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중력이 좋다는 것은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불편한 점이기도 하다. 오늘만해도 그렇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흥미로운 거다. 나는 책 속으로 슉- 빨려들어가서 주인공과 같이 이 남자를 의심했다가 저 여자를 의심했다가, 위험천만한 상황에 안도했다가 하느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미처 신경쓰지 못한다. 정말이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가 할 정도로, 내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지하철 내의 소리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즉, 정차하는 역이 어디인지 안내멘트 조차도 내게 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아, 명문이다, 명문이야.


하면서 책을 읽다가,


'가만, 그런데 내가 지금 어디쯤 왔지?' 하고 고개를 들어 밖을 보았지만 당연히 어디인지 그 지하에서 알 수가 없고, 으응, 모르겠다, 하고 다시 책에 고개를 처박으려는 순간, 지하철에서는 지금 정차할 역이 '남부터미널' 역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네?

남부터미널이요?



나는 너무나 놀라서 가방에 책을 쑤셔넣고 허겁지겁 챙겨 일어났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언제 양재를 지난거야.. ㅠㅠ 이런 씨부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고 헐레벌떡 내려서는 '카카오택시를 불러 회사에 가자'하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카드를 대고 개찰구를 통과했는데, 통과하고서는 또다시 멘붕...



그런데 택시를 타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가.....



혼란한 가운데, 머릿속에는 생각들이 쏟아진다. 어느 출구로 가야하나, 출구는 상관없다 택시가 나를 데려다줄것이다,택시로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 저 많은 계단을 올라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더 늦지 않을것인가, 가만있자 내가 얼마만큼을 지나친거지, 앗, 역 하나 지났구나, 그렇다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되돌아가는 편이 나을것이다...


그렇게 다시 카드를 띡- 대고 지하철을 타러 들어갔다. 아니, 애초에 한 역만 지나친 걸 알았더라면 카드 대고 나오지나 말것을, 제기랄, 돈만 버렸네, 이게 뭐야, 하고는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가서는 조금 기다려 지하철을 탔다.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있었지만, 그렇다해도 지각은 아니다. 출근시간은 8시인데, 이렇게 돌아가도 7시30분에는 늦어도 도착할 것이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양재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면서, '오늘 같은 날은 쓴 커피를 마셔야한다'고 생각해 사이렌오더로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일단 쉬어가자' 고. 만약 내가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다면, 좀 차분하게 그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면, 그랬다면 나는 내가 겨우 한 역만 지나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거고, 그랬다면 카드를 대고 통과해서 이중으로 돈을 들이는 대신, 바로 돌아가는 전철을 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황한 나머지 어떡하지, 이렇게 하자, 하고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현명하지 못한 방법을 쓰고야 말았어. 결국 지하철 비를 날려버렸지... 내 감정이 가장 격할 때, 배고플 때, 황당할 때는 빨리 판단을 내리려고 하지말자. 그 상황에서 좀 벗어났을 때 판단을 하려고 하자, 새삼 깨달았다.



뭐, 내가 책을 읽다가 내릴 역을 지나친 건 처음도 아니다. 책 읽다가만 지나친 것도 아니다. 애인하고 통화하다가 엉뚱하게 출근길에 상일동에 가 내린 적도 있다. 그 때 택시 불러서 돈 엄청 내고 출근했지..인생은 뭐 그런 거 아니겠나. 남자한테 빠져서 지하철도 잘못타고..뭐 그러면서 사는 거 아닌가...



라고 썼지만, 나의 집중력은 문제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아무것도 다른 소리가 안들릴까...어째서 왜 때문에....... 집중하면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나는 이런 현상 때문에 몇 해전에 자꾸 '어? 여기 어디지? 내가 여기 왜 와있지?' 하는 바람에 스스로 알츠하이머 초기는 아닌가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 때는 마침 막 연애를 시작하던 때였고 감정이 자꾸 깊어지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신경정신과에 가 상담을 받기로 했다. 만약 알츠하이머 초기라면 치료가 가능한지 물어보자, 그리고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지금 막 연애를 시작한 이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자, 이 남자를 너무 좋아하지만 나 때문에 힘들게 할 수는 없다, 가슴 아프지만 그와 헤어지는 것이 그를 위하는 것이다, 멀리에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자....하는 각본을 머릿속에 써놓은 것이다. 내가 아프다면 당신을 놓아줄게..... 내가 아픈 것도 너무 아프지만 당신하고 헤어지는 것도 아프네.......이런 슬픔의 새드니스에 사로잡혀 나는 그렇게 신경정신과를 찾은 것이다.



도착해서 닥터와 상담을 하는데...상담의 끝은...결론은......



"지금 당신은 알츠하이머와 가장 먼 곳에 있어요"



였다. 선생님은 내게 알츠하이머가 아니며, 알츠하이머가 가장 먼 곳에 있다고 했다. 읽고 쓰기를 매일 한다는 건 알츠하이머가 아니라는 거였다. 다만 너무 깊이 빠져드는 건 문제이니, 길을 걸으면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셨다. 절대로,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어느 목적지로 가야 한다면 그냥 목적지로만 가라고.... 네.......



그렇지만 나는 시키는대로 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늘 남부터미널에 갔지......... 사람, 안바뀌네요? 하하하하하.




내가 오늘 지하철 안에서 읽은 책은 이거였다.

















섬마을 산부인과 의사인 '토라'의 집 앞 마당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토라는 이 사건의 수사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녀가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기 때문인지 그녀에게 자꾸 위험이 닥친다. 이 과정에서 형사인 '데이나'와 서로 협조하게 되는데, 토라도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취급받고 친구가 없는데 데이나 역시 마찬가지. 유능한 형사이지만 다른 남자 형사들이 데이나를 싫어하고 험담하며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사건으로부터 멀리 떼어놓으려고 하고. 게다가 토라에게도 데이나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간질을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데이나를 처음 알게된 토라는 자신의 직감은 데이나가 유능한 형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니까 '아닌가' 이러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며칠전 보았던 너무나 재미있었던 영화 《히트》가 생각났다.
















최근에 보았던 《오션스8》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였고, 더 많이 생각나는 영화였고, 더 많이 훅훅 치고 들어오는 영화였는데, '히트'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산드라 블록은 능력있는 FBI 이고 누구보다 범인을 많이 잡았지만 승진이 되질 않으며 다른 남자 동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멜리사 맥카시' 역시 능력있는 형사지만 가족으로부터도 그리고 경찰서 내에서도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아. 이런 둘이 만나 처음에는 서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지만 결국은 함께 사건을 해결해 가는 거다. 히트가 남자공동체에서 배제되는 능력있는 여자들이 만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면, 이 책, 《희생양의 섬》은 좀 묵직하고 음침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어쨌든 읽는 재미가 상당해서 내가 빠져들고야 만것이다.



내가 내리기 직전에 읽은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데이나'를 이상하다고 하는데 '토라'는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물어본다. '너 이상한 사람이라는데, 너 이상해?' 그러면서 사람들이 욕하는 부분,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물어보는데, 아아, 이 남자들이 이 여자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사치를 일삼고 빚더미에 깔려있는 멍충한 여자로 만들어놨어..개똥들.. 데이나는 '아니, 그건 이런 거야' 하면서 얘기해주는 거다. 그리고 이 섬에서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자신을 배척한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아아,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소름이 쫙 돋는다. 거대한 백인알탕의 세계.... 그런 강력한 패거리가 있는 곳에 심지어 '여자'이며 '외부인'이 들어갔을 때 배척되어 지는 것... 그 안에서 수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 마을의 남자 백인들이 모두 그녀들에게 으르렁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빡이쳐, 안쳐... 이렇게 빡이 치니 내가 내릴 역을 지나쳐, 안지나쳐....



다 이 책 때문이었다....



그건그렇고, 나는 이 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한데 왜 나는 직장인인가... 왜 나는 회사에 다녀야 하는가......슬픔.. ㅠㅠ 지독한 슬!픔!



아아 아무튼 나는 오늘 아침부터 남부터미널 다녀오느라 지쳤다. 출근하기도 전부터 지쳤어. 그렇지만 저녁엔 와인을 마실거니까 버티자. 금요일이니까 버티자. 동료가 책상에 가만히 놓아둔 샌드위치를 보며 버티자. 진하게 받아온 커피를 마시며 버티자. 버티는 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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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6-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오늘은 금요일이에요^^
저는 방향 감각이 없어서 가끔 반대방향으로 가서 타곤 해요ㅎㅎ 버스든 지하철이든...
저번에 낯선 곳으로 외근 갔다가 일찍 끝나서 신나게 버스 탔는데 반대방향 종점까지 갔어요. 길을 잘 모르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거든요ㅠㅠ 아아.. 저도 진단을 받으러 가야하는 걸까요.

