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동(衝動)을 조장(助長)한다는 것

충동(衝動)의 衝은 '찌르다'는 의미이고 動은 '움직이다'란 뜻이다. 그러니까 뭔가를 찔러서 움직이다란 뜻인데, 사전적 정의를 가져오면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 또는 "어떤 일을 하도록 남을 부추기거나 심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음"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자극'이나 '부추김'이 수반되어 어떤 행동이나 심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찌르다는 뜻의 '衝'을 좀더 자극적으로 풀이하면 '들쑤신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충동에는 이런 자극, 부추김, 또는 '들쑤심'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충동은 "목적, 관념을 떠나서 일어나는 의식"이다. 즉 무의식에 가깝다. 따라서 충동은 "본능적이고 찰나적인 것"을 그 특징으로 갖는다. 이 본능적 무의식이 어떤 '자극, 부추김, 또는 들쑤심'에 휩쓸려 어떤 행위가 수반되게 되는데, 이런 "동작ㆍ행위가 수행되지 않을 때는 불안감을 수반"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흔히 충동은 부정적으로 간주된다.

충동이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또 있다. 어떤 자극이나 유혹에 의해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수반된 행동에는 십중팔구 후회가 뒤따른다는 아주 강력한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크게는 사회적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충동에 의한 성범죄나 살인, 방화 등이 그 대표적 예들이다. 그나마 이런 충동이 구매와 연결되는 것은 약소한 부작용이랄 수 있다. 그러나 충동-구매가 소수의 충동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때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될 소지가 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장되는 소비충동은 간간이 그 사례들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어떤 말이건 그 말이 태초부터 부정적일 수는 없다. 그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말은 후천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된다. 衝이나 動은 그 不와 正을 떠나서 애초 중립적 위치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러저러한 맥락에서 결합되어 '충동'이 되었을때는 지극히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충동은 우리 사회에서 자제되어야할 악덕내지 부덕이다.

이런 충동은 그것이 조장(助長)되어 질때 그 문제가 커진다. 조장이란 말 자체의 뜻은 '(힘을) 도와서'(助) '더 자라게'(長) 한다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말로는 '권장(勸奬)'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말은 '권하여 장려(奬勵)'한다는 뜻이다. 다시 '장려'는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이란 뜻이니, '조장'이 가지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장'과 '권장'은 크게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조장은 흔히 '사행심 조장, 과소비 조장'이라거나 "사회 혼란이 조장되다, 위화감이 조장되다" 또는 "지역 감정을 조장하다, 과소비를 조장하다, 허례허식을 조장하다"와 같이 쓰인다. 반면 권장은 '권장 사항'이라거나 "독서를 권장하다, 허례허식을 줄이기를 권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장하다,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하다" 등처럼 쓰인다. 이러한 사용 용례에서 보듯이, 이 둘이 결코 같은 뜻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행심 권장'이라거나 '지역 감정을 권장하다" 같이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조장 사항'이라거나 "독서를 조장하다, 모유 수유를 적극 조장하다"와 같이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처럼 조장은 부정적 문맥에서, 권장은 긍정적 문맥에서 사용된다. 正과 不의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조장과 권장이 놓여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권장하면 안될 것을 권장"하는 것이 조장이다.

이렇게 볼 때 충동은 '조장'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충동은 부정적 함의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 문맥에서 '권장되는' 조장이 쓰여야 옳다. 그래서 충동은 조장된다. 권장 되면 안 될 충동을 권장하는 것은 지극히 문제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배격되어야 할 것은 정작 충동이 아니라 이 '충동 조장'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충동을 조장"하려고 하고 있다. 다시 그 의미와 문맥을 고려하여 더욱 정확히 말하면 "충동을 권장"하려고 한다고 해야할 것이다. 충동을 조장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수 있지만, 충동을 권장하는 것은 비문법적이지만 때론 비윤리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문법적으로 옳은 '충동 조장'은 아주 가끔 긍정적 함의를 가질 수도 있는데, 여기서 그 일부를 주창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충동 구매와 충동 '도서' 구매

우선 충동이 조장되는 경우를 구별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충동이 조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를테면 부동산 투기가 조장되는 것이라던지, 백화점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조장한다던지, 음란 영상물을 통해 외롭고 쓸쓸한 뭇 남성네들에게 성구매를 조장한다던지 하는 것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일단 수많은 충동적 행위 중에서 논의의 범위를 한정해야 하겠다. 그 범위를 알라딘은 '오늘의 태그'에서 정해주고 있는데, 여기서는 알라딘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논의를 '충동 구매'로 한정해서 생각할 것이다.

