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점 줄까?_2011.12.08
동서고금, 남녀노소,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바쁜 연말이다. 연말 인사고과를 진행중이다. 오늘 내 손에 한 뭉치의 평가표가 주어졌다. 이미 각 부서에서 부서원들이 자신의 팀장 리더십을 평가한 결과물이다. 평가항목별로 부여된 점수를 따라 합계점수가 잘 집계되었는지 검토하란 임무가 던져졌다.
아니나 다를까 몇 군데에서 평가점수가 잘못 집계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차츰 검토가 재밌어졌다. 팀장님이 할 일을 내가 하게 되니 자연스레 각 부서에서 팀장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한 장의 평가표에 불과하지만 마치 그 종이 몇 장을 통해 그 부서의 분위기, 팀장과 부서원의 남모를 신뢰와 공감을 다 꿰뚫어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의미 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게 짧지만 의미 깊은 묵상을 던져준다. 동일한 부서의 동일한 팀장을 놓고 부서원마다 어쩜 그렇게 평가결과가 다른 것인지. 그 중에서도 품질관리팀이 내 사색의 문을 열어준다.
품질관리팀장의 평가 최고 점수 98점, 최하 점수 42점.
10여평 남짓한 품질관리팀 사무실에서 10명이 모여 근무하고 있다. 동일한 팀장을 놓고도 극적인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최하 점수의 곱을 해도 최고점보다 14점이 적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과 시각이 얼마나 다른가. 동일한 사람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이 되는 뛰어난 팀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장 짐 싸고 가야 할 팀장에 불과하다.
(롬 14:10, 개역) 『네가 어찌하여 네 형제를 판단하느뇨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뇨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정직한 것일까? 앞에 있는 사람은 항상 판단 받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98점, 누군가에게는 42점 짜리다. 누가 옳은 것일까? 결론은 아무도 옳지 않다는 것. 바울은 자기 자신도 평가할 수 없었다.
(시 119:137, 개역) 『여호와여 주는 의로우시고 주의 판단은 정직하시니이다』
평가표를 다 넘기고 바닥이 드러날 때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스도인은 이 제일 뒷장에 하나님의 평가표가 있겠지? 앞에 아무리 98점, 42점이 가득해도 마지막에 남은 하나님의 평가표만 정직하겠지.’
그렇다. 사람의 평가를 들으면 낙심하기 쉬워지지만, 하나님의 평가를 들을 땐 거룩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