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배고프지 않았다. 

  그런데 왜 주방의 식탁에는.. 김치찌개가 있어가지고..-_-
  이것은, '배고프다. 뭐 좀 먹자' 라는 의식적 행동이 아니고,
  아무 생각도 없이 습관적으로, 거의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었는데
  (늘 밥을 제 때 못먹으므로 무의식중에 '틈만 나면 일단 먹고보자' 라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요즘으로써는 당연한가)
  정신 차려보니 
  그릇에 김치찌개를 붓고, 밥을 퍼고 있더라. 

  기왕 푸기 시작한거,
  내가 찌개류에 밥을 비벼 먹을 때마다 옆에서 뺏어먹기 시작한
  나의 개를 생각해 ...좀 많이 펐다. 

  그리고 이 녀석 밥 그릇에 한 숟갈 퍼주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한꺼번에 주면 안 먹지만
  조금씩 주면 결국 밥 반공기는 거뜬히 해치우니까. 

  그런데.,이 자식, 안 먹는다. 

  ㅡ.,ㅡ...  

 

 

  야!!! 

  그럼 난 어쩌라고?
  이 많은 밥을 다 먹으란거냐!! 

  그러니까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먹고, 참치가 들어가면 안 먹는다는 것인데...
  이 치사한 놈 같으니라구.
  네 놈이 아직 참치 김치찌개의 깔끔한 맛을 모르는게야. 

  젠장.... 

  이 눔의 식탐이 문제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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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겁한 변명입니다 엘신님!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자신의 식탐을 강아지 탓으로 돌리다닛! ㅋㅋ=3=3=3
(저도 참치보단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끼게가 더 맛납니다..우훗)

L.SHIN 2008-12-29 04:37   좋아요 0 | URL
헉...ㅡ.,ㅡ
(역시, 메피님한테는 들킨건가? 그런건가!!!)
사실 저도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찌개 좋아한다는..ㅋㅋ

마노아 2008-12-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찌개 별로에요. 참치가 훨 나아욧!

L.SHIN 2008-12-29 04:37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참치 들어간거 좋아했는데,,요즘은 육류가 고파요..ㅋㅋ
하지만 역시 참치가 맛은 깔끔하죠.ㅎㅎ

순오기 2008-12-28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겁한 변명이십니다2~~~~ 실미도 버전으로!!
저도 돼지고기보다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가 좋아요.^^

L.SHIN 2008-12-29 04:37   좋아요 0 | URL
끄아아아악!!!
오기님까지..ㅋㅋㅋ

다락방 2008-12-2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치보다는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찌개가 더 좋아요. ㅎㅎ

L.SHIN 2008-12-29 04:38   좋아요 0 | URL
저도 ㅎㅎㅎ

302moon 2008-12-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둘 다 좋아요. 주면, 다 잘 먹어요. (웃음)

L.SHIN 2008-12-29 04:38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일단, 김치가 들어갔다는 조건이 있으므로..(웃음)

chika 2008-12-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칠락!) 소리지르니까 놀래잖슴까아~
전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 안먹슴다. 그래서 항상 참치김치찌개만 먹죠. ㄲㄲ

L.SHIN 2008-12-29 04: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오호, 치카님은 돼지고기 싫어하는구나.
(근데, '금칠락'은 무슨 뜻이에요?)

푸른신기루 2008-12-2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좋아요ㅋㅋ
전 다 좋아하는데 없어서 못 먹어요ㅋㅋ
게다가 지금 배고파요..ㅠㅠ

L.SHIN 2008-12-30 07:31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배고파요..ㅜ_ㅡ

무스탕 2008-12-2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남이 끓여주는거면 돼지고기든 참치든 안가려요...
내가 끓여먹는게 귀찬아서;; 그렇지요.

L.SHIN 2008-12-30 07:31   좋아요 0 | URL
사실..저는 김치찌개를 아예 끓일줄 모른답니다..-_-

2008-12-29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이다. 