다시 위에서 사용한 방법에 따라 '충동 구매'란 단어 자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살펴보고 넘어가자. 일단 '충동'은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구매'는 대다수의 맥락에서 중립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품 구매, 의류 구매, 화장품 구매' 등에서 이 '구매'가 어떤 가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구매'란 단어는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충동'과 결합될 때 그 중립적 가치는 무참히 깨져버린다. 그러니까 '충동 구매'라는 조합의 단어는 그 한 덩어리로써 부정적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충동 구매의 범위를 한정해야 하겠다. 충동 구매에도 그 종류의 범위는 무수히 많다. 화장품, 옷, 전자제품에서부터 건담(내가 아는 친구 중에 이 건담을 조립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는 인터넷을 통해서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에 이르는 이 장난감을 간혹 주문하곤 한다. 내가 볼 때 그의 구매는 얼추 충동적이다.)같은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대다수의 상품이 이 충동 구매의 대상이고, 우리가 여기서 논점을 제한한 충동 구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다수의 충동 구매는 충동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 즉 "동작ㆍ행위가 수행되지 않을 때는 불안감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된다.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 십중팔구는 그 가격, 용도, 필요성 등 경제적, 합리적 사고 작용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나 필요성 등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구매되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경제적 여건'이다. 재벌이나 준재벌 집 이세라던가 십세라면 상관없겠지만, 대다수의 충동 구매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충동은 동작이나 행위로 수행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경우 이런 불만족으로 인해 불안해 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해 지는 부작용으로 고통받게 된다.

어쩌다 한 번의 충동, 그리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축소된다. 어느 정도 배고픔을 참고 카드값을 갚아가면 되기에 그리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자주, 종종이라면 문제는 커진다. 그것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런 개인 파산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카드 대란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요즘도 종종 이런 경우를 뉴스를 통해 전해듣기도 한다.

결국 이런 식의 충동 구매는 '조장'되어서는 안 될 악덕이고 비윤리다.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다. 내가 조장 혹은 권장하려는 충동도 이 지경까지 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충동으로 인한 구매가 이런 파산의 경지에까지 이르지 않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충동 구매가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뛰어넘어 개인 파산 및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어머어마한 경우를 배제되는 것을 전제로 어떤 종류의 충동 구매는 어느 정도 조장 혹은 권장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논하자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조장하고자 하는 것을 밝혀도 되겠다. 그것은 충동 구매의 대상이 되는 상품 중에서도 아주 부분적인, 혹은 특수한 종류인 '도서' 부분이다. 이것을 좀더 명확히 하자면 '충동 도서 구매'라고 부를 수 있겠다.

'충동 도서 구매' 또한 그 단어 조합이 가지는 가치성을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충동'과  '충동 구매'가 지극가 부정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다분히 애매이거나 모호임을 나는 고백해야 하겠다. '도서'란 말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치중립적의 우편을 지향한다. '도서'는 손쉽게 '독서'와 이어지고 '독서'는 아주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절대적으로 권장되는 善에 부합한다. 이 긍정적 함의의 '독서'의 대상인 '도서'는 이 긍정적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앞서 '아주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한다고 하였는데, 이를테면 대다수의 무협지, 만화, 성인물 등이 그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종류의 것이 권장될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이런 종류의 도서는 권장 도서 목록에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보편적 견해에 따라 여기서 다루는 '도서'에 위에서 언급한 그런 종류의 것을 제외하고, 아울러 내가 개인적으로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되는 자기계발서 같은 종류도 제외한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이 도서에 대한 독서가 일정 정도 도움을 주는,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대다수의 도서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구분하고는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 그가 충동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구매되는 도서는-그것이 무협지라거나 만화라거나 하더라도-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쁜 책'을 사는 사람은 아주아주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이 비논리적 진술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는 없다. 내 생각에 거의 90%이상이 그럴 것이라고 판단된다.)