다락방 2018-06-22 11:1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반대방향으로 가다가 내려서 갈아탄 적 있어요. 진짜 방향감각이 형편없어서 건물 입구에 들어가면 출구를 못찾는 경우도 생겨요 ㅠㅠ 바부 ㅠㅠ 바부팅 ㅠㅠ

네, 금요일이니 힘내봅시다!
오늘은 열심히 일하자, 생각했지만 여전히 일 하기 싫어 딴짓만 하고 있어요. 헤헷. 얼른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토요일 낮에는 만두 넣고 라면 끓여 먹을 거예요. 꺅 >.< 맥주도 마실래요!

비연 2018-06-2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에 와인.. 으헝. 부러버요....

다락방 2018-06-22 13:55   좋아요 0 | URL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트레스 받는 유형의 사람들은, 뭐든 일단 부정적이고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특히나 다른 사람들의 기쁜 일에 있어서, '그건 분명 나쁜 점이 있을것이다'를 먼저 드러내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나는 이것을 혼자 '여우의 신포도 성향'이라고 부르는데,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친절하게 잘 들어주지만, 좋은일이 생겼을 때는 '어? 그건 이래서 나쁠걸?', '어, 그건 그래서 안좋잖아?'를 얘기해서 기쁜 내 마음을 짓밟아 버리는 행위...


물론, 거기에는 위에 언급한것처럼 자신이 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오는 스스로의 합리화가 작용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우의 신포도 성향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그 포도 어차피 시어서 먹어봤자 맛도 없어, 가 되어버리는 심리.


그런데 이 책, 《J. M. 배리 여성수영클럽》의 주인공 '조이'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었다. 읽으면서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그래가지고 친구가 있겠니,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됐어.


그러니까 '조이'는 설계회사에서 일하는 능력있는 여성이다. 뉴욕의 설계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일에서 안정을 찾고 재미도 찾고 그렇게 일 잘하는 거 다 알지만, 그러나 여자이기 때문에 진급이 좀처럼 되지 않는 불공평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혼여성. 그런 그녀가 남자 팀장의 사고로 인해 새로 맡게된 일에 책임을 지게 되고 그렇게 새로 고치고 꾸며야할 저택이 있는 영국으로 슝- 출장을 가게 된다.


영국에는 자신의 오랜 친구가 살고 있다. 영국남자와 결혼하고 영국에 살면서 아이 넷을 낳는 동안 사실 그들 사이의 공통된 화제도 거의 사라지기도 했고 연락도 뜸했지만, 그래도 과거에 엄청 단짝이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십몇년만에 만나게 되는데, 조이는 친구의 펑퍼짐한 몸, 꾸미지 않은 모습에 당황하고 그걸 말로도 내뱉게 된다. 네명이나 되는 아이들 너무 시끄럽고,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영국 관광을 시켜주며 남편이 얼마나 근사하게 프로포즈 했는지에 대해 얘기하지만, 조이는 '낭만적인 사탕발림에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또 그걸 말해... 그러니까 친구가 자신에게 좋은 일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마치 '그게 진짜 좋은 일이 아니라니까?' 가 되어버리는 거다. 이 책 읽으면서 연신 '니네 왜 친구하냐, 서로 스트레스 받는데..'이렇게 되어버리는데, 아니나다를까 친구는 화를 낸다. 너가 그런 식이면 너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를 내쫓을 것이라고.



나는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했다. 내게 소설은 캐릭터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너무 짜증나는 캐릭터였던 것. 이제 조이가 나이든 여성들로만 구성된 여성수영클럽을 만났으니 앞으로 변화될 것인가, 나는 그 변화를 기대해도 좋은가, 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자 결심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친구와 화해하면서 속마음을 드러낸다. 사실은 니가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사는게, 혼자가 아닌 게 너무 부러웠다고, 그게 너무 부러워서 그랬다고..





뭐랄까, 극적인 변화도 아니었고, 어쨌든 언젠가는 깨달아야 할 것이었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글쎄.. 조이가 별로.. 그러니까 이야기가 이런 식이었다면 그냥 별로였을텐데,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갑자기 내가 원하는 방향의 괜찮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용서가 되어버렸어..소설, 이야기..뭘까...



조이는 영국에서 '이언'이란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이언에게는 사춘기 딸이 있고, 7년전에 아내와는 사별을 했다. 이언은 아내와 사별하고 나서 지금까지 어떤 여자와도 사랑을 하지도 연애를 하지도 않았는데, 조이를 보고 반하고 들뜨게 된것. 그래서 그들은 다정한 관계가 되어가는데, 조이는 뉴욕에 사는 사람... 그래서 이언은 걱정을 한다. '너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고. 조이 역시 같은 생각을 한다. 이언과 이언의 딸이 영국을 벗어나 사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고 그림이 그려지지도 않아, 그리고 자기 역시 뉴욕을 떠나는 게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생각하는데, 그들 사이에 그들을 멀어지게 할만한 사건이 생기고, 그렇게 그들은 미래에 대한 어떤 약속도 없이 그리고 기대도 없이 시간이 되어 헤어지게 된다. 조이는 뉴욕으로 돌아왔다.



잠깐 다른 얘긴데, 이언의 사춘기 딸 '릴리'는 조이를 너무 좋아하고 따른다. 마을에서 이렇게 젊은 어른 여자를 본 것이 오랜만이고, 그녀의 부츠를 신어보고 그녀와 같이 런던에 가면서 따르고 좋아하게 되는데, 조이와 런던에 갔던 날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이 일을 조이가 이언에게 릴리를 대신해 말해주는데, 그 말하는 단어 선택이 너무 ..



"오늘 ……."

조이가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가 바로 멈추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 앞에서 갑자기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조이는 여성의 주기를 표현할 때 쓰는 '생리'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유기적이고 목적이 뚜렷한 이 현상을 칭하기에 너무 투박하고 추한 말이었다. 그러나 다른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 이언의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조이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이 말마저도 마치 학교의 성교육 수업을 위해 제작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게 느껴졌다. (p.239)



그러니까 저 때는 아직 조이와 이언이 연인이 되기 전이다. 그러니 어색했을 수 있다. 그럴수록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단어인 '생리'를 써야하지 않았을까. 원서에서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이게 무슨... '여자가 됐어요'가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진짜 소름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글오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이언의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오늘 이언의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오늘 이언의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오늘 이언의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아 너무 징그럽잖아 ㅠㅠ 여자가 됐어요, 라니. 아 너무 해괴망측하다... ㅠㅠ 싫어 ㅠㅠ


아무튼,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오해와 이해가 생기고 시간은 흘러 조이는 훅- 뉴욕으로, 다시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집을 좀 더 안정적으로 꾸미면서 자신만의 싱글라이프에 더 충실하고자 한다. 더 집다운 집으로 꾸며야지, 그곳에서의 시간은 좋은 시간이었어, 자, 잘 살자... 이렇게 생각하고 새로운 의자도 장만하고 그러는 와중에,



두구두구둥-

딩동-


벨이 울리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누구게에에에에에에에에~~~~~~~~~~~~~~~~~~~~~~~요? 누가 왔을까아아아아아아~~~~~~~~~~~~~~~~~~요? 누가 벨을 눌렀을까아아아아아아아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을의 할머니들이 수영클럽을 결성해 눈이 오는 추운 날에도 연못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각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또 극복하는 과정을 돕는 것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나 한 할머니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서 따뜻한 코코아에 위스키를 넣어 조이에게 대접하는 장면에서는


'아이쿠야, 이거 꼭 해봐야지. 코코아 타서 위스키 넣어서 먹어봐야지!'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거 너무 좋을 것 같아. 나는 평생 여름을 사랑했고 겨울을 좋아하지 않지만, 겨울을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코코아에 위스키를 타먹는다면.



딸을 잃고 상실감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할머니를 위해 다른 할머니들이 추모벤치를 만들어줬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고, 무엇보다 조이의 벨을 누르는 사람 때문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역시 이야기는 끝까지 봐야해. 물론, 이 이야기도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아직 벨만 누른 것 뿐이니까.





평소 출근할 때 스벅에 들르면 에스프레소에 샷을 두 개 더 추가해 세개로 받아와서는 사무실에서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먹는다. 아메리카노로 사오면 오는 길에 막 흐르고 넘치고 뜨겁고 그래서, 텀블러에 에스프레소로 받아오는 것. 세상 똑똑해... 그런데 어제 스벅 직원이 '샷 하나에 두개 더 추가하지 말고, 더블샷에 샷 하나를 추가해라, 그게 100원 더 저렴하다'고 알려주는 거다. 어라? 그래서 오늘은 그렇게 주문했는데, 어제의 그 직원분은 날 잊지 않으셨다.



