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열기~
올 상반기 읽은 책 중 ㅡ어디까지나 내 기준의 재미로ㅡ Best 1위는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가 될 거 같다.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6월엔 좋은 책을 애써 찾아 읽지 않아야 할까;;
연초부터 의도치 않게 글쓰기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작가란 무엇인가-파리리뷰> 외 기타 등등을 짬짬이 읽었고, 지금은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와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도 읽고 있는 중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사놓은 소설책은 저렇게 쌓아놓고!!......(; -,)
;;; 하여간,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 의 선전 문구는 참 대단했다. 맨아래 밑줄긋기에 옮긴 장대익 교수 찬사도 만만치 않다.
“제2의 버트런드 러셀,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맞설 단 한 사람!” (MIT의 인공지능의 대가 마빈 신스키).
“내가 읽은 최신의, 최고의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
유머라도 왜 슈퍼맨처럼 단 한 사람이 지구를 구해줄 거라고 하는지, 상당히 서양의 구원론, 지성중심주의가 내재해 있는 것 같아 탐탁지 않지만, 똑똑하기로 남부럽지 않은 리처드 도킨스가 저렇게 말하니 솔깃했다.
책 사기 전에 고민이 많았는데, 다름 아닌 표지 때문이었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는 최근 내가 산 책 중에 가장 밉게 생겼다; 도장 꽝꽝! 지구 최고의 지성 어쩌고 해서 사람들이 지레 겁먹고 잘 접근하지 않을 책을, 더 멋지게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원서들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아서 더 심하게는 타박하지 않겠다. 다만 최근에 나온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015,5) 가 원서를 뛰어넘는 멋진 표지인 것과 너무 비교된다ㅡㅜ!
§§ 웃으며 발견하는 생각들
책 외적인 평가는 그렇고, 책 내적으로 들어가면 정말 재미난 생각우주를 만나게 된다. 신경과학, 언어학, 인공지능, 컴퓨터학, 심리학, 진화생물학에 통달한 대니얼 데빗의 깊은 통찰과 ‘은유의 언어’들이 그야말로 ‘직관펌프’로 시종일관 작동하고 있다. 어려운 논의들을 명쾌하면서도 얼마나 재밌게 전해 주는지! 예를 들면 이렇다.
신경과학자 존 에클스는 글루타민 분자와 그 밖의 신경전달물질 및 신경조절물질이 하루에 수조 번씩 왕래하는 현미경적 공간인 시냅스를 발견한 공로로 일찍이 노벨상을 받았다. “신경망이니 하는 이론적 논의는 다 집어치우시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니까. 마음은 글루타민 안에 있소!”
그때 대니얼 데빗이 논박했다. “마음이 글루타민 안에 있다면, 내가 글루타민 한 사발을 하수구에 버리는 것은 살인 행위가 아닙니까”라고 하자 에클스는 당황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공박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성이라도 ‘과잉 단순화’에 빠져 자신의 논리 허점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을 정확히 찔러준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소개한다. ‘과잉단순화’는 부정성만 있지 않지만, 순식간에 다시 빠진다는 어려움이 있다.ㅎ
과학자들이 온갖 세부사항을 검토하며 거북이걸음 중일 때,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지름길로 재빨리 DNA의 구조를 발견해냈다. 그런데 ‘과잉단순화’의 오류에 또 금방 빠졌다. 크릭은 V4 피질 영역의 신경세포가 색깔에 “관심이 있”다는(다르게 반응한다는 뜻) 사실을 밝히며, 빨간색의 의식적 경험이란 곧 해당 망막 영역에 있는 빨강 민감성 신경세포의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또다시 대니얼 데빗이 시원하게 일갈했다. “그렇다면 빨강 민감성 신경세포를 추출하여 배양 접시에 산 채로 넣어 미세한 전극으로 자극을 가하면 배양 접시에서 '빨강 의식'이 생긴다는 말씀입니까?”
다음은, 우리의 진화생물학자 故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해서다. 그를 이렇게 위트있게 해석하는 사람은 처음이다-ㅁ-)ㅇ~~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 p71~ 73 요약발췌)
[굴드의 꼼수 세 가지: 그게아니라술, 침소봉대술, 굴드2단계술]
'그게아니라술Rathering'은 '그릇된 이분법false dichotomy'을 은근슬쩍 도입하는 방법이다. 그게아니라술은 대체로 "통설과 달리 이러쿵저러쿵은 사실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저러쿵저러쿵이다. … 아래는 굴드가 단속 평형설을 설명하면서 써먹은 그게아니라술의 예다.
ㅡ 대체로 변화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점진적으로 종 전체가 바뀌면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강조는 데닛] 적은 개체가 고립되고 지질학적 찰나에 새로운 종으로 변형됨으로써 일어난다. (스티븐 제이 굴드)
(이에 대한 대니얼 데빗의 논박 생략~ 궁금하면 책보기ㅎ)
ㅡ 종교는 마르크스가 말한바 대중의 아편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인류가 죽음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깊고도 위로가 되는 표시다. (스티븐 제이 굴드)
다시 말하자면, 종교가 아편이면서 동시에 위로가 되는 표시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쯤 여러분도 감을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글에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그릇된 이분법을 사냥하는 것보다는 그게아니라술을 사냥하는 것이 더 쉽다.……(중략)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책 다 읽을 때까지 얼마나 더 웃게 될지 엄청 기대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로~
※ <새의 감각> 번역자 노승영씨가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도 번역했는데, 우리말로 잘 옮긴 거 같다. <새의 감각> 읽어본 분은 신뢰할 만~
ㅡ Agalma
표지 넘 맘에 안 들어서 장난질~ㅎㅎ
이 책 포함 5만원 이상 사면 알라딘에서 강화유리 보틀 주네요.
이 책값이 19800원이니까 장바구니 채우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ㅎ
19세기 이누이트 족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1820년, 그린란드 북서쪽에 살고 있던 이누이트 족에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 노인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들은 생존에 핵심적인 기술들 예컨대, 카약, 작살, 활, 화살들을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 기본 도구들을 제작하는 기법을 아는 노인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후로 무려 40년 동안이나 그런 기본 도구들이 없는 암흑 같은 삶을 살아야 했고, 1862년에서야 다른 섬에서 온 이누이트 족에 의해 기술이 복원됨으로써 문명의 세계로 재진입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전수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 지구 최강의 지식인이 직관펌프를 통해 길어 올린 생각도구들을 우리 일반인들에게 전수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은 모두가 읽어줘야 한다. 이런 것을 놓치면, 이누이트 족의 경우처럼 문명 전체에 손해가 된다.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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