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물었다.

엄마와 당신이 만났으면 해요.

그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요?

그건 그래요. 하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엄마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럽시다. (p.215)



30대의 에일린은 학교 교사이다. 그녀는 교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인근 다른 학교의 40대 교장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서로 좋다고 만나게 됐고, 그 만남이 지속되자 에일린은 그를 자신의 엄마에게 소개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외롭지 않다는 걸, 혼자가 아니라는 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다. 교장은 당연히 꺼려한다. 자신은 유부남이니까. 세상 어느 엄마가 자기 딸이 유부남 만나는 걸 반겨할까.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지만, 그녀가 원하기에 그러자고 대답한다.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시라고 들었어요. 윌라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어느 학교죠?

여기서 북쪽에 있습니다. 프런트레인지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죠.

학교 이름을 말씀하시지 않는군요.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어서요. 그가 대답했다.

나한테요, 아니면 선생한테요?

부인께 중요한 사항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한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고요.

그건 선생이 기혼자이기 때문이죠.


(중략)



선생의 부인은 물론 모르실 테고요.

네, 그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알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자녀도 있나요?

네, 딸이 둘 있습니다.

따님들 나이가 몇 살인가요?

열 살과 여덟 살입니다.

어린 소녀들이로군요.


(중략)


아내를 떠날 생각이에요? 윌라가 물었다.

그가 롤빵을 내려놓았다. 아직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언제 결정할 건가요?

엄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네게 답이 필요한 질문을 하는 중이지.

우리 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내가 모른다고?

그래요. 그러니 제발 그만두세요. (p.216-219)



가족이라 해서 나의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일일이 간섭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내 딸이 유부남을 만난다는 걸 알게된 엄마가 걱정하고 그걸 싫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나는 내가 행복하다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걸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던 에일린의 마음이 뭔지 너무나 잘 안다. 나 역시 내가 너무 행복했을 때 그리고 기뻤을 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은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근사하냐면~ 하고 조잘조잘 떠들고, 이 남자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실제로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기뻐하면 엄마가 기뻐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내가 그와의 사랑에서 멀어지자 엄마는 내게 말했었다.


"너 되게 행복해 보였는데."


엄마는 내 행복을 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별 후에 힘들어하자 엄마는, '앞뒤 보지말고 여기 사정 생각하지말고 무조건 그 사람 찾아가서 잡아. 돈 없으면 엄마가 줄게.' 라고. 물론 엄마는 내가 만나는 어떤 남자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어떤 남자에 대해서는 '그 남자 덕분에 너가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어떤 연애나 어떤 남자들 혹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연애를 일일이 엄마한테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며, 내심 '관둘거니까' 라는 생각도 있었을 테다. 내 사적인 관계에 대해 다 말할 필요가 무어람. 그러나 그중 어떤 것들은 '엄마가 알면 안되는' 관계여서 그런것이기도 했다. 이건 엄마가 알면 안된다, 엄마가 알면 아마 내 선택에 마음이 너무 아플것이다, 엄마 모르게 끝내면 된다, 라고 생각한 적도 물론, 있었다.



에일린이 엄마에게 자신이 만나는 남자, 자신이 요즘 사랑하는 남자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그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행복하고 지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엄마에게 보이고 싶은 그 마음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지금 만나는 남자가 유부남이고, 심지어 '아내와 이혼하고 너에게 오겠다'고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엄마에게 소개를 하다니, 나는 .. 그건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은,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그게 사랑이니까, 내가 거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유부남과 만난다는 것, 애인이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에일린이 그에게 결코 '1순위'는 아님을 의미한다. 에일린은 싱글이고 지금 사랑하는 남자가 교장이니, 그녀에게 교장은 1순위의 사람이다. 그러나 교장에게는 아내 다음, 자식 다음이 에일린이 되는 것이다.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해주지 못하는 관계에 내 딸이 들어가 있다니, 엄마로서 가슴칠 노릇이 아닌가.



에일린이 내 친구였다면, 나는 에일린을 쫓아다니며 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어떤 상대에게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잘못인 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갈 수도 있고, 인생에 있어서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특히나 사랑이라면, 저마다의 것이기도 하니까. 만약 에일린이 이 사랑이 그간 만나온 사랑중에 가장 크고도 깊은 사랑이라고 하면, 나는 친구로서 그저 에일린의 말을 들어주고 또 에일린의 서운함에 같이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그런 한편 '그러나 내 친구가 왜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과 사랑하는가'하는 것 때문에 속상했을 것이다.


내 가족이면 더했을 것이다. 내 가족이 그런 사랑에 빠졌다면, '너는 너무 소중한데, 너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라고, 나도 어쩔 수 없이 끼어들기를 했을 것이다.



윌라가, 에일린의 사랑에 끼어들기를 한 것. 유부남인 걸 알고 만남의 장소에서 결코 다정하지 않게 대한 것이, 윌라의 잘못일까? 나라면 다르게 대할 수 있었을까? 다른 평범한 커플 친구를 만날 때처럼 일상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 유부남에 대고 '에일린 어디가 제일 좋아요?' , '어느 점에 반했어요?' 같은 질문을, 유부남인 교장에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다 버리고 너에게로 온다'는 말도 일절 없는 남자인데, 나는 대체 그를 왜 만나서 그로부터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현재 에일린은 60대이다. 그러니 교장과 사랑에 빠졌던 것은 오래전의 일. 그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교장의 아내도 알게됐고, 그녀는 교장의 아내로부터 뺨을 맞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사랑에 빠질 일도 없을 정도로 나이 들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쭉 혼자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테지, 라는 생각으로 때로 지나온 시간을 후회한다. 그걸 보는 윌라는 마음이 아프다.