  5시까지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었는데,
  늦장 부리는 바람에 허겁지겁 옷을 입고 차가운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택시를 타러 신나게 걷고 있었다.
  (그렇게나 택시 타기를 싫어하던 내가 ... 요즘은 매일같이 탄다. -_-) 

  그런데 웬 남학생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너무 불쌍하고 추운 모습으로
  (어제같이 추운 날, 그 학생은 교복 셔츠 위에 달랑 조끼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이렇게 말을 했다. 

  "저...죄송한데요, 형이 술을 사오라고 시켰는데..대신 사다주시면 안될까요..?
   안그러면 제가 맞아요.." 

  이건 뭥미..? -_- 

  시간에 쫒겨 정신이 없었던데다가 내 뇌리에 박힌 것은 

  '제가 맞아요'  

  어떤 시바스리갈 놈이 어린 학생한테 술 사오라고 시키면서 때린다고 협박한겨?
  라는 불끈거림과 동시에
  이 추운 날 내가 거절하면 이 아이는 또 한참을 밖에서 서성대야 하는가?
  라는 측은함이 있었다. 

  시간만 있었다면, 

  "그 형이란 놈 데리구 와봐" 

  라고 말하고 면상이나 갈겨주고 싶은데,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내가 결정한 것은 그 학생을 어서 따뜻한 집에 들여보내고 싶은 것이었다. 

  "아~ 안돼는데. 안돼는데~" 

  라고 입은 외치면서 그 학생이 준 천원짜리 5장을 들고 내 발은 편의점을 향하고 있었다.
  하이트 피쳐가 5,200원이더라.
  그래서 내가 좀 보태서 영수증까지 받아 기다리던 학생에게 가서 말했다. 

  "영수증 보여달라고 할지 모르니까 가져가" 

  혹시나 학생이 거스름돈 먹었다고 그 시바스리갈 놈이 지랄할까봐 챙겨줬다. 

  "예..감사합니다..안녕히가세요." 

  라고 내 뒤통수에 대고 인사를 하는 남학생이 어찌나 불쌍해보이던지. 
  택시를 타러 가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미성년자를 대신해 술 심부름을 한 것도 옳지 않지만,
  혹시나 그 시바스리갈 놈도 미성년자이면 나는 도덕과 내 양심을 버리고
  동정을 택한 것이 되어버리게 되므로. 

  누군가 나를 보고 비난한다고 해도,
  나는 그 녀석이 억울하게 맞는게 싫었다. 그래서 사다주었다.
  그런데도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예전에 나도 친하게 지내는 미성년자 동생들에게 술을 사준 적은 있지만
  그건 어제와 또 다른 상황 아닌가.
  내가 함께 술을 미성년자와 마셨을 때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각오를
  했던 것이고, 이번은... '안되는데' 하면서 사주었다는 것. 

  만약 내가 거절했다면, 과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거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면 그 녀석이 맞는다는데....어쩔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과연 내가 옳은 행동을 한 것일까? 

  묘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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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1 : 불쌍한 표정을 지은 아이가 엘신님께 술을 받아들고 골목을 돌자마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
"아 간만에 한 잔 빨겠군 하하하" 할수도 있는 상황.
상황2 : 정말 학교 1진이라는 잡놈이 시켜 어쩔 수 없이 심부름을 강요받은 상황일수도 있는 것.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미행"

상황 1이면 그 불쌍한 표정 지은 놈 먼지 나도록 패버리면 되고 상황 2면 심부름 시킨 녀석(들)을 작살내면 됨.

