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레퍼런스를 가지고 이 글을 쓴다.

왜냐. 각각에 대해 얘기하기엔 시간이 방대하게 소모되기 때문이며(읽을 책이 많다구;_;),

이 세 개의 레퍼런스에서 미묘한 연결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난 난시(-,=) 언제나 그렇듯 쓰면서 도착한다.

 

http://blog.aladin.co.kr/neoratm/7601401  (‘홍상수의 여인들에 대한 네오님의 리뷰)

② 신경숙 작가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 

http://blog.aladin.co.kr/745224125/7601175 (<서양 철학 산책>에 대한 흔적님의 리뷰)

 

 

리뷰 글쓴이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내용과 발언을 언급한 것에 그 분들이 양해하시리라.....생각보다 믿음이 있다!

 

 

§ 홍상수와 신경숙

내가 아마추어 세계에서 홍상수에 대해 그토록 분석 글을 끝없이! 쓰는 사람을 본 경우는 네오님이 유일한데, 대화를 하다보면 큐브를 맞추는 유쾌함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각자의 큐브다 

나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편이 아니다. 영화가 쏘는 화살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맞으려고 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엉엉, 이게 뭐야. 뚫은데 또 뚫어놨어!’ 하며 상처를 들여다보다가 그런데 이게 뭐지하고 되돌아본다. 평론가나 영화학도가 아니라면 대개 이런 식일 거다. 그래서 우리는 100자평, 리뷰를 쓰기도 하고 짧게는 별점을 준다. 어떤 이는 아예 영화를 찍어보겠다고 전쟁터로 떠난다. 죽지 말고 성공해;_;)/~~~

 

오늘 홍상수는 어쩌면 사기꾼이 아닐까 한다는 네오님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그토록 들여다본 대상은 무엇이 바뀐 걸까. 이 반응은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 사람이더라, 작가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 기대했는데 최근 작품들 실망이더라 등등등. ! 내가 사회학을 많이 공부했다면 명쾌한 이론도 가져와 얘기할 수 있겠지만 뭐 별 수 있나 내 깜냥 내에서 얘기해야지.

 

네오님은 홍상수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ㅡ나는 , 수정까지에서는 작가주의적 치열함을 보았지만 그 이후는 너무 즉흥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동감이다. 나도 창작의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슈테판 츠바이크만큼은 못 되더라도 예술가와 작가들의 창작 구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이 비밀은 외부에서는 잘 알 수 없고 직접 창작을 해봐야 많은 걸 깨닫게 된다. 글쓰기 책을 아무리 많이 봐도 잘 모르겠듯이 직접 써보며 실패와 단련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재료로 글을 쓰는 평론을 제2의 창작이라 생각한다.

 

시를 써봐야 왜 세계가 유령 같은 바윗돌 같은지,

소설을 써봐야 인물을 끝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사진이나 영화를 찍어봐야 스토리와 이미지가 한 몸인 사냥감을 잡는 게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창작 속엔 언제나 창작자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포기와 실패의 포화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글쓰기 성향이 너무도 다른 신경숙과 미시마 유키오가 그렇게 결정적인 대목에서 거의 동일한 문장일 수 없다고 경험상 말하는 거다. 이 외에도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 의도는 무용담(武勇談)적인 과시가 아니다. 창작에 대한 내 추측을 맞춰보는 거다.

창작 초반엔 자신의 모든 걸 칼날 같이 갈아 축성(築城)에 심혈을 기울인다. 자기가 누구에게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도 잘 되지 않는다. 성공적인 데뷔가 끝나고 독자나 관객을 얻게 되는 시점이 오면, 이제 자신의 재료들을 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쓰게 된다.것은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에서 성공한 뒤 두 번째 작품은 흥행이나 완성도에서 첫 작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징크스)의 한 요인으로 짐작된다.

두 번째 작품도 시장에 먹힌다면 창작자는 자신만의 개성과 구조성을 구축할 기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평론가와 관객 or 독자는 부정적인 자세든 긍정적인 자세든 그 창작자가 커 가는데 연료를 끊임없이 공급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더 낫다는 걸 많은 관심종자들도 알게 되었다. 트위터 만세~

 

, 기술을 습득했고 의자도 마련되었으니 창작자는 끊임없이 작품만 내 놓으면 된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떨어진다면?

이 지점에서 나는 홍상수와 신경숙의 이 사태가 비교된다. 홍상수는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자가 번식적인 작품을 만들기가 수월하다. 알맞은 배우와 약간의 스토리만 갖춰지면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무수히 바꿀 수 있고, 편집 기술로 당신을 기만적으로도 천사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A: 당신과 b가 아차산에 갔다

B: 당신과 c가 아차산에 갔다

C: b와 c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D: b와 c는 아는 사이이고 남자며 당신은 여자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것은 홍상수 옥희의 영화플롯 중 하나다. 당신에게는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인생사겠지만, 영화라는 포커스에서 보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위의 플롯을 A-D-B-(C삭제) 또는 A-C-(F추가)-D 이리저리 바꾼다고 생각해 보라. 홍상수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힘들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돈이 문제지; 인물-편집에 대한 홍상수의 독특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약간이라도 응용하면 따라한 사람이 손해 보는 특허권같이도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비슷하면 홍상수 따라하네~소릴 듣는다. 해외에 이런 식이 없느냐 하면 찾아보면 또 있다. 하여간 국내 상황은 이렇다. 여러분, 홍상수 마트는 불황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세일 안 할 걸로 팔았거든요.

 

그런데 글은 좀 다르다. 홍상수 영화 속에 임의성이 들어가 의미를 양산해 내듯이 소설에서는 그럴 수 없다. 소설은 치밀한 축적 속에 이르는 기록갱신과 같다. 장르나 감성의 주조를 계속 가져가는 건 상관없지만 그 내용의 직조는 전통적으로 오직 작가 한 사람에 의해서였고, 활자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다변화 외에는 변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 초현실주의로 소설을 쓸 텐가. 이미 그 실험은 시도되고 폐기되었다.

끝없는 우물파기. 고갈된 아이디어. 명성과 창작을 혼동하는 작가는 이제 무슨 행동을 취할까?

신경숙의 소설을 좋아하지도 않고 많이 읽지도 않아 작품 분석으로 말할 수 없어서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여기까지는 창작의 추동 원리로서 신경숙 작가의 한계를 되짚어봤다.

 

 

 

§§ 제 3의 눈 - 원본과 관찰자

다음, 흔적님의 리뷰는 왜 가져 왔느냐.

내게 흥미를 끈 것은 다음 대목이다. 흔적님이 서양 철학 산책(제레미 스탠그룸 & 제임스 가비, 시네마북스, 2015)을 읽고 인용한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데카르트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의 기초라 할 말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온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우리가 인식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챈다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는 말이다.”

