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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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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비행기와 기차 혹은 배나 버스를 탈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오랜 시간을 들여 갈 수도 있다. 걸어서 도착하는 것도 한 방법일텐데, 이렇듯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이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 으로 보이겠지만, 실상 내가 누구인지 가장 잘 말해주는 건, 이 목적지에 '어떻게' 왔느냐 일것이다.

 

나는 이 책, <얼음공주>를 읽으면서 목적지와 목적지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자꾸만 생각해보게 됐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작은 어촌마을이고, 이곳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 책속의 주인공 에리카는 희생자가 자신과 어린시절 각별했던 친구였던지라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형사와 함께 이 사건을 풀어나간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 이 이 책의 목적지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이 책을 단순히 '추리' 라고 봤을 때 이 소설은 그다지 대단할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작가는 살인사건 하나를 풀어내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했으면서, 실상 더 많은 사소한 일상들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부인에게 질려서 언제고 부인 곁을 떠나고 싶어하는 남자가 그 마을에 있고, 사랑이란 감정만 믿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가 있다. 결국 그 살인사건의 배경과 원인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면서도, 한 여자에게 호감을 품고 설레임을 받아들이는 남자를 보여주고, 와인을 입안에 넣고 굴려 그 맛을 음미할 줄 아는 여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인물들과 이야기들 사이사이, 나는 이 작가를 점점 더 마음에 들어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거다.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건, 내가 지금 여기 서있다는 자체가 아니라,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느냐 하는 것이라는.

 

게다가 주인공 에리카는 너무나 나를 닮아서 정이 팍팍 든다.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즐기다가 몸무게를 재고 절망하는 게 그렇다. 와인을 입안에 넣고 굴리면서 행복해하는 것도 그렇고, 남자를 초대해놓고 어떤 속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것도 그렇다. 호감이 가는 남자와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 문제들에 직면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그렇다. 물론 그녀의 해결이 언제나 올바르고 타당한 건 아니다. 때로는 무례하고 때로는 좀 지나치다는 감이 들지만, 그녀는 문제들과 사건들 앞에서 당당하게 마주하고자 한다.

 

대단할 것 없는 추리소설이었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는데, 덮고나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자꾸만 생각난다. 결국 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끝에 있었던 거겠지만, 이 작가가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떤 방향을 보고 있는지는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에 나와있었던거구나. 주인공 에리카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물론 다른점도 많다. 이를테면 끼니를 잊을 때가 더러 있다는 것 따위- 정다운 소설이었는데, 마지막, 결국은 아내로부터 몰래 도망치는 데 성공하는 남자를 보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촌 마을의 한 사람인 조연이 지긋지긋한 아내로부터 도망가는 내용은, 이 소설의 사건과 끝에 이르기까지 연관이 없다. 쓰지 않았어도 내용 전달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적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 작가를 조금 더 잘 알 수있게 된거다. 묵묵히 걸어서 혹은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서 우리 모두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일들을 마주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 각자의 몫이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한 작가에 대해 궁금해져서 다음 작품을 찾아 읽어보려는 것도 결국은, 결말에서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 작가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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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te's Web (Paperback, 미국판) - 1953 Newbery
E.B. 화이트 지음 / HarperTrophy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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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윌버가 싫었다. 나보다 가진 게 없고, 나보다 더 약한자를 돕는거야 때로는 당연하고 때로는 자비로운 일이지만, 때때로 그 약한자들을 위해 약하지 않은 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윌버에게 샬롯이 그랬으니까. 윌버는 샬롯의 희생을 담보로 살아가는 것 같았고, 그게 싫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삶의 소소한 부분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죽기 싫다고 징징대는 윌버가 나 같아서 싫었던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거미인 샬롯은 윌버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하고, 크리스마스때 잡아먹히게 될지도 모를 윌버를 위해 밤새 거미줄에 글씨를 쓴다. 거미줄로 쓰여진 글씨는 윌버를 특별한 돼지로 만들어주고, 윌버는 그로 인해 크리스마스에 죽을 운명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러나 샬롯은, 그렇게 하기 위해 밤새 거미줄을 만들어내야 했다. 잠도 못자고 피곤하게, 게다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처음 이 윌버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낸 것은 인간 여자 꼬마아이 펀 이었다. . 다른 돼지들보다 더 약하게 태어난 돼지를 죽이기 위해 도끼를 가지고 가는 아빠를 말리는 펀.


"You mean kill it? Just because it's smaller than the others?" (p.1)


펀의 저 말을 비롯한 이 책의 첫 페이지-갓 태어난 어린돼지 윌버를 구하는 장면-는 아름답지만, 윌버가 지금처럼 살기 위해서는 펀의 울부짖음이 필요했고, 샬롯의 밤샘거미줄작업이 필요했다. 


