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 스타트(1): 동물원에서
시작된 사색_2012.02.02
(Subject :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나는 그리스도인인가8.)
작년 가을
언젠가 동물원에서 곰을 본 적이 있다. 동물원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별로 의욕적이지는 않았다. 날마다 만나는 구경꾼들을 이제는 의식조차 하지 않으면서 좁은 우리에 갇혀 무기력해 보여 그렇게 별로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는 손님들이 던져주는 간식을 받아먹기 위해 의욕적인 동물들도 있었다.
그리고 곰을
봤다. 그 우리 안에 있는 몇 마리의 곰들 가운데 한 마리가 내 시선을 이끌었다. 관람석보다 낮게 패인 우리 안으로 곰들을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모여든
관람객들 중 누군가가 과자를 던져주고 있었다. 벌러덩 드러누운 곰 한 마리는 관객이 던져주는 과자를
용케도 입으로 잘 받아먹고는 입을 벌리고 또 벌렸다.
그 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덩치 큰 녀석이 벌러덩 드러누워 과자를 받아먹는 여유로운 모습. TV에서 보았던 숲과 강을 헤엄쳐 달리며 큰 연어를 낚아채는 곰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분명, 두 마리다 동일한 모습의 곰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나에게 새로운 생각에 대한 첫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같은 곰이지만
어쩜 그렇게 전혀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정말
곰을 곰답게 하는 것일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곰다운 것일까?
진짜 곰의
모습은 무엇일까? 어떤 모습이든 DNA가 곰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두 모습의
곰을 같은 하나의 곰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면 그 기준과 근거는 무엇일까?
그렇게 나는
처음,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