 

최근에 읽은 뇌과학 책 내용과 오버랩이 되었다. 어느 페이지였는지 찾기가 번거로워 대충 말하겠다. 내 기억의 오류를 마구 마구 의심해도 좋다.

우리는 과연 인식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실험이었다. 피 실험자가 결정을 하면 행동을 하는 걸로 하고 두뇌를 측정한 결과, 그가 결정하기 몇 초 전에 뇌파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게 뭐? 당연한 거 아냐? 할 수도 있다. 신경숙 사태와 데카르트 & 아리스토텔레스 사유의 유사성을 보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과연 독자적인 원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데카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을 몰랐을까. 그토록 명석한 철학자가 가장 유명한 선대 철학자의 중요한 언급을?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철학서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물론 난 읽다 말았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잘 포장한 상품같기도 하다는 게 내 인상이다. 물론 그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남겨둔다.

 

이 표절문제는 창작자의 표면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더 많은 문제가 있다.

데카르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 문장은 저토록 유사한데 우리는 데카르트에게 "코기토"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왜 수정되지 못했나. 여기서 제 3의 관찰자의 부정확함을 생각해보게 된다.

현상학(**)은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원리(***)”를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 사전]

(**)현상학

  • 1. 칸트 철학에서, 경험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을 본체와 본질에 관한 연구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2. 헤겔 철학에서, 감각적 직관으로부터 절대적 인식에 이르는 정신의 발전 과정을 고찰하는 학문.
  • 3. 후설의 철학에서, 의식에 직접적으로 부여되는 현상의 구조를 분석하여 기술하는 학문.

(***)불확정성원리

<물리> 양자 역학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 따위와 같이 서로 관계가 있는 한 쌍의 물리량에 대하여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관측하여 정확하게 측정, 결정할 수는 없다는 설.

 

 

즉, 원본은 무엇일까. 흔들리는 창작자이자 관찰자인 우리가 과연 파악 가능한가.

신경숙 표절 사건에는 보디가드로 나선 문단까지 가세해 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어쨌거나 신경숙 <전설>이란 작품은 원본도, 패러디도 아닌 표절인 게 명확해 보인다. 뇌과학 분석이나 인식론을 가져오지 않아도. 안경도 필요없겠지?

 

작가란 무엇인가, 삶의 철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윤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꼭 완독해야 할 계기가 생긴 것 같다.

 

 

 ㅡAgalma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옥좌에 오르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엉덩이로 앉아 있을 뿐이다. ㅡ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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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몸과 괴테
    from 공 음 미 문 2015-06-23 16:51 
    § 유시민의 온몸과 김수영의 온몸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많은 부분이 총체적으로 문제였지만 “기쁨을 아는 몸”은 결정적이었다. 이 표절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예전에 유시민 <글쓰기 특강> 읽을 때 매우 중요한 단락에서 석연치 않았던 표현이 있었다. 오늘 pek0501님 글을 읽다가(http://blog.aladin.co.kr/717964183/7606172) 다시 보게 되니 신경숙 표절 사건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고 싶다.
 
 
맥거핀 2015-06-17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절 그 자체 이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어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단지 이 사태의 표면적인 표절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군요.

AgalmA 2015-06-18 06:20   좋아요 0 | URL
신경숙 작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응준 작가의 평에도 있듯이 문단과 출판사가 이를 쉬쉬하고 덮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치 어쩌고, 독자 어쩌고 할 자격이 되는 건지...
문학 제반에 관심있지 않으면 이런 문제성을 잘 모르는 독자도 많으니 그러면서 책 팔아준다 독자들을 매도할 게 아니죠

북다이제스터 2015-06-1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 표절이 메르스 뉴스를 이기고 뚫을 기세네요. 큰일 났습니다. 전 첨 들어 보는 작가라. ㅠㅠ

AgalmA 2015-06-18 04:21   좋아요 0 | URL
세월호, 메르스, 정치판 각종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 신경숙 작가가 보다 가까운 타겟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요. 어쨌거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점을 볼 때 어떤 동정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근데 첨 들어본다고요? 북 다이제스터님 간첩이십니까ㅎㅎ;; 긴 시간 독서시장의 간판이었는데ㅎ;;;

[그장소] 2015-06-18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 와중에 엄마를 부탁해야..깨알개그에 터지는 난..
출판계 도 , 문학계도 권위주의..심각해요..(이 허상이 얼마나 거품인지..)

AgalmA 2015-06-18 06:12   좋아요 0 | URL
로쟈 씨도 언급했듯이 문학의 종언은 내부에서 그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던 것....
가라타니 고진이 한국 문학의 저력을 상찬했지만...그건 (문학열병 앓는) 국내 독자들의 노력이었던 거 같고ㅎ;;; 아이러니...
신춘문예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하죠...이것도 문제지적 엄청 많지만...

[그장소] 2015-06-19 01:28   좋아요 0 | URL
제 글이 비밀글인지 비번을 넣으라 그렇게 되있어서 이게 뭔가..하고..걍 새로 오려서 밑에다 이동 ..
이사시킴..^^ 수정한 글..아님 ㅡ방주인도 혹시 안보이나요? 그게 궁금했어요!

한 마디 해달라 해서 너도나도 물어뜯는 현상은. 공평해야죠 .문학계 전반에 걸쳐서요 ,그 분들도 이미 알고 계셨단 거잖아요..맘에 안들어요. 저는 구입서가 대부분 국내작가 위주로 읽는데다..겨우 최근 ,일본 문학은 시작은 다카노 가즈야키였지만 ,기리노 나쓰오가 그 마음을 열게 한 셈..다자이 오사무,오에 겐자부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그 미시마 유키오,세계문학쪽이니..그건 읽었다..하기 좀 그래요..깊은 이해보단 스침에 가까운..이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니까...

신춘문예 음,,문창과 도 첨엔 그랬던걸로 알아요.

AgalmA 2015-06-19 22:33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비밀글 아니었는데요? 로그아웃된 상태로 올리셔서 그장소님으로 체크가 안된 거 였을 뿐이었습니다. 그 밑에 딸려 있던 제 댓글도 다 날아갔네요ㅎ

이제 sns고 검찰이고 북적대고 있으니 신경숙 사건은 물 위로 본격 올라온 셈이네요.

신경숙 측이 그렇게 대응할 거란 거 감안했던 거였는데 어찌 될까요.
연예인들처런 은퇴 선언이라도 할까요. 문단이 그러라고 할까 싶기도 하군요. 줄줄이 굴비 상황이니.

이 모든 상황이 다들 너무 연결된 하나 같아 머리도 마음도 너무 복잡하군요...