이십대 초반시절에, 친구의 이모가 자기 대신 친구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줄것을 부탁한 적이 있다. 본인은 직업이 없으니 인터뷰에서(그때만해도 신용카드 만드는 데 조건이 까다로웠다) 적합판정을 받지 못할것이다, 그러니 네가 해다오. 친구는 그렇게 자기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만들어 이모에게 건넸고, 이모는 당연히 카드값을 연체시켰으며, 당연히 내 친구는 신용불량이 되었다. 그 이모는 그 후에도 여러차례 비슷한 일을 벌였고, 나는, 이 책속의 샬롯을 보며 그 친구가 떠오르고 만것이다. 차마 버릴 수 없는 누군가 때문에 대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우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나는 윌버가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그저 죽기 싫다고 징징대기만 했을 뿐, 정말이지 아무것도 한 게 없기 때문에, 샬롯의 힘을 빌어 살아간다고 생각되어져서 밉고도 싫었다. 그러니까, 이 책의 마지막을 읽기 전까지는.



샬롯은 알을 낳고 죽어가고 있었고, 그 때 윌버는 그 알들을 거둔다. 자신의 혀 위에 그 알들을 고이 올려놓아 자신이 머무르는 헛간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지켜보고 또 지켜보며 돌본다. 결국 샬롯의 수백개의 알들이 태어나고, 윌버는 그들의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한다.


"I am an old friend of your mother's" said Wilbur. "I'm glad to see you. Are you all right? Is everything all right?" (p.177)



그러니까 윌버는, 달랐다. 내가 생각했던것처럼, 다른 사람들 때문에 여태 삶을 지속해놓고선, 그 사실을 싹- 잊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과 달랐다.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고 다정한 친구가 원했던 방식으로 그 친구를 돕는다. 샬롯은 죽어가며, 새끼들이 안전할 것임을 믿는다. 그 알들을 거둔 친구가 윌버였으므로.




이 책은 놀랍고 아름답다. 그저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좋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곳곳에서 이 세상이 아름답고 밝고 환하지만은 않음을 알려준다. 게다가, 뭐라고 해야하지, 세상 돌아가는 원리라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세상의 이치를 들려준다.



"Well, I don't like to spread bad news," said the sheep, "but then're fattening you up because they're going to kill you, that's why."

"They're going to what?" screamed Wilbur. Fer grew rigid o her stool.

"Kill you. Turn you into smoked bacon and ham." continued the old sheep. "Almost all young pigs get murdered by the farmer as soon as the real cold weather sets in. There's a regular conspiracy around here to kill you at Christmastime.(p.49)


내가 조만간 죽을것이고, 내 살들의 대부분을 누군가가 구워 먹거나 쪄먹을 거라는 걸 짐작하는 건, 아, 얼마나 끔찍하고 싫을까. 나 역시 그런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것이고, 윌버처럼 죽기 싫다고 울부짖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대화가, 정확히는 샬롯의 대사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Oh, Charlotte," he said. "To think that when I first met you I thought you were cruel and bloodthirsty!"

When he recovered from his emotion, he spoke again.

"Why did you do all this for me?" he asked. "I don't deserve it. I've never done anything for you."

"You have been my friend," replied Charlotte. "That in itself is a tremendous thing. I wove my webs for you because I liked you. After all, what's life, anyway? We're born, we live a little while, we die. A spider's life can't help being something of a mess, with all this trapping and eating flies. By helping you, perhaps I was trying to lift up my life a trifle. Heaven knows anyone's life can stand a little of that." (p.164)



나는 죽기 싫어하는 한마리 돼지의 살을 맛있다고 쩝쩝 먹는 삶을 살고 있다. 소도 먹고 닭도 먹는다. 생선도 먹고 그들의 알도 먹는다. 그러나 이런 나를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먹고 살아가고 있지만, 또 누군가는 나 때문에, 내 도움으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나는 샬롯처럼 밤을 새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는등의 경건하고 숭고한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니지만, 나는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에서 어떤식으로든 어딘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땅의 다른 모든 생물들이 마찬가지다.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을(식물이든 동물이든) 먹기 때문에 살고, 그들 역시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샬롯은 윌버에게 결코 잊지 못할 좋은 친구였지만, 수많은 파리들과 메뚜기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결국,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It is not often that someone comes along who is a true friend and a good writer. Charlotte was both. (p.184)




총 184 페이지이고, 아이들 책인데, 이거 읽느라 일주일 걸렸다. 게다가 책 속의 수많은, 내가 뜻을 알지 못하는 단어들의 등장 때마다 짜증이났지만, 그렇다고 그 때마다 사전을 찾지도 않았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을 온전하게 다 이해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표지만 보고 '그냥 아름다운 아이들 동화겠지' 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은 깰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른들이 봐도 좋을 책이다. '웬디 웰치'가 자신의 책,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에서, 왜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다시 한글책 읽을 생각에 가슴이 뛴다. 앞으로 아이들용 도서라도, 원서는 조금 더 얇고 글씨가 크고 쉬운걸로 골라봐야 겠다. 그것도 일 년에 한 번만 읽어야지, 두장 읽고 머리 아파서 쉬었다가 읽고 하는 것들을 반복하노라니, 지친다. 그래도 다 읽었다.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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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1-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솔직하게 말해서...
해석 써 달라구요 해석.!!