"오늘은 더블로 하셨네요."

"네, 어제 알려주셔서 그렇게 했어요."

"네, 이렇게 하세요."


이러면서 서로 웃었다. 친절해. 다정해. 사람들은 내게 다정해. 사람들은 내게 친절해. 뷰티풀 월드... 고맙습니다. 다정한 세상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난달 부터였나, '여성의 전화'에 후원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며칠전에 책자가 날아오더라. 휙휙 넘기다보니 '쉼터'에 개인이 물품을 기부할 수도 있더라. 기부한 개인의 목록과 아이템이 나와 있었는데 생리대, 서적, 의류, 과일 할 것 없이 아주 많은 것들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쉼터에 보내주고 있었다. 아, 이게 가능해? 나 역시 서적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걸어 개인으로 쉼터에 책을 기부하고 싶다, 내가 사서 읽은 거라 새 책은 아닌데 가능하냐 물었더니 좋다고, 고맙다고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주소와 담당자명을 다이어리에 받아 적었다.



책을 사면 내 방의 공간은 한정적이라 읽고나서 대부분 처분을 한다. 알라딘에 팔기를 하거나, 어떤 이유든 알라딘에 팔기가 안되거나 혹은 저렴한 책들은 개인에게 팔기를 하거나 이 공간을 통해 방출하곤 했다. 나는 개인에게 팔기 목록을 싹 지웠다. 그리고 그 책들을 다 챙겼다. 이 책들 다 보내야지. 나는 책이란 것은 읽힐 때에야 비로소 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이 읽힌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여기다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히히. 좋아라. 모든 물건들이 그 물건의 쓰임을 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훗.



냉장고에 마카롱이 있다는 게 너무 좋구먼...




"회사 사람들은 알고 있었어?"
"처음엔 몰랐어.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러다가 정말 입이 싼 비서 하나가 4월에 식당에서 우릴 봤어. 그러고 얼마 안 돼서 그 사람이 날 찼지."
"두 사람 관계가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 사람 말이 그랬지. 그 사람한테도 안 좋고 나한테는 그야말로 재앙이라면서. 그런데 한 달쯤 뒤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8,9개월 전부터 햄프턴에 사는 어떤 여자를 사귀고 있었더라고."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조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기분이 형편없어졌다. 알렉스와 함께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낸터킷 섬에서 보냈던 휴가, 베일에서 스키를 타거나 조이의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던 일, 센트럴 파크 웨스트에 있는 알렉스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일. 조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새라는 차를 홀짝이며 딱한 표정으로 식탁 맞은편의 조이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 정말 좋아했구나."
조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는 자신에게 놀랐다.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바보 같았어."
"바보 같았던 거 아냐." (p.70-71)

새라가 나지막하게 말하며 의자를 당기고 식탁 위로 손을 내밀어 친구의 손을 잡았다.
"그 사람한테 마음을 연 것뿐이야. 바보 같은 건 그 사람이지."
조이가 눈물을 멈추려고 애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라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바보였어. 멍청이지. 사는 동안 계속 휘회할 거야."
"그럴 일 없을걸." 조이가 속삭였다.
"있을걸." 새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p.71)

"전 회사 일이 정말 즐거워요. 낡은 공간을 보고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존할지 고민하는 게 좋아요. 창조적이면서도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일이죠. 다른 어떤 일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그런 마음이라니 운이 좋네요. 회사도 조이를 얻게 되어 운이 좋고요."
조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마음을 함께 나눌 특별한 사람도 있나요?"
애그니스의 질문은 뜻밖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조이는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있었어요. 남자가."
"과거형이네요?"
"그 남자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죠."
애그니스가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마음이 움직이는 건 막을 수 없죠. 움직이는 부위가 꼭 마음이라는 법도 없고."
"맞아요!" 조이가 높은 목소리로 맞장구 쳤다.
애그니스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남자 손해예요. 하지만 조이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나도 그 마음 잘 알거든." (p.179-180)

"모든 사람이 남자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건 아니야, 게일라. 남자의 보살핌을 받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협력자로 사는 데 만족하는 여자들도 많다고."
"그럴지도 모르지." 메그가 대답했다.
"어떤 의미에서 좀 더 쉬운 선택이기도 하니까. 자유는 외롭거든.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대라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
"자유를 포기하는 쪽보다 더 클까?" 비브가 물었다.
다들 물에 떠 있기 위해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조이는 물 밖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감히 그 말을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각자의 가정을 생각해봐." 애그니스가 차근차근 따졌다.
"여자들이 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가정도 없고 아이들도 없을 거야."
"있지, 왜 없어!" 메그가 주장했다.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을걸! 보살필 사람이 없겠지! 엄마들은 다른 아이들을 만드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메그가 짓궂게 웃었다.
"그게 남자들이 하는 짓이잖아? 씨를 뿌리고 나머지는 우리 여자들이 알아서 해라? 모든 남자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 애그니스가 말했다. (p.192-193)

"사귀는 사람이 있었는데 잘 안됐어요." 조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구 잘못이었어요?" 메그가 노골적으로 물었다.
"모르겠어요." 조이가 대답했다.
"제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줬나 봐요. 충분히 행복하게."
"누구도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해요." 비브의 생각이었다.
"스스로 자기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면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결혼이 실패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 메그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그렇구나, 해답을 찾았네! 책으로 쓰지 그래."
"그래야겠다!" 비브가 쾌활하게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게일라가 말했다.
"결혼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고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의 근본적인 불행을 치유할 수는 없어."
"외로워서 불행한 거라면?" 애그니스가 물었다.
"그러다가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다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불행을 치유한 게 아닌가?"
"그런 다른 경우야." 게일라가 말했다.
"다르지 않아." 애그니스가 고집했다.
비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말하는 건 자기 안 깊은 곳에 자리한 불행이야. 그건 외로움과 달라." (p.194-195)

조이는 사진을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조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언의 옷장으로 가서 셔츠와 스웨터에 밴 냄새를 맡는 일이었다. 서랍 속 내용물도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고 책장에 있는 모든 책들의 제목을 일일이 읽어보고 싶었으며 이언의 침대에 누워 그의 사적인 영역을 빨아들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집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이는 훔쳐보는 사람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존재했었고, 너무나 젊은 나이에 너무나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케이트와 희미한 연결 고리를 느끼고 나니, 이제 조이는 이런 간단한 심부름이나 하면서 실컷 방을 돌아보는 자신을 케이트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지갑은 침대 옆 탁자에 있었다. 조이는 지갑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집어들었다. (p.358-359)

알렉스는 강박적으로 둘 사이를 숨기려고 했다. 다른 커플과 함께 만나지 않았고 조이의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지도 않았다. 저녁 식사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도 없었고 친구의 집이나 별장에 간 적도 없었다. 알렉스 와일더와 헤어진 후 조이는 여러 우정이 떠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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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6-2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문단 완전 좋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짜 좋은 친구는 어려울 때 위로해주는 친구면서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이라는 거요.
생각보다 뒤에 거 쉽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자기 맘을 막 드러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사실은.... 사실, 진실에 가깝죠.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조이는 미국사람이고, 이언은 영국사람인거잖아요.
말이 통하고, 대화가 가능하고, 그런데 다른 나라에 살고. 다른 나라지만 말은 같은 영어. 이런 게 넘 신기하고 그러네요.
미국여자와 영국남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6-20 10: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좋지 않은 일에 위로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넨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잘된 일에서 어떻게든 흠을 찾아내려고 하고 좋은 기분을 좀 바닥으로 내려오려게 하려는 심리가 자꾸 발현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는 관계가 있다는 게 축복이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서로의 좋은 일에 진심의 축하를 건네는 그런 사이가 됩니다, 단발머리님!


그러게요. 어쩌다가 영국 남자를 만나서 그래도 영어로 말이 통하네요. 제기랄 ㅋㅋㅋ 아니 프랑스 사람이거나 독일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 이었으면..대화를 어찌했을까요? 사랑이 싹트기 힘든 환경이었겠어요. 역시 언어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미국여자와 영국남자라니. 어쩌면 만나서 사랑하라고 부러 그런건가. 그렇다면 세상에 인연이나 운명의 상대라는 건 있는것인가.......