단, 위의 상황은 자신이 스트리트 파이터로서의 수많은 실전경험을 토대로 17대 1의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어야 함. 그렇지 못하다면 소 닭보듯 쳐다보고 내 갈길 가는게 상책..^^

L.SHIN 2008-12-28 06:00   좋아요 0 | URL
그쵸? 정말 미행했으면 좋았을걸...ㅡ.,ㅡ
제가 17대 1의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건 아니지만, 누군가한테 부탁하면..? ( -_-)
그러나 그 부탁을 하는 순간 내가 먼저 혼나겠지만 말입니다.ㅋㅋ
차라리 상황1이면 낫겠습니다. 상황2면 그 녀석은 또 다른 암울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쩝...

chika 2008-12-2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이 술을 사오라고 시킨 건 맞을 것 같고요... 형하고 같이 불쌍한 표정으로 둘이서 마시지 않을까..싶은 상황인 것 같은데요?

전 수학여행 온 녀석들이 술 좀 사달라고 하는 거 항상 안된다고 거절하다가 비도오고 날도 추운데 그녀석들이 포기할 것 같지 않아서 딱 한번 대신 사 준 적 있어요. 그..근데 여자애 다섯이어서 '세병이상 안돼!'라고 외치고 맥주를 꺼내들었더니 애들이 놀래면서 '어, 소주 세병 아니었어요?'라고 말해서... 당황했었더랬슴다. ㅡ,.ㅡ
애들이 평소 지들 주량이라고 하지만 어찌 그리 많은 술을 권하겠습니까. 어릴때 술 마시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 오늘은 추억 겸 맥주 셋으로 끝내라고, 안그러면 안 사준다고 협박(?)하고 손에 들려보냈는데... 왠지 씁쓸한 기분이었던... 음....

L.SHIN 2008-12-28 06:02   좋아요 0 | URL
흐음, 치카님이 했던 방법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맥주 사주면서 '이 이상 안돼' 하는 협박(?)
적어도 아이들에게 약간의 어필은 할 수 있으니까..흐음...
그래도 씁쓸하긴 하네요.

전호인 2008-12-2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한 딜레마가 정답일 듯 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네요. ㅎㅎ
메피님과 치카님의견도 날카롭긴 합니다.

L.SHIN 2008-12-28 06:02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_-
하지만 다음번에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거절할 것입니다. 킁..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켜놓고, 늘 그렇듯 알라딘 서재부터 열어주시는
  중독자는 댓글을 확인하다 말고 이상한걸 발견했다... 

  서재 좌측 메뉴 하단에 노란 메달 같은게 있다. -_-? 

  [2008 알라딘 서재의 달인] 

  혹시, 배달올게 번지수 잘못 찾아온 것임?
  솔직히 느낀 반응은 "이건..뭥미?" 였다. (긁적)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중간에 서재 확 닫아버리면서 그 동안
  애써 써온 페이퍼...리뷰...리스트 등 미련없이 날려버린데다가,
  다시 서재 열면서 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페이퍼, 리뷰, 리스트 등을
  어느 날 비공개로 돌리는 왔다리갔다리 정신 사납게 굴더니...
  잠수는 밥 먹듯 자주 하면서 서재 활동도 뜸하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페이퍼를 써댄 것 밖에 없는데. 

  그래서 누군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마이 리뷰 : 0편
  마이 리스트 : 0편
  인 것을 보고 '아니, 이 서재는 왜 앰블런을 받는데?'
  라고 말하는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정도로 민망하고 거시기한데. 

  나, 정말 저거 받아도 되는 거미? 

  근데...은근히 기분 좋은 것은 뭐이람~ ㅋㅋㅋ ( >_>) 

  아아~
  나 같은 땡땡이 녀석도 상 주는구나.
  2009년엔 열심히 리뷰 쓰것삼.
  (이제 지구말도 많이 늘었는데 말야.웃음)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책부터 리뷰 1편을 새롭게 장식해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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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12-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

L.SHIN 2008-12-27 07: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프님도 축하드려요. ^ㅡ^

eppie 2008-12-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L.SHIN 2008-12-27 07: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에피님. ^^

깐따삐야 2008-12-2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짝짝짝! 저도 리뷰 쓴 지가 어~언? -_-

L.SHIN 2008-12-27 0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앗, 깐따님 오랜만..ㅜ_ㅡ

마노아 2008-12-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해맑은 표정이라니, 추천 받아 마땅하삼!