2.사실 저도 이거 원서로 있는데 앞에 몇장 읽다가 어디에 쳐박아 놨는지 기억도 안나요

3. 나는 누군가에 꽤 괜찮은 사람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쓰레기일수도 ....
그래도 나는 내가 세상에 주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받는게 훨씬더 많다고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3-11-18 14:06   좋아요 0 | URL
1. 해석....을 제가 다 못했는데 어떻게 씁니까! 그래서 번역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저걸 어떻게 다 한국문장으로 만들어요. ㅠㅠ

2. 저는 이거 한 권 빼고 집에 있는 원서들 모두 안 읽고 처박아 놨어요. -_- 왜사는지 모르겠다능..

3. 맞아요. 나 역시 누군가에겐 고마운 사람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눈엣가시 이겠죠. 누군가에겐 한없이 은혜로우누 사람이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에겐 응징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요. 저는 제가 받는게 훨씬 더 많은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주는만큼만 받고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볼 때 아무개님은 '주는 게' 훨씬 더 많은 삶을 살고 계신것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 더요.

에르고숨 2013-11-1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다락방 님 힘들게 읽으셨는데 알맹이만 쏙 취하려니 미안하네요, 베스트셀러라 별로 쳐다보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한글판으로 담아요. (참, 저의 보관함은 가차 없이 정리한 게 320권-_-) 감동적인 리뷰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3-11-18 17:01   좋아요 0 | URL
저도 베스트셀러라 쳐다보지도 않았었어요. 이거 영화로도 만들어졌잖아요. 그래서 더 관심무...그런데 웬디 웰치가 좋아한다면서 이 책이 슬프다고 말하잖아요. 어 그래? 기쁘고 밝고 샤랄라한 게 아니라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좋으네요. 저도 베스트셀러라 쳐다보지 않을때가 많은데, 때로는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하하하. 그렇지만 에르고숨님은, 원서로 읽어도 저보다 훨씬 빨리, 잘 읽어내실 듯. 저는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턱턱 걸렸지만 에르고숨님은 별로 그럴일도 없을것 같은데요?

blanca 2013-11-1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락방님 찌찌뿡ㅋ 저도 가끔 어린이 원서를 읽어요. 단어 이제 안 찾습니다. 그래서 영어 실력이 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의외로 진짜 모르는 단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 이거 장바구니에 담을게요. 이건 ebs에서 낭독해 줄 때 들었어요. 참, 어제 첫눈 보셨죠! 저는 소녀시절에도 안 나던 눈물이 갑자기 나더라고요. 이 작가 마틸다도 잼나요. 중구난방 댓글 달고 가요.

다락방 2013-11-19 13:18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읽어봤는데 어린이 원서는 읽을 수 있겠지...했다가 제 실력에 절망했어요. 어휴. 모르는 단어가 어찌나 많은지, 그거 다 찾아보며 읽다가 일 년 걸리겠더라고요. 쩝 ㅠㅠ
이 책 별로 기대안했는데(베스트셀러에는 이상하게 기대가 안돼요) 좋더라고요. 블랑카님도 읽으신다니 신나네요. ㅎㅎ

그리고 마틸다는 이 작가가 아니라 '로알드 달' 을 말씀하시는 거죠? 이 작가로 검색하니 마틸다란 작품 안나오고, 마틸다를 넣고 검색하니 로알드 달의 책이 뜨네요. 내년이나 후년쯤...읽어봐야 겠어요. 어린이 원서라지만, 어쨌든 원서는 일 년에 한 권만....ㅎㅎ
 
카운슬러 민음사 모던 클래식 64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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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은 말야, 변호사 양반, 설마하니 사람인데 그런 짓까지 하랴 싶겠지만, 그자들은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어. (p.100)



1. 어떻게 이토록 무섭고 잔인한 소설을, 이토록 우아한 문장들로 쓸 수 있을까?


2.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면, 그럴 때 코맥 매카시를 집어 들라고 말하고 싶다. 그 갈증은 반드시 풀릴테니.


3. 크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받았다고 마냥 좋아하지 말자. 크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라면, 반드시 더 많인 비용이 들 터. 그 비용은 어디서 마련할까?


4. 크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내게 선물하는 남자라면 반드시 거절을 말하고 헤어지자. 좋다고 다이아몬드 받았다가 나 역시 어마어마한 범죄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5. 결혼이든 연애든 큰 욕심 없는 남자와.....

 (그렇지만 욕심 없는 남자는 가끔 사람을 풀죽게 하곤 하는데..)


6. 그런데 나, 말키나가 어떤  상처를 가진건지 잘 모르겠어. 다시 읽어야 하나.. (라고 쓰고 시간이 좀 흐른 뒤. 생각해보니, 그 상처의 구체적 내용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이 상황 자체가 작가의 의도란 생각이 들었다. 말하여지지 않은 상처에 대해서 우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테니)


세상 자체가 고통의 근원이 되면 적어도 세상의 일부에라도 복수를 자유롭게 가할 수 있게 되죠. 여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네요. 복수할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기회가 열리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돼요. (p.161)



7. 당연히, 말키나 역을 '페넬로페 크루즈'가 맡았겠구나, 생각했는데, 웬걸, '카메론 디아즈'가 말키나 였다. 아..영화 스틸사진 보고도 잘 매치가 안돼...'치명적인 매력', '독 같은 마력' 이런건, 뭔가 페넬로페 크루즈한테 더 잘 어울리지 않나.



