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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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기사를 읽던 중 중앙일보인가? 프레시안인가? 법정 스님이 FTA에 결사반대하며 일반인들에게 이 책을 필독서로 권한 것을 읽었던 적이 있다. 가트 체제하의 무역자유주의화의 흐름이 WTO체제의 성립으로 더욱 물리적인 힘을 얻어서 미국적 이익을 전세계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하는 가운데 칠레와의 협상과 더불어 미국과의 양자협상이 우리 사회의 도마 위에 오른 지도 이미 꽤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제조업과 공산품에 주로 부과되던 관세에 대한 이야기만을 주로 하던 각종 라운드와는 달리 FTA는 농업과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등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미국의 이익에 맞서 우리는 FTA협상이 가지는 의미와 그 영향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하였고 나아가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이를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에 대해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깜깜 무소식이다.

  그런 와중에서 KDI나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은 FTA 협상이 우리에게 불리한 점도 있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져 있는 기회의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80년대 밥솥시장을 일본에 개방하게 되면 우리 나라 밥솥공장은 망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더욱 좋은 밥맛을 가진 밥솥이 나와서 일본 제품들이 쫓겨 갔다는 사실과 세계 유통업계 1위 월마트가 결국 한국적 경영과 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퇴출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FTA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장한다. 이에 반해 비판적인 관점에 서 있는 농민과 재야 운동 단체나 민노당 계열은 FTA 협상으로 우리의 농촌은 초토화될 것이고 공기업이나 알짜 기업들은 모두 미국의 거대자본의 수중에 떨어지고 내적으로는 광범위한 중산층의 몰락과 더불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FTA도 세계화와 자본자유화라고 하는 큰 물결 중의 하나로서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우리는 FTA에 대해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가지기도 전에 우리들이 서있는 입장에서 또는 우리들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관점에서 아무런 검증없이 결론을 내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 나도 물론 마찬가지다. 한번쯤 FTA 현상에 대해 제대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이 사실이나 그 전에 어떤 판단을 요구받거나 이야기할 기회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GATT와 IBRD 체제와 미국의 세계 금융정책이 가진 본질적 성격을 나름대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르과이라운드와 동경라운드에서의 협상 내용과 자본의 자유화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 활동의 흐름이 결국은 FTA라고 하는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냈고 그래서 그 현상도 기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의 맥락에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없이 선험적으로나 맹목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에 대한 관점은 달리 내릴 수 있으나 그 경제 성장의 덕을 계급 계층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어느 정도는 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또한 경쟁 시장이 보다 값싸고 질이 개선된 상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우리들이 자랄 때의 삶의 모습만 뒤돌아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것만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은 아니다. 이러한 객관적(물론 이 말도 문제거리가 될 수 있다)인 정보의 필요성으로 우선 비판적인 관점에 서 있는 이 책을 인연이 되어 먼저 들게 되었다. 이후에 반대 관점의 책까지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있으므로 어쩌면 지금은 반쪽을 결론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FTA에 대한 비판은 우선 정부가 우리 나라 내부경제와 미국 경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없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농업은 대체로 우리 나라의 농업이 일부분만 남고 거의 파괴되는 것에 대해 대세라고 수용하는 분위기이고, 중소 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심지어는 대기업마저도 미국의 주주자본에 의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정말 바보인 것이 아닌가? 다음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외교부가 그 어떤 정보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회와 각 기업들이 모두 협상 내용을 검토하고 협상에 대응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외교부를 제외하고 의회조차도 필요한 정보가 차단된 채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자국의 각 계급 계층과의 의사소통의 부재 속에 국민 전체의 운명을 담보하게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협상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정부에 대한 극심한 불신은 이미 사회에서도 깊게 각 계급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와 국가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과 판단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든 경제규모만 부풀리면 만사해결이라는 식의 태도이다. 이런 철학의 빈곤은 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절벽을 향해 달리는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트럭을 향해 돌진하는지) 그저 속도를 더욱 올리라고 하는 식의 정책운용일 따름이다. 이런 면에서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안전과 복지 위주의 평화주의 모델이라든지 스웨덴의 공장 중심의 사회적 합의모델을 통한 사회복지제도의 정착 또는 일본형처럼 고질적 중앙집권형 시스템의 폐해를 극복한 기술국가형이라든지 심지어는 나프타 체결 후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과정을 거친 멕시코의 교훈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너무 철학도 없이 주변을 둘러봄도 없이 그저 속도만을 내고 있는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연봉이 6000이 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조언대로 외국으로 이민을 가야 하는가?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버려둔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면하는 국가를 버리고 떠나가야 옳은 것인가? 그의 말대로라면 10-20%의 상류층만이 남아서 한국의 미래를 지켜봐야 하고 또 그 중의 양극화로 또 소수의 상류층을 제외한 국민은 이민을 가야 하고 그렇게 나중에는 국토마저도 미국에게 내어주어야 하나? 그가 내거는 마지막 대안은 조약체결을 다음 대선 이후로 미루어 정치적인 변화를 통해 협상의 내용에 변화를 주는 것이나 스위스의 경우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협상을 전면 변화시키는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다. 지금처럼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행정부의 독주에 의해 유린될 때 국민들이 직접 국가의 중대사에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제도적인 정착이 필요하다. 나아가 더욱 넓게는 국민 개개인의 욕망을 뿌리로 자라는 거대한 괴물인 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성과 그것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삶으로 나아가는 철학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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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1-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생명산업의 기초인 농업의 몰락은 거대지질변동을 가져올 겁니다.
그 점 하나만 봐도 이번 협상은 바보짓이죠.
다 죽는건 아닐테지만 이번에도 그 해일의 공포는 역시나 민중에게 가해지겠지요
저는 미국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부터가 심란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새삼스럽지 않잖아요.
대통령이 한 말 중, 농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은
정책결정권자의 지도철학이 극명하게 나타난 예입니다.
무엇보다, 현실감각, 현장감각이 그에게 존재하는지 의문이구요.
기대했던(!!)대로 달팽이님의 FTA관점은 역시나 철학! 이군요^^

달팽이 2006-11-0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것 벌써 내 바닥이 드러나버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