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1. 여행이란 것이 감상에 젖게 만드는 것이지만 이 책의 글들은 너무 푹- 젖어 있어서 읽기 힘들더라. 읽기는 포기.

2. 그러나 '벨기에의 사진을 보고싶다'는 욕망만큼은 채워줄만큼 사진이 가득가득하고, 그 사진들이 보기에 또 좋았다.

3. 감자튀김, 생크림과 딸기가 얹어진 와플, 초콜렛을 꼭 먹어보고 싶다.

4. 내년 여름엔 벨기에에 갈까.

5. 벨기에, 가고싶다. 가봐야겠다. 가야겠다.

6. D 에게 가자고 말할까?

7. E 에게 가자고 말할까?

8. B 에게 가자고 말할까?

9. 혼자 가볼까?

10. 어쨌든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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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1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본후에 읽어서 더 좋았어요. 여행의 기억과 함께 추억속에 푸욱 절어서...ㅎㅎ
여행은 어딘들 좋습니다..

다락방 2015-07-15 08:31   좋아요 0 | URL
으아아앗 보슬비님은 가보셨군요. 저도 꼭 한 번 가보려고요. 도시가 엄청 예쁘더라고요. 맛난 것도 많은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5-07-1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도 세계 최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다락방 2015-07-15 08:32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에서는 맥주에 대한 언급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요즘 맥주는 좀 멀리하는 중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7-15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5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5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5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5-07-1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봐요, 좋아한다니까요 여행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7-15 13:46   좋아요 0 | URL
아아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겁니까! ㅎㅎㅎㅎㅎ

capsyong 2015-07-1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를 멀리할 때 가시면 안 되는 곳이에요!!

다락방 2015-07-15 14:58   좋아요 0 | URL
네 일단 올해는 패쓰고요. 내년에나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몬스터 2015-07-1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지금 휴가 기간이라, 사람들 끼리끼리 여러 나라 다니더라구요. 제가 틀릴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삶을 조금 더 즐기면서 사는 듯 보여요. 일도 걱정도 한국사람에 비해 덜하는 듯 싶고..ㅎㅎㅎ
저도 여행을 많이 해보진 않았는데 , 어디를 다녀오면 , 기억에 남아 있더라구요. 살면서 순간순간 위로가 되는 때가 있었어요. ㅎㅎ

다락방 2015-07-19 22:10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대한민국이 진짜 겁나게 일을 열심히 하긴 하죠. 저만해도 출근 시간이 여덟시에요. ㅠㅠ 너무해 ㅠㅠㅠ 이 나라가 좀 여유있는 삶을 살게 되는, 그런 나라가 될 날이 과연 올까요? 다들 바쁘게 사는데 혼자 여유있게 살고자하면, 그것도 잘 안될것 같아요. 흐름에 자꾸 휩쓸려 가는 느낌이지만, 꿋꿋이 여유를 찾아야겠다 새각하고 있어요.

저는 8월에 또 여행갈거에요. 헷 :)
 
[eBook] 섹스 매뉴얼 : 내 인생에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그건 섹스일지도 - 내 인생에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그건 섹스일지도
펠리시아 조폴 지음, 공민희 옮김, 폴 키플, 스카티 레이프스나이더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다 안읽고 쓰는 리뷰라 미안한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쓴다. 아마 다 안읽을 것 같아.)


일단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가장 필요한 매뉴얼이 섹스 매뉴얼이라는 생각 자체에는 동의한다. 포르노를 보고 실제 섹스도 그럴거라고 착각하는 것 보다야 기본적으로 신체 구조의 명칭부터 알아나가는 것은 더 건강한 섹스에 이르게 할테니까. 그러나 역시 책으로 보고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키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부드럽게 파트너의 입속에 혀를 넣으세요. 상대의 입과 혀를 향해 당신의 혀를 소용돌이치게 하세요. (전자책,p.57)



소용돌이를 치게 하라는 건...뭔말인가. 매뉴얼이라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소용돌이치게 하라는 건 너무 추상적인거 아냐? 이건 이미 해본 사람이 '혀가 소용돌이 치더라고' 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배워보고자 읽었다면 소용돌이치는게 뭔지..알 수 있을까? 상대방의 입에 혀를 넣으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소용돌이치자 소용돌이치자' 뭐 이렇게 해봤자 뭐가 소용돌이인지 어떻게 안담? 