[그장소] 2015-07-13 17:30   좋아요 0 | URL
진짜? 이쪽은 내 계정이 아니니까..확인은 안되고 내 쪽에서 확인을 (시험을 이리저리 해보고 )한다고 한건데
밑에 열심히 단 글이 다 날아갔어요? 아..속상해!^^; 미안해서 어뜨케...완전 허망했겠어요. 속상한 거 그기분
완전 잘 아는데..그래서 내 방서 시험하고 왔는데..ㅠㅠ; 정말 미안해요! 아직도 컴퓨터와 시스템은 친해지려면
지구와 저 별만큼..멀었다..ㅡㅡ;

비로그인 2015-06-18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심층적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우는 글입니다...

AgalmA 2015-06-18 12:57   좋아요 0 | URL
흔적님의 기여도도 있으시죠^-^ 이웃분들 덕분에 구동력 떨어지는 제 머리 쓸 일이 너무 많아서 죽겠어요...흔적님 글은 특히...아하하하하🐳)))

비로그인 2015-06-19 14:07   좋아요 0 | URL
제 글이 그런가요? 흥미롭습니다. 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중시하는데 어떤 때는
낯설고 불친절하게 연결되기도 하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를 두고 하시는 말
씀인지 궁금합니다...

AgalmA 2015-06-19 22:42   좋아요 0 | URL
제 느낌이니 어떤 결정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하는 맘에서 얘기를 드립니다.

흔적님 글은 어렵습니다ㅎ; 그건 흔적님이 `낯설고 불친절하게 연결되기도 하는 듯 하다는 생각`하시는 것과 연결되는 것도 같은데요. 흔적님 글은 자신의 공부를 위한 치열함에 빠져 있는 게 느껴집니다. 그 때문에 읽는 이를 위한 배려는 더 떨어지는 것 같아요. 흔적님의 앎의 궁리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하겠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이 다가가기에는 많이 어려워요. 논하고 있는 책 내용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겠죠. 다가가기 쉬운 예시들이 많으면 어떨까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제가 아하하하;; 한 것은, 흔적님의 글은 뭔가 얘기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제 공부와 사유가 더 있어야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유쾌한 괴로움?이라는 뜻이었습니다.

각자 어려운 상황인거죠~_~


2015-06-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5-06-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데카르트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많은 것을 빌려온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이랬나요?,,현상학 지금 하이데거를 거쳐 사르트르와 레비나스를 지나 데리다와 낭시로 오지 않았나요? 하도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네 현상학 ㅋㅋ

AgalmA 2015-06-18 15:17   좋아요 0 | URL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얻지 않은 철학자가 있나요ㅎ 그런데 저 문장과 사유는 거의 표절스럽기도 해서....
여튼 혼자만 알 지 말고 좀 알려주시라니까요ㅎ 이런 표절 시비가 안 나오도록ㅎㅎ;

데리다까진 제가 왔는데, 낭시는 아직 깊이 들어가보지 않았습니다. 하이데거는 관념철학의 대가죠. 데리다는 현상학보다는 분석철학/기호학쪽에 가깝고요. 모든 걸 다 까겠다는 주의기는 하지만ㅎ. 하이데거 해석학을 데리다가 해체론으로 열렬히 까기도 했죠ㅎ; 저는 데리다 언어 놀이 보다가 다 끝나는 경험이 많아서~ 🐠

네오 2015-06-18 13:32   좋아요 0 | URL
음,,,철학,,,,진짜 어려운데,,,,사실 혼자 책으로만 봐서 내가 알고 있는게 정확한것인지도 잘 모르겠음,,,,뭔가 같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본 다음 열나게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생겨야지 그때부터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는데,,,,ㅋㅋ 데리다 다 읽었다고요? 저도 더 깊게 들어가려하다가 진짜 토 나올뻔 했는데,,,,ㅋㅋ 철학한번 조합을 잘해봅시다,,,ㅋㅋㅋㅋ 어떻게 하냐고 한다면 음,,,,

그런데,,,,우국 좋아하시는군요,,,,유키오작품중의 최고아니겠소만,,,,뭐,,,표절이야기는 다른분들이 너무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뭐라고 하기에는 그렇고,,자본가의 입장에서는 표절한 책 시장에 유통시키는 건 좀 그럼,,,재주는 곰이 구르고 조련사가 돈 버는 그런 구조는 비합리적인거 아니겠소만?

그리고,,,,뭔가 이렇게 공들여서 제 이야기를 인용해주셨는데,,,,이 글에 대한,,,아주 길고도 긴 답문을 써여 할것 같은 이 짐을 느낀다고 하면 오바인감? ^^

AgalmA 2015-06-18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철학 혼자 공부하는 터라 틈틈이 철학개론서를 보고 수정작업을 하는 상황;
데리다 다 못 봤어요~ 지젝이랑 바디우도 봐야 하고 갈 길이 멀어서 전작 독파 저는 그런 거 안합니다ㅎㅎ))

미시마 유키오 제 취향은 아닙니다ㅎ 작품 자체의 우수성은 인정.

창비는 그나마 의식있게 대응할 줄 알았더니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인 바닥 보여주더군요.

네오님과의 대화에서 촉발된 거긴 한데 얘기가 커져서 굳이 네오님이 토스는 안 하셔도 될 상황^^;;

만병통치약 2015-06-18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씨 표절이알라딘에서는 메르스를 이겼네요 ㅋ 전 문학은 잘 안 읽어서 그냥 유명한 작가중 한명인줄 알았는데 파급이 대단하네요. 원탑급이었나봐요 / 마음의 미래 잘 거둬 갑니다. ㅋㅋㅋㅋㅋ

AgalmA 2015-06-18 13:37   좋아요 0 | URL
신경숙 작가 일은 파렴치하잖아요. 메르스는 전반적인 무능이라 누굴 붙잡아 얘기하기 점점 어려운 상황이고...
오! 금방 사라져서 내 이웃인 게 분명해 했는데^^ 만병통치약님 겟~~좋아요. 호호))