레와 2018-06-2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수영클럽] 이라니...!! 이 책 보면 막막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막막 듭니까??? ㅎㅎ
더워서 하루종일 수영장 생각뿐이라오~ 빨리 입수하고 싶당. ^^


미국 여자 사람과 영국 남자 사람, 그리고 딸도 있고..
나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가 생각났어요. 또 보고싶네. ㅎㅎ


다락방 2018-06-21 08:56   좋아요 0 | URL
이 나이든 여성분들이 글쎄 얼음을 깨고 수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게 그렇게 좋다네요. 정말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전 몸을 담그기도 싫을 것 같은데. 대신 15분 이상을 버티면 안된다고 주인공에게 얘기하더라고요. 주인공도 처음에 두려워하다가 해보고는 너무 좋아서 물 속에서 나오질 않아 기절하거든요.. 아마 레와님은 이 책 읽으면 얼음물에서 수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로맨틱 홀리데이에 딸..이 나오던가요? 기억이 1도 안난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6-20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6-21 08:5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가족과 정말 친한 친구들만 가능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진심으로 기뻐하기란 쉽지 않죠.
 















이 책을 재미있다기에 읽었지만 나는 잘 모르겠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더랬다. 이 책을 산 건 조카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조카에게 주었다는 사실 조차도 나는 잊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도. 나는 지난번에 지우개똥 그 책도 그렇고... 어린이 책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미칠듯한 욕구불만이 된다. 나도 거기에서 뭔가 캐치하고 싶다, 나도 뭔가를 느끼고 싶고,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싶다!! 그러나 좀처럼 그런 능력이 키워지질 않아 절망중이고, 그럴수록 꾸준히 놓지말고 읽자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조카네 집에 갔더니 조카가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며 얘기했다.


"이모가 준 이 책, 만복이네 떡집, 재미있어서 두 번 읽었어."


라고 하는 거다. 두 번이라고 했는지 여러번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러는거다. 우아아앗. 역시 어린이책 많이 보는 친구들의 추천은 틀림이 없구나 ㅠㅠ 분명 내가 이 책을 사게된 데에는 어린이책을 사랑하고 많이 보는 친구들의 추천이 있었던 바, 그래, 믿고 따르자! 하고는 선물해줬더니 조카가 읽고 감상을 얘기해줬어. ㅠㅠ 나는 기쁘다 ㅠㅠㅠ


조카야, 내가 너의 책을 언제나 책임질게. 이번에 장바구니 털 때도 어린이책을 한 권 넣어 지를 예정이다. 다음에 갈 때 또 주려고. 후훗.

















어제는 아빠랑 남동생이랑 셋이 축구를 봤다. 축구는 그냥 보기 심심하니까 내가 안주를 만들었는데, 집에 돈까스도 있고 김치도 있어서 내가 도전할 요리는 김치 가츠나베 였다. 그러나 지난번에 김치 가츠나베 해봤더니..망쳤어? 하는 노력에 비해 맛도 떨어져? 다시는 하지 않겠다 생각했던 터라, 그래, 실패할지도 모를 요리에 애쓰지 말고 확실한 요리를 하자! 그러나 그것으로 김치 가츠나베 맛을 내자! 하는 천재적인 생각을 하고는, 김치를 따로 지지고 돈까스를 또 따로 튀겨서 한 상에 냈다. 그리고 같이 먹는거지! 양파를 종종 썰어넣고 엊그제 한 어묵볶음 남은 것도 때려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김치 지짐은 정말 맛있었는데, 남동생은 먹어보더니 '이거 어떻게 한거냐, 누나 이제 짜글이도 잘하네' 하고 감탄했다.


"누나 진짜 1년전하고 확실히 달라졌다"


이러면서 엄청 맛있게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레서피 찾아보는 것도 안한다. 나의 손과 머리를 믿고 그냥 다 때려넣고 때려볶고 그러면 얼추 괜찮은 음식들이 터져나와. 요리 포텐 퐁퐁퐁- 퐁포로봉- 터져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기초도 없었을 때 두 시간 걸려서 요리 실패하고 부엌 초토화 되었었는데 후훗. 이제는 그냥 때려넣고 적당히 끓이거나 볶아주면 다 된다. 어묵 볶음 만들 때도 후훗. 청량고추,어묵,양파,마늘 을 기름두른 팬에 넣어 달달달 볶다가 간장 넣고 달달달 볶고 거기에 고추가루 좀 뿌렸더니 후훗. 완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머리가 요리 다해 ㅋㅋㅋㅋㅋㅋㅋ손은 그저 거들뿐 ㅋㅋㅋㅋㅋㅋㅋ요리 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안주를 먹으면서 남동생은


'누나 이번엔 까르보나라 도전해보는 건 어때?'


하더라. 나는 싫다고 했다. 그건...성공할 자신이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어려운 것이야 ㅋㅋㅋㅋㅋ일전에 남동생이 집에서 시도했다가 까르보라나 한 냄비를 가득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히 망친 ㅋㅋㅋㅋ좋은 재료 다 뚜드려넣고 망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뒤로 집에서 까르보나라는 금기시 되었는데, 그걸 시도하기에는 아직 내 실력이 미천하고, 천재라고 하지만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해...시간을 좀 둘 필요가 있다. 어쨌든 어제 먹으면서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누나 이제 독립해도 되겠다."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꺼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안주랑 술을 놓고서는 셋이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아기들에 대한 걸로 이어졌다. 나는 예전에 아기들에 대해 관심이 1도 없었고 오히려 귀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말도 안듣고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나에게 조카가 생기고보니 완전히 시선이 달라진거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관점도 확 달라져서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이 힘들어 보이면 어떻게든 돕고 싶고, 아이들을 웃게 해주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아이들이 다 예쁜거야.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빠도 그렇다고 하셨다. 예전엔 아기들 싫었는데 이제는 아기들 보면 다 너무 예쁘다고. 이게 우리에게 조카 혹은 손주가 생겨서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이렇게 우리도 달라지는 구나, 하고.


이런 얘기에 신이난 나는 계속 얘기했다.


"나는 아기들 너무 예뻐서 식당에서 눈 마주치면 까꿍놀이 해주거든. 이건 외국에 가서 외국 아기들한테 해줘도 좋아해. 좋다고 까르르 웃어. 애들은 왜이렇게 까꿍을 좋아하지."


이러면서 양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보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이렇게 해- 하고. 그러자 그걸 보고 있던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가 그러고 있으면 어른도 웃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몽쉘통통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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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1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한테도 까꿍해죠바바요!

다락방 2018-06-19 11:19   좋아요 0 | URL
그러면 우리의 친구사이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06-19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몽셀통통 먹어야지 🤣

다락방 2018-06-19 13: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의 유머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8-06-19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참에, 락방님. 어린이책 함 써보십시다!(초롱초롱♡♡)

카알벨루치 2018-06-19 14:27   좋아요 0 | URL
근데 어린이책 내용으로 재미지게 쓰실수 있을래나? 그게 의문! 계속 “까꿍 까꿍 까꿍 까까꿍”만 하시는거 아닌감?” 우헤헤헤

다락방 2018-06-19 15:06   좋아요 1 | URL
클래비스님/ 제가 어린이책은...못쓸것 같아요. 제가 어린이책에 대한 이해가 한없이 부족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꾸준히 어린이책 읽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감각을 읽히도록 하겠습니다!


카알벨루치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까꿍만 있는 책이면..............아무도 안사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8-06-1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은 잘 쓰시고도 남을 분입니다,암요♡

2018-06-19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9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9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8-06-1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ㄲㅑ오 ㄲ ㅑ오
빨랑 알려주시와용♡♡♡

2018-06-19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8-06-1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킹왕짱이시잖아요(전 지금 영어수업중ㅠ구몬은 어떠신지요??ㅠ)

다락방 2018-06-19 16:20   좋아요 1 | URL
저 구몬 잔뜩 밀려서 그만둔 지 꽤 됐어요.... (먼 산)

비공개 2018-06-1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천재 다락방님 멋져요 ㅎㅎㅎ 저 책들도 역시 제 장바구니에 담깁니다.. 오늘 책을 벌써 한판 주문하긴 했지만요. ;;;

다락방 2018-06-19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어떻게든 다음날로 미루고 있습니다. 그래, 내일 주문하자, 내일 주문하자... 이렇게 6월을 넘겨볼 참인데..잘 될지 모르겠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핫

단발머리 2018-06-19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매일 폭풍 성장하는 요리 실력이라니.. 정말 대단해요.
비결은 남동생 분의 멘트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6-20 08:43   좋아요 0 | URL
이제 남동생 결혼 보름밖에 안남았어요, 단발머리님 ㅠㅠ
저 어떡하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18-06-20 08:59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 남동생 결혼해요? 이런....