여튼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는데(미안하다, 정독하지 못했다), 음,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역시 제대로 된 섹스에 대한 매뉴얼을 보고 싶다면 영상이 답인것 같은데,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영상으로, 무슨 영상으로 학습할 수 있단 말인가. 답은 없는가... 삶에는 고민이 끊이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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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쓸 수 있고, 가지않은 곳에 대해 여행기를 쓸 수 있고, 벌지 않은 돈에 대해서 재테크법을 쓸 수 있고,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면서 성공하는 법을 쓸 수 있듯이..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요? :)

저도 뜸했던지라 다락방님이 뜸하셨던줄을 몰라뵈었네요.

다락방 2015-07-07 13:56   좋아요 0 | URL
매뉴얼이면 매뉴얼답게,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독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상태가 되어야 되는데, 이 책이 딱히 흡족한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주 쓸모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원하는 게, 얻고자 했던 게 없어요... 하아-

나와같다면 2015-07-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할때의 그 공명과 파장.. 떨림을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ㅋ

다락방 2015-07-07 13:55   좋아요 0 | URL
저는 그건 표현 가능할 것 같은데 키스를 한 번도 안해본 사람에게 키스하는 방법을 쓰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Orz

하늘초록 2015-07-0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웃음이 나오네요.. 감각의 박물학을 읽으심이 나을듯.. 사랑의 영역은 경험이 최고의 선생님이겠죠?

다락방 2015-07-07 13:55   좋아요 0 | URL
감각의 박물학을 가지고는 있는데 책장에 꽂혀있기만 한지 한참 됐네요. 다른 많은 책들처럼...
감각의 박물학..을 앞으로 읽을 예정이긴 하지만, 저는 `사랑`이 아닌 `섹스`에 대한 매뉴얼이 궁금했던 터라 이 책, [그건 섹스일지도] 가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흙 ㅜㅜ
 
사랑은 사치일까? -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절반정도 밖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별점을 높게 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오히려 그녀의 전작 『올 어바웃 러브』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다시 사야겠다. ㅎㅎ 

리뷰쓰기는 뭣해 밑줄긋기만 올리고 싶은데, 알라딘아, 왜 이제는 밑줄긋기 따로 안되냐. 밑줄긋기만 되게 해줘!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성장기부터 접하게 되는 여성에 대한 평가절하를 비판해왔지만 현실은 아직 그대로다. 이제 소녀들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세상에서 자라나지만, 아직도 이들의 성장기에 페미니즘적 사고나 관습을 설 자리가 없다. 여전히 소녀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태동하기 전과 마찬가지의 성역할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페미니즘 운동의 가닥들이 그런 노력을 지지해주지만, 소녀들은 가부장제의 견고한 틀에 갇혀 살던 때와 비슷하게, 아주 작은 자유만이 허용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덫에 걸린 듯한 상황에서는 인종과 계급에 상관없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소녀들 사이에 널리 퍼진다. (p.14)

오늘날 많은 여성이 스스로는 절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페미니즘에 영향받았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위협을 당하거나 비참한 상황에 놓이거나 혹은 단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관계를 그만둘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들이 삶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반면 `영원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의 선배 세대는 대개 사랑에 회의적이다. (p.30)

우리 대부분은 가슴 아픈 경험을 해보았다. 고통에서 우리는 가르침을 얻었고, 약속된 사랑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은 분명 약속을 지킬 것이다. 우리 중 몇몇은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지만 분명히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은 지속될 것이다. 수많은 시련과 착오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향한 탐색은 거듭해서 우리를 처음의 출발점으로 돌려보내, 여성인 자기 자신을 사랑으로 돌아보게 하고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앞으로 불러온다. (p.37)

나는 사랑을 다룬 위대한 문학의 고전과 싸구려 로맨스를 번갈아가며 읽었다. 나중에 할리퀸 로맨스 장르로 자리 잡은 초창기 밀스앤분 출판사의 책 중 대부분은 노동 계급 여주인공이 고난을 거쳐 부유하고 막강한 상대와의 애정 관계로 보상받는 이야기였다. 대개 남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상대 여성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이었다. 가난한 노동 계급의 여성이 사랑을 찾는 작품 속 세계에 가정폭력이나 학대는 없었다. (p.48)