8. 카섹스 신..이 궁금하다. 카에서 하는 섹스가 아니라, 카와 하는 섹스. 이 장면도 나는 페넬로페 크루즈로 상상했는데.. 어쨌든 그래서,


9.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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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1-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형식 좋은데요? 언제 저도 이런 식으로 리뷰써보고 싶네요. 오랜만에 보는 다락방님의 별 다섯개 리뷰같은데ㅎ 라고 쓰고 보니 아래의 100자평도 별 다섯개군요ㅋㅋㅋ

다락방 2013-11-13 15:14   좋아요 0 | URL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글은 못쓰겠는거에요. 생각이 짧게 짧게 끊어지고. 그래서 이렇게 해봤더니 나름 쓰기 편하네요. 저도 앞으로 이 형식을 쭉 밀고 나가야겠어요. 므흐흐흣

레와 2013-11-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영화 원작이 있는 영화였어요?!!! 흐미.. 그랬구나.. 광고봤을때 엄청 보고싶었거든요! ㅎㅎ
책 먼저 읽어볼껄.. 이번주 개봉하면 내릴거 같은데..ㅡ,.ㅜ

다락방 2013-11-13 15:15   좋아요 0 | URL
무려 코맥 매카시의 원작인 겁니다. 움화화핫. 책 읽고나니 영화가 무척 기대되네요. 냐핫-
저도 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 지 모르겠어요. 흐음.

자작나무 2013-1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다락방 2013-11-13 17:47   좋아요 0 | URL
꼭 봐야지요, 영화를!!

poptrash 2013-11-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만 봤는데, 밤을 새고 가서 그만 중간에 졸아버렸어요. 졸다가 문제의 카씬에서 눈이 번쩍. 책도 읽어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3-11-13 17:46   좋아요 0 | URL
아..님하. 완전 소중한 댓글입니다. 고마워요. 친구가 카씬 영화에선 안나올거라고..그래서 무척 궁금했는데 나오는군요. 이런 소중한 정보 고맙습니다. 저 그 카씬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책에서 읽으니 정말 개애앵장 했다고요!!

프레이야 2013-11-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ᆞᆢ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바로ㅎㅎ
카씬은 대체 어떻길래요 궁금궁금. 일단 영화부터 궁금한데
문학에 갈증 느끼면 읽어보라시는 우아한 문장의 잔인하고 무서운 내용이라니요. ^^

다락방 2013-11-14 08:53   좋아요 0 | URL
카씬 때문이라도 책을 읽어보시길 꼭 권합니다, 프레이야님.
그 장면을 대체 어떻게 연기할 지 감도 안잡혀요.

코맥 매카시는 참 신기해요. 그토록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그토록 고전적이고 우아할 수 있다니 말예요. 진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hanalei 2013-11-1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와 하는 섹스" 라니 정말 놀랍군요.
이런 생각은 왜 여태 한번도 못 해봤을까요.

다락방 2013-11-14 08:52   좋아요 0 | URL
이건 뭐, 설명이 불가합니다, 레이님. 하하하하. 암튼 대단한 장면임에 틀림 없어서 영화로 꼭 확인하고 싶어졌어요. 그 장면을 잘해냈을까, 너무 궁금한거 있죠!!

Mephistopheles 2013-11-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반쪽짜리 리뷰에요. 영화보고 완전한 리뷰를 올려주세요 다락방님...ㅋㅋㅋ
"카와 하는 섹스"라니.....그 카가 설마 옵티머스 프라임...??? (패러디냐...)

다락방 2013-11-14 09:36   좋아요 0 | URL
영화를 주말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끈! ㅎㅎㅎㅎㅎ 아 너무 보고싶어요. 이 책 미리보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첫장면부터 아주 그냥.. 움화화화핫. 완전 제스타일 이에용!!

자작나무 2013-11-1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락방 님 스타일 알겠어요. 근데 카와 섹스하면 깔려 죽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3-11-14 13:14   좋아요 0 | URL
아, 음. 그렇지 않습니다. 음.

자작나무 2013-11-15 08:33   좋아요 0 | URL
문득 차를 번쩍번쩍 들고 휙휙 뒤집는 모습이 상상...

페크pek0501 2013-11-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져요...
저도 요렇게 번호 매겨 간략하게 써 보겠어요. 후후~~

다락방 2013-11-15 17:30   좋아요 0 | URL
그다지 긴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이 방법이 딱입니다요! ㅎㅎ

비로그인 2013-11-2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영화는 잘 보셨어요? 전 오늘 보고 왔어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제 뒤에 앉았던 젊은 관객들의 반응은 억울하게 "뭐야!!!" 전 영화보는 동안 두 번, 두 손으로 입을 가렸네요. 그런 장면들이 더 충격적이어서 카씬은 좀 무덤덤~이제 책으로도 봐야겠어요.