다락방 2018-06-20 09:39   좋아요 0 | URL
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어떡하죠 비연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06-20 10:05   좋아요 0 | URL
아...... 결혼 소식인데 좀 슬퍼지려고해요.


˝누나가 그러고 있으면 어른도 웃어...˝

이런 멘트를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8-06-20 10:07   좋아요 0 | URL
저 결혼식장에서 울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ㅠㅠ
제가 울면 제 눈물은 누가 닦아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06-20 11:51   좋아요 0 | URL
진심 서운하실 것 같아요.
제가 워낙 결혼을 일찍 해서 남동생이랑 같이 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친정가면 엄마아빠 아기들 모두 잠들면,
둘이 누워서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없이 나누고는 했거든요.
물론 다정한 시간은 제가 졸려하면서 끝나기는 했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나의 다락방님을 걱정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엇보다 남동생님의 유머를 아쉬워하며....
다락방님.... (와락) 안아주고 싶네요.

다락방 2018-06-20 12:06   좋아요 0 | URL
안아주세요 단발머리님 ㅠㅠ 엉엉 ㅠㅠ
꼬옥- 꽉- 안아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극장에 가서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을 보았다. 영화 속에는 맨 처음 쥬라기 공원을 만든 박사의 손녀가 나오는데, 아마도 그 소녀의 나이는 9살 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9살인지, 그러니까 영화속에서 9살이라고 나이가 나오는건지, 아니면 내가 그냥 보고 '9살쯤 됐겠구나'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그 소녀에 대해 기억하는 건 9살.. 이라는건데, 그러니까 이것은 '기억'이라기보다는 어떤 인상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9살 내 조카 때문에 그냥 소녀들이 다 9살로 보이는 건 아닐까..모르겠다. 아무튼, 그 소녀의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고.


가능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말하려고 하는데 될지 모르겠다.


영화속에서 그 소녀와 그 대저택에서 함께 사는 어떤 남자어른이 있다. 영화의 끝에 남자 어른은 주인공들에게 이 소녀의 비밀에 대해서 말한다. '너네, 그 아이가 어떤 아인줄 알아?'하면서 얘길하는 것. 그리고 그 얘길 할 때 그 자리에는 그 소녀가 있었다. 그것은 소녀가 이미 스스로에 대해 짐작했던 일이라 해도, 타인으로부터 그렇게 갑작스레 폭력적으로 들어서는 안되는 말이었고, 그리고 그걸 듣고난 후 그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게될지, 어떤 마음일지도 아주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그 남자가 아무리 악당이라고 해도, 그 '아이'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걸 굳이 말해야 했다면,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 어른들에게 말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저 남자는 하지 말아야 할 것, 그래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당이기에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악당이어도' 해서는 안될짓이 있다고 생각했던건데, 그렇지만 해서는 안될 짓을 하지 않고 선을 지킨다는 것은 역시 악당이 아닌 것일까...





요즘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인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웹툰으로 몇 회 본 적이 있다. 처음부터 '비서'란 직업에 대한 전혀 이해가 없이 그려진 웹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것은 로맨스를 그려내기 위한 웹툰이니 보면서 비서와 부회장의 콩닥콩닥 로맨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거에 재미 느끼라고 보여지는 거겠지만, 역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하게 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비서가 부회장의 넥타이를 고쳐매 주는 장면이었다.



나는 '비서'라는 직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내 상사의 넥타이를 매주는 상황에 곧바로 대입해보게 됐는데, 와, 진짜.... 그건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비서가 해줄 역할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되는 것이다. 왜 비서가 넥타이를 고쳐매 줘야 하는거지? 그것은 지나치게 '사적인' 것이 아닌가. 내가 우리 보스의 넥타이를 고쳐매준다? 난 진짜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러라고 하면 당장 사표내고 나갈거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어쩌면 속으로 이를 갈면서 넥타이를 고쳐매줄 지도 모른다. 나는 을이니까. 고용되어 있으니까.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필요하니까. 그렇지만.. 기꺼이 상사의 넥타이를 고쳐매준다니... 나는 아무리아무리아무리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데..싶은 거다.



동료 비서에게 물었다. 마침 동료 비서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너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받아들이겠어?'라고 하니 강한 거부의사를 표현한다. 그건 우리 보쓰가 늙고 못생겨서가 아니다. 드라마속의 부회장이 젊고 잘생겨서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보쓰'와 '비서'로 만났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젊고 잘생겨서 이게 허락되는 게 아니고, 당신이 젊고 잘생겨도 안되는 건 안되는거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비서라는 직업에 판타지를 갖고 있다. 보쓰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보쓰랑 은밀한 사이가 되기도 쉽고 또 보쓰의 곁에 있을 사람이라 늘씬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일단 그런 생각 자체가 비서를 성적대상화 시키는 거고, 그 누구보다 보쓰랑 은밀한 사이를 원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비서 그 자신일 것이다. 비서를 두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늙고 성질이 고약한 남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이 책은 제목이 그냥 다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목이 근사하다. 진짜 제목에 빚을 진 작품이라 해야할까. 그런데 그 제목이 심지어 번역된 제목일 뿐, 원제는 '화산 자락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번역된 제목이 너무 책의 내용에 잘 맞고 또 책 표지까지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디자인한듯 보인다.


규모가 크지 않은 건축사무소 이야기이다. 이 사무소에서는 해마다 여름에 이 사무소가 소유한 여름 별장으로 가 일을 한다. 시내의 일터에도 직원을 소수로 남겨놓고 일흔을 넘긴 소장을 비롯해 다른 직원들은 모두 여름에 별장에 가 일하는 것. 별장에서 각자 조를 짜서 식사를 준비하고 일을 하고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각자의 공간에서 쉬기도 하고, 서고의 책을 보기도 하고, 벽난로 앞에 앉아 홀짝홀짝 술을 들이켜기도 한다. 와, 이런 별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두번도 넘게 생각했다. 풍경이 너무 좋은데, 책 속에서는 산 속의 풍경에 새들의 지저귐과 클래식 음악소리, 그리고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까지 타닥타닥 들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렇지만 이 사무소의 문화 혹은 일본의 문화라고 해야할 것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름을 지내고 다시 시내의 사무소로 전 직원들이 돌아왔는데,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 소장이 주인공 남자에게 '주말동안 별장에서 함께 일하자'고 하는 거다. 직원은 자신의 역할도 있는 바, 소장님을 모시고 별장으로 간다. 급박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별장에 도착했고, 젊은 직원은 불을 피운다.



짧은 장작을 난로 바닥에 쌓고 성냥불을 갖다댄다. 유황 냄새가 피어오르고 탁탁, 쾌활한 소리를 내면서 불길이 돈다.

"오, 불 피우는 데 달인이 됐네." 뒤에서 소리가 났다.

돌아보자 선생님의 안경에도 난롯불이 아른거리고 있다.

"장작 타는 냄새가 좋군. 좋은 장작이야."

졸참나무였다. 장작을 묶은 철사를 펜치로 끊고 난로 옆에 쌓았다.

'선생님은 왜 저를 입사시키셨나요.' 가슴속에서 물었지만 말이 되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왜 마리코와 저를 결혼시키려고 생가하신 겁니까. 떨어진 나무 부스러기를 작은 빗자루로 쓸어모아서 불 속에 털어넣자, 탁탁 하고 작은 불꽃처럼 터지면서 탄다.

"네 다발 갖고 왔는데, 조금 더 있는 편이 좋을까요?"

"9시가 넘거든 목욕물 준비 부탁하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고마워."

선생님은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고 나서 책상 위의 도면에 눈길을 보냈다. (p.340)



잘 읽어가다가 '응?????????????????????????'하고 놀라버렸는데,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직원에게 목욕물 준비를 부탁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부탁하는 사람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목욕물 준비해주는데 나는 이게 너무 이상했다. 소장과 직원의 관계다. 업무적으로 얽힌 관계. 물론 소장은 나이가 일흔이 넘었고 직원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스물셋의 나이이다. 게다가 이 직원은 이 소장을 평소에 존경해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했다. 노년의 소장이니, 뭐랄까,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목욕물 준비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건가?


그러니까 이들에게 이것은 태클걸만한 게 아닌,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건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점심에 밥 먹어도 저녁에 배가 고프듯이..자연스러운 거야?


목욕물 준비가, 글쎄 내가 일본을 안가봤고 어떤 특별한 준비가 또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뜨거운 물을 탕 안에 받아두는 것일테니 딱히 뭔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드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건 아무리 그래도 부탁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이게 너무 찜찜한거다. 넥타이 매주는 게 힘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면 안되는' 일인것처럼, 목욕물 받아달라는 부탁 역시 많은 힘을 요해서가 아니라 '그러면 안되는', 그러니까 업무적으로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부탁하면 안되는 일 아닌가?



