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오후에

여름햇살 뜨거운데

그 햇살 타고 온 졸음이

내 몸에 장막을 드린다.

잠깐 든 꿈속에선

은빛물결 흘러가고

저멀리 반짝이는

물별들의 노랫소리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

푸르면서 아득한데

그림자 바다 위에

길게 누워 숨쉰다

가만있자 그러한데

나는 어디있나?

수면 위로 은빛 물고기

튀어오른다

햇살 함께 빛나는

물고기의 하루

그의 눈으로 쳐다본

새로운 세상

나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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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한 녀석이 옆 반에 가서 눈병을 옮아 왔는데

잠시 방치했더니...

글쎄 네 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오늘 네 명의 학생을 일찍 주의를 준 뒤 병원으로 보내자

한 시간도 안돼서 다섯 명이 다시 눈을 비비어 벌겋게 만들어 왔다.

이놈들이 장난이냐 하고 호통치고

엉덩이 두어차례 때린 다음

어쨌거나 격리는 해야겠고

일찍 가는 것을 알고 눈병 걸릴 줄 알면서 일부러 눈을 비빈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므로

책을 들고 격리시켜 읽히기로 했다.

책 한 권씩을 들고 보건실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일과 끝날 때까지 제출해야만 하교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눈을 어찌나 세게 비볐던지

세 녀석은 두어 시간 지나니까 다시 원래의 눈으로 돌아왔는데

두 녀석은 아무래도 눈병에 걸린 것 같다.

기말고사가 마친 학교에 아무런 공부에 대한 의욕없는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학교,

그나마 수업이라도 좀 재미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먼 훗날 물론 이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이를 방관하자니 교실이 텅빌 것이 물보듯 뻔한 일이니...

쯧쯧, 이럴 때 그들의 마음과 등돌리어야 하는 내 마음이 조금은 아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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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병보다 더 무서운 마음병이 들까봐 염려하시는 울 달팽이님^^
 

구름 뒤에 숨어서 긴 휴식을 취한 햇살이

슬며시 기지개를 켠다.

아침창을 넘어서 내 낯을 간지르는 새벽공기 속에

일찍 깨어난 햇살의 마실을 느꼈다.

23일까지 비온다더니...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심심했나보다.

구름 뒤에 숨어서 무엇을 했을까?

자신의 지나온 삶들을 둘러보았을까?

기나긴 일상에 지쳐 여행을 다녀왔을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였을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

저 햇살 한 줌 속에

하루를 담아보았으면...

내 인생을 담아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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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개인 마당가 풀섶에
엄지손톱만한 달팽이 한 마리
느릿느릿 걸어가고
그의 그림자 따라
햇살 한 줄기 금빛가루로 부서져 내린다.

달팽이 2005-07-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이 오는 시간
서편에 지는 빠알간 해
북쪽의 산등성이를 물들일 때
그보다 먼저
나의 가슴 붉게 물들진저...
 
옛 시 읽기의 즐거움
김풍기 지음 / 아침이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팍팍한 인생살이를 살아가건 여유롭고 넉넉한 인생살이를 살아가건 우리는 인생의 희비애락의 감정곡선을 타고 세월의 선율을 탄다. 그러다가 때로는 가슴 속에서 울리는 감정들을 언어로서 표현하는 때가 있다. 때로는 감정의 생멸에서 그것이 끝나는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과 인생을 조명해주기도 하고 그 의미를 담아내기도 한다. 나아가서 그것은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언뜻 내비칠 때가 있다. 비록 시간적으로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잊지 못할 짧은 경험이 때로는 삶의 모습을 뒤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우선 현대인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 뿐더러 그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사는 사람이 드물다. 늘 자신의 속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떤 부끄러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상과 인격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상의 많은 것들과 단절되어 사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은 그런 것을 격물해도 자신의 가슴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외적 조건에만 맞추어 살다보니 자신의 내면적인 소리와 느낌에 귀기울이는 감각 자체를 상실한 탓이다.

  우리 옛 조상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알았고, 때로는 그것을 미적 감각으로 되살려내는 재주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의 심성을 건드려서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아니 그들 스스로의 감정을 갖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은 그러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절제하거나 우회적인 표현 방법을 빌어서 표현하는 데에도 아주 능수능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 옛 글을 읽을 때에는 단지 글자를 따라 읽기만 한다면 지은이의 마음을 놓치기가 쉽다.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려면 그 마음을 쫓아야만 알 수 있는 언어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선율을 타지 못한다면 옛 시를 읽지 못한 것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이러한 인생살이의 희비애락을 겪으면서 갖게 되는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이 가져오는 인간 존재의 깊은 깨달음에 관한 절창의 시들이다. 이 시들이야말로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인생을 고도로 농축되고 집약된 언어로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로 옛 스님들의 선시라고 할 수 있는 이 글들은 사물과 자신과의 경계, 자연과 자신과의 경계, 자아와 참나와의 경계를 어느 순간 훌쩍 넘어서서 경계없는 존재의 진실에 대한 체험을 글을 빌어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글들만으로 그 마음의 경계를 짐작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그 마음을 쫓으면서 내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

  삶은 언제나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들없이 나는 언제쯤 내 삶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아직은 글들이 내겐 필요한가 보다. 글을 통해서 나는 보다 고양되고 보다 마음을 바로세우게 되고, 보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떠나려면 우선 글에 대해 자유자재하지 않고서는 가능한 일이 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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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검색했는데, 목차를 보니 너무 좋아요. 보관함에...덕분에 고맙습니다.

달팽이 2005-07-0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우님 덕분에 요즘 새로운 책도움을 많이 받고 있답니다. 아시죠?
 

山閑流水遠


寺古白雲深


人去無消息


鐘鳴萬古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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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죄다 한자라.. -_-; 해석을 해주심이..

달팽이 2005-07-0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은 한가한데 흐르는 물은 멀고
절은 오래되어 흰구름 깊어라
떠난 사람은 소식이 없고
종은 울어예니 만고의 마음이로다

비로그인 2005-07-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고의 마음이로다.. 흠...

달팽이 2005-07-0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고의 마음...이 부분이 이 시의 절정이라고 봅니다...
절을 지키던 스님들은 살았다 죽어 그 흔적도 없는데 만년동안 울리는 저 종소리는 시, 공간이 멎어버린 깨달음의 공간이기도 하겠지요..

파란여우 2005-07-0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만 남고 인간의 소리는 없는...
그러나 인간의 소리는 없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어 녹아 있는건가요?

달팽이 2005-07-0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아, 역시 묵은 여우님은 인간의 정서를 잘 이해한다니까...

어둔이 2005-07-0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적적
저 먼 계곡 물소리
흰 구름 깊은 곳에
오랜 절
떠나간 사람은
아무 소식이 없고
아득한 옛 마음으로
종소리 우는져..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깊은 산중에서 사람이 그리운 게지
종소리 멀리 퍼져 당신이 보고싶다고
저 사람사는 동리까지 마음 전해주기를..
내내 사람의 기척은 없고
귀 종긋 세워 가닿는 곳에
물소리만 콸콸 귀를 막고 섰다
인적 드문 이 오랜 절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내 마음
왼 종일 서성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