다락방 2013-11-21 09:55   좋아요 0 | URL
카씬은 책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어요. 무슨 장면이든 책으로 읽는 장면들의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장면들은, 제가 그쯤에 그 장면이 나올거란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어요. 어휴.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내 프라이버시를 침범했어요! 그럴 순 없는 일이에요! "

처음, 당신은 사자처럼 나에게 소리친다.

"무슨 프라이버시요?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데! 우리가 연인이라면 프라이버시 없어요!"

"당연히 있어요! 누구나 프라이버시는 있어야죠!" (p.126)

 

 

스물셋의 여자는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홀로 영국으로 날아온다. 중국에서 영국까지, 열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필요하다. 여자에겐 '자아' 혹은 '개인'이 중요하지 않았다. '개인'은 언제나 '당'에 속해야 했고, 그 당은 개인보다 우선했다. 집에서는 식구들과 한 집에 살아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낯선 개념이었다. 그녀는 그의 연인이었고, 당연히, 그녀는 그가 없는 동안 그의 일기장을 읽으며 그가 일기를 썼던 그 당시를 생각해보고 그렇게 그를 더 알고자 한다. 개인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아직 영어에도 서툴며 영국 문화에도 서툴었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에게 자신이 그의 일기장을 봤음을 얘기한다. 아주 떳떳하게. 이 일은 그 남자를 깜짝 놀라고 당황하게 만든다.

 

 

여자와 남자의 물리적 거리는 비행기 시간만으로도 열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다. 내 두발로 걸어 오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 사는 남자라 해도, 우리의 물리적 거리가 그토록 가깝다고 해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난 이상 성격과 가치관에 충동은 당연한 듯 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부모님이 달랐고, 사는 환경이 달랐고, 다닌 학교가 달랐고, 사귄 친구들이 달랐고, 읽었던 책과 들었던 음악, 보았던 영화들이 달랐다. 설사 같았다고 한들, 그동안 우리가 자라오면서 겪었던 주변의 모든 일들이 같은 걸 보고 다른 걸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까이에 살았어도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는 당신과 같을 수 없음이 당연한데, 저토록 먼 거리의 남자와 여자라면 얼마나 더 많이 달랐을까. 그들이 서로의 다름을 낯설게 생각하면서도, 그들 사이엔 다른 국적 다른 언어가 자리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들이 외국어에 익숙해지고 그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서로에게 동화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이 모든걸 극복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사랑이 모든 일에 만병통치는 될 수없다. 서로의 언어를 더 잘 사용하게 됐다한들 나는 네가 될 수없고 너는 내가 될 수없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노력만으로는 극복될 수없는 것들이 언젠가는 찾아오고, 그것을 서로가 깨닫는 순간 그들은 우리가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별은, 그렇게 온다.

 

 

 

남자는 영국 사람이고 여자는 중국 사람이다.

 

"티베트가 중국에 속한다던 당신 말이 기억나는군. 나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글쎄 ‥‥‥. 당신은 매사를 백인 영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죠. 당신네 영국인들이 티베트와 중국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실패한 게 참 안타깝네요." 내가 맞받아친다.

"하지만 지금은 티베트가 중국의 식민지가 되었잖아요!" 당신이 목소리를 높인다.

"만일 티베트인들이 중국인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영제국이나 미국인들에게 지배당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티베트는 정말로 경제적으로 독립한 적이 결코 없거든요! 그들은 언제나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고, 강력한 정부에 의존할 필요 있어요. 중국과 티베트는 같은 땅덩어리에 있는데, 왜 우리 두 나라가 함께일 수 없다는 거죠?"

"그건 '함께'라는 의미에 따라 다르겠지! 티베트 문화를 희생 대가로 삼을 수는 없는 거예요." (pp.204-205)

 

 

"당신과 매일 식사하는 건 지루해요. 당신은 채소만 먹고, 밀도, 파스타도, 하얀 쌀도, 빵도 안 먹고, 생선은 고사하고 염소 치즈만 먹지. 좀처럼 당신한테 맞는 식당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리고 내 요리도 별로 흥미가 없어. 우리 부모님은 당신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을 잃고 있다고 말씀하실 거예요."

"글쎄, 당신은 동물들의 적이야. 평생 얼마나 많은 동물을 당신이 죽였을 것 같아요?" 당신은 독으로 독과 싸운다.

"동물을 먹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예요. 숲에서 호랑이는 토끼를 먹죠. 사자는 사슴을 먹어요. 그게 자연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요." 그것은 내가 중학교 때 선생님이 말씀한 내용이다.

"하지만 당신네 중국인들은 아무거나, 심지어 멸종 위기의 동물도 먹잖아요. 내가 장담하는데 만일 중국 숲에서 공룡들이 어슬렁거린다면 누군가 공룡 고기는 어떤 맛일지 알아보고 싶어 할걸. 어떻게 당신네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분별력이 없을까?"