이 장면에서 몇 장면 넘어가면 소장님은 뇌경색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데, 그렇다면 선생님(이렇게 부른다) 몸이 유독 약하기 때문에 목욕물 받아주는 것이 그저 배려차원으로 가능한 일인걸까? 나는 읽으면서 뭔가 이 상하관계가 지나치게 사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싫은 거다. 게다가,



이 선생님에게는 '애인'이 있다. '부인'이 있는 상태에서...

이 애인의 집을 선생님이 지어줬는데, 자기네 회사가 시공한 업체의 보수야 자기들이 하는 게 당연하다지만, 자기 직원을 수시로 애인의 집 보수및 점검을 위해 보내는 게, 뭐랄까, '뭥믜' 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주인공은 선생님의 애인 집도 점검해주고 사모님을 모시고 중환자실도 가고... 이게 소설에서는 뭔가 기분나쁘다고 표현되지는 않는데, 나는 되게 엿같은 상황으로 느껴지는 거다.



선생님과 부인의 사이는 그리 원만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선생님과 부인은 딱히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지도 않아. 서로에게 심드렁한것 같고, 선생님은 애인에게 의지하고 애인 역시 선생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쓰러지고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 애인은 선생님의 병실에 올 수가 없다. 선생님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중요한 자리에 다 참가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는 사이가 딱히 좋지도 않은 선생님의 '부인'이 참석해야 한다.


애정이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애정이 넘치는 상대에게 공식적으로 드러내지지 못하는 애인의 마음 역시 아플 것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고, 그리고 함께 있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할지 뻔히 아는 사이인데,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라는 걸 가까운 사람들도 다 아는데, 그런데 공식적인 자리에 나는 '내가 저사람의 애인이다' 하고 나갈 수가 없어. 그저 집에서 우두커니 소식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람이 회복은 했나, 몸상태가 어떻게 됐나, 죽었나... 너무 ..... 너무하지 않습니까?


세상엔 이런 관계가 아주 많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이 이런 일들로 속을 끓이고 있을테고. 나는 이 모두에게 아픈 일들이 너무 싫어. 이 입장에 처한 사람들 누구 하나 과연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가! 부인은 자기에게 마음 없는 남편을 보고 가슴 아프고, 남편은 아내라고 부르는 사람 있지만 사랑하는 여자 멀리 있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는 순간 좋지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낼 수 없어 가슴 아프고, 주변에서는 이걸 다 보면서 참 뭐라고 말도 못하고..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세상 쓸데없는 짓이지. 그러니 우리는 좀더 명확히 정리하고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이 모든 아픔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사람은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해야 하는 것 같다. 혹여라도 마음이 다른 데 있다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마... 모두를 아프게 해, 모두를.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그 사람이 얼마나 악한 사람인지는 선을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서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상대랑 싸운다 해도 '절대로 해서는 안될말'같은 게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이제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 후에 우리에게 켜켜이 악감정만 쌓인다 해도,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 중 치명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도 또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상대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비록 원수가 되었다 해도 인간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지켜야할 예의라는 게 있지 않나.




쥬라기 공원에서 어른 남자는 선을 넘었다. 아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에 대해 그걸 얘기하면 안되는 거였다.

비서가 보쓰의 넥타이를 고쳐매주어서는 안되었다. 앞으로 그 자리에 앉게될 후임도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일을 해야 하는가?

소장이 신입 직원에게 목욕물 받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왜 목욕물을 직원에게 받아달라는거야?

정말 한평생 충실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결혼하면 안되는 거다. 여럿 불행해진다.



"나는 여름 별장에 한 번도 가본 일이 없어요. 슌스케 씨가 와보라고 여러 번 말했어도, 그럼 지금 같이 가보자, 라고는 안 했거든요. 여기 밭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갖고 간 일도 있는데 어떻게 심어서 어디에 피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려츠주지도 않았어요. 나한테 거는 전화가 방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앉아서 걸었는지 서서 말했는지, 그것도 몰라요. 만일 슌스케 씨의 의식이 이대로 안 돌아온다면, 이제는 갈 기회도 없잖아요? 작업실 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의자에 앉아서 어떤 경치를 보고 있었는지,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보고 싶어요. 쓰러지고 나서 자꾸 여름 별장에서의 슌스케 씨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렇지만 그건 목소리뿐이지 모습은 없어요." (p.367)



이게 뭐냐...



"그건 말이야, 우치다가 괜히 장난 비슷하게 마리코한테 접근해서예요. 반쯤 놀이 삼아 데리고 다니는 척 자기 마음을 숨기고 있었거든요. 언제든지 진심이 아니었다고 누구한테라도 말할 수 있게 말이지. 자기 자신한테도, 마리코한테도 말이에요. 그런 것이 우치다의 잘못된 점이지요." (p.368)


이것도 졸라 싫어..



"나는 구가루이자와에 묵을 테니까, 토요일 점심때쯤 유키코씨랑 데리러 와줄래?" 마리코가 말했다.

나는 유키코하고 단둘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순간 놀란 얼굴이 되었다.

"왜? ……뭐?" 마리코는 조금 무서운 얼굴을 해보였다.

"괜찮을까?" 그렇게 말해보았다.

"까, 라니 왜 까야?"

마리코는 내 목에 양손을 뻗어 가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목을 조였다. (p.373-374)



자기 여자친구에게 다른 여자랑 둘이 있는 상황을 '괜찮을까' 묻는 것도 답없다 진짜. 이 놈도 싫어.. 안괜찮으면 어쩔건데. 아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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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6-1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집시마을에 갔다가 자기 집 앞을 나체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마주쳤어요. 넘 짜증났는데 뭐 자기 집 앞이고, 요즘 관광객 싫어하는 현지인 많으니 관광객 쫓아내기 위한 발상인가 싶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누가 저 사람이 잘생기고 몸 좋았어도 니가 몸서리를 쳤을까? 라고 함.
그건 잘생기고 몸 좋더라도 나체인 남자를 대낮에 마주치는 건 싫은거다, 저건 하나의 폭력이다,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냐? 하며 넘어갔는데,, 잘생기고 몸이 좋은 남자여서 용납이 되는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여기에 갖다 붙이는 건 너무 싫다고 생각했어요. 아닌 건 아닌거지.. 부회장 보면서 이 사건이 떠올랐네요.

다락방 2018-06-19 08:54   좋아요 0 | URL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면 호감이 가고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빛나는 외모가 폭력을 비폭력으로 만들어주는 건 아니죠.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 뛰어난 미모라면 폭력조차 평화로 둔갑시킬 수 있다고 믿는건지, 일전에 제가 썼던 영화리뷰에도 그런 거 있었는데, 기차에서 옆자리 남자가 아무리 유연석이라고 해도 처음 만난 여자에게 ‘나는 오늘 너랑 잘거야‘ 같은 거 말하는 게 무슨 개똥같은 시츄에이션인지..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유연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폭력이 무엇인지, 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아 짜증나.

왜 박유천 성폭력 사건 때도 그런 글들 봤었어요. 박유천이 무슨 성폭력이냐, 그렇게 생겼으면 땡큐지.... 이 무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요 ㅠㅠㅠㅠㅠ 왜 이런걸 일일이 설명해줘야 할까요 ㅠㅠㅠㅠㅠ 예쁜 여자가 죽이면 살인이 살인이 아닌 게 되는걸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짜증나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8-06-26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6-26 15:55   좋아요 0 | URL
직원들도 애인 있는 거 알고 애인 집 관리까지 해주잖아요. 유지보수... 어처구니;;
뭔가 부인만 머저리 만드는 것 같았어요. --^

블랙겟타 2018-07-1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전에 이 페이퍼의 글을 보고 떠올린 일화가 있어서 얼른 댓글을 남기려고 했었는데요..
이 놈의 건망증(응?) 때문에 이제야 ‘아 맞다!‘라고 무릎을 치며 댓글을 남기네요.

제가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다락방님 처럼 일본 만의 문화(?)에 대해 저도 갸웃거린 게 있어서요.
어릴 떄 부터 일본문화를 접하면서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있어요. 일본을 알면 알수록 오묘(?)하다고 느낀게 일본 예능을 보면 여장남자인 예능인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며 (사실 이건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존중한다는건지 아님 단지 독특한 인물로서 소비하고 있는지는요..) 또 제가보고 있는 일본 청춘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한 남학생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에 대한 고민하며 그래서 어떤 계기로 남녀합반을 하고 있을때 이 친구가 사실 꼭 입고 싶었다면서 부모님 몰래 학교에 여고의 교복을 입으면서 벌어지는 부모님과의 갈등과 이해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거든요. 한국에서는 나오기 힘든 에피소드라고 생각이 들었었죠.

