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부러짐_2011.10.22

(창 47:9, 개역)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우리는 꾀 많은 야곱이라 부른다. 야곱은 차자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유순하고 가정적으로 자랐다. 사실 야곱은 그다지 강인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부르셨고, 그를 강하게 단련해가셨다. 야곱은 강하거나 유능한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가치관과 계획을 따라 움직일 줄 아는 전략가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특별히 다루셔야 할 기질이기도 했다. 야곱의 여정은 매우 파란만장했다. 그는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아들 요셉의 죽음을 직면했고,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수난의 세월을 보냈다. 그가 환생한 요셉을 다시 만났을 때의 환희는 어떤 것이었을까?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을 따라 애굽으로 내려간 말년의 야곱은 바로왕 앞에서 말했다. 험악한 세월을 보냈었노라고… 야곱은 실제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 우리가 성경을 읽다보면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경에서 축복을 받은 자마다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야곱은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채기까지 하면서 복을 받았지만 그 복의 대가는 험악한 세월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서는 축복을 빼앗겼음에도 에돔 족속의 시조가 되었고, 그는 유목민으로 매우 부유한 성공을 거뒀음을 훗날 야곱과 에서의 재회하는 장면에서 묘사된 에서의 물질적 상태에서 알 수 있다. 축복을 빼앗긴 에서가 환경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불행했던 것은 거의 없었다.
역시, 요셉은 어떠했는가? 하나님께서 그에게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셨다. 부모님도 형들도 자신에게 절했다. 그러나 그 환상이 주는 만족감에도 불구하고 요셉은 외국에 노예로 팔려가 종살이를 했다. 그리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까지 갔다. 그가 다시 재기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윗 역시 마찬가지였다. 꾀죄죄한 꼬마 목동이 기름부음을 받았다. 성령에 취했다. 그러나 다윗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칼을 피해 10년을 방랑해야 했다. 아내의 배신, 이방 땅으로의 망명, 시므온의 저주, 압살롬의 반역 등등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것. 기름부음을 받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언뜻 얼마나 매력적이고 동경스러운 환상으로 다가오는가. 그러나 현실은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모세를 보라. 엘리야를 보라. 예수님을 보라. 바울을 보라.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들마다 얼마나 많이 부러지는 삶을 살았는가. 특별히 예외가 있었다면 그것은 솔로몬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러므로 솔로몬의 말년이 얼마나 불신앙적이고, 하나님 앞에 굴복되지 않는 강심장였던가.

그러므로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된다. 하나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많이 부러지는 것을 각오해야 되는 것임을 말이다. 그 많은 부러짐은 단지 자기 내면의 괴로움과 흔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구경꾼들의 비웃음과 조롱, 오해와 판단, 정죄 그 모든 것마저도 각오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축복 안에서 주어진 부러짐이라면 하나님은 두말 할 것 없이 다시 재기시켜 주실 것이다. 하나님의 목적은 단순히 기를 죽이고 많이 부러뜨리고 싶으신 것이 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 사람이 겸손하길 원하고, 하나님을 의뢰하길 원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뻣뻣하고 강한 사람이 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유능한 사람일수록 하나님 앞에 한없이 약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많은 부러짐은 바로 하나님 앞에서 부드러운 인간이 되게 한다. 굴복하는 인간이 되게 한다. 많이 부러진 사람만이 신앙의 깊은 것을 더 많이 경험한다. 더 많이 깨닫고 하나님을 변함없이 믿고 의뢰하는 믿음의 큰 훈련과 연단을 받는다.

하나님 앞에 약한 사람이 사실은 가장 강한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될 때 하나님도 그걸 알고 계셨다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과연 많이 부러져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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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2011-11-0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묵상이 너무 가슴을 파고듭니다.. 말할순 없지만 많은걸 생각하게되는 묵상이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