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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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는 이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과 기존의 지위에서의 이탈은 남성들에게는 이전에 여성이 부담했던 것을 더욱 많이 분담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주어진 일들을 나누어가질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한 남성들에게는 이제 사회적 질시와 가족관계로부터의 이탈이 그를 기다리고 있음을 각오해야만 한다. 물론 외부의 억압요소가 두려워서 서로를 배려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부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우러난 마음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누가 어떤 일을 나누어가지는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못된다.

  가부장제와 함께 시작된 남성중심의 사회는 여성들에게나 남성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억압구조를 가졌다. 부족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해져야만 하는 적자생존의 현실이 작용했음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인류는 외부적으로 주어진 강요를 스스로 내면화시키는 작업을 거쳐왔기에 그것이 우리의 마음으로 침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들에게 가지는 의미와는 별도로 남성들의 내면속에서 억압당해서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던 남성 속의 여성성(아니마)을 생각하니 분명 여러 명의 상처입은 아이들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결국 남성성과 여성성은 하나의 뿌리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성(우주본성)을 말한다. 이 성이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분화되고 남여로 분리된다. 따라서 남성성의 부족한 점을 여성성이 메꾸어주는 면과 여성성의 부족한 면을 메꾸어주는 남성성의 면을 넘어선 곳에 그 자체로 완전하고 모자람이 없는 성의 공간으로 들어가면 모든 분리의 문제는 해결된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분리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 속에 동시에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서 파악했다는 점과 그 여성성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렸던 영원성의 공간으로의 향수와 회귀본능을 그려내었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메세지다. 그것이 옛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으며 그래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독창적인 사고를 드러낸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땅(형이하학적인 세계)에서 허덕인다. 우리의 욕망과 감각에 의한 삶이 중심이 되는 이 곳에서는 여성과 남성 간의 문제도 욕망으로 드러나고 리바이어던과도 같은 끝없는 욕망의 괴물은 서로 간의 갈등을 키워가다가 어느 순간 상대방을 삼켜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땅에서의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은 하늘(형이상학적인 세계)이라는 공간이 된다. 우리의 영혼이 저절로 꿈꾸는 그 곳에서는 이미 우리들을 스치고 간 선녀가 늘 있던 그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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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0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왔는데, 역시 좋은 리뷰를 만나게 되는군요. :) 아니마 아니무스를 생각하면 결국 인간은 둘이 만나 하나를 이루기보다 하나이면서도 둘인 완벽한 존재이길 바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어요. 아니, 하나인데 둘이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 바람을 접었다고 해야하나... -_-; 정리가 안되지만서도.. 으흣

제 안에 아니무스를 발견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그 모습까지도 수용하게 되길. 그리고 제 곁에 있는 사람의 아니마를 발견할 때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까지도 수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나이가 많이 많이 들면... 다시 한번 이런 바람을 떠올리겠죠.

달팽이 2006-11-0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이 만나기 이전 이미 각자가 스스로 완전한 존재임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 감사해요.

글샘 2006-11-0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녀는 금성에서 온 존재라고 하지요. 나무꾼은 화성 남자고.
그럼 화성 남자가 금성으로 찾아가든가 하는 수밖엔 없겠지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개인차는 남성과 여성 사이를 무한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 잘 읽고 갑니다.

달팽이 2006-11-0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성과 화성으로 갈라지기 전의 우주공간으로 들어가야 하겠군요.
우주의 블랙홀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