저는 종종 새각해보곤 했답니다. 이 오랜 세월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고 나중에 그때를 떠올리고 비교하면서 상실감을 느끼는 편이 좋은 걸까요. 그녀는 에일린 쪽을 흘긋 바라보았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사람을 만들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걸까요. 그러면 예전이 어땠는지를 기억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편이 분명 더 나을 거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라일이 말했다. (p.343)



내가 너무 사랑을 해서, 너무 깊이 사랑을 해서, 그래서 그와 연인이 되는 일은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 내게 연애란 반드시 끝을 가져오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그저 친구가 되는 쪽이 손을 잡고 나란히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해보지도 않고 왜 겁을 먹냐고 내게 말했고, 그래서 나는 인생 그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별후에 얼마나 아프던지, '거봐 내가 안한다고 했잖아' 하면서 혼자 엉엉 울었다. 안한다니까 왜 하자고 해서 나를 이지경을 만들어, 역시 안하는 게 답이었는데, 하면서 한 달 내내 울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울면서도, 하지 않는 게 그를 놓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와 사랑한 시간을 선택한 건 정말이지 좋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고 아파해본 것이 낫다고, 미국의 오래된 격언에 있다는데, 나는 그 말이 참이라고 생각한다. 아팠지만, 너무 아팠지만, 나는 그 편이 나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쑥불쑥, '그러지 않았다면 잃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해서, 그를 잃은 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런 생각을 하루에도 오천번씩 떠올려 보지만, 그러나 그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인생 가장 찬란한 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윌라는 남편과 사이도 좋았고 오래 함께 살았다. 그들 사이에 딸 에일린이 있었고. 사이좋고 오래 함께 산 남편이 죽고나니 그 상실감이 그녀에게 너무도 컸다. 사랑하고 함께했던 사람이 가버린 뒤의 상실감이 나을까, 아예 이런 걸 모르고 사는 게 나을까, 라고 물었을 때 동네 목사인 '라일'이 한 답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편이 더 나을거라고 한 답이, 내 답과 같다. 그래, 그걸 아예 모르고 사는 삶 보다는, 사랑을 잃고 아파한 적이 있던 게 낫다. 왜 나을까?



그건 몰라..

모르지롱...




작은 마을이다. 암 판정을 받고 죽어가는 나이 든 남자 노인과 평생을 그의 옆에서 다정하게 함께 살았던 여자가 나온다. 그들의 딸은 50대. 마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나이 든 사람들. 로레인의 옆집에는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도 없는 8살 소녀 앨리스가 자기 할머니랑 같이 살기 위해 온다. 50대의 로레인이, 60대의 에일린이, 80대의 윌라가 모두 앨리스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모두 그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앨리스의 할머니를 찾아가 '내가 아이랑 오늘 밥을 먹어도 될까요?' 를 물으면 앨리스의 할머니는 앨리스에게 '너의 생각은 어떠니?' 묻는다. 그렇게 앨리스는 이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수영을 하고, 옷을 사고, 자전거 타기도 배운다. 너무 좋은 얘기다. 너무 따뜻한 얘기다. 마을 할머니들이 하나가 되어서 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자 한다. 무표정한 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면서 반짝거린다.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다. 아이에게 잘하는 어른들을 보는 것은 너무 좋다. 요란 떨지 않고 그들 모두가 이 작은 소녀 앨리스에게 마음을 전한다. 좋은 얘기다.



나는 이 작은 소녀 앨리스에게 진심어린 축복을 전한다.



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상대에게 그러하듯이, 상대 역시 나를 우선순위로 놓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에 빠지는 그 감정이란 것이, 그게 그렇게 내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빠지고나니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빠지고나니 나를 뒷전으로 미뤄두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할 순 없겠지만, 내 자신이 소중한만큼 또 내가 상대를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닥쳐오겠지만, 이별이 아무리 아파도 사랑할 때는 좋은 상대와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그 사랑을 위해서도 나으니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 역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좋다. 내 슬픔에 같이 안타까워 해주고, 내 기쁨에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과 사랑해야 한다. 특별한 이벤트로 서로를 만나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 속 모습으로 만나도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일린은 이제 자기 인생에 사랑도 섹스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혹여라도 그녀가 사랑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에일린이 최선의 상대임을 알아채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좋은 사람, 좋은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동네 할머니들의 관심과 애정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앨리스에게 축복을 전한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축복을 전한다. 어린 소녀들이 아프지 않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어쩔 수 없이 아프고 상처 받는다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책 속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저마다 앨리스에게 따뜻해서 나는 너무 좋다. 이 책에 아픈 이야기도, 상처 받은 이야기도, 잘못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나는 이 어린 소녀에게 보내지는 따뜻한 애정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어린 소녀에 대해 생각한다. 너희들은 기꺼이 축복받아야 하는 존재란다. 당연히, 언제나, 늘.