"하지만 식물만 먹는다고 뭐가 그렇게 다른데?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는 법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순수하다면, 왜 그냥 먹기를 관두지 않죠? 그럼 똥도 안 쌀 수 있을텐데?" (pp.205-206)

 

 

남자와 여자가 단순히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싸우기만 할까. 아니다. 남자는 그런 남자라서, 여자는 그런 여자라서 싸운다. 그들은 문화에서 오는 불협화음을 이겨낼 수 없었듯, 자신들 고유의 성향에서 오는 불협화음도 이겨낼 수가 없다. 여자는 자신이 그에게 유일하기를 원한다. 남자는 여자가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면서 자신의 생활을 갖기를 바란다. 이것은 자꾸 서로에게 불만이 된다. 남자는 여자가 세상을 더 경헙해봐야 한다며 여행하기를 권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여자는 애인이 돌아왔는데도 친구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가 못마땅하다. 우린 오랜만에 만났으니 서로에게 충실히,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사람의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고, 이런 자신만의 고유한 성향은 서로와 맞지 않음을 느낄때마다 자꾸 반복되게 튀어나온다.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너도 제발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려봐.

 

 

 

나는 이 세상의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나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우리는 살다가 아주 운좋게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하다는 게 같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가도 사소한 문제들에서 어그러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뒤돌아 서게 될 수도 있다. 달라도 마찬가지. 우리는 서로가 다름에 대해서 매력을 느껴 끌릴 수도 있다. 남자는 영어에 서툰 여자를 극장에서 만났고, 그녀와 걷고 대화하기를 즐기며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쳐준다. 여자도 영어 학원에서 선생님에게만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남자와 함께 살면서 영어가 더 빨리 늘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남자는 '내가 언제나 당신이 묻는 단어의 뜻만 가르쳐주며 시간을 보낼수는 없는 법' 이라고 짜증을 낸다. 우리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그걸 매력으로 느껴 상대에게 한 발 다가섰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다시 두 발 뒤로 물러서게 된다. 우리가 비슷해도, 아주 많이 달라도, 우리가 다가서도 뒤로 가는건 사소한 걸로 시작되고 그 사소한 게 쌓여서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부딪치고 싸워가며 우리가 사소하게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느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게 느껴지질 않아 뒤를 돌아서느냐 하는건,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그 관계에 달렸다.

 

 

 

거의 1년이 지나갔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참으로 열정적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오래되어, 먼지에 뒤덮여 있다. 매일 아침 당신은 신문을 사기 위해 길모퉁이 가게에 간다. 당신은 작은 카페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며 신문을 읽는다. 당신은 집에서 긴장을 풀 수가 없기 땜누이라고 말하며, 차라리 어디든 밖에서 신문을 읽으려한다. 내가 이 집을 떠나 당신에게 공간을 되돌려주어야 하나? (p.333)

 

 

처음엔 이 공간보다 여자가 더 소중했다. 공간의 한 켠을 나누어 주고 싶고 함께 쓰고 싶을 만큼. 그러나 이제는 그녀보다 자신의 공간이 더 소중해진다.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이 나로 인해 소멸되고 있음을 본다. 나날이. 밤마다. (p.356)

 

 

그토록 아름다웠던 당신이, 나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잃고 있다면, 그 때, 바로 그 때가 안녕을 고할 시간.

 

 

 

이 책속의 여자와 남자의 만남과 사랑이 다른 연인들의 것에 비해 특별하거나 한 게 아니다. 오히려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여자가 영어를 익혀갈수록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게 흥미롭고, 영어가 능숙해진다고 해서 영국 남자와의 관계가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인상깊다. 자라온 환경은 한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걸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아주 다른 사람, 아주 다른 환경이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경험한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있을까. 우리가 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안의 근본적인 어떤 것은 달라질 수 없는 건 아닐까.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여자는 지금과는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영국 남자와 사랑하고 헤어져봤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는 연인의 일기장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그리고 연애조차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하나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각 꼭지마다 영어 단어 하나씩들이 등장한다. 이 구성이 흥미로워 이 책이 인상깊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도 언젠가 이런 구성의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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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11-0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을 부르는 다락방님^^ 말씀대로 구성이 재미나겠어요. 다락방님은 소설 쓰셔도 참 재밌게 이야기를 끌어갈 거 같아요. 땡쓰투유~

다락방 2013-11-04 17: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게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전 그냥 열심히 읽는것만 해야할 것 같아요. ㅠㅠ
그치만 이 책의 구성이 좋아서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흑흑.

[그장소] 2013-12-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부딪치는 현상이 여기 책속에 있군요..
다만 여자인 내가 책 속의 남자"와 같이 생각하고
남자인 친구가 책속의 여자"와 비슷하게 군다는걸 빼고..
아, 밑줄치고 동그라미 치고 별표까지 해줘도..
그는 나만 쳐다보고 책은 안중에도 없을..답답함..하핫핫

다락방 2013-12-31 08:5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나만 쳐다보는' 게 나를 잘 사랑하는 방법은 아닌데 말이죠,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흐음...
 