[그장소] 2015-06-1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글 너무 잘 읽었어요. 당신은 왜 이렇게 멋질까..글도 명쾌하고, 와...난 아까 당신한테 부탁하고 가서 검색하고 사태를
직면하곤 잠깐 상심에 빠졌다가, 털어 내고 왔어요. 준비해 주었을거라고 믿었고 정말 훌륭해서 Agalma 님 당신을 오래두고 많이 많이 사랑해야지..그랬네요. 다른 무엇보단 분명 눈에 보이는 것을 아니라 하는 데..상심해 버렸어요. 어쩌자는 걸까.
하고요.. 아니라고 한다고 아닌게 될 턱이 있을 리가..너무 ,미시마 유키오를 안 읽었어도 알겠던데.. 초반만 흐름이 같았다 하면 저런 표현이야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지 않나..했는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주는 !! 그러고도 아니랄 수 없는거지. (한 숨)
그렇다고 내가 그 작가의 책으로 그 긴 세월 위로를 받아온 시간이 없었던 시간이 될 순 없기에, 애정을 접을 순 없어요. 그러나 틀린것은 바로 잡고 가길 ..(벌써 오래전부터 ,늦어도 늦은 ..) 신속하게..호미로 막을 걸..왜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으로 끌고 가려 하나..거장? 아니...
그런 자리에 놓고 본 적이 없어서..나는 그녀가 무슨 위원장..어쩌구 하는데에, 이야~ 놀랍기도 했으니까..이 사람이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요. 그 이응준 작가님..다른 분들 글도 좀 찾아 같이 그러시지..그 분이 인생 걸고 싸우는데 어째 문학이 아닌 정치가 끼어 들어 더 지저분해서 속상해요. 극우니 뭐니 까지..그 기사 보곤 빡 ! 열이 나서..이 사람들이 정치들 욕 그만 먹으려고 이젠 문학계 그 간 건들이지 않던 카드 하나 꺼낸거냐..물타기하려고?ㅠ 싶더라니까요. (이러면 이에는 이..그러는 것이 되겠죠? 싫다..)뭐..표절 시끄러워도 또 가라 앉겠죠. 예전 조경란 작가 였나요? 혀 - 신인작가 글을 표절했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었는데..그것도 어느새 흐지부지..혀 -는 잘만 나왔고요..그 신인작가 글은 궁금했는데..(알아봐야 겠네요. 그 작가도
지금 현역이겠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듯..그럼 안 될텐데..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몰라서 십년 넘게..(아, 읽었대도 단편은 그냥 슥 지나가니까..) 몰랐을 수도..있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원래 잘 보는 분야 (일반소설)의 글도 아닌데..고생해서..이
은혜 (웬수) 차곡 차곡 쌓아놔요..^^ 갚을테니까...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비평하기, 논박하기 한번에 다~뚫어!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 - 잃어버릴 수 없는 고향을 찾고 있습니다

 

§ 어제의 세계』- 남겨질 권리

 

절박한 전쟁 상황에서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무 자료 없이 기억에 의존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全 생애에 걸쳐 경험한 '근·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내용이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츠바이크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회상하는데, 이러한 저작의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은 그냥 우연히 보유하고 다른 것은 단지 우연히 상실하는 그런 것이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식하면서 정리하고 쓸데없는 것을 현명하게 줄이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의 인생에서 잊어버리는 것은 모두 원래 내면의 본능에 의해 훨씬 전에 잊혀지고 말게끔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

그런즉 이야기하라, 선택하라, 그대 회상들이여! 나의 회상 대신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인생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내 인생의 영상을 보여 다오!”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슈베르트 호텔 - 기억의 계승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웨스 앤더슨 감독은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도입이 왜 죽은 작가의 무덤 앞 애도와 그의 인터뷰에서 시작하는지, 영화가 왜 호텔을 차지하는 군상들의 삶처럼 액자식 구성인지, 왜 그렇게 유명한 출연진들을 많이 썼는지 어제의 세계를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어제의 세계는 수많은 인물과 나라,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저 스쳐가는 뉴스가 아니다. 영화 진행만큼 사건들은 서로 긴밀하며 긴박하다. 뛰어난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 모든 것을 폭넓고 깊이 있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초호화판 캐스팅도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그들 삶의 목적 속에서 빛나듯 영화 속 인물들도 그들 개개의 스토리 속에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세계를 읽으며, 모든 국적의 사람들이 묵었던 스위스 슈베르트호텔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가져왔으리라 감지됐다.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가 왜 그런 인물 설정인지도 알았다. ‘슈베르트호텔은 카사노바와 괴테가 머물렀던 곳이다. 향수를 뿌려대고 낭만시를 어디서든 읊어대는 구스타브는 카사노바와 괴테’를 조합해 창조한 게 분명하다. 젊은 작가 역으로 나왔던 주드 로는, 츠바이크가 이마가 조각처럼 반듯했던 작가로 회상하며 '슈베르트' 호텔에서 처음 만났던, 청년 제임스 조이스를 빗댄 걸로 보인다. <율리시즈>를 쓰기 전이었던 그는 츠바이크에게 한 부 뿐이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원고를 보여줬다. 오,『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츠바이크가 그토록 염원한 예술의 자유이기도 하잖은가! 

난민이었던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가 왜 호텔의 주인이 되었는지, 나이든 제로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왜 호텔을 팔 지 못하는지도 짐작됐다. 엄청난 유산상속자였지만 평생 이방인이어야 했고, 장서와 예술품들을 수집하며 인간을 살피고 세상의 화해를 도모했지만 참담히 무너졌던, 슈테판 츠바이크를 대신해 그 심경을 대변하려 한 것이리라.

 

이런 식으로 구석구석 맞춰 볼 것이 많은데 지금은 이 이야기를 더 끌고 나가고 싶지 않다. 이 비교를 하고 싶었던 때가 지나버렸다.

 

 

기억이여, 너는 또 무슨 조합을 불러들이려는가. 

 

 

 

 

§§§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기억의 태도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에서 대니얼 대빗은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물리적 태도, 설계적 태도, 지향적 태도로 구분한다.

 

◆ ‘물리적 태도는 자연과학적 기본 방법이다. 손에서 돌멩이를 놓으면 땅바닥으로 돌이 떨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고 예측하지만, 금붕어와 바람개비도 반드시 그럴 거라 장담할 수 없다.

 

 

◆ ‘설계적 태도는 자명종이 알람을 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추론 태도다. 우리가 그 설계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예측의 오류를 가정해 볼 수 있다.

1) 대상은 정말로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설계되었나?

2) 대상은 설계된 대로 작동할 것인가(, 오작동하지 않을 것인가).

 

 

설계적 태도가 허물어지는 것을 만화에서 자주 보게 된다. 톰과 제리의 톰이 가장 피해자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제리를 붙잡기 위한 톰의 설계적 태도는 거듭 실패한다. 단순한 예측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대니얼 데빗은 지향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향적 태도란 어떤 대상의사람이든, 동물이든, 인공물이든, 아니 무엇이든행동을 해석할 때 그 대상이 스스로의 믿음욕구고려하여 선택행위를 제어하는 합리적 행위자인 것처럼대하는 전략이다.”(p109)  쉽게 말해 지향적 태도는 정보 수집과 계산을 모조리 가져와 최선의 예측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합리성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다른 구동방식이 있다. 과거의 모든 기억뿐만이 아닌 모든 경우의 수가 '무의식적으로' 시스템()에서 도출되며 우리는 그 프로그래밍의 몇 개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우리의 방식은 컴퓨터의 1:1 도출 방식이 아니며, 인간의 사고는 全 과정에 무의식이 개입하며 이 무의식은 우리도 모르게 패턴화되어 있다. 그런데 컴퓨터의 버그, 오류들까지 종합해 이와 비교해 본다면 인간 뇌가 컴퓨터와 유사하다는 가정은 신빙성있는 주장일지도 모른다.

 

 

 

 

 

 

 

 

§§§§  나를 진찰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뭘 말하려는가.