오늘이 금요일인줄 알았는데 목요일이라서 너무 슬프다 ㅜㅜ

그렇지만 내일 금요일이 오니까 기뻐해야지.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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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1-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요일이라 슬픔.... ㅜ

다락방 2018-11-22 11:49   좋아요 0 | URL
오늘은 왜 금요일이 아닙니까!!!
 
[백래시] 12월 책 예고, ˝페미사이드˝

12월 여성주의 책읽기 참여자 명단이 점점 늘어나서 무척 힘이 납니다. 헤헷.

현재까지 다락방, 단발머리, 퍼론, 공장쟝, 하이드, jsshih, 건조기후, 비연 님이 함께한다 하셨습니다.

아직 12월이 되려면 며칠 더 남았으니 참여하실 분은 계속 댓글 달아주세요. 이 페이퍼상에 닉네임 업뎃하겠습니다. 

저는 같이읽기를 위한 책을 주문해 어제 받았습니다.

짜잔~





현재 11월 책읽기 백래시는 절반 정도 남았고, 이번 주에는 백래시 읽기에 최선을 다할까 합니다.

같이 읽기 하니까 또 기간을 정해놓으니까 아무래도 더 읽게 됩니다.

자, 참여하실 분들은 아직 늦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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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사이드] 저는 시작했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8-12-04 08:34 
    뉴욕에서 시체 부검을 하는 검시관 '주디 멜리네크'의 책을 읽고 있다. 총상부터 화상 자살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그녀는 맞닥뜨리게 되는데, 거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부터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살해당한 여성들의 시신도 있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죽음은 비단 대한민국의 것만은 아니었다.사흘에 한 번씩은 여자를 때려야 한다는 말이 우리에게도 있듯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보노라면, 그들에게도 예전부터 말 안듣는 여자는 때려야 한다
 
 
단발머리 2018-1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반가운 책들이네요!!!
전 리베카 솔닛 이북으로 샀는데,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나 후회를 쪼금 하고 있어요.
페미사이드 너무 고급지네요.
저도 백래시 읽고 있어요. 우리 모두 백래시만 읽잖아요? 그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1-22 11:48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백래시 절반이나 남아서 이 달안에 끝날지 모르겠어요. 아놔.. 오늘부터 백래시만 읽자!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11월 안에 끝내자!! 하고 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불끈!!

공쟝쟝 2018-11-2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래시.... 만 펴면 다른 책 읽고 싶어지는 이상현상을 겪고 있.. 저 .. 절반 아직 돌파 못햇어요.. ㅋㅋ 남은 날들안에는 저두 백래시만..!!

다락방 2018-11-26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현재 12장 시작했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들고 왔어요! 이번주 금요일이 말일이네요. 그 때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화이팅!! 으하핫.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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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ghting은 쉽게 말해 정서적으로 누군가를 조정하려는 행위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에는 항상 두 사람이 존재한다. 혼란과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자신의 지각력을 기꺼이 의심하는 피해자다. 가해자들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히 조작하여 그 사람이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가해자는 남성 또는 여성, 배우자 또는 연인, 상사 또는 동료, 부모 또는 형제자매일 수 있다. 한편 피해자는 자신의 행동과 외부의 자극을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거나 자신이 오해 또는 오인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해 취약하고 혼란스러운 상태가 된다. (p,10)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힘이 세서, 나는 그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그런 마음들이 나로 하여금 상대의 말에 의존하게 만들며 동시에 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데이트 폭력에 있어서 많은 경우,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의 행동을 제약하고 통제하며 나를 고립시키면서 발생한다. 가스라이팅은 그런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는 수단이 된다.



내가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을 때, 처음에 그 혼란스러움에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 좋고,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그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 안에 너무 커서, 나는 자꾸만 그에게 휩쓸려 가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많이 변하고 있는 거 아닌가, 중심을 잃으면 어쩌지, 내가 나를 잃으면 어쩌지, 그 사람이 너무 좋지만 내가 나를 잃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나는, 이토록이나 나를 휘어잡고 있는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닐까, 그게 내가 편한 게 아닐까? 그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기쁨과 혼란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나를 잃지 않았고 중심을 놓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아니오'를 말했고,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기 쓰기

-명상하기

-동적인 명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친구나 가족과 지내기 (p.128)



위의 방법들은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걸로 보이지만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코 쉬운게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로빈 스턴'은 각각의 방법이 왜 필요한지 섦명도 달아놨는데, 이 모든 것들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애인이나 배우자의 경우 나와 친밀도가 높고, 그렇다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주 오래일 수 있다. 상대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라면, 나를 다른 사람들로 부터 격리시키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내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그 관계 속에서 나에 대해 객관성을 가지고 나를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상대의 장점만을 기억하고 떠올리려고 하면서, 그러나 '이건 근데 좀 이상했는데'라는 부정적 느낌이 들었다면, '로빈 스턴'은 그것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생기는데, 그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그럴 때 위에 적은 방법들은 효과를 가져온다. 