성적 규범을 거부하고 반체제적인 여성으로 존재하기 위한 지지를 찾으려는 이런 투쟁은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발견된다. 성적 비하와 폭압에 대항해 그들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은 자랑스럽게 `쌍년bitch`이라는 페르소나를 채택했다. 30대 언저리의 여자들과 함께, 사나운 엘리자베스 워첼은 "자유, 버려진 자유의 환각인 쌍년 페르소나는 우리에게 매력적이다"라고 선언한다. 내 세대의 반체제적 여성들은 모두 이제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이 되었고 더는 쌍년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전한 자아실현, 자기인식, 완전한 인간됨을 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가 그것을 원하는 우리를 반대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의 성별에 관계없이 이 탐색을 긍정할 상대를 찾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다. (p.53)

자신의 여정을 그릴 지도가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분명히 표현할 수 없었던 우리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실비아 플라스의 글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우리가 겪던 모순들, 견디거나 맞서 싸워야만 했던 갈등을 전부 겪었던 플라스는 우리 세대의 아이콘이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남자와 동등하길 원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이길 원했으며, 그 두 갈래 길이 우리를 같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확실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양성이 평등한 세계가 되었다지만, 엘리자베스 워첼이 『비치』에서 이야기 한 것은 적확했다. "플라스의 목소리는 욕망하기를 허락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변했다. 그녀는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욕망을 원했다. (…) 자신의 욕망에서 행복하고 희망찬 것들의 맛좋은 영양분을 거부당한 그녀는 정서적 난파를 겪으며 고갈되었다. 그런 불충족은 플라스의 명석한 현존보다도 더 압도적인 무게로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은 부재였다. 결국 그녀를 죽인 건 정신적 기근이었다." (p.54-55)

궁극적으로 나는 사랑을 찾는 데 무턱대고 기대기보다 나 자신의 마음을 믿게 되었다. 나는 사랑을 구했지만 자유를 찾았다. 그리고 내가 찾은 자유는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 있어야 할 적절한 장소를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사랑은 애정 관계라는 원천에서 샘솟는 것이라기보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필수적인 일이며, 나를 건설하고 삶을 창조해나가는 단단한 토대에 사랑이 깃들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랑에 대한 추구와 자유에 대한 탐색이 합쳐지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었다. 사랑을 찾는 여정에서 나는 자유를 향한 길을 발견했다.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 사랑을 배우는 첫 단계였던 것이다. (p.57-58)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들이 단순히 자유의지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하게 된 제도속의 개체로서 행동하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는 가부장제가 남성을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보다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고자 하는 여성의 자율성에 훨씬 강렬하게 동조했을 뿐이다. (p.62-63)

성적 관계 혹은 낭만적 관계를 이성애로 시작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대 남자를 바꾸는데 지쳐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쉽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시기 우리는 여성이 가부장적 남성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열띠게 토론하곤 했다. 아주 소수의 남성들만이 페미니즘으로 기꺼이 개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남자와의 관계도 유지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을 포용하고자 한 여성들은 단순히 남자로부터 등을 돌린다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권력 투쟁에 끝없이 휘말려야 했다. (p.64-65)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었다. 온전한 자아실현을 위해 우리는 날개를 펴 모든 곳을 날아다녀야 했다. `좋은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라는 선언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꼭 급진적 페미니스트만을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p.66)