화가가 사랑한 그림 - 현대미술가들이 꼽은 영감의 원천 152점
사이먼 그랜트 엮음, 유정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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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속의 현대미술가들이 '그림'에 꽂혀 그들의 감상을 풀어냈듯이 글을 쓰는 작가들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자신만의 감상으로 자신만의 감동에 이르기도 할 것이다. 비단 예술가들만 그런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도, 예술이란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음에도 하나의 그림에, 음악에, 글에 깊은 감동을 받아 아, 나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품을수도 있고 앞으로 내 삶에 자꾸만 그것들이 파고들어 말과 태도와 행동과 사고방식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감상은 오롯이 '나만의 것' 이다. 하나의 작품이 평론가들로부터 어떻게 평하여진들, 내가 보고 내가 느끼는 것, 그것이 내게로 오고 내게로 스며든다. 그러니 그것이 세상으로부터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것이든 혹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든, 내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나로 말하자면,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에서 여자주인공이 보았던 그림 '에밀프리앙'의 「고통」이 꽤 인상깊었고, 줌파 라히리나 코맥 매카시의 글들을 만났을 때는 위에 빨간 줄을 그은것처럼 '순수한 기쁨과 흥분'을 느꼈다. 그 우아함과 세심함에 넋이나가 이렇게 되고 싶지만 결코 내가 이를 수 없는 곳에 그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문학을 읽는데 그들은 항상 기준이 되곤했다. 그 기준은 누가 만들어준게 아니라, 역시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이었다. 아무도 이렇게는 할 수 없고,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하는.



각설하고, 나는 이제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현대미술가들이 누구의 어떤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당황스럽다. '토마 압츠' 와 '에이야 리사 아틸라'가 영향을 받았다는 '이토 자쿠추'의 병풍 그림과 '피카소'의 추상화는, 하아- 내가 이해하기도 감상하기도 멀게만 느껴지는 곳에 있다.







나는 이 작품들에서 무엇을 느껴야할지, 대체 뭘 느꼈다는건지 책의 본문을 읽으면서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니 감상과 감동은 오로지 자기몫이란 것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어느 한 순간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꿨을지도 모를 작품들을 보면서 아무런 느낌을 받지도 못한다는 것은,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짜릿함을 가지고 온다. 모두에게 같은 작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있고 개성이 넘친단 말인가. 나는 뚫어지게 쳐다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라니.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의 작가들이 자신이 영향을 받았다는 작품들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냈느냐에 있을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깊은 미술가는 '그레고리 크루드슨' 이었다. 그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데, 그런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 정말이지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위가 에드워드 호퍼의 [오전11시], 아래는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무제]. 아, 밑의 작품이 너무 좋다. 쓸쓸하고 처연하고 홀로 앉아있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준다. 호퍼의 그림이 쓸쓸함과 외로움을 전해준다면 그레고리 크루드슨은 거기에 두려움을 더한듯하다. 이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위는 '조르주 쇠라'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아래는 '빌헬름 사스날'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빌헬름 사스날의 이 그림은 이 책의 표지로도 사용된 그림인데, 고백하자면, 나는 이 그림인 이 책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게는 그다지 아름답게도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인상적이지도 못해서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없이 이 책을 봤다면, 전혀 관심을 줄만하지 않은 그런 표지였다. 








위는 '김정희'의 [겨울 풍경], 아래는 '서도호'의 [서울집/로스앤젤레스 집/뉴욕 집/ 볼티모어 집/런던 집/시애틀 집/로스앤젤레스 집]. 


김정희는 몇 가닥 선으로 집을 그려 고독과 적막을 표현했다. 그런 점이 내 가슴을 언제나 울린다. 집은 복잡한 공간이 아니다. 지극히 단순하면서 절제된 공간인 것이다. (p.161)


작품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이 어떻게 저 작품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듯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린다. 우리가 어느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했을 때, 그건 그 작품의 전체가 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징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특징 역시, 내가 찾아내고 내가 잡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져가는 것.








위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아래는 '에드 루샤'의 [불타는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의아했다. 아니, 저 오필리아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오지? 저 초록빛, 저 빛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걸까? 설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멘붕에 휩싸였을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역시 예술가, 내가 보는것과는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



나는 오필리아의 몸이 물에 대각선으로 떠 있는 구도를 작업에 차용하기도 했다. 사실 이 구도는 내가 미술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구도, 즉 탁자의 윗면을 보듯이 사물을 바라보라는 관점과 연관을 맺는다. 나는 <오필리아>에서 직잡적인 영향을 받아 몇몇 그림이나 사진을(예를 들어 1967년 사진인 <34개의 주차장>)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나는 <불타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을 그리면서 <오필리아>에서처럼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는 각도를 사용했다. (pp.140-141)



오필리아로부터 비롯된 미술관이라니, 예술엔 한계란 없는게 아닌가!



<오필리아>를 보면 여러 면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런던을 갈 때마다 이 그림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다. (p.141)



나는 가끔 줌파 라히리의 글을 생각한다. 「지옥 천국」을 아주 많이 생각하고 때때로는 「섹시」를 생각한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떠올리고 다니엘 글라타우어 생각을 하기도 한다. 「컷글라스 보울」생각도 많이 하고, 이런 작품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이런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을 읽다 알게 된 뜻밖의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위대한 문인들이 위대한 화가이기도 했다는 것.