나는 나를 잃지 않았고,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는데, 내가 저 방법을 모두 다 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상대를 정말이지 뜨겁게 사랑해서, 그 상대가 나에게 미치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일기를 썼고, 매일 나에게 물었다. '이건 괜찮은건가',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 끊임없이 물었다. 동적인 명상은 신체적 건강을 위한 요가나 운동을 의미하는데, 그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로빈 스턴은 권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랑에 풍덩 빠졌을 당시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고, 또 아주 많이 나의 다정한 친구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이 나로 하여금 건강한 연애, 건강한 사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될 생각이 없었던 것도 크게 기여한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상대를 통제하고자 하고, 자신이 상대에게 절대적 위치를 갖기를 원하는데, 나의 상대는 내게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나에게 힘이 센 사람이었으므로 그가 나를 통제하고자 했다면 내가 어떻게 됐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나의 친구 B는 엄마랑 둘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A 로부터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엄마랑 사냐, 독립해야지' 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B는 독립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가 내게 이 말을 해주었을 때 듣자마자 내게 들었던 생각은,


1. A는 현재 B에게 매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

2. 그러나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순 없을 것이다, 그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좋지 않다


였다. 내가 알고 있는 그동안의 B는 독립하지 못한 게 아니었는데, 그의 삶이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싫었다. 이것은 좋지 못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B와 A가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해 그 당시의 생각을 그에게 말하진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그 둘이 연인이 되고자 시작하는 관계라는 걸 알게됐고, 그러나 내가 그걸 알게된 시점에 이미 그들은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특정한 사람과의 만남이 당신 자신과 당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하찮게 만든다고 느낀다면, 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관계를 끝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관계가 표면적으로는 좋더라도 스스로 불안해지고 비판적이 되며 까다로워진다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p.362)




이 책은 서문부터 좋은데 너무 아프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아팠다. 언젠가 연인이 내게  '당신을 실망시킨 게 가장 속상해' 라고 말했는데, 그 때 내가 내 화에 갇혀있어서, 따뜻한 말을 해주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만약 내가 그 때 내 화를 내는 대신, '이 일로 당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진 않아,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러지마'라고 말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래봤자 지금과 같은 결과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의 그 말이 떠올라 너무 괴로웠다. 나를 실망시킨 것 같아 속상하다는 그에게, 내가 뭘한걸까.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게 반드시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동등한 관계에서의 대화와 다툼이 될 수도 있고, 결국 긍정적 결과를 갖고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내게 인정받고 싶었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생각나,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아팠다.



로빈 스턴은 이 책에서 가스라이팅의 세가지 유형에 대해 말한다. 난폭한 유형, 매력적인 유형, 선량한 유형. 짐작하다시피 난폭한 유형의 경우에는 상대가 폭력을 인지할 수 있지만, 매력적이거나 선량한 유형의 경우에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내가 이상한건가?'로 이어지게 만들어 버리니까. 그리고 가스라이팅의 단계도 1,2,3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시도해봐야 할 것들도 얘기해준다. 그러나 언쟁을 피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이미 가스라이팅의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 가스라이팅을 인지한 사람이라도 이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책에서 난폭한 유형이라고 나온 것도, 실제 사례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비해서 좀 약한 게 아닌가 싶다. 



가스라이팅을 차단하고 해방되면서, 상대에게 같이 관계를 개선해보자고 말하면서 상대와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혹은 그 괴로운 관계를 끊어낼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설사 '정말 끊어내는 게 아니'라고 해도 끊어낼 각오로 그 관계에 임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에서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친밀한 관계, 이렇게 되기전에 분명 달콤했던 관계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겠지만, 이만큼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겠지만,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다면서 관계를 끊어내는 것에 겁내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결론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에게도 좋은 조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현재에서다. 미래는 항상 신비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현실에 머물러라. 그리고 미래가 나머지를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둬라. (p.354)



이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읽으려고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영원히 사랑해]를 사두었는데 이 책이 내 생각과 달리 나를 너무 아프게 해서 차마 연달아 읽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쁜 감정이 아닌데, 그런데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 나쁜 관계가 시작되기도 한다니, 비극이잖아. 


아,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난폭한 유형의 가해자들이 그렇게나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너무 싫다. 고함치지마, 소리 지르지마! 너무 싫어!! 그거 하지마!!!



다행히도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자신이 이미 좋은 사람이고 유능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므로 상대방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자아 정체감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 (p.62)


가해자 피해자 양측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스라이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피해자가 그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단 피해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가해자의 왜곡된 언행을 용기 있고 명확하게 부정하고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고수하게 된다. 피해자가 자신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믿으면, 가해자 혹은 그 누구의 허락과 확인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p.13)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점점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도대체 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이 나에게 끔찍한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가스라이팅은 아무도 모르게 자행되는 괴롭힘이다. 이런 정서적 학대를 가스라이팅이라 명명하면, 남자친구 가족,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p.16)

"우리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원천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단계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상화하고 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와 환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p.21)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믿고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때 가스라이팅은 시작된다. (p.33)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가해자를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며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이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상대방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기 슆다. 그리고 상대방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러한 취약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 (p.34-35)

우리는 누구나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과 상대한 경험이 있다. 매우 긍정적으로 근무 평가를 해주었던 상사가 우리를 흔들어놓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거나 혹은 많은 것을 해주었던 친구가 만날 시간조차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남자친구와 선뜻 가까이하기가 망설여지고, 성자와 같은 친척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나쁘고 우울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경험은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현실감각을 훼손하는 다른 사람의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너는 틀리고 내가 옳다!"라는 상대방의 숨겨진 메시지다. (p.54)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내가 옳고 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좌절감은 타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것이 아니다. 전 남편과 문제가 게속됐던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남편은 그의 방식대로 세상을 볼 것이라는 사실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나를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했다면, 내가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열심히 주장하고 화를 내도 그는 나를 비합리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사고에 관해 누구의 영향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나는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그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p.305)