경제력의 변화와 맞물린 전투적인 페미니즘은 노동의 성격을 바꾸었다. 페미니즘에 찬성하는 쪽이건 아니건 점점 가정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음이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여성이 새로이 경제력과 자유를 가지게 되면서 운동을 힘을 잃어갔다. 집 밖에서 페미니즘의 성공은 쉽게 인정됐지만 집 안에서의 일들은 천천히 그리고 계속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되돌아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곧 모든 페미니스트를 실망과 좌절로 몰아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2교대the second shift"라고 이름 붙였듯 여성들은 점점 바깥일을 하면서 여전히 집 안에서도 아이 양육과 요리, 청소 등의 가사를 거의 모두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바깥에서의 혁명보다 집 안에서의 혁명이 더 어려웠던 것이다. 각 가정 내부에서 여성이 남편과 자식에게 뿌리 깊은 버릇을 바꾸라고 설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p.78)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으로 중재되어야 했다. 선천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믿는 여성 혐오자들이 계속해서 감성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담론을 맹렬히 만들어낼 줄은 아마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여성에게 의존하며 얻는 기쁨과 별개로 남성들은 정서적 영역을 평가절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사랑의 가치절하를 의미했다. (p.113)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자와는 다른 여성의 인지 방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이용한다. 남녀 사이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에서 저자는 내내 페미니즘 학계의 남녀 모두가 공히 틀렸음을 입증하기 위해 애썼던 성적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복하며 지나치게 과대평가한다.
길리언과 마찬가지로 그레이는 남자보다 선천적으로 관계지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길리언과 달리 그레이는 이 이론을 남자들이 더 관계지향적으로 바뀌게 하기 위해 주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남자들의 정서적 무심함을 정당화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마치 가부장제나 현실에서 남성의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남녀관계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가 환기하는 관계의 세계에서 이성애자 사이의 갈등이나 불행은 대체로 단순히 소통 불능인 경우가 많다. 『화성~ 금성~의 자녀교육』에서 그레이는 "태어나는 날부터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로,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로 태어난다"고 독자들에게 환기시킨다. 남녀 역할이 선천적으로 다르게 주어진다는 성차별적 사고는 이를 통해 강화된다.(p116-117

그레이의 책(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감정적인 교감에 관심이 적은 남성들은 언제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다뤄진다. 남자들의 그런 정서적 성향을 당연히 여김으로써 그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를 지지한다. 남자들이 정서적 무심함을 심리학적 테러리즘의 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은 논의되지 않았다. 무심한 남자를 다루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여자의 잘못이었다. 그레이는 그런 기술을 알려줌으로써 여자를 구해주고자 한다. 예컨대 동굴로 숨어버리는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계속 이야기하자고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그의 책은 성차별주의자 남성과 잡음 없이 살기 위한 전략을 여성에게 제공한다는 관점에서라면 어느 정도 유용했다. (p.117)

존 브래드쇼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뉴에이지 시대에 쓰인 관계에 관한 책은 대부분 좀처럼 가부장제의 힘을 언급하거나 이데올로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내재한다는 주장은 가부장적 사고의 핵심이었다. 가부장제에 충성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여성과 남성이 그런 사고를 받아들인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p.119)

반反가부장적 사고는 생물학적 성 차이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적 상황이 신체적 차이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 그리고 생물학적 차이가 운명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양육자로 사회화되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 사회화는 자궁 속 아이는 어머니의 몸에 의해 양분을 공급받고 키워진다는 생물학적 사실에 따른 것일 터이다. 그러나 임신했을 때 아이를 소극적으로 키운, 즉 태교를 별로 하지 않은 엄마는 출산 후에도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 처음으로 출산한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 (p.119)

실제로 다른 이가 더 잘 지내도록 돕는 양육 능력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는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는 남성이 타인을 양육하고 돌봐주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상황을 강화시켰다. 오늘날에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페미니즘의 가장 유용한 통찰 중 하나는 건강한 방식으로 양육된 성인 남자는 자신이 양육되는 과정에서 양육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생 이후 유아기까지 양육을 담당한 남자들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유대감을 느낀다. (p.120)

제인 저비스는 페미니즘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참치 샐러드를 좋아하는지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원한다면 그 방식대로 가장의 요리법을 정해도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른네살에 대학원에 입학했고, 이혼했으며("남편은 내 새로운 열정에 기뻐하지 않았어요"), 마흔 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찾았고, 정서적으로 준비가 되었기에 상호적인 사랑을 찾았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면서 상호적인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우리 자신, 우리가 가장 잘 알고 변화시킬 수 있는 스스로의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이다. (p.140)

결코 나를 떠나거나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여성인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서 사랑의 탐색은 시작되어야 한다. 이 여정은 친밀감과 진정한 사라으이 본질에 대한 기존의 사고와 믿음을 재검토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천성적으로 사랑에 적합한 존재라는 편견 대신 사랑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주체성과 개인적 성장, 정서적으로 열린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p.140)

자녀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자녀는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모습을 긍정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다른 여성이 지닌 가치를 폄하한다면 건강한 자기애의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말하면서 딸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며 집착하는 아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비교하며 아내에게도 살을 빼라고 종용하는 아빠는 실질적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싫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중이 자신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결정적으로 사랑받을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거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p.144)

