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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조성진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장자는 크게 내편과 외편 그리고 잡편의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곤과 붕의 이야기는 무척 잘 알려져 있다. 나도 상상력의 벽을 허물어주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자를 한 번쯤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호접몽은 인생을 빗댄 이야기로서 많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화창한 봄날 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책을 펴고 앉아 읽다가 슬그머니 꿈길로 들어선 장자는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날다가 문득 잠이 깨면서 생각한다. "내가 나비가 된 것일까? 나비가 내가 된 것일까?"하고.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일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꿈일까?"그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장자의 글을 쓰는 기법은 우언, 중언, 치언의 방법을 사용한다. 우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남의 입을 빌려서 하는 방법을 말한다. 중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위대한 옛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치언은 임기응변의 요령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래 치는 술잔을 가리키는 글자인데 술잔이란 술을 부으면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비고 나면 다시 차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으나 시의 적절하게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화법을 일컫는다.
여기에서도 도덕경에서의 무위와 현묘지문 등과 같은 마음으로 경험해내어야 하는 말들이 많다. 곤과 붕부터 혼돈, 병아리 울음소리, 암컷, 물, 골짜기, 갓난애, 통나무, 고요함, 허, 섭생, 양생 등 모든 것이 말로써만 이해될 수 없다. 그의 글은 너무 시니컬하고 비유적이고 적나라하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깊은 진리의 말들이 거침없이 뿜어져나온다. 이러한 지극한 도를 겸비한 사람이 진인이라 했다. 삶과 죽음의 도가 한가닥으로 돌아가는 이, 그에게 있어 세상은 과연 어떠할까?
그동안 책을 몸에 붙이지 못했다. 아니 책읽기가 인생의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져왔던 나에게 책없이 주어진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고 물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없이 내 삶의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책읽기란 나에게 그저 지식을 쌓는 공부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는가? 책을 놓고 난 뒤에도 스스로의 마음을 밑천삼아 공부할 수 없다면 그것은 세속의 취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가 자신의 마음으로 삶으로 녹아들지 못해서 단지 지식을 쌓고, 학위를 따고, 젠체하기 위한 것이라면 죽음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아무 쓸모없는 '추구'가 되고 말 것이다.
문자로 익힌 것을 암송하고 나아가 눈과 귀로 익혀서 알아야 하며, 이목지학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수역'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 뿐인가? 끝에 가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오묘하고 불가사의한 경지에 들어 삶과 죽음을 초월하고 인생의 크나큰 의문에 부닥칠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참 앎이 된다고 말한다.
이때까지의 나의 공부가 때로는 오감만을 불리는 공부가 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참다운 공부는 눈과 귀를 잃는 공부라고 했는데 눈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세상 일에 더욱 귀기울이는 공부를 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나 하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어찌 가정의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세상을 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