위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병든 장미], 아래는, 오, 믿을 수 없게도,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머릿글자가 V. H. 인 문어]. 블레이크의 작품은, 마치 그의 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처음 목차에서 '빅토르 위고'를 보았을 때, 아, 이 위고가 내가 아는 그 위고가 맞단 말인가, 하고 헐레벌떡 찾아 읽었다. 



빅토르 위고가 없는 19세기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위고는 당시 문학계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었지만 지금은 위고의 문학보다는 그의 그림이 더 친숙하다. 위고가 그린 스케치와 수채화를 1998년 뉴욕 드로잉 센터(Drawing Center)에서 처음 접한 이래로 그의 다른 그림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p.134)



나로서는 위고의 그림을 보는 것 보다는 그의 책을 읽는 쪽을 택할것이고, 확실히 저 그림보다는 그의 소설들이 내게 더 강한 감동을 주었지만(솔직히 저 그림은 내게 아무 느낌도 주지 않는다), 누구나 저마다의 감동받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로 여겨진다. 그 작품들은 단지 그 순간의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우선 분명한 점은 미술가가 작품에서 느낌 감정은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p.8)



다시 말하지만, 비단 그림 뿐만이 아니다. 음악이, 그리고 글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나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상황들을 접해보았고, 그렇게 감탄하다가, 세상을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조금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그것이 문학 작품이 내게 한 일이다. 나에게 문학작품이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미술가들에겐 그림이 그러했다. 재미있게도 어떤 미술가가 영향을 받은 그림의 작가가 내게는 글로 다가오기도 했다. 세상에 예술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건 바로 이때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예술을, 감상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감동한다. 


천천히 두고볼 책이다. 틈나는대로 펼쳐 이 사람은 이 작품의 어디에서 그토록 감탄한 것일까, 하는 걸 읽어보는 재미도 있고 그와는 별개로 실린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껏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무엇보다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감동했던, 그러나 내가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나는 언제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대로 감동할 줄 아는 사람들을 보는 게 퍽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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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민하고 지르기
    from 마지막 키스 2014-03-17 13:17 
    《화가가 사랑한 그림》이란 책에서 '빅토르 위고'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단 사실을 알게됐는데, 엊그제 신문에서 이 책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오늘 목차를 훑으며 '빅토르 위고'를 찾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가 거기에 있었다. 빅토르 위고 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관심책으로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아하하하 존 업다이크와 존 버거, 잭 케루악, 커트 보네거트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니,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그림까지 잘 그리기도 했다
 
 
네꼬 2013-10-2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까지 사란 말입니까! (최근 그림 관련 책들을 쓸어 담았는데.. ㅠㅠ )
그나저나 저는 다락님이 떠올리는 문학 작품들도 모르는 처지라, 다락님도 위대한 예술가 같아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논리가 이상한 것 같지만, 어쨌든 다락님이 대단해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다락방 2013-10-28 18:13   좋아요 0 | URL
나는 그림을 전혀 모르는데 말이죠 네꼬님, 이런 책이 책장에 딱 꽂혀있으면 그냥 막 신나요. 내가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기분에 따라서 그날그날 꽂히는 그림이 다를거에요. 그쵸? 그림책을 책장에 꽂아두다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그림, 위로받는 그림이란 것도 생기겠죠?

저 역시 네꼬님이 엄청 읽는 어린이책에 대해 하나도 모르잖아요. 우리는 우리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글 잘쓰는 네꼬님이야말로 더 대단!!

페이퍼 내놓으시오, 그도 아니면 리뷰라도!!

heima 2013-10-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다락방님 :) 다락방님의 책(지름)권유는 정말 대단해요.
어제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찡-하더라고요. 읽으면서 다락방님을 잠시 떠올렸답니다.

다락방 2013-10-29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헤이마님 덕에 [다시, 그림이다]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그 책 엄청 좋아보여요. 희희.

올리브 키터리지도 줌파 라히리도, 가끔 꺼내서 아무데나 펼쳐서 다시 읽곤 해요. 좋죠.

자작나무 2013-10-2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 님의 포스팅은 미술책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 같네요. 감탄.

다락방 2013-10-29 10:33   좋아요 0 | URL
아, 자작나무님. 저는 그림을 잘 볼 줄도 모르고 그림을 외우지도 못해서 미술책에 대한 포스팅은 정말이지 자신이 없고 써놓고도 메롱메롱인대 절정이라뇨 ㅠㅠ 오해십니다 ㅠㅠ

자작나무 2013-10-30 08:46   좋아요 0 | URL
락방 님. 미술감상책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 구입할 거예요.

다락방 2013-10-30 10:17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 말도 안돼요 ㅠㅠ

dreamout 2013-10-2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빌헬름 사스날의 저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었더랬죠. ^^

다락방 2013-10-30 10:1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저는 이렇게 좋은 그림들이 많은데 왜 이 그림으로 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약간 으시시 하긴 하지만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저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호퍼의 영향을 받았다는 미술가요. 뭔가 환상적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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