우리는 추억과 기억 혹은 청춘의 판단 착오 등 낭만적인 방식으로 뇌와 행동의 역학을 축소해 보는 경향이 있다. 충동을 심리적인 문제로만 봐야 할까. 뇌과학보다 심리학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호응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치매, 기억력 감퇴, 나이 듦 등의 물리적 현상에 중점해 보는 것도 우려되는 바다.

작가, 예술가, 철학가의 문장, 사상, 행동, 작품을 엄청난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무의식적 천재성도 있겠지만 버그도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전반에 적극적인 '지향적 태도'가 요구된다.

어쨌거나 나는 뇌를 '지킬과 하이드'로 보고 있다. 누군가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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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5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rdky 2015-06-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의 소설 `체스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흡입력 있는 문체와 내용에 감탄했었죠ㅎㅎ

AgalmA 2015-06-16 01:37   좋아요 0 | URL
<어제의 세계>에 이런 내용이 있었죠.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츠바이크가 페르시아 왕의 말을 인용한 게 재밌죠. ˝나는 어떤 말은 다른 말보다 빨리 뛰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더 빠른지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다.˝ ㅎㅎ 저도 스포츠에 대해선 여기 전적으로 동감ㅎ!
체스는 정신적 긴장운동을 하게 해줘서 좋다고~

문장력 정말 좋죠. 이런 사람이 전기(傳記)와 번역에 그토록 투자한 게 아깝다고 해야 할 지, 그래서 좋은 문장력이 나왔다고 봐야 할 지 갸웃)))

AgalmA 2015-06-18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관펌프...>에 대해 내게 만족스러운 리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리뷰를 쓰고 있진 않을 것이다. 뭐가 답답해서! 아주 시간이 많고 아주 명석한 사람이 아주 투쟁의식이 강해 애써 리뷰를 쓴다 해도 데빗식 표현을 쓰기 십상이니 이해도 공감도 참 얻기 어려울 것이다. 노력 가상상은 줄 지 모르지.
<괴델, 에셔, 바흐>를 만났을 때처럼 환상적인 思考 오로라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인문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모든 문장이 재난 경보처럼 들릴 지도.....재밌으면서도 무서운 과학소설을 읽는 기분...굉장히 논리적이고 예언적이기도 해서...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면서 스윽 넘어가게 되지 않는다는 것.

네오 2015-06-1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들이 진화를 하니 제가 못따라잡아서 이해하는 데 한참걸리네요,,,,,,,어느 한편도 쉬운 글이 없네요^^ 그랜드부다페스호텔 괜찮았다는 말인가요??

AgalmA 2015-06-17 23:02   좋아요 0 | URL
제가 어렵게 말하는 걸까요-ㅁ-); 제가 이해한 만큼 전달한다고 생각하는데;_;)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괜찮은 영화죠. 아, 그 색감부터! 영화를 케익처럼 만들어놓다니ㅎㅎ 장 주네 이후 이렇게 강렬한 케익 영화는 기억나지 않습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5-06-1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읽을 책으로 <직관 펌프> 잡았습니다. 많이 간장됩니다. ㅎㅎ 이렇게 읽으면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조언 부탁 드려도 될까요? 그런게 가능하다면....

AgalmA 2015-06-18 20:57   좋아요 0 | URL
그 맥락에 최대한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이렇게 사고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고 당황스럽고 복잡하고 그래요ㅎㅎ; 1번 읽어서는 안될 거 같고 여러 번 읽어야 될 책^^

북다이제스터 2015-06-18 21:08   좋아요 1 | URL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결국 제 읽기 나름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ㅠㅠ 한 번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ㅎㅎ
 
病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입 속의 검은 잎> )

 

당신을 안 지 20년이 지났어. 누군가에겐 20살 넘은 아들이 있다면, 내겐 20년 넘은 허무가 있는 셈이야. 책갈피로 꽂아두었던 낙엽이 페이지를 누렇게 물들이는 것을 매해 지켜보았고, 년도를 확인할 수 없는 메모들 속에 올해도 몇 자 끄적였어. 이건 희망일까.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정거장에서의 충고> )

 

당신 시집 속에 희망이란 단어가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세보고 죽었을까. 아니었을 거야. 20번도 넘을 텐데 나는 굳이 세지 않았어. '희망'으로 가장했지만 ‘허무’였지. 그건 세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삶과 허무는 동등하며 계속돼. 진짜 ‘희망’ 또한 셀 수도 재현할 수도 없어. 그래서 당신은 미안하지만을 붙였을 거야. 그 문장에 이어지는 시 속에 떨어지고’, ‘덮는다’, ‘멎는다’, ‘쓰러져’, ‘굴러다닌다’, ‘떠나’, ‘없으니’, ‘나부낀다’, ‘들이닥쳤는지’, ‘알지 못한다’, ‘갈라졌으니’, ‘주저앉으면’, ‘감시해온’, ‘머물다’, ‘흘러온다’, ‘늙은으로 끝나는 동사들에서 희망’은 계속 실패 중이지. 형용사들도 마찬가지고. 당신의 시집 전체가 그렇지. 희망을 포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 흘러간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植木祭> ) 각오는 무력하고,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물 속의 사막> ) 말하는 자조와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질투는 나의 힘> ) 말하는 탄식은 스스로를 휘어잡지. 무관심만이 우리를 쉬게 한다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는 없어진다”(<종이달> ) 말하며 추억을 부르고 죽여도 이 허무는 계속돼. 글로 집을 짓고 버리는 한 내내.

 

“‘내버려두세요. 뭐든지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 아무도 없을 때는 발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리는 법이죠스위치를 내릴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 가슴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익숙한 그 소리는 분명히 내게 들렸다.”(<소리 1> )

 

끈질기게 귀 기울이는 <소리 1>에 이어지는 시는 <소리의 뼈>. 소리의 뼈가 무엇인지 우리는 많은 견해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보다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소리의 뼈>中) . 하지만 슬픔은 유예된 것에 지나지 않지.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 순간은 나타나자마자 죽어. 잃어버림과 시간은 영원한 짝.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럽지만 창밖에서 사내의 울음을 중지시키지 않고 들어주는 일(<기억할 만한 지나침> ). 나는 당신 시집을 그렇게 들어주고 있어. 매년. 당신은 알지 못하지. 나는 살아남았지만 당신은 없어. 당신이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나도 당신에게 그래. 당신이 짐작하지 못한 '희망'이 이런 거면 안 될까.

 

나도 미안하지만 이거 하난 짚고 넘어갈게. 당신은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詩作 메모)고 말하면서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썼어.