자 다시 논의로 돌아와서 '충동 도서 구매'에 대한 가치판단은 간단히 내리기가 애매하고 모호한데,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도서'란 단어가 가지는 가치 긍정적 의미 때문이다. '충동 구매'라는 부정적 단어 조합 사이를 깨고 긍정적 의미의 단어 '도서'가 들어가서 이 세 단어의 조합은 '역설적 표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설이라고 하는 표현 기법은 모순되는 진술을 통해 어떤 진리나 진실을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데, '충동 도서 구매'란 표현이 어떤 진리나 진실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더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간단히 옳고 그름으로 구분되어질 수 없는 어떤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그러하기에 여기서 이 '충동 도서 구매'에 대해 '조장' 혹은 권장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3. 가장 아름다운 충동, 충동 '도서' 구매

위에서 나는 충동이 부정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대부분의 맥락과 상황에서 쓰이는 이 충동이란 말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리따운 어떤 여인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갈 때에 다가가 말 한 마디 붙여보고 싶은 충동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자극은 그 어떤 자극보다도 고매하고 강력하다. 그 자극에 유혹받지 않는 본성 혹은 본능을 우린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이 충동이 행위나 동작으로 수행되지 않을 때 우리는 바보 혹은 겁쟁이로 낙인찍히기도 한다.(내가 그렇다.) 또다른 아름다운 충동의 예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지하철 역의 출입구 계단에서 구걸하는 노인이나 노숙자, 어린아이들을 볼 때 그들을 동정하고 주머니 속의 동전이나 지폐를 손에 쥐어주고 싶은 충동은 언제나 아름다운 충동이다. 이런 충동들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여기서 말하려는 '충동 도서 구매'도 이런 예에 포함되어 설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동이 본능 혹은 무의식과 관련된다고 할 때, 이 도서에 대한 충동 구매는 충동의 그러한 특성에 더불어 일부분 이성과 의식이 첨가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열망, 앎에 대한 욕구는 다분히 이성의 힘에 의해 증폭된다. 여기서 나는 도서에 대한 충동 혹은 욕구를 반(半)본능 반(半)이성의 영역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서 '충동 도서 구매'가 일말의 역설을 담고 있고, 그렇기에 그 가치판단을 보류했었는데, 여기서 충동, 또는 충동 구매가 가지는 부정적 함의가 '도서'라는 대단히 긍정적 의미의 단어에 의해 엄청나게 상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충동 도서 구매'의 가치 판단은 가치중립의 언저리에서 부정적 함의를 쫓으려고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정리하자.

그런데, 나는 그런 정리를 뛰어넘어 이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충동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무엇을 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충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가능하다. 책을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한 권의 대학교재를 강의 교재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산다고 할 때, 이때에도 약간의 구매 충동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꼭 사야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헌 책을 빌린다던지, 아니면 교재 없이도 강의만을 충실히 듣거나, 혹은 옆 친구의 교재를 같이 본다거나, 하여간 내가 강의를 들으면서 이 교재를 반드시 지참해서 들어야겠다는 어느 정도의 충동이 그것의 구매를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게 필요한 책이 한 권이고 그 책을 사려다가 지극히 충동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을 얹어서 이른바 충동 독서 구매를 한다는 것을 나는 아주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처사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그것을 전혀 읽지도 않고 어느 한 구석에 처박아 놓더라도 말이다.

또는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하는데 있어 충동적이 아닌 지극히 이성적인 구매라고 할지라도, 그 상황에서 5만원 이상의 추가마일리지라는 자극에 의해 '충동적으로' 몇 권을 추가하여 5만원을 맞추는 것을 나는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사 놓은 책이 인터넷으로 보고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 조금 빗나가더라도 말이다.

