 지금의 나는 힘이 세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그게 왜 안되는건지 계속 말하고 쓸것이다. 다소 속도가 느려도, 결국은 그렇게 되지 못할지라도, 포르노 멸망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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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여기에서 생각하기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2-10-25 11:53 
    정리한 책 중에 포르노에 도전한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3926)라는 책이 있다. 스무살 무렵에 구해 읽은 책은 묘한 동감과 또 다른 생경함이 있었다. 자유를 누리려는 사회에 진입한 여자인 내가 가지는 불만들-뭘 그렇게 다 하지 말래!!!짧은 옷도 입지 말고, 담배도 피우지 말고, 남자들이랑 놀지도 말고-과 충돌하고 무언가 삐걱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책 속의 어조의 강경함에, 그
 
 
등롱 2022-10-25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리뷰예요, 다락방님!
포르노랜드 일찍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가 힘겨워서 쉬고 있었지 뭔가요. 그런데 이걸 쓰고 연구까지 한 저자는 정말 대단하다고 동감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보이는 단호한 결의에 박수를 치고 싶네요 ㅠㅠ

데릭 젠슨의 책이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담으러 갑니다.

다락방 2022-10-25 09:34   좋아요 3 | URL
데릭 젠슨의 책은 무척 좋아요, 등롱 님. 쉬이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각할 게 많은 좋은 책입니다. 좀 두껍지만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두고두고 이렇게 데릭 젠슨의 책을 언급하게 되네요. 후훗.

포르노 연구를 하기 위해 영상도 보고 후기까지 찾아보면서 인류애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저자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멘탈 단단히 붙들어매고 씩씩하게 옳다고 믿는 쪽을 보면서 가야겠다고 새삼 다짐합니다.

청아 2022-10-25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추구하는 포르노사업이 아동을 연상하게 하는 복장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동‘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이 그런 부분을 외면하기 때문에 수많은
아동유괴,성폭력 사건이 가능하지 않나(범죄자들 상당수가 포르노를 봤을것 같은 의혹)싶구요.
다락방님 재독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에게도 힘든 읽기였지만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읽기였다고 믿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36   좋아요 2 | URL
분명 남자들도 처음에는 학대 영상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생각했잖아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영상에 대해 끝내준다고 후기를 달게 되고.. 자극에 무뎌져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성향은 아닐거예요. 누구든 보게 된다면 그렇게 되겠죠. 결국 포르노 시장이 더 학대적이 되고 지금처럼 산업이 커지게 된것도 그런 영향일테고요. 더, 더,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욕망이요. 물론 그 욕망에 부응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하는걸 하지 않아야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을 좇다 보니 .. 하아- 포르노를 보는 자들의 멘탈은 찢어지고 포르노를 만드는 자들의 통장은 두둑해지고... 너무 싫어요 미미님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5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좋아요‘ 백 개를 누르는 곳이 따로 없군요??
예전에 다락방님의 포르노 안돼!!!! 내용의 글을 읽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이었는데, 포르노를 왜 봐?? 보면 안되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어요.
헌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아니!!!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가학적인 학대를 즐기는 똑같은 부류라는 걸 모르고 보는 것인가?‘
생각이 있는 것인가? 분노의 포르노 금지 🚫 그래서 시선 자체가 바뀌게 되었네요.
그 내막을 자세히 알고 나니 정말, 더욱, 이것은 안될 일이다!!! 정확한 인식이 자리잡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멘탈을 바로 잡기가 힘들었는데 다락방님과 얄라님 말씀처럼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연구한 작가와 그리고 번역가 모두가 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속이 속이 아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ㅜㅜ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다락방님의 리뷰는 늘 좋지만,
오늘은 각성도 되고, 더 좋네요^^

다락방 2022-10-25 09:39   좋아요 2 | URL
누군가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보고 흥분할 수 있다니, 그 뇌는 얼마나 찢어진걸까요.
인간이란 무릇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 공감하는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포르노 산업은 여성을 물화시키고, ‘이 여자는 이런 대우가 마땅한 사람이야‘를 주입하면서 강간 문화가 형성되고, 결국 이 시대를 사는 남자들은 여자를 성적대상화 시키는게 체화되어 있죠.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 싫고 끔찍해요. 정말이지 그 영상을 보고 누군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게 싫어서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는게, 결국 더 큰 학대로 흘러 들어간다는게 저는 징그러워요, 책나무 님. 그런 와중에 작가처럼 멘탈을 단단히 붙잡고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힘이 됩니다. 저는 그런 힘이 되는 쪽에 서고 싶어요.