L.SHIN 2008-12-27 07:02   좋아요 0 | URL
ㅋㄷㅋㄷㅋㄷ ^ㅡ^

paviana 2008-12-2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축하드리고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L.SHIN 2008-12-27 0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남은 연말도 즐겁게 보내세요 ^^

푸른신기루 2008-12-2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ㅋㅋ
메리 크리스마스~!!

L.SHIN 2008-12-27 0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옷, 신기루님도 오랜만~ ^^

chika 2008-12-2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같은 땡땡이도 상 주는 구나'라는 말은 빼주삼.
난 맨날 출석해도 상은 커녕 차별만 주드만. 힝~

L.SHIN 2008-12-27 07: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출석부에 제가 몰래몰래 도장 찍었나...?

순오기 2008-12-2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었구나~
지구의 말발이 빨리 늘어서 리뷰 열심히 올려주셈!^^

L.SHIN 2008-12-27 07:03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ㅡ^

Mephistopheles 2008-12-2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께만 알려드릴께요 저 노란건 말이죠..지구인들이 외계인들을 식별하기 위해 만든 특별 인식표입니다.
알라딘에선 63인의 외계인을 색출한 것입니다. (믿으면 큰일납니다.)

L.SHIN 2008-12-27 07:04   좋아요 0 | URL
헙...그렇단 말은..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메피님도 사실은 외계인이었군....-_-
어쩐지, 친숙하더라니.ㅋㅋㅋ

2008-12-26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12-27 07: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속성반에 다녔더니 지구말이 이렇게나 일취월장(꺄악, 사자성어 썼다! >_<) 했답니다.
ㅋㅋㅋ

302moon 2008-12-2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모두 축하드려요. :)
저도 2009년에는 달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L.SHIN 2008-12-31 07:21   좋아요 0 | URL
네~ 우리 같이 2009년에는 더욱 더 왕성한 서재활동 해요 ^^
 

 

  샤워하고 나오는데 거실에서 C가 말했다.

  "비디오 볼거야?"

  "비디오 빌렸어?"

  "엉" (빌렸다는 대답)

  "어" (보겠다는 대답)

  S는 방에서 컴퓨터와 놀고 계시고 C는 거실에서 케이블 영화를 보고 계시고
  나는 오후 내내 내 방에서 시체처럼 자다가 일어나서는 비디오 러브콜을 받아주시고.

  내 방의 장식장에도 DVD가 가득하고, 거실의 TV 밑 서랍장에도 DVD가 가득하건만,
  이상하게 우리는 비디오 빌려보는 것을 좋아한다.
  비디오 아저씨가 오래되서 골골 거리는데도 우리는 굳이 비디오 테이프를
  비디오 아저씨 입 안에 밀어넣어 주는 것은,
  C와 내가 아날로그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습관 때문일까.

  어쨌거나 빌린 테이프를 보니 한글로 '다크 나이트'라고 써 있고
  무섭게 생긴 남자가 표지에 있길래, (그것이 비디오 [하]편이었지)

  "이거, 공포영화야?" (난 호러물을 싫어한다)

  "배트맨이잖아" (약간 짜증섞임과 어이없음이 섞인 목소리..-_-)

  뭐야, 난 [상]편 표지를 못봐서 몰랐단 말이야. (거기엔 배트맨이 떡 하니 있어주었다)
  전에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포스터를 봤을 때 내 반응은,
  '흥, 난 배트맨 안 좋아해' 였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크 나이트] 영화의 평이 좋은 것을 보고서 '재밌나보다' 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내 거실에 와서 기다릴줄이야.
  어차피 밥을 먹는 동안은 TV를 볼 생각이었으므로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

  결과는?

  "재밌네~" 였다.