불행한 일이지만, 관계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는 바로 통제력의 상실이다. 상대방에게는 우리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우리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 또한 우리를 잘 대할 수도 있고, 형편없이 취급할 수도 있다. 결국 상대방이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우리가 아닌 그들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드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p.177)

우리는 일반적으로 건전한 일을 한다면 단순하고 간단하게 행복을 발견할 거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더 복잡하다. 가장 건전한 결정조차도 슬픔과 비판 그리고 두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고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마지막에는 그 결정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p.233)

가해자와 실제로는 헤어지지 않더라도 그를 기꺼이 떠나겠다는 의지가 잇어야만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가해자와는 다른 생각을 자신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의 부정적인 생각에 나의 생각을 양보하지 않게 된다. 또 자신을 좋게 생각하도록 가해자를 납득시킬 필요가 없어진다. 피해자가 떠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가해자는 행동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p.251)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하나가 되려는 생각에 휩쓸리거나 가해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열망에 압도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예전의 나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p.253)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을 보호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가해자를 떠나야 한다.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면 상황이 절박할 수도 있고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계가 끝났다고 깨닫는 특정한 순간이 있다. 반대로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그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고통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계를 유지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p.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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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1-2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다락방님 글 읽으니 너무 좋아요.
사랑이 처음 찾아올 때 상대방에게 무조건 맞추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냥 다, 내가 다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요.
일정도 영화도 심지어 메뉴조차도요.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말이예요.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느낌 못지않게, 그가 나를 대할 때의 느낌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쩌면 알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데 이렇게 글로 만나니 더 확실히 알게 되네요.

단발머리가 뽑은 오늘의 문장 :

이 책에서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덫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락방 2018-11-20 09:07   좋아요 0 | URL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에요, 단발머리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거기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고 하니까요. 사랑은 아주 많은 경우 나를 채워주고 충족시켜주고 행복을 주지만, 그러나 거기에 갇혀버리면 오히려 우리는 더 바닥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가스라이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혹은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설사 가스라티잉이 아니더라도 더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도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책 좋았지만 뭐랄까, 사례들이 좀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가 학생을 성폭행하고, 문학도들을 이름난 시인들이 성폭행하는 것들도 가스라이팅으로 시작된 것인데, 그런 범죄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 범죄로 이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내가 나에게 집중하기‘로 다 될것 같지가 않아요. 그건 물론 너무나 필요한 것이지만, 아직 어린 사람들에겐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쎈, 뭔가 더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젯 밤에 급하게 썼어요. 읽고 너무 슬퍼서 오늘은 좀 따뜻한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어요. 헤헷.

굿모닝입니다, 단발머리님!
:)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시작합니다.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는이 책, 《페미사이드》로 하겠습니다.
















(책 링크 따라가서 저자소개도 한 번씩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1월에 시작할 때만 해도 12월 도서는 《가부장제의 창조》로 하려고 했는데, 매일매일 여자들이 남자들 손에 맞고, 죽어가는 걸 보며, 급하게 이 책으로 바꿨습니다.


지치지 말아요, 우리.


방금전에도 친구와 무력하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우리 지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냈어요.

요즘 특히 남자들이 어떻게든 여자들에게 자기 말 듣게 하기 위해, 기어코 여자들을 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데, 이럴 때 지지 말아야지요. 



12월에는 말머리를 [페미사이드]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11월에 참여하지 않으셨어도 12월 참여 당연히 가능하시고요, 누구든 원하시는 분 같이 읽으시면 됩니다. 이 책 역시 분량이 만만찮으니, 우리 함께 읽어봅시다. 제가 11월달에 같이읽기 해보니 확실히 힘이 됩니다. 같이 읽는 다른 분들이 읽고 쓰는 글들이 힘이 됩니다. 12월엔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읽었으면 합니다!!



11월이 이제 절반 밖에 남지 않았으니, 우리 백래시 같이 읽는 분들, 으쌰으쌰 힘냅시다.

















12월에 《페미사이드》같이 읽으실 분들은, 이 페이퍼 아래에 댓글 달아주세요! (누가 같이 읽는지 아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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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래시] 페미사이드 같이 읽기
    from 마지막 키스 2018-11-22 08:47 
    12월 여성주의 책읽기 참여자 명단이 점점 늘어나서 무척 힘이 납니다. 헤헷. 현재까지 다락방, 단발머리, 퍼론, 공장쟝, 하이드, jsshih, 건조기후, 비연 님이 함께한다 하셨습니다.아직 12월이 되려면 며칠 더 남았으니 참여하실 분은 계속 댓글 달아주세요. 이 페이퍼상에 닉네임 업뎃하겠습니다. 저는 같이읽기를 위한 책을 주문해 어제 받았습니다.짜잔~현재 11월 책읽기 백래시는 절반 정도 남았고, 이번 주에는 백래시 읽기에 최선을 다할까 합니다.같
 
 
단발머리 2018-11-1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에 <페미사이드> 저도 같이 읽을께요.

백래시가 반 정도 남았고, 남은 시간은 보름이지만......
그래도 흔쾌히!
일단 손을 듭니다 ^^/

다락방 2018-11-16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반 이상이 남았지만, 12월 도서에 의욕과 기대가 충만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힘이 됩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8-11-16 17:55   좋아요 0 | URL
출간일이 2018-11-15이면 어제네요? 너무너무 따끈해요.
다락방님이 먼저 구입하면 땡투할 수 있을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이 사소한 땡투 생각^^

다락방 2018-11-16 17:56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에 땡투해도 저에게 들어올걸요?