또는 쿠폰이라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의해 경제적 여건이 다소 모자라는 데도 이른바 지름신의 강림에 의하여 충동 구매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아름다운 미덕이라고 칭송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내 서가의 저 높은 곳에서 그저 장식용으로만 쓰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의 경우 지난 해 창비에서 출간된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50권짜리를 이른바 충동적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 어떤 경로로 이 시리즈가 완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1차 자극) 창비 홈페이지를 갔다가 무려 4~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배너 광고를 보고(2차 강력한 자극) 무턱대고 창비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할인되어 판매하는 가격도 20만원을 약간 넘겼는데도 말이다. 신용카드로 3개월 할부 구매를 한 나름대로의 충동 구매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 중 지금까지 단 2권을 읽는데 그치고 한편의 장식장에서 장식품 놀이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것은 내게 뿌듯함이다.

또 한 번의 대표적 충동 구매는 얼마전 이름만으로도 충동 구매를 조장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눈뜬 자들의 도시』까지 준다길래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아름다움을 보인 적이 있다. 그런데 함께 온 『눈뜬 자들의 도시』는 내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돋보기끼고 봐야 할 만한 아주 작은 장난감 비슷한 책,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는 까먹었지만,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책을 아주 귀여운 후배에게 선물했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자, 여기서 그만 끝내자. 나에게 충동 도서 구매는 매우 익숙하고 자주 있는 경험이다. 위에서 일정 정도 전제를 두고 있듯이, 어느 정도의, 그러니까 파산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도 내에서도 충동적인 '도서'에 대한 구매는 충분히 조장, 아니 권장되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장식품으로 책만큼 훌륭한 것을 나는 이 세상에서 알지 못한다. 잘못 알고 산 책이 내게 깜찍한 감사로 돌아오는 일처럼 행복한 일을 나는 또한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지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가, 아주 중요하고 요긴한 이유가 있다.

4. 잠재적지식론(潛在的知識論)과 충동 '도서' 구매

결론을 빠르게 내려보자. 이 글을 시작한 것도 충동적이었다고 우선 고백한다. 이렇게 내 논의가 흐르고 결론이 나리라고는 크게 예상하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충동 도서 구매를 어느 선에서 한하여 아름답다고, 따라서 그 충동 구매를 조장한다고, 아니 바로 말하면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충동구매조장론'인데, 정확히 말하면 '충동도서구매조장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충동도서구매조장론'을 지탱하는, 그래서 충동 도서 구매를 아름다운 일이라고 과감히 조장 혹은 권장하는 내 견해를 뒷받침하는 이론은 '잠재적 지식'론이다.

'잠재적 지식'론이란 '도서'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러니까 다다(多多)할수록, 익선(益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아마도 현재까지 1400여 권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 책의 10분의 1을 읽었으리라고는 생각이 되지만, 그 이상을 읽었을 것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아무리 많아도 8분의 1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그러니까 10분의 9 내지 8분의 7에 해당하는 책들은 내게 어디까지는 불필요한 무용지물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잠재적 지식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은 그 책을 보고 싶은 충동이 다시 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엇이 그런 충동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에, 구매 총동을 일으킬 때의 그 자극에 일차적으로 의거하여 그 자극이 다시 일 경우에 쉽게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도록 구매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잠재적 지식은 언젠가 나에게 고개를 쳐들고 나와 나의 실질적 지식으로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 잠재적 지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은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지식의 양적 가능성의 지평을 최대한 넓히는 길이다. 가능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불확실성이지만 우리가 가능성에 대해 결코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말의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극히 존중되고 고귀하게 여겨져야 할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소중한 지식 혹은 지혜를 갖게하는 가능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잠재적 지식'의 지평을 확장시켜주는 일등 공신인 충동 도서 구매는 적극 권장되어야 하고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이것이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라고 말하고야 말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일은,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일이라면, 세상에 대하여서도 그것은 충분히 아름답게 빛나고야 말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라는 제한 사항의 수사는 불필요하고, 그렇기에 그냥 아름답다고만 해도 충분한 것이다.