  영화 보는 내내 전편을 보지 못했던 나로써는 '뭐야'를 연발했고, 옆에서 C는 설명하느라 바빴다.
  리뷰를 쓸만한 건덕지가 없어서 페이퍼에 쓰기는 하지만 인상 깊었던 것이 2개 있었다.
  하나는, 배트맨 주인공이 내가 좋아하는 [이퀼리브리엄]의 그 멋쟁이 총잡이였고!!! (>_<)
  하나는, 도시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 두 배에 악당이 폭탄을 놓고 시험하는 장면이었다.

  하나의 배에는 선량한 시민들이 타고 있었고(그 '선량한' 이라는 수식어는 흉악 범죄를 안 저질렀다는 것에서
  선량하다는 것이지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사소한 그러나 비열한' 잘못들을 안했을까?)
  하나의 배에는 흉악한 범죄인들이 타고 있었다.(그 '흉악한' 이라는 수식어는 강간/살인 등을 뜻하는 것이었겠지만
  과연 그 범죄인들 중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자들이 없었을까?)

  어쨌거나, 악당은 '사회실험'을 한단다.
  배의 마이크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서로에게 폭탄 기폭장치를 주면서 상대방의 배를 폭파시키면
  한 쪽은 살려주겠다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고약한 실험이 또 있을까?

  예상했겠지만 양쪽 모두 의견이 갈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연히 '선량한' 배 쪽의 사람들은 '저 쪽은 범죄자들이잖아. 우리가 죽을 필요는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의 '민주 시민'답게 찬성과 반대를 투표하잔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투표를 냉정히 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시간은 계속 흘러, 10분..20분 정도 지났을까?
  '선량한' 배의 투표 결과는 찬성 쪽이 396표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의외였던 것은 반대 표가 160 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중에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범죄인들의 목숨을 함부로 할 권한은 없다' 라는
  인도주의적인 사람들이 있었던 것일까.

  '흉악한' 배에서는 키 크고 덩치 좋은 - 딱 봐도 범죄인들 중에서도 우두머리나 될 것 같은 - 흑인 남자가
  망설이고 있는 배의 캡틴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을 한다.

  "기폭장치를 내게 줘. 당신이 10분 전에 못한 것을 내가 하겠다. 나한테 억지로 뺏겼다고 말해라"

  '아, 결국 흑인이 비난 받을 각오를 하고 터트리는구나' 라는 멍청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그 흑인의 눈빛과 목소리는 '어른'다운 깊음이 보였으니까.
  역시나 흑인은 기폭장치를 창 밖 바다 속으로 던져 버렸다.
  같은 시각, 찬성표가 많은데도 망설이는 캡틴을 대신해 한 시민 남자가 기폭 장치를 자신이 터트리겠다고
  하지만 결국 그도 못하고 다시 내려놓는 장면이 나온다.

  브라보~!!!

  악당 조커가 원하던 결과는 안 나왔다.
  어차피 영화에서는 '있는 폼' 잡는게 당연한 공식이므로 저럴 것이라 생각을 해서인지 감동은 없었지만
  현실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저렇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서로 미쳐 날뛰다가 누군가가 실수로 기폭장치를 누르는 것의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멋있는 장면이 꽤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지만 귀찮은 관계로 패스 -_-)
  배트맨이 야경이 펼쳐진 도시 건물들 사이로 멋지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고,
  배트맨이 특수차에서 분리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게 멋있었고,
  배트맨이 악당을 향해 고층 건물의 유리벽을 깨고 정말 박쥐처럼 날아들어오는게 짱이었다.

  그런데 악당 조커의 우스꽝스럽고 별종답게 행동하는 장면에서는 왜 '잭 스패로우' 선장이 떠올랐으며,
  배트맨의 비밀 아지트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장소..' -_-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까. 하하하하..;;

  어쨌거나 [이퀼리브리엄]에서 뽕 반해버린 그 주인공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만나서 무지 좋았다는.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배우 이름도 모르는건 뭐냐..)