엄마가 딸을 위해 여성의 몸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며 존중되는 가정을 형성하려 노력한다면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신체 조건을 싫어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폭력적 메시지에 적절한 대응을 해줄 수 있으리라. 대체로 여성의 신체를 평가절하하는 문화는 사랑받는 집에서 자란 경우까지 포함해 모든 소녀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신체적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싫어하도록 길러졌더라도 마음을 바꾸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건강한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을 미와 매력의 토대로 삼아 스스로를 사랑하는 작업을 시작해보자. 이것은 단지 `싫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는 문화적 혁명 중 하나도. 싫다고 거부해야 할 대상은 우리가 물리적인 신체를 통해 규정되며 여성의 몸이 뭔가 부족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모든 종류의 비하나 평가절하에 대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p.145-146)

최근 페미니즘의 가장 활발한 활동은 여성으로 하여금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게 하는 미의 기준에 반발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렇듯 여성 신체에 대한 자기혐오가 가져온 섭식장애가 주목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많은 여성, 특히 페미니즘 정책의 옹호자였던 이들은 계속해서 전통적인 여성 혐오적 미의 기준들(주로 과하게 체중을 줄이거나 날씬함을 강조하는 것)을 버리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페미니즘 이론과 관습을 접한 여성들은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의 외모를 향한 찬사에 격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페미니즘이 여성을 향해 요구한 것은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지나치게 시간을 소비하지만 않는다면 외모 꾸밈과 미적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p.146-147)

페미니즘 강의를 듣는 남자들은 성역할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부장적 모델을 따르지 않고 남성으로서 자아실현을 할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페미니즘 해방을 찾는 남성들을 가르치고 이끌 자료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그들 주변을 온통 둘러싼 성차별적 관념에 순응하라는 압력 때문에 숨고 싶어 한다. 해방된 남성성이 어떤 모습이며 어떤 느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여성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좋은 남자`들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협이나 지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여성을 공격함으로써 증명해야 하는 남성성이 없다. 좋은 남자에 대한 유용한 정의를 제안하며 실버스타인과 래시봄은 다음과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좋은 남자는 좋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공감할 줄 알고 강인하며 독립적이면서 연결되어 있고 자신과 가족, 친구, 사회에 책임감을 느끼며 그런 책임감이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p.237)

`사랑을 행하는 남성`은 아직 `사랑을 열망하는 남성`만큼 많지 않다. 그래도 남성들이 사랑을 열망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남자를 사랑하고 그들이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하는 이야기에 기꺼이 가슴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가 아니라 바로 이 지구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남자들이 쓴 책을 읽고 싶다. 이들이 우리에게 치유의 지혜를 줄 수 있다. 이들의 가슴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면 사랑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그때 진정한 이성애적 교감은 가능해질 것이다. (p.239)

우리 자신에게서 기쁨을 찾아내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누구도 행복이나 지속적인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기인식은 우리 각자의 삶 속에 비밀스러운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파트너십에서, 커뮤니티 속에서 가장 큰 기쁨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교감을 나누는 건 우리 삶에서, 지구상의 생명체로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내면의 기쁨은 자기 자신의 충만한 영혼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최근에서야 여성이 스스로의 영적 자아를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적으로 인정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페미니즘의 맹목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 많은 여성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게 한 의식적 촉매제 역하을 한 데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했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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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사치일까요? (하하)

다락방 2015-07-06 16:27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면 좀 더 이해가 될까 싶어서 다시 읽어보려고 했지만 쌓여있는 다른 책들을 보니 차마 엄두가 안나요. 하아-

blanca 2015-07-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이리 뜸하셨단 말입니까?

