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재미있다기에 읽었지만 나는 잘 모르겠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더랬다. 이 책을 산 건 조카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조카에게 주었다는 사실 조차도 나는 잊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도. 나는 지난번에 지우개똥 그 책도 그렇고... 어린이 책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미칠듯한 욕구불만이 된다. 나도 거기에서 뭔가 캐치하고 싶다, 나도 뭔가를 느끼고 싶고,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싶다!! 그러나 좀처럼 그런 능력이 키워지질 않아 절망중이고, 그럴수록 꾸준히 놓지말고 읽자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조카네 집에 갔더니 조카가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며 얘기했다.
"이모가 준 이 책, 만복이네 떡집, 재미있어서 두 번 읽었어."
라고 하는 거다. 두 번이라고 했는지 여러번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러는거다. 우아아앗. 역시 어린이책 많이 보는 친구들의 추천은 틀림이 없구나 ㅠㅠ 분명 내가 이 책을 사게된 데에는 어린이책을 사랑하고 많이 보는 친구들의 추천이 있었던 바, 그래, 믿고 따르자! 하고는 선물해줬더니 조카가 읽고 감상을 얘기해줬어. ㅠㅠ 나는 기쁘다 ㅠㅠㅠ
조카야, 내가 너의 책을 언제나 책임질게. 이번에 장바구니 털 때도 어린이책을 한 권 넣어 지를 예정이다. 다음에 갈 때 또 주려고. 후훗.
어제는 아빠랑 남동생이랑 셋이 축구를 봤다. 축구는 그냥 보기 심심하니까 내가 안주를 만들었는데, 집에 돈까스도 있고 김치도 있어서 내가 도전할 요리는 김치 가츠나베 였다. 그러나 지난번에 김치 가츠나베 해봤더니..망쳤어? 하는 노력에 비해 맛도 떨어져? 다시는 하지 않겠다 생각했던 터라, 그래, 실패할지도 모를 요리에 애쓰지 말고 확실한 요리를 하자! 그러나 그것으로 김치 가츠나베 맛을 내자! 하는 천재적인 생각을 하고는, 김치를 따로 지지고 돈까스를 또 따로 튀겨서 한 상에 냈다. 그리고 같이 먹는거지! 양파를 종종 썰어넣고 엊그제 한 어묵볶음 남은 것도 때려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김치 지짐은 정말 맛있었는데, 남동생은 먹어보더니 '이거 어떻게 한거냐, 누나 이제 짜글이도 잘하네' 하고 감탄했다.
"누나 진짜 1년전하고 확실히 달라졌다"
이러면서 엄청 맛있게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레서피 찾아보는 것도 안한다. 나의 손과 머리를 믿고 그냥 다 때려넣고 때려볶고 그러면 얼추 괜찮은 음식들이 터져나와. 요리 포텐 퐁퐁퐁- 퐁포로봉- 터져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기초도 없었을 때 두 시간 걸려서 요리 실패하고 부엌 초토화 되었었는데 후훗. 이제는 그냥 때려넣고 적당히 끓이거나 볶아주면 다 된다. 어묵 볶음 만들 때도 후훗. 청량고추,어묵,양파,마늘 을 기름두른 팬에 넣어 달달달 볶다가 간장 넣고 달달달 볶고 거기에 고추가루 좀 뿌렸더니 후훗. 완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머리가 요리 다해 ㅋㅋㅋㅋㅋㅋㅋ손은 그저 거들뿐 ㅋㅋㅋㅋㅋㅋㅋ요리 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안주를 먹으면서 남동생은
'누나 이번엔 까르보나라 도전해보는 건 어때?'
하더라. 나는 싫다고 했다. 그건...성공할 자신이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어려운 것이야 ㅋㅋㅋㅋㅋ일전에 남동생이 집에서 시도했다가 까르보라나 한 냄비를 가득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히 망친 ㅋㅋㅋㅋ좋은 재료 다 뚜드려넣고 망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뒤로 집에서 까르보나라는 금기시 되었는데, 그걸 시도하기에는 아직 내 실력이 미천하고, 천재라고 하지만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해...시간을 좀 둘 필요가 있다. 어쨌든 어제 먹으면서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누나 이제 독립해도 되겠다."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꺼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안주랑 술을 놓고서는 셋이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아기들에 대한 걸로 이어졌다. 나는 예전에 아기들에 대해 관심이 1도 없었고 오히려 귀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말도 안듣고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나에게 조카가 생기고보니 완전히 시선이 달라진거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관점도 확 달라져서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이 힘들어 보이면 어떻게든 돕고 싶고, 아이들을 웃게 해주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아이들이 다 예쁜거야.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빠도 그렇다고 하셨다. 예전엔 아기들 싫었는데 이제는 아기들 보면 다 너무 예쁘다고. 이게 우리에게 조카 혹은 손주가 생겨서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이렇게 우리도 달라지는 구나, 하고.
이런 얘기에 신이난 나는 계속 얘기했다.
"나는 아기들 너무 예뻐서 식당에서 눈 마주치면 까꿍놀이 해주거든. 이건 외국에 가서 외국 아기들한테 해줘도 좋아해. 좋다고 까르르 웃어. 애들은 왜이렇게 까꿍을 좋아하지."
이러면서 양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보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이렇게 해- 하고. 그러자 그걸 보고 있던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가 그러고 있으면 어른도 웃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몽쉘통통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