  웃긴 것은,
  한글 [다크 나이트]를 보았을 때는 'Dark night' 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화면에 펼쳐진 제목을 보고서야 'Dark knight' 였다니.
  '뭐, 어때! 어차피 철자 한 개 차이인걸!' 하고 우기기엔 뜻이 너무 틀리지 않은가.
 

  미국은 끊임없이 영웅을 만드는 영화를 원한다.
  그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영웅이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들의 짧은 역사를 영웅으로 대신하고 싶은걸까,
  그것도 아니면 영웅을 추대하는 사회적 문화 특성 때문일까.

  미국이 굳이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영웅을 추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신을 대신한 대리만족일까,
  아니면 같은 인간에게서도 뛰어난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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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베트맨)가 다크나이트가 되었느냐....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의 전작 "베트맨 비긴즈"를 보시길 바래요. 팀 버튼 말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꺼요..
보시고 와이 소 시리어스~~~ 하진 마시길~~

L.SHIN 2008-12-24 07:03   좋아요 0 | URL
아항~ 그게 전작이군요. 나중에 비디오 빌려봐야지~ 후후후
그런데 어떤 내용이길래 '후 소 시리어스' 라고 할까요? (긁적)

Mephistopheles 2008-12-24 10:50   좋아요 0 | URL
후가 아니라 와이(why) 입니다. 베트맨 다크 나이트 조커의 헤드카피스런 대사입니다.^^

마노아 2008-12-22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어느 영화 프로에서 이 영화의 모든 촬영이 실제 장면이었다고 하던걸요. 병원을 폭하하는 씬도 실제로 건물을 통째로 날렸고. 빌딩 숲 사이로 날아다니는 것도 진짜. 그 비싼 차를 부수는 장면(이건 앞쪽에 나오니 못봤을 거예요)도 모두 다요. 한 마디로 돈을 엄청 뿌린 거죠. 그렇지만 제대로 수익을 올린 작품이기도 하구요. 전 참 재밌게 봤어요. ^^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가 터미네이터 다음 시리즈에서 존 코너 역을 맡았다네요.

L.SHIN 2008-12-24 07:05   좋아요 0 | URL
네, C도 그 말을 하더라구요. CG 작업 없이 했다구요. 정말 그런 면에선 대단하다는.^^
아잉~ 다시 보고싶잖아~ (>_<)
그런데 터미네이터 다음 편에서 그가 존 코너 역을 맡는다구요?!!!
으하하하하!!!! 기대 만빵 +_+ 반드시 보고 말리라~ (불끈)

Forgettable. 2008-12-2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이 영화를 모르시다니+_+ 전 너무 무섭게 봤어요. 진짜 보는 내내 덜덜덜 조커가 너무 무섭지 않나요? 끌끌거리는 웃음소리 진짜 소름돋아요-
근데 옆에서 C분 좀 힘드셨겠어요, 난 TV볼떄 동생이 옆에서 물어보면 짜증내는데 :)

L.SHIN 2008-12-24 07:07   좋아요 0 | URL
흐음, 저는 조커가 무섭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C가 그러길, 배트맨 옆의 할아버지 있잖아요, 그 집사같이 인자하게 생기신.
그 분은 그 조커 배우가 무서워서 대사를 까먹었다고 하데요. -_-
난 왜 안 무섭지잉...(긁적)

아,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워낙 우리가 영화보는 스타일이 그래요. 잔소리 많은거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8-12-2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베트맨비긴즈도 좋았고.. 고담시의 모습도 멋진거 같아요.
무엇보다 전 크리스천베일이 너무 좋아요... 잔인한 연쇄살인마 사이코 나왔을때부터 쭉~~
유지태가 그처럼 되지 않을까 기대중이예요..