다락방 2015-07-06 17:38   좋아요 0 | URL
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느라 그랬습니다. (응?)
히히, 반가워요, 블랑카님!
:)

단발머리 2015-07-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지금 [올 어바웃 러브]를 읽고 있으며, 곧 이 책을 읽을 예정이었던 저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서는, 아...
나는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밑줄긋기를 시간날 때마다 꼭 추가해 주시기를....
남동생분께, 다락방님의 회의 중단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주시기를... ^^

다락방 2015-07-07 13:53   좋아요 0 | URL
네네 요즘 모든거에 의욕상실이라 책도 읽기 싫고 밑줄긋기도 하기 싫고 막 그러네요. ㅎㅎㅎ
더위 먹었나 ㅠㅠ

반가워요, 단발머리님! >.<

2015-07-07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8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어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하나 싶다. 목숨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해? 힘들어 힘들어, 하고 고개를 젓다가, 

그렇지만 그렇게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건 대체 어떤걸까, 싶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과 함께하기 위한 한 남자의 개고생 여정.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희망이에요. 죽는 게 차라리 낫죠. 죽으면 고통도 끝나니까요. 하지만 희망은 사람을 끊임없이 높은 곳으로 데려가죠. 오직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희망은 그 손으로 사람의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들었다가 주먹을 쥐면서 으스러뜨리죠. 끊임없이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멈출 줄을 모른답니다. 이게 바로 희망이 하는 일이에요."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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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지 궁금합니다. (아 별은 세개 주셨군요. 그건 재밌다는 걸까요? 어중간하다는 걸까요? 버릴만큼은 아니라는 걸까요? 별점이란건 참 어려워요)

다락방 2015-07-06 16:28   좋아요 0 | URL
책은 빨리 읽히는데 남주가 너무 고생을 해서 읽다가 제가 피곤하더라고요. 어휴... 얻어 터지고 도망 다니고... 어휴....
 
다이어트 진화론 -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가장 스마트한 다이어트
남세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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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 배부르게 먹어라, 대신 좋은 걸 먹어라. 이것 하나만 염두에 두고 가도 건강하게 다이어트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개인의 의지와 올바른 지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치 무언가가 친구의 발목을 잡고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정도까지 s를 살찌운 범인은 따로 있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혹독한 노동 환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월급쟁이들처럼 친구도 빡빡한 삶을 살아가는 주잉었다. 잔업과 야근은 당연시되었고 어쩌다 제시간에 마치는 날이면 상사와 동료들이 참석하는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동은 고사하고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복병은 야식이었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야근에는 으레 회사에서 식비를 대는 야식이 나왔다. 그러나 늦은 밤까지 배달되는 야식 집 차림표는 전국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닭튀김이나 24시간 중국 음식점의 느끼한 볶음밥을 제외하고 S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굶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닭튀김과 볶음밥을 번갈아 가며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중이었다. 친구의 삶 자체가 그를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위에서 계속) 본인의 의지나 이해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실 S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부서 직원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눈치다. 야식과 회식으로 점철된 회사 생활과 함께 그들의 몸은 점점 불어나고 건강 검진 결과 어딘가에서는 문제가 하나씩 튀어나왔다. 결국 내가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충고는 "회사에 경비를 청구하고 혼자 밥을 먹으라"였다. (p.11-12)

WHR은 무엇보다 정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 단체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 몇 가지 원칙들은 꼭 지키도록 하자.

1. 엉덩이 둘레에서 수치가 가장 크게 나오는 부분을 측정한다.
2. 허리둘레는 배꼽 높이에서 측정한다.
3. 항상 같은 조건에서 측정한다. (p.66)

사료를 먹어 살찐 고양이들 이야기를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혹시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뚱뚱해져서 걱정인 묘주들은 저칼로리 사료나 운동법에 의존하지 말고 `생식`을 급여하기 바란다. 야생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배를 채울 줄 안다. 고양이들 역시 본능적으로 살찌지 않을 적정량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본능이 `날고기`를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게 고양이 비만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고양이들은 본능에 맞춰 날고기와 비슷한 양의 사료를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겉보기로 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생식보다 소화 흡수율이 훨씬 좋은 화식의 특성상 고칼로리를 섭취한 결과가 나타난다. 결국 같은 양을 먹어도 계속 살이 찐다. 원래 날고기를 먹도록 진화한 고양이들에게 익힌 고기를 먹였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다. 사료 때문에 살찐 고양이들에게 생식을 급여하면 감쪽같이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모질이며 잇몸 질환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다. 놀랄 필요 없다. 그것이 고양이의 본성이기에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p.102)