밤눈은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아. 지상도 거부하지 않고. 그렇게 연결 짓는 건 우리야. 나는 이걸 교훈 삼고 다른 걸 생각할 거야. 그런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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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은 시인을 위한 변론, 그리고 두 갈래 고해
    from 공 음 미 문 2015-06-07 03:43 
    § 나는 어제 기형도에게 편지를 쓰며, 이제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밤 그렇게 멍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매번 이 모양이다. 아, 차라리 기형도를 몰랐다면. 이 생각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죽은 당신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해명 좀 해! 무지했던 어린 내가 기형도를 신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선고는 잊을 만하면 날아든다. 이제 이건 내 문제다. 삶은 늘 이런 식이지. 이 글의 계기는, 흔적님 <신화화, 매혹, 시
 
 
AgalmA 2015-06-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은 오늘부로 버린다

2015-06-0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5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5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애 2015-06-06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난 적 없지만 소년이며 청년 시절엔 전 그의 그림자 같기도 하였죠.

AgalmA 2015-06-06 15:00   좋아요 0 | URL
기형도....제 인생을 참많이 뒤흔든 지진였어요.....지금도 그 여진이 가끔.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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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에 대해 쓰고, 오늘은 제임스 설터 『어젯밤』을 다시 읽는다.

어제가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지.
어제는 하루에 하나면 충분하잖아.
어제를 모으고 부른 건 너야.
『안티 오이디푸스』가 오늘따라 끔찍하게 읽혔기 때문이야. 커튼을 하나하나 열어 보이며 서로 얽혀 작동하고 있는 기계들, 몸뚱이들을 가리켰지. 하아, 포기는 안 해. 난 언제나 늦은 아침을 먹었잖아.

제임스 설터의 소설 속 대화들은 문화 차이 때문인지 여전히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국면 전환은 헉,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표제작 <어젯밤>은 포크너 <에밀리를 위한 장미>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그의 단편들은 한국문학이었다면 작위적이란 소리 들었을 법 한 게 많다. 제임스 설터는 가뿐히 넘는다. 나 또한 『어젯밤』을 가뿐히 다 읽을 것이다. 그가 원한 대로 잎맥만 남은 문장의 역할이 크다.

책 속 시간이 여기보다 더 빨리 흐르면 행복해?
빨리 읽고 해치우는 것, 그것은 책 살인일 거야.
이쪽으로 오려다가 실패한 무언가 책 속에 남아 있거나, 나와 책 사이에서 공중분해된 무언가도 있겠지.
내가 어제를 다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매일 맞으며 매일 돌이킬 수 없는 어제

빨리 흐르는 책을 일부러 천천히 읽을 수 없다.
모든 행동과 하루는 일정 부분 ˝포기˝의 색깔을 띈다. ˝목적˝이고자 했겠지만.




ㅡAgalma
 

 

 

 

 

 

 

 

 

 

 

 

 




 

 

그는 그의 인생 한가운데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사랑을 생각했고....(후략) ㅡ p151 <플라자호텔>

행복은 다른 걸 갖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걸 갖는 데 있다는 걸 난 그때 몰랐어 ㅡ p162 <방콕>

그럼, 행복한 나날들을 위하여. 그녀가 말했다. 그러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미소였다. 미소에 반대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거였다. ㅡ p184 <어젯밤>

자넨 재 친구야.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자넨 결국 내 적이 되고 말 거야. 오스카 와일드 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가 그랬지. 누구나 친구를 고를 수는 있지만, 현명한 사람만이 자신의 적을 고른다고. ㅡ p47
아내의 얼굴은 여러 장의 사진 같아서 그중 잘 안 나온 건 골라서 버려야 했다. 오늘 밤 그녀의 얼굴이 잘못 나온 사진 같았다. ㅡ p68 <나의 주인,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 ㅡ 장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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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15-06-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의 책은<가벼운 나날> 밖에 읽지 못했는데 <어젯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가벼운 나날>의 차갑차가운 장면들이 놀랍다고 느꼈던 기억이 :-)

AgalmA 2015-06-02 14:33   좋아요 0 | URL
<가벼운 나날> 말씀하실 때처럼 차갑고 놀라운 반전으로 이 책도 가득하죠^^ 설터 스스로가 자신의 최고 단편을 모은 거라고 이 단편집에 대해 말했죠^^ 에즈라 파운드와 이백을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길 풀어낸 `나의 주인, 당신`은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의 세계를 쓴 슈테판 츠바이크. 이분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쓰신 분이시죠? 폭력에 대항한 양심. 제가 그것만 읽은 거 같아서요. 같은 분이 시죠?

antibaal 2015-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요.
. 슈테판 츠바이크는 도대체 어떤 분인지...감탄만 할 따름입니다.

AgalmA 2015-06-03 05: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ntibaal님^^ <다른 의견~>과 <광기와~> 다 읽어보셨나요?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의견~>은 유시민 씨 추천도서 목록에도 있더군요.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어제의 세계>를 꼭 읽어보셔야 할 듯. 문인과 예술가 그 외 많은 정치가와 철학자들과 교류하게 된 게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의 열린 품성과 겸손함 등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걸 <어제의 세계>에서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한국과 비교하게 됐는데, 전쟁이 그리 되긴 했지만 타인에 대한 존중이 유럽문화권에 지배적인 건 참 부러웠습니다.

2015-06-02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The Swimming Season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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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어디 있습니까

한국의 어느 지식인이 자유는 서양에서 전해진 관념이라고 말할 때, 그의 자유를 의심했다. 자유를 위해 싸우고 죽었으며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 같기도 했다. 나는 지나친 단정을 경계한다. 단정 속에서는 어떤 진실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걸 무수히 봐왔다. 오히려 진실은 매우 모호하고 유동적이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더 불완전했다. 츠바이크는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불충분하고 정말 중요한 감정은 직접 겪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백퍼센트의 알콜이 이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퍼센트의 진리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이론의 단언자이기도 했던 프로이트의 말은 어딘지 역설적이다.

지금의 우리가 원시인이 자유를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원시인이 살아 돌아와 증언한다 해도 완벽한 사실일 수 없다. 우리에겐 언제나 모르는 게 남는다. 모른다고 인정할 때 어떤 앎을 가까스로 접하기도 한다(나는 접한다로 말하며 가진다는 뜻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 , 생각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말하고, 우리의 앎과 생은 영속적이 아니라 잠정적이기에, 최대한 다각도로 살펴보는 일이 절망스럽지만 최선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노력에도 우리는 다 잃는다. 작은 희망이라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길 바라지만, 해피엔딩은 가장 확인이 어려운 답이다.

옛날에는 인간은 몸과 영혼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밖에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츠바이크는 자신이 피난민이자 망명자가 되고서야, 추방당한 러시아인의 이 말을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상상해봤다. 동서양의 구분도, 자유 관념도 표현할 필요가 없었던 아주 먼 옛날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를 잃은 게 아닐까.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으면서 우리는 불가능한 자유를 원하는 게 아닐까.