L.SHIN 2008-12-24 07:07   좋아요 0 | URL
아, 혹시 조커 역이 크리스천 베일인가요?
그런데 그 사람 [다크나이트] 개봉 며칠 전에 죽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인가요? ㅜ_ㅡ

Mephistopheles 2008-12-25 01:30   좋아요 0 | URL
브루스 웨인(베트맨) : 크리스천 베일
조커 : 히스 레저
하비 덴튼(투페이스) : 아론 에크하트
알프레드 (브루스 웨인의 집사) : 마이클 케인
레이첼 : 메기 질렌할
제임스 고든(경찰반장에서 서장으로 승진하는 사람) : 게리 올드만
루시어스 폭스 (웨인그룹 중역-기술개발 담당) : 모간 프리만.

주요 등장인물들을 보시면 왠만한 영화 주역 자리를 꿰차는 배우들입니다. 원래 이런 거물배우들이 한 영화에서 뭉치면 영화가 굉장히 중구남방이 되기 쉽상인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능력 때문인지 완벽한 하모니가 이루어졌다고 보여진다죠. 아마 당분간 이 베트맨 다크나이트를 능가하는 영화는 찾기 힘들지도 몰라요..^^

L.SHIN 2008-12-27 07:11   좋아요 0 | URL
오옷, 친절한 메피님. ㅎㅎㅎ
그렇군요. 쟁쟁한 배우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흐름이 아주 좋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유심히 봐도 좋을 사람입니다.(웃음)

무해한모리군 2008-12-2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한사람은 베트맨 배역이구요. 엘신님이 말씀하신 양반은 히스 레저 입니다. 브로크백마운틴에도 출연했었지요.. 쪼끄마한 딸을 두고 죽었어요.. 히스레저의 조커가 새롭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잭니콜슨의 조커가 더 좋아요..

순오기 2008-12-25 10:36   좋아요 0 | URL
나도 조커는 잭 니콜슨이 더 좋았어요.
그리고 집사할아버지가 좋았고요~ 난, 확실히 그레이로맨스에 가까운?ㅋㅋ

L.SHIN 2008-12-27 07:12   좋아요 0 | URL
어랏, 그 사람이 [브로크백 마운틴]에 나왔었던가. 왜 기억이 없지.
그렇게 들으니 또 느낌이 새롭군요.^^ 나줃에 다시 봐야지~
 

 

  나의 사랑스런 개 녀석 이상한 놈이다.

  방에 들어오자마 나를 반기는 것 까지는 좋다만,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내 발 밑에 와서
  애교 부리는 것 까지는 좋다만...

  아, 왜~
  하필 다리 벌린 가랑이 사이에 얼굴 박아놓고
  그르렁 대는 것이냐. ㅡ.,ㅡ

  내~ 네 놈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사랑스럽고
  애처로워 보여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안아주기는 한다만,
  왜 사람 민망하게시리 거기 붙어 있는거냐고.

  나 매일 씻거든, 매일 빤쮸 갈아 입거든!!

  근데, 타자칠 때, 마치 하지 말라는 듯
  내 왼팔에 네 놈 얼굴과 두 팔을 올려놓고
  상반신 무게 제대로 눌려주시면
  내 팔 부들부들 거리거든? -_-

  그래도 어째.
  의자 뒤에 삐친 듯이 누워 있는 네 놈의 길다란 몸퉁이(사실은 그거 전부 허리?)를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워 미치는걸.

  이 눔의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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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런...
    from perfect stranger 2008-12-22 18:53 
      요실금이 벌써 오다니...
 
 
무스탕 2008-12-2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하고 같이 놀자는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지요. ㅎㅎㅎ

L.SHIN 2008-12-22 00: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레와 2008-12-2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그만하고, 쉬라는 뜻?! ^^;

L.SHIN 2008-12-24 07:09   좋아요 0 | URL
자기하고 놀아달라는 혹은 안아달라는 뜻....-_-

302moon 2008-12-2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어째서 웃긴 걸까요? =_=;;;

L.SHIN 2008-12-24 07: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웃긴 상황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