그래도 어쨌든 11월 가기 전에 구매할게요. 구매하면 인증하겠습니다 .빠샤!! (오늘 빠샤 많이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1-16 18:02   좋아요 0 | URL
으흠~~~ 요즘에 리뷰들이 구매자/전체 이렇게 나뉘어서 전 비구매자에게는 땡투를 못 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 가서 보니까 되는 것 같네요. 다락방님 말이 맞았어요.

나도 빠샤!! 할려구요. 빠샤2!!!

다락방 2018-11-16 18:05   좋아요 1 | URL
100자평은 [구매자]에게만 땡투가 가요. 그렇지만 리뷰와 페이퍼는 비구매자에게도 갑니다. 그러니 언제든 저에게.. (응?)

아무튼 우리 오늘 계속 빠샤빠샤 하는 날이네요. 우리 지치지말고 계속 빠샤빠샤 합시다. 빠샤!

퍼론 2018-11-1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다락방 2018-11-16 17:49   좋아요 0 | URL
우와- 환영합니다, 퍼론님.
12월에 우리 뜨겁게 자주 만납시다!!

공쟝쟝 2018-11-1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

다락방 2018-11-16 17:50   좋아요 0 | URL
굿!! 컴온!!

하이드 2018-11-1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합니다.

다락방 2018-11-16 18:03   좋아요 0 | URL
자, 함께 힘내서 가봅시다!!

비공개 2018-11-1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다락방 2018-11-16 18:24   좋아요 0 | URL
함께합시다!! 굿굿!!

막시무스 2018-11-1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8-11-17 09:1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건조기후 2018-11-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요!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끝까지 함께 할게요.
크레마 안에 갇혀있는 백래시도 새삼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ㅜㅜ

다락방 2018-11-19 16:52   좋아요 0 | URL
오오 좋아요! 12월에 페미사이드로 부지런히 함께 이야기 나눕시다!!

비연 2018-11-2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 할게요!

다락방 2018-11-22 08:41   좋아요 1 | URL
오오, 환영합니다, 비연님. 12월에 우리 힘차게 함께 읽어요!!
 
챈틀 뒤퐁은 제주도에..
















'챈틀 뒤퐁'은 패리쉬 섬에 다리를 놓기 위해 도시에 사는 남자 '스카우트'를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스카우트에게 어마어마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 그러나 스카우트는 도시에 약혼녀가 있는 상황. 서로 엄청 끌리면서도 '이러면 안돼'가 그들 사이에 있다. 정확히는 챈틀 뒤퐁에게. 그를 안고 싶지만, 그는 약혼녀가 있지... 하고 그에게로 끌리는 자신을 애써 막아보려 하는 것.


그렇게 욕망에 시달리는 낮과 밤을 보내다가, 그들은 섬의 문화 때문에 함께 화산이 폭발할지 모르는 곳으로 가게 된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는 그 곳에 함께 가서 화산의 움직임을 마주한다. 그 곳에 함께하게 되는 것. 위험한 순간, 그 곳에서 그 일을 그들은 함께 겪게 되는데, 그 위험한 순간을 겪고 나서 스카우트는 챈틀 뒤퐁에게 말한다.


"그 순간 이후로 뭔가 달라진 것 같아."


그 마음은 호감에서 사랑으로 변한 것일 수도 있고, 그들 사이가 좀 더 특별하게 엮였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사건은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지 못할만큼 큰 일이었고, 그것은 그로 하여금 또 그녀로 하여금 그 순간을 함께 겪어낸 그들을 서로에게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어제 집에서 혼술을 하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게됐다. 마침 호주의 가족이 한국에 와 설악산에 함께 가는 장면이었다. 나는 강원도에 여러차례 갔어도 설악산을 등반한 적은 없었는데, 화면에 보이는 설악산은 정말이지 근사했다. 와, 저기가 저렇게 근사한 곳이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설악산, 설악산 하는구나.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꾸준하게 설악산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은 거다.


호주에 살면서 낮은 산, 작은 산들만 보다가 이렇게 크고 웅장한 산을 본다는 것은, 호주 가족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같이 정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잠깐의 침묵이 찾아드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벅찼다. 저거 너무 좋지, 특별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거, 그것 만으로 특별한 경험이지. 그들은 올라갈 때 연신 아름답다고, 굉장하다고 감탄했고, 올라가고 나서는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로 풍경에 반해버렸다. 그래,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걸 경험하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건 그 자체로 대단한 거야!



여행의 마지막에 그들은 여행이 어땠는지를 얘기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내 인생의 정점을 찍은 것 같아."



물론, 그렇게 말한 그 가족 구성원은 아직 젊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을 것이기에, 인생의 정점이라 불러도 될 순간은 앞으로 여러차례 더 오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며 '이것이 내 인생의 정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얼마나 근사한가! 내가 지금 경험한 바로 이것, 이시간, 이 순간, 이 사람이 내 인생의 정점이라는 걸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 인생의 정점을 누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게 아닌가 말이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가 경험한 것도 바로 그것일 거란 생각을 했다. 인생의 정점, 그 순간에 그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았을 때,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어쩌면 챈틀 뒤퐁에게 인생의 정점은, 잃었다고 생각한 그가 다시 자신의 인생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때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내 과거에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 내가 더한 인생의 정점으로 갱신한다 하더라도 너무 근사한 일이잖아.



