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심
어그러진 것을 곧게 할 수 없고
치는 것에 대항할 수 없으며
막다른 골목에
그 모퉁이에 사로잡혀
모든 자의 조롱과 비웃음을 받게 하소서.
실컷 비웃고 실컷 조롱 당하게 하소서.
그럼에도 그 어떤 것에도
더 이상 비굴해지지 아니하며
떳떳할 수 있도록.
모든 수치가 허옇게 밑바닥을 다 드러내어도
숨길 줄 모르는 그 처절한
절망의 끝에 이르기를…
어떠한 힘 조차 쓰는 것이
무모하다 여겨질 만큼
그렇게 무기력하게 해주시기를.
그러므로 가장 정직해지며
그러므로 가장 정결해지게
이 처절한 사방에 갇혀
어떻게 손을 뻗어 구원할 수 없는
가슴을 치다 지치고
울다 지치고 스러져가는
그것밖에 할 것 없는 자아.
그런 나 되게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