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틀 뒤퐁은 패리쉬 섬에 다리를 놓기 위해 스카우트를 이용하게 된다. 스카우트는 도시 남자로 이 섬에 잠깐 들른 것이었는데, 어쩔 수없이 부상을 입은 채로 챈틀 뒤퐁의 명령에 수긍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한집에서 살면서 서로에게 아주 강력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카우트가 챈틀 뒤퐁에게 거침없이 들이대고 다가갈 때마다, 챈틀 뒤퐁도 너무나 그를 원하지만, 그러나 도시에 잘 나가는 그의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너 약혼자 있는데 그렇게 한 번 자는 그런 여자가 되진 않을거야' 하고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다.


그러나 다리가 완성되고 축제가 벌어지던 날 밤, 축제의 기운과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욕망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챈틀 뒤퐁은, 아아, 그가 이제 가버릴 사람이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다, 하고 자기 욕망 앞에 무릎 꿇는다. 그렇게 스카우트를 유혹해, 그들은 그날밤 베리 핫한, 엄청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아침, 스카우트는 챈틀 뒤퐁이 자는 사이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가 도시로 간다.



챈틀 뒤퐁은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런거지만(우리 모두 이런 거 알잖아요?), 그러나 그가 정말로 그의 약혼자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에 매우 상처 받는다. 어차피 부족들을 위한 다리도 완성되었고, 그녀는 도시의 자기 일자리로 간다. 그녀는 어느 대학의 교수였고, 임무도 완수했고 어차피 그와 사랑으로 연결될 것도 아니니 사요나라, 굿바이- 떠나버리는 것.



오오, 그러나 우리의 스카우트는 이렇게 강렬한 만남, 이런 뜨거운 사랑을 생전 한 번 느껴보지 못해, 나름대로 관계 정리를 하기 위해 도시로 돌아간 것이었다. 도시로 돌아가 약혼자에게 우리 끝내자고 말하기 위해서,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 자신이 약혼한 상태이면서 챈틀 뒤퐁과 계속 만나고 사랑한다는 것은 챈틀 뒤퐁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고 약혼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게다가 그 자신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 역시 순수한 싱글 그 자체로 그녀앞에 서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순수한 싱글로 그녀 앞에 나타나, 정식으로 사귀자고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이 모든 정리를 하고 섬으로 돌아왔을 때 챈틀 뒤퐁은 없었다.



그는 미칠것 같은 마음으로,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를 찾아 헤맨다.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 물어 그녀가 대학 교수로 있는 곳까지 갔지만, 이미 그녀는 퇴근한 뒤였고, 그녀의 비서에게 갖을 설득을 다해 그녀가 사는 곳을 알아낸다.



챈틀 뒤퐁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집 앞 바닷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곳에서 전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그리워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묻고 그들은 재회의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나의 다른 관계를 정리하고 너에게 오려고 했고, 그런데 니가 없었고, 찾아 헤매다가 이렇게 왔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고. 챈틀 뒤퐁이 일어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 기적처럼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속의 챈틀 뒤퐁을 좋아한다. 엄청 끌리면서도 이렇게 부적절한 관계로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이를 악무는 챈틀 뒤퐁을 좋아한다. 그 답답함과 고지식함이 나를 닮아서 내가 다 아플지경이다. 나 역시 챈틀 뒤퐁과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면서, 그러면서 챈틀 뒤퐁에게는 '이 여자야, 그깟 섹스가 뭐라고, 육체가 뭐라고, 자신을 던져버려, 즐겨!1' 막 이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챈틀 뒤퐁 역시, 만약 스카우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에헤라 그냥 오늘밤 나를 던져보세 닐니리맘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어느 한 순간의 사람으로만 있는 게 싫어 이를 악물고 참았을 것이다. 내게 의미 있는 사람이니, 나 역시 당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렇게 순간의 기분에 나를 던져서는 안된다..같은 것.



그런 그녀에게 기적처럼 그가 찾아든다.



얼마전에 제주에 갔을 때 친구와 연신 '좋다, 좋다'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물었었다. '너는 베트남이나 제주에서 살 수 있다면 어딜 선택할래?' 친구는 '나야 제주도지' 하고 고민없이 말했다. 나 역시 고민없이 '나는 베트남'이라고 말했다. 나는 뉴욕에서 살고 싶었고, 베트남에서 살고 싶었고, 프라하에서 살고 싶었고, 포르투갈에서 살고 싶었다. 한 번도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에 제주에서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해가 저무는 풍경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그 한적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챈틀 뒤퐁이 있었던 곳은 아마 제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챈틀 뒤퐁이라면 제주도지... 라고. 챈틀 뒤퐁이 스카우트가 올 줄도 모르고서 스카우트를 기다리던 곳은 제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챈틀 뒤퐁은 제주도.... 이렇게 된 것이다. 챈틀 뒤퐁이 되기 위해서는, 챈틀 뒤퐁같은 진행을 위해서는 제주여야 하는 것인가......








(위는 모두 2016년의 제주, 표선)




(위는 2018년의 제주, 구좌읍. 챈틀 뒤퐁이 있었던 곳은 표선보다 이곳에 더 가까울 듯)



제주의 챈틀 뒤퐁.

챈틀 뒤퐁 이름도 너무 좋아.



지난번 제주에 다녀온 이후로 자꾸만 챈틀 뒤퐁이 생각난다. 챈틀 뒤퐁은 제주도 같은 곳에 있었을 거야, 스카우트는 제주도에 찾으러 왔을거야, 바로 여기가 그녀가 머물만한 곳이지.....




나는 서울에 있다.


나는 서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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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챈틀 뒤퐁과 인생의 정점
    from 마지막 키스 2018-11-16 09:39 
    '챈틀 뒤퐁'은 패리쉬 섬에 다리를 놓기 위해 도시에 사는 남자 '스카우트'를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스카우트에게 어마어마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 그러나 스카우트는 도시에 약혼녀가 있는 상황. 서로 엄청 끌리면서도 '이러면 안돼'가 그들 사이에 있다. 정확히는 챈틀 뒤퐁에게. 그를 안고 싶지만, 그는 약혼녀가 있지... 하고 그에게로 끌리는 자신을 애써 막아보려 하는 것. 그렇게 욕망에 시달리는 낮과 밤을 보내다가, 그들은 섬의
 
 
비연 2018-10-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스산합니다. 나는 서울에 있다. 제주가 아니고 베트남이 아니고 서울.

다락방 2018-10-04 07:37   좋아요 0 | URL
지금 네덜란드에 사는 한국사람이 쓰는 책 읽고 있는데 네덜란드 가고 싶네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