지상에 완전한 자유란 없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어떤 착각 속에서 자유가 있다고 말하며 끝없는 투쟁과 타협 속에 산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창조주에 의해 특별한 운명과 사명을 가진 선민으로 택해졌다는 유대인의 신앙은, 지상의 어떤 권력도 거부하는 그들의 자유였다. 내겐 자유와 계율은 구분되기보다 가까워보인다. 인간은 왜 자궁을 귀환으로 비유하는가. 모유를 먹듯 우리의 앎은 의존성이 강하다. 내게 자유란 내가 왔던 곳만큼이나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 관념은, 이집트 이래로 추방이라는 공동 운명을 겪어온 유대인뿐 아니라 삶으로 추방당한 인간의 근원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삶을 얻었다라고 간주할 때, 감사와 겸양보다 착취와 위협일 때가 더 많지 않았는지? 자유와 추방에 대해 누구보다 겪어온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세운 뒤 희생과 전쟁을 일삼는 것을 보라. 세계 곳곳의 혁명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오던 숙청과 독재를 생각해보라.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가 아는 자유와 행하는 자유는 괴리되어 나타났다. 역사 속에서 '자유'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처분'할 때 주로 거론되었다.전쟁과 평화, 죄와 벌, 이방인, 심판같은 소설 제목이 그 내용보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리고 어제의 세계란 제목의 에세이를 만났다.

 

 

§§ 츠바이크가 말한 어제의 문제

어제의 세계1942222일로 서명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서로 시작된다. 학업을 위해, 문학을 위해, 작가와 예술가들과의 우정과 교류를 위해, 마지막엔 전쟁을 피해, 평생을 방랑했던 그가 남긴 이 유고집은 한 인간의 기록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시대였다. 그는 서문에서 오직 스스로 남으려고 하는 회상만이 다른 여러 가지 회상에 대신하여 남겨질 권리를 갖는다.”고 말함으로써 이 책의 무게감을 전한다.

 

츠바이크에겐 제발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본 적 없는 부유한 부모가 있었다. “남아프리카 전쟁(1899~1900), 러일전쟁(1904~1905), 발칸전쟁(1912~1913)”(p33)은 그들 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2차 세계 대전은 양상이 달랐다. 그들이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귀국할 수 없게 된 츠바이크가 전해 들었던 그의 노모 일화는 정말 가슴 아팠다. 노령으로 피난도 못 갔던 그의 노모는 아리안 인종법시행으로 산책을 하더라도 벤치에 앉지 못했다. ‘죽어가는 자의 곁에 밤을 새울 수 없다’(p518)는 나치 법률에 의해 어떤 친인척도 그 임종을 볼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해져야 했나.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놔뒀나.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어와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성질은 원래 그런 거지요, 말하면 끝나는 일인가. 츠바이크는 술회했다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낙관주의가 우리를 배반했다는 점이다. ……(중략)…… 많은 지식인들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무관심하고 소극적이었다. 우리의 낙관주의 때문에, 전쟁 문제는 그 모든 도덕적인 결과와 함께, 아직 완전히 우리의 내면적 시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뛰어난 사람들의 중요한 저술 중 어느 것에서도, 그것에 대한 원칙적인 논의나 정열적인 경고를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유럽인으로서 생각하고 국제적으로 형제애를 두텁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일상사에 단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추구하며, 우리의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평화적인 이해와 정신적인 우정이라는 이상을 고백하고 있으면, 우리의 일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다.(p249) 

 

아니, 이런 노동자와 군인의 공화국 같은 것이 2주일 이상 계속되리라고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익숙한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행하는 자기기만이었다,(p481)

 

유럽의 양심은우리 문명의 불행이고 치욕이지만결국 이들 폭력 행위는 국경의 저 너머에서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간섭하지 않을 것을 열심히 강조했기 때문에 복용량은 점점 더 강해져서 급기야는 전 유럽이 이로 말미암아 파멸하기에 이르렀다. 히틀러가 한 것 가운데 이 전술만큼 천재적인 것은 없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머지않아 군사적으로도 약해져 가고 있던 유럽에 대해서,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점점 강해져 가는 힘으로 압력을 높여 간다는 전술이었다. 독일에서 어떠한 자유로운 말도 어떠한 독립적인 책도 근절해버린다는, 오래 전부터 마음먹은 계획도 미리 떠보는 이런 방법으로 행해졌다. 우리의 저서를 단호하게 금지해 버린 법률도 즉각 발표한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2년 후에야 발표되었다.(p465)

 

역사는 동시대인들에게 그들의 세대를 규정하는 커다란 움직임에 대해 그 첫 단계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논박할 수 없는 역사의 철칙이다.(p457)

히틀러에게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넘어가도록 세계는 방관했고, 츠바이크와 아인슈타인 등의 책이 광장에서 불태워졌고, 오스트리아 국회도 불탔다. 아름다운 시를 썼지만 릴케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거부했다. 로맹 롤랑은 국제적십자사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슈트라우스는 음악과 가족을 위해 히틀러에 협조했다. 많은 이들이 감시당하다가 암살당했고 곳곳에서 자살했다. 희망을 찾아 브라질까지 갔던 츠바이크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소식을 듣고 어제의 세계』를 집필한 뒤, 아내와 동반 자살했다.

 

 

§§§ 희생 끝에 얻은 비참함

대전 후에야 비로소 국가주의에 의한 세계 혼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 세기의 정신적 유행병이 가져온 첫 번째로 눈에 보이는 현상은 외국인 싫어하기였다. 즉 외국인에 대한 병적 혐오, 아니면 적어도 외국인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세계는 외국인에 대해 방어 자세를 취했으며,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배척했다. 전에는 오로지 범죄자에 대해서만 강구했던 그런 모든 모욕이, 지금은 여행 전이나 여행하는 도중에 모든 여행자에게 부과되기에 이르렀다.(p521)

 

영혼을 짓이기는 불쾌한 것들로 인하여 우리의 창조 작업과 우리의 사고가 입은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여러 해 동안 정신적인 책보다 관청의 지령이나 규칙을 더 많이 연구했기 때문이다.(p522)

 

인간은 객체이며 자유롭게 태어난 영혼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는 것, 권리는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관청의 은총에만 달려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심문을 받고, 등록되고, 번호가 매겨지고, 자세하게 조사받고, 스탬프가 찍혀졌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나는, 자유의 시대에 길들여져 굳어진 인간으로서, 또 꿈꾸었던 세계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내 여권에 찍힌 어떠한 스탬프도 낙인처럼, 그들이 행하는 어떠한 심문이나 검사도 굴욕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다.(p522)

지금의 우리는 외국인 체류자를 편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은연중에 철학이나 문학보다 영어책을 더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나 사회 문제보다 내 생활과 능력쌓기가 더 중요하다.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라고 말하고 있지만 언제든 붕괴되기 쉽다.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한 많은 절차에 순응하는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 오, 흩어져버린 츠바이크의 수집품이여