나는 내 인생의 정점에 대해 생각했다. 정점을 찍었다고 하면 그 다음은 내리막길인가, 를 물어볼 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정점을 찍었더니 내려가더라고..' 라고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정점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후에 내려왔는가? 를 내게 물었다.



나는 내 인생의 정점이 삼십대 후반이었다고 생각한다. 쭉쭉 올라가더니 확 정점을 찍어서, 와, 내 인생의 정점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후에 내리막길로 착실히 내려왔냐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인생의 정점을 찍었고, 어쩌면 앞으로 또 내 인생의 정점을 갱신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정점을 찍은 후에 나는


내.려.오.지.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정점의 연결선상에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이 자못 만족스럽다. 물론 순간순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어, 이것만으로는 부족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리막을 향해 내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노력이 만든 것이었다. 내가 그러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버텨냈기에 가능했다. 작년 5월즈음 부터 내 컨디션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의욕이 없고, 우울하고, 그래서 삶이 진창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걸 내가 인지하고 자꾸 끌어올리려 애썼다. 이렇게 해볼까, 이건 어떨까, 아니 그렇게 하진 말자, 하면서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나를, 내가 붙잡아 끌어 올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의 정점, 그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다. 나는 내 성격으로 보건데, 그리고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으로 보건데, 이제 바닥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순간순간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겠지만, 그 때마다 나는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인생의 정점을 찍는 데는 나의 운이 작용하는 걸 수도 있겠고, 분명히 그 운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러나 내가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챈틀 뒤퐁과 스카우트가 화산에 올랐던 것처럼, 호주 가족이 설악산에 갔던 것처럼,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해야, 바로 그 정점에 이를 수 있는 것.


인생의 정점은 너무 좋고, 내가 그걸 인지한다는 것도 축복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정점속에서 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점의 연장선상에 있다가 결국에는 안정적으로 편안히 살고 싶다. 조용히, 나직하게 살면서, '아아,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지'하고 돌이켜볼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와 그 정점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고.



"기억나? 그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었잖아. 그리고 거기에 당신이 함께였지."


같은 거 말하며 조용히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인생은 참으로 복된 인생이 아닌가. 인생의 정점을 향해 가고 유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치열할 수도 있고, 그 치열함은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없다. 사람에게 에너지란 고갈되기 마련이라. 결국은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그것이 바닥으로 향해 가지는 않으면서.



















'서민'의 책 『밥보다 일기』를 읽다가, 이 책을 알게되어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다. '화이트'가 흰색이고 '래빗'이 토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화이트 래빗이 흰토끼인줄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나는 이거 그냥 흰, 토끼 이렇게 생각했는데, 흰토끼였어... 나에겐 언어감각도 부족한가... 제기랄.....



그렇게 책을 읽으려다가 첫 장 시작도 전에 이런 페이지가 똭- 나왔다.






자 보이는가, 저 『레 미제라블』에 대한 설명이!

저기에 써있는대로, 주변에 레 미제라블 소설 전권을 정독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발장도 알고 레 미제라블도 알고 영화도 보고 그래서 내용도 알겠지만, 그 책 전권을 완독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게 사실. 그런데 누가 다 읽었게?


나다.

바로 내가 그랬다!

내가 이 책을 펭귄에서 나온 다섯권짜리로 다 읽었다.

게다가 마지막 5권을 읽으면서는 눈물 콧물 흘렸다.

내가, 이 내가, 다 읽은 바로 그 사람, 레 미제라블 소설 전권을 정독한 그 몇 안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내가,

내가!!!





















뭐, 그렇다는 거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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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1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하다!! 레미제라블이라니.....

다락방 2018-11-16 09:56   좋아요 0 | URL
쇼님 레미제라블 아직 안읽었어요? 설마?

syo 2018-11-16 10:02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 2018-11-16 10:03   좋아요 0 | URL
맙소사! 이렇게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레미제라블이 아직이라니!
오늘 가서 빌려오면 어때요? 응?

syo 2018-11-16 10:11   좋아요 0 | URL
어제 만땅 채워서 공간이 없다고 한다....
난 알고 보면 고전 엄청 안 읽은 사람.....

다락방 2018-11-16 10:14   좋아요 0 | URL
[화이트 래빗] 등장인물이 레 미제라블 완독하는데 5년 걸렸다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쇼님은 5일이면 될 것 같아요. 자, 이번 기회에 도전!! 오늘이 안되면 그러니까 어, 아무튼 가까운 시일내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압박독서)

syo 2018-11-16 10:21   좋아요 1 | URL
당했어..... 댓글 달았다가..... 꼴랑 12자 썼는데 120만자 읽게 생겼네.....

다락방 2018-11-16 10: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로 맺어진 우리의 소중한 인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8-11-1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나도 [레미제라블] 다 읽었어요! (당당하게 손든다)


내 인생의 정점은 스물한살 때 였어요. 나도 다락방 처럼 정점을 찍고 내려 오지 않았어. 그 정점에 머물마다 정점을 발판삼아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다가 조금 내려 오기도하고 다시 올라가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거슨 내 인생.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내일은 내년은 더 좋을 거 같아요. 걱정이나 불안이 늘어나지만 그보다 더 만족이나 행복도 클거라 믿으니깐!