책나무 님, 우리는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또 행동하는 사람이 됩시다!!

거리의화가 2022-10-25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펙트럼이라는 단어 다시 되새기고 갑니다.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과연 분명한 경계가 존재할까요? 말씀처럼 그렇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아동 포르노를 포는 이들이 모두 소아 성애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중 그쪽으로 가는 이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시작은 재미? 단순하게 주변 이들이 대부분 보니까 가볍게 시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요즘 포르노는 결코 가볍지 않고 사람을 자극시키는데 주목적이 있으므로 빠져들겠죠. 이후로는 점점 더 윗 단계를 찾게 될테구요.
저도 스쳐간 남자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남자가 포르노를 당연히 볼거라 생각해요. 어휴. 마음이 갑갑합니다ㅜㅜ
한 번 읽는것도 무척 힘들었는데 재독이셔서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완독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2-10-25 09:43   좋아요 2 | URL
저는 한 번 읽었으므로 담담히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와 재독도 너무 힘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거 .. 활자로 봐도 이렇게 힘든데, 남자들은 어떻게 심지어 영상으로 수차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영상속에서 ‘당하는 쪽‘에 이입하기보다 ‘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예로 들어지지만, 만약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을 그렇게 구토가 나올 정도로 학대한다면 어떨까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그렇게 성기가 찢어지고 피가 날 정도로 학대하는 영상이라면, 남자들이 그렇게 중독되어서 볼까요? 결국 나보다 약한 자를 학대하는 쪽에 이입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영상 속에서 학대 당하는 쪽에 이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영상이 그저 성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어요. 결국 영상 속의 저 학대가 실생활의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올 걸 생각하면, 저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영상 보고 그걸 실제에서 하려는 남자가 극히 일부라고 해도, 우리가 만나는 남성이 그 일부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나요?

포르노 산업을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네요. 포르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ㅠㅠ

- 2022-10-25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 시원히 터지는 글 잘 읽었어요! 저는 중독 문제 관심 많아서 중독이랑 연결해서 읽고 페이퍼 남기려고 하는 중인데 … 모든 것은 중독이 될 수 있고 중독은 한번 망치기 시작하면 돌이켜지지 않아 뇌에 치명적이며 특히 청소년 뇌에 치명적이라는 거에요. 포르노에 찌든뇌는 혼자 힘으로 해결 하기 힘들어요 ㅠㅠㅠ
책 카피처럼 그남들은 포르노로 학습하고 엔번방을 만들었고 아주 뇌가 어떻게 썩어서 여자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이젠 경험적으로 똑똑히 알아요. 인간을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지 말고 어떤 기준은 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과감히 버리고 뜯어고쳐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 목소리도 내야 하고요. 이번달도 고생 많으셨씁니다!

다락방 2022-10-25 10:46   좋아요 2 | URL
포르노에 찌든 뇌가 어떻게 혼자 힘으로 해결되겠어요. 포르노에 찌든 뇌는 그야말로 멍청함과 게으름이 가득한 뇌이고 그것은 결국 악을 불러오겠지요. 더 큰 자극을 주는 영상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 그리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으로요. 영화 <돈 존>보면 포르노에 찌든 남자 나오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바로 그런 전형적인 남자예요. 결국 여자친구와 섹스도 제대로 못하고 포르노를 봐야만 섹스하는 남자가 되지요. 그런 남자가 그것은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여자를 만나면서 달라지게 돼요. 저는 이것은 좀 지나치게 긍정적인게 아닌가 하는데 어쨌든 남자가 여자와 나누는 교감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그걸 좋아하게 됩니다. 감독도 조셉 고든 래빗 주연도 조셉 고든 래빗. 우리 조 토끼..