자. 결론은 이것이다. 충동 도서 구매에 한해서 충동적 구매는 지극히 권장되어야하고 문법적으로는 조장되어야 하며,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요즘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이런 충동의 요소들이 축소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리 편히 들리는 소리만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알라딘을 포함한 인터넷 서점 등에서 적극적으로 대비책들을 내어 놓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 일환으로 알라딘에서 기존 플래티넘 회원에게 한 달에 한 번 4만원 이상 구입할 경우 2000원 쿠폰을 주던 것을 확장하여 8만원 이상 구입하면 3000원짜리 쿠폰을 주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건 저찌됐건, 우리들의 충동 도서 구매는 앞으로도 쭉 계속되어야 한다. 나의 잠재적 지식을 확장시키는 길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 알라딘 서재지기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일단 올려야겠다. 감사를 드린다. 오늘 밤은 무척 아름다운 밤이어서 잠도 오지 않고, 그래서 주저리 주저리 별 헛소리 비슷한 것을 다하고 있지만, 아무튼 기분 좋다. 나중에 좀더 자세히 진정적으로 감사의 말을 전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고생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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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7-12-12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갑작스런 트랙백 요청에 이렇게도 멋진 페이퍼를 올리시다니요...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멜기세덱 2007-12-12 09:46   좋아요 0 | URL
앗, 트랙백 요청이라니요? 저한테요?

엔리꼬 2007-12-13 11:12   좋아요 0 | URL
잘못 썼습니다... 트랙백이 아니라.. 알라딘측의 태그 페이퍼 요청 말입니다.. 제가 정신이 없네요..

순오기 2007-12-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재적지식론'에 추천!
길게 쓴 글을 찬찬히 읽은 나도 착하다 ^^ 그런데 알라딘에서 주는 8만원 구매의 3천원 구폰은 계산이 안 맞아~~ 4만원에 2천원이면, 8만원에 4천원 줘야지잉...이러면서 절대 안 씀. 반드시 5만원씩 나눠서 구매하며 추가 마일리지를 얻는 아줌마. ^^

멜기세덱 2007-12-12 09: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장삿속이라는거...ㅋㅋㅋ 어찌되었건 간에, 8만원에 붙는 쿠폰때문에 충동이 잘 조장되고 있는거 같아요..저한테는...ㅎㅎㅎ
근데, 오기님 아줌마셨어요? ㅋㅋㅋ

순오기 2007-12-12 23:20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럼 제가 아저씬줄 아셨어요? 엥~~~><

멜기세덱 2007-12-12 23:22   좋아요 0 | URL
아가씨였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ㅋㅋㅋㅋㅎㅎㅎㅎ^^;;부끄~~

stella.K 2007-12-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저 <눈먼 자들의 도시> 충동구매했어요. 사 놓고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지만...조금만 일찍 서둘렀으면 똑같은 크기의 <눈뜬 자들의 도시>를 사셨을텐데. 저는 크기가 똑 같은 책을 가지고 있지요.^^

멜기세덱 2007-12-12 10:21   좋아요 0 | URL
ㅋㅋ 『눈뜬 자들의 도시』는 다시 제값주고 사버렸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7-12-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읽은 소장 책의 권수가 저보다 많으시다는 데 은근 위로를 받아버렸어요 ㅋㅋ
근데 저 창비 전집은 좀 많이 부러운데요? 나름 알차던데...!

멜기세덱 2007-12-12 13:19   좋아요 0 | URL
ㅎㅎ 막 쓰다보니 잘 계산이 안 됐는데...지금 생각해보니,... 한 5분의1 내지 4분의 1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알차긴 많이 알차요...ㅎㅎ

마늘빵 2007-12-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너무 길어.... -_- 읽으려고 별찜해놨는데 엄두가 안나요.

멜기세덱 2007-12-13 11:1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안 읽겠다는 얘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