다락방 2018-11-16 10:55   좋아요 0 | URL
크- 레와님도 레미제라블 다 읽었구나. 너무 좋죠! 나는 기회되면 한 번 더 읽을까 싶어요. 시간을 내야 가능하다. 다섯권 짜리니까.

나도 지금의 내 나이, 그래서 이만큼의 경험과 기억이 쌓인 게 좋아요. 스물한살 때가 정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젊을 때 나는 너무 없는 시간을 보냈어... 그 시간들은 내 삶에서 도려내도 좋을 정도지.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만족하니 괜찮아요. 젊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레와님은 지금 제일 좋아보여요. 내가 레와님을 알면서 지금이 제일 좋아보여. 지금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냅시다!

카알벨루치 2018-11-1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엄청 긴 장편이죠? 어느 서재에서 책분량별로 데이터를 낸 걸 봤는데 프루스트 다음인 걸로 기억하는데...전 당연히 못 읽었습니다 두분 대단하시고, syo 님도 안 읽은 책인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화이트 래빗>저도 서민교수님 책 덕분에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콧물이 흐르네요 아...병원가야겠다 ㅜㅜ

다락방 2018-11-16 13:41   좋아요 1 | URL
저는 펭귄클래식으로 읽었는데 총 5권 짜리였어요. 카알벨루치님, 레 미제라블 읽어보면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도전해보세요! 우리가 아는 장발장 이야기는 이중에서 얼마나 작은 일부만을 가져왔는가를 몸소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카알벨루치님 읽고나면 얼마나 좋은 글을 쓰실지 기대가 되는걸요! >.<

얼른 병원 다녀오세요. 저도 이제 안과에 갈 참입니다. 안구건조증과 결막결석 치료차... 히융

카알벨루치 2018-11-16 13: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감동~읽을 책은 넘쳐나고...빅토르 위고가 그냥 빅토르 위고일까요 ㅎ로맹가리의 <자기앞의 생>에서 빅토르위고 좋아하는 할배 등장하쟎아요 우...이 거대한 작가군! 병원 잘 다녀오세요 저도 어서~

다락방 2018-11-16 14:06   좋아요 1 | URL
저는 자기앞의 생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는데, 빅토르 위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아 너무 좋네. 히히

단발머리 2018-11-16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손 드는 타임 맞죠?
전 민음사판, 다락방님 읽는 거 보고 따라읽었고 마지막에 눈물콧물은 없었지만, 레미제라블 5권 완독!
아, 뿌듯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탄도 해주세요~~ 혼불이라던가, 아니면 으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3:43   좋아요 1 | URL
손드세요! 푸쳐핸섭! ㅋㅋㅋㅋㅋ

아, 단발님은 민음사판으로 읽으셨군요! 저는 이거 제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들이 책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고 다시 한 번 읽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한 알라디너가 말하길, 자기 지인이 일 년에 한 번씩 레 미제라블 다시 읽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레 미제라블 읽어보니, 왜 그런지도 알 것같았어요. 저도 꼭 한 번쯤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2탄이라면, 후훗, 혼불도 좋고, 제 경우엔 21권 토지도 읽었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싸~~

카알벨루치 2018-11-16 13: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진짜 싫다 우아~토지 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8-11-16 13:53   좋아요 1 | URL
진짜 멋지다!!! 다락방님!!!

저도 혼불이랑 21권 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받고 태백산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4:05   좋아요 0 | URL
아아......... 태백산맥 안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졌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8-11-1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16 14:1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시러요 태백산맥 ㅜㅜ

2018-11-1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1-16 14:1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이번 기회에 다 도전하시는 걸로! 빠샤!!!!

2018-11-1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16 14:14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같이 가시죠!!!

카알벨루치 2018-11-16 14:14   좋아요 0 | URL
전 말 안할래요 말해놓고 안 읽은게 넘 많아서 침묵할랍니다 입만 벌리고 감탄만 하는걸로! 박수 칠께요 두분~👏👏👏

syo 2018-11-16 14:54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 다 신고할 거야.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경찰아저씨한테 잡아가라고 할 거야...

카알벨루치 2018-11-16 15:47   좋아요 0 | URL
난 빼고 두 여성분들만 잡아가는 걸로~난 암것도 안 읽었음!

단발머리 2018-11-16 16:01   좋아요 0 | URL
먼저 잡아가실 분이요!

성은 다, 이름은 락방이구요.
핸드폰 번호, 010-땡땡땡땡-딩동댕동!

얼른 연락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16 16:17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분들이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단발머리님은 심지어 태백산맥까지 읽으셨고!! 책 많이 읽기로 치면 카알벨루치님과 쇼님을 누가 따르겠습니까! 잡아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가장 적게 읽은 제게 이러시는 겁니까! 억울합니다!! 이건 반칙이라구욧, 반칙!!! (버럭)

비연 2018-11-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펭귄으로 2권까지 읽고 그만둔 상태인데.. 갑자기 다 읽어야겠다는 전투력이 상승되네요. 불끈!

다락방 2018-11-22 10:08   좋아요 1 | URL
오오 비연님. 꼭 도전하시고 성공하세요! 저는 5권에서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읽었어요. 크-

2018-11-22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