이 포르노 세계를 부숴버리고 싶은데 정말 너무 거대한 산업이라서(책 읽다 보면 아마존도 언급됩니다..) 도대체 개인인 내가 어떻게 부술수 있단 말인가 싶거든요. 어쟀든 이런 책을 써주는 사람이 잇으니 저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야겠죠. 사실 저는 제일 좋은 방법은 여자들이 비혼,비연애,비섹스에다가 모두 탈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일단 가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노출 심한 옷 입고서 이건 내 자유야~ 해봤자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아 자유로운 영혼이다‘ 보지 않을테고요, 결국 우리 여자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섹시하고자 하는 그 욕망 자체를 내던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래디컬 화이팅임요!!

라파엘 2022-10-25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교육의 영역에서, 학습이 목적이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성적인데, 학습이 아니라 성적이 목적이 되면서 교육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성의 영역에서도, 사랑이 목적이고 사랑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쾌락인데, 사랑이 아니라 쾌락이 목적이 되면서 성의 영역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해요. 즉, 단순히 포르노 산업을 제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효과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현대 사회의 주류 이념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10-25 10:41   좋아요 3 | URL
라파엘 님의 댓글을 읽으니 어제 친구가 보내줘서 보게된 영상이 생각나네요. ‘지나영‘ 교수의 내적동기와 외적동기에 대한 영상이었거든요.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외적동기만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성적 오르면 뭘 해줄게, 대기업에 가면 고액연봉이 와. 이런 식이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이 외적동기 뿐인건데 인간 누구에게나 내적 동기-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였어요. 이 가족내에서 그리고 이 조직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내 역할-기여를 하고 싶다는 게 작용해야 하고 결국 인간의 행동은 그것으로 발단되어야 하는것인데 계속해서 외적동기로 푸시하면 내적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결국 그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외적동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만들고요. 제가 친구를 만나 젊은 친구들이 입사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성비로만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르친 일만 딱 하는 것이 전부인 것에 대해서요. 그러다보니 친구가 외적동기 내적동기 영상을 보내주더라고요. 라파엘 님의 댓글에서 학습이 목적이 되는 것은 내적동기가 작용해야 하는 부분인데 성적을 목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외적동기로 움직이게 되는거잖아요.

쾌락도 마찬가지죠. 내가 너랑 사랑하면서 따라오는 게 쾌락이고 그것은 내적동기죠, 그 내적 동기를 기여라고 봤을 때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감정, 너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쾌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것은 나의 내적동기의 움직임인데, 쾌락이 목적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외적동기가 될테고요. 교육에서부터 성적인 쾌락까지 전부 외적동기로만 흘러가고 있네요, 세상이.

라파엘 님, 댓글 참 좋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라파엘 2022-10-25 10:58   좋아요 1 | URL
제가 경제적 영역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직업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다락방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게 정말 맞아요. 그것을 철학에서는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라고 표현하고, 심리학에서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라고 표현합니다. 다락방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다락방 2022-10-25 12:38   좋아요 3 | URL
아! 내적 동기 외적 동기가 심리학 용어였군요! 저는 그런 줄은 몰랐고 지나영 교수가 자신의 철학을 말하는데 나오는 용어라고 생각했어요. 오, 이렇게 알고 갑니다.

그런데 저는 왜이렇게 라파엘 님이 예쁠까요?

이만 총총.

건수하 2022-10-25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떤 글을 써야할지 어려워서 계속 글을 미루고 있어요.
이 책이 아무에게나 권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보통 그럴 땐 다시 읽어보기도 하는데 다시 읽기에는 좀 지쳤구요.

성학대 포르노나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이걸 보는 내가 싫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안봐‘ 했다가 결국에 또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그렇게나 인간은 약하고 약한 존재인데

에서 포르노를 로맨스로 바꾸면 얼마 전의 제가 되어서..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에 동의해요. 그래서 자본주의를 마구 미워하다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언제나 거대한 악이 존재하겠지 하며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글은 언제나 참 좋아요.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여성들이 강간 문화속에 살고 있는 거 너무 싫어서‘ 가 하나의 긍정적인 원동력이 된답니다.

