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심

 

어그러진 것을 곧게 할 수 없고

치는 것에 대항할 수 없으며

막다른 골목에

그 모퉁이에 사로잡혀

모든 자의 조롱과 비웃음을 받게 하소서.

실컷 비웃고 실컷 조롱 당하게 하소서.

그럼에도 그 어떤 것에도

더 이상 비굴해지지 아니하며

떳떳할 수 있도록.

모든 수치가 허옇게 밑바닥을 다 드러내어도

숨길 줄 모르는 그 처절한

절망의 끝에 이르기를

어떠한 힘 조차 쓰는 것이

무모하다 여겨질 만큼

그렇게 무기력하게 해주시기를.

그러므로 가장 정직해지며

그러므로 가장 정결해지게

이 처절한 사방에 갇혀

어떻게 손을 뻗어 구원할 수 없는

가슴을 치다 지치고

울다 지치고 스러져가는

그것밖에 할 것 없는 자아.

그런 나 되게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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