인체의 단백질 대사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80킬로그램 정도의 건장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루 285~365그램 선이다. 만약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 단백질로만 구성된 식사를 고집하면 저혈당,구토,현기증을 비롯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믿기 어렵다면 30분 만에 토끼 기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간단한 임상 실험이 있다. 해산물이 그득한 해산물 뷔페에서 30분 동안 오징어, 문어, 바닷가재, 킹 크랩, 새우 같은 `해물 찜`만 실컷 먹어 본다. 양념이나 음료수 없이 해물만 먹는 게 포인트다. 그렇게 30분이면 구토가 밀려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각종 갑각류(게, 가재)나 두족류(오징어,문어)는 지방질이 거의 없는 순수 단백질 식품이라 아무런 조미 없이 먹다 보면 이런 단백질 중독을 유발하기 딱 좋다. 흔히들 `입에 물린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실 몸의 방어 반응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단백질 중독을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버터 구이(지방 첨가)나 칠리소스(탄수화물 첨가)에 끌리는 것이다. 이 토끼 기아는 시중에 유행하는 저탄수,고단백 다이어트 방법론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기도 하다. (p.162-163)

"간과 근육에는 운동을 위한 탄수화물(글리코겐)이 축적되어 있다. 인체이ㅡ 대사 순서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연소된 후 지방이 연소되므로 글리코겐이 모두 소진되는 30분 이상 운동해야 비로소 체지방이 분해된다."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동, 특히 체지방 감소를 위한 다이어트 운동은 일정 시간을 충족시켜야 하며 오래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믿는다. 더불어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난 운동하기 글렀어`라며 여러 사람을 좌절시키는 범인이기도 하다.
(‥‥‥)
즉 `유산소 모드까지 30분`이란 지침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유산소 이론에 기반을 둔 운동 지침들은 애초에 잘못된 지점에서 출발했다. 진실은 이렇다. 운동 강도만 받쳐 주면 30분이 아니라 3분 만에 체지방 분해는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살을 배고 싶다면 느슨한 걷기보다 숨 막히는 달리기의 효과가 더 크다. 굳이 공복에 유산소를 할 필요도 없다. (p.170-171)

쿠퍼 박사의 유산소 우월론은 오히려 효과적인 다이어트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저강도 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유산소는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몹시 지루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운동은 재미없다`는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 준 숨은 공로까지 있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부작용은 운동 시간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활성 산소(Oxygen Free Radical) 생성, 관절 마모 등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데 있다. 이런 유산소의 해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모적인 행위`다. 효과는 떨어지는데 사람을 지치고 늙게 만든다. 소모적이지 않은, 생산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다. 운동의 결과로 몸과 마음이 고양되어야 제대로 된 운동이라 할 수 있다.(p.185-186)

강도와 지속 시간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이 맞춰진 운동법을 스포츠계에선 `컨디셔닝 훈련 Conditioning Training`이라 부른다. 굳이 번역하자면 `적절한 고강도` 내지는 `단기 고출력` 혹은 `단기 지구력`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컨디셔닝이란 `몇 초`만에 끝나는 극단적인 고강도와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저강도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균형점이다. 따라서 컨디셔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운동들의 특성은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체지방 분해 운동들에 비해 굉장히 강도 높으며, 짧은 시간 안에 끝난다. 15분에서 10분, 심지어 5분 만에 끝낼 수도 있다. 가장 대중적이며 널리 알려진 컨디셔닝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타바타 인터벌Tabata`s Interval`은 전체 운동 시간이 고작 4분에 불과하다. 특별한 운동 장비도 필요 없이 맨몸으로도 충분해 점심시간에 사무실 옥상에서 운동을 마치는 직장인도 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유산소를 평생 지속해도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충격적인 체지방 감소 효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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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언니 2015-07-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5다이어트지만 본격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다이어트도 공부네요~~

다락방 2015-07-07 15:26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제대로 다이어트하게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동기부여가 잘 될겁니다. 문제는 의지...Orz

책탐 2015-08-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예전처럼 마구 먹어도 안찌는 시절은 지난거 같아요. 늘어나는 옆구리 살과 전쟁을 해야 할 타이밍에 좋은 책을 발견한듯 합니다.

다락방 2015-08-07 15:43   좋아요 0 | URL
전 마구 먹어도 안지는 시절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먹는 대로 몸이 증명해주는 타입이어서...하아-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책탐님. 화이팅!

책탐 2015-08-07 15: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준하게 해야할텐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