- 2022-10-25 11:0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수하님 로맨스 끊으면 포르노 못 끊어낸 남성들 더 잘 팰 수 있다 ㅋㅋㅋ (어이, 쟝쟝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저는 무럭무럭 자라서 저의 원한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수하님 말마따나 긍정적 원동력 찾는 일에 매진할래요~💕 수하님 고생 많았어요!

다락방 2022-10-25 11:15   좋아요 4 | URL
이 책이 다시 읽기에는 지치는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년 후에 재독하는 저도 재독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재독을 하니까 처음보다 더 잘 읽히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이 책 재독하고 이 리뷰를 쓰면서 ‘사실 모든 책은 재독해야 하는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포르노가 남성의 성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로맨스가 여성의 성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는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마음과 그리고 그 과정의 애씀이 성인 여성과 남성 사이에 애정으로 표현된거긴 하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느껴야 할 성적인 쾌락이 로맨스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애 로맨스를 보는 자신에 대해서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인간의 모순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저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사실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이야말로 로맨스를 봐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네가 원하는 궁극적인 쾌락은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사랑을 나누면서 발생될 때 극대화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시간과 노력은 설사 상대로부터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내 자신에게 축적된다, 이런 메세지를 충분히 받아내야 할것 같고요. 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화 보면 그 유명한 대사 나오잖아요.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저는 로맨스가 가져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로맨스가 추구하는 것도 이것이고요. 그러나 포르노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게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침략할 생각을 하게 만들죠. 결국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행복한 끝이다, 라는 결말은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환상을 주입시키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서 본인을 미워하진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로맨스를 보지 않아야 포르노 유저를 팰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저는 이미 이 나이가 되었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 무서운 게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이런 저도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생 그리고 사회 초년생일 때 아주 많은 것들을 참아야 했고 견뎌야 했어요. 또 웃어 넘겨야 했고요. 그런 세상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살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에게도 그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랍니다, 수하 님.

건수하 2022-10-25 13: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제 마음이 조금 약간 편해졌어요. 저도 ‘마음에 관한‘ 것이라서 로맨스를 좋아해요. 그렇지만 로맨스에서는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에 불편할 때가 있어요.

제가 오늘 <노생거 사원>을 다 읽었는데 이 구절에 마음이 좀 걸렸다가.. 다락방님 댓글을 보니 이 구절이 다시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연애 관계에 있어 왜 사람들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을까요. 나를 좋아해주는 감사한 사람인데. 사실 사람들이 진짜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 드라마나 영화나 그런 곳에서 더 부추기는 느낌이 있어요. 포르노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마음대로 되는 사람은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다락방 2022-10-25 14:12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수하 님. 제가 고등학교 시절 한참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에서는 남자는 성경험이 풍부하고 여자는 죄다 처녀였어요. 한 번도 섹스해보지 않은, 그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남자는 우위에 있었죠. 그런 남자 앞에서 수동적인 여성인 것도 그러했고요. 멋진 남자는 구릿빛 피부의 단단한 근육을 가진 부자 남자.. 라고 생각했는데 로맨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판타지였죠. 그런 남자는 없. 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맨스에서도 여성들이 자기 입장과 권리를 알고 당당하게 주장하기도 하면서 더 나아지고 있지만(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도 제게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남자가 사랑해주는 것만이 행복한것처럼 그려지는 건 정말 별로죠. 그런 점에서 이성애 로맨스는 세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로맨스에서 발생하는 오해, 이해, 공감, 서운함 같은 것들을 좀 지금의 남자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있고 당연하게도 여자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람이고, 그러므로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은 교감이지 쾌락만이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하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여긴다는 건 유구한 전통이랄까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라고요. 아 너무 구역질 나는 말 아닙니까.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와 다정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더 잘하려고 애쓰고 노력해야죠. 그렇게 관계를 유지해야죠. 저는 어느 한 쪽만 다정한 관계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그런 걸 그렇게 오래 견딜 순 없는 것 같거든요. 포르노는 그런 모든 감정, 애씀을 모두 배제하고 다만 학대 당하는 성적 대상이 있을 뿐이죠. 어느 순간 그것이 잘못인줄도 모르는채로 무감각해진 그걸 보는 남성들과. 교감을 바라는 여성들은 포르노에 중독된 남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휴..