그러나 한편으론 일본 단어를 보면 특히 기혼 여성이 남편을 부르는 말 중에 主人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응? 왜 남편이 주인이지? 라며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가 회화수업중에 좋아하는 여자배우를 말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이라고 말하다가 선생님께서 ‘여자배우를 말하고 싶은거야? 그럼 배우라는 단어보다 여(자배)우라는 말이 더 어울려..배우라는 단어는 남자배우를 뜻 해˝ 라는 말을 듣고 ‘어?‘ 왜그럴까.라고 느낀적이 한두 번이 아니였죠.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국보다 한편으론 개방적인것 같으면서 알면 알수록 엄청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 같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8-07-18 11:35   좋아요 1 | URL
트위터를 보면 일본 여성들의 인권은 아주 바닥인것 같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자기 정체성을 밝히면 욕을 먹기도 하고 협박을 당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일본에 av 배우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리고 막연하게 그것이 자연스레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인걸까? 의문이었는데, 그것도 강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인권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요즘에야 비로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마도 우에노 치즈코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같은 책을 쓰게된 게 아닐까 싶고요.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게다가 거긴 걸그룹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진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들을 걸그룹 데뷔시키고 성적대상화를 엄청 심하게 한다고.. 전 얼마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자위기구 보고 너무 놀랐는데요. 자위하면 처녀막 터지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더라고요... 뭐랄까, 그들이 여성을 대하는 게 제가 상상 해본 적도 없는 식으로 자꾸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본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 같더라고요.


‘개방적‘이라는 건, 개방적이라는 좋은 허울을 씌워서 오히려 여자들을 성산업에 더 내몰기 위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야, 개방적이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면서 온갖 가스라이팅을 한달까요. 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 갈 길이 너무 멀어요, 블랙겟타님.

그나저나 일본어를 배우신다니, 멋집니다! 저는 항상 외국어에 대한 동경만 하지 공부를 안하고 노력을 안해서 외국어는 1도 할 줄 모르는데, 외국어 꼭 익히세요!! 저도 언젠가는..꼭.... (훌쩍)

블랙겟타 2018-07-19 17:24   좋아요 0 | URL
다시 생각해보니 다락방님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개방이라는 표현이 알맞지는 않았네요. 성평등이거나 개방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남성중심의 성문화로 정착되어있다보니 마치 열린 생각이 있는 것 같지만 왜곡된 관점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어 한국과는 또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네. 알면 알수록 더 나은 세상이 되는게 왜 이렇게 어렵냐고 생각이 드는건 사실이네요.. ㅜㅜ

예전부터 배운다고 배우는게 이제서야 배우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걱정이 되지만.ㅜㅜ
곧 학원 갈 시간 이네요. ㅎㅎ
다락방님은 열정이 있으시니까 언젠가는 꼭 배우게 될꺼에요!!
 

금요일 집에 가는 길에는 어쩐 일인지 '휘성'의 노래 <안되나요> 생각이 났고, 그래서 그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강동역에서 집까지 걸었다. '아 지금의 이 감정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다' 하는 마음이 되었는데, 나처럼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현재의 상태에 대해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치가 늘어나면서 내 노화를 실감하고, 작은 글자를 보려다보니 멀찌감치 떨어뜨려놓길래 '아앗 이렇게 노안이 시작되었나' 했는데, 요즘엔 옛날노래 들으면서 '크- 늙었구나' 한다. 트윗에서였나, 나이들수록 옛날 노래를 즐겨 듣는다 그랬거든. 나는 그렇게 금요일에 휘성의 노래를 들으면서 휘성과 대화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내 곁에 있으라고 말하는 휘성의 노래를 들으면서,


'넌 진짜 그게 괜찮아?'


하고 묻게 됐던 것. 아니, 그렇잖아요? 아싸리 모르면 상관없는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 사랑하는 거 알면서, 그런데 내 '곁에만 있어주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지? 그게..단지 '내가 사랑해서',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행복이 아니지 않나요? 행복은 각자의 정의가 다르므로,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 사람이지만 내가 사랑하니까 내 옆에만 있어주기만 하면 나는 쏘해피' 이렇게... 여겨지기도 하는건가. 휘성, 넌 정말 그래? 이러면서 나는 혼자 대화를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안돼요
아니면 나를 그 사람이라고~~생각해도 돼요
그대만 내게 있으면...그대만 있어 준다면.... (가사 中 일부)





이 노래는 마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의 주제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주가 에리카를 사랑하고 그런데 에리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상황, 그녀가 좀처럼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고 섹스에 몰두하지 못하자 남자는 그녀에게 '나를 그 사람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파바박- 떠올랐던 것.





"크리스가 보고싶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걸 보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그라고 생각해 봐요." 나는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몰랐어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죠. 갑자기 그것이 가능한 하나의 방법 같았어요. "뭐라고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어요. 내가 다시 말했어요. "내가 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천천히, 어둠 속에서 말없이, 우리는 했어요. (p.95)









혼자 그래서 바닥으로 바닥으로 우울의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툭- 톡이 날아왔다. 톡을 보낸 젊은 친구와 나는 만나서 뭘 먹을까 얘기를 하다가, 내가 갑자기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읽었냐 물어보았지... 당연히 읽었고, 휘성의 노래 안되나요 아는지를 물었지. 역시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아는 사람과 나는 대화할 수 있습니다... 드문 일이야.. 이 세상에 또 누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와 안되나요를 동시에 알고 있을까... 이 드문 사람과 나는 친구입니다.. 역시.. 내가 짱이닷.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고민은 읽은 책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현저히 적다는 데 있다. 그런데 나는 무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그러니까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없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캬- 건배... 이 책이 소설이고, 이 친구의 성별이 남자인데, 그러니까 내 주변에 이렇게 소설 잘 읽는 남자가 있어... 은혜롭다.....



















선거 전날 이 영화를 보았다. 나는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트윗에서 누군가 이 영화속의 한 짤을 올려둔 것. 그 짧은 동영상 속에서 산드라 블록은 엄청나게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었다. 대체 왜 욕을 저렇게 다다다닥 쏟아낼까,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됐던 것.


와- 그런데 너무 재밌다. 진짜 짱이야. 일단 이 영화는 '산드라 블록'과 '멜리사 맥커시'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남자들은 죄다 조연이야. 산드라 블록은 FBI 멜리사 맥카시는 형사인데, 둘다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엄청 능력이 있다. 산드라 블록의 윗자리가 비게 되어있어서 누군가 승진할 상황, 그 누구보다 잡아넣은 범인이 많았던 산드라 블록은 당연히 자신이 승진할 거라 생각하지만, 팀장은 그녀에게 다른 사건을 더 해결해야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직원들이 너를 싫어해' 라고 말한다. 다른 직원들은 전부 남자였는데, 이 똑똑하고 범인 잘 잡는 요원을 다들 너무 싫어하는 거다.


멜리사 맥카시 역시 그 자리에서 계속해 최선을 다하면서 범인을 잡는데 열중하는데, 거기에서 그렇게 버티기 위해 그녀는 엄청 사나워졌다. 입만 열면 욕이고 상대가 서장이 됐든 누가 됐든 자기 할 말을 참지 않고 폭발시키는 여자.. 짱 멋진 형사인것인데, 그녀가 등장하는 첫장면에서 성매매를 하려던 남자를 붙잡는다. 그러자 남자가 봐달라면서 말하기를,


'아내가 다섯번째 아이를 낳아 밑에가 엉망이라 성매매 하러 온 것' 이라고 말하는 거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이에 멜리사는 완전히 빡이 쳐가지고 차에서 내리라고 한 다음에 그의 고추를 태양에 달궈진 차 문에 가까이 밀어붙이면서, 그게 지금 니 아이 다섯 낳아준 아내에게 할 말이냐, 너도 다섯 낳았으니까 밑에가 망가져봐라, 이러는 거다. 아아-



영화속 마약단속반 요원 하나는 백색증인가 하는 병을 앓고 있어 피부가 몹시 창백하다. 그런데 이 남자의 여성혐오는 대단해서, 그녀들을 마주칠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로' 엄청 비난하고 욕하고 얼평을 하고... 그러자 멜리사가 그에게 그의 피부 상태로 놀려댄다. 그때 그 남자가 그러는 거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랬단 말이야'


라고. 이건 꽤 상징적인 대사다. 당연히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그 병의 자신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었던 만큼 그에 대해 약올리면 안된다. 그것을 놀림감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게, 세상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다가 나 역시 멜리사가 그 남자의 병에 대해 놀리는 게 좀 불편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이어지는 그 남자의 항의,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다.