거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업 비망록 가운데 한 장이 있었다. 스케치에 관해 왼손으로 글씨를 쓴 노트였다. 또 나폴레옹이 거의 읽어낼 수 없는 글자로 4페이지에 걸쳐 휘갈겨 써서 리볼리에 있는 병사들에게 보낸 군대 명령서가 있었다. 또 발자크의 어떤 소설 전체의 교정지가 있었다. 어느 페이지나 그야말로 하나의 전쟁터였으며, 수없이 많은 수정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명료함을 가지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거인적인 투쟁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진 복사가 다행히도 어느 미국 대학에 보관되어 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의 알려져 있지 않은 초고도 있었다. 그것은 발표하기 훨씬 전에 사랑하는 코지마 바그너를 위해 씌어진 것이다. 또 바하의 칸타타와 글룩의 알체스테의 아리아가 있었고, 음악가 중에서 남아 있는 원고가 가장 드문 헨델의 것도 한 가지 있었다. 언제나 가장 특징적인 것을 찾았으며, 대부분은 발견되었다. 브람스의 유랑민의 노래, 쇼팽의 바르카롤레, 슈베르트의 불멸의 곡음악에 바침, 하이든의 것으로는 황제 사중주곡 중의 신이여 보호하소서의 불후의 멜로디가 있었다. 몇 가지 경우에는 창조적 인간이 단 한 번 만든 구현물을 창조적 개성의 전 생활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다. 가령 모차르트의 것으로 11세 소년 시절에 쓴 유연성이 결여된 것 한 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곡 예술의 극치인 영원불멸하는 괴테의 제비꽃을 가지고 있었고, 무도곡으로는 피가로그대 이 위를 가지 않으리라를 패러프레이즈한 미뉴엣, 그리고 피가로그 자체로부터는 케르빈의 아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또 매력적이고도 버릇없이 쓴, 아직 한 번도 원문 그대로 완전하게 인쇄된 적이 없는 아주머니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음탕한 카논의 한 장, 마지막으로는 그가 죽기 직전에 쓴 한 장, 티투스에서의 아리아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괴테의 생애도 하나의 아치가 형성되고 있었다. 처음 것은 9세 때 라틴어로부터 번역한 것이었으며, 마지막 한 장은 82세 때, 죽기 직전에 쓴 시 한 편이었다. 그 사이에는 그의 창조의 왕관을 이루는 작품의 거대한 한 장, 파우스트중의 두 페이지 분, 그리고 자연과학에 관한 원고 한 장, 갖가지 시, 그리고 그가 생애의 여러 단계에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괴테의 전 생애를 이 15장으로 개관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존경하는 베토벤에 관해서는 이렇게 완전한 상을 얻을 수는 없었다.(p445)

예술에 있어 탁월한 식견이 있었던 츠바이크의 수집품이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있다면, 우리는 예술과 인간의 어떤 본질을 더욱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했던 츠바이크만큼 나도 한탄스럽다.

 

일생을 탐구하며 예술과 사람의 조화를 원했듯 현실세계도 다함께 어울리기 바랐던 슈테판 츠바이크(1881. 11. 28 ~ 1942. 2. 22, 오스트리아)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 에필로그

 

 츠바이크가 평생의 영감(靈感)으로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녔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존 왕 초상화

 

 

 

   

그가 만났던 수많은 대가들 중,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일화도 짧지만 인상깊습니다.

 

 

 

 

   

구판/개정판 사진이 다른 게 많습니다.

위 사진은 구판/ 개정판 톨스토이의 묘지 사진 비교입니다.

묘지 옆 두 나무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나 보시길 :) 

 

 

 

 

 

오늘날 아직 자신의 길에 확신이 없는 젊은 작가에게 충고를 준다면, 나는 상당히 위대한 작품을 각색하거나 번역하는 데 봉사하라고 권장할 것이다. 초심자의 모든 자기 헌신적인 봉사 속에는 자기가 창조하는 것 이상의 확실성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몰두하여 행하는 일은 절대로 헛된 일이 없는 것이다.(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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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의 힘 - 어제의 세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from 공 음 미 문 2015-06-15 21:40 
    §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아무 자료도 없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제의 세계』를 썼다.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한 '현대 유럽 세계사'라고 할 만한 내용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그는 1·2차 세계 대전 전후해 그 시대상과 지식인들의 움직임을 소상히 밝혔는데, 이러한 저작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을
 
 
2015-06-01 0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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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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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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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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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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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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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0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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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5-06-0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인전기의 달인 츠바이크의 새책 소개 감사합니다

AgalmA 2015-06-01 21:55   좋아요 0 | URL
이 책의 구판/개정판 번역상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구판에 옮긴이의 요약해설이 꼼꼼했는데, 개정판엔 대폭 축소돼서 그건 좀 아쉬웠어요.
21세기 컴맹님은 츠바이크의 어떤 평전을 좋아하실런지...저는 <베토벤의 생애>를 제일 읽고 싶습니다^^

21세기컴맹 2015-06-04 18:32   좋아요 1 | URL
천재와 광기 를 오래전에 침흘리며 봤었죠 남의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유체이탈의 신공 아니고는 이리 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환희와 절망을 한 눈에 담은 적이 있지요 그 다음 책은 그만큼 감전돼 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믿음이 가는 분입니다
책으로 치면 그 이름 앞에서는 늘 들었다놨다

AgalmA 2015-06-04 18:50   좋아요 0 | URL
^^ 츠바이크 책이 워낙 많아 뭘 볼까 고민인데, 현재 제가 꼭 보고 싶은 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베토벤의 생애>, <천재 광기 열정>입니다. 그 수집의 열정이 예술가 평전에도 얼마나 가득하겠는가 믿음 가득^^ 츠바이크 자신이 작가라 예술가들의 창작의 열정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동경했을테니...

[그장소] 2015-06-0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뻥 뚫린 하늘을 멍~ 때리며 바라보다...갑니다!
어제의세계 하니 전날의섬.(움베르토 에코)..생각도 나고
불연속세계 (온다 리쿠,어제의 세계;도 있지않았나?)갸웃하면서..
암보스 문도스(기리노 나쓰오)까지 날짜 변경선위에
아슬아슬한 우리의 미래를
살짝 걸쳐 놔 봅니다.
당신의 철학에 나는 장르로 도배를~^^ 미안하오! (에헴!!쿨럭~)

AgalmA 2015-06-01 21:42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관할 도서관들엔 거의 온다 리쿠 <어제의 세계>;;
그장소님은 저보다도 먼저 <어제의 세계> 읽으셨던데, 절 추어올리며 너무 겸손마셔요;;

수이 2015-06-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 선생님도 츠바이크가 말한 저 말_ 말씀하셨는데_ 음 역시 음,

AgalmA 2015-06-01 22:35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는 다 옳은 말씀 같음...인간애가 바탕에 깔려 있는데다가 대단한 문장가이시라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