단발머리 2022-10-25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재독이었는데 새롭게(?) 발견한게 아동 성도착자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 때도 놀랐을텐데 그 때는 워낙 충격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어서요. 이번에는 확 다가오더라구요. 더 큰 자극을 원하는건 인간의 본성이고 멈출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럼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포르노 관련 여성주의내의 다툼에서 결국 포르노 지지 쪽이 승리했잖아요. 성과 관련된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쪽이 ‘자유‘라는 기치 아래, 성을 향유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성을 누리는 것을 넘어서, 성관계하는 사람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유해하다‘는 기준을 우리가 어디쯤에 두어야 하나, 폭력의 하한선을 어디까지 둘 수 있는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 나누는 동안 성착취물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하니까요. 돈의 미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을지.... 그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 다 망했어,라는 친구의 말도 메아리쳐 들려오고요.

읽기 힘든 책을 두 번이나 읽고 이런 페이퍼까지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댓글들까지 모두 배울게 많아서 한줄한줄 천천히 읽었습니다.
포르노 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 같이 힘내보자고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고 진지한 인간간의 사귐에 대해서도 우리 더 많이 이야기하고요.

다락방 2022-10-25 13:56   좋아요 3 | URL
성엄숙주의도 성자유주의도 결국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던것 같아요. 엄숙주의라고 한다면 함부로 남자들하고 섹스하고 다니지 마라, 순결을 지켜라가 될테고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섹스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너 왜 그렇게 꽉 막혔어 너 설마 혼전순결이야? 하며 자유롭게 섹스하는 방향으로 억압하고요. 그 자유는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자유일까. 가장 중요한 건 여성들 스스로가 주체적이 되는 것,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욕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포르노 월드, 강간문화의 월드에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겠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의 관점을 내재화 해 바로 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분해하고 타자화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큰 세상,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리고 포르노 월드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이 엄청난 포르노 산업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게일 다인스도 책에서 그러잖아요. 개인적으로 맞서는 것 말고는 사실 자기도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저는 제가 혼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포르노 산업을 멸망시킬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엔번방은 계속 만들어지고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역시 끊이지 않겠죠. 저도 어느 한 순간 인류가 모두 죽고 사라져야만 이 비극이 끝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저는 살아 있고 그리고 저보다 젊은 여성들이 살아 있으니, 그렇다면 좀 더 안전하게 살게 하고 싶어요. 게일 다인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저는 그렇다면 이런 책을 소개하고 제 생각을 쓰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현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만 하더라도 이 책을 함께 읽었더니 그동안 막연하게 포르노를 생각했던 분들이 포르노의 잔인한 현실을 알게 되셨잖아요. 모르는 것보다 아는게 낫고 안다면 또 어떤 부분은 행동으로 이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진지하고 또 쾌락까지 가져오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믿고 있습니다. 힘내서 나아갑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10-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재독하고 이런 멋진 리뷰도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저도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특히 아동포르노에 있어 그렇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되고 저기부터는 안 된다는 말이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 깨달았어요. 전반부의 노골적인 묘사를 보는 괴로움을 넘고 나니 중,후반부는 저자가 글을 설득력 있게 잘 썼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네요. 남성들도 포르노산업의 피해자로서 진술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어요. 저자의 노력이 널리널리 영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10-27 15:40   좋아요 1 | URL
우리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윤리의 선이 자칫하면 부서지거나 지워지기 쉬운 것 같아요.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마련이니, 이정도까지는 그래 이만큼은.. 하고 풀어놓는 건 순간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자각이 들어 와 이건 아니지, 했다면 다시는 그 길로 가지 않는게 맞지요. 모두가 그렇지 않은거야 너무 당연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약한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게 자연스러워지고, 그건 결국 여성과의 관계맺기에 애를 쓰지 않는걸 뜻하는 것 같아요. 애를 쓰지 않음, 애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여성의 성은 그저 내가 갖고 싶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의 멈춤을 어떻게든 열리게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답답하고 갈 길도 멀고, 게다가 그렇게 생각이 멈춘 상태로 살아가라고 포르노 산업이 거대한 힘을 쏟아붓네요.

답답한 읽기 였지만 정말 잘한 읽기였어요. 독서괭 님,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고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