여자는?

여자도 태어날 때부터 여자였는데?

내가 선택한 거 아니야.

뱃속에서 '나는 여자로 태어나겠어'라는 의지를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고.

그런데 왜, 너는 '태어날 때부터 앓게된 병'으로 자신을 놀리면 안된다고 말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것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함부로 말하고 비하하는 거지? 왜 그건 가능하다고 생각해???



결국 여성혐오를 일삼던 이 요원은 다른 사람의 총에 맞아 죽는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여자가 아니라, 자신과 항상 함께 다니는 남자 동료의 총에 맞는 것.



영화속에서는 수시로 여성비하를 보여준다. 외모로, 나이든 걸로 후려쳐지는 장면들이 나오는 것. 이 잘나고 똑똑한 여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조직 내에서 한단계 한단계 밟아 위로 올라가려는 것은 몹시도 힘든 일이다.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아무리 똑똑해도 그렇다.


물론 그녀들의 선택이 매순간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들도 실수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실수나 잘못된 선택은 그녀들이 '여자여서'가 아니라 그녀들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들도 '인간이기에' 실수하는 것처럼, 그녀들 역시 마찬가지. 영화는 여성 두 명을 내세워 그동안 여자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또 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해낸다.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 툭탁툭탁하던 여자들이 자매가 된다. 여성 서사를 보는 것도 즐거운데, 자매라는 말까지 등장하다니! 얼쑤. 시종일관 웃으면서 봤다.


내가 너무 늦게 알았는데, 여자들은 계속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이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계속 말하고 있었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다양한 여성들이 한 데 모였으며 그걸 우리가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큰 계획을 빈틈없이 짜내는 것도,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도, 뭔가 보기만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하는 것도 죄다 여자들의 역할인 것이다. 게다가 사실 딱히 좋은 역할도 아니야. 도둑 아닌가! 영화속에서는 '범죄자가 되고 싶은 아이를 위해서 우리가 이걸 잘해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는 '스컬리 효과' 생각도 났다. 《엑스 파일》의 스컬리 덕에 많은 여성들이 이공계로 진출하고 또 이공계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것.


'도둑이 돼라'고 말할 순 없지만 (ㅎㅎ) 컴퓨터 해킹하고 뭔가 천재아니야? 하는 그 모든 역할들을 여성들이 해내는 걸 보는 건 진짜 짜릿했다. 막판에 역시 이 영화속에서도 여성에게 필요한 여성친구에 대해 언급하고. 또한 모두 여성멤버인데, 남자 한 명을 멤버로 넣을까 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제안에 산드라 블록은 싫다고 한다.



'남자가 끼면 일이 복잡해져'



저건 사실 원래 저런 뜻이 아니라 번역이 지나치게 축소된 면이 있다는데, 그동안 숱하게 여자들이 들어왔던 말이라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보안이 철저한 가운데 목걸이를 훔쳐야하는데, 그 때 빨간 보안선 사이사이를 남자에게 부탁해 지나가게 한다. 일전에 《앤트랩먼트》란 영화에서 '캐서린 제타존스'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연출했던 바로 그 장면. 그 장면을 남자가 하는 거다.



히트도 그렇고 오션스8도 찾아보면 진짜 재미없다는 평들도 있다. 당연하다. 그 어떤 영화라도 모두의 감상이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 물론 거기엔 익숙하지 않은 여성서사에 무조건 화부터 내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터. 나는 그러든지 말든지, 더 많은 여성서사가 보여지기를 원한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서사들 속의 여자들이 모두다 완벽하고 능력 캡짱일 필요는 없다. 또한 그 모든 걸 만들어내는 사람들 역시, 작품성이 대단히 높은 것만 만들어낼 필요도 없고. 여태까지의 다른 모든 영화들이 단순히 지저분한 농담을 하기도 했고 작품성이 뛰어나기도 했고 욕을 먹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던 것처럼, 여성서사에 대해서도 그러기를 원한다. 잘 만들어지거나 못 만들어지거나. 여자도 그저 인간일 뿐이니까. 계속해서 만들다보면 점점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뭐 남자들 가득한 영화를 보면 딱히 그런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좀 더 많이 어른 여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여지기를 원한다. 영화속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그러니까 유령 잡는 여자 같은!!- 보여지기를 원해. 그리고 현실속에서도 마찬가지. 정치인에, 법조인에, 언론인에, 예술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어른 여자들이 보여서, 오션스8을 보며 '천재다!'감탄했을 때 그 모습이 여자였던 것처럼, 어떤 역할이든 여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여지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나는 유령을 잡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판사도 될 수 있고 영화감독도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자연스레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이번 선거에 아예 투표를 안하려고 하셨었다. 그러나 내가 설득했고 (사실 냉면으로 꼬신 감도 없지 않지만...), 그렇게 두 분 다 모두 투표를 하셨다. 그리고 오늘. 엄마가 '신지예 득표율 어떻게 됐냐' 물으시더라. 그렇게 어제의 선거에 대해 얘기하다 '경기도에 기권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까지 하게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와의 대화.





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부터 괜히 찡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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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1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읽었는데... 연애 부분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다락방 2018-06-15 08:46   좋아요 0 | URL
우리는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부분을 기억하게 되어있죠. 그건 아마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고 중점을 다른 데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저는 그냥 뭐랄까, 저 장면이 너무 애틋했어요.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휴.....

비공개 2018-06-14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되나요는 아는데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모르는 저를 반성합니다.... 오늘 알았으니 살포시 장바구니에 담아 보았답니다 ㅎㅎ 영화들은 언제볼지 모르지만 꼭 볼게요 ^^ 저는 다락방님과 대화가 잘통하는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요. 이런걸 모르는 사람들은 다락방님같은 친구가 없어서 그런거죠.

다락방 2018-06-15 08: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무슨 반성까지나! 아닙니다, 반성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읽은 책을 js 님이 안읽기도 하고 또 js 님이 읽은 책을 제가 미처 못읽기도 하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후훗. 우리는 책 아니어도 대화할 거리가 엄청 많잖아요. 만나면 언제나 수다수다 ^^ 고마운 친구!!

조만간 만나서 삼겹살 먹읍시다. 불끈!

블랙겟타 2018-06-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오랜만에 글남겨요. ㅎㅎㅎ
저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여성서사가 보여졌으면 하네요.
음 재미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의 등장은 파이가 커지고 좋은 인력들이 투입된다면 앞으로 너 나올것이라고 보구요.
제 주위에 서울녹색당원분들이 있어서 소식을 조금이나마 접했었는데 비록 저는 서울시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응원을 보냈습니다. ^^
결과도 ‘작은파란‘을 일으켰다고 생각이 들구요. 이번의 결과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앞으로 기대가 되요 ㅎㅎ

다락방 2018-06-15 08:49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은 도대체 어째서 왜때문에 이렇게 뜨문뜨문 오시나요? 좀 자주자주 오시고 자주자주 글도 남겨주시고 자주자주 흔적도 보여주시고 그러면 네? 왓 어 뷰티풀 월드... 왓 어 뷰티풀 서재...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역시 우리나라 정치지형이 바뀌어야 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보다 더 소수정당을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에게 투표 권유하면서도 ‘소수의 말도 우리는 들어봐야 해‘ 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정치지형이 발전되고 달라질 수 있도록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어요.


좋은 여성서사 있으면 우리 함께 나눠요!! >.< (아, 히트 추천합니다 ㅎㅎ)

clavis 2018-06-1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너무 좋네요 락방님글♡엄마하고 대화도 넘 힐링됩니다♥

다락방 2018-06-18 10:17   좋아요 1 | URL
히히. 오늘도 클래비스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니 기쁘고도 보람찬 하루입니다 ♡

이박사 2018-06-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저도 읽었는데 어째서 긴장감 넘치던 소설로만 기억하고 있을까요... 언제고 다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8-06-18 10:18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잖아요. 제 경우엔 저거에 너무 꽂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상이 강하게 남는 것 같고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다시 읽을 책도 많고 새롭게 읽어야할 책도 많아서 과연 차례가 올지 모르겠어요. 후훗.

clavis 2018-06-1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락방님♥

다락방 2018-06-18 10:19   좋아요 1 | URL
아아... ♡ (수줍)

clavis 2018-06